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8, No. 2, pp.61-80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8 Feb 2018
Received 27 Nov 2017 Revised 17 Feb 2018 Accepted 25 Feb 2018
DOI: https://doi.org/10.7233/jksc.2018.68.2.061

들뢰즈의 감각론에 의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비정형 신체 표현 연구

김순자
상명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A Study on the Formless Body Image in Fashion Illustrations based Gilles Deleuze’s ‘Logic of Sensation’
Soon Ja Kim
Professor, Dept. of Fashion Design, Sangmyung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Soon Ja Kim, e-mail: sjkim@smu.ac.kr

Abstract

The digital environment pushes away the epistemology centered on reason and puts sensuality and sense in its place. This study focuses on the formless body image in fashion illustrations based on the theory of sensationalism of Gilles Deleuz—a post–structuralist who revaluates the senses. This study examines the Deleuze’s Francis Bacon: the Logic of Sensation, wherein Deleuze applies Bacon’s works to his theory. The body images in the paintings of Bacon have distorted, twisted and ugly figures, which are related to Deleuze’s sensationalism. The concepts of ‘Corps sans Organes’ and ‘Figures’ for deconstruction of representation were used as tools for analysis. Expressive characteristics of the body images in Bacon’s paintings could be analyzed as hysteria, diagram, segmentation of body and becoming animals. Accordingly, the characteristics of the formless body images in fashion illustrations are categorized into the sensory body image, the abstraction of body, the segmentation of body and the body image of become animals. Through these results, the concepts of unrealistic and virtual body image in fashion illustrations can be understood and applied to creative expression techniques.

Keywords:

fashion illustration, formless body, Francis Bacon, Gilles Deleuze, sensationalism

키워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비정형 신체, 프란시스 베이컨, 질 들뢰즈, 감각론

Ⅰ. 서론

현대 예술에서는 미적 가치의 다원화에 따라 보편적인 미적 감각에 부합되는 이상적이고 정형적인 이미지의 작품에서 벗어나 과장되고 충격적이기도 한 비정형적 이미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술에 표현되는 인간의 형상 또한 정형적인간의 모습이 아닌 왜곡되고 추하게 변형된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체 개념에 대한 급진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현대사회에서 신체는 인간의 내면적 감정과 욕구를 드러낼 뿐 아니라 사회적 권력이나 지위, 욕망의 상징으로까지 확대 해석되고 있으며 예술적 표현에서도 이러한 변화된 신체 개념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Hanrim Art Museum & Ewha Woman’s University semiology institute, 1999).

또한 디지털 기술은 시각예술에서의 표현기법과 영역을 확장시켜 새로운 차원의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있으며 나아가 예술작품의 개념과 존재방식을 근원적이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Lee, 1999). 디지털공간에서는 주체성과 타자성의 개념이 혼성되고 자유롭게 배열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동적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물질적 매체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회화적 상상력’과 디지털 공간에서의 유동적 이미지로부터 변형을 수행해 나가는 ‘디지털적 상상력’은 차별화되며(Kim, 2005)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고 현대인의 다중적인 감성구조를 반영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은 패션 이미지나 패션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미적 체험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독자적인 시각예술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표현에 있어서도 패션스타일의 재현을 벗어나 보편적 미적 원리로는 해석하기 힘들만큼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체표현 또한 왜곡된 변형, 의도적인 모호함, 파괴와 생략 등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고 있으며(Lee, 2011) 균형과 조화가 파괴된 찌그러진 모습이거나 잔혹하게 찢어지거나 부서져 있는 극단적 비정형 특성을 표현하고 있다(Kim, 2007). 이처럼 독특하지만 괴기한 신체표현은 시각적 충격을 통한 패션메시지 강화 효과뿐만 아니고 메시지 이상의 작가의 정신적 자유를 표출하려는 의도로도 의미가 있다. 또한 이러한 표현 특성은 디지털 시대의 확대된 신체개념과 새로운 미적 개념의 표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디지털적 상상력을 통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표현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조형적 측면의 신체변형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신체 개념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표현 특성을 사회문화적 개념으로 해석하려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다양성과 유동적 사고를 추구하는 포스트 구조주의적 특성을 적용하여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표현 특성을 분석한 Kwon(2004)의 연구는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자 들뢰즈의 욕망론과 신체론, 유목적 사유 등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 전반에 대한 고찰과 분석을 바탕으로 하였고, Kim(2007)은 후기 구조주의적 신체론으로 푸코의 권력의 장으로서의 신체론, 들뢰즈와 가타리의 욕망론과 신체론, 크레스테바의 비천한 신체론을 바탕으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표현된 신체 특성을 연구하였으며, Park(2009)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신체 표현 특성을 후기구조 주의 신체 이론과 페미니즘 신체 이론의 관점에서 연구하였다. 또한 Lee(2011)는 들뢰즈가 저서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을 통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신체표현 특성을 연구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나타난 비정형 신체의 특성과 의미를 들뢰즈의 감각론을 기반으로 분석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이 패션 경향과 미의식을 표현하는 매체로서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개념을 수반하는 시대정신을 표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제시하고자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신체의 이성적 측면보다 감각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예술에서의 감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감각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특히 기술의 발달에 기반하고 있는데 새로운 디지털 매체들은 감각의 위상을 환기시켜준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방법은 이론적 고찰을 통해 본 연구에서의 비정형의 개념을 정의하고 들뢰즈의 감각론과 들뢰즈가 예술에서의 감각 표현의 예로 제시한 베이컨 회화에서의 표현 특성을 감각의 시각화 관점으로 고찰하였으며 감각론과 감각의 시각화를 준거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비정형 신체 표현 특성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디지털 시대의 감각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신체표현에 드러난 특성을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이므로 실증적 분석에 사용된 작품은 디지털 이미지를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사용한 작품으로 제한하였다. 표현기법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전통적인 핸드 드로잉 기법과 디지털 기법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시각적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확실히 볼 수 있는 작품이나 참고자료에 표현기법이 명시되어 있는 작품으로 하였고 사실적, 재현적 표현이 아닌 비정형적으로 왜곡되거나 모호한 표현의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작품은 2000년대 이후 발행된 패션과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서적 12권에 실린 작품 180점을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비정형의 개념

비정형(formless)이란 ‘일정한 틀에서 벗어난’, ‘형식적이지 않은’, ‘정해진 절차를 벗어난’ 이라는 의미로 고정된 틀에서 탈피하고자하는 의미에서 탈 정형(ex-form)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Park, 2006). 형태적인 측면에서 비정형은 정형을 부정하는 추상적인 자유 조형 형태로 비구조적이며 모호한 형태 특성을 갖는다(Kim, 2015).

부정형 또는 비정형의 의미인 앵포르멜(informel)은 1950년대 회화운동인 아르 앵포르멜이나 비정형 추상회화 명칭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앵포르멜 조형운동은 논리적인 구조와 질서를 거부하고 예술가의 자발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을 중시하며 직감에 의해 제시 되는 즉흥적 조형성과 다양성을 추구한다(Dictionary of art terminology, 2014).

앵포르멜 계열의 작품들은 기하학적 추상에 대한 반동으로 비정형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였으며 구상과 비구상을 초월하여 모든 정형을 부정하는 무정형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는 신체를 왜곡하거나 변형하는 신체적 일탈을 통해 기존의 규범적인 것을 부정하고 합리적인 주체로 인식하던 신체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해체시키는 표현을 보여준다(Lynton, 1980/2003). 또한 앵포르멜 작가들은 인간의 내적 요구나 감정을 중시하며 시각적인 즐거움보다는 정신세계와 관련된 섬세한 의미전달을 강조하는데 따라서 앵포르멜 작품에서 형태를 부정하는 비정형적인 표현과 일그러진 형상에 의한 격정적인 표현은 인간의 내면적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다(Seo, 2010).

이항 대립적 이분법과 형이상학 예술론에 대해 전복적 사고를 펼친 프랑스 철학자 바타이유(Georges Bataille)는 비정형을 의미의 수용체로서의 주제나 형식을 거부하는 탈범주적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형상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를 비난하고 형태의 분명한 존재도 부재도 아닌 의미론적으로 결정불가능하며 하나의 기의로 귀착된다는 것을 반대하는 탈의미의 존재를 제시하고 있다(Jin, 2010). 바타이유의 ‘낮은 유물론’에서는 비정형을 모호하고도 역겨우며 실체가 없는 것, 즉 보편적 정서에 거역하는 것으로 암시하는데 그가 주장하는 낮고 저급한 물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요소들이지만 낯선 영역에 속하고 어떤 형태나 개념적 질서로부터 멀어지고 인식의 영역으로부터도 벗어나서 존재하는 것이다(Kim, 2004). 또한 바타이유의 비정형은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범위와 가능성에서 벗어난 전적으로 다른 것으로서 낮고 저급한 물질과의 결합에 의해 생성되는 다중적 형상으로 형태와 의미의 이상적이고 일반적인 결합에 대한 믿음과 확정적 의미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언어적 형태적 범주를 해체하려는 개념이다(Harrison & Wood, 2003).

비정형의 개념을 비교해보면 비정형의 시각적 충격 효과는 앵포르멜과 바타이유의 낮은 유물론이 동일하나 앵포르멜이 인간의 내면세계를 중요시하여 그 의미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바타이유는 비정형을 형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자체에서 벗어나 형태와 의미의 모호성과 불확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 연구의 이론적 토대인 감각론에서 들뢰즈(1981/1995)는 감각을 인간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능력으로 인식하고 감각의 중요성을 부여하고자 하였고 자신의 논리를 베이컨 회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베이컨은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고통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린 천재 화가이다(Wieland, 2010). 베이컨 작품에서의 인체 형상은 불안과 불쾌감을 주는 비정형적 이미지이며 이러한 형상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베이컨은 바타이유의 이론을 많이 받아들였다(Rusell, 1979). 이러한 배경으로 본 연구에서의 비정형 신체 개념은 이성적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 감각에 기반 하는 비정형 신체이며 앞에서 제시한 바타이유의 비정형 개념에 따라 모호성과 불확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신체 형상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형태 자체로써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충격적 형상으로 정의하였다.

2. 들뢰즈의 감각론

들뢰즈(Gilles Deleuze)는 20세기 형이상학을 대변하는 프랑스 사상가이다(Choi, 2002). 그는 다양한 관점에서 기존 철학에 대한 비판과 해석을 전개하였는데 1962년 <니체와 철학>을 시작으로 대표적인 저서인 1972년 발표된 <안티 오이디푸스>, 1980년 <천 개의 고원>, 1981년 <감각의 논리>와 1991년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저작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존 철학적 담론의 규범에서 벗어나 사회 문화적 제반 현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사유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들뢰즈(1981/1995)는 <프란시스 베이컨: 감각의 논리>에서 자신의 철학적 사유인 존재론과 감각론을 통해 베이컨의 그림을 해석하고 음미하였다.

감각(sensation)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우리 몸에 입력되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오감을 말한다. 감각이란 또한 신체의 내부 또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을 통해 느낌, 정서 등을 불러일으키는 인간 의식 체험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활성화시키는 에너지이다(Choi, 2009). 고대와 중세 철학자나 신학자들은 감각은 지성이나 윤리적 차원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겼으며 근대에도 감각은 이성의 하위 개념으로 폄하되어 왔다(Jin, 2003). 데카르트는 정신과 육체를 서로 독립적인 실체로 규정하면서 심신이원론을 펼쳤는데 이 이론에서 정신은 외부의 대상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사유 실체인 반면 외부대상과의 관계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감각은 오직 신체에만 속하는 것이다(Koh, 2006). 그러나 현대 철학과 예술에서는 데카르트의 지성 우위에 대해 반대하며 신체를 물질의 하부구조가 아니라 정체성을 결정하고 에너지를 발휘하는 현장으로 인식하고 있다(Lee, 2017).

들뢰즈의 감각론은 아이스테시스(aisthésis)에 대한 이성의 우위라는 오랜 인식을 뒤집는 논리로 그는 감각이 인식적 활동인 이성과 합리성에 선행하며 인간의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근원적인 능력으로 보았다(Jin, 2003). 지각이 감각기관을 통해서 받아들인 정보를 정신으로 올려 보내는 인식론적 현상이라면 들뢰즈에게 감각은 의식 작용 이전의 상태에서 감각기관을 통해 직접적으로 몸으로 내려가는 존재론적 사건이다(Choi, 2002). 그는 감각은 인식(정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욕망(몸)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Deleuze, 1981/1995) 그의 예술론에 의하면 회화의 임무는 구상적인 것과 판에 박힌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각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다(Park, 2012).

들뢰즈는 자신의 저서 <감각의 논리>에서 존재론적 개념인 기관 없는 신체와 감각적인 형태로서의 형상의 변형을 구체적 감각의 논리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리를 베이컨의 회화를 통해 구체화하였다. 이를 토대로 본 장에서는 들뢰즈 감각론의 주요 개념과 베이컨 회화에서 감각을 시각화하는 방법에 대해 고찰하였다.

1) 기관 없는 신체

들뢰즈는 새로운 존재론적 개념인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을 제시하였다. 기관 없는 신체란 조직화 유기체화 되기 이전의 모든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로 들뢰즈는 막 부화하고 있는 알의 내부 상태에 비유하고 있다(Deleuze & Guattari, 1980/2001). 기관 없는 신체는 아직 유기체를 형성하지 않은 알의 내부처럼 기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관으로 분화되거나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욕망의 강도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일시적인 존재이다(Lee, 2017). 들뢰즈는 이처럼 내재성과 무한변용의 잠재력을 지닌 상태를 ‘추상기계’라고 이름 붙이고 추상기계의 자유로운 욕망으로 신체나 기관이 새롭게 변화되며 생성된다고 하였다(Deleuze & Guattari, 1980/2001). 추상기계로서의 신체는 절단과 재배치의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관 없는 신체는 분절되고 파편화되며 절단되어 분자화된 기계들은 재배치, 대체 등의 방법으로 연결되어 욕망을 재생산한다(Lee, 2011). 또한 유기적이지 않은 신체는 분화된 부분들 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생성의 힘을 가진다. 따라서 추상 기계가 작동한다는 것은 곧 생성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며 나아가 새로운 주체를 준비하는 것이다(Han, 2007).

또한 기관 없는 신체는 이질적인 대상과 지속적으로 결합하고 확장할 수 있는 리좀적 특성을 갖고 있다. 리좀(rhizome)은 줄기뿌리로 땅 속에서 줄기와 뿌리의 구분 없이 모호한 상태를 이룬 것이다. 나무 모델에서 하나의 가지가 차단되면 그것으로 끝이고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 이에 반해 리좀은 중심을 가지지 않는 이질적 선들이 상호교차하고 복수의 선들이 다양하게 뻗어 나가 상호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Deleuze & Guattari, 1980/2001). 들뢰즈는 신체와 신체의 만남에서 이러한 이질적인 만남을 이접(disjunction)이라고 규정하는데 이접은 차이와 차별을 드러내는 접속관계로 형태와 크기, 구조가 다른 이질적인 것들이 결합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Shin, 2003).

베이컨은 그의 작품들에서 인체를 변형시켜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로 만들거나 얼굴을 뭉개어 형태를 만들기 이전의 살덩어리 자체로 보여준다. 들뢰즈는 베이컨 회화의 이러한 왜곡된 형상들이 기관 없는 신체라고 하였다(Deleuze, 1981/1995). 따라서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변형되고 왜곡된 신체는 유기체로서 존재하기 이전의 원초적 신체이며 아직 부화되지 않은 생명체로서의 기관 없는 신체이다.

2) 탈 재현 형상

들뢰즈는 감각을 성공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재현에서 벗어나서 형상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한다(Deleuze, 1981/1995). 재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는 추상을 통해 순수한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추출 혹은 고립을 통해 순수하게 형상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다(Lee, 2002). 베이컨의 회화는 구상적 성격을 탈피하기 위해 형상을 고립시키는 방법을 추구한다. 들뢰즈가 명명한 대문자로 시작하는 형상(Figure)은 세잔이 감각이라고 부른 것으로 감각에 기인하여 느낄 수 있는 형태이다(Choi, 2004).

또한 형상은 이성적으로 인식되고 고정되기 이전의 선험적 감각을 형태화한 것이다. 선험적이란 “보다 먼저의 것” 또는 “다른 것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말한다(Lee, 2017). 따라서 선험적 감각 경험이란 이성적이고 합리적 방식으로 가공된 감각 경험에 앞서는 어떤 것을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 감각은 합리적 이성이 개입되는 인식론적 재현의 방식을 넘어서는 것이며 따라서 감각이란 인간의 이성적 지각단계 이전의 원초적 관계인 신체와 세계 사이의 직접적 만남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Kwon & Kim, 2016).

베이컨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그리기 위해 비정형의 왜곡되고 기괴한 형상을 창조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벌거벗은 몸이 마치 고깃덩어리 처럼 비틀어지거나 짓이겨진 형태로 묘사되어 그 속에서는 신의 피조물로 간주되어 온 인간의 숭고한 존엄성이나 고귀함은 완전히 상실되어 있다(Lee, 2002a). 베이컨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이러한 기괴한 신체는 우리로 하여금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신체이자 동시에 감각을 느끼는 주체로서 ‘체험된 신체’이다(Deleuze, 1981/1995). 기괴하게 생긴 살덩어리들의 충격적인 형상들은 두뇌를 통과하지 않고 우리의 신경시스템에 직접 작용한다. 그것은 신체를 대상으로 재현된 것이 아니며 충격적 형태의 순수 형상으로 우리를 감각의 체험 속으로 몰아넣는 어떤 형상으로만 존재한다. 베이컨 회화에서 손상된 인체 형상은 사실적 기법으로 표현되어 공포감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베이컨은 실베스터(David Sylvester)와의 인터뷰에서 “비틀어지고 찌그러진 모습을 통해서만 실제의 내면까지 합쳐진 진실한 인물을 그릴 수 있다”고 하였다(Sylvester, 1982). 따라서 충격적 형상은 폭력성을 보여주거나 의식적으로 추하게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존재를 드러내며 삶과 현실에서의 공포와 위태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Ruhrberg, K., Schneckenburger, M., Fricke, C., & Honnef, K., 2000). 베이컨은 구상적인 것으로부터 형상을 끌어내어 체험된 신체를 그리며 체험된 신체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를 변형시킨다. 따라서 그의 그림 속에 구현된 리얼리티는 의식에 의해 주어진 리얼리티가 아니라 감각을 통해 주어진 리얼리티를 표상하는 것이다(Lee, 2009).

탈재현 형상은 선험적 감각을 그린 것이므로 비이성적 형상으로 나타나며 단순히 현실세계의 어떤 모습을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난 형태가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왜곡되고 비틀린 형태로 표현된다. 또한 이러한 왜곡된 형상은 감각을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감각체험의 리얼리티를 표출하는 것이다.

3. 베이컨 회화를 통해 본 감각의 시각화

들뢰즈는 베이컨의 회화를 자신의 감각적 존재론의 핵심적 논제들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한 표현으로 본다. 베이컨 회화를 통해 감각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고찰하였다.

1) 히스테리 표현을 통한 감각 체험 표현

들뢰즈는 히스테리를 기관 없는 신체에 외부의 자극이 가해졌을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떨림으로 정의한다(Deleuze, 1981/1995). 히스테리는 신경 체계적 감각을 통해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우리가 충격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소름이 끼치거나 마비되거나 발작을 일으키며 몽롱함을 느끼는 현상이 히스테리이다(Lee, 2017). 들뢰즈는 거미를 예로 들면서 거미는 보지 못하고 지각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면서 단지 거미줄에 올라 앉아 파장을 통해 전해지는 미묘한 진동을 느끼고 반응하며 파장은 거미의 신체를 움직이고 먹이에 다가가게 만드는데 인간의 신체는 마치 거미가 만드는 거미줄과 유사하다고 하였다(Deleuze, 1981/1995). 이처럼 감각은 진동이며 신경계와 외부 자극 사이에 벌어지는 운동을 말하는데 감각이 기관의 분화를 마친 유기체를 통해 우리 신체와 접할 때 과도하고 발작적인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이다(Han, 2007).

베이컨의 작품 <Fig. 1>의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 10세 초상화에 따른 연구> 연작에서 교황은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작품에서 입의 모습은 뭉크(Edvard Munch)의 <절규>와 비교하여 절규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Archimbaud, 1993/1998) 신체 전체의 힘이 외치고 있는 입을 통해 빠져나가듯이 그리고 있는 그림 속에서 전해지는 비명, 마비, 과민 반응, 감각 상실 등의 표정은 어떤 공포에 질려 있는 것 같은 히스테리를 보여준다(Gwon & Kim, 2016). 베이컨은 공포보다는 외침을 그리기를 원했다고 말하고 있다(Davies & Yard, 1986). 들뢰즈(Deleuze, 1981/1995)는 이러한 외침을 ‘보이지 않는 힘을 포착하거나 탐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따라서 그림에서 절규나 비명 같은 표정은 어떤 무서운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위에 작용하는 힘들의 행위 혹은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형상은 또한 유기체로서 존재할 수 없는 순간에 히스테리와 함께 기관 없는 신체로 전환된 상태를 그린 것이다. 즉, 인간의 유기화된 신체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순차적으로 반응하도록 길 들여져 있지만 기관 없는 신체는 기관이 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자극에 대해 순차적 반응을 할 수 없으며 즉각적인 반응에 의한 몸의 진동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히스테리이다(Lee, 2017).

<Fig. 1>

Study after Vela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953. (Ruhrberg, et al., 2000, p. 331)

베이컨 회화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왜곡된 형상들은 감각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신경의 파장이나 생생한 흥분 위에 직접 실린 감각적 행위의 표현이다. 이러한 파장이나 흥분이 인간의 내면에 잠재한 원초적인 감각을 체험하게 하고 체험된 감각을 통해 히스테리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2) 돌발흔적을 통한 추상 표현

돌발흔적은 재현 이미지를 파괴하기 위해서 그려진 이미지 내부에 자유로운 표시들을 즉각적으로 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이러한 흔적을 디아그람(diagram)이라고 하였는데(Deleuze, 1981/1995) 디아그람 즉, 돌발흔적은 우연에 맡긴 표시나 흔적들로 공간의 어느 부분이나 영역들을 솔, 빗으로 쓸거나 스펀지나 헝겊으로 닦거나 문지른 얼룩들,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속도로 물감 뿌리기 등으로 표현된다.

<Fig. 1>에서 빠르고 거칠게 휩쓸고 지나간 붓질은 초상화의 대상을 알아볼 수 없게 문질러 버린다. 또한 <Fig. 2>의 작품 <세 개의 자화상 연구>에서는 얼굴의 한쪽이 돌발적으로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제거되어 움푹 들어가 있고 우연적이고 돌발적인 형상이 얼굴을 덮고 있어 정상적이고 정형적인 얼굴 형태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Fig. 3>에서도 얼굴에 끼어 들어간 것 같은 모호한 형상이 얼굴을 왜곡된 형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초상이나 자화상은 장르의 성격상 ‘닮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베이컨의 초상화나 자화상은 대상의 특성을 묘사하거나 재현하지 않고 문지르거나 쓸어버리는 돌발흔적으로 구상적 이미지를 가리거나 없애버린다. 이러한 형상은 재현적 초상화에서 부족한 감정의 깊이를 부여한다(Green, 2015).

<Fig. 2>

Three studies for self-portrait, 1976. (st20069521.wordpress.com)

<Fig. 3>

Three studies for portrait of Lucien Freud, 1969. (Wieland, 2010, pp. 74-75)

돌발흔적의 개입은 구상적 형태로부터 출발하지만 독창적인 선과 색의 효과를 통해 우연적 형태, 즉 형상을 창조한다. 이러한 우발적이고 무의식적인 흔적들은 구상을 넘어서기 위해 예술가가 사용하는 수단들이고 그들의 배치이며 구상과 추상을 동시에 벗어나려는 모순적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인데(Jin, 2003) 베이컨의 초상화들은 이 전략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준다. 또한 돌발흔적은 구상을 지우는 동시에 그림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특히 추상표현주의에서 돌발흔적은 페인팅의 액션 즉 그림 위로 지나간 손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그림 전체에 전개되어 혼돈이 극대화되어 있다. 그러나 베이컨 회화에서 돌발흔적은 무질서와 혼란 속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형상과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Archimbaud, 1993/1998).

베이컨 회화에서 돌발흔적은 또한 얼굴을 지워버리고 얼굴 없는 머리를 형상화하고 있다. <Fig. 4>에서는 얼굴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머리가 솟아난 것 같은 형상을 그렸다. 또한 <Fig. 5>에서 얼굴은 사진의 초점 흐리기 같이 윤곽선이 불확실하게 지워져 있고 <Fig. 6>에서의 얼굴은 윤곽선만 제시하고 일부는 두터운 물감 층 밑으로 조금 드러나고 나머지는 문질러져 배경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유동적인 물감 터치와 과감하게 쓸고 문지른 흔적은 촉각적인 감각을 일으킬 뿐 아니라 주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한다. 얼굴은 잘 조직화된 유기체로서 그것이 누구인지를 설명 해주고 규정하는 주체화로서 바탕을 이루는 곳이며 얼굴 없는 머리는 감각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는 장을 이루는 신체이다. 데카르트적 코기토(정신으로서의 주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신체의 코기토(순수 감각의 주체로서의 신체)가 솟아난 것이다(Jin, 2002). 따라서 얼굴을 지우거나 해체한다는 것은 얼굴이 없는 원시 상태로 퇴행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주체의 생성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성을 내포한 기관 없는 신체를 나타내는 것이다(Lee, 2002b). 또한 얼굴이 아닌 머리는 다른 감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감각이 발생하는 장소를 의미하므로 얼굴을 지울 때 이미 기관화한 유기체에서 주체의 흔적을 지우고 그것을 원초적인 감각의 주체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Jin, 2003).

<Fig. 4>

Study for three heads, 1962. (blog.francis-bacon.com)

<Fig. 5>

Three studies for a self-portrait, 1981. (blog.artsper.com)

<Fig. 6>

Study for head of Lucian Freud, 1967. (onartetc.wordpress.com)

이처럼 베이컨 그림에서 형상의 주된 소재는 주체를 드러내는 얼굴이 아니라 감각을 드러내는 신체로서의 머리이다. 여기에서 얼굴지우기는 단지 제거와 부정이 아니라 지우기를 통한 창조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실재를 보여주기 위해 변형하는 것으로 지우거나 없애는 방법을 통해 재현을 벗어나서 추상을 도모하며 형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베이컨 회화에서 돌발흔적은 감각을 그리기 위해 형태를 변형하고 구상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추상화하는 것이다. 돌발흔적에 의해 일그러지고 왜곡 변형되거나 얼굴을 지우고 얼굴 없는 머리로 탈주체화를 드러내는 비정형 신체 형상은 재현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형상을 창조하는 것이며 이러한 형상은 유기적 기관으로부터 벗어나 기관 없는 신체를 새롭게 생성하는 것이다.

3) 신체분화와 재구성

분화는 분자화의 의미로 부분으로 나누고 재구성되어 새롭게 생성되는 추상기계의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베이컨은 사진의 개척자인 마이브리지(Eadweard J. Muybridge)의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에 영향을 받았는데 마이브리지가 포착한 연속적 움직임은 베이컨 작품에서 여러 번 묘사되었다(Wieland, 2009/2010). 베이컨 회화에서는 이러한 동적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신체를 부분으로 나누고 분화된 신체를 왜곡된 형태로 배치하고 있다. <Fig. 7>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조지 다이어의 얼굴은 정면과 측면 얼굴이 겹쳐져 이중적 시점을 보여준다. 그림에서는 신체를 분화하고 비실제적으로 중첩시켜 일치하지 않는 시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법으로 움직임을 시각화하고 있다. 더불어 앞바퀴를 세 번 그려 역동적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움직임을 형상화하여 긴장감과 불안정한 감정을 전달하는 이러한 형상들은 움직이는 감각을 느끼는 주체로서 체험된 신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Fig. 7>

Portrait of George Dyer riding a bicycle, 1966. (Wieland, 2010, p. 90)

<Fig. 8>에서는 얼굴은 부분으로 분화되고 방향과 위치가 변환되어 비틀린 상태로 재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얼굴은 고정된 하나의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는 다중인격체로 지속적으로 자아를 재창조하는 새로운 생성을 표현하는 것이다(Choi & Choi, 2013). 또한 <Fig. 9>에서는 머리와 몸이 따로 떨어진 것처럼 절단되고 분화된 신체는 비현실적 형상과의 결합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건장한 신체와 얼굴의 사진이 결합된 형상에서 얼굴은 신체 일부라기보다는 하나의 물질로 존재하므로 이것은 살아 있는 살과 물질과의 모호한 결합을 보여주는 것이다(Toibin, 2015). 여기에서 신체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파편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재생성 되며 새로운 시각적 존재로 변환되는 것이다(Gwon & Kim, 2016).

<Fig. 8>

Self portrait, 1971. (art-emotions.blogspot.kr)

<Fig. 9>

Study from the human body and portrait, 1988 (www.nybooks.com)

베이컨 회화에서 분화된 신체는 이처럼 동적 긴장감과 다중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주체적 인간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방법으로 재구성하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모든 기관을 분화하여 기관으로부터 고착화된 신체를 기관화하기 이전의 신체로 돌리려 하는 것인데 이것은 기관에 대한 부정과 거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신체로 창조하기 위해 이전의 기관들을 해체하는 것이다.

4) 동물-되기를 통한 이질적 다양체

베이컨의 작품 <Fig. 10>에서 머리에 가해진 힘에 의해 한쪽으로 늘어난 얼굴은 마치 동물 같은 형상이다. 인간인지 동물인지 구분할 수 없고 명확히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동물과 인간은 하나가 된 것이다(Deleuze, 1981/1995). 이때의 동물은 ‘형태로서의 동물이 아니라 특성으로서의 동물’이며 그 특성은 동물적 형태가 아니라 기(氣)로부터 온 것이다(Jin, 2003). 따라서 동물-되기는 그저 동물을 흉내 내려는 외적 모방이 아니다. 동물-되기를 통해 동물의 특성이 파괴되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며 특성 파괴를 통해 새로운 차원에 도달하는 것이다(Deleuze & Guattari, 1980/2001). 또한 <그림 11>에서는 벌거벗은 채 제한된 내면적 공간 속에서 억압된 동물 같은 기괴한 형상을 그리고 있으며, <Fig. 12>에서의 형상은 동물의 신체와 십자가에 못 박힌 인간이 합해진 이질 조형적 형상인데 베이컨 작품에서 가장 비참하고 충격적인 형상으로 평가되는(Wieland, 2009/2010) 이러한 형상은 인간을 원초적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며 이러한 표현을 통해 삶의 진실한 모습으로 체험된 신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Fig. 10>

Self-portrait, 1969. (Peppiatt, 2008, p. 210)

<Fig. 11>

Study for crouching nude, 1952. (www.studiointernational.com)

<Fig. 12>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crucifixion (3), 1962. (Wieland, 2010, p. 25)

베이컨의 그림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하나가 된 것 같은 형상이 많이 등장한다. 교황은 침팬지의 입을 갖고 있고, 아이는 네발로 기어 다니는 개가되고 투우사와 소는 한 몸이 되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정육점에 걸린 고기가 된다. 이러한 형상들은 특성으로서의 동물이며 동물과 인간을 구분할 수 없는 영역이다. 베이컨이 “고통 받는 인간은 고기이고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동물은 십자가 책형의 그리스도와 같다”(Sylvester, 1982)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이러한 형상은 이성, 합리성 등으로 대변되는 인간에 대한 주체적이고 확정적인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Kim, 2004).

되기는 지속적으로 무언가로의 변화를 욕망하는 기관 없는 신체의 본성을 드러내며(Lee, 2017) 동물-되기의 감각은 본능적 감각으로 모든 이념과 구조 속에 억압되고 속박되어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의 표출이다. 따라서 베이컨 회화에서 표현된 동물-되기는 동물도 인간도 아닌 새로운 것이 창조적으로 생성되는 것을 말하며 –되기는 인간이 자신을 하나의 정체성에 한정시키지 않고 이질적인 대상과의 결합을 통해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들뢰즈는 <감각의 논리>에서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감각의 경험과 감각이 생성되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들뢰즈는 감각 생성의 논리를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을 통해 제시하고 감각의 존재를 추출해서 감각 체험을 가능하게하기 위해서는 재현을 벗어나서 형상을 드러내야 한다는 탈 재현의 논리를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논리를 베이컨 회화에서 발견하며 베이컨 회화를 선험적 감각의 실체로서의 기관 없는 신체를 구현하고 재현적 표현을 벗어나 감각을 형상화한 것으로 본다. 베이컨이 감각을 시각화하는 방법은 히스테리 표현을 통한 감각 체험 표현, 돌발적이고 우연적인 흔적을 통한 추상화와 주체의 해체, 신체 분화와 재구성을 통한 다중 신체 표현, 동물-되기를 통한 이질적 다양체 표현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Fig. 13). 베이컨 회화에서 왜곡 변형된 신체는 재현의 흔적을 지우고 신체를 변형시켜 새로운 형상을 창조하는 것이며 또한 유기체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 기관 없는 신체로서의 새로운 자아를 생성하는 것이다.

<Fig. 13>

Sensationalism and Visualization of sense

들뢰즈가 베이컨 회화를 통해 주장하는 예술이 지향하고자 하는 지점은 사유 이전의 감각적 차원이며 높은 이성에서 내려와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재현을 거부하고 순수한 감각의 주체인 살과 신경 시스템인 기관 없는 신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그리기는 지성이나 언어의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감지되며 이미지의 본질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이성에 의해 감추고 있거나 외면하고 싶었던 실재로서의 신체를 드러낸다. 또한 베이컨이 표현한 왜곡된 형상은 단지 추하거나 폭력적인 감각만을 드러내려는 시도가 아니라 존재론적 위기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며 내면적 갈등을 암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감각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Ⅲ.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나타난 비정형 신체 표현

들뢰즈 감각론의 주요 개념인 기관 없는 신체와 탈재현적 형상을 기본 개념으로 하고 감각론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들뢰즈가 분석한 베이컨 회화의 표현 특성을 준거로 하여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표현된 비정형 신체 특성을 분석하였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비정형 신체 표현은 감각의 시각화 유형을 준거로 감각 이미지, 신체 추상화, 신체 분화, 동물-되기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Fig. 13>에 제시한 감각의 시각화에서 감각 체험을 드러내는 히스테리는 감각 이미지 표현으로, 돌발흔적은 추상적 흔적과 추상화를 통해 주체를 모호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므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신체 추상화로 제시하였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표현된 신체 특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으나 신체에 대한 사회적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한 연구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Kwon(2004)은 후기 구조주의적 개념과 관련된 표현 특성을 혼성적 결합, 비실체의 형상화, 감각의 다양한 층위, 생략과 움직임을 표현한 유기적 생성의 공간으로 제시하였고 Kim(2007)은 후기 구조주의적 신체 담론과 관련한 신체 표현 특성을 추하고 비천한 신체를 포함한 그로테스크 신체, 파편화된 신체, 유사인간형의 표현, 포스트젠더 신체로 분류하였다. 또한 Park(2009)은 포스트모던 시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나타난 신체 표현 특성을 사실적으로 재현된 몸, 왜곡 변형된 몸, 비천한 몸, 파편화된 몸, 포스트젠더의 몸, 몸의 부재로 제시하였으며 Lee(2011)는 기관 없는 신체론에 기반 한 신체표현 특성을 신체의 파편화, 신체의 혼성, 신체의 추상화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들과 본 연구 결과를 비교하면 본 연구의 감각 이미지는 Kwon(2004)의 연구에서 감각 영역에서의 힘의 리듬감으로 제시한 감각의 다양한 층위, Kim(2007)의 연구에서 인체에 대한 가학적 표현으로 불안과 공포감을 주는 그로테스크 신체 표현과 관련되어 있으며 신체 추상화는 Park(2009)의 연구에서 가상적 이미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왜곡 변형된 몸, Lee(2011)의 연구에서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신체로서의 신체 추상화와 관련이 있다. 또한 신체 분화는 Kwon(2004)의 연구의 비가시적이고 비실체적인 순간 포착을 통한 운동감의 표현이나 Kim(2007)의 연구와 Park(2009) 연구에서 디지털 기술로 분리 해체되고 새롭게 조합하는 파편화된 신체 이미지와 Lee(2011)연구의 부분적 생략과 새로운 조합에 의해 재구성되는 신체 파편화와 관련되며, 동물-되기는 Kwon(2004), Lee(2011) 연구에서는 이질적 결합을 통한 혼성적 종합으로 Kim(2007), Park(2009) 연구에서는 젠더나 인간-동물 이분법을 초월하는 다중 정체성 개념의 포스트 젠더 신체로 제시되어 있다. 각 연구에서 제시한 신체 특성을 참고로 하여 자료를 선정하고 분석하였다. 선정된 작품은 전체 180점으로 신체 추상화 73점, 감각 이미지 41점, 신체분화 26점, 동물-되기 40점이었다.

1. 감각 이미지

감각 이미지는 감각을 체험할 때의 내면적 감정을 드러내는 형상을 의미하며 감각 체험이란 오감으로부터 시작되는 감정이나 느낌, 정서 등을 감각 활동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Lee, 2017). 들뢰즈는 예술은 감각의 집합체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Deleuze, 1981/1995) 베이컨 회화에서 비정형적 신체 표현은 왜곡된 형상을 통해 감각을 체험하는 신체를 표현한 것이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감각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선의 시각적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Fig. 14>에서는 힘이 느껴지듯 빠르고 거칠게 휩쓸고 지나간 선의 흔적이 얼굴 전체를 덮고 있다. 그림에서 복잡한 내면적 감정을 표현한 것 같은 무질서하고 우연적인 선들은 신경을 자극하고 시각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Fig. 15>의 절규하는 표정과 입의 모습은 베이컨 회화의 히스테리 표현처럼 시각적 폭력을 넘어 ‘감각의 폭력’을 드러내는데(Davies & Yard, 1986) 절규하는 얼굴 위를 통과하는 섬광은 인체에 가해진 강렬한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내면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Fig. 16>에서 얼굴 전체로 흐르는 선들은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면서 내면에 감춰진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Fig. 17>에서는 상처로 인한 피를 상징하는 것 같은 유동적 선의 흐름을 그리고 있으며 얼굴의 표정과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비정형적 선들은 상처를 통한 고통의 감각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내면적이고 우발적인 감정의 표현은 신체를 욕구 해소와 욕망 표현의 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신체적 일탈을 통해 감각을 체험하는 진실한 형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Fig. 14>

Sandrine Pagnoux, (Wiedemann, 2013, p. 269)

<Fig. 15>

Alexis Marcou, (Schonlaul, 2012, p. 51)

<Fig. 16>

Frdrik Tjernstom, (Schonlaul, 2012, p. 209)

<Fig. 17>

Sean Freeman, (Wiedemann, 2012, p. 114)

감각 이미지 표현에서 선의 효과는 신경을 자극하는 진동이며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이러한 진동은 뇌를 통과하지 않고 나오는 생명의 반사행동으로 진동에 의해 이성으로 이해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사라지고 몸으로 반응하는 느낌만을 전달한다. 이러한 신체 표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즉 ‘감각의 층위’(Deleuze, 1981/1995)들을 다양하게 표출하는 것이며 베이컨 회화의 히스테리 표현처럼 신경 체계적 감각을 자극하는 감정적 표현으로 온 몸이 진동하는 감각체험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감각 표현을 위해 변형된 신체는 기관으로 분화되지 않은 신체 그 자체로 이성적인 인간 이전의 선험적 감각의 영역으로 내려가 인간의 비천함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충격적 형상은 괴기한 형태로 공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드러내는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신체이며 감각을 느끼는 주체로서 ‘체험된 신체’이다.

2. 신체 추상화

외형에 대한 재현이나 묘사에서 벗어나 변형을 통해 형상을 끌어내는 방법을 들뢰즈는 추상이라고 하였다(Deleuze, 1981/1995). 들뢰즈가 의미하는 추상은 추상회화처럼 어떤 공통된 형식이나 구조를 추출하는 방법으로의 추상이 아니라 형식을 변형하거나 형식 자체로부터 벗어나는 탈정형화의 추상이다(Lee, 2002).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신체 추상화는 인체 이미지에 추상적 흔적들을 결합하여 신체 형태와 구조를 불명확하게 표현하거나 탈구조적 신체로 표현하는 것이다(Lee, 2011). 신체 추상화를 도모하는 추상적 흔적은 베이컨 회화에서의 돌발적 표시나 흔적과 유사하게 이미지를 모호한 형과 색으로 덮거나 지우는 방법이나 우연적 형상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1) 이미지 지우기

이미지 지우기는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표현 주체인 신체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덮어서 변형시키거나 이미지의 경계를 불명확하게 하거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없애는 방법으로 재현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지를 불확실하게 표현하여 인체로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구상성을 벗어나 추상화하는 작업이다. <Fig. 18>에서 얼굴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는 형태와 근원이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는 얼굴의 형태와 무관한 기이한 형상으로 인체라는 주체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으며 인체이미지를 은폐하여 불확실성과 시각적 모호함을 부여하고 있다. <Fig. 19>에서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물체들이 얼굴 형상을 둘러싸고 있어 이미지의 경계를 흐리고 이미지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 얼굴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는 화려한 색의 다양한 형상들의 무질서한 배치는 패션 이미지뿐 아니라 패션 메시지의 의미까지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Fig. 20>은 얼굴 내부의 형상이나 외부와의 경계를 불규칙하고 무질서한 비선형적 선과 형으로 불명확하게 만들고 있으며 <Fig. 21>은 컴퓨터 그래픽의 블러링 기법으로 인체이미지를 불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블러링(blurring)은 비디오 영상에서 세밀한 부분을 제거하여 흐릿한 영상을 만들거나 카메라의 초점을 흐리게 하여 배경을 약화시키는 기법이다. 디지털기법으로 창조된 이러한 신체는 자유로운 변형과 변조가 가능한 가상신체로서 비물질적인 유동적 신체이다. 또한 <Fig. 22>에서 사진이미지의 사실적 인체 얼굴은 눈의 형태를 지워버려 사진의 재현성을 파괴하고 기괴함을 유발하고 있다. 비구조적 신체는 구체적인 이미지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주체를 해체하는데 이러한 파괴적인 흔적은 구상을 지우고 그림을 혼란에 빠뜨리며 시각적 촉각적 자극으로 작용하게 된다.

<Fig. 18>

Nick Ainley, (Wiedemann, 2012, p. 23)

<Fig. 19>

Julie Verhoeven, (Glenville, 2013, p. 177)

<Fig. 20>

Forever Young (Wiedemann, 2008, p. 109)

<Fig. 21>

Kareem Iliya, (Morris, 2007, p. 1)

<Fig. 22>

Valentin Fischer, (Krull, 2010, p. 96)

이미지를 제거하는 것은 형태의 왜곡을 통해 자연적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창조적 생성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얼굴의 구체적 이미지를 제거함으로써 새로운 다양한 가능성으로 새로운 주체화를 모색하는 것이며 이것은 유기적 인체 이전의 원초적 신체로서의 기관 없는 신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명확하고 불완전한 형상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이 전달하고자 하는 패션메시지에 대한 확정적 의미 해석을 불가능하게 하고 보는 사람들의 주관적 해석을 유도하여 새로운 의미생성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또한 이러한 형태의 변형은 촉각적 자극이 아닌 ‘눈의 만지는 기능’(Jin, 2003)을 통해 신경시스템을 자극하며 베이컨 회화에서의 돌발 흔적처럼 파괴와 해체를 통해 새로운 형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2) 돌발 이미지

돌발이미지는 인체의 정형적 형태나 전체 이미지와 상관없이 등장한 예측 불허의 이미지로 시각적 자극과 긴장감을 부여하며 사실적 이미지의 재현성을 파괴한다. <Fig. 23>은 측면에서의 귀의 형상을 비정상적으로 정면 얼굴 가운데에 배치하여 측면 얼굴과 정면 얼굴의 이중적 이미지를 표현한다. 재현적 기법으로 표현된 그림에서 돌발적으로 등장한 빨간 색의 모호한 형상은 사실적 인체를 비실제적으로 변형시켜 구상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이중적 이미지의 기괴함을 강조하면서 형태의 모호성을 가중시킨다. <Fig. 24>에서의 여전사 얼굴 위쪽에 갑자기 등장한 입술의 형상도 그 부분에 시선을 집중시켜 강인한 여성의 패션 이미지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Fig. 25>에서 이마 부분을 가리고 있는 모호한 얼굴 형상 위로 돌발적으로 등장한 문자 이미지와 <그림 26>의 얼굴 가운데를 통과하는 날카로운 삼각형은 이미지를 가상화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스토리를 형성하게 만들어 새롭고 다양한 의미생성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Fig. 23>

Jules Julien (Krull, 2010, p. 115)

<Fig. 24>

Zaxi iv (Pict, 2007, p. 106)

<Fig. 25>

Sarah Egbert Eiersholt (Wiedemann, 2015, p. 132)

<Fig. 26>

Quentin Jones (Klanten & O’Reilly, 2015, p. 3)

돌발적 형상은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허구적 실재이나 기호로서의 신체 이미지의 의미 발생 기능을 해체하는 감각적 시각요소로서 작용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우연적 요소를 가미하여 형태를 왜곡하는 돌발적 이미지는 기표화와 주체화를 파괴하는 베이컨 회화의 돌발흔적과 같은 효과를 표출하며 우리의 보편적 생각에 부합되지 않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형상은 이성적 인식에서 벗어난 기이함으로 형태 자체의 의미를 전달하는 이상의 강력한 힘으로 감각을 자극한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신체 추상화는 재현적 형태를 덮거나 파괴하여 주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며 불확정적 의미를 전달한다. 주체로서의 인체를 가시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며 얼굴의 특성을 제거하고 또 다른 주체로서의 감각을 덧입힌다. 추상흔적으로 재탄생된 신체는 비물질적이고 유동적인 신체로 끝없이 변조 변성 변형되는 추상기계로서의 기관 없는 신체이며 유기체로서의 얼굴을 새로운 창조적 생성의 가능성을 갖는 원초적 감각의 기관 없는 신체로 드러내는 것이다.

3. 신체 분화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해체되고 부분으로 분화된 신체는 재현적 형태에서 벗어나 비현실적으로 왜곡된 형상으로 재배치되어 표현되고 있다. <Fig. 27>에서는 정면과 측면의 얼굴이 겹쳐지고 팔과 다리의 형태들이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있어시점의 변화를 통한 동적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Fig. 28>에서의 얼굴은 단편으로 분화되어 조각난 부분들이 일그러지고 비틀어진 형태로 겹쳐지게 조합되어 있는데 특히 중첩된 눈의 형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표정의 변화와 감정의 동요를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그림에서 분절되고 재구성된 신체는 시간과 감정의 흐름에 대한 감각적 체험을 형상화한 것이다.

<Fig. 27>

Alana Dee, (Klanten O’Reilly, 2015, p. 108)

<Fig. 28>

Takahiro Kimura (Schonlaul 2012, p. 286)

또한 <Fig. 29>에서는 부분으로 분리된 신체를 겹쳐서 남녀 혼성체로 표현하고 있으며 <Fig. 30>에서는 하나의 인체에 또 다른 얼굴과 신체가 합체된 형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Fig. 31>에서 분절된 신체 부분들은 조합되지 않고 분절된 형태 그대로 크기를 달리하여 보여주고 있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개념을 파괴하고 있다. 신체 분화는 베이컨이 일관성 있게 추구해 온 다중정체성의 표현이다(Choi & Choi, 20113). 이러한 다중 신체는 확장된 신체 개념을 표출하는 것이며 이성적으로 지각된 인체 구조와는 다른 차원으로 덧붙여지거나 중복된 형상은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신체로 재창조된 것이다.

<Fig. 29>

Geraldine Georges (Schonlaul 2012, p. 214)

<Fig. 30>

Damien Blottier (Klanten & O’Reilly, 2015, p. 293)

<Fig. 31>

Suki Kim (Hoenderken, 2013, p. 240)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신체 분화는 베이컨 회화에서와 같이 동적 긴장감을 표현하는 효과와 더불어 다중 정체성 나아가 정체성 해체의 개념을 표출하고 있다. 분화되어 재배치되거나 창조된 신체 이미지는 재현적 신체를 기반으로 했던 패션 이미지 표현과 달리 신체를 부분의 조합으로 인식하고 신체의 분자화 특성을 표현한 것이다(Lee, 2011). 인체를 부분으로 분절하고 탈 접합된 상태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된(Lee, 2002b) 이러한 신체는 추상기계로서의 변용신체를 보여주는 것이며 비실제적으로 중첩된 신체 부분이나 신체 파편들은 무질서하고 우연하게 결합된 형상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동적인 생성의 과정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며 변형된 형상은 기관 없는 신체로 돌아가 새롭게 생성되어 새로운 주체로 변화되고 싶은 인간내면의 자유로운 욕망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신체분화는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을 해체하고 파괴시킴으로 내재된 존재가치를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체의 실체를 보여줌으로써 신체에 대한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존재로서의 인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신체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4. 동물-되기

동물-되기 형상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파괴된 이종적 신체 형상이며 이종적 신체는 이질적 조형 개념에 의한 혼성 신체이다. 이질 조형의 개념은 리좀 및 기계라는 Deleuze and Guattari(1980/2001)의 개념과 일치하는데 이러한 이질적 결합은 우리의 인식의 범위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전적으로 다른 것과의 결합을 의미하며 한쪽에 흡수되는 것이 아닌 같은 위치에서 합해져 또 다른 것이 되는 것이다(Kim, 2005).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표현된 동물-되기 형상은 동물의 특징적 형태를 부분적으로 드러내거나 동물과의 결합에 의한 변이체로 표현되거나 특성으로서의 동물의 형상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Fig. 32>의 한쪽으로 길게 늘어난 얼굴은 동물의 형상이다. 이것은 얼굴의 균형과 비례를 왜곡 변형하여 동물의 특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동물의 감각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Fig. 33>은 눈 주위의 반점과 코의 형태로 인해 동물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얼굴로 동물을 상징하는 특징을 부분적으로 대입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존재하는 모호한 정체성 뿐 아니라 화려한 여성의 액세서리와의 대비를 통해 모호한 패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Fig. 34>는 곤충 형상과의 중첩을 통해 지속적 변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암시하고 있으며 <Fig. 35>의 한쪽으로 웅크리고 있는 기괴한 형상은 새의 날개와 볏, 발톱을 갖고 있는 변종 생물체의 형상이다. 비이성적이고 비실제적인 이러한 돌연변이 생명체는 비이성적 형상으로 시각적 충격을 주며 인간의 원초적 동물성의 표출로 인간의 비천함을 표현하고 있다.

<Fig. 32>

Lola Dupre (Klanten & O’Reilly 2015, p. 301)

<Fig. 33>

Kouichi Hirayama (Pict, 2007, p. 225)

<Fig. 34>

Takeshi Yonemochi (Delicatessen, 2007, p. 60)

<Fig. 35>

Joanna Pertl (Hoenderken, 2013, p. 43)

동물-되기는 동물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형상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변용시키는 것이다(Lee, 2002c). 동물-되기에 의한 형상은 동물적 본능을 드러내는 원초적이고 선험적인 감각의 존재로서 ‘유기화 된 인간으로부터 벗어난 기관 없는 신체’(Deleuze, 1981/1995)이며 인간이 자신을 하나의 성이나 정체성에 한정시키지 않고 존재의 상투성이 굳어지기 전의 원초적 상태로 돌아가 창조적인 변신을 이룰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Lee, 2017). 또한 이러한 신체는 특정한 성이나 인간 존재에 대한 상징적 기호로 작용하지 못하며 신체라는 형상 자체로부터 외부로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기 때문에 무한하게 변형 가능한 추상기계로서의 유동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베이컨 회화에서처럼 인간과 동물 모두의 특성이 파괴된 형상을 통해 새로운 차원에 도달하는 것이며 새로운 생성으로 나아가는 것이다(Deleuze &Guattari, 1980/2001). 더불어 이러한 이종적 신체의 이질성과 괴기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형의 이미지와는 다르며 낮고 저급하게 인식되던 존재와의 결합에 의해 생성되는 다중적 형상으로 인간의 이성적 인식의 범위를 벗어난 감각의 주체로서 체험된 신체이다.

베이컨 회화에서 동물-되기 형상은 동물의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가해진 힘에 의해 변형된 형상을 표현하는데 집중되어 왜곡되고 처참한 형상으로 보여 지고 있으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이질적 혼성체를 통해 보편적 미적개념을 벗어난 창조적 변신을 보여주며 기이함으로 인한 시각적 충격 효과와 패션 메시지 강화를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비정형 신체를 들뢰즈의 감각론을 기반으로 감각 이미지 표현, 신체 추상화, 신체 분화, 동물-되기로 분류하여 분석한 결과를 정리하여 <Table 1>에 제시하였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감각 이미지를 표현하는 신체는 원초적이고 선험적인 감각을 표현하며 체험된 감각과 내적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변형된 신체이다. 추상화된 신체는 추상적 흔적에 의해 비물질적으로 변형된 유연한 신체이며 우연적으로 창조된 형상은 모호하고 불완전한 이미지로 재현 이미지의 파괴를 통해 감각적 형상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부분으로 분화되어 재구성된 신체는 분절과 재결합의 특성을 갖는 추상기계로서의 신체로 이러한 신체는 비실제적인 형상을 통해 내적 존재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며 형태나 형상이 완전하게 결정되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다른 것과 결합하여 새롭게 생성될 수 있는 유연하고 가변적인 신체이다. 동물-되기를 표현하는 신체 이미지는 이질적 결합에 의한 이종적 신체로서 무한하게 변형 가능한 추상기계로서의 신체를 보여주며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감각을 드러내는 신체로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감각적 주체로서의 감각체험을 표출한다.

Formless Body image in Fashion illustrations

이러한 표현은 비정형적 형상을 통해 이성적으로 인식되고 고정되기 이전의 원초적이고 선험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며 재현의 논리를 벗어나 감각을 체험하는 신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신체는 창조적 생성의 가능성을 지닌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신체로서 디지털 시대의 신체 개념을 표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베이컨 회화의 왜곡 변형된 신체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비정형 신체 표현은 모두 기관 없는 신체의 존재론적 의미와 새로운 미적 형상을 창조하는 생성론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이컨 작품의 일그러진 형상은 전통적인 회화 기법으로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형상으로 표현되었으며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표현된 작품들은 핸드 드로잉 기법과 디지털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트래디지털(tradigital) 기법(Schonlaul, 2012)을 활용한 작품이 많았다. 또한 베이컨은 존재론적 위기에 의한 불안감과 내적 갈등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형상으로 감각을 시각화하고 있는데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파괴적인 형상보다 기괴함을 통해 독특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보다 더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미지 표현을 위해 다양한 디지털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재현적 표현을 벗어나서 비실제적, 가상적 이미지 표현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단순한 도구의 개념의 개념이 아닌 디지털적 상상력으로 다양한 개념을 창조하고 실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Ⅳ. 결론

디지털 시대의 비물질적이고 유동적인 신체 개념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이미지 표현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 왔으며 이전의 재현적 신체 특성에 기반을 둔 신체 변형에서 벗어나 이질적이고 충격적인 형상이나 모호한 신체 표현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표현기법과 영역을 확장시켜 새로운 차원의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 높아진 감각의 위상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표현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재현주의를 거부하고 감각론에 기반 한 예술론을 전개한 들뢰즈는 기관 없는 신체 개념과 감각의 형상화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사회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신체 개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개념을 베이컨 회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현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표현된 비정형 신체의 특성을 들뢰즈의 감각론에 기반하여 분석하는 것으로 실증적 분석은 베이컨 회화의 표현 특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베이컨 회화에서 감각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주요 특성인 히스테리 표현, 돌발흔적, 분화하기, 동물-되기의 표현들은 기관 없는 신체의 개념을 드러내며 재현적 표현에서 벗어난 실재적 형상을 통해 원초적 신체와 감각을 체험하는 신체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베이컨 회화의 감각 시각화를 준거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비정형 신체 표현을 감각 이미지 표현, 신체 추상화, 신체 분화, 동물-되기 등으로 분류하여 제시하였다. 이러한 신체이미지는 창조적 생성의 개념으로서의 기관 없는 신체를 구현하고 왜곡되고 변형된 신체 표현을 통해 시각적 재현에서 벗어나 감각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전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인체표현이 그 시대의 이상적으로 재현되어야 할 미적 대상의 적극적 표현이었다면 디지털 시대 새로운 신체 개념을 추구하는 신체는 비정형적이고 비실제적으로 변형, 왜곡되고 분화되어 있다. 더불어 이전의 신체 표현이 명확한 의미 전달을 추구했다면 현재의 신체는 불확정성과 모호성을 드러내고 다양하고 확대된 의미 해석을 추구하는 후기 구조주의적 신체개념을 표출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통해 감각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질 들뢰즈의 감각론은 현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독창적 신체 표현에서도 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현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이 단순히 패션 메시지 전달에만 제한되어 있지 않으며 시대의 미적가치를 직접적이며 강력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현대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인식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단지 패션 메시지만을 위한 그림이 아닌 사회적 개념을 전달하려는 작가로서의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표현된 비정형 신체의 특성과 의미를 들뢰즈의 감각론에 한정하여 분석한 것으로 다소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주장하는 오류의 수반 가능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는 현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신체 표현 특성을 사회적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신체이미지의 의미 해석에 대한 논의의 장을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상명대학교 교내 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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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Study after Vela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953. (Ruhrberg, et al., 2000, p. 331)

<Fig. 2>

<Fig. 2>
Three studies for self-portrait, 1976. (st20069521.wordpress.com)

<Fig. 3>

<Fig. 3>
Three studies for portrait of Lucien Freud, 1969. (Wieland, 2010, pp. 74-75)

<Fig. 4>

<Fig. 4>
Study for three heads, 1962. (blog.francis-bacon.com)

<Fig. 5>

<Fig. 5>
Three studies for a self-portrait, 1981. (blog.artsper.com)

<Fig. 6>

<Fig. 6>
Study for head of Lucian Freud, 1967. (onartetc.wordpress.com)

<Fig. 7>

<Fig. 7>
Portrait of George Dyer riding a bicycle, 1966. (Wieland, 2010, p. 90)

<Fig. 8>

<Fig. 8>
Self portrait, 1971. (art-emotions.blogspot.kr)

<Fig. 9>

<Fig. 9>
Study from the human body and portrait, 1988 (www.nybooks.com)

<Fig. 10>

<Fig. 10>
Self-portrait, 1969. (Peppiatt, 2008, p. 210)

<Fig. 11>

<Fig. 11>
Study for crouching nude, 1952. (www.studiointernational.com)

<Fig. 12>

<Fig. 12>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crucifixion (3), 1962. (Wieland, 2010, p. 25)

<Fig. 13>

<Fig. 13>
Sensationalism and Visualization of sense

<Fig. 14>

<Fig. 14>
Sandrine Pagnoux, (Wiedemann, 2013, p. 269)

<Fig. 15>

<Fig. 15>
Alexis Marcou, (Schonlaul, 2012, p. 51)

<Fig. 16>

<Fig. 16>
Frdrik Tjernstom, (Schonlaul, 2012, p. 209)

<Fig. 17>

<Fig. 17>
Sean Freeman, (Wiedemann, 2012, p. 114)

<Fig. 18>

<Fig. 18>
Nick Ainley, (Wiedemann, 2012, p. 23)

<Fig. 19>

<Fig. 19>
Julie Verhoeven, (Glenville, 2013, p. 177)

<Fig. 20>

<Fig. 20>
Forever Young (Wiedemann, 2008, p. 109)

<Fig. 21>

<Fig. 21>
Kareem Iliya, (Morris, 2007, p. 1)

<Fig. 22>

<Fig. 22>
Valentin Fischer, (Krull, 2010, p. 96)

<Fig. 23>

<Fig. 23>
Jules Julien (Krull, 2010, p. 115)

<Fig. 24>

<Fig. 24>
Zaxi iv (Pict, 2007, p. 106)

<Fig. 25>

<Fig. 25>
Sarah Egbert Eiersholt (Wiedemann, 2015, p. 132)

<Fig. 26>

<Fig. 26>
Quentin Jones (Klanten & O’Reilly, 2015, p. 3)

<Fig. 27>

<Fig. 27>
Alana Dee, (Klanten O’Reilly, 2015, p. 108)

<Fig. 28>

<Fig. 28>
Takahiro Kimura (Schonlaul 2012, p. 286)

<Fig. 29>

<Fig. 29>
Geraldine Georges (Schonlaul 2012, p. 214)

<Fig. 30>

<Fig. 30>
Damien Blottier (Klanten & O’Reilly, 2015, p. 293)

<Fig. 31>

<Fig. 31>
Suki Kim (Hoenderken, 2013, p. 240)

<Fig. 32>

<Fig. 32>
Lola Dupre (Klanten & O’Reilly 2015, p. 301)

<Fig. 33>

<Fig. 33>
Kouichi Hirayama (Pict, 2007, p. 225)

<Fig. 34>

<Fig. 34>
Takeshi Yonemochi (Delicatessen, 2007, p. 60)

<Fig. 35>

<Fig. 35>
Joanna Pertl (Hoenderken, 2013, p. 43)

<Table 1>

Formless Body image in Fashion illustr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