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8, No. 8, pp.17-31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18
Received 07 Jun 2018 Revised 03 Oct 2018 Accepted 17 Dec 2018
DOI: https://doi.org/10.7233/jksc.2018.68.8.017

우리나라 여성 운동복, 블루머

김정민 ; 송수진 ; 홍나영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산업학과 박사수료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산업학과 박사수료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산업학과 교수
Bloomers, The Women's Active Sportswear in Korea
Kim, Jeong-Min ; Song, Su-Jin ; Hong, Na-Young
Ph.D Candidate, Dept. of Fashion Industry, Ewha Womans University
Ph.D Candidate, Dept. of Fashion Industry, Ewha Womans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Fashion Industry, Ewha Womans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Hong Na-Young, e-mail: nyhong@ewha.ac.kr

Abstract

Bloomers are loose trousers gathered at the knee, formerly worn by women as part of a gymnasium, riding, or other sports outfit. Among the types of women’s active sportswear introduced in modern Korea, bloomers were the most widely worn. The scope of academic research on bloomers has been very limited despite their popularity. This paper contributed to the existing research by examining the literature, photographs, artifacts, and oral statements of bloomers. First, the study focused on the origin of bloomers in Korea by delving into its history in the West, and its introduction in Korea and Japan. Second, the shape, material, color, and the wearing of these active sportswear bloomers in Korea were examined. When the bloomers were first designed in the West, it did not gain wide acceptance because of the conservative atmosphere of the times, but it eventually found its place as gym suits in girls’ schools. Later on, the Japanese began to wear these active sportswear bloomers, which was then introduced in Korea. Although the Japanese possibly brought bloomers to Korea during the colonial period, the Western missionary teachers likely introduced them as gym clothes for girls. The gathers on the waistline and the hem of the bloomers were created using fabric or elastic bands. The bloomers were made with wool or cotton, and it was mostly dark colors. Various blouse types, such as the middy blouse, were worn with the bloomer, and it became suitable for diverse types of sports, as its length became gradually shorter. These bloomers were first worn in the school as active sportswear, and then for out-of-school activities from the 1930s, bringing convenience to Korean women in their diverse activities.

Keywords:

active sportswear, bloomers, gym suit, modern girl, modern times

키워드:

액티브 스포츠웨어, 블루머, 운동복, 근대 여성, 근대

Ⅰ. 서론

우리나라 여성 스포츠는 1892년 이화학당에서 체조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한 것을 시작으로 근대 여성 교육기관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유교 사회에서 신체 움직임이 수반되는 여성 스포츠는 질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근대화의 기치 아래 여성 교육과 체육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여성 스포츠 종목들이 꾸준히 보급, 확대되었다(Son & Hwang, 2001). 이에 필연적으로 근대 여성의 운동복도 발달했는데, 허리와 바짓부리에 주름을 잡은 통 넓은 반바지인 블루머(bloomers)가 대표적인 여성 운동복이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블루머는 근대 이후 거의 모든 여학교의 운동복으로 착용되었다. 또한, 여성의 속바지와 어린이의 통학복으로도 널리 활용되었는데, 블루머의 이러한 대중성에 비해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복식사 분야에서는 블루머의 탄생과 전개 과정에 대해 역사적으로 고찰한 Cho(1984), Park(1987), Lee(2002)의 연구와 근대 여성복의 일부로 다룬 You(1989)의 연구, 서양에서 여성복에 등장한 바지의 일부로 블루머를 살펴본 Moon(1981), Kim(2004), Lee(2007)의 연구가 있다. Kang & Lee(1999)는 여성스포츠웨어에 내포된 성(性)적 이미지를 분석하면서 블루머를 언급하였고, Sin(1997)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현대 복식을 분석하면서 블루머를 살펴보았다. 체육사 분야에서는 블루머를 근대 스포츠 도입의 한 부분으로 언급한 Lee(2011)Choi(2014)의 연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운동복으로 활용된 블루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블루머의 탄생과 블루머가 여성 운동복으로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경로, 형태적 특징, 소재 및 색상, 함께 착용된 복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였다. 연구의 대상은 우리나라 여학교에서 운동복으로 착용된 블루머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1970년대까지의 블루머이다. 따라서 여성 속바지용 및 어린이용 블루머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여성 운동복으로 사용된 블루머를 고찰하기 위해 근대기에 개교한 이화, 숙명, 경기, 배화 등 유서 깊은 여학교의 편년사와 『동아일보』, 『신여성』, 『여성』 등 신문 및 잡지, 체육사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운동복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과 사진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또 문헌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 즉 블루머의 구성 및 착장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보고자 유물조사와 구술연구를 진행하였다. 구술연구의 대상1)은 주로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50대에서 80대 사이의 여성이며, 복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본인이 착용했던 블루머에 대한 기억이 있는 전ㆍ현직 의류학과 교수, 박물관 학예사, 연구원 등 총 7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구술연구는 2017년 4월 21일에서 25일 사이에 개별 또는 그룹 면담으로 진행하였으며, 면담으로 부족한 부분은 유선 또는 온라인으로 구술 대상자와 자료를 공유하였다. 질문은 구술 대상자가 국민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에서 운동할 때 착용했던 블루머와 그 외의 운동복에 관한 것이며 형태, 색상, 소재, 제작방법과 구입처 등에 대해 구술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가 시대극 또는 스포츠 관련 드라마와 영화 의상을 제작하는 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블루머 유물의 연대 감정을 위한 바탕이 되길 기대한다.


Ⅱ. 블루머의 탄생과 우리나라 도입

1. 블루머의 탄생과 발달

블루머(bloomers)는 여성이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 입었던 무릎 부분을 조이게 만든 헐렁한 바지로, 미국의 여권운동가 아멜리아 블루머(Amelia Jenks Bloomer, 1818-1894)의 이름을 딴 것이다. 19세기 중반 여권 운동가들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빅토리아풍의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개선하는 데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그중 엘리자베스 밀러(Elizabeth Smith Miller, 1822-1911)는 당시 유행하던 상의에 무릎길이 정도로 짧은 스커트와 페티코트 대신 발목까지 오는 터키풍의 바지를 제안하였다(Cunningham, 1993). 아멜리아 블루머는 1851년 잡지 『릴리(Lily)』에 이것을 소개하였고, 이 옷은 ‘Freedom Dress’, ‘American costume’ 등으로 불리다 ‘Bloomers’로 정착되었다(Warner, 2006). <Fig. 1>은 블루머를 입은 아멜리아 블루머의 초상이다.

<Fig. 1>

Amelia Bloomer dressed in her “Freedom Dress”, 1851 (Warner, 2006, p. 106)

소개 당시 블루머는 국내외 언론은 물론 종교계의 조롱 섞인 비판을 면치 못했고, 여성의 바지 차림에 대한 남성은 물론 보수적인 여성들의 반대로 인해 ‘일상복’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였다(Warner, 2006). 그러나 발목을 드러낸 스커트에 터키풍의 바지 차림은 1830년대에 이미 여성의 ‘미용체조복’으로 제안되었고(Cunningham & Lab, 1993), 1860년대 체육 전문 교육 기관들이 설립되면서 블루머는 여성의 ‘운동복’으로 착용되기 시작하였다. 미국 최초의 여자대학인 마운트 홀리요크 컬리지(Mount Holyoke College)는 입학생의 필수품으로 블루머를 도입하였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블루머는 패셔너블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운동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Warner, 2013). <Fig. 2>는 1865년 마운트 홀리요크 컬리지의 체조팀 사진으로 스커트 아래 헐렁한 바지를 착용하고 있는데, 스타일이 다양한 것은 각자 가정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Cunningham & Lab, 1993).

<Fig. 2>

Gymnasium dresses of Mount Holyoke Gymnastic Team, 1865 (Cunningham, 1993, p. 151)

초기 여성의 체육 활동은 체조로 한정되어 운동복 역시 개인의 신체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1892년 스미스 컬리지(Smith College)에서 여성 농구가 개발되고 여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운동복으로 착용하던 블루머에도 변화가 생겼다(Cunningham & Lab, 1993). <Fig. 3>의 여성 농구 창시자 센다 베른슨(Senda Berenson, 1868-1954)은 블루머 위에 덧입던 스커트를 과감히 없애 적극적인 움직임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로써 운동복은 헐렁한 블라우스에 통을 넓게 해서 스커트처럼 보이게 만든 무릎길이의 블루머로 간소화되었고, 운동 중에 상의가 들려 허리가 노출되지 않도록 블루머 허리에 블라우스를 단추로 고정하였다(Cunningham & Lab, 1993). 운동복의 상의와 하의를 모두 검은색 울 서지(serge)2)(Serge, n.d.)로 만들고, 검은 스타킹이 착용되었다.

<Fig. 3>

Senda Berenson dressed in Bloomers, 1895 (Ralph, 2007, p. 74)

처음에는 한 팀 안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운동복이 착용되었으나, 1890년대 중반이 되면 <Fig. 4>와 같이 팀별로 통일된 디자인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20세기 초가 되면 유니폼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Cunningham & Lab, 1993). 이 시기 스포티한 여성들이 세일러 스타일을 선호하여, 운동복의 상의로 세일러 칼라와 타이가 인기를 얻었으며, 이 조합은 여러 운동 경기에 착용되었다. 몇 년 후에는 블루머에 터틀넥 스웨터나 스포츠 카디건을 입는 변형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남자들이 입던 스타일이었다(Warner, 2013).

<Fig. 4>

Gym suit of Smith College Basketball Team, 1895 (Cunningham, 1993, p. 156)

그러나 과감히 스커트를 생략한 블루머가 개방된 장소에서 착용되기까지는 다시 시간이 필요했다. 야외 활동에서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외진 곳에서만 입을 수 있었을 뿐, 공개된 장소에서 치러진 야외경기에서는 다리를 감추기 위해 블루머 위에 치마를 덧입어야 했다. 아무리 치마처럼 보인다 해도 여성의 바지 차림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Cunningham & Lab, 1993).

경기력 향상을 위해 운동복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새로운 스타일의 운동복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미시건 대학에서는 하의는 전형적인 서지 블루머에 상의로는 신축성이 있는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어깨끈이 달린 튜브톱 모양의 상의를 덧입는 새로운 스타일을 고안하여 팔을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밖에도 영국식 슬립에서 따온 무릎길이의 소매가 없는 스퀘어넥(square neck) 튜닉에 앞뒤로 주름을 잡아 요크로 고정하고 밑에는 미국식 블루머를 붙여 만든 운동복도 고안되었다(Cunningham & Lab, 1993).

이러한 다양한 스타일의 운동복은 미디블라우스의 등장으로 정리되었다. 검은색 블루머와 함께 착용하였던 검은색 상의는 1907년 즈음 그 소재가 서지에서 <Fig. 5>와 같이 튼튼한 흰색 면으로 바뀌었다. 미디블라우스라 불린 이 상의는 물빨래가 가능한 최초의 운동복으로 밝은 이미지와 함께 세탁이 가능한 장점으로 지금껏 나온 운동복을 대체하며 사랑받았다. 미디블라우스와 블루머의 조합은 1930년대까지 유지되었고, 이것은 여자대학생의 상징이 되어 모든 여학생의 운동복이 되었다(Warner, 2013).

<Fig. 5>

American High School Girls' Basketball Team dressed in Middies and Bloomers, 1919 (Warner, 2013, p. 48)

2. 근대기 우리나라에 도입된 블루머

우리나라 근대 여성 스포츠는 교육기관 즉, 학교 체육으로 시작되었다. 이화학당에서는 1892년부터 체조를 정식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당시 유교적 사회질서 속에서 여성의 체조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Son & Hwang, 2001). 하지만, 1920-30년대를 거치면서 체조 외에 정구, 탁구, 배구, 농구, 야구를 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고 전국 대회와 운동회가 활발히 개최되었다(You, 2002). 이에 여학생 운동복이 필연적으로 발달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블루머는 우리나라 근대 여학생 운동복의 기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블루머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경로를 명확히 단정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까지 확인된 것이 없다. 그래서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바탕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블루머 운동복이 도입되었을 가능성이다. <Fig. 6>은 대표적인 근대 여성교육기관의 하나인 이화학당의 체조 시간을 촬영한 것이다. 우측의 외국인 교사는 치마저고리를 입은 학생들과는 대조적으로 무릎길이의 블루머를 착용하고 있다. 그녀는 1911년부터 이화학당에서 체육과 영어 교육을 담당한 월터(A. Jeannette Walter) 선생으로, 이러한 외국인 교사들이 착용한 블루머가 우리나라 여학생들이 접한 초창기 블루머였을 것이며, 적어도 191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블루머가 소개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Fig. 6>

Mrs. Walter dressed in Bloomers (Lee, B. Y. & Lee, C. S., 2006, p. 27.)

초기 이화학당의 교사들은 체조 수업을 위해 한복 치마에 조끼허리를 달아 학생들에게 입혔으며, 교사는 본국에서 입던 블루머 운동복을 착용하였다. 근대 우리나라 여학생이 블루머를 착용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의견이 분분하여 재고의 여지가 있다. 가장 이른 시기는 1909년 5월 창덕궁 비원에서 열린 한성고등여학교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블루머 차림으로 참여하였다는 것인데(Kyunggi Alumnae Association [KAA], 2009), 이를 뒷받침할 근거자료를 확인할 수 없었다. 1923년 제1회 전조선여자정구대회에서 여학생들이 짧은 블루머를 입고 있었다는 선행연구(Kim, 2007) 역시 동아일보 기사에 실린 정구대회 사진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본 연구에서 확인한 초기 블루머 차림은 <Fig. 7>과 같다. 이화역사관 소장 사진으로 야구선수의 이름과 ‘1923-1928 gym style 동복’이라는 문구가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192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 근대 여학생이 운동복으로 흰색 미디블라우스와 검은색 블루머를 착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Fig. 7>

Students of Ewha College dressed in Bloomers, 1923-28 (Ewha Archives)

두 번째로는 1900년대 전후로 일본에 소개된 블루머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도입되었을 가능성이다. 1901년의 잡지 삽화를 통해 미국 여학생들의 ‘연습복’으로 일본에 소개된 블루머는 여자고등사범학교 교수인 이노쿠치 아쿠리(井口あくり, 1871-1931)에 의해 1905년에 실물이 도입되었다. 그녀는 최초의 여성 체조 유학생으로 1899년 체육학 연구를 위해 3년간 미국 유학을 명받고 스미스 컬리지와 보스턴 체조사범학교에서 공부하고, 1903년 귀국하여 여자고등사범학교 교수가 되었다(Association for Women's Physical Education[AWPE], 1981). 이노쿠치는 1905년 문부성의 ‘체조유희취조위원회(体操遊戯取調委員会)’에서 실시한 여자 운동복 고안에 참여하여 미국 유학 시절 보스턴 체조사범학교에서 착용하던 것을 본뜬 세일러복과 무릎길이의 블루머를 세트로 한 운동복을 제안하였다(Ichiro, 2005). 이 운동복 도안은 1906년에 출판된 『체육의 이론 및 실제(体育之理論及実際)』에 실린 <Fig. 8>의 도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측 하단에 있는 치마 모양의 하카마[袴]를 블루머 위에 입으면 평상복으로도 착용할 수 있었으며(Tomoko, 2012), 상ㆍ하의 모두 소창(小倉)3)(Kim, 2012)이나 검은 세루(セル)4)(セル, n.d.)로 만들었다(Tomoko, 2016). 이는 <Fig. 9>의 동경여자고등사범학교의 운동복 유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학교의 학과 중 하나였던 국어체조전수과(国語体操専修科) 학생들이 처음 착용하기 시작(AWPE, 1981)한 것이 전국 여자체육 지도자와 여자사범학교 학생들까지 그 착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여성관에 의해 널리 통용되지는 못하다가(Ichiro, 2005) 192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일반 여학생들에게 보급되었으며(AWPE, 1981), 상의는 흰색 면직물로 만든 다양한 모양의 블라우스로 바뀌었다.

<Fig. 8>

Gym Suit Proposed by Inokuchi, 1906 (Tomoko, 2016, p. 117)

<Fig. 9>

Gym Suit of Tokyo Women's Normal School, 1920 (Tomoko, 2016, p. 119)

일본 근대 여성 운동복은 하카마를 착용하다가 블루머로 이어졌는데, 우리나라는 하카마의 착용없이 치마저고리에서 곧장 블루머로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일반 여학생에게 블루머가 운동복으로 널리 보급된 것은 1920년대 중반 이후이고, 그때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블루머가 운동복으로 착용되고 있었다. 또한, 초기 일본에 도입되었던 검은 서지의 상ㆍ하의 운동복을 착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여학생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 여학생의 블루머 착장은 서양의 흰색 미디블라우스와 블루머의 조합에 가까웠고,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 근대 여성 교육에 깊이 연관된 점으로 미루어볼 때, 블루머는 일본을 거치지 않고 우리나라에 직접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Ⅲ. 블루머의 형태, 소재 및 색상

1. 블루머의 형태

1) 블루머의 구성법

많은 여학교에서 운동복으로 착용된 블루머의 간략한 도식화는 각 학교 편년사를 엮은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자세한 구성 방법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대신 어린이용 블루머의 패턴과 제작법을 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36년 4월 3일 자 동아일보 기사(Lim, 1936)를 보면, 신입 아동의 통학복 아래 입을 수 있는 개량 속옷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블루머[뿌루마]를 다루면서 <Fig. 10>의 본뜨는 법과 옷감 마르는 법, <Fig. 11>의 바느질법과 완성품으로 나누어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방법에 따르면, 양쪽 바짓가랑이를 각각 옆선에서 골로 접어 재단하고, 앞중심과 뒤중심에서 봉제한 뒤, 허리와 바짓부리에 고무줄을 넣어 간단하게 블루머를 만들 수 있다.

<Fig. 10>

Drawing Pattern and Cutting Fabric, 1936 (Lim, 1936, 3)

<Fig. 11>

Sewing and Completed Bloomers, 1936 (Lim, 1936, 3)

이와 다른 구성법을 경기여자고등학교 경운박물관에 소장 중인 <Fig. 12>의 1960년대 블루머 유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견한 바에 따르면, 1965년을 전후로 경기여자고등학교에서 착용된 운동복이며, 홑으로 구성되어 있다. <Fig. 13>의 도식화에서 보듯이 앞중심을 기준으로 밖을 향해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4개의 주름이 있고, 뒷면도 중심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각각 4개의 주름이 있다. 즉 허리를 여유 있게 재단하고 주름 처리하였으며, 주름 위로 허리 밴드를 달았다. 허리 왼쪽에 옆트임을 두어 지퍼를 달아 여밈을 처리하였고, 허리둘레 조절이 가능한 훅을 달았다. 바지 밑은 마름모꼴의 무를 앞뒤에서 보기에 삼각형이 되도록 눌러 박아 밑이 바이어스가 되어 보다 신축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에 경기여자중ㆍ고등학교에 재학했던 구술연구 대상자인 박**(1944년생)은 “일반 바지처럼 무가 없는 블루머를 착용했다”고 하여 한 학교 내에서도 통일된 구성법이 적용된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Fig. 12>

Front of Bloomers, Kyung Woon Museum (Picture taken by Author)

<Fig. 13>

Flat Sketch of <Fig. 12> (Line drawing by Author)

블루머의 가장 큰 형태적 특징은 넓고 풍성한 바지통에 있다. 이는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바지를 치마처럼 보이게 해주었고, 착장자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였다. 바짓부리로 갈수록 풍성해지는 블루머의 형태는 바지 밑단을 오므려 완성되는데, 오므리는 방식이 두 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숭의여학교에서는 블루머에 대해 "바지부리를 넓게 하고 부리 밑을 다시 주름이나 고무줄을 넣어 좁힌 통바지형인데 무릎을 푹 덮을 정도였다."고 기록하고 있다(Hundred Years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of Soongeui [HYHCCS], 2003, p.151). 이로 미루어 볼 때, 첫 번째 방식은 바짓부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주름잡는 것이다. 경성여자상업학교(現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착용한 블루머의 도식화인 <Fig. 14>를 보면, 바짓부리 주름 아래로 밴드를 달아 마무리했는데, 규칙적으로 주름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 바지 끝에 "단추를 달아 그냥 입을 때는 다리를 넣기 좋게 했고, 운동할 때는 단추를 잠가 바짓가랑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는 숭의여학교의 기록(HYHCCS, 2003, p. 151)으로 미루어 블루머 바짓부리에 단추를 달아 실용적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방식은 고무줄을 넣어 당겨 묶음으로써 바짓부리에 잔주름이 잡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Fig. 15>의 경운박물관 소장 유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납작한 검은색 고무줄을 넣어 마무리한 것이다.

<Fig. 14>

Gym Suit of Seoul Girls' Commercial High School (Fifty Years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of Seoul Girls' Commercial High School[FYHCCSGCHS], 1980, p. 80)

<Fig. 15>

Hem of <fig. 12> (Picture taken by Author)

블루머의 구성법이 이렇게 다양한 것은 착용자가 형편에 맞게 각자 구비한 데에서 기인한다. 구술연구에 참여한 박**(1944년생)은 “블루머를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셨다”고 하며, 손**(1930년 생)도 “초등학교 때 착용한 블루머를 집에서 만들었다”고 하였다. 한편, 손**이 “중학교 시절 착용한 블루머는 교복과 함께 맞추었다”고 하며, 임**(1954년생)과 이**(1956년생) 등이 “중학교 시절 착용한 블루머는 교복 판매점과 학교 앞 문구점에서 구매하였다”고 구술하였다. 즉 여학생들이 블루머를 사 입기도 했지만, 각자 집에서 만들어 입기도 하여 본 연구에서 확인한 것보다 더 많은 구성법이 존재하였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2) 블루머의 길이 변화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무릎을 덮을 정도의 길이였던 블루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길이가 짧아졌음을 사진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블루머 길이에 대한 학교별 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되던 때에 서양에서도 발목까지 오던 블루머가 무릎 정도 길이로 짧아진 상태였고, 배화여자고등보통학교가 교복 치마 길이를 발등과 무릎 사이의 1/3 정도로 규정하고 있어(Eighty Years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of Baewha, 1979), 초기에는 교복 치마 길이보다 약간 짧은 정도로 착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1930년대가 되면 무릎 위로 올라오며, <Fig. 16>과 같이 허벅지 절반 정도를 드러내는 착장 모습도 많이 확인된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도 허벅지를 드러낸 길이의 블루머와 블라우스가 붙어 있는 점프슈트(jump suit) 형태의 롬퍼스(rompers)가 운동복으로 등장하였는데, 짧아진 하의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여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

<Fig. 16>

Gym suit of Kyunggi Girls' High School, 1938 (KAA, 2009, p. 142)

블루머의 길이가 짧아진 요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력 향상이 중요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1931년 상해의 양강여자체전(兩江女子體專)의 농구팀이 내한했는데, 양강팀은 허벅지가 드러나는 핫팬츠를 입고 경기에 나와 한국팀을 이겼다. 시합 후 농구연맹에서는 각 학교에 양강팀처럼 짧은 하의를 도입할 것을 건의하였으나 노출에 대한 사회적 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Kim & Ha, 2000). 이후 내한한 일본의 알몬드팀 역시 짧은 하의를 착용했는데 한국팀이 경기에서 패하자 우리 선수들의 운동복이 움직임에 제약이 있었다는 의견이 나오며 경기력 향상을 위해 운동복 개조가 필요하다는 여론(Korean Basketball Association, 1989)이 조성되는 등 이런 의견들이 블루머의 길이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블루머의 소재와 색상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양의 블루머는 서지로 만들었으며, 일본의 블루머는 면직물인 소창이나 모직물인 세루, 즉 서지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블루머 소재에 대해서는 이화여자전문학교의 블루머가 세루로 되어 있었다는 기록(Fifty Years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of Ewha Department of Home Economics [FYHCCEDHE], 1979)이 있다. 한편,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블루머를 무명으로 각자 제작하여 입었다는 기록이 있고(Eighty Years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of Jinju Girls' High School, 2006), 구술 대상자 손**(1930년생)이 “중학교 시절에 착용한 블루머의 소재는 모직과 유사한 면 개버딘이었다”고 하며, 1960년대의 블루머인 <Fig. 12>는 평직(平織)의 면으로 되어 있어 블루머에 모직물과 평직 또는 능직의 면직물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블루머의 색상을 보면,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의 1931년 운동복을 그린 <Fig. 17>에 ‘블루우머’, ‘흑색’이라는 문구가 기록되어 있고(Ninety Years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of Sookmyung[NYHCCS], 1996), 이화여자전문학교의 블루머 역시 검은색(FYHCCEDHE, 1979)이었다고 한다. 한편, 경성여자상업학교에서는 교색(校色)을 적용하여 녹색 블루머를 착용하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FYHCCSGCHS, 1980). 이러한 기록과 사진 자료를 통해 블루머의 색상이 모두 어두운색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어두운 바탕색에 블루머 옆선을 따라 한 줄 또는 여러 줄의 흰색 선(線)을 넣기도 했는데, <Fig. 18>에서 굵은 흰색의 선을 확인할 수 있다.

<Fig. 17>

Gym Suit of Sookmyung Girls' High School, 1931 (NYHCCS, 1996, p. 102)

<Fig. 18>

Students of Ewha College dressed in Bloomers, 1935-45 (Ewha Archives)


Ⅳ. 블루머와 함께 착용된 복식

초기의 서양 블루머는 같은 직물로 만든 언더블라우스와 함께 착용되었다. 블루머가 치마 안에 입던 속바지에서 단독으로 착용하는 운동복이 되면서, 치마처럼 보이기 위해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분리형 블라우스는 블루머 허리에 단추로 고정하게 되었다. 주로 검은 서지로 만들었는데, 신축성이 있는 울(wool)은 운동복을 만들기에 적합했지만, 세탁이 쉽지 않은 것이 단점이었다. 여성 체육활동의 폭이 넓어지면서 가볍고 세탁이 가능한 운동복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앞서 살펴본 것처럼 1910년을 전후하여 흰색 면으로 만든 미디블라우스(middy blouse)가 널리 보급되어 블루머의 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Cunningham & Lab, 1993).

우리나라에 블루머가 소개된 것은 1910년대이지만 여학생의 운동복으로 착용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로 추정되며, 이때는 이미 미국에서 미디블라우스에 블루머가 여학생의 운동복으로 정착된 시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어두운색의 블루머 위에는 다양한 형태와 무늬의 밝은색 블라우스를 착용하였다.

미디블라우스 즉, 세일러 칼라가 달린 흰색 블라우스는 이화여자전문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착용되었다. 블라우스의 끝단을 블루머 안에 넣지 않고 오버블라우스 형태로 착용하였는데, 이는 외국인 교사들을 통해 미국에서 착용하던 방식 그대로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Fig. 19>는 1935년 이화여자전문학교에서 제정한 겨울용 운동복 도식화로, 사진 자료들로 미루어보아 이미 1920년대부터 이 형태의 운동복을 착용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학교 규정에서 ‘겨울용’이라 하였으나, 1933년 9월에 열린 ‘자세의 여왕’ 선출 행사에 전교생이 이 운동복 차림으로 행진했다는 기록(FYHCCEDHE, 1979)에 따라 비단 겨울 뿐만 아니라 봄, 가을에도 착용했을 것이다.

<Fig. 19>

Gym Suit of Ewha College, 1935 (FYHCCEDHE, 1979, p. 204)

블라우스의 형태를 살펴보면, 작은 세일러 칼라가 달렸으며 소매에는 커프스가 있다. 삼각형의 검은색 모슬린 스카프(머플러라 칭하기도 함)를 목에 둘렀는데(FYHCCEDHE, 1979), 규정은 검은색이었으나 <Fig. 20>의 사진자료에서는 밝은 색 스카프도 확인할 수 있다. 학년별 혹은 그룹별로 다른 색상의 스카프를 착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Fig. 21>을 통해 'Y'자, ‘X’자 등 다양한 모양으로 스카프를 묶은 것을 알 수 있다.

<Fig. 20>

Scarf of Ewha College, 1933-36 (Ewha Archives)

<Fig. 21>

Scarf of Ewha College, 1929 (Ewha Archives)

세일러 칼라 블라우스 외에 다양한 모양의 칼라와 패턴을 가진 블라우스도 블루머와 함께 착용되었다. <Fig. 22>의 루씨고등여학교 사진에서 도트무늬 블라우스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선수 번호로 추정되는 번호가 왼쪽 가슴 아래 있는 것으로 보아 운동복으로만 착용된 블라우스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Fig. 22>

Gym Suit of Lucy Girl's High School (Wonsan Lucy Girls' High School Alumni Association, 2003, p. 44)

블루머 위에는 계절에 따라 상의를 달리 입기도 하였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의 1931년 규정에 따르면 여름에는 <Fig. 17>의 반소매 흰색 블라우스를, 겨울에는 <Fig. 23>의 교복으로 착용한 긴소매 세일러 칼라 블라우스를 <Fig. 24>와 같이 블루머와 함께 착용하였다(NYHCCS, 1996). 또 숭의여학교 역시 블루머 위에 흰색 세일러 칼라블라우스에 스카프를 착용했고, 가을 겨울에는 검은색 세일러 칼라 블라우스에 블루머 대신 몸뻬와 유사한 긴 바지를 착용하였다(HYHCCS, 2003).

<Fig. 23>

Winter School Uniform of Sookmyung Girls' High School, 1931 (NYHCCS, 1996, p. 102)

<Fig. 24>

Gym Suit of Sookmyung Girls' High School (Jeon, 2005, p. 115)

겨울에는 블라우스 위에 스웨터를 착용하기도 하였다. 겨울철 교복으로 착용된 카디건을 블라우스 위에 덧입거나, 터틀넥 혹은 풀오버 스웨터를 입기도 하였다. 이화여자전문학교에서는 체육을 권장하기 위해 학생들이 스포츠 분야에서 성과를 낼 때마다 점수를 부여했고, 이것이 총 700점이 되면 ‘리전(梨傳)’ 마크가 붙은 <Fig. 25>의 흰 스웨터를 지급하였다(FYHCCEDHE, 1979). 이 마크는 흰색의 타원에 이화전문의 한글 약자인 ‘리전’을 녹색으로 쓴 것으로 주로 왼쪽 가슴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진을 보면 스웨터뿐만 아니라 블라우스에 부착한 것도 있으며 착장자마다 위치가 조금씩 달라 탈부착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700점을 따는 것이 당시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에 이 마크가 부착된 흰 스웨터를 입는 것은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Fig. 25>

Leejeon Mark on Sweater, 1934 (Ewha Archives)

블루머의 아래에는 스타킹 또는 양말을 신었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의 규정에 따르면, 블루머 아래에 스타킹을 신었는데 여름에는 흰색, 겨울에는 검은색을 착용하였다(NYHCCS, 1996). 그러나 이 학교 뿐 아니라 다른 여학교에서도 흰색과 검은색의 스타킹을 동시에 신은 사진을 찾아볼 수 있어 계절에 따라 색상을 강력히 규제한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193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운동복 아래 처음으로 짧은 양말을 신기 시작했으며(Cunningham & Lab, 1993), 1935-45년 사이의 이화여자전문학교의 사진인 <Fig. 18>에서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에 위치하고 있는 여학생이 발목까지 오는 양말을 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1958년 사진인 <Fig. 26>에서는 여학생 모두가 짧은 발목 양말을 착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블루머 도입 초기에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다리를 가릴 목적으로 스타킹이 착용되다가 점차 양말로 대체되어 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Fig. 26>

Students of Kyunggi Girls' High School dressed in Bloomers, 1958 (private collection)

블루머는 체조 시간과 구락부 활동 등 운동을 할 때는 물론이고, 활동성이 요구되는 상황에 다양하게 착용되었다. <Fig 27>의 모심기 등의 농사일, 야외 채집, 소풍과 수학여행에도 활용되었고(HYHCCS, 2003), 1934년도에 금강산을 다녀온 숭의여학교의 수학여행 앨범 사진을 보면 여행을 시작할 때는 교복을 착용했지만, 여행지에서 관람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 블루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HYHCCS, 2003). 즉 여학교에서 착용되었던 블루머의 용도가 운동복에서 야외 활동용 의복으로까지 확장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Fig. 27>

Kyunggi Girls' High School Students dressed in Bloomers, 1941 (KAA, 2009, p. 228)


Ⅴ. 결론

여성 인권 운동과 함께 1800년대 중반 미국에 소개된 블루머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환영받지 못하다가, 여성 교육 기관을 통해 운동복으로 정착하였다. 근대 여성들에게 더욱 활동적인 스포츠가 수용되면서, 블루머도 점차 간소화되었다. 블루머에 착용한 상의의 소재도 서지에서 물빨래가 가능한 튼튼한 흰색 면으로 개선되는 등 블루머는 근대 서양 여성 스포츠에 필수적인 운동복으로 자리 잡았다.

이 서양의 블루머는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여학생의 운동복으로 착용되었다. 블루머의 도입시기와 전래 과정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우리나라 초창기 여학교 교사의 상당수가 서양 선교사였으며, 1920년대 초반 우리나라 여학생이 착용하였던 블루머 착장 스타일이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이 아닌 서양 선교사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블루머는 허리와 바짓부리에 주름이 있어 바지통이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근대 문헌 자료와 블루머 유물 및 구술연구를 종합해 보면, 허리와 바짓부리 모두 고무줄을 넣어 자연스러운 주름을 잡았거나, 규칙적으로 주름을 잡은 후 밴드를 달기도 하였다. 이외에 바짓가랑이에 무가 달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는데 이렇게 제작 방법이 다양한 것은 각 가정에서 블루머를 만들어 착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교복점에서 주문제작하거나, 문구점에서 구매하였기에 통일된 제작법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블루머 소재는 모직물이나 면직물이었으며, 색상은 검은색 등 어두운색이 주를 이루었다. 블루머의 길이는 후대로 갈수록 점차 짧아져, 역동적인 스포츠를 소화하도록 개선되었다.

블루머의 상의로 미디블라우스 등 여러 가지 블라우스가 입혀졌으며, 겨울에는 스웨터가 착용되기도 했다. 다리에는 초창기에 스타킹을 착용하다가 점차 발목 길이의 양말을 착용하게 되는 등, 운동복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착장의 변화도 나타났다. 이렇게 운동복으로 주로 교내에서 착용되던 블루머는 1930년대부터 수학여행, 모내기 실습 등 야외 활동에도 활용되면서 그 사용이 확장되었다. 이는 블루머가 여성의 스포츠와 야외 활동의 필수요소인 역동성과 편의성을 보장하였기 때문이다.

블루머는 20세기 초부터 여학생의 운동복으로 착용되었지만 착용 사진을 제외하면 연구에 참고할 자료가 많지 않다. 운동복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실제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한 부분을 구술 연구로 보충하였으나, 구술의 대상자가 충분치 않은 점이 한계로 남아 있다. 블루머는 근대기 가장 대표적인 여학생의 운동복이지만, 이 밖에도 경기에 따라 다른 운동복이 착용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면 근대기 여성 운동복에 입체적인 고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5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5S1A5A2A01011414)

Notes

1) 출생 연도 순으로 기재: 손**(1930년생, 한국**학회 상임고문, 前**대학교 교수), 박**(1944년생, **박물관 학예사), 김**(1949년생, ***대표), 안**(1950년생, *********연구소 연구원), 임**(1954년생, **대학교 교수), 이**(1956년생), 이**(1956년생)
2) 소모사(梳毛絲)를 사용하여 능직으로 짠 모직물로 최근에는 합성섬유를 사용하여 직조한 것도 많다.
3) 소창은 면직물의 하나로 요즘에는 얇은 면직물로 통용된다. 그러나 일어 사전은 ‘두꺼운 무명 직물’로 정의하고 있으며, <Fig. 8>의 체조복 도안이 발표된 1906년경, 대한제국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고구라 즉, 소창을 경찰복에 사용하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때의 소창 역시 도톰한 면직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당시 일본의 체조복에 사용된 소창은 두꺼운 무명 직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소모사(梳毛絲)로 짠 모직물로 서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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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Amelia Bloomer dressed in her “Freedom Dress”, 1851 (Warner, 2006, p. 106)

<Fig. 2>

<Fig. 2>
Gymnasium dresses of Mount Holyoke Gymnastic Team, 1865 (Cunningham, 1993, p. 151)

<Fig. 3>

<Fig. 3>
Senda Berenson dressed in Bloomers, 1895 (Ralph, 2007, p. 74)

<Fig. 4>

<Fig. 4>
Gym suit of Smith College Basketball Team, 1895 (Cunningham, 1993, p. 156)

<Fig. 5>

<Fig. 5>
American High School Girls' Basketball Team dressed in Middies and Bloomers, 1919 (Warner, 2013, p. 48)

<Fig. 6>

<Fig. 6>
Mrs. Walter dressed in Bloomers (Lee, B. Y. & Lee, C. S., 2006, p. 27.)

<Fig. 7>

<Fig. 7>
Students of Ewha College dressed in Bloomers, 1923-28 (Ewha Archives)

<Fig. 8>

<Fig. 8>
Gym Suit Proposed by Inokuchi, 1906 (Tomoko, 2016, p. 117)

<Fig. 9>

<Fig. 9>
Gym Suit of Tokyo Women's Normal School, 1920 (Tomoko, 2016, p. 119)

<Fig. 10>

<Fig. 10>
Drawing Pattern and Cutting Fabric, 1936 (Lim, 1936, 3)

<Fig. 11>

<Fig. 11>
Sewing and Completed Bloomers, 1936 (Lim, 1936, 3)

<Fig. 12>

<Fig. 12>
Front of Bloomers, Kyung Woon Museum (Picture taken by Author)

<Fig. 13>

<Fig. 13>
Flat Sketch of <Fig. 12> (Line drawing by Author)

<Fig. 14>

<Fig. 14>
Gym Suit of Seoul Girls' Commercial High School (Fifty Years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of Seoul Girls' Commercial High School[FYHCCSGCHS], 1980, p. 80)

<Fig. 15>

<Fig. 15>
Hem of <fig. 12> (Picture taken by Author)

<Fig. 16>

<Fig. 16>
Gym suit of Kyunggi Girls' High School, 1938 (KAA, 2009, p. 142)

<Fig. 17>

<Fig. 17>
Gym Suit of Sookmyung Girls' High School, 1931 (NYHCCS, 1996, p. 102)

<Fig. 18>

<Fig. 18>
Students of Ewha College dressed in Bloomers, 1935-45 (Ewha Archives)

<Fig. 19>

<Fig. 19>
Gym Suit of Ewha College, 1935 (FYHCCEDHE, 1979, p. 204)

<Fig. 20>

<Fig. 20>
Scarf of Ewha College, 1933-36 (Ewha Archives)

<Fig. 21>

<Fig. 21>
Scarf of Ewha College, 1929 (Ewha Archives)

<Fig. 22>

<Fig. 22>
Gym Suit of Lucy Girl's High School (Wonsan Lucy Girls' High School Alumni Association, 2003, p. 44)

<Fig. 23>

<Fig. 23>
Winter School Uniform of Sookmyung Girls' High School, 1931 (NYHCCS, 1996, p. 102)

<Fig. 24>

<Fig. 24>
Gym Suit of Sookmyung Girls' High School (Jeon, 2005, p. 115)

<Fig. 25>

<Fig. 25>
Leejeon Mark on Sweater, 1934 (Ewha Archives)

<Fig. 26>

<Fig. 26>
Students of Kyunggi Girls' High School dressed in Bloomers, 1958 (private collection)

<Fig. 27>

<Fig. 27>
Kyunggi Girls' High School Students dressed in Bloomers, 1941 (KAA, 2009, p.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