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Current Issu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4 , No. 1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0, No. 2, pp. 1-18
Abbreviation: JKSC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0
Received 25 Sep 2019 Revised 10 Feb 2020 Accepted 15 Feb 2020
DOI: https://doi.org/10.7233/jksc.2020.70.2.001

크레타 복식의 재현성에 관한 시뮬라시옹 현상 연구 : 에이프런과 코르셋 벨트를 중심으로
정민아 ; 간호섭
홍익대학교 디자인공예학과 의상학전공 박사수료⁺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 교수

A Study of the Reproducibility of Ancient Cretan Costume in Simulation : Focused on the Apron and Corset Belt
Minah Jung ; Hosup Kan
Ph. D. Candidate, Dept. of Design & Craft, Graduate School, Hongik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Textile Arts & Fashion Design, Hongik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Minah, Jung, e-mail: jmiaa@naver.com


Abstract

The development of mass media has made it easy to rapidly expose the, public to numerous images - a phenomenon that has a considerable impact on modern society. Moving from a period when functional parts were important, symbols and images are now increasingly valuable. Drawing on Jean Baudrillard’s view of simulation as a necessary theoretical consideration for the study of images, this study examined the importance of image research in modern society, focusing on the apron and corset belts in the Cretan style. Based on this theoretical background as well as prior studies, the concept of simulation and the process of image formation in modern fashion were clarified; the reproducibility that occurs in the simulation process included the properties of realization, deformation, disorganization, hybridity, relationship, metaphor, transparency, symbolism, continuity, and variability as the lower properties these properties were derived to determine the inherent significance of attributes. Using fashion case studies, this study traced the direction of image change in modern fashion, as well as the image imitation characteristic of modern fashion that continue to be applied to create new styles, Baudrillard’s concept of simulacre, or reproducibility was used to examine how the characteristic elements of reproduction are applied to modern fashion. Following a consideration of the basic concept of reproduction and the type of images that are displayed in modern fashion publications, reproduction was assessed in light of Baudrillard’s image system view. This assessment showed that images are a very important factor in modern fashion. This study’s results suggest that the current excess of image and symbols will make styles in fashion increasingly pluralistic in the future, and the study of images in fashion will be very important in understanding this issue.


Keywords: apron, corset belt, Cretan costume, reproducibility, simulation
키워드: 에이프런, 코르셋 벨트, 크레타 복식, 재현성, 시뮬라시옹

Ⅰ.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패션 이미지는 빠르게 생겨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한 시대의 문제의식, 미적 가치와 같은 수많은 정신을 담고 있어 사회 분위기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패션의 특징으로 볼 때, 복식은 시대적 산물이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되는 변화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산업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시작되기 이전의 시대에는 이미지의 재현이 원본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이때 모방은 원본과 얼마나 흡사한가에 따라 그 가치가 평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본과 관계없는 모방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대에 나타나는 모방의 의미는 과거와는 완벽하게 다르다. 현대에서는 이미지를 모방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원본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는 상관없이 이미지만 남기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현대 패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의 특정한 스타일은 단순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창조물만이 아닌 과거의 것으로부터 모방되고 재현되어 재창조 된 것도 포함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크레타 복식의 에이프런, 코르셋 벨트는 종교적 상징의 의미로 시작되었지만, 세계 문화가 단일화로 변화하면서 종교적 상징을 표현하는 의상이 일반적인 의상의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코르셋 벨트는 크레타 시대의 조각물이나 도자기류를 통해 에이프런과 함께 묘사되었으며, 이것이 코르셋 벨트의 시초(Lee, 1998)라고 볼 수 있다. 코르셋 벨트는 허리를 조이고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실루엣으로 보다 여성스러운 곡선의 미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여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매 시즌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 스타일에 대한 칼럼을 다루는 스타일캐스터(Stylecaster)에서는 코르셋 벨트는 역사를 통틀어 여성의 패션에 많은 역할을 해왔고, 클래식한 룩, 캐주얼한 룩등 모든 스타일의 룩에 잘 어울리며 세련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악세서리(Maggie, 2019)라고 말했고, 엘르(Elle)의 에디터는 2017년 F/W 로에베(Loewe)의 건축 디자인과 같은 조각 접기 형식의 와이드한 벨트, 2019년 F/W 디올(Dior)의 컬렉션의 30%의 룩이 허리를 강조하는 코르셋 벨트를 하고 등장한 것을 언급하며 코르셋 벨트의 유행을 언급하였다(Justine, 2020). 현대 패션에서 코르셋 벨트는 다양한 장식 기법과 소재 등을 응용하여 그 용도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양식의 변동은 디자이너의 창조에 의해서 또는 그 시대 생활의 흐름에 따라 나타날 수 있으나 필연적으로 서로 일치되는 이상으로 나타난다(Kim, 1998).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과거 복식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예로 대표적인 패션 하우스 샤넬(Chanel)에서는 1년의 6개의 컬렉션 중 고대 복식을 테마로 하는 쇼를 매 시즌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많은 패션 하우스에서 과거 복식을 차용하지만 그 당시의 기능, 필요에 의한 사실과는 무관한 형태로 단순히 이미지만을 차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미지 모방의 형태를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시옹(simulation) 이론으로 설명한다(Baudrillard, 1994). 그의 이론에 의하면 현대사회에서는 상품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기호가 소비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Bae, 2005). 소비되는 기호는 더 이상 실재를 대변하지 않고, 독자적인 실재를 완성해 간다. 어떤 지시물이나 대체물을 갖지 않고, 원본이나 실재가 없는 재조합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각각의 재조합의 결과물 ‘하이퍼리얼(hyperreal)이라고 부른다(Hong, 2006). 하이퍼리얼은 어떤 현실을 극도의 현실로 만든 것이라기 보다 실재하는 현실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전혀 다른 현실이다(Baudrillard, 1992).

이에 본 논문은 현대 패션의 크레타 복식 이미지 재현성에 대한 현상을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에 근거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크레타 복식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현대에서도 과거의 독특한 양식이 새로운 디자인의 모티브로 사용되어짐을 상기 시키며, 이를 통해 시뮬라시옹의 이론에 근거한 재현성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기존의 재현성 개념이 어떻게 정립되었고,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본 연구를 위한 재현성의 개념을 재정립하려고 한다.

보드리야르가 제시한 시뮬라시옹의 재현성에는 실재화, 변형, 변질, 부재화 차이, 변종으로 나타났으며(Bae, 2005), 이러한 재현적 특성의 하부 속성에는 모방성, 확장성, 유사성, 상징성, 혼성성, 무한성, 연속성의 특성을 보이고 있었다(Kim, 2008).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이미지 변화에 따른 시뮬라크르의 재현을 개념을 주요한 연구의 중심으로 사용하였으며, 사례분석을 통하여 연구의 구체적 상태를 분석하였다.

시뮬라시옹 이론을 통해 패션을 연구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기호학적 특성인 다원성, 상호텍스트성, 탈재현성(Nam, 2007), 신체조화의 부재, 성의 부재, 인간상의 부재(Park, 2003), 인공성, 가상성(Kim, 2003), 의미의 복합성, 고정관념의 해체, 시대적 상호텍스트성, 이분법의 부재, 신체 구조의 해체, 제 3의 성 등장(Jung, 2015)등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Lee(2017)의 연구에서는 사회학적인 공간으로 패션을 이해하여 비재현, 뫼비우스의 순환, 불확정 형태의 가변, 상상과 현실의 유토피아로 패션에 나타난 기하학적 공간감을 분석하였다. 즉, 시뮬라시옹의 특징을 나타내는 패션은 여러 가지 표현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로서 패션에 다의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선행연구의 대부분이 시뮬라시옹의 이미지와 기호학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여, 과거의 복식이 현대에 차용되는 경우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재현성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개념을 토대하여 그의 철학적 이론과 관련하여 시뮬라시옹 이론을 고찰함과 동시에 그 실체인 재현성과 패션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사례조사를 통해 도출해보고자 한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패션 이미지가 형성되기까지 발전되어온 구조를 통해 그 안에 있는 과거 복식에 대한 모티브의 재현성 특성을 분석하는 것에 연구 목적이 있으며, 종교적 상징은 사라졌지만 현대까지도 복식에 표현된 크레타의 여성성이 지속되고 있기에 고대 복식이면서도 현대에서 많은 디테일, 실루엣 등으로 표현되는 크레타 복식에 대한 재현성의 연구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 연구방법 및 범위

첫째, 시뮬라시옹 이론을 바탕으로 이미지 변화에 따른 재현을 살펴보고 패션에서도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의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뮬라크르의 세 가지질서를 적용하여 크레타 복식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재현의 의미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이 아닌 재현성을 통해 과거 복식이 현대 패션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둘째, 재현성을 보드리야르의 재현의 단계만으로 사용하지 않고, 보드리야르의 논점대로 포괄적 개념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재현성은 새로운 패션 이미지를 만드는 구조이며, 구조가 관여하는 하나의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재현성의 구조 보다는 포괄적인 패션 이미지의 특성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셋째, 재현성을 현실의 모든 요소로 설명하기 보다는 과거 복식을 통해 패션 스타일이 탄생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다양한 패션의 이미지 중에서도 크레타 복식의 종류인 에이프런과 코르셋 벨트로 범위를 제한하여 연구하였다.

또한 시뮬라시옹 이미지변화 단계에 나타난 9가지의 재현의 특성 중 현대의 단계인 이미지의 4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혼성성, 환상성, 무한성을 가지고 현대 패션에 나타난 크레타 복식의 재현을 분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패션 이미지에 나타나는 재현성을 살펴보고 패션 컬렉션 사례를 들어 분석해 보고자 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연구 범위는 최근 5년간, 2016년도 S/S부터 2020년도 S/S까지로 제한하였으며,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 매거진인 보그(VOGUE)의 웹사이트인 www.vogue.com/fashion-shows의 런웨이 카테고리에 언급된 485개 브랜드의 약 20만 착장을 토대로 1차 범위를 제한하였고, 1차 조사에서 선정된 180개의 브랜드의 약 1만 착장을 대상으로 혼성성, 환상성, 무한성으로 분류하였다. 1차 조사에서 선정된 착장 중 단순히 벨트의 형태로 표현된 약 7천 착장은 분류에서 제외하였다.

현대 사회에서 시뮬라시옹의 이미지 변화단계에 따른 재현이 보여주는 구조를 파악하여 과거 복식이 현대 패션 이미지로 생성되는 과정이 시뮬라시옹 현상과 관계가 있음을 전제하여 해석하려고 한다.


Ⅱ. 이론적 고찰
1. 시뮬라시옹 현상
1)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은 장 보드리야르가 현대에 와서 정의한 철학적 개념이다.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의 동사적 의미(Baudrillard, 1992)로 원본, 사실성도 없는 실재로 이며 실재 대상과는 무관한 이미지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 혹은 기호가 오히려 더 실재적인 것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를 시뮬라크르 혹은 하이퍼리얼리티라고 불렀고, 이를 탄생시키는 작업을 시뮬라시옹이라고 부른다(Umberto, 1995). 여기서 시뮬라크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든 인공물로 복제에 복제를 통해 원본을 넘어선 복제를 가리킨다(Baudrillard, 1992). 결국 시뮬라크르는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이며 실재와는 전혀 무관한 순수한 가짜이며 모방이나 재현과는 다르게 원상이 없는 이미지로 그 자체가 현실을 대신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는 실재인 원본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미지의 재현에서 시뮬라크르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드리야르는 4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Baudrillard(2001)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단계,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반영이다.

2단계, 깊은 사실성을 감추고 변질시킨다

3단계,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가진다.

4단계,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

이미지는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이다(p. 10).

이미지 변화의 첫 번째 ‘이미지는 실재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이미지는 사실과 같다.

두 번째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으로 감추고 변질시킨다.’ 의 단계에서는 실재를 기초로 하여 복제, 모방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원본을 복제, 모방하면서 조금씩 원본의 이미지와 기호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의 단계에서는 점차적으로 원본의 기초적 본질은 사라지고 그것의 이미지만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단계에 와서 기호는 더 이상 어떤 기본적 실재의 부재를 은폐한다.

마지막 단계인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 이것은 더 이상 원본과 상관없는 시뮬라크르를 말한다. 우리가 영위하는 대부분의 삶은 ‘복제의 복제, 시뮬라크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기호는 그 어떠한 실재의 본질과 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며, 지시대상과 전혀 무관한 시뮬라크르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변화 단계를 통해 기호는 실재와 무관한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가 된다(Bae, 2005).

이렇게 보드리야르가 설명한 이미지 변화 단계는 초기의 원본이 모방, 재현되는 과정을 거쳐 원본의 이미지보다 새로 탄생한 이미지가 더 중요하게 되는 변화의 과정을 말하고 있었고, 따라서 “그가 기획하는 시뮬라시옹의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기호화되고 모든 실재가 사라지는 단계"(Jin, 2003, p. 108)이다. 보드리야르는 이 같은 변화에는 시뮬라크르의 질서<Table 1>가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Table 1> 
A Law of Simulacra
First Simulacrum -A law of nature
-Symbols are fixed, limited, and imitate nature.
Second Simulacrum -A law of commercial
-The continuous expansion of a deformed and changed image, not the real thing itself.
Third Simulacrum -A law of structural
-The real thing disappears.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이다. 이와 유사한 어휘로 ‘위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는 불어의 dissimulation, 즉 실제 있는 행위를 감추는 것이기에 전혀 반대의 뜻이 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시뮬라크르를 ‘흉내’, ‘모방’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전혀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 번역이다(Baudrillard, 2001). 시뮬라크르를 흉내 혹은 모방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시뮬라크르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의 세 가지 질서를 설명할 때 시뮬라크르의 형태가 다름을 시사하였다.

제 1의 시뮬라크르와 제 2의 시뮬라크르는 현대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복제와 비슷하며 원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복제이다. 제 3의 시뮬라크르의 개념은 이미지의 새로운 재현으로 원본은 중요하지 않고, 새로운 이미지가 원본의 위치를 대신하기도 하며 원본 없는 이미지가 새로운 실제로 인식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시뮬라크르의 세 가지 질서의 순서에 의해 이미지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시뮬라시옹 현상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이미지 변화단계와 시뮬라크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반영이다’는 이미지가 원본의 사실과 동일한 시기로 시뮬라크르가 나타나지 않은 르네상스 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이미지와 원본의 사실이 같은 모습으로 시뮬라크르에서는 사실이 반영되는 실재화의 특성을 보인다.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을 감추고 변질시킨다’는 르네상스에서 18세기 산업혁명까지의 기간이다. 이미지 변화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실성의 변질은 원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가 아닌 변형된 이미지다. 자연을 모방하여 그것이 재현되는 방식인 변질된 이미지이며, 이것은 제 1의 시뮬라크르이다.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는 18세기 산업혁명 후부터 산업시대까지 나타난다. 이때는 대량생산으로 인해 원본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단계의 시뮬라크르를 원본의 부재로 인한 이미지의 일반화로 설명할 수 있으며 제 2의 시뮬라크르이다.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는 산업시대이후부터 현재까지 해당된다. 이 때는 이미지와 또 다른 이미지와의 조합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시뮬라크르로써 계속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한다. 원본의 실재와 이미지는 점차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계로 제 3의 시뮬라크르이다. 원본의 실재 이미지와는 완벽하게 다른 차이를 보이는 것이며, 결국 시뮬라크르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그 무언가 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현실이다.

보드리야르는 현대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이미지에 의해서 재현되며, 이 이미지의 세계는 상상으로 구현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현할 이미지가 없는 상상의 세계는 그 존재의 의미 자체를 상실하고 존재적 가치의 상실로 세계는 원본이 부재된 사실을 깨닫고 자기 영속적으로 회귀 본능을 가지게 된다. 또 다른 원본의 실체가 되는 것이다(Baudrillard, 2001). 이와 같이 시뮬라시옹의 핵심은 원본에 대한 사실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실재하고 그것이 원본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2) 하이퍼리얼리티

‘과장’이라는 뜻을 가진 하이퍼(hyper)와 ‘실재하는’을 뜻하는 리얼리티(reality)의 합성어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 즉, 초과현실(실재)를 의미하며 불어의 hyperréeel을 번역한 것이다(Kwak, 2012). 이미지가 더 이상 어떠한 지시물이나 대체물을 가리키지 않으며, 원본이나 실재가 없는 자연보다 더 자연적인 인공, 원본보다 더 원본적인 모사물,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을 뜻한다. 어떠한 것을 재현해 모사물을 만들 때는 항상 모사되는 어떠한 현실이 원본으로 지정되어 왔고, 그 모사물의 가치는 원본을 기준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것의 상품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대량 복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욕망충적의 사회에서 모사과정은 변화하게 되었다.

모사되어진 원본이 반드시 현실이 될 필요는 없으며 더 이상 원본성이 모사물에 대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복제의 목적은 기호의 제공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흐릿해진다”(Kim, 2011, p. 49). 보드리야르는 이렇게 탄생한 현대의 모사 과정을 원본이나 실재가 없이 실제적인 것이 된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라고 규정하였고, 이것은 이미지 변화의 마지막단계인 제 3의 시뮬라크르에 해당한다.

하이퍼리얼리티 시대의 인간은 어느 것이 진짜인지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식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현실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새로운 현실이며, 우리는 이렇게 뒤섞인 혼돈의 세계에 점점 무뎌져 현실을 잃고, 또 다른 현실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들이 사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서, 오히려 그것들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들어 버리고 하이퍼리얼을 파생시킨 것이다(Park, 2006). 이러한 하이퍼리얼은 시뮬라크르의 세 가지 질서인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현대의 시뮬라크르는 원본이 사라지고 새롭게 탄생한 이미지만 남게 되는데 이 이미지는 또 다른 이미지로 파생하며, 이러한 과정은 무한히 반복된다. 즉, 재조합, 재창조로 계속하여 새로운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이다. 현대의 하이퍼리얼은 실재이며, 실재 그 자체로 기준(Jung, 2015)이 되는 것이다.

3) 이미지 변화에 따른 재현성

현대사회는 이미지의 사회이다. 이미지의 재생산의 반복적 순환 속에 대중들은 실재가 아닌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에 있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사물은 이미지에 의해서 재현되며, 이 이미지의 세계는 상상으로 구현되며, 상상이 된 이미지들이 구축한 세계를 상상의 세계라 했다. 그러나 재현할 이미지가 없는 상상의 세계는 그 존재의 의미 자체를 상실한다고 했다(Kim, 2008).

시뮬라시옹을 통해 형성된 시뮬라크르는 또 다른 기준으로 현실 세계에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자기 영속적이고, 모방적인 실재들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앞선 시뮬라시옹 이론을 토대로 이미지의 재현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드리야르의 이미지 개념 분석에 의해 재현성의 특성<Table 2>을 정리하였다.

<Table 2> 
The Simulation of Reproducibility
Substantialize The first process of changing images is pure outer skin. The meaning of the divine form reproducing represents essential reality in its first stage, and is expressed in the form of rational perception.
Modify The unexpected occurrence of an event in the abstract stage, in which subjective emotions are transferred from real life. It is, hoped that this will push Simulation itself into the abyss of chaos and resolve it combatively.
Absenteeism The stage of absence in image change is consists in the image becoming increasingly self-image. The first process of change in the image is pure outer skin. The meaning of the divine form reproducing represents essential reality in its first stage, and is expressed in the form of rational perception. It is a process of forgetting the facts of God. Hiding the truth of reality, the image soon takes on a different look. It is based on imagination, but it is gradually changing, and manifests shapes that are not it true form. At the stage of recognition, the concentration of sarcasm becomes transparent and more neutral, losing its fundamental character and blurring its self-awareness.
Difference The actuality is the process of deformation and degeneration, hiding the original substance and making it absent. There is no longer a fundamental reality. The simulation process calls for active reproduction of this fundamental loss of reality, the new reality resulting from this reproduction is imprinted as another entity, and becomes the hypervality as a simulacrum.

첫 번째 특성인 실재화에서는 본래의 것 그대로를 빌려 자연의 형태적, 내용적, 관계적 특성을 차용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본래의 것을 모방, 복제 하려는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시뮬라시옹 된 시뮬라크르는 하이퍼리얼리타와 실재 사이의 관계와는 별도로 의도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지 않더라도 현존하고 있는 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 표현되는 것들은 오로지 시각적인 감각에 의존하여 보이는 그대로의 것을 묘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재화의 과정에서는 모방성, 유기성의 재현 특성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특성인 변형에서는 서로 다른 형태가 함께 결합하여 나타나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대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나의 형태로 동시에 여러 가지 특성을 내포하여 전혀 다른 새로운 대상을 창출하고 있었으며, 형태의 변형을 통한 기능적 일탈과 전이로서 이차적 기능의 상징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질적 형상의 표현은 완전성의 결여를 하나의 표현방법으로 사용하여 형태와 지각의 의도적인 무질서를 추구하며 비일상적인 오브제를 통하여 본래의 실체를 변질 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서 형태의 변형을 통한 기능적 일탈과 전이로서 기능의 상징화를 추구하며 형태적 왜곡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형태는 의도적인 무질서를 추구하고 있으며, 불연속적인 대상을 채택함으로 이질적인 형상을 통한 혼성을 보여주게 된다. 그렇기에 이 과정에서는 혼성성, 유희성, 환상성의 재현 특성을 보이고 있다.

세 번째 특성인 부재화에서는 분절의 체계를 불확정적 상태로 만듦으로써 관찰자나 사용자에게 그 영역을 재해석 또는 재정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서로 다른 것들의 연결로 무한한 연속성이라는 의미에서 무한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다양한 형태와 이미지가 복잡하게 섞이게 되는 것이다. 경계의 모호함으로 영역 간의 존재를 완벽하게 배제하는 방법에 의해 구분을 없애고 불확정적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그 영역을 새롭게 재해석 또는 재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무한한 연속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계속하여 시도하면서 투명성, 모호성, 무한성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네 번째 특성인 차이에서는 전통성을 완벽하게 파괴하여 새로운 실재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특징을 보인다. 완벽하게 새로운 표현 기법으로 일상적인 형태를 파괴하고 부재시키는 표현으로 일상적이지도 비일상적이지도 아닌 낯선 형태를 창조시킨다. 이질적인 소재와 형태, 이미지의 차용은 무한한 재현을 가능하게 하여 새로운 실재를 탄생시킨다. 이질적인 것의 형태 중첩 등은 새로운 실재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낼 수 있다. 차이의 과정에서는 무한성, 환상성, 확장성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 개념을 통한 재현의 근본적 특성은 모방을 통한 단순한 작업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는 급진적인 변화와 기술의 발달로 변화되는 형태들의 일원론적인 원리를 탈피한 다원론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이에 도출된 재현성의 하부 속성을 <Table 3>으로 정리하였다.

<Table 3> 
Reproductive Expression Characteristic Analysis
Reproductive Expression Characteristic Analysis
Mimesis The stage of imitating real life.
Organic Reproduction of the natural, flexible form.
Hybrid Time; a mixture of spatial sensations; mixed up.
Amusements Generates a visual code of novelty that exaggerates everyday objects.
Fantastic A new, strange environment and atmosphere.
Transparency A mixture of virtual and real life; non-materialization; blurred boundary; empty.
Ambiguity Blurred boundaries; the possibility of infinite expansion.
Symbol A new form of reproduction; a new concept that transcends compression and condensation.
Deviates from the real world with uniqueness that transcends nature.
Infinity An instrument that can move into a new space with infinite depth of thought.

2. 크레타 복식

크레타 섬은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로 신체 대부분을 노출시켰는데, 기후로 인한 제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몸에 꼭 맞는 의복이 발달하여 고대복식의 특징인 천을 몸에 감아 입는 드레이퍼리(drapery)형식과는 다른 몸에 꼭 맞게 재단, 봉제된 입체적인 실루엣을 나타내고 있다(Lister, 1982). 이 당시의 두드러진 복식형태는 우아한 곡선의 표현으로 크레타인들은 남녀 모두 가는 허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어릴 때부터 금속벨트를 하고 고정시켰고, 이는 상대적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시켜 여성의 미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고대 크레타 시대의 복식에 대한 실제적 유품이 거의 남아 있는 것이 없으므로 크레타 시대의 복식에 대한 자료는 B.C. 2000년경으로 추정되는 발굴품인 뱀을 든 여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뱀을 든 여신<Fig. 1>은 가는 허리에 상대적으로 폭 넓은 스커트와 돌출된 가슴으로 아워글래스 실루엣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Kang & Seo, 2005). 대부분 티어드 스커트로 스커트 위에 둥근 모양의 에이프런을 착용하였다. 스커트 위에 착용한 에이프런의 모양은 대부분이 비슷하며, 그 형태는 운동 경기에 참가하는 여자가 입었던 로인클로즈(loin cloth)와 같이 앞뒤가 ‘V'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V’자 모양은 크레타 시대에 동굴 벽화나 도자기, 인장 등에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혹은 연속된 문양으로 표현되었다.


<Fig. 1> 
Snake Goddess to Medusa (employees.oneonta.edu, n.d.)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복에서도 ‘V' 모양으로 커팅된 디자인을 많이 발견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모양은 탄생의 의미를 갖는 표식으로 사용되었다(Gimbutas & Dexter, 2001). 이러한 특징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에이프런은 종교적 중요성을 갖는 일상복이 아닌 의례용 복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Lister, 1982). 이렇게 스커트위에 남성 복식처럼 허리에 벨트가 착용되어 있는데, 이것은 금속으로 되어있고 이것이 허리에 감겨있는 모습은 뱀이 사리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여 당시 뱀을 중시하던 종교적인 사상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코르셋 벨트<Fig. 2>는 B.C 1800년대에 최초로 쇠를 이용한 형태로 시작하였다. 크레타인들의 코르셋 사용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겨드랑이로부터 허리까지 완만한 선을 이루고 있는데서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몸의 형태는 허리만을 조이는 벨트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몸 전체를 조이는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Kang & Seo, 2005). 코르셋 벨트는 2~3인치 가량의 금속 조각들을 연결하여 만든 것으로 벨트 대신 사용되어졌고, 앞부분이 열려져 끈으로 묶어져 있고 가슴이 노출된 채로 아래쪽으로부터 지지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볼 때 코르셋 벨트의 조형적 의미는 미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Fig. 2> 
Our Lady of Sports (Kang & Seo, 2005)


Ⅲ. 크레타 복식의 시뮬라시옹 현상

패션은 변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 특정 스타일(Kim, 2004)을 말할 때 사용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일은 의상, 악세서리를 포함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시뮬라시옹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패션은 변화하는 것을 전제하여 만들어진 시뮬라크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패션 스타일은 모방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원본과 상관없는 이미지도 존재한다.

크레타 복식은 크레타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점차적으로 크레타 복식의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가 혼합되어 나타났고, 이렇게 다른 이미지와 혼합이 될수록 이미지는 원본과 상관관계가 약화되며 독립된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된다. 이때 이미지는 하이퍼리얼로 설명할 수 있으며, 혼합되는 과정은 시뮬라시옹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은 시뮬라크르의 세 가지 질서를 패션에 적용한 것이다.

보드리야르가 말한 제 1의 시뮬라크르인 자연주의의 질서는 변질의 단계로 르네상스에서부터 산업혁명까지이다. 보드리야르가 언급한 시뮬라크르의 질서가 적용되기 전에도 크레타 복식은 재현되었다. 중세 11-12세기 경에 여성들은 원피스 가운 위에 조끼 형식의 코르샤쥬를 착용하고 허리에는 코르셋 벨트를 착용하였다. 이 코르사쥬는 상체부분이 꼭 맞으며 허리 아랫부분은 혀모양의 곡선으로 처리하여 가장자리에 기하학적인 밴드로 트리밍 하여(Chung & Paeng, 1996) 크레타 시대 여성들이 스커트 위에 에이프런과 코르셋 벨트를 착용한 모습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Fig. 3>.


<Fig. 3> 
Corsage (Chung & Paeng, 1996)

크레타 스타일을 모델로 삼아 모방하고 있지만 이는 원본과 같은 형태는 아니다. 예를 들면 크레타 여성들이 착용하였던 에이프런의 둥근 외관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크레타 복식의 에이프런은 허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에 반해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복에서는 상의와 결합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Fig. 4>. 모방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요소만을 모방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일부 요소라 할지라도 모방되는 과정에서 모양, 소재, 디테일, 컬러 등이 그대로 차용되지 않고 바뀌기 때문에 본래의 형태에서 변질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방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원본의 이미지를 변형시킨 변질된 이미지라 말할 수 있다.


<Fig. 4> 
Follower of Anthonis Mor (fashionhistory.fitnyc.edu, n.d.)

제 2의 시뮬라크르는 생산주의의 시뮬라크르로 설명하였으며 이 시대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산업 시대까지다. 패션에서 유행되었다라고 하는 것은 대량생산의 개념뿐만 아니라 착용된 상태를 의미하므로 한사람의 독특한 스타일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입혀짐으로써 그 시대의 일반적인 스타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의미한다(Lee, 2009). 근대 이후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근대는 귀족문화를 표현한 호화로운 복식이 혁명 주도자들에 의해 일소되고, 간소한 시민적인 복식문화가 자리 잡아 가는 과도기적 시기였다(Chung & Paeng, 1996). 19세기 중반부터 착용된 여성복에서는 종형 실루엣에 티어드 스커트 그리고 깊게 파인 네크라인, 가늘게 조인 허리 등에서 크레타 스타일을 볼 수 있다<Fig. 5>. 이렇듯 그 시대 모두에게 받아들여진 획일화 된 스타일로 존재하였다.


<Fig. 5> 
Dress with a Pattern (www.vam.ac.uk, n.d.)

제 3의 시뮬라크르는 하이퍼리얼의 시대로 산업시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이다. 이 때는 이미지 조합에 의해 완벽하게 다른 이미지가 생산되는 때이다.

Mary Katrantzou는 2017년도 S/S 컬렉션에서 크레타 복식에서 모티브(Sarah, 2016)를 받아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말했지만 완벽하게 변형시킨 벨트의 형태와 에이프런을 조합시켜 새로운 무드의 크레타 스타일을 연출하였다<Fig. 6>. 더 이상 원본이 가진 고유한 이미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Fig. 6> 
Mary Katrantzou, 2017, S/S (Vogue runway, n.d.-a)

시뮬라크르의 질서에 따른 크레타 복식의 시뮬라시옹 현상을 <Table 4>로 정리하였다. 시뮬라시옹 과정을 통해 실재의 존재는 원형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며 변이하게 되었다. 또한 원래의 착장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하여 배치하였을 때 이질적인 면의 특성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가 나타나며 일상적인 착장 방법을 파괴하고 부재시키면서 이미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특성은 본질적인 기능과의 대응관계를 해체하여 실재를 부재시키고 있었다. 이로써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현상에서 나타난 시뮬라크르의 질서는 패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able 4> 
The Simulation of Baudrillard and the Simulation in Fashion.
Changing Image Phase Periodic Differentiation The Law of Simulacra Fashion of Simulacra
An image that reflects deep realism. Pre-renaissance
An image that hides deep reality causes high degeneration. Renaissance from the eighth century until the Industrial Revolution First simulacrum
(A law of nature)
Degraded image
An image is the absence of deep realism. Post industrial revolution-mountain business age Second simulacrum
(A law of commercial)
Generalized image
An image that shows no matter what it is. Post industrial period ashes Third simulacrum
(A law of structural)
Hyperreal


Ⅳ. 현대패션에 나타난 크레타 복식의 시뮬라시옹 현상

현대사회는 시뮬라시옹 이론의 이미지 변화 과정 중 4번째 단계에 속한다.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의 시뮬라크르는 하이퍼리얼이며 패션에서도 하이퍼리얼의 단계이다(Lee, 2009). 이 때 나타나는 패션의 하이퍼리얼은 이미지의 수평적 혼합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현대 패션에서의 시뮬라시옹 현상은 과거 복식 양식의 단순한 모방, 재현으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복식 양식을 변형시키고, 의미를 부재시키면서 원래의 복식 양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표현된 패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 고찰에서 드러난 시뮬라시옹의 하이퍼리얼의 특성으로 현대 크레타 복식의 재현을 세분화하였으며, 앞선 재현의 세분화<Table 3> 특성으로 보여진 혼성성, 환상성, 무한성으로 나누어 현대패션에 나타난 크레타 복식의 표현 양상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한다.

1. 혼성성

시뮬라시옹 된 시뮬라크르는 하이퍼리얼리티와 실재 사이의 관계와는 별도로 의도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다양한 시, 공간적 감각들이 혼재하며 뒤섞이게 되었고, 과거와 현대의 무분별한 상호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양한 디자인이 표현되면서도 과거의 형태는 그 자체로 반영되는 현상이 보인다. 형태적인 면에서는 실재에 대한 모방, 유사에 의해 재현이지만 그 안의 디테일, 소재, 기능에 대한 요소들은 완벽하게 다른 하이퍼리얼의 특성을 따르고 있다.

과거에는 상황에 따른 목적이 있는 복식이 존재하였다. 때에 따라 목적에 맞는 복식을 착용하였고 그 에 따른 스타일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이러한 목적의 용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점을 모두 해체시키고, 목적이 다른 아이템을 서로 매치하면서 대조되는 것들의 조합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렇게 시간, 장소, 목적을 완벽하게 해체시킨 패션 아이템은 현대에 와서 더욱 다원화 된 성향을 보이고 있고, 과거 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것, 특정 장소, 목적으로 착용하던 목적 의지가 강한 복식을 그와 아무런 관계없는 패션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크레타 시대에는 상체에 꼭 맞는 상의를 착용 하였는데 짧고 좁은 소매가 몸판에 이어져 붙어있고 가슴을 완전히 노출한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는 모계사회에서의 다산과 풍요를 숭배하는 그들의 종교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Kim, 1998, p. 25). <Fig. 1>에서 볼 수 있듯 뱀을 든 여신상에서는 가슴 아래 부분을 끈으로 묶어 복부를 완벽하게 가림으로 노출된 가슴의 형태를 강조하고 상의는 둥근 모양의 에이프런과 함께 착용되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에이프런과 코르셋 벨트의 형태나 목적을 따르고 있지 않는다. 드레이퍼리한 실루엣의 시스루 드레스에 자수 장식의 에이프런 형태 코르셋 벨트를 착용하여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블랙 드레스 룩에 허리를 강조하며 포인트 역할을 하는 스타일링 기법으로 사용되었다<Fig. 7>. 혹은 금속 장식이 더해진 각진 형태로 코르셋 벨트와 형태적 결합을 이루어 허리를 강조하는 벨트의 형태로 표현되기도 하였다<Fig. 8>. 이렇게 악세서리의 활용을 통한 스타일링<Fig. 9>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또는 의상의 한 부분인 스커트의 형태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Fig. 7> 
Valentino, 2016, S/S (Vogue runway, n.d.-b)


<Fig. 8> 
Louis Vuitton, 2019, F/W (Vogue runway, n.d.-c)


<Fig. 9> 
Jil Sander, 2018, F/W (Vogue runway, n.d.-d)

롱 슬리브 소매의 드레스에 갖가지 보석, 금속 장식을 더해 드레스 위에 레이어드하는 방식으로 착용되거나<Fig. 10> 스커트 자체에 꽃 문양의 아플리케로 장식한 원단을 더해 새로운 스커트 형태를 보이고 있다<Fig. 11>.


<Fig. 10> 
Dolce&Gabbana, 2018, F/W (Vogue runway, n.d.-e)


<Fig. 11> 
Thom Browne, 2018, F/W (Vogue runway, n.d.-f)

시간, 장소, 목적에 관계없는 용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여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등의 개념을 모두 해체시킨다. 이러한 개념의 해체는 과거의 관습, 목적 등 고정된 상식을 벗어나 새로운 의미로 나타났으며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양식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보여주며, 실재보다 더 실재로 인식되는 시뮬라크르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현대 패션의 다원화에 있어서 하나의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가 서로 상호 연관을 가지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패션에 있어서 상호작용은 어느 한 복식의 형태에서 재현되었다는 것 보다는 다른 복식의 형태 혹은 대중문화의 다른 부분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텍스트로 인식하는 것이다.

2. 환상성

목적의식이 없는 스타일간의 조합은 시뮬라시옹의 기호가 서로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실재 대상의 의미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복식 형태가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 나타나며, 다양한 형태의 혼합에 의해 실재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면서 이미지를 변화시킨다.

이미지는 점차적으로 사실적 실체를 망각하여 사실을 감추고 다른 외양적 특징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은 상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실재와는 다른 외형을 지니면서 그 기능도 점차적으로 변이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에 있는 이미지 자체를 불확정적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대중들은 그 영역을 새롭게 재해석 또는 재정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현대패션에서는 특정하게 정의된 스타일이 또다른 스타일을 빌려 재구성하고 본래의 이미지와는 다른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다. 특정 복식이 한계성을 극복하고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2016년도 F/W 컬렉션에서 프라다는 기존의 밀리터리 재킷에서 변형된 재킷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비비드한 컬러 티테일의 스타킹, 네크리스 형태로 변형된 미니백, 재킷 위에 매치한 코르셋 벨트로 다양한 복식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하나의 룩으로 완성하였다<Fig. 12>. 이러한 목적에 의한 결합 뿐 아니라 성별에 따른 이미지의 결합도 있다. 남성적인 복식으로 대표적인 테일러드 수트를 여성이 착용하여 남성적인 무드를 자아내지만 이너에 코르셋 벨트로 스타일링을 함으로써 남성, 여성미가 동시에 느껴지는 복합적인 스타일<Fig. 13>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Fig. 12> 
Prada, 2016, F/W (Vogue runway, n.d.-g)


<Fig. 13> 
Louis Vuitton, 2018, F/W (Vogue runway, n.d.-h)

기본적인 인식들에 비해 예기치 못한 뜻밖의 조합들은 합리적이고 기능적이던 실재의 파괴를 가져온다. 기존의 인식에 변화는 소재나 형태가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였으며 다양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에이프런은 과거 크레타 시대에 의례용 복식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큰 복식으로 후에 장식적인 요소가 강한 민속 의상을 거쳐 옷을 보호하기 위해 걸치는 용도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델포조의 컬렉션에서는 현대적인 일상복의 형태인 스커트와 비비드한 컬러의 마블링 효과의 롱 슬리브 톱위에 에이프런을 레이어드하여 룩을 완성하였다<Fig. 14>.


<Fig. 14> 
Delpozo, 2016, F/W (Vogue runway, n.d.-i)

모방의 과정을 초월하여 그 자체로써 새로운 형태의 탈재현으로 독립된 형태를 갖는다. 독립된 형태를 갖게 되면서 이질적인 존재로 재생산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미 실재의 존재는 원형과는 다른 특이성을 가지게 된다.

여러 개의 부피감 있는 미니 백을 벨트 형태로 만들어 착용함으로 기존의 코르셋 벨트가 가지고 있는 허리를 조여 상체를 강조하는 목적과는 다르게 착용되었다<Fig. 15>, <Fig. 16>.


<Fig. 15> 
Marni, 2017, S/S (Vogue runway, n.d.-j)


<Fig. 16> 
Jaquemus, 2019, F/W (Vogue runway, n.d.-k)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가 없는 현대사회에서는 본질과 비본질의 차이는 소멸하였고 실재와 비실재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져 구분할 수 없다. 패션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목적의식 없이 특정한 스타일을 모방하고 또 다른 스타일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조합의 룩이 나타났다.

이미지나 스타일을 새롭게 배치하고 재구성하여 나타나는 스타일을 다양한 의미의 복합성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지의 과잉화 현상으로 발생한 의미의 재조합으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 패션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원화로 인한 경계의 모호함과 의미의 불확실성은 패션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되었고 고정된 의미가 사라진 현대패션에서는 이러한 결합으로 탈장르화 현상을 가져왔으며, 기존 원형에 대한 고정관념이 해체되었다.

3. 무한성

현대에서 복식은 더 이상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복식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본질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여전히 복식은 신체에 의해 입혀지고, 표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 패션 자체를 즐기고 패션의 이미지를 입게 된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사상의 깊이를 무한하게 하여 새로운 사상으로 나아가면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된다.

일상적인 것을 부재시키고 일상적이지도 비일상적이지도 않는 낯선 형태가 만들어 진다. 이 때 이질감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조형적으로 다양한 표현이 나타난다. 이질적인 것의 이미지 중첩 등은 새로운 실재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의상 속 신체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삭제하여 자체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상실시키고 의상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신체에 대한 초과실재를 만들어 내며 하이퍼리얼로 표현되고 있었다.

본래의 착장 방식을 벗어나 재킷을 에이프런처럼 연출하여 일상적인 착장법을 파괴하여 조형적으로 표현한다<Fig. 17>. 혹은 여성의 복식에서 시작한 에이프런과 코르셋 벨트가 뷔스티에 형식으로 변형되어 남성의 테일러드 자켓 위에 스타일링<Fig. 18>되기도 하였다. 이는 신체 구조의 해체와 탈재현의 형태로 볼 수 있으며, 전통적인 복식의 착장법에서 벗어난 외형으로 표현되고 있다.


<Fig. 17> 
Thom Browne, 2016, F/W (Vogue runway, n.d.-l)


<Fig. 18> 
Maison Margiela, 2019, S/S (Vogue runway, n.d.-m)

스커트위에 두르는 형태의 에이프런의 착장법이 적용되었지만 일반적인 복식의 형태가 아닌 철조로 된 입체적 구성물을 더해 마치 조형물과 같은 형태를 보이고 있다<Fig. 19>.


<Fig. 19> 
Rick Owens, 2019, S/S (Vogue runway, n.d.-n)

기능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디자인 요소의 위치를 변화하면서 사용 목적과 기능은 점점 상실해 가는 것이며, 이는 다양한 실재의 의미와 상징이 해체되어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 된 시뮬라크르로 말할 수 있다. 현대에서 코르셋 벨트는 단순히 액세서리의 기능을 뛰어 넘어 뷔스티에와 벨트 그 어딘가의 경계에 자리 잡기도 하였다. 완벽하게 톱(top)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벨트의 기본적인 형태는 유지하되, 그 외 부수적인 장식을 더하여 상의, 그 자체로 표현되고 있다<Fig. 20>, <Fig. 21>.


<Fig. 20> 
Fendi, 2019, S/S (Vogue runway, n.d.-o)


<Fig. 21> 
Hussein Chalaya, 2019, F/W (Vogue runway, n.d.-p)

시뮬라시옹 과정을 통해 실재의 존재는 원형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며 변이하게 된 것이다. 신체의 구조를 왜곡, 과장하여 그 구조를 해체하거나 본래의 기능적인 면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있다. 혹은 복식에서 주로 사용되지 않는 이질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조형적 표현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일상적인 형태를 파괴시키고 부재하는 조형적 표현으로 일상적이지도 비일상적이지도 않은 낯선 형태의 의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소재와 형태, 착장방식은 이미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패션의 기능과 역할을 보충하는 역할의 재현이 아니라 완벽하게 다른, 연관성이 전혀 없는 형태로 보여 진다. 실재와는 다른 형태의 모습이 보다 자유롭게 인식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려고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이에 현대 패션에서는 과거 복식의 형식에 의미적인 가치를 두지 않고 다양한 형식들이 무질서하게 나타나게 되었으며, 본질적인 기능과의 대응관계를 해체하여 실재를 부재시키고 있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장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현상을 바탕으로 현대 패션에 나타난 크레타 복식의 재현성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시뮬라시옹 이론이 패션에 적용되는 사례를 연구하고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패션에 나타난 크레타 복식의 시뮬라시옹 현상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첫째, 이론적 고찰에서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의 개념과 하이퍼리얼리티, 이미지 변화에 따른 재현성을 살펴보았고, 고대 크레타 복식의 의미와 형태를 알아보았다.

둘째, 이론적 고찰에서 나타난 시뮬라크르의 세가지 질서를 통해 크레타 복식의 시뮬라시옹 현상을 살펴보았다.

셋째, 위의 연구를 통해 현대 패션에 적용되는 시뮬라시옹 현상은 이미지 변화의 마지막 단계인 제 3의 시뮬라크르에 해당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를 근거로 하여 현대 패션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현상을 혼성성, 환상성, 무한성의 특성으로 나누어 사례를 분석하였다.

크레타 복식의 시뮬라시옹 현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 1의 시뮬라크르 단계는 르네상스에서부터 산업혁명까지로 크레타 스타일을 모델로 삼아 모방하고 있었다. 크레타 시대에 착용했던 에이프런과 코르셋 벨트의 형태 중 일부만 모방하여 자연스러운 변형이 나타났다.

제 2의 시뮬라크르 단계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산업시대까지로 대량생산을 통해 특정한 스타일이 아닌 그 시대의 일반적인 스타일로 착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제 3의 시뮬라크르는 산업시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이다. 하이퍼리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크레타 복식에서의 에이프런, 코르셋 벨트에 담긴 종교적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에 또 다른 이미지를 더한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디테일, 실루엣 등으로 형태를 변화시킨 후 다른 이미지와 혼합되어 하이퍼리얼이 되었다.

현대 패션에 나타난 크레타 복식의 시뮬라시옹 현상은 더 이상 크레타 복식의 형태적, 의미적 유사성은 볼 수 없었다. 본래의 실체를 망각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크레타 스타일안에서 또 다른 스타일을 더하여 본래의 실재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전혀 다른 외양의 스타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상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실재와는 완벽하게 다른 외양을 가지게 되며 점차적으로 변이되어가고 있었다. 또한 더 이상 근원적 실재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실재의 상실에 대한 재생산을 부추기게 되었고, 이러한 재생산의 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실재는 또 다른 실재로 각인되어 시뮬라크르로써 하이퍼리얼이 되었다.

이러한 하이퍼리얼의 결과로 다양한 시대, 공간의 복식 형태가 뒤섞이게 되었고, 과거와 현대 복식의 무분별한 상호작용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패션 디자인이 표현되는 혼성성의 특성을 보였다. 또한 특정하게 정의된 스타일이 또 다른 스타일을 빌려 재구성하고 본래의 패션 이미지와는 완벽하게 다른 스타일을 표현함으로써 특정 복식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고정관념을 해체시키고 탈재현으로 환상성의 특성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이미지의 조합으로 낯선 형태의 패션 스타일이 나타나며, 이질감을 더욱 강조해 이미지 중첩이라는 새로운 실재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는 무한성의 특성을 보였다. 현대 패션에서는 에이프런과 코르셋 벨트의 디테일, 소재, 문양, 실루엣등 다양한 디자인적 요소의 추가로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재킷, 스커트, 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을 스타일링 적 요소로 활용한 방식으로도 나타나고 있었다.

이미지 변화 단계에 따른 시뮬라시옹의 재현적 특성들이 패션 이미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이렇게 파생되어지는 패션이미지와 보드리야르의 재현성을 연결 지어 분석함으로써 또 하나의 새로운 패션 이미지가 탄생하고 발전하게 될 수 있음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패션 이미지를 시뮬라시옹의 측면에서 분석해 봄으로써 새로운 패션 이미지의 지향점을 위한 사례로 제시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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