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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3, No. 5, pp. 68-90 | |
Abbreviation: JKSC | |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 |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23 | |
Received 22 Aug 2023 Revised 13 Sep 2023 Accepted 26 Sep 2023 | |
DOI: https://doi.org/10.7233/jksc.2023.73.5.068 | |
푸드 모티프(Food Motifs)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의 표현 특징과 미적 특성 | |
유연재 ; 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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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의류학과 강사 | |
⁺경북대학교 장수생활과학연구소 | |
The Expressive Features and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Fashion Design Using Food Motifs | |
YeonJae Yoo ; JungHwa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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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ructor, Dept. of Clothing & Textiles,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 |
⁺Professor, Center for Beautiful Aging,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 |
Correspondence to : JungHwa Choi, e-mail: jhchoi0@knu.ac.kr | |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expressive features and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fashion design using food motifs. A total of 645 fashion collection works published from S/S in 2000 to F/W season in 2023 were selected and analyzed. Additionally, theoretical studies referring to related professional books, papers, and websites focusing on food and food fashion keywords. The expressive features of fashion design using food motifs were as follows. First, pop art expressions through digital printing showed popularity and humor with expanded, parodied, or vivid colors of food images. Second, the modular expression achieved assemblage-based material expression, which consisted of food containers or ingredients repeated as a unit. Third, texture expression through similar textures stimulated various senses by using actual ingredients as costume materials or realistically reproducing various textures of food. Fourth, the utilization of oversized accessories and the presentation of surreal clothing silhouettes exemplified the avant-garde fashion sensibility reflected in the exaggerated scale.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fashion design using food motifs were derived as follows: (1) Delivery of playful kitsch emotions, (2) Sensory expression of sexual symbolism, (3) Reflection of the identity of food culture, and (4) Practice of sustainable fashion.
Keywords: fashion, food, food culture, ingredient, kitsch 키워드: 패션, 음식, 식문화, 식재료, 키치 |
현대 패션 브랜드는 전통적인 패션 아이템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수준의 브랜드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미식 분야에도 확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단순한 패션 제품의 생산을 넘어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감성을 체험하고 싶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연달아 오픈하고 있는 것이다(Shin, 2022). 구찌(Gucci)는 지난 2021년 3월 서울 한남동에 ‘구찌 오스테리아’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고, 디올(Dior)은 성수동과 청담동에 ‘디올 까페’를,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팝업레스토랑인 ‘피에르 상 앳 루이비통’을 운영한 바 있다. 해당 레스토랑 및 카페에서는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유한 패턴과 심볼 모양의 푸드를 선보였다(Kim, 2022).
라이프 스타일 수준의 확장성은 곰표 패딩, 참이슬 백팩, 써브웨이 티셔츠 등과 같은 국내 외식업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푸드 관련 브랜드에서 이를 모티프로 한 패션 관련 상품을 자체 제작하거나 혹은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와의 이색적인 협업을 통해 탄생한 이른바 ‘푸드 패션(food fashion)’이라는 하나의 트렌드가 새로이 자리를 잡게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관해 “고객에 브랜드 정체성을 골고루 전달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콜라보 상품은 화제성과 희소성이 뛰어나 주요 소비계층인 MZ 세대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만큼, 푸드 패션을 내세운 이색 콜라보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였다(Lee, 2022).
패션과 푸드의 만남은 비단 최근에 일이 아니다.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푸드와 패션은 계급, 지역, 종교, 신체와 관련된 상징적 매개체임과 동시에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쾌락, 미적 취향, 즐거움, 치유와 같은 내밀한 부분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환경에 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주목되면서 ‘패스트(fast)’, ‘슬로우(slow)’, ‘비건(vegan)’ 등과 같은 패션 및 푸드 관련 키워드가 함께 화제가 된 것도 어제와 오늘 일이 아니다. 푸드 모티프는 또한 패션계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제레미 스캇(Jeremy Scott),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등 창의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독특한 미학적 소재가 되어왔다.
이와 같이 패션과 푸드의 유의미한 관계성과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푸드 관련 패션에 관한 연구로는 “패스트 패션 현상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Ro & Kim, 2009)”, “패스트 패션의 전략적 특성과 패션 경향 연구(Han & Choi, 2010)”, “대안 전략으로의 비건 패션 브랜드 현황(Kim & Park, 2018)” 등과 같이 친환경을 주제로 한 패션 마케팅의 관점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다. 이에 본 연구자는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최신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패션과 푸드의 만남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대 패션과 푸드의 관계를 새롭게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의 표현 특징과 미적 특성을 도출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연구 방법 및 범위는 푸드 패션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된 국내외 서적과 논문, 웹사이트, 뉴스 기사 등을 참고하여 이론적 고찰을 하였고, 2000년 S/S부터 2023년 F/W 시즌까지 패션전문 플랫폼 보그 닷컴(Vogue.com)과 전문 서적, 디자이너 웹사이트 등에 발표된 푸드 모티프의 패션 사진을 1차적으로 수집 후 패션 디자인 전공자 3인에 의해 645점의 작품을 최종 선정하여 사례 분석을 수행하였다. 해당 연구에서 푸드 모티프의 범위는 인간이 먹고 마실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식을 대상으로 그것을 형상화한 의복의 실루엣이나 프린팅, 장식적 요소, 액세서리, 유명 푸드 프랜차이즈 및 식품의 브랜드 로고와 패키지, 유니폼 등을 적용한 디자인까지 포함하였음을 밝힌다.
「Food and Bite Me」의 저자이자 푸드 학자인 파비오 파라세콜리(Fabio Parasecoli)는 푸드가 우리가 개인과 사회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표현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푸드는 문화적 요소의 특성으로 인해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관련성이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의 구조에 묻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대중문화에서 푸드는 “문화적, 사회적 협상을 통해 푸드와 관련된 의미와 행동을 포용하거나 선택적으로 채택하거나 다른 목표로 변형 및 지향할 수 있다”고 말하며, 패션 또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패션 학자 말콤 버나드(Malcolm Barnard)는 푸드와 패션은 소비자들이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하고 전달하는데 활용된다고 주장했다(Marra & Way, 2022). 실제로 패션과 식사(食事)는 시간, 장소, 상황에 따른 TPO를 밀접하게 공유하는데, 이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만찬 모임에서 제공되는 요리와 식기, 그에 적합한 옷차림, 요구되는 식사 예절과 매너가 캐주얼한 식사 자리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푸드와 패션을 연구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현대 음식 소비의 심리 사회학을 향하여」에서 푸드와 패션의 만남은 사회적 계급, 친밀감, 즐거움, 사치, 감식 및 욕망과 관련된 유사점이 있다고 하였다(Marra & Way, 2022). 이렇듯 푸드와 패션은 미학, 정체성, 사회적 실천과 관련된 문화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생산 및 소비 산업과 연결되어 있기에 산업 상품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 경제학자들은 물건을 사는 것을 종종 푸드에 비유하는데, 이는 푸드에 대한 끝없는 욕구가 현대인이 소비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패션계에서도 푸드는 디자이너들에게 자본주의 사회의 만연한 소비주의에 관해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는 2014년 F/W 시즌 샤넬(Chanel) 패션쇼에서 슈퍼마켓 통로에 브랜드 제품을 진열하고, 모델들이 샤넬의 시그니쳐 메탈 체인이 강조된 쇼핑 바구니를 들고 제품을 살펴보는 무대를 선보였다<Fig. 1>. 해당 컬렉션은 패션에 대한 욕구를 푸드의 필요성과 동일시하며 패션이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것과 유사함을 시사한 무대였다(Marra & Way, 2022).
푸드와 패션은 모두 생리학적ㆍ심리적 연관성을 지닌 지표로도 작용한다. 생물학자들은 우리의 미각, 시각, 후각이 함께 작용한다고 지적하며 그 중 특히 후각은 기억, 감정, 즐거움과 관련된 뇌중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요소는 유행하는 상품에 대한 욕구, 배고픔에 비유되는데 즉, 푸드에 대한 단순한 이미지나 제안이 기억과 다른 연관성을 촉발하여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패션에서 푸드 모티프는 강력한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Marra & Way, 2022).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로 푸드 혹은 푸드를 먹는 모습을 노골적인 사진이나 영상으로 제작한 푸드 포르노(food porno)는 1984년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잘린 코워드(Rosalind Coward)가 「여성의 욕망(Female Desire)」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푸드의 맛에 집중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뚜렷한 색감과 과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푸드 포르노는(Park, 2016) 패션 화보에서도 자주 이용되는 컨셉으로 섹슈얼한 무드와 함께 푸드를 병치시켜 식욕과 소유욕, 성욕과 같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Fig. 2>.
한편, 푸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과 신체로 연결되어 있다.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영양소로 지방, 설탕, 단백질은 우리의 몸을 살아가게하는 주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패션 산업에서는 특히, 여성의 몸과 푸드의 관계를 신중하게 규제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봐왔다.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간행물인 보그(Vogue)는 창간 이래로 이상적인 ‘날씬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자신을 절제하고 식욕을 통제할 수 있기를 권장했다. 예로부터 서양 사회에서 여성은 육체적, 물질적 쾌락에 대한 충동에 이끌려 언제라도 타락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져 왔는데, 이 개념은 타락한 자의 원형인 이브(Eve)로서의 여성에 대한 유대-기독교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식욕과 배고픔에 굴복하여 선악과(善惡果)를 먹은 이브는 인류를 영원히 파멸시킴으로써 배고픈 여자 즉, 먹는 여자는 악한 여자라는 은유적 상징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서양 고전에서도 이상적인 여성의 신체는 폐쇄적이고 억제된 완벽한 대칭의 아름다움으로 그려지는 반면, 마음껏 먹고 마시고, 배변하는 것은 일차적인 욕구에 의해 지배되는 그로테스크한(grotesque) 신체로 그려졌다. 이처럼 절제된 식단과 이상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패션 산업은 여성들에게 이상에 대한 내면화, 신체 불만족, 순응에 대한 압박을 가함으로써 가장 치명적인 정신 질환인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논란 대상이 되어왔다(Marra & Way, 2022).
2000년대를 전후로 세계화와 대량 소비주의는 푸드와 패션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운동이 발생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그 최초의 움직임에는 카를로 페트리니(Calro Petrini)에 의해 1986년 로마에서 일어난 슬로우 푸드(slow food) 운동이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날드 식당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며 패스트 푸드(fast food)의 반대의미로 등장한 슬로우 푸드 운동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빨리 배를 채우는 패스트 푸드를 비판하며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제대로 된 조리 과정을 거쳐 조리한 푸드를 천천히 먹자’는 운동을 전개했다(Lee, n.d.). 세계화와 공장화로 인해 획일화된 식품에 반대하는 슬로우 푸드 운동은 점차 오늘날 패스트 패션 내에서의 낭비와 가치문제, 그리고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 논의 주제가 패션 분야까지 확장되었다. 슬로우 푸드와 평행을 이루는 슬로우 패션모델을 강조한 학자 헤이즐 클라크(Hazel Clark)는 ‘슬로우 패션은 현재 글로벌 시스템의 많은 최악의 측면, 특히 극단적인 낭비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패션의 전망을 제시한다’고 하였다(Marra & Way, 2022). 또한 환경운동가이자 섬유 학자인 케이트 플레처(Kate Fletcher)는 온라인 잡지 「Ecologist」에서 ‘패스트 패션은 속도가 아니라 탐욕’이라고 비판하며 사람과 동물 및 환경을 위해서는 제조 관행에 따라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패스트 푸드와 패스트 패션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반대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패스트 푸드는 평등주의적이고 저렴하며 자유롭게 구할 수 있으나, 열등한 재료를 사용하고 저렴하고 일회용이라 꼬집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미국에서는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조달하기 위해 현지 농부나 장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고자 하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 운동과 함께 유기농 소재의 활용, 추적 가능한 패션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강조한 ‘농장에서 옷장까지(farm-to-closet)’ 운동이 이루어졌다(Geczy & Karaminas, 2022). 또한 최근에는 육류섭취 및 동물의 가죽과 털(fur) 소재의 활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과 페이크(fake) 소재의 활용을 지향하는 비건 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패션과 디지털 푸드 문화에서 2010년에 출시된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온라인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새로운 사회적 관행을 형성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스타그램은 기존에 패션 블로그나 페이스북(Face book)을 대체할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패션 사진의 새로운 미학을 확립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식사, 요리, 영양 및 푸드, 건강, 여행 등 일상생활에 뿌리를 둔 패션과 푸드 피드 및 영상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디지털 및 소셜 미디어의 부상 이전에도 패션 미디어 산업은 레시피나 영양 정보, 체중 감량과 같은 푸드와의 접점이 꾸준히 나타났다. 하지만 그러한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모습은 이상화되고 완벽한 여성의 삶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반면, 인스타그램에서는 푸드와 패션이 보다 자연스럽고, 건강하며 행복한 삶의 속성으로 묘사된다. 식사와 요리, 영양 및 푸드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활동과 소비 습관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피드와 스토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이다. 이자벨 드 솔리에(Isabelle de Solier)는 “푸드라는 물질문화의 소비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산을 통해서도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하며 푸드를 준비하고 소비하는 것은 온라인상에서 ‘패셔너블한 페르소나’의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세계적인 패션 블로그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브라이언 보이(Bryan boy), 키아라 페라그니(Chiara Ferragni), 수재나 라우(Susie Lau), 아미 송(Aimee Song) 등은 푸드와 패션 콘텐츠 간의 융합을 통해 그들의 패셔너블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에서 매력적인 식사 사진은 푸드에 대한 매우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욕구를 표현하며 실생활의 신뢰성과 페르소나의 진정성을 부여하며 많은 팔로워를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Marra & Way, 2022).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이 푸드와 패션은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문화적 요소이자 현대 소비사회의 산업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여성의 신체 이미지와 관련하여 쾌락과 억압 및 통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그것은 제조 및 소비과정에서 다양한 친환경적인 사회적 운동을 발생시켰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진정성 있는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도구로써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절에서는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20세기 패션의 주요 사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푸드를 모티프로 한 패션 디자인은 당대 주요 예술적 배경과도 밀접한 관련을 보여준다. 특히, 20세기 초반에는 푸드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과 연관되어, 무의식과 환상의 세계를 표현했던 초현실주의(Surrealism) 작품에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하면서 패션에서도 적용되었다. 이를테면, 1937년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와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가 선보인 <Fig. 3>은 흰 오간자 소재의 드레스에 거대한 바닷가재와 흩뿌려진 파슬리 잔가지가 스크린 프린팅되었다. 겍지와 카라미나스(Geczy & Karaminas, 2022)에 따르면, 과거 서양에서 바닷가재는 아스파라거스, 굴, 캐비어, 꿀, 송로버섯과 함께 최음제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간주 되었으며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달리는 이를 성욕의 상징으로 사용하였다고 보았다. 이후 바닷가재는 1944년 디자이너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에도 영감을 주어 겹겹이 드레이핑 된 구성의 바닷가재 드레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1950~1960년대에 들어서는 팝아트(Pop art)의 등장과 함께 인스턴트 혹은 패스트 푸드와 같은 푸드를 대량생산 및 소비문화의 일부로서 조명한 작품들이 빈번히 제작되었다. 또한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의 등장과 함께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음식물 정물화가 그려지면서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다(Lee & Mun, 2015). 만화나 광고판에 활용되던 단어와 이미지를 통해 예술과 일상의 만남을 주도했던 앤디 워홀(Andy Warhol)은 1962년부터 캠벨 수프 캔을 실크 스크린으로 표현했으며, 1966년에는 그것을 종이에 반복적으로 프린팅한 일회용 ‘저녁 식사 드레스(Souper dress)’를 광고에 활용하였다<Fig. 4>(Marra & Way, 2022). 이후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 모티프는 1984년 카스텔바작(Castelbajac)의 S/S 컬렉션에서 오버사이즈의 드레스로 재해석되었다<Fig. 5>.
20세기 중반 이후 패션과 푸드의 조합은 오래된 관습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동시에 삶의 쾌락과 풍요로움, 그리고 삶의 소멸을 반영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하였다(Geczy & Karaminas, 2022). 해당 사례로 1970년대 아메리칸 캐주얼 시장을 선도하던 리바이스(Levi’s)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타이포그래피로 구성된 ‘Fresh Produce’ 티셔츠 <Fig. 6>을 선보이며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촉구하였다. 또한 디자이너 로버트 쿠슈너(Robert Kushner)는 1972년에 크로셰 뜨개질과 농산물로 만든 푸드 패션쇼를 발표했는데<Fig. 7>, 쇼가 끝난 후에는 관객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 이벤트가 행해지기도 했다(Marra & Way, 2022). 캐나다 출신 예술가 자나 스테르박(Jana Sterbak)은 1987년에 인간의 허영심과 건강, 노화, 삶과 죽음의 대비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생고기로 제작한 의상을 입고 있는 여성 사진<Fig. 8>을 공개하였다. 몬트리올 전시장에 걸린 해당 사진 옆에는 생고기 드레스가 옷걸이에 걸려 전시되었는데, 실온에서 자연적으로 부패한 고기 옷은 6주 후에 250달러 상당의 신선한 고기로 대체되었다(NONE, 2016).
1990년대에는 환경오염에 대한 에코 패션의 일환으로서 친환경적인 패션 디자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슬로우 푸드 운동의 발생지인 이탈리아에서 디자이너 프랑코 모스키노(Franco Moschino)는 1994년 국가를 대표하는 푸드인 토마토 소스와 스파게티, 와인을 컨셉으로 한 ‘Nature Friendly Garment’ 컬렉션을 선보였다<Fig. 9>. 해당 컬렉션에 등장한 자켓의 뒷면에는 ‘Sorry, I’m Italian’이라는 슬로건이 주목을 이끌었으며, 해당 의상에 대부분이 천연 섬유와 친환경적인 염료로 제작되었다(Marra & Way, 2022).
이처럼 20세기 패션에서 푸드 모티프는 시대적 상황과 예술의 흐름을 반영함과 동시에 인간의 성적 욕망과 건강, 삶의 풍요와 소멸 등을 의미하는 매개체가 되어왔다. 또한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패션은 전통적인 의복의 형태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디자이너가 전하고 싶은 다양한 메시지를 위트있게 표현하고, 풍자할 수 있는 장치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절에서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푸드를 모티프로 한 패션 디자인의 출현빈도와 푸드 모티프의 유형별 구성비율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 패션에 나타난 푸드 모티프 패션 트렌드에 관한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보고, 상품성 있는 푸드 모티프의 유형을 알아보고자 한다. 분석 방법으로는 보그 닷컴과 전문 서적, 디자이너 웹사이트에 발표된 푸드 모티프 패션 사진을 1차적으로 수집 후 패션 디자인 전공자 3인에 의해 645점의 작품을 최종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출현빈도는 1년 단위로 분류했고, 의상과 액세서리는 단일한 착장으로 간주했음을 밝힌다. 푸드 모티프의 유형은 제조과정과 식품산업 분류(‘Food’, n.d.) 기준에 따라 크게 천연식품과 가공식품으로 구분했고, 천연식품에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이 포함되며, 가공식품에는 제과류, 밥 및 면류, 유가공, 육가공, 음료 및 주류, 패스트 푸드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이상의 푸드 모티프 유형이 나타난 착장도 있었기 때문에 <Table 2>의 합계가 650개로 나왔음을 알린다.
<Table 1>의 분석결과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푸드 모티프 패션 디자인의 작품 수는 2004년과 2006년을 제외한 평균 10점을 넘지 않을 정도로 많지 않았으나, 2011년부터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에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콘실리오(Alessandro Consiglio)는 이탈리아의 가공육류인 살라미와 가정식 과자를 진공상태로 압축하여 푸드의 질감을 유사하게 모방한 텍스처 의상을 공개하였다<Fig. 10>. 또한 2004년에는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가 프랑스인들의 주식인 바게트를 포함해 다양한 빵을 모아 앗상블라주 기법으로 연출한 전시회를 선보이기도 했다<Fig. 11>. 하지만 이렇게 초반에 공개된 작품들이 이벤트 혹은전시를 위한 목적이었다면, 제레미 스콧의 2006년 S/S 컬렉션은 푸드 모티프 패션을 좀 더 일상에서 착용 가능한 스타일로 새롭게 제안한 무대였다. 그는 <Fig. 12>처럼 스웨트셔츠나 티셔츠, 트레이닝복에 초콜릿, 젤리, 캔디류, 햄버거, 피자와 같은 패스트 푸드 이미지를 디지털 프린팅하여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캐주얼웨어로 표현하였다. 이후 2010년부터 돌체앤가바나, 모스키노칩 앤 시크, 스텔라 맥카트니, 톰 브라운 등 많은 브랜드에서 디지털 프린팅을 활용한 푸드 패션을 선보였다. 그 중 톰 브라운은 디지털 프린팅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여러 시즌에 걸쳐 푸드 모티프를 과장된 실루엣의 의상으로 표현하거나 혹은 <Fig. 13>과 같이 오버사이즈 액세서리로 구현하여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1년부터 증가한 작품 수는 2019년에 73개로 가장 많았으며, 최근 5년 동안의 컬렉션에서 평균 약 50개의 작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푸드가 현대 산업 상품으로써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트렌디한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 같은 배경에는 SNS상에서 매력적인 페르소나를 구축하는데 패션과 함께 주요 요소가 되는 디지털 푸드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Year | Works | Year | Works |
---|---|---|---|
2000 | 0 | 2012 | 29 |
2001 | 4 | 2013 | 38 |
2002 | 5 | 2014 | 61 |
2003 | 4 | 2015 | 71 |
2004 | 12 | 2016 | 31 |
2005 | 0 | 2017 | 71 |
2006 | 14 | 2018 | 42 |
2007 | 5 | 2019 | 73 |
2008 | 0 | 2020 | 44 |
2009 | 3 | 2021 | 40 |
2010 | 8 | 2022 | 27 |
2011 | 21 | 2023 | 42 |
Total | 645 |
다음으로 <Table 2>는 푸드 모티프의 유형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각각의 구성비율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두 가지 이상의 푸드 모티프 유형까지 포함한 전체 650개의 작품 중에서 천연식품은 77.5%, 가공식품은 22.4%로 천연식품을 모티프로 한 작품 수가 3배 이상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특히, 천연식품에서 과일과 채소를 모티프로 한 농산물의 비중은 66.4%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는 과거부터 과일과 채소가 땅의 비옥함과 결실, 생식을 의미하며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의 모습을 나타내는(David, 2011) 긍정적인 모티프로 인식되면서 페미니한 패션 스타일이나 휴양지룩, S/S 시즌 패션 등에 자주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또한 슬로우 푸드 운동과 관련하여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의 식재료 및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과일과 채소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적인 작품의 사례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에 천연식품의 비중이 가공식품을 모티프로 한 작품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라 예상된다. 돌체앤가바나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Sicilia) 지역을 주제로 한 2016년 S/S 시즌에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과일인 레몬 문양의 드레스를 발표했으며, 스텔라 진(Stella Jean)의 2015년 S/S 컬렉션에서는 <Fig. 14>와 같이 아프리카 여성들이 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짊어지고 가는 모습을 스커트에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수산물은 7.8%로 천연식품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보였는데, 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의 사례를 살펴보면 갑각류와 생선을 모티프로 한 대부분에 작품과는 달리 2015년 S/S 에트로(Etro)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어패류인 조개를 사실적으로 프린팅한 보머자켓과 조거팬츠로 눈길을 끌었다<Fig. 15>. 또한 3.2%를 차지한 축산물을 모티프로 한 사례로서 <Fig. 16>은 팝아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평면적인 살코기를 오버사이즈 드레스로 우스꽝스럽게 연출하였다.
Natural food | Processed food | Total | |||||||
---|---|---|---|---|---|---|---|---|---|
Agricultural products | Livestock products | Marine products | Confectionery | Rice & Noodles | Milk products | Meat processing | Beverages & Alcohol | Fast Food | |
432 (66.4%) |
21 (3.2%) |
51 (7.8%) |
68 (10.4%) |
17 (2.6%) |
7 (1.0%) |
4 (0.6%) |
25 (3.8%) |
25 (3.8%) |
650 |
504(77.5%) | 146(22.4%) |
가공식품에서는 도넛, 비스킷, 캔디, 젤리 등을 포함한 제과류가 10.4%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음료 및 주류와 패스트 푸드가 동일하게 3.8%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당 작품 수에는 유명 패스트 푸드 프랜차이즈의 유니폼, 패키지 디자인까지 포함하였다. 음료 및 주류에는 유명 탄산음료나 맥주, 와인, 커피 등이 모티프로 활용되었다. <Fig. 17>의 경우 스키아파렐리의 2016년 S/S 꾸뛰르 의상으로 식탁보와 빈티지 한 접시와 찻잔 세트, 카푸치노를 통해 프랑스 가정의 식탁 풍경과 티(tea) 문화를 반영한 듯하다. 다음으로 2.6%의 밥과 면류에는 라면, 파스타, 스시 등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있다. <Fig. 18>은 2018년 S/S 로팅딘 바자(Rotting dean Bazaar)의 작품으로 여러 종류의 파스타를 모델의 신체에 직접 부착하여 의복처럼 연출하고 스파게티 면으로 머리카락을 표현하였다. 이 밖에도 아이스크림, 치즈, 크림 등의 유가공 식품과 소시지, 베이컨, 햄 등의 육가공 식품은 평균 1% 이하의 낮은 출현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푸드 모티프의 패션은 다양한 식재료 및 푸드가 가진 고유의 형태와 질감을 바탕으로 현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며, 캐주얼웨어부터 아방가르드한 패션 디자인까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의 제작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기법과 시각적 표현 특징을 살펴본 결과, 디지털 프린팅을 통한 팝아트적 표현, 앗상블라주를 통한 모듈식 표현, 유사 질감을 통한 텍스쳐 표현, 과장된 스케일의 표현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디지털 프린팅(digital printing)은 염료를 잉크젯 프린터를 통해 원단에 직접 분사하는 방법으로 기존 날염 프린팅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스크린 사용 없이도 원하는 색과 디자인을 원단에 쉽게 프린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Oh, 2009). 디지털 프린팅을 활용하여 푸드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확대, 패러디하거나 비비드한 컬러감을 강조한 팝아트적 표현은 재미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Jeremy Scott)은 대중적이고 값싼 패스트 푸드를 하이패션에 적용하여 럭셔리 문화와 저급 문화의 계급 구분을 타파한 2014년 F/W 모스키노 컬렉션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Marra & Way, 2022). 그중 <Fig. 19>는 ‘정크푸드(junk food) 드레스’라 불리며 포장지를 구겨서 형태를 잡은 듯한 독특한 실루엣과 알록달록한 젤리곰으로 만화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또한 2018년 S/S 시즌에 공개된 돌체 앤 가바나의 <Fig. 20>은 유명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이다. 미국인들의 간편식인 캠벨 수프 통조림을 하트 문양으로 대처한 핑크 스커트와 사랑을 뜻하는 ‘Amore’ 타이포그래피의 티셔츠를 통해 이탈리아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유명 팝아티스트의 작품을 패러디한 또 다른 푸드 패션으로 레드 발렌티노(Red Valentino)의 2014년 F/W 의상이 있다. <Fig. 21>은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Roy Fox Lichtenstein)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원색의 도트(dot) 문양을 배경으로 동화 백설공주와 사과 프린팅이 강조되었다. 독이든 사과를 먹고 죽음과 소생을 경험한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사과는 건강과 소생을 상징으로 주요 모티프로 작용한다(Hanwool farm, n.d.).
<Fig. 22>는 2019년 S/S 구찌(Gucci) 컬렉션 작품으로 아기자기한 딸기 문양의 드레스가 친숙한 복고풍에 스타일로 표현되었다. 딸기는 그 열매에 씨앗이 많고 꽃의 향기가 스쳐 지나가듯 일시적이어서, 중세시대부터 현세의 아주 짧은 쾌락이나 성적인 유혹을 상징하기도 했다(Lee, 2023). <Fig. 22>는 그러한 성적 의미를 지닌 딸기 문양의 드레스와 피부에 초밀착되는 검은색 라텍스 상의를 매치함으로써 에로틱한 페티시(fetish)를 표현하였다.
한편, 신진 디자이너 레클리스 에리카(Reckless Ericka)는 2019년 S/S에 두리안(durian)을 모티프로 싱가포르의 전통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두리안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과일로서 사랑과 행복, 부를 상징하며 과일의 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두리안과 원색의 기하학적인 그래픽 문양이 어우러진 <Fig. 23>은 싱가포르 출신인 디자이너의 민족적 정체성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문화가 반영되었다.
앗상블라주(assemblage)는 ‘모으기, 집합, 조립’이라는 뜻을 지닌 용어로, 넓은 의미로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기성품이나 잡다한 물건들을 모아서 만든 작품이나 기법을 통칭한다(‘Assemblage’, n.d.). 식재료를 하나의 단위체로써 반복적으로 조합하여 의상 전체를 구성하는 모듈식 표현은 명확한 의미 전달과 함께 의상의 독특한 소재 표현과 형태를 구현해 낼 수 있다.
브랜드 탄구 바바칸(Tanju Babacan)의 2013년 F/W 패션쇼에서는 서양 아침 식단의 주요 단백질원인 달걀 프라이를 앗상블라주 한 의상이 등장했다<Fig. 24>.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수많은 달걀 프라이 장식이 반복적으로 나열된 드레스와 디지털 프린팅된 셔츠, 함께 매치한 헤어피스와 장갑은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동시에 만화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Fig. 25>는 패션 사진작가 테드 사바레제(Ted Sabarese)가 공개한 작품으로 디자이너 다니엘 펠드(Daniel Feld)와 웨슬리 노트(Wesley Nault)가 제작하였다. 해당 작품은 아티초크 잎을 뜯어내어 새롭게 재조합한 것으로(Crugnale & Smith, 2010) 아티초크 꽃을 중심으로 한 그라데이션 컬러와 점진적으로 커지는 잎의 반복적인 배열은 기하학적인 식물의 성장패턴을 연상시키며 자연 친화적인 패션 디자인을 보여준다. 또 다른 아티스트, 성연주(Yeonjoo Sung)는 부츠, 버섯, 토마토, 양배추, 가지, 바나나 등의 껍질이나 단면을 활용한 디지털 패션 사진 ‘Wearable Food’ 시리즈를 공개하였다. 그녀의 디지털 패션시리즈 중 하나인 <Fig. 26>은 구멍이 뚫린 연근의 단면 조각을 모아 곡선 형태를 띤 볼륨감 있는 드레스로 구현한 것이다. 작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패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푸드 재료를 사진을 통해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식재료와 조작된 패턴이 섞여 완성된 옷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실제와 조작의 경계와 본질에 묻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Cha, 2013).
모듈식 표현의 또 다른 사례로 <Fig. 27>은 아레아(Area)의 2023년 꾸뛰르 작품으로 금속으로 제작된 바나나 모티프를 앗상블라주하여 코르셋으로 연출하였다. 바나나는 남성의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섹슈얼한 기호학적 도상을 지니고 있는데, <Fig. 27>에서는 이를 적용하여 페티시 패션 아이템인 코르셋과 여성의 가슴 부위를 강조한 금속 주얼리로 신체 구속의 의미와 함께 성적 상징성을 더욱 강화하였다.
식재료뿐 아니라 푸드 패키지를 단위체로 활용하여 앗상블라주로 표현한 작품 사례도 있다. 2015년 맥도날드는 4,600개 이상의 햄버거 포장지와 1,770개의 프라이박스, 100개의 맥플러리 컵을 사용한 ‘McD Couture’ 패션쇼를 선보였다(Floyd, 2015). 그 중 <Fig. 28>은 아이스크림 컵의 단면을 절개 후 층층이 쌓아 올려 스커트 주름을 표현하고, 패키지 종이와 스티커를 사용하여 클러치와 원피스 상의를 구성하였다. 맥도날드에서는 친환경 포장재 사용 및 플라스틱 사용 절감 등 다양한 친환경적인 정책을 내보이고 있는데, 해당 이벤트 또한 그러한 맥락의 움직임이라 해석된다.
다양한 푸드 식재료 고유의 색과 질감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창의적인 소재 표현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푸드 모티프의 패션 디자인에서 유사 질감을 통한 텍스처의 표현은 실제 식재료를 의상에 활용하는 방법과 혹은 일반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푸드 텍스처의 특징을 모방, 강조하는 방법이 있다.
2010년 미국의 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MTV 뮤직어워드 행사에서 착용한 소고기 드레스 <Fig. 29>는 디자이너 프랑 페르난데스(Franc Fernandez)의 작품이다. 당일 도축한 생고기로 나체를 감싼 형태의 드레스는 고기 육질의 생생한 질감과 힘줄, 하얀 지방이 뒤섞여 있는 적나라함으로 보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과거부터 서구사회에서 고기는 양가감정을 유발하는 상충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데, 붉은 고기는 최고의 지위와 권력, 남성성과 열정, 신성한 힘, 자아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물의 피와 연계되어 특히, 피투성이 생고기는 폭력 행위와 부조화, 부패, 오염, 화, 공격성을 함축하며 구역질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Lupton, 2015). 레이디 가가는 해당 소고기 드레스를 통해 동성애에 관한 자신의 신념과 투쟁의 의미를 표출한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식재료를 활용한 또 다른 텍스처 표현의 사례로 <Fig. 30>은 2006년 F/W 제레미 스콧의 컬렉션 작품이다. 베이지 컬러에 원피스로 엘레강스한 스타일을 연출한 이 작품은 사실 삶은 스파게티 면을 가공처리하여 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의외적 소재를 사용한 놀라움을 유발하는 동시에 액세서리로 매치한 플라스틱 미트볼 귀고리와 네크리스가 키치한 감성을 극대화하였다. 이 밖에도 앞서 아티초크 잎이나 우엉의 단면을 활용하여 견고한 채소잎의 질감과 기하학적인 형태를 의상에서 강조한 <Fig. 25>, <Fig. 26> 역시 유사 질감을 통한 텍스처 표현의 사례라 볼 수 있겠다.
실제 식재료를 의상에 적용한 것 이외에도 일반적인 패션 소재로 음식 고유의 질감을 유사하게 모방 재현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의 2006년 F/W 시즌에는 바닷가재를 표현한 아방가르드한 의상이 무대에 올랐다. 겹겹이 쌓인 주름과 반짝이는 소재와 털로 이루어진 <Fig. 31>은 외부로부터 방어 기능을 담당하는 바닷가재의 견고한 껍질 주름과 광택, 잔털을 표현하여 단단한 갑옷을 연상시킨다. 또한 2012년 S/S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컬렉션 의상 <Fig. 32>는 달걀 흰자위를 반복적으로 저어 부풀어 오르게 만든 머랭(meringue) 혹은 생크림과 같은 볼륨 있고 크리미(creamy)한 텍스처를 나타냈다. 크리놀린 위로 흰 크림 덩어리를 부드럽게 얹혀놓은 듯한 스커트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 마스크는 달콤한 미각을 자극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푸드의 크리미한 질감을 유사하게 모방한 또 다른 예로 <Fig. 33>은 여성의 가슴 부위를 강조하듯 두 개의 아이스크림 콘이 부착되어 있다. 마치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는 듯한 텍스처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실루엣에 뷔스티에는 에로틱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Lee & Kim(2007)에 의하면 현대 패션 디자인에 나타난 과장은 대상의 일부분을 의도적으로 크게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가치체계에서 추구하던 인체 및 의복의 균형과 대칭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동감과 극단적 변화를 주기 위한 표현양상이다. 또한 과장된 의복은 디자이너가 주관적인 감정과 해석을 불어넣는 과정인 동시에 동적인 미적 효과와 함께 심미적인 긴장감, 연상을 통해 특별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푸드를 모티프로 한 패션디자인에서 과장된 스케일의 표현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할 만큼 거대한 의복의 실루엣이 강조되거나 혹은 포인트가 될만한 오버사이즈 액세서리 디자인으로 나타난다.
영국의 패션 브랜드 샬롯 올림피아(Charlotte Olympia)에서는 2017년 S/S 시즌에 브라질 카니발 문화와 코파카바나의 해변에서 영감을 받은 ‘Let’s Go Bananas라는 제목의 패션쇼를 선보였다. 이 컬렉션에서는 <Fig. 34>와 같이 파인애플, 수박, 바나나, 포도, 라임 등 다채로운 열대과일의 의상을 착용한 모델들이 춤을 추며 등장하면서 열광적인 남미 축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Ana D, 2016). 또한 <Fig. 35>는 2021년 F/W 시즌 디자이너 피어 모스(Pyer Moss)의 ‘Delicious and Refreshing’이라는 주제의 꾸뛰르 쇼에 등장한 작품이다.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형상화한 상의 부분은 여성의 성적 부위를 도드라지게 노출하는 동시에 바지는 극단적으로 과장된 두 개의 아이스크림 콘으로 이루어져 큰 웃음을 유발하였다. 과장된 스케일의 또 다른 사례로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아가타 루이스 데 라 프라다(Agatha Ruiz de la Prada)는 2009년 F/W 컬렉션에서 코쿤 실루엣의 달걀 의상을 공개하였다<Fig. 36>. 드레스와 대조되는 강렬한 레드 스타킹과 달걀 프라이 아플리케의 핸드백, 머리 장식으로 활용된 바게트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한편, 오버사이즈 액세서리는 때로는 의상을 압도할 정도의 임팩트를 지니며, 컬렉션의 전반적 분위기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 푸드 모티프의 오버사이즈 액세서리 중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으로 헤어 장식을 꼽을 수 있다. 2018년 S/S 놀이공원을 주제로 한 톰 브라운 컬렉션에서 <Fig. 37>은 절단된 수박 모양의 헤어 장식과 함께 골드(Gold) 입술 장식을 활용하여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Mun & Kwon(2013)에 의하면 과거부터 과일은 깃털, 꽃과 함께 머리 장식을 위한 가장 흔한 재료로 활용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이색적인 헤어 디자인으로서 2020년 S/S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커다란 생선 모양의 헤어 장식을 아방가르드한 구조의 드레스와 조합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Fig. 38>. 기이한 형태의 헤어 장식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게 한 디자이너의 의도는 소재의 출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컬렉션 작품에 이용된 원단은 EFI(Ethical Fashion Initiative)와 협력하여 빈곤층 일자리 지원을 위한 윤리적 패션 캠페인으로서 아프리카 말리(Mali) 지역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Kim, 2019).
<Table 3>은 앞서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패션디자인의 표현 방법에 따른 사례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 결과 푸드 모티프의 패션은 첫째, 만화적 요소나 오버사이즈의 실루엣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우스꽝스러운 의상이나 플라스틱 액세서리 등을 통해 유희적 키치 감성의 전달, 둘째, 성적 의미를 지닌 푸드나 신체 노출, 페티시 패션과 결부되어 성적 상징성의 감각적 표현, 셋째, 특정 국가나 문화권을 나타내는 푸드 모티프를 통해 식문화의 정체성 반영, 넷째,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친환경, 윤리적 패션을 보여주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실천 등 4가지 미적 특성으로 도출되었다.
‘저속한, 천박한, 대중적 취향’이라는 개념을 지닌 키치(kitsch)는 대량생산과 대중매체의 발전을 배경으로,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을 거부하는 대중들에 의해 자극적이고 속물적인 취향을 추구하는 미의식이라 할 수 있다. Lee & Han(2003)은 키치패션의 조형적 특성에 관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예술적인 모티프와 값싼 소재, 유치한 장식과 액세서리, 강렬하고 자극적인 원색의 컬러 사용으로 품위 있고 세련된 패션과는 반대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하였다. 푸드를 모티프로 한 패션은 일상성과 친숙함을 바탕으로 유희적 키치 감성을 전달한다. 모스키노의 2022년 리조트 컬렉션에 공개된 <Fig. 39>는 클래식 아이템으로 알려진 샤넬 슈트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접목한 기발함으로 웃음을 유발하며,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의 혼합을 나타냈다. 또한 2014년 브랜드 아시시(Ashish)에서는 코카콜라(Coca Cola) 상표를 시퀸(sequin) 소재로 제작한 민소매 탑(top)과 찢어진 데님을 통해 자유분방한 스트리트웨어를 선보였다<Fig. 40>. 함께 매치한 장바구니와 왕관은 일상성과 환상의 조합이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아가타 루이스 데 라 프라다의 2017년 F/W 시즌 작품 <Fig. 41>은 현란한 컬러의 마카롱과 스커트 장식, 하트모양의 헤어 장신구를 통해 유아기적인 천진난만함을 떠오르게 한다.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의 저자인 Lupton(2015)에 의하면, 설탕을 재료로 만들어진 초콜릿과 사탕, 비스켓, 케이크, 스콘, 패스트리 등은 전통적으로 여성성과 순수성을 상징해왔으며 이런 ‘앙증맞은’ 음식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어린 시절을 환기시키는 스토리텔링은 패션 디자인에서 종종 의미 있게 다루어져 왔으며, 푸드 모티프가 주요한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전통적인 의복의 형태를 벗어나 단일한 푸드 모티프 자체를 극단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앞서 <Fig. 34>와 <Fig. 35>, <Fig. 36>, 오버사이즈 액세서리 디자인 <Fig. 37>, <Fig. 38> 등은 만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시선을 주목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식재료를 의인화시켜 캐릭터 의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앞서 <Fig. 31>의 작품이 랍스터의 주름과 텍스처, 꼬리 모양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라면, 2012년 S/S 톰 브라운의 <Fig. 42>는 길게 확장된 재킷의 소매와 붉은 집게발 글러브로 랍스터의 특징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며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이처럼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푸드 모티프 패션은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유년 시절의 향수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Platon)과 아리토텔레스(Aristoteles)는 미각을 탐욕과 무절제의 위험성을 가진 인간의 낮은 속성으로 분류했지만, 맛있는 음식에 쾌락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미학 연구가 캐롤린 코스마이어(Carolyn Korsmeyer)는 식욕은 탐닉과 만족을 추구하는 감각으로 이는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결부된다고 하며 식욕과 성욕을 하나의 유사한 현상으로 바라보았다(Korsmeyer, 2020). 그녀는 또한 탈물질화된 현대 음식이 맛의 속성뿐 아니라 겉모양과 상징성에 의해 젊음과 활력, 성적 매력과 욕망, 즐거운 시간과 같은 가치들과 연계되어 마케팅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성적 상징성이 드러난 푸드 모티프 패션은 주로 단맛이 나고 끈적한 촉감을 지닌 식품을 소재로 여성의 성적 매력 부위를 강조한 원피스나 코르셋, 브라, 보디 슈트 등에 적용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제레미 스콧은 <Fig. 33>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코르셋 디자인을 선보였고, <Fig. 43>의 경우 다크 초콜릿으로 여성의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미니 드레스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꿀, 크림 등은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부드러운 촉감, 달콤한 맛과 냄새로 에로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와 라틴 문학에서 꿀, 설탕과 같은 단 물질은 행복과 웰빙, 분위기의 고양, 그리고 섹슈얼한 감정과 연관되었다. 특히, 초콜릿은 게으름과 여가, 낭만, 에로틱한 나른함의 의미를 나타내며 19세기까지 유럽인들에게 하나의 최음제로 여겨졌다(Korsmeyer, 2020).
한편, 끈적거리고 미끈거리는 촉감을 가진 것은 신체의 고결성을 위협하는 타락된 물질로 여겨지기도 한다. 즉,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인 끈적한 촉감과 농도의 물질은 침, 정액, 배설물, 구토물과 같이 오염된 체액을 떠오르게 한다(Lupton, 2015). 또한 고대 신화와 그리스도교에서 바닷속을 기어다니며 끈적한 연질의 촉감을 지닌 문어나 낙지와 같은 연체류는 괴물, 악마, 배신자 혹은 성적 유혹자를 상징했다(‘Octopus’, n.d.). 2011년 베를린 패션쇼에 등장한 <Fig. 44>는 검은 라텍스 소재를 연상시키는 김과 문어를 보디 수트와 네크리스 장식으로 표현하여 남성을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하는 팜므파탈 이미지를 연출하였다.
이밖에도 굴, 캐비어, 석류, 고추, 바나나, 소시지 등과 같이 성적 흥분감을 고양시키거나 혹은 신체 특정 부위를 암시하는 푸드 또한 성적 상징성을 가진다. 존 갈리아노의 2013년 S/S 시즌 무대에 등장한 <Fig. 45>는 상의를 탈의한 근육질 모델이 오직 바닷가재만을 액세서리로 착용함으로써 강인한 남성적 스테미나를 표출하였다. 이와 같이 성적 상징성을 지닌 푸드 모티프의 패션은 미각, 촉각, 후각, 시각과 같은 감각적 표현을 바탕으로 성적 매력이 극대화된 신체 이미지를 형성하고, 페티시 패션 아이템에 적용되어 에로틱한 판타지를 유발하고 있다.
「음식의 문화를 말하다」의 저자 이시게 나오미치(Ishige Naomichi)는 인간을 요리하는 동물로 규정하고 요리하는 인간의 행위가 자연의 산물인 식재료에 문화를 부가하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그는 예술이 문화의 한 분야인 것처럼, 다양한 식문화가 알려지고 음식의 예술성이 강조되면서 음식도 문화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났다고 하였다(Ishige, 2017). 먹거리 문화라고도 불리는 식문화(eating culture)는 음식의 재료부터 조리법, 식기, 상차림, 먹는 과정에 이르는 전 범위를 포함하며 가족, 민족, 국가 단위의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생활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주목한 디자이너들은 특정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푸드과 식재료, 상차림, 식기 등을 패션에 적용함으로써 다채로운 식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아프리카계 디자이너로 스텔라 진은 그녀의 민족적 뿌리와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에스닉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녀의 2015년 F/W 작품 <Fig. 46>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는 대표적인 뿌리채소인 얌(yam)을 프린트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가공되지 않은 듯한 거친 질감의 천으로 제작된 이 드레스는 자연을 닮은 붉은 오렌지 컬러의 얌과 기하학적인 선이 반복된 문양을 통해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카를라 페르난데즈(Carla Fernandez)의 2019년 S/S 컬렉션 <Fig. 47>은 여성의 몸과 합쳐진 옥수수 모티프가 시선을 주목시킨다. 옥수수는 멕시코인들의 역사와 전통, 일상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7000년 전부터 멕시코 토착민들이 재배한 작물이자 오랜 기간 교역의 필수품이었으며, 현재에도 거의 모든 멕시코 요리에 이용된다. 또한 고대 문명에서는 인간이 옥수수로 만들어졌다고 믿었고, 달력에 의식 또한 옥수수의 재배 시간대에 맞춰졌다. 카를라 페르난데스는 이런 강력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옥수수 패션을 통해 멕시코 사회의 불평등과 급격한 산업화, 여성 혐오와 같은 문제점을 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Marra & Way, 2022).
두 명의 중국계 미국인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 보블 하우스(Bobble Haus)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의 닛신 컵라면 패키지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선보였다. 기원전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사용되어온 젓가락은 뜨거운 음식을 집기 위한 조리 도구이자 식사 도구로, 같은 동양권 안에서도 그 재료나 길이에 따라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Han, 2017). 마치 컵라면 용기를 들고 있듯이 버킷 모자를 한손에 들고 젓가락을 이용해 라면을 먹고 있는 <Fig. 48>은 아시아의 면 요리와 젓가락 문화, 먹는 방식을 보여주며 그 기발한 연출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이처럼 식문화가 반영된 푸드 모티프의 패션은 특정 국가와 민족, 가정, 역사적 유산을 상징하는 동시에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속한 문화의 근원적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슬로우 푸드, 농장에서 식탁까지 운동과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던 슬로우 패션, 농장에서 옷장까지 등의 운동은 21세기에 들어 전체적인 패션 공급망에 걸친 환경친화적인 관행과 사회적 책임 및 윤리적 사항을 보다 넓게 고려한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패션 디자이너들은 푸드 모티프를 단순히 디자인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기농 및 식재료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의 활용, 환경 및 노동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보여 주고 있다.
먼저,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는 2011년 S/S 시즌에 열대 과일 콘셉트의 패션쇼를 열었다<Fig. 49>. 밝고 따뜻한 색감에 오렌지, 레몬, 라임, 파인애플 등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이 의상 전반에 프린팅되어 있어 싱그럽고 생기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모든 작품이 오가닉 코튼 소재로 만들어진 해당 컬렉션은 평소 동물애호가이자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스텔라 맥카트니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또한 2017년 브랜드 페라가모(Ferragamo)에서는 업계 최초로 오렌지 섬유를 활용한 패션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오렌지 껍질을 가공하여 개발한 <Fig. 50>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실크처럼 부드러운 광택과 우수한 품질로 큰 각광을 받았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리오 트리마치(Mario Trimarchi)와 페라가모의 스타일리스트 마크(Mark)가 협업한 이 작품은 작은 꽃과 잎, 알알이 영근 열매를 통해 평화로운 지중해 분위기를 표현하였다(Patel, 2017).
소외된 지역과 이웃, 사회공동체를 위한 윤리적 패션의 일환으로서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디자이너들도 있다. 앞서 뿌리채소 얌을 드레스 문양으로 나타낸 <Fig. 46>의 원단과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년 S/S 시즌 컬렉션 <Fig. 38> 또한 아프리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해당 지역에서 모두 수작업으로 생산되었다. 또한 옥수수를 모티프로 한 <Fig. 47>은 신체를 조이지 않는 여유로운 튜닉 스타일로 만들어졌는데, 디자이너 카를라 페르난데즈는 이를 통해 멕시코의 전통과 농업을 보호하고, 농민과 여성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였다(Marra & Way, 2022).
푸드와 패션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의 주요 요소이자 개인의 내밀한 욕구와 감정, 신체와 건강, 사회 집단의 정체성과 문화, 현대 소비 산업과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오늘날 패션과 푸드의 이색적인 만남은 개성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동시에 라이프 스타일 수준의 패션 브랜드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식재료가 지니는 고유의 색과 형태, 의미와 상징성은 현대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모티프가 됨으로써 창의적인 패션 작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는 그동안 친환경적인 패션 마케팅의 관점에서 연구되어왔던 선행연구와 달리 사회문화적, 심리적, 신체, 환경, 디지털 문화, 역사적 사례 등 보다 다각적인 관점에서 패션과 푸드의 관계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현대 패션 디자인의 표현 특징과 미적 특성에 대해 도출하였다.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푸드 모티프 패션 디자인의 표현 특징으로 첫째, 디지털 프린팅을 통한 팝아트적 표현은 값싼 정크 푸드나 가공식품의 패키지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확대, 푸드를 모티프로 한 유명 팝아티스트의 작품을 패러디하여 대중성과 익살스러움이 나타났다. 또한 강렬한 원색의 컬러와 그래픽 문양으로 표현된 과일 프린팅은 유희적인 면과 함께 해당 재료가 가진 성적 의미나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기도 하였다.
둘째, 앗상블라주를 통한 모듈식 표현은 푸드 모티프를 하나의 단위체로 반복하여 독특한 소재 표현과 의상 형태로 구현되었다. 동일한 식재료가 반복적으로 부착된 드레스는 드라마틱한 의상의 형태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자연의 식재료 혹은 패스트 푸드 패키지를 소재로 앗상블라주한 의상은 친환경적인 패션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셋째, 유사 질감을 통한 텍스쳐 표현은 실제 푸드를 의상 재료로 활용하여 재료가 지닌 의미를 강화하고 의외성에서 오는 놀라움을 유발하였다. 또는 식재료의 딱딱하고, 부드럽고, 녹아서 흘러내리는 등 특정 질감을 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다양한 미각과 촉각, 후각 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유발하였다.
넷째, 과장된 스케일의 표현은 극단적으로 거대한 실루엣의 푸드 패션으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큰 웃음을 자아내었다. 또한 오버사이즈에 아방가르드한 푸드 모티프 액세서리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디자이너가 나타내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의 미적 특성은 다음과 같이 도출되었다. 첫째, 유희적 키치 감성의 전달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드 모티프를 적용한 패션을 통해 일상성과 친숙함, 유년 시절의 추억과 관련된 스토리텔링과 상상력을 유발하며 현대인에게 웃음과 위로를 전달하였다. 둘째, 성적 상징성의 감각적 표현은 초콜릿, 아이스크림, 꿀과 같이 달콤한 맛과 냄새, 끈적하고 미끈거리는 촉감의 식품을 코르셋, 브라, 블랙 라텍스보디 슈트와 같은 페티시 의상에 적용하여 성적 매력이 극대화된 팜므파탈 이미지를 연출하였다. 또한 신체 특정 부위를 암시하는 푸드 모티프를 통해서 스테미나를 암시하고 섹슈얼한 판타지를 유발하였다. 셋째, 식문화의 정체성 반영은 특정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식재료와 상차림, 식기, 식사법 등이 패션에 나타남으로써 토속적인 지역 문화와 역사, 디자이너의 근원적 정체성이 표현되었다. 넷째, 지속 가능한 패션의 실천은 오가닉 소재와 같은 친환경적인 소재를 패션에 활용하거나 다양한 사회적 문제 및 환경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윤리적 패션을 보여주었다.
이상과 같이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패션은 캐주얼한 디자인에서 창의적인 아트웨어와 럭셔리 하이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중화와 고급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푸드 모티프가 지닌 일상성은 기본적으로 현대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재미있는 유희적 코드로서 강력히 작용하고 있으며, 패션과 푸드가 SNS상에서 디지털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요 매개체가 되고 있는 만큼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패션의 유행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는 식재료를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좋은 품질과 상품성을 지닌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여 푸드를 활용한 차별화된 디자인과 친환경적인 소재 개발 역시 필요한 시점이라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은 최근 다양한 이색 업종과 푸드 브랜드 간의 패션 콜라보레이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작품의 사례를 모두 분석하는데 제약이 있었음을 밝히며, 본 연구결과는 푸드 모티프를 활용한 창의적인 패션을 위한 디자인 교육 자료 및 국내 푸드, 패션업계와의 협업을 위한 참고자료로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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