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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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8 , No. 3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8, No. 3, pp. 56-71
Abbreviation: JKSC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18
Received 15 Jan 2018 Revised 14 Feb 2018 Accepted 19 Apr 2018
DOI: https://doi.org/10.7233/jksc.2018.68.3.056

1950년대 테디 보이(Teddy boys) 스타일의 모방 특성 :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을 중심으로
정연이 ; 이영재
한양대학교 주얼리ㆍ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주얼리ㆍ패션디자인학과 교수

The Mimetic Characteristics of Teddy boys’ Style in 1950s : An Analysis Using René Girard’s Mimetic Desire Theory
Yeonyi Jung ; Youngjae Lee
Adjunct Professor, Dept. of JewerlyㆍFashion design, Hanyang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JewerlyㆍFashion design, Hanyang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Youngjae Lee, e-mail: YJL@hanyang.ac.kr

Funding Information ▼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origin of the “Teddy boys,” who were part of youth fashion and subculture in the 1950s, using René Girard’s mimetic desire theory as a framework. In addition, this study analyzes the meaning of the Teddy boy style, which combined Edwardian style with that of the American West, and reveals that strong needs and motives were behind the superficial image borrowed by participants in this subculture. The Teddy boy style was a subculture that emerged in the 1950s in working class young people in the United Kingdom. It gained momentum and the attention of young people who were leading social culture at the time . They revealed the country’s collective consciousness and formed their identity by borrowing the Edwardian look and the imitated attire of the upper class. After examining the Teddy boy style using René Girard’s mimetic desire theory, their imitation characteristics can be described as follows: First, the Teds (as they were also called) imitated the luxurious and ornamental Edwardian style as well as the luxury preference of the upper class. The metaphysical value they desired through the model was the right to luxury and, in turn, the comfort and happiness of material goods, luxurious tastes, the self-gratification that distinguishes it from others with luxurious tastes, and an affordable and stable quality of life. Second, they assumed the ideal imitating object, modified by incorporating the Edwardian look with the American Western look. The low status of the working class was economically and socially frustrating to the Teddy boys, and they needed new ideals to imitate. The object of the revised desire created by them was obtainable high social status, economic stability, and voluntary self-esteem as a cultural subject.


Keywords: Edwardian, mimetic desire, Teddy boys, upward-oriented, youth culture
키워드: 에드워디언, 모방적 욕망, 테디 보이, 상향 지향적, 청년문화

Ⅰ. 서론

패션은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려는 차별화(differentiation)의 욕구 때문에 발생하고, 자신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타인을 닮아가려는 모방(imitation)에 의해 확산된다. 패션 유행의 원동력인 모방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작동하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패션 산업에서는 기업 사이에도 나타난다.

리테일 연구기관, 펑 글로벌 리테일 앤 테크놀로지(Fung Global Retail & Technology)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패션하우스들이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나 스케이트보드 의류 브랜드의 힙한 유스 패션 스타일을 모방하는 트렌드가 대세라고 한다(The International Textile Fashion News, 2018). 종래의 패션업계에서는 럭셔리 패션하우스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매스 마켓이 이를 모방하는 형태로 유행이 흘러왔지만, 최근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스트리트 스타일을 모방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패션에서 모방은 필수조건이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유행의 흐름과 방향만이 바뀔 뿐이다.

패션의 역사에서 유스 패션(Youth fashion)의 시초로 거론되는 테디 보이(Teddy boys) 스타일은 타 집단을 모방하는 양상을 보이며 다른 여러 하위문화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1950년대 영국의 백인 노동자계층 자녀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테디 보이(Teddy boys) 스타일은 자신들 세대와는 시간적 거리가 있는 에드워디언 시대의 상류층 의상을 모방하여 그들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며 사회적 현상을 일으켰다.

테디 보이 스타일에 관한 선행 연구로는, 한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회적 기호로서 테디 보이 스타일을 고찰하고 하위문화 맥락에서 청년 스타일 발생에 영향을 준 창시자로서의 공헌을 조명한 연구(Yang, 2002), 현대사회의 다양성ㆍ복합성 속에서 청소년 하위문화인 테디 보이 스타일이 지닌 성의 혼돈성을 주목하고 상류문화에 대한 열망과 항거의 이중적 의미를 밝힌 연구(Kim, 1987)가 있다. 그러나 테디 보이들이 그들 집단과 사회적으로나 시대적으로 꽤 거리가 있는 에드워디언 시대의 상류층 스타일을 모방하게 된 동기와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욕구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까닭으로 테디 보이 스타일의 표현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분석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문화ㆍ심리학 분야에서 이미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을 패션에 적용하여 테디 보이 스타일의 모방 특성을 고찰하겠다.

본 연구의 목적은 1950년대 유스 패션과 하위문화를 주도했던 테디 보이들이 에드워디언 스타일을 모방한 근원적 동기를 고찰하는 것이다. 또한 에드워디언 룩에 아메리칸 웨스턴 스타일을 접목해 변형한 테디 보이 스타일의 의미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하위문화가 차용하는 외부 문화의 이미지 이면에는 강력한 욕구와 동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패션은 모방을 원동력으로 전파된다는 명제 아래, 패션의 유행을 단순히 외형적 모방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것에 내재한 의미와 욕망을 통찰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패션에 관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패션계의 트렌드 현상을 통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테디 보이가 출현하여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1950년대, 그리고 에드워디언 시대로 불리는 1900년부터 1914년의 영국 패션을 연구의 범위로 설정하였다. 1970년대에도 테드족이 부활하여 테디 보이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였지만, 이때 테드족들의 의상과 태도는 매우 다른 의미를 지녔으므로 본 연구에서 제외했다. 연구 방법은 문헌 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였다. 우선 선행 연구와 관련 전문서적을 통해 패션의 전파 이론과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을 고찰하고 분석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국내외 학술 논문과 패션전문 서적, 언론의 칼럼 등을 토대로 에드워디안 스타일의 사적 고찰과 테디 보이 스타일의 출현 배경, 특성을 고찰하였다. 복식사 서적과 사진집, 언론사의 인터넷 자료를 통해 사진을 수집하였고 앞서 마련한 분석 틀을 적용하여 테디 보이의 모방 특성을 도출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패션과 모방

칸트가 새로움을 패션의 가장 본질적 속성으로 강조했듯이, 패션은 새로움을 향한 영원회귀이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패션의 변화가 대중에 의해 채택되고 수용되며 확산하게 되는 핵심에는 모방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낫다고 여겨지는, 명성과 서열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닮고자 하며 이러한 모방 욕망으로 인해 패션은 퍼져나간다(Lipovetsky, 1987/1999).

패션의 전파에 관한 이론들은 누가 먼저 패션을 수용하고 동조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확산하는가를 설명하며 전통적으로 하향전파 이론(Trickle-Down Theory, Downward-flow theory), 수평전파 이론(mass market theory), 상향전파 이론(upwardflow theory), 집합선택 이론(Collective-Selection Theory)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전파 이론들은 유행의 흐름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각각의 이론들은 유행을 선도하고 따르는 집단을 구분하고 특정한 흐름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공통으로 유행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으로 동조 심리, 즉 타인을 모방하려는 욕구를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패션의 유행은, 어느 집단에서 시작되어 어느 집단으로 이동하느냐는 흐름의 방향과 상관없이 타인을 모방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방 심리로 인해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학자인 가브리엘 타르드(Gabriel Tarde)는 모방의 법칙(The Law of Imitation(1890)에서 ‘대중들의 욕구는 특정한 모방의 원칙에 기반을 둔 사회적 관계로 구성된다. 현대사회는 매우 광범위한 차원의 모방 유동성이 특징이다’라고 하며 상위계층에서 하위계층으로 이동하는 모방 유동성뿐만 아니라, 사회계층 간에 여러 가지 방향의 모방이 존재할 수 있음을 통찰했다. 또 그는 관념의 모방은 그 표현의 모방에 선행하고, 목적의 모방은 수단의 모방에 선행 한다’라고 했다(Tarde, 1890/2012). 즉 모방 심리에 의한 유행의 전파는 외양의 표현이나 수단을 모방 대상으로 하기 전에 그 표현 이면에 자리 잡은 관념과 목적을 모방하려는 욕구가 우선된다는 것이다.

데깡(1979/1993)은 ‘패션의 유행에는 어떤 특권적인 모델과 동일화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모방하도록 하여 종속시키려는 속성, 즉 자신을 위로하는 동시에 자기도취에 빠지는 속성이 있다’고 하였다. 패션의 모방은 자신이 갖지 못한 특권을 향한 욕구로 발현되며 유행을 선도하는 집단은 그를 모방하려는 집단에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패션의 유행 심리는 자신보다 더 낫다고 여겨지는 타인을 닮고자 하는 모방 욕망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계층 간의 구별과 생활수준의 차이가 확연했기에 모방의 대상이 자신보다 경제,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류층에 국한되는 경향이 컸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적 가치판단에 부합하는 관념과 목적에 우선하여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모방 흐름을 보인다.

2.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

프랑스의 문화 비평가이자 사회학자인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1923-2015)는 모방 욕망을 인간 고유한 본성에 내재해 있는 특징으로 제시하며, ‘인간의 욕망과 폭력’을 평생의 연구 주제로 삼았다. 지라르는 ‘욕망(désir, desire)’을 ‘욕구(besoin, needs)’와 구분하여 설명한다. 예를 들어 추위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이 욕구의 해소를 위한 것이라면, 멋지고 값비싼 옷을 입는 것은 욕망의 차원이다.

욕구는 생존과 직결되며 좋고 나쁜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며 절대적인 것이다. 반면 욕망은 생존과 직결된 것이 아니며, 상대적이고 항상 타인이 개입되어 있다. 혹자는 ‘인간은 항상 타인을 통해 욕망을 모방한다’라는 지라르의 이론에 반대하며 자율적 욕망을 주장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무엇을 욕망할지 이미 다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작년의 우리에게는 없었던 새로운 욕망을 갖고 있다. 그때는 없었던 욕망이 지금 생겨났다는 것은 외부 즉,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방증이다. 지라르는 만약 우리의 욕망이 모방적이지 않다면, 우리 욕망은 사전에 정해진 대상만을 좇는 일종의 본능과 같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초원의 풀만 뜯어 먹는 목장의 소처럼 더는 다른 욕망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며, 모방적 욕망이 없다면 자유도 인간성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인간은 ‘처음부터 모방자였다’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Kim, 2016).

한 개인이 무엇을 욕망한다는 것은 그 개인이 지금의 자기 자신으로 만족하지 못해 자신을 초월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때 초월은 자기가 욕망하게 되는 대상을 소유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욕망은 주체와 대상이 수직선상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지라르가 제시하는 모방적 욕망은 간접화한 욕망(désir médiatisé)이다. 이상적 가치에 도달하기 위한 모방의 대상 즉, 중개자(médiateur)에 의해 간접화되어 주체(sujet), 욕망의 대상(objet), 욕망의 중개자(médiateur du désir)가 삼각형 구조를 만든다(Girard, 1961/2001). <Table 1>과 같이 지라르가 제시한 모방은 ‘욕망의 삼각형(triangle du désir)’ 개념으로 집약된다. 지라르가 말하는 모방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서 빌려온, 즉 모방된 욕망이다. 인간은 누군가의 욕망을 모방하며, 그 이면에는 지금의 상태보다 더 나은 존재로 자신을 고양하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있는 것이다.

<Table 1> 
Triangle of Desire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타자의 욕망을 모방한 ‘모방적 욕망(désir mimetique)’은 물질적 차원의 ‘소유’에서 형이상학적 차원의 ‘존재’로 전환을 일으킨다(Kim, 2016).

또한, 타인을 모방하는 욕망은 타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며, 그 욕망의 강도는 대상이 소유한 ‘형이상학적 위력’에 달려 있고, 그 위력은 대상과 중개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강하다(Girard, 1961/2001). 이때의 거리는 ‘정신적 거리(distanace spirituelle)’이며, 주체와 중개자라는 대상 사이의 거리, 그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뛰어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대상의 가치를 결정한다.

지라르는 모방적 욕망을 주체와 대상의 정신적 거리에 따라 ‘외면적 간접화(médiation externe)’와 ‘내면적 간접화(médiation interne)’라는 두 가지 작동 원리로 설명한다. 외면적 간접화는 주체와 중개자 사이의 정신적 거리가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는 경우이며, 이러한 세계에서 주체는 중개자의 절대적 우월성을 받아들인다. 기독교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모델로 따른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는 것처럼 외면적 간접화의 세계에서 주체는 자신이 모방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거나 때에 따라서는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한편 ‘내면적 간접화’는 욕망하는 주체와 중개자가 서로 근접해 있고 비슷한 위상에 있는 경우이다. 내면적 간접화는 동일한 세계에서 동일한 대상을 서로 경쟁적으로 욕망할 가능성이 있다. 이 세계에서 욕망의 주체는 단순히 중개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경쟁을 통해 중개자의 세계를 점유(appropriation)하고자 한다(Kim, 2016).

고도 산업사회에서는 광고에 의해 우리 자신의 욕망이 도발되고 간접화된다. 다시 말해 필요에 따라, 즉 사용가치에 따라 어떤 욕망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경쟁 관계, 즉 교환가치에 따라 어떤 욕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이다(Girard, 1961/2001). 특히 현대사회에서 패션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효용이나 유용성보다 상품으로 얻게 되는 상징적 가치와 형이상학적 위력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분야이다. 어떤 브랜드의 로고가 달려 있는지에 따라서 몇만 원부터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핸드백이 존재하고, 어느 연예인이 착용한 백만 원대의 스니커즈가 순식간에 유행하고 불티나게 팔려서 중고 상품에 웃돈을 줘도 구매할 수 없게 되는 기현상이 속출하는 패션산업의 메커니즘은 사용가치에 따른 욕망만으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 오늘날의 패션 산업은 오히려 상징과 기호가 주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욕망하고 소비하려는 현대인의 심리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을 이해하면서 상기해야 하는 또 다른 쟁점은 우리가 모방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타인이 욕망하는 대상이라기보다, 그 대상을 욕망하는 타인의 ‘상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타인의 상태’를 모방하는 것이고 주체가 욕망하는 대상은 타인의 ‘상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Kim, 2013). 가령 선망하는 유명인이나 아름다운 연예인이 어떤 옷을 입은 모습이 멋지게 보일 때 우리는 흔히 그 옷 자체가 멋있어서 욕망한다고 생각하지만, 똑같은 옷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이 입고 있을 때는 그런 정도의 욕망이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옷 자체가 아니라 옷을 입고 있는 사람, 즉 모방의 모델로 삼은 타인 상태를 욕망하기 때문이다.


Ⅲ. 1950년대 테디 보이 스타일
1. 테디 보이 스타일 생성 배경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산업의 발전으로 각종 물품이 대량 생산되었고 소비문화가 촉진되었다. 또한, 청소년층의 교육기회가 증대되어 경제 활동에 참여하여 경제력을 가진 청소년층이 늘어났다. 경제권이 부여된 소비 주체로서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청년 문화(youth culture)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테디 보이(Teddy boys), 모즈(Mods), 로커(Rocker), 비트닉(Beatnik) 등의 청년 하위문화 스타일을 파생시켰다.

테디 보이란 1950년대 초반 영국에서 등장한 청소년 하위문화로, 에드워드 7세 통치 시기의 상류층 패션을 모방하던 집단을 뜻한다. 이들은 초창기에 ‘에드워디언’으로 불리다가 1953년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에서 이들의 범죄 사건을 보도하며 에드워드 7세의 애칭인 테디(Teddy)를 따와서 ‘테디 보이’라고 처음 칭했고 이후 테디 보이로 불렸다(Stubley, 2014).

런던에서 촉발된 청소년 하위문화인 테디 보이는 빠르게 영국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당시 이들은 전 유럽을 사로잡은 미국의 대중 오락문화, 즉 로큰롤 음악과 할리우드의 십 대 영화에 열광하며 강한 결속력을 갖게 되었다(Christopher, 1999). <Fig. 1>과 같이 유행하는 로큰롤에 맞춰 신나게 댄스를 즐길 수 있는 댄스홀이나 주크박스가 있는 카페와 펍(pub)<Fig. 2>에서 유흥을 즐기며 또래의 집단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런던에 위치한 2i’s Coffee Bar는 당시 테디 보이들의 유흥문화를 대변하는 성지였다.


<Fig. 1> 
The Winners of ‘Best Dressed Edwardian’ in a Dance Hall, 1954 (Edwardian Teddy boy, n.d.-a)


<Fig. 2> 
Performing John Lennon and Paul McCartney as ‘The Quarry Men’, Liverpool London, 1957 (The Telegraph, n.d.)

테디 보이들은 무리 지어 다니며 편을 나누다 보니 패싸움을 일으키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매우 거칠고 폭력적으로 드러내며 반달리즘적 기질을 보였다(Christopher, 1999). 이들의 폭력성과 범죄성향은 사회 문제가 되어 언론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로 다루어졌으며 <Fig. 3>과 같이 당시 신문에는 테디 보이들의 문제행동과 범죄를 고발하는 기사가 종종 보도되었다.


<Fig. 3> 
Telegraph article: three girls stabbed in ‘Teddy boy’ fracas, 1950’s (Edwardian Teddy boy, n.d.-b)

로큰롤로 대변되는 미국 오락문화에 심취해있던 영국의 청소년들은 미국의 록 밴드인 빌 핼리 앤 히스 코멧츠(Bill Haley and his Comets)<Fig. 4>에도 크게 열광했다. 핼리의 음악이 삽입된 영화 폭력교실(Blackboard Jungle)<Fig. 5>이 당시 테드 족들 사이에 크게 흥행하였고, 이들은 영화가 상영되던 극장 주변에서 작은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테디 보이들의 범죄성향을 맹렬히 비난하던 일부 정치인들과 성직자들은 미국문화와 상업적 착취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의 도덕적 결여가 심해진 탓이라고 주장했다(Johnson, 1994).


<Fig. 4> 
Bill Haley and His Comets in 1954 (Wikipedia, n.d.)


<Fig. 5> 
the poster of ‘Blackboard jungle’ 1955 (Cine 21, n.d.)

테디 보이들은 일터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 노동의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구입한 상류층의 심벌인 에드워디언 스타일 슈트를 입고 열등감과 사회적 야망을 이중적으로 드러냈다. 그들은 독특한 차림새로 그들만의 동질감 속에서 심리적 보상을 받고자 했으며, 로큰롤과 미국 오락문화를 향유하면서 거칠고 폭력적인 자신들의 하위문화를 형성해갔다.

2. 테디 보이 스타일의 특징

테디 보이가 채택한 에드워디언 스타일은 원래 1950년대 노동자 계급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류 계급으로부터 재탄생하였다. 당시 근위대의 젊은 장교들이 영국 신사의 황금기였던 에드워드 7세 시대를 추억하며 새빌 로(Savile Row)에서 고급 양복을 맞춰 입었다(Yang, 2001). 다시 등장한 에드워디언 룩은 길고 피트된 룩(long and fitTed look)의 짧고 좁은 바지, 벨벳 장식 칼라의 재킷, 은장식의 지팡이 등으로 스타일링 되었는데<Fig. 6>, 1952년 무렵 엘리펀트 앤 캐슬(Elephant & Castle) 같은 런던 지역의 노동자 계급 청소년들은 이러한 새빌 로 식으로 재현된 에드워디언 스타일을 모방하기 시작했다(Yang, 2003). 이들은 옛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에드워디언 룩으로 한껏 치장하고 하위문화 요소를 혼합하는 형태로 변형하여 독특하고 과장된 테디 보이 스타일을 만들어 갔다.


<Fig. 6> 
‘Covert’ style topcoat, 1953 (The London Look, 2004, p.114)

<Fig. 7>과 <Fig. 8>에서 볼 수 있듯이 테디 보이 스타일의 특징은 직선에 가까운 허리선과 벨벳이나 새틴으로 배색을 한 롱 재킷, 그리고 두꺼운 고무 밑창의 구두였다. 그리고 초기에는 좁은 넥타이를 매치했고 이후 웨스턴 스타일의 보우 타이(western style bow ties)<Fig. 9>나 부츠 스트링(boot string)<Fig. 10>, 또는 볼로 타이(bolo ties)를 매는 것이 관례였다. <Fig. 11>에서 왼쪽에 서있는 테디 보이는 숄 카라에 싱글 버튼으로 여미는 당시에는 꽤 비쌌을지도 모를 에드워디안 슈트를 입고 볼로 타이를 맸다. 무릎 아래쪽이 좁게 일자로 떨어지는 배수관 모양의 바지(drainpipe trousers)와 두꺼운 고무 밑창을 덧댄 ‘크리퍼(Creepers)’ 스웨이드 구두 차림은 당시 테디 보이들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Fig. 7> 
Teddy boys in Trafalgar Square, 1953 (The London Look, 2004, p.115)


<Fig. 8> 
Teddy boys and girl, 1955 (The Sun, n.d.)


<Fig. 9> 
The Best dressed Teddy boy, 1956 (Edwardian Teddy boy, n.d.-c


<Fig. 10> 
Derek Keates at Best Dressed Teddy boy Competition, 1954 (Edwardian Teddy boy, n.d.-d)

부츠 스트링과 볼로 타이는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 문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던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카우보이들’ 같은 차림새는 테디 보이들의 집단문화가 되었고, 부츠 스트링은 해골, 독수리, 미국 화폐 또는 그 밖의 미국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메달과 함께 사용되었다(Perkins and Smith, 2002).

이들은 또한 머리 모양에도 큰 공을 들였는데, 앞머리 부분은 50년대에 크게 유행하던 과장된 여러 스타일을 시도하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군인처럼 짧고 날렵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1950년대의 할리우드 스타였던 토니 커티스(Tony Cutis)처럼 앞머리를 부풀리고 웨이브를 만드는 것이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였는데<Fig. 12> 테드족들은 이른바 ‘토니 커티스 스타일’로 앞머리를 흉내 내고 <Fig. 13>, 머릿기름으로 옆머리를 붙이고 앞머리는 오리 꼬리처럼 과장하여 부풀린 덕 아스(Duck Arse)라는 헤어스타일로 멋을 냈다<Fig 14>. 헤어숍의 전문가들에게 이런 스타일을 의뢰하기 위해 이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그 비용을 기꺼이 치렀다. 또 테드 족들은 미 해군처럼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거나 TV를 통해 접했던 북아메리카 인디언인 모호크 족처럼 가운데 머리를 부풀려 세우기도 했다(Perkins and Smith, 2002).


<Fig. 11> 
Teddy boys in edwardian outfit, 1955 (Edwardian Teddy boy, n.d.-e)


<Fig. 12> 
Tony Curtis, 1950 (Movieposter, n.d.)


<Fig. 13> 
A portrait photograph of mid 1950's Teddy boy (Edwardian Teddy boy, n.d.-f)


<Fig. 14> 
A Teddy boy having a hair-do by an expert (Illustrated magazine, 1956, p27)

이처럼 테디 보이들은 자신의 외모를 치장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이를 통해 남성은 외모나 패션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회 관념에 대항함으로써 성의 혼돈을 시도했다(Kim, 1987)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위문화 집단들은 약물과 환각제의 사용, 음주. 폭음 또는 퇴폐적 섹스 등을 통해 사회 규범에 저항하고 일탈하며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더욱 부각한다. 그리고 하위문화 집단의 특징적인 스타일게 깊게 동조하여 소속감을 강화하고 집단행동을 통해 위축감을 해소하면서 심리적 보상을 받는다(Kim, 1987). 테디 보이들이 심리적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채택한 것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새빌 로의 슈트였고, 이것은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엄격한 영국의 계급제도에 대한 반항의식을 드러낸다. 동시에 그들에 대한 동경과 자신이 처한 위치에 대한 열등감을 이중적으로 표출하였다. 이들은 자신들 세대보다 40년쯤 앞선 세대 즉,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의 스타일을 채택함으로써, 자신을 시간 속에 고립시키고 현실적 문제로부터 회피를 시도한다.

패션에서 10대의 영향력은 소비력이 큰 성인들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또래 집단의 행동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행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Lim, 2017). 이들처럼 10대가 주축이 되어 집단을 이루고 특정 스타일을 선보이는 현상은 소비 시장이 이들 10대의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였다. 또한, 사회학적으로 청소년들의 중요성을 부각했으며 영국의 청년문화와 스트리트 스타일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Lee, 2006). 테디 보이 스타일의 파급력을 주시하던 패션계는 보수주의자들을 겨냥하여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에드워디언 엘레강스를 부활시켰고 상류층 도시의 젊은이들로 패션이 흡수되는 유행의 역류 현상이 발생하였다.


Ⅳ. 테디 보이 스타일의 모방 특성
1. 단일 모방: 사치할 권리의 모방

에드워디언 시대는 에드워드 영국 국왕의 즉위 기간인 1901년부터 1910년을 포함하여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까지를 말한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1890년 중반에서 시작해 전쟁 발발 전까지의 시대를 아름다운 시절, 즉 벨 에포크(La Belle Epoque)라 부른다.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전에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겉치레가 만연한 풍요를 누렸다. 다시 말해 에드워디언 시대는 ‘상류사회의 마지막 호시절’이었다.

예술과 과학의 발달로 많은 혁신적인 제품이 만들어지고 진보의식이 높아질수록, 상류층 사람들은 일상의 공허를 과시적 소비와 여가활동으로 달래었다. 패션에 관한 관심이 증대하여 의상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고, 휴양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고급 스포츠와 사냥 즐겼다.

도심과 교외의 사냥터를 오가며 사냥과 여행,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즐기던 에드 워디언 시대의 남성들을 위한 신사복은 런던의 새빌 로에서 꽃을 피웠다. 남성들은 차림새에 많은 신경을 썼고, 낭만적인 문학 작품에서는 젊은이가 좋은 옷을 맞추고 그 비용을 지급하는 일이 인생의 우선적이고도 중요한 일로 묘사되었다(Lee, 2004). 동시대의 예술 양식인 아르누보의 경향이 가미된 에드워디언 복식은 사치스러우면서도 화려함을 추구했는데 이는 자신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정교한 복식을 선호한 부르주아적 경향으로 나타났다. 당시의 상류층 사진을 보면 화려한 장식의 모자와 드레스를 착용한 여성들과 고급스러운 직물의 프록코트와 라운지 코트를 입은 신사들을 볼 수 있다<Fig. 15>.


<Fig. 15> 
A high-class family group, 1907 (Historic UK, n.d.)

이러한 상류층의 사치 취향을 상징하는 에드워디언 슈트를 1950년대의 노동자 청소년 계층인 테디 보이들이 모방하게 된다. 이들은 비록 고용 안정성이 낮은 공장 노동직 등에 종사하였지만 일찍이 경제 전선에 뛰어든 탓에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 이로 인해 새빌 로의 슈트만큼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3~4주에 해당하는 급여를 재킷 한 벌에 지출하며 상류층의 모습을 흉내 내었다(Baker, 1991). <Fig. 16>와 <Fig. 17>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화려함과 사치가 정점에 달했던 에드워디언 시대의 고급스러운 슈트 스타일을 빌려와 부유층을 모방한다. 한껏 부풀려 멋 부린 헤어스타일과 과장된 스타일의 슈트는 화려함과 사치가 정점에 달했던 에드워디언 시대 양식의 표현방식과 맥락을 같이한다.


<Fig. 16> 
Teddy boys, 1955 (Edwardian Teddy boy, n.d.-g)


<Fig. 17> 
Teddy girls in London, 1955 (Time, n.c.―a)

일상에 꼭 필요한 생필품이 아닌 사치재에 대한 구매력과 소비 형태는 사회계층에 따라 오랫동안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부유층의 ‘사치의 소비’는 서민계층의 ‘생필품 취향’과 서로 대립하는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사치재의 소비는 부유층의 특권이며 그들이 가진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설명하기도 한다. 서민층에게 사치는 동기 없는 ‘태도들’을 포함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유층에게 사치는 세련되고 단순한 오감의 쾌락뿐만 아니라 선택의 상징이고 유쾌함이며 형태에 대한 관심사이다. 그래서 사치는 자유 시간, 삶의 질, 사랑, 내적 조화, 평화, 지식 등과 같이 다양한 현상들과 동일시 될 수 있다(Lipovetsky & Roux, 2003/2004).

에드워디언 시절의 상류층 스타일을 모방하는 테디 보이들의 이러한 성향은 상류층의 외관적 특징 이면에 있는 그 어떤 함의, 즉 부유층이 추구하는 사치 취향의 가치를 모방을 통해 욕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방 현상을 르네 지라르의 이론으로 분석해보면, 테디 보이가 모방하는 에드워디언은 중개자가 되며, 중개자가 욕망하던 상류층의 특권을 테디 보이가 욕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욕망의 대상이 되는 상류층의 특권은 사치할 권리를 뜻하며, 사치는 물질이 주는 안락함과 행복, 고급스러운 취향으로 타인과 구별 짓는 자기도취적 만족감 그리고 여유 있고 안정적인 질 높은 삶의 의미를 포함한다.

위의 내용을 도표로 정리하면 <Table 2>와 같다.

<Table 2> 
The Teddy boys’ Desire Structure and Mimetic Characteristics 1


2. 병치 모방: 새로운 지위의 모방

하위문화는 자본주의의 현실에서 여러 계층의 관계와 충돌에 반응하는 작용이라 할 수 있으며, 그 표현 양상은 현실적이면서도 이데올로기적이다. 테디 보이는 1950년대의 이주문화, 세대갈등, 계층갈등과 같은 당시 현존하던 모순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solution)’으로서 발현되었다(Hebdige, 1979/1998).

노동자 계급인 테드 족의 집단의식(sense of group), 그리고 이주 노동자들에 의해 위협받는 일자리, 즉 곧 룸펜으로 전락할 수 있는 이들의 불안정한 지위는 그들 집단을 과도하게 민감하도록 만들었다(Jefferson, 1976/2007). 이들은 에드워디언 시대의 복장을 채택해서 자신들의 외모를 눈에 띄도록 하였고, 이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였다.

차별화를 통해 패션을 창조하고 유행을 선도하여 우위를 점하려는 노동자 계층 청소년들의 이러한 노력은 이전 세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예로, 테디 보이의 부모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노동자 계층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부모 세대 노동자 계층의 옷차림이나 소비 형태는 기성 사회제도나 지배 계급에 순응하며 절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이 토요일 밤에 외출하여 유흥을 즐기는 것은 제도적인 범주 안에서 이루어졌고, 여가와 유흥문화는 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휴식의 의미였다(Christopher, 1999). 하지만 테디 보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눈에 띄는 의복을 채택하여 자신들의 집단 정체성을 나타내었다. 이들은 비제도적이고 반달리즘적인 유흥문화를 즐겼고, 쾌락 그 자체를 좇았다.

테디 보이들로 인해 1950년대 촉발된 청년문화는 쾌락주의적 가치들을 가속적으로 유포시켰고, 이 새로운 문화는 개인적 표현, 여유 있는 휴식, 유머, 그리고 자발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각했다. 공격적인 행태와 콜라주 스타일, 병치 스타일, 부주의한 룩은 아이러니, 유희, 정서적인 충격 효과가 지배하는 문화 안에 구체화하면서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갔고 관습들을 해방했다. 패션은 젊음을 함축하기 시작하며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식적인 규범으로부터 해방된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기 시작했다(Lipovetsky, 1987/1999).

앞서 설명했듯이 테드 족들은 자신들의 의복에 지출할 만큼의 돈을 벌었고, 과장된 스타일의 추종과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존재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한 소비행태가 내적인 공허함과 허무함을 모두 메우지는 못하였다. 이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만과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인해 테디 보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으로 상징되는 미국 대중 오락문화에 심취하게 되었다. 격렬한 사운드의 로큰롤, 반항적이고 불만에 가득 찬 청춘영화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욕망을 쟁취하는 신화적 스토리의 미국 서부영화 등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미국문화에 열광하던 테디 보이 집단은 에드워디언 슈트에 아메리칸 웨스턴 스타일을 절묘하게 혼합하며 자신들의 조형 언어를 갖춰갔다.

노동자 계급의 상류 계급 복장 차용 현상은 단지 화려한 치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테드 족들의 열망과 실재를 표현한다(Jefferson, 2007). 테디 보이들이 유니폼처럼 추구했던 에드워디언 스타일 <Fig. 18>이 표현하는 ‘사회적 실재’는 기존의 노동자 계급이 종속되어 있던 테디 보이들이 갖지 못한 결핍을 향한 간접화한 욕망을 뜻한다. 그리고 동시대 미국 서부영화에서 보이는 보우 타이 <Fig. 19>를 채택하여 스타일을 수정함으로써 그들이 열망하는 사회적 지위를 의미한다.


<Fig. 18> 
David Lloyd George and Winston Churchill, 1909 (Wales, n.d)


<Fig. 19> 
A Scene of movie ‘Stars in My Crown’, 1950 (Smithsonian.com, n.d.)


<Fig. 20> 
Two Teddy boys at a funfair, 1955 (Time, n.d.―b)

지라르(1961/2001)에 따르면 타인을 따르는 욕망이란 타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며, 욕망의 강도는 대상이 소유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위력’의 정도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위력의 크기는 대상과 중개자 사이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이 가설을 테디 보이 스타일에 대입하면, 테드 족들은 에드워디언 룩과 아메리칸 스타일을 동시에 병치하여 중개자 모델을 수정하였고, 자신과 중개자의 거리를 좁혀나감으로써 상향지향의 욕망을 더욱 강렬하게 키워나갔다. 아메리칸 웨스턴 스타일을 통해 좇던 아메리칸 드림이 상징하는 것은 높은 지위 자체가 아닌 실현 가능한 구체화한 욕망, 즉 ‘신분상승의 가능성’을 뜻한다. 다시 말해 원래 에드워디언 룩이 그들과 정신적 거리가 먼 상류 계급 댄디들의 옷이었기 때문에, 아메리칸 스타일을 병치하여 모방 모델을 수정함으로써 자신들과의 거리를 좁혀나간 것이다.

테디 보이들이 위와 같이 병치와 수정의 과정을 통해 이상적 가치를 지닌 중개자와 욕망의 대상을 스스로 상정하였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미국적 스타일의 독특한 혼합은 원래의 그 복장이 상징하는 사회적 상징성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사회적 용어로 의미화 되었다. 이들이 욕망하던 수정된 대상은 현실화의 가능성이 더욱 커진 획득 가능한 지위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인 안정감이다. 또한 이를 통해 테디 보이들은 낡은 기성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난 새로운 청년문화의 주체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고, 이러한 자기 주체성과 긍지는 자발적 자존감을 내포한다. 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도표로 정리하면 <Table 3>과 같다.

<Table 3> 
The Teddy boys’ Desire Structure and Mimetic Characteristics 2



V. 결 론

패션의 유행은 자신보다 더 낫다고 여겨지는 누군가를 모방하려는 욕망과 동조심리에 의해 확산된다. 그리고 모방과 동조의 행동기제 이면에는 표현양식의 모방에 선행하는 관념의 모방이 자리한다. 이러한 모방을 르네 지라르는 모방적 욕망 구조로 설명한다. 주체가 욕망한다고 믿는 대상은 낭만적 허구에 불과하며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다는 가설이다. 인간은 이상적 가치를 지닌 모델을 모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승시키고, 모방적 욕망은 물질 차원의 ‘소유’를 형이상학차원의 ‘존재’로 전환한다.

테디 보이 스타일은 1950년대 영국 청년노동자 계층에서 출현한 하위문화 스타일로서 한 시대의 사회문화를 주도하는 청년들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에드워디언 룩을 차용하며 상류층의 옷차림을 모방함으로써 집단의식을 드러내고 자기 정체성을 형성했다.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을 중심으로 테디 보이 스타일을 고찰한 결과 그들의 모방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테드 족은 사치스럽고 장식적이었던 에드워디언 시절의 스타일을 모방하며 상류층의 특권인 사치 취향을 모방적으로 욕망하였다. 이들이 중개자를 통해 욕망하는 형이상학적 가치는 사치할 권리를 뜻하며, 사치는 물질이 주는 안락감과 행복, 고급스러운 취향으로 타인과 구별 짓는 자기도취, 그리고 여유 있고 안정적인 질 높은 삶을 의미한다.

둘째, 이들은 에드워디언 룩과 아메리칸 웨스턴 룩을 병치하여 모방함으로써 수정된 이상적 모방대상을 스스로 상정하였다. 노동자 계급의 낮은 지위는 테디 보이들에게 경제적 불안, 사회적 좌절감을 일으켰고 이들에게는 새로운 이상적 모방 대상이 필요했다. 이들이 창조해낸 수정된 욕망의 대상은 획득 가능한 높은 사회 지위, 그리고 그것이 파생하는 경제적 안정감, 문화 주체로서의 자발적 자존감이다.

본 연구를 통해 테디 보이 스타일에서 찾아낸 유의미한 점은, 이 하위문화 집단은 단순히 한 모델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실재를 구원할 욕망의 대상을 스스로 상정하기 위해 중개자가 될 모델을 병치하고 수정하여 모방했다는 점이다. 이는 1950년대의 시대 상황과 그들이 실재하는 사회 지위의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이다. 아메리칸 드림이 상징하는 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의 획득 가능성은 당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지난한 결핍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자구책이었을 것이다.

본 연구는 1950년대 테디 보이 스타일이 모방하는 욕망과 그 특성에 관한 연구를 행함에 있어 당대의 청년 하위문화 스타일과 공시적 비교연구를 하거나 혹은 이전이나 이후 시대의 하위문화 스타일과 통시적 비교연구를 하지 못하였다. 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먼저 문화와 스타일의 출현과 확산에 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후속 연구로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여 하위문화 스타일이 모방하는 모델과 그 기저에 있는 욕망의 대상에 관해 연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가 유행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소비자의 근원적 욕구와 필요에 한발 먼저 다가가기 위한 연구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17년도 한양대학교 교내일반연구 지원 사업에 의해 행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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