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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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9 , No. 4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9, No. 4, pp. 104-122
Abbreviation: JKSC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Jun 2019
Received 08 Mar 2019 Revised 30 Apr 2019 Accepted 03 May 2019
DOI: https://doi.org/10.7233/jksc.2019.69.4.104

흉배에 사용된 합성염료에 관한 연구
송수진 ; 홍나영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산업학과 박사수료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산업학과 교수

A Study on Synthetic Dyes Used in Insignia Badges
Song, Su-Jin ; Hong, Na Young
Ph.D Candidate, Dept. of Fashion Industry, Ewha Womans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Fashion Industry, Ewha Womans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Hong Na Young, e-mail: nyhong@ewha.ac.kr


Abstract

The purple color tone of some insignia badges housed at Seokjuseon Memorial Museum stand out prominently. Synthetic dyes are assumed to create a bluish purple color, which is starkly different from the traditional reddish purple jajeok. Despite a need for scientific analysis on dyes to prove that synthetic dyes were used, it is almost impossible to perform destructive analysis which requires a relic sample. This study identifies changes in the color tones used for insignia badges through surface colorimetry as an alternative to destructive analysis, and new colors not previously present in insignia badges are assumed to be used as synthetic dyes. They were divided into two groups for comparison: Group A for those where purple was not used and Group B where purple was used. Results of colorimetry were classified into red, yellow, green, blue and purple series based on the basic colors of the Munsell color system. In Group A, other series, except for the purple one, used two or three colors with different brightness and chroma, thus not showing a particular color to be noticeable. However, Group B had a strong bluish tone overall with the red series leaning towards being replaced by magenta and the blue series by purple. Furthermore, in the green and blue series of Group B, colors with higher brightness and lower chroma were used than those in Group A, manifesting a clear contrast with the purple series. For the replaced colors, newly imported synthetic dyes are assumed to have been used as they transcend the scope of colorimetry in Group A. Since it was after the 1870s when synthetic dyes were introduced to Joseon, changes in color tones could be utilized as new evidence to estimate an approximate year of production for insignia badges.


Keywords: aniline dye, colorimetry, embroidery, insignia badge, synthetic dyes
키워드: 아닐린 염료, 측색, 자수, 흉배, 합성염료

Ⅰ. 서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합성염료가 개발되기 이전까지 색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염료에는 색채의 종류와 양에 한계가 있어 추출하기 힘든 색일수록 가치가 높았다. 따라서 부(富)와 권력이 비례하던 사회에서는 최고의 권력자만이 가장 귀한 색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신분과 권력의 상징이었던 색은 19세기 중반합성염료가 개발되면서 대중화되었다. 최초의 합성염료는 1856년 영국에서 개발된 모브(mauve)로 아닐린(aniline)을 산화시켜 만든 보라색 염료였다. 당시 모브는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크게 유행하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다양한 색의 합성염료가 개발되어 시장에 유통되었다.

조선에 합성염료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로 당시 무역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염료명 대신 아닐린 염료[aniline dyes]로 적고 있어 어떤 색상의 염료가 수입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최초의 아닐린 염료가 보라색 염료였으며, 이 색은 우리보다 먼저 합성염료를 접한 청(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미루어 초기에 수입된 염료는 보라색 염료일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합성염료에 관한 선행연구로는 개화기에 수입된 염료를 양색명과 비교한 연구(Kim, 2010)와 개항이후 조선에 유입된 합성염료의 구체적인 품목에 대한 연구(Pak, 2018), 회화에 사용된 서양 염료와 안료에 관해 연구(Byun, 2014)가 있다. 그리고 경제사 분야에서 조선과 서양의 거래품목의 일부로 염료를 언급한 연구(Song, 2003; Lee, 2015)가 있으며, 색복장려운동과 염색 강습에 관한 연구(Cho, 2010; Park, 2015; Lee, 2006)가 있다.

관리들의 품계를 나타내는 흉배(胸背)에서도 선명한 보라색을 확인할 수 있어 합성염료의 사용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유물에 사용된 합성염료에 대한 추적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합성염료의 사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염료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나, 유물 샘플이 필요한 파괴 분석법이여서 시행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그 대안으로 표면측색을 통해 흉배에 사용된 색조 변화를 확인하고 합성염료의 사용 여부를 밝혀 색감에 따른 제작연대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합성염료의 사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선에 수입되어 정착되는 과정을 근대 신문자료와 서구에서 작성한 조선에 관한 보고서, 여행기 등 문헌자료를 통해 확인하였다. 실제 유물에 적용된 사례는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 흉배 중 비교적 색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도안과 수법(繡法)이 정교한 유물을 선택하여 측색을 진행하였다.


Ⅱ. 합성염료의 개발과 수입
1. 합성염료의 개발

최초의 합성염료는 1856년 퍼킨(William Henry Perkin)에 의해 개발되었다. 1850년대 저명한 화학자 호프만(August Wilhelm Hofmann)은 콜타르1)(Coal tar, n.d.)를 증류시켜 여러 가지 유용한 물질을 추출하는 화학실험을 하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말라리아 특효약인 키니네를 합성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제자인 퍼킨에게 합성 키니네를 연구하는 과제를 주었다. 퍼킨은 키니네 합성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물질을 분석하여 빛에도 변색되지 않는 짙은 보라색 물질을 발견하였다. 퍼킨은 처음에 이 색소를 ‘아닐린 퍼플(aniline purple)’이라고 명명했다가 나중에 ‘모브(mauve)’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Braun, 2006).

이후 화학자들은 아닐린2)(Aniline, n.d.) 실험에 착수하여 푹신(fuchsine)3)(Ball, 2013), 아닐린 바이올렛(aniline violet), 아닐린 블루(aniline blue) 등 다양한 색의 합성염료를 발견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합성염료 공업은 프랑스를 거쳐 독일 및 스위스로 퍼져나갔다. 특히, 독일은 활발한 과학적 연구와 특허법 확립 등이 어울려서 세계 염료공업의 중심지로 군림하게 되었다(Byun, 2014). 1863년, 독일 부퍼탈(Wuppertal) 시에 설립된 바이엘(Bayer) 염료회사에서 처음으로 아닐린 염료를 제조했다. 그 후 1865년에 설립된 바덴아닐린소다공장(BASF)과 1872년 설립된 아닐린 제조주식회사(Agfa)는 색소의 이름에 자사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1880년, 화학자 바이어(Adolph von Baeyer)는 인디고 색소인 아닐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오히려 그 생산비용이 천연 인디고의 가격보다 훨씬 높았다. 따라서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었는데, 그 과정 중에 아닐린의 방부효과도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일부 염료회사에서는 제약 상품도 함께 생산하기 시작했다. 1897년, BASF사가 합성 인디고를 대량생산하면서부터 천연 인디고의 가치가 대폭 떨어졌다(Braun, 2006).

2. 합성염료의 동아시아 수입

합성염료가 동아시아에 수입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1872년 상해에서 발행한 수입품 목록을 보면 아닐린 염료에 대한 기록이 있다(Schuyler, 1952). 이를 통해 1871년 중국에서 8톤의 아닐린 염료를 수입한 것을 알 수 있다(Dusenberry, 2004). 아닐린 염료의 밝고 화려한 색상은 유럽에서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청(淸)에서도 크게 유행하여 ‘일품색(一品色)’이라고 불리며 황제의 용포(龍袍)와 관리들의 보자(補子)를 수놓는 데 사용되었다. <Fig. 1>과 <Fig. 2>를 비교해 보면 아닐린 염료가 들어온 이후 청대 보자의 색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Fig. 1>은 1850년대 이후 제작된 계칙(鸂鶒) 보자로 청색, 홍색, 황색 등을 사용하였으며 전체적으로 푸른 색조를 띠고 있다. 반면, <Fig. 2>의 금계(錦鷄) 보자는 이전까지 사용되지 않던 보라색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색감이 계칙 보자와는 다르다.


<Fig. 1> 
Insignia with Mandarin duck after 1850 (Beverley & David, 1999, p. 269.)


<Fig. 2> 
Insignia with Golden pheasant after 1860 (Beverley & David, 1999, p. 273.)

조선은 1876년 일본과 조일수호조규를 맺으면서 3개의 항구를 개항하였고, 이후 본격적으로 서구문물이 유입되었다. 합성염료 역시 개항 이후 정식으로 수입되었다. 주한 영국 총영사 애쉬턴(Counsel-General Ashton)이 작성한 1882년과 1883년의 한국 무역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아닐린 염료가 부산항과 원산항에서 수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Dankook University Academy Asian Studies [DUAAS], 2006). 이 보고서는 일본제품[Japanese Productions]과 외국제품[Foreign Productions]으로 나누어 수입물품의 통계자료를 작성하였는데, 아닐린 염료는 유럽에서 수입한 외국제품에 들어가 있다. 수입량은 부산항으로 45,274円, 원산항으로 40,918円이 수입되어 합계 86,192円으로 직물류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DUAAS, 2006).

이를 통해 1880년대 초부터 아닐린 염료가 유럽에서 수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청에서는 이미 1870년대부터 합성염료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개항을 통해 유럽에서 직접 수입되기 이전에도 중국을 통해 아닐린 염료가 조선에 소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합성염료가 조선에 처음 들어온 시점은 늦어도 1870년부터 1882년 사이로 볼 수 있고, 정확한 시점은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

1880년대는 퍼킨의 아닐린 퍼플 이외에도 푹신, 알리자린 블루(alizarin blue), 알리자린 레드(alizarin red), 아닐린 블랙(aniline black) 등 다양한 색상의 합성염료가 개발된 시점으로 보라색뿐만 아니라 다른 색상의 염료도 수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역통계 보고서에는 단순히 아닐린 염료[aniline dyes]로 기록하고 있어 당시 수입된 염료의 색상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이사벨라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의 조선 여행기를 보면 아이들의 의복용 터키레드(turkey red)가 한국인의 기호를 완전히 사로잡았다고 쓰고 있어 당시 조선에서 붉은색 합성염료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Bishop, 1994). 비숍이 말한 터키레드는 합성 알리자린(alizarin)으로 염색한 선명한 붉은색으로 추정되고 있다(Kim, 2010).

합성염료 개발에 큰 성과를 올린 독일은 수출과 판매에도 직접 나섰다. 1882년 조선이 독일과 수교한 이후, 1884년부터 조선에서 활동해 온 독일계 상사인 세창양행(世昌洋行)이 1886년 2월부터 7월까지 수차례 걸쳐 『한성주보(漢城周報)』(Advertisement of Sechang trading company from Germany, 1886)에 게재한 광고에는 염료가 포함되어 있다. 광고를 보면 자명종표(自鳴鐘表), 양경(洋景), 팔음금(八音琴), 호박(琥珀), 양등(洋燈), 선명한 안료(顔料) 등 각종 물건을 들여와 물품의 구색에 맞추어 공정한 가격에 팔고 있으며 각색염료(各色染料), 녹염료(綠染料) 등 신상품이 들어왔음을 알리고 있다. 당시 독일은 염료 제조업에 있어 단연 선두였으며 세창양행은 독일계 상사였으므로 광고에 실린 염료는 독일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독일 상인이 직접 자국 염료를 수입하여 판매까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Kim, 2010).

세창양행은 20세기에도 꾸준히 신문에 광고를 냈는데, 1921년 『동아일보』(Sale for Sechang dyes, 1921)에 실린 염료 광고를 보면 ‘세창염료’라는 상품명으로 독일제 수입염료를 판매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광고에는 <Fig. 3>처럼 염료 포장지를 그려 넣었는데 중앙에는 김준근의 그림을 모사한 풍속화를 넣어 현지화를 시도한 점이 흥미롭다. 왼쪽에는 상호인 ‘世昌洋行’, 오른쪽에는 염료명인 ‘MALACHITEGREEN’을 적었다. 말라카이트 그린(malachite green)은 1877년에 개발된 녹색 염료로 서구식 염료명을 그대로 사용하여 영문으로 표기하였다. 실제 세창양행의 염료 포장지 유물이 인천시립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Pak, 2018), 동아일보 광고에 실린 그림과 양식이 동일하며 염료명만 달리하고 있다.


<Fig. 3> 
Dye wrapping paper of Sechang trading company (Sale for Sechang dyes, 1921)

독일산 염료는 세창양행을 통해 독일이 직접 수출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통해 들어왔다. 염색업이 발달했던 일본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독일산 염료를 수입하여 사용하였고, 자국 내 수요를 충당하고 남은 양을 조선에 중계 무역으로 판매하고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염료 수입에 차질이 생겼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합성염료의 자체 생산을 시도하였고, 야마구치 시로(山口四郞)의 보고서에 따르면 1918년부터는 72종의 염료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Pak, 2018).

일본은 합성염료를 제조하면서 한국에서 염료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독일산 수입염료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이후 10년 동안 일본은 외국물품 수입관세를 조약체결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나자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정책을 개정하여 수입염료에 대한 관세를 4배나 올렸고, 이로 인해 독일산 염료 수입에 차질이 생겼다(New customs and daily life, 1920). 이후에도 일본과 독일은 염료에 부과한 관세로 인해 계속 마찰이 빚었다(Protection customs set, 1922; Japanese New Tax Law and US Commercial Review, 1924; Japan's wish to establish a trade to German, 1924).


Ⅲ. 흉배에 사용된 합성염료

19세기 말 조선에 수입된 합성염료는 의복보다는 자수품에 먼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합성염료를 먼저 수입하였던 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의복 전체가 아닌 용포나 보자(補子)의 자수에 먼저 적용되었다.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 흉배(胸背) 유물을 정리한 도록(Suk, 1979)을 살펴보면 일부 유물에서 강한 보라색 색조를 띠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흉배에서 어느 순간 강렬한 보라색이 사용된 것은 청대 보자에서 나타난 현상과 동일한 것으로, 이를 통해 유물의 대략적 연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청색 기운이 많이 도는 선명한 보라색은 이전까지 흉배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색으로, 청과 마찬가지로 흉배에 합성염료가 사용된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흉배에 적용된 합성염료에는 보라색만 있었는지, 혹은 기존에 사용되던 색상에 있어서 합성염료로 대체된 것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보라색이 사용된 흉배는 도판으로 보았을 때 다른 유물에 비해 푸른 기운이 많이 돌고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보라색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색상에도 변화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또한, 도록에 실린 도판은 사진 촬영과 인쇄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유물과는 색차가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유물을 직접 확인하고 측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 유물 선정과 표면 측색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은 방대한 양의 흉배를 소장하고 있어 다양한 시기의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석주선 박사의 수집품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수집 이후 보관 조건이 동일했을 것이며, 환경에 따른 변화의 정도가 유사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색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비교군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석주선기념박물관 유물을 측색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측색을 위한 유물은 『흉배』 도록을 참고하여 정하였다.

흉배는 도록에서 확인했을 때 보라색이 사용되지 않은 A그룹과 사용된 B그룹으로 나누어 비교적 색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도안과 자수가 정교하며 상태가 양호한 것 중 그룹 별로 각각 6건을 선정하였다. 이중 열람이 가능한 유물 7건 13점의 색상을 실측하였다.4) 측색한 시료는 A-3을 제외하고 모두 한 쌍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단령에서 분리된 상태로 보관되어 가슴과 등 중 어느 위치에 달았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대신 일부 흉배는 두 개가 분리되지 않도록 끝부분을 실로 징거놓은 상태였으므로 각각을 구분해야 되는 경우 편의상 좌우로 나누어 지칭하였다. 측색한 유물의 기본 정보는 <Table 1>과 <Table 2>로 정리하였다. 시료의 번호는 흉배의 크기에 따라 순서대로 정하였다.

<Table 1> 
Information of A group Insignia Badge
A-1 A-2 A-3
Twin-Tiger
Insignia
Single-Crane
Insignia
Twin-Crane
Insignia
25.5 × 28 cm 20.5 × 23 cm 19 × 21 cm
(Picture taken by Author)

<Table 2> 
Information of B group Insignia Badge
B-1 B-2 B-3 B-4
Single-Tiger
Insignia
Twin-Tiger
Insignia
Single-Tiger
Insignia
Single-Crane
Insignia
19.5 × 21 cm 17 × 20 cm 17 × 19.5 cm 17 × 19.5 cm
(Picture taken by Author)

A-1 쌍호흉배는 측색한 시료 중 크기가 가장 크며 연대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체적으로 도판에 비해 빛이 많이 바랜 상태이다. A-2 단학흉배는 좌우 삼산(三山)에 보라색이 소량 사용되어 엄밀히 따지면 A그룹과 B그룹 사이에 위치한다. 그러나 보라색의 사용량이 매우 적고 전반적인 색감을 고려하여 A그룹으로 분류하였다. A-3 쌍학흉배는 A-2와 배색 방식이 거의 비슷하지만 보라색은 사용되지 않았다.

B-1 단호흉배는 도판에 비해 빛바램이 심했으며 좌우 흉배의 변ㆍ퇴색 정도가 위치와 색상에 따라 많이 다르다. B-2 쌍호흉배는 좌우 흉배의 색감 차이가 가장 큰 시료로 좌우 도안을 비교하면 전체적인 구성은 동일하지만 세세한 부분에 있어 다른 사람이 수를 놓을 것처럼 차이를 보인다. B-3 단호흉배는 좌우 흉배의 색차가 거의 없고 전체적으로 색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눈으로 볼 때 회색으로 보이는 색이 사용되어 다른 시료에서 볼 수 없는 이질적인 색감을 보여준다. B-4 단학흉배는 명도 차가 큰 배색으로 인해 형광기가 돌며 전체적으로 색감이 떠 보인다.

표면색은 NCS Colour Scan 2.0(NCS, Model RM 200, Sweden)을 사용하여 CIE LAB의 L*a*b* 값을 구하였다. L*는 반사율로 명도를 의미하며 값이 클수록 고명도를 나타낸다. a*와 b*는 색상과 채도를 의미하며, 각각 적색(+)~초록색(-), 노란색(+)~파란색(-) 색도를 나타낸다. 또한, 실측된 값을 Munsell Conversion(CMC version 12.19.2)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먼셀 표색계에 따른 색상(H), 명도(V), 채도(C)와 RGB 값으로 변환하였다. 측정조건은 D65 표준 광원, 10°시야이며 위치당 한 번씩만 측색하였다.

2. 측색 결과

먼셀 표색계 색상환은 <fig. 4>처럼 빨강(R), 노랑(Y), 녹색(G), 파랑(B), 보라(P)를 기본색으로 하고, 각각의 중간에 주황(YR), 연두(GY), 청록(BG), 남색(PB), 자주(RP)를 두어 10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다. 각 색은 다시 1~10까지 단계를 나누어 구분하고 그중 5단계 색상이 중심이 된다(Munsell color system, n.d.). 측색 결과는 먼셀표색계의 다섯 가지 기본색을 중심에 두고 색상환을 균등하게 나누어 계열별로 정리하였다. 계열분류를 위해 측색한 Lab값을 먼셀 표색계로 변환하고 색상(H)에 따라 홍색계, 황색계, 녹색계, 청색계, 자색계로 분류하였다. 단, 눈으로 볼 때 같은 색으로 인식되나 측색한 값이 달라 계열이 나뉘는 색에 대해서는 색상별 상황에 맞춰 같은 계열에 포함되도록 조정하였다.


<Fig. 4> 
Munsell Hue Circle (Munsell color system, n.d.)

1) 홍색계ㆍ자색계

홍색 계열의 먼셀 색상 범위는 5RP부터 5YR까지로 자주색부터 주황색까지 포함된다. 자색 계열은 5PB부터 5RP까지로 남색부터 자주색까지 포함되어 홍색 계열과 5RP를 경계로 구분된다. 그런데 측색 결과를 색상 범위에 따라 홍색계와 자색계로 분류하면 같은 색으로 인식하고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색 중에서 변ㆍ퇴색으로 인해 5RP를 사이에 두고 계열이 나뉘는 색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채도가 가장 높아 본래 색에 근접한 색을 기준으로 삼고 나머지 색을 같은 계열로 분류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주색(RP)은 일부는 홍색계로, 일부는 자색계로 분류되어 두 계열을 함께 분석하였다. 실제 측색된 색은 8.66PB부터 3.57YR까지가 자색계부터 홍색계로 분류되었다.

홍색 계열은 모든 시료에서 사용되었지만 그룹에 따른 차이가 보인다. <Table 3>은 A그룹의 구름과 물결에 사용된 홍색 계열을 정리한 것이다. 물결에는 3단계로 농담을 달리하여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었으며, 여기 사용한 색을 구름과 삼산 등에 그대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구름을 수놓을 때는 청색 계열이나 녹색 계열과 함께 배색하여 대비 효과를 주었다. 색상은 빨강(R)에서부터 주황(YR)에 속하는 색으로 육안으로 볼 때 채도가 가장 높은 색도 선명한 홍색 대신 주홍에 가깝게 보인다. 이는 자외선에 의한 황변(Lee, 2014)으로 인해 노란 기미가 증가하고(b*값 증가), 붉은 기미는 감소하였기 때문이다(a*값 감소). 특히, 전체적으로 퇴색 정도가 심한 시료 A-1에서는 b*값 증가로 인해 모두 주황(YR)에 속하는 색만 나왔다.

<Table 3> 
Red-series at cloud and wave(A group)
A-1 A-2 A-3
(Picture taken by Author)

B그룹은 자주(RP)에서부터 빨강(R)에 속하는 색이 사용되어 A그룹보다 푸른 기미가 강해졌다. <Table 4>는 B그룹의 구름과 물결에 사용된 홍색과 자주색을 정리한 것이다. B-2의 오른쪽 흉배와 B-3을 제외한 B그룹의 나머지 시료에서는 구름을 수놓을 때 주홍색 대신 자주색을 사용하였다. 물결의 배색 방식도 A그룹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B-1을 제외한 나머지 시료는 홍색 계열로 그러데이션 하는 대신에 채도가 높은 홍색(B-4는 자주색)을 딱 1줄씩만 넣어 포인트를 주었다.

<Table 4> 
Red & Purple-series at cloud and wave(B group)
B-1 B-2(Left) B-2(Right) B-3 B-4
(Picture taken by Author)

A-2의 구름과 영지(靈芝)에 소량 사용된 분홍색은 관용색명으로 코럴 핑크(coral pink)로 볼 수 있다. A그룹의 다른 시료에서는 볼 수 없는 색으로 높은 채도 때문에 형광기가 돌아 보인다(Baik, 2015)5). 측정 위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여러개의 값이 나왔는데, B-1의 물결과 B-3의 산호에서 각각 같은 값이 나왔다. 측색 위치는 <Table 5>와 같다. A-2는 대체로 전통 색감을 갖고 있어 A그룹으로 분류하였지만 B그룹의 특징인 보라색이 아주 소량 사용된 흉배이다.

<Table 5> 
Coral pink(A, B group)
A-2 B-1 B-3

cloud

wave

coral
(Picture taken by Author)

<Fig. 5>는 홍색 계열로 분류된 색을 CIE L*a*b* 색좌표에 그린 것이다. x축은 a*값으로 (+) 방향은 적색, (-) 방향은 초록색 정도를 나타낸다. y축은 b*값으로 (+) 방향은 노란색, (-) 방향은 파란색을 의미한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영역은 색상이 R에 속하는 색 중 채도가 높은 색을 묶은 것이다. 이 중 기울기가 유사한 점들은 a*값대 b*값의 비율이 비슷하여 붉은색에 노란색이 혼합된 정도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파란색 영역은 명도가 높은 분홍색을 묶은 것이다.


<Fig. 5> 
Red-series CIE LAB (Diagram drawn by Author)

자색 계열에는 A그룹과 B그룹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던 보라색(P)이 포함되어 있어 보라색의 사용 여부에 따라 두 그룹 간에 명확한 색감차이가 발생하였다. A그룹은 A-1을 제외한 나머지 시료에서 RP에 속한 색이 나타났다. |b*|값보다 |a*|값이 커서 붉은빛이 강한 자주(RP)에 속하는 색으로 Kim(2004)의 연구에 따르면 자적(紫的)색으로 볼 수 있다. <Table 6>처럼 두 시료 모두 구름에만 사용되었다. 이 색은 <Table 4>로 정리한 B그룹의 자주색과는 확연히 다른 색감이다. 한편, A-2 시료의 좌우 삼산에서 측색한 보라색은 B그룹에 사용된 보라색과 같은 색으로 B-2와 B-4에서 동일한 Lab값이 나왔다.

<Table 6> 
Purple-series(A group)
A-2 A-3

cloud

mountain

cloud
(Picture taken by Author)

B그룹에서 자색 계열은 PB부터 P, RP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분포한다. B-1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료에서는 짙은 청색을 대체하여 푸른 기운이 강한 보라색이 사용되었다. 채도가 높은 보라색은 b*값의 크기에 따라 PB에서 P까지 분포한다. <Table 7>과 같이 B그룹의 구름과 괴석(怪石)에 사용된 보라색을 정리하였다.

<Table 7> 
Purple-series at cloud and rock(B group)
B-1 B-2(Left) B-2(Right) B-3 B-4
(Picture taken by Author)

<Fig. 6>은 자색 계열로 분류된 색을 CIE L*a*b* 색좌표에 그린 것이다. 빨간색 영역은 A그룹에 사용된 자적색을, 초록색 영역은 B그룹에 사용된 자주색을 표시한 것이다. 같은 RP 계열이지만 그래프상 다른 위치에 분포한다. B그룹에 사용된 자주색은 a*값이 커서 붉은 기운이 강하고, L*값이 커서 A그룹에 비해 명도와 채도가 모두 높은 자주색으로 볼 수 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영역은 PB에서 P까지 분포하는 보라색을 묶은 것이다. 보라색은 여러 시료에서 동일한 값이 중복되어 나온 경우가 다른 색에 비해 많다.


<Fig. 6> 
Purple-series CIE LAB (Diagram drawn by Author)

홍색계열과 자색계열은 A, B그룹 간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색상이다. 먼저 두 그룹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던 보라색6)은 대체로 명도가 낮고 채도가 높은 선명한 보라색으로 A-2에 사용된 소량을 제외하면 A그룹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흉배의 크기와 도안의 구성 등을 비교했을 때 B그룹의 제작 시기는 대략 19세기 말로 볼 수 있다. 이때는 이미 합성염료가 조선에 수입된 이후로 새롭게 사용된 보라색은 청에서도 일품색으로 불리며 크게 유행한 합성염료로 추정된다. 이렇게 합성염료가 사용된 B그룹은 A그룹에서 주홍으로 수놓았던 부분을 자주색으로 대체하였다. 대체된 자주색7)은 A그룹에 사용된 명도와 채도가 모두 낮은 전통 자적색8)과 달리 그보다 명도와 채도가 모두 높고 a*값 커서 붉은 기가 강한 자주색으로, 역시 A그룹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색이다. 이미 보라색 합성염료가 사용된 시점이므로, B그룹에 사용된 자주색 역시 합성염료일 가능성이 있다.

2) 황색계

황색 계열의 색상 범위는 5YR부터 5GY까지로 주황색부터 연두색까지 포함된다. 측색 결과를 범위에 따라 분류하면 5.99YR부터 1.75GY까지가 황색계로 분류된다. 모든 시료에서 황색 계열은 여러 개의 Lab값이 나왔지만, 눈으로 볼 때 노란색으로 인식되는 색은 한두 종류에 불과하다. 이는 자외선에 의한 황변현상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b*값이 커지면서 노란빛이 증가하여 연두색이나 하늘색으로 보이는 것도 Y나 GY에 속하는 색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선명한 노란색은 그룹에 따라 사용 위치에 차이가 있다. A그룹은 <Table 8>과 같이 구름을 수놓을 때 노란색을 사용하였지만, B그룹은 구름에 노란색을 사용한 시료가 한 점도 없다. 대신 <Table 4>처럼 모든 시료에서 물결의 같은 위치에 채도가 높은 노란색을 한 줄씩 넣어 주위 색과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다른 색에 비해 사용량은 매우 적지만 선명한 색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Table 8> 
Yellow-series at cloud(A group)
A-1 A-2 A-3
(Picture taken by Author)

<Fig. 7>은 황색계로 분류된 색을 CIE L*a*b*색좌표에 그린 것이다. 측색된 Lab값을 비교하면 같은 그룹에 속한 시료에서 같은 값이 측정되었다. A그룹은 황변이 심한 A-1을 제외하고 A-2와 A-3에서 같은 Lab값이 나왔다(<Fig. 7>에서 빨간색 사각형). 이 색은 양쪽 흉배의 색감이 다른 B-2의 오른쪽 흉배에도 사용되었다. 한편, B그룹에서는 B-1과 B-2의 왼쪽 흉배, B-3에서 같은 Lab값이 나왔다(Fig. 7에서 파란색 사각형). 두 색 모두 a*값이 10을 넘어 Y가 아닌 YR에 속하는 색으로, 눈으로 볼 때 노란색으로 인식되는 색은 모두 먼셀 표색계로 변환하면 색상이 YR로 나왔다.


<Fig. 7> 
Yellow-series color CIE LAB (Diagram drawn by Author)

황색 계열의 색상 범위에 GY가 포함되어 눈으로 볼 때 연두색으로 인식되는 색도 대부분 황색 계열로 분류되었다. A-2와 A-3에 사용된 연두색은 <Table 8>과 같다. <Fig. 7>에서 녹색으로 표시한 영역은 연두색이 위치한 부분을 묶은 것이다. 특이한 점은 가장 왼쪽으로 치우친 한 점을 제외하면 모두 색상이 Y로 나와 눈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는 녹색 정도를 나타내는 a*값보다 노란 정도를 나타내는 b*값이 월등히 크기 때문에 Y로 분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색계열은 A, B 그룹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B그룹9)에 사용된 노란색이 A그룹10)에 비해 명도는 조금 낮고 채도는 높아 조금 더 진하고 선명한 노란색으로 보인다.

3) 녹색계

녹색 계열은 5GY부터 5BG까지로 연두색부터 청록색까지 포함된다. 실제 측색된 값은 0.64GY부터 7.80BG까지가 녹색계로 분류되어 양쪽으로 범위를 초과하는 색이 포함되었다. 이는 한 시료 내에서 같은 색으로 인식되는 색 중 본래 색에 가장 가깝게 남아 있는 색을 기준으로 계열을 분류하고 나머지 값을 같은 계열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때 녹색 계열은 B-3을 제외한 모든 시료에서 보이지만, 측색된 값을 먼셀 색체계로 변환하면 A-1을 제외한 모든 시료에서 녹색계로 분류되는 색이 나왔다. A-1은 황변이 심해 일부는 황색 계열에 포함되었으며, 짙은 녹색은 뒤에서 볼 청색 계열로 분류되었다. 한편, 눈으로 볼때 녹색 계열로 인식되는 색이 전혀 없는 B-3에서 GY와 G에 속하는 색이 나왔다. 각각 구름과 괴석의 바둑판무늬에서 측색한 값으로 B그룹에 속한 다른 시료에서는 모두 녹색 계열에 속한 색이 사용된 위치이다. Lab값을 보면 녹색 정도를 나타내는 a*값은 황색 계열로 분류되었던 연두색과 큰 차이가 없지만 노란 정도를 나타내는 b*값이 훨씬 작고, 채도가 1 이하로 나와 눈으로 보면 연회색에 가깝게 보인다.

A그룹에서 녹색 계열11)은 <Table 9>의 A-2, A-3처럼 구름과 물결에 사용되었다. 녹색 물결을 그러데이션 할 때 사용한 짙은 녹색과 연두색이 구름과 삼산에도 사용되었는데, 연두색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황색 계열로 분류되어 짙은 녹색만이 녹색 계열에 포함되었다. 한편, B그룹은 짙은 녹색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구름과 물결, 괴석의 바둑판무늬를 수놓을 때 연두색12)을 사용하였으며, 그중 일부는 황색 계열로 분류되었다. 그리고 <Table 9>의 B-113), B-414)처럼 밝은 하늘색이 녹색 계열에 포함되었다. Lab값을 보면 b*값이 (+)값을 가져 푸른 기미는 전혀 없고, a*값은 (-)로 나와 녹색 기미가 도는 색으로 눈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Table 9> 
Green-series at cloud & wave(A, B group)
A-2 A-3 B-1 B-4
(Picture taken by Author)

<Fig. 8>은 녹색계로 분류된 색을 CIE L*a*b*색좌표에 그린 것이다. 짙은 녹색이 사용된 A그룹과 연두색과 하늘색이 사용된 B그룹이 그래프상 섞여 있지만, 명도를 나타내는 L*값의 차이가 커서 완전히 다른 색으로 보인다.


<Fig. 8> 
Green-series CIE LAB (Diagram drawn by Author)

4) 청색계

청색 계열은 5BG부터 5PB까지로 청록색부터남색까지 포함된다. 실제 측색된 값은 1.04B부터 5.45PB까지가 청색계로 분류되었다.

청색 계열로 분류된 색은 <Table 10>처럼 A그룹의 모든 시료에서 사용된 반면, B그룹은 B-1에서만 사용되어 두 그룹 사이에 색감의 차이를 보인다. A그룹은 짙은 남색(PB)15)과 하늘색(B)16)을 사용하여 구름과 물결을 수놓았다. 그러나 B그룹은 A그룹에서 볼 수 있는 명도가 낮은 진한 남색을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명도가 높은 하늘색이 사용되었는데, 이 색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녹색 계열로 분류되었다.

<Table 10> 
Blue-series at cloud & wave(A & B group)
A-1 A-2 A-3 B-1
(Picture taken by Author)

<Fig. 9>는 청색계로 분류된 색을 CIE L*a*b* 색좌표에 그린 것이다. A그룹에서 사용한 짙은 남색은 빨간색으로 표시한 영역으로 b*값은 시료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a*값이 매우 작고 명도가 낮아 육안으로 볼 때 모두 유사한 색으로 인식된다. 이보다 밝은 하늘색은 모두 a*값이 (-)로 나와 녹색기가 있지만, 먼셀 색체계로 변환하면 B에서 PB에 걸쳐 분포하는 색상 값을 갖는다.


<Fig. 9> 
Blue-series CIE LAB (Diagram drawn by Author)

쪽빛으로 일컫는 짙은 남색이 사용된 A그룹과 달리 B그룹은 하늘색부터 녹색계열로 분류된 밝은 하늘색까지 사용되었다. 이 중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밝은 하늘색은 A그룹에서는 볼 수 없는 색이다. B그룹의 흉배가 A그룹에 비해 크기나 도안 등을 비교해 보았을 때 더 근래에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밝은 하늘색이 일광에 의한 변색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처음부터 A그룹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밝은 톤의 하늘색이 새롭게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Ⅳ. 결론

1856년 개발된 합성염료는 1870년대 조선에 소개되었고, 1880년대 이후 일본과 유럽을 통해 정식으로 수입되었다. 조선에 소개된 합성염료는 의복보다는 자수품에 먼저 사용되었다. 이는 조선보다 합성염료를 먼저 접한 청에서도 나타난 현상으로 의복 전체가 아닌 용포나 보자의 자수에 먼저사용되었다.

석주선박물관에서 나온 흉배 도록을 보면 일부 유물에서 보라색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색 기운이 강한 선명한 보라색은 이전까지 흉배에 사용되지 않았던 색으로 청대 보자에 사용된 보라색과 마찬가지로 합성염료로 추정된다. 변화된 색감을 비교하기 위해 보라색의 사용 여부에 따라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누어 측색을 진행하였고, 결과는 먼셀 색체계의 다섯 가지 기본 색상을 기준으로 홍색계, 황색계, 녹색계, 청색계, 자색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계열별 색상 분석 결과 홍색 계열과 자색 계열에서 A그룹과 B그룹 간에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났다. 먼저 홍색 계열을 보면 A그룹은 빨강(R)에서 주황(YR)에 속하는 색이 사용된 반면, B그룹은 자주(RP)에서 빨강(R)에 속하는 색이 사용되었다. 자색 계열은 보라색(P)이 포함되어 있어 두 그룹 간에 뚜렷한 색감 차이를 보였다. A그룹에서 측색된 자색 계열은 푸른기보다 붉은기가 강한색으로 먼셀 색상 기호로는 RP에 속하지만, B그룹에서 측색된 자주색과는 색감에 있어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색은 전통 색명으로 볼 때 자적(紫的)색으로 볼 수 있다. B그룹에서는 남색(PB)부터 보라(P)를 거처 자주(RP)로 이어지는 넓은 스펙트럼의 자색 계열이 사용되었다. B-1을 제외하면 모든 시료에서 짙은 청색 대신 푸른 기운이 강한 보라색이 사용되었다. B그룹에 사용된 자주색은 A그룹에 사용된 주홍색을 대체하여 전반적인 흉배의 색감에 푸른 기운이 강하다.

황색 계열은 그룹에 따른 색상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사용량에 있어 차이가 나타났다. 두 그룹 모두에서 명도와 채도가 높은 노란색이 측색되었지만 사용 위치에는 차이가 있다. A그룹은 구름과 물결에 노란색을 사용하였지만, B그룹은 물결의 특정 위치에만 소량을 사용하였다. 녹색 계열은 A그룹은 초록(G)에 속하는 짙은 녹색과 노랑(Y)으로 분류된 연두색이 사용되었다. B그룹에서는 대부분 A그룹보다 명도가 높은 연두색이 사용되었는데 Y에서 GY까지 분포하는 값이 나왔다. 청색 계열도 A그룹은 짙은 남색과 하늘색으로 구분되는 두 종류가 사용되었다. B그룹에서는 B-1에서만 진한 청색이 사용되었을 뿐, 나머지 시료에서는 녹색(G)이나 청록(BG)로 분류되는 밝은 하늘색이 사용되어 A그룹과는 차이를 보인다.

A그룹의 흉배에는 자색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은 명도와 채도가 다른 2~3종류의 색이 사용되어 특정 색상이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B그룹은 홍색 계열과 청색 계열이 자색 계열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이며 전체적인 색감이 푸른 기운을 많이 띠고 있다. 또한, 녹색 계열과 청색 계열은 A그룹에 비해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색을 사용하여 자색 계열과 강한 대비를 나타낸다.

B그룹의 흉배에는 크기나 도안의 구성으로 봤을 때 19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보라색의 사용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자연에서 얻기 힘든 귀한 색으로 합성염료가 개발된 이후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크게 유행하며 보급된 색이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B그룹에 사용된 보라색은 새롭게 수입된 합성염료로 보이며, 그 밖에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톤의 색상 역시 합성염료의 보급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합성염료의 사용으로 나타난 흉배의 색조 변화는 제작 시기를 판단하는 새로운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합성염료가 조선에 소개된 것은 1870년대 이후이므로, 보라색이 사용된 흉배는 1870년대 이후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흉배 유물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세 유물은 크기와 도안의 구성에 따라서도 대략적인 시기를 감정할 수 있다. 거기에 색상에 따른 감정 기준이 추가된다면 조금 더 세밀한 시대 감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Notes
1) 콜타르(coal tar)는 석탄을 고온건류(高溫乾溜)할 때 부산물로 생기는 검은 유상(油狀) 액체를 말한다.
2) 아닐린은 벤젠과 함께 유기화학 및 화학공업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화합물이다. 1826년 운페르도르벤이 처음으로 인디고를 건류하여 만들고, 1834년 룽게가 콜타르에서 발견하였으며, 다시 1840년에 프리체가 구조를 결정하고 스페인어인 'anil(인디고의 뜻)'을 따서 아닐린이라고 명명하였다. 그 후 1842년 나이트로벤젠의 환원으로 합성되고, 1856년 퍼킨이 불순한 아닐린을 산화시켜 최초의 합성염료를 만들어, 그때까지 사용되던 천연염료를 대치하였다.
3) 푸크시아꽃(fuchsia flower) 색처럼 보이길 기원하는 뜻에서 푹신이라 이름 붙인 적색 물질을 말한다.
4) 측색은 2018년 12월 19일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진행하였다.
5) Baik(2015)의 연구에 따르면 형광색으로 인지되는 색채는 계열별로 특징이 있는데, 그 중 R계열은 채도가 높고 중명도에 위치한다. A-2에 사용된 코럴 핑크색은 명도는 4.4~4.6, 채도는 10.5를 넘고 있어 홍색 계열내 다른 색에 비해 채도가 높다.
6) 새롭게 사용된 선명한 보라색은 측색 결과 명도 2.49~3.81, 채도 7.63~10.11 범위에 분포한다.
7) B그룹의 자주색은 측색 결과 명도 2.77~4.16, 채도 7.25~11.57 범위에 분포한다.
8) A그룹의 자적색은 측색 결과 명도 1.73~2.91, 채도 2.26~4.62 범위에 분포한다.
9) B그룹의 노란색은 측색 결과 명도 5.70, 채도 7.91이 나왔다.
10) A그룹의 노란색은 측색 결과 명도 6.00, 채도 6.62가 나왔다.
11) A그룹의 진한 녹색은 측색 결과 명도 3.39~3.72, 채도 1.20~2.49에 분포한다.
12) B그룹의 연두색은 측색 결과 명도 4.40~5.65, 채도 2.27~5.40에 분포한다.
13) B-1의 밝은 하늘색은 측색 결과 명도 5.0~5.40, 채도 0.79~1.94에 분포한다.
14) B-4의 밝은 하늘색은 측색 결과 명도 6.37~7.21, 채도 1.56~1.90에 분포한다.
15) A그룹의 진한 남색은 측색 결과 명도 1.74~2.13, 채도 2.96~4.92에 분포한다.
16) A그룹의 하늘색은 측색 결과 명도 3.45~4.60, 채도 1.45~5.39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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