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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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0 , No. 4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0, No. 4, pp. 105-121
Abbreviation: JKSC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0
Received 01 Jul 2020 Revised 05 Aug 2020 Accepted 06 Aug 2020
DOI: https://doi.org/10.7233/jksc.2020.70.4.105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에 기반한 현대패션 디자인의 조형성 연구
송해인 ; 간호섭
홍익대학교 디자인 공예학과 의상학 박사과정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교수

A Study on the Formativeness of Contemporary Fashion Design based on Bakhtin's Carnivalesque
Haein Song ; Hosup Kan
Ph. D. Course, Dept. of Design & Craft, Fashion Design, Graduate School, Hongik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Textile ArtㆍFashion Design, Hongik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Hosup Kan, e-mail: hosupkan@hongik.ac.kr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modern fashion design based on Bakhtin's Carnivalesque and developed a formative analysis. Carnivalesque is recognized and studied in all areas of art and culture today. The idea of Carnival reflects the life and reality of a feast day for the common people. Mikhail Bakhtin(1895-1975) studied Carnival in relation to folk culture and identified artistic phenomena revealed in Carnival masks. His theory and expressive style, developed through Francois Rabelais's (1494-1553) novel, was divided into carnival laughter, contradictory ambivalence, and grotesque physical images. The Carnivalesque fashion design analysis system, derived through research, appears as a clown image, a disassembled body, a factual reproduction of a body, an atypical body, and a heterogeneous combination of these. Analysis of the Carnivalesque style, based on the characteristics of modern fashion, showed it to be derived from derived from playfulness, ambivalence, abnormality, and fantasy. Carnivalesque can be interpreted as an expression of desirean expression of one’s desires from life in modern society. By understanding and actively utilizing the meaning of modern fashion design through literary properties, we look forward to the possibility of expressive expansion and approaching an integrated perspective.


Keywords: carnivalesque, contemporary fashion design, Francois Rabelais, grotesque, Mikhail Bakhtin
키워드: 카니발레스크, 현대패션디자인, 프랑수아 라블레, 그로테스크, 미하일 바흐친

Ⅰ. 서론
1. 연구의 목적 및 의의

현대사회는 미적 관심의 변화에 따라 고전적인 미 의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의 관점을 추구한다. 정형화된 아름다움만이 미가 아니며 ‘추’ 역시 미적 대상이 되며 예술의 영역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현대패션 디자인에서는 신체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기형적이고 추해해 보일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형식의 작품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형식의 경향은 풍자적, 선정적 표현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려는 카니발의 문화적 현상과 연관성을 지닌다(Lee & Lee, 2016). 바흐친은 카니발적인 요소가 문학에 편입된 것을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로 규정하였고, 웃음의 풍자성과 육체의 그로테스크성을 문학양식을 통해 강조하였다. 바흐친이 문학작품을 분석하여 이론을 전개한 만큼 일반적으로 문학의 분야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어 왔는데, 최근 미술을 비롯한 문화, 연극, 영화 등 예술 전반으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미술에서는 20세기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에서부터 동시대의 신디 셔먼, 카렌 핀리(Karen Finley),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리지아 클락(Lygia Clark) 등의 작품이 카니발의 재현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Lee, 2014). 또한 현대 카니발 그로테스크 경향은 캐나다 작가인 쉐리보일(Shary Boyle), 미국 출신의 미스티 갬블(Misty Gamble), 찰스 크랍트(Charles Krafft), 마리아 루빈크(Maria Rubinke), 데비한(Debbie Han), 션 어윈(Sean Erwin)등이 있다(Bang, 2016). 카니발과 연계된 카니발레스크는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민중적 저항문화의 특성을 보이며, 현대 패션의 경향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하여 문학적 표현 양식을 고찰하고, 예술분야 선행연구를 토대로 분석틀 정립하여 현대패션 디자인에 나타나는 조형성을 도출하는데 있다. 오늘날 문화 예술에서 주목받고 있는 카니발 이론을 패션 디자인에서의 사례를 통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조형적 특성을 찾고자 한다.

또한 현대 패션디자인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있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으며, 패션 디자인에 담긴 의미를 문학적 속성에서 접근할 수 있고, 새로운 발상과 통합적 사고를 통한 미적 가치를 제시하고자 한다. 나아가 앞으로의 경쟁력 있고 창조적인 디자인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의 내용 및 방법

본 연구는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한 현대패션 디자인 조형성 연구이다. 이를 위해 카니발레스크의 문학적 속성을 바탕으로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현대 패션디자인에 표현된 조형적 특성을 도출하였다. 연구의 범위는 트렌드 변화가 10년 주기로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점과 연구의 결과가 부족한 최신 트렌드를 연구하여 반영하고자 2010~ 2020년까지 컬렉션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패션 4대 도시인 밀라노(Milano), 파리(Paris), 뉴욕(Newyork), 런던(London)의 컬렉션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패션 사례 선정을 위해 문헌연구를 통해 ‘그로테스크’, ‘카니발레스크’, ‘축제’, ‘웃기는’, ‘비정상적인’ 등이 언급된 사진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카니발의 기원과 역사를 살펴보고 카니발의 상징적 이미지와 외적 형식을 파악한다.
  • 둘째, 바흐친이 규정한 카니발레스크의 개념 및 특성을 알아보고 카니발레스크 문학을 고찰한다.
  • 셋째, 카니발레스크 문학에 나타나는 특성을 바탕으로 회화, 조각 등 예술작품에서 표현되는 사례를 살펴본다.
  • 넷째,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한 현대패션 디자인의 조형적 특성을 분석하여 조형성을 도출한다.

본 연구의 방법은 카니발레스크와 관련된 국내외 관련 문헌 및 서적, 학회지, 인터넷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문헌적 연구와, 패션 서적, 인터넷 자료 등을 바탕으로 패션 컬렉션을 분석하는 사례 연구로 이루어졌다.


Ⅱ. 이론적 고찰
1. 카니발의 기원과 역사

카니발(carnival)은 중세 유럽에서 그리스도의 시련과 고통을 기념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금식하는 행사인 사순절 직전에 행해지던 축제이다(Kim, 2014). 사순절, 즉 종교적 금욕 기간 전에 향연을 즐기려는 의도와 함께 계절의 변화를 기념하는 축제로 해석되기도 한다(Han, 2009). 우리나라의 마당놀이, 탈춤과 같은 민중문화에 속하며 보편적 소통의 공간이다. 주로 거꾸로 된 삶을 표현하고 일상적 궤도를 벗어나며 풍자와 해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Oh, 2018). 수천년에 걸친 시대, 문화적 현상으로 당대의 삶과 현실을 반영해왔다. 몇 세기의 변천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카니발은 종교적 의미가 무너지고 퍼레이드, 춤 등의 놀이 활동에 참여하여 주변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도시 축제의 형태가 되었다.

2.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은 러시아의 비평가로, 카니발을 민중문화와 관련하여 연구하였다. 카니발은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정점으로 꽃피웠으며, 17세기 후반부터 세속당국의 탄압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는데 바흐친은 카니발이 중세기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관과 문학관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Kim, 1999).

그는 러시아의 사회주의에 억압된 시대적 환경 속에서 저항문화의 특성을 가진 카니발 문화에 주목하였고, 카니발 속에서 드러나는 예술적 현상을 통해 카니발레스크를 규명하였다. ‘carnival'과 ‘-식(풍)의’ 접미사 ‘esque’가 결합된 단어인 ‘carnival'은 ‘카니발적’, ‘카니발화 된’ 이란 뜻으로 ‘카니발화 된 태도나 정신’을 의미한다(David K, 1995).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Gargantua and Pantagruel)』에서 적나라한 신체 묘사의 그로테스크한 점에 주목하여 카니발 그로테스크 이론을 전개했으며, 이러한 현상의 문학양식을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규정하였다.

바흐친에게 카니발 문화는 본질적으로 육체적인 것이며, ‘물질적인 신체의 저급한 층위‘ 표현에 의존하고 있다. 즉, 카니발레스크는 전통적인 가치체계나 위계를 유머와 풍자를 통해 의도적으로 전복시키는 문학양식을 말한다(Kim & Yim, 2018).

바흐친은 네 가지의 카니발적 세계관의 범주로 파악하였는데, 첫째, 위계의 장벽이 제거된 거리낌 없는 사람들의 친숙한 접촉(familiarization), 둘째, 위계 질서를 무시하고 이질적. 모순적인 관계의 결합(mesalliance), 셋째, 인간 본성의 은폐된 면을 부적합한 형태로 표현한 기이함(eccentricity), 넷째, 신성 모독적이고, 권위적인 가치를 격하시킨 속화(profanation)로 구성된다(Joo, 2018). 카니발적 세계관을 정리하면<Table 1>과 같다.

<Table 1> 
Carnival View of the World
carnival view of the world
familiarization contact with people without qualms
mesalliance a combination of conflicting, heterogeneous, and contradictory elements
eccentricity deviation from fixed identity
profanation a carnival parody of profane, secular, blasphemy and indecent

3.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 문학의 표현 양식

바흐친은 라블레의 소설이 카니발적 세계관을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한 작품으로 평가하였는데, 직접적으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설명하지 않고, 해학적 묘사와 다양한 현상의 결합을 통해 그로테스크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Joo, 2018). 이에 라블레 소설에 나타나는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 문학의 표현 양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카니발적 웃음

바흐친은 카니발에서 웃음은 가장 두드러지는 상징적인 특성으로 음울한 공식문화에 대립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이러한 민중들의 웃음은 엄숙한 문화에 대립되고 자유와 맞닿아있으며, 의식적-구경거리의 형식들, 다양한 유형의 골계 문학 작품들, 거리낌 없는 광장 언어의 세 가지 기본 유형으로 분류하였다(Bakhtin, 2001). 라블레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의 가장 진보적인 이데올로기, 인본주의적 지식, 고도의 문학적 수법과 결합되어 나타나며, 양가적 성격과 함께 ‘유쾌한 진리’를 추구한다(Joo, 2018).

카니발의 웃음은 인간의 존재와 삶 근원에 존재하며 단순한 조롱의 웃음과는 구별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집단적 성격을 띄며 카니발 동안에는 모든 서열과 금기가 사라지는 일시적으로나마 유토피아적 자유를 느끼게 된다.

2) 모순적 양가성

양가성은 동일한 대상에 대해 정반대의 감정상태가 공존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카니발은 죽음과 탄생을 동시에 내포하며 두 가지 시각을 가진 양가치성의 성격을 가진다. 예를 들면 소설에서 가르강튀아는 소처럼 울다가 송아지처럼 웃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이는 아내를 잃은 슬픔과 아들을 얻은 기쁨의 두 가지 감정을 나타낸다(Park, 2016). 또한 비정상적 결합과 왜곡된 신체의 불균형과 기이함의 부조화성은 공포와 쾌감이라는 양면적 감정을 동시에 충족시킨다(Kim, 2019).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고귀한 것과 저급한 것, 위대한 것과 보잘 것 없는 것, 지혜와 어리석음이 혼합되고 서로 짝을 맺는다(Jeong, 2009). 라블레 소설에서의 이미지는 비공식적 특성을 가지며 모든 연결 관계 및 사물과 관념의 관용적인 틀을 파괴하고 예상치 못한 틀과 연결 관계를 창조해낸다(Bakhtin & Volosinov, 1989).

3) 그로테스크 육체 이미지

수태와 출산, 식사와 배설, 탄생과 성장, 그리고 노쇠의 장소로서 카니발은 육체와의 연관성을 통해 구체화되어 새로운 이미지 체계를 구성한다(Park, 2004). 즉 이러한 행위들의 장소는 외설성과 세속화와 연관 되며 카니발적 대화의 장소는 바로 육체이다.

바흐친은 라블레 소설 속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기법을 해부학적, 생리적 측면에 따라 육체, 의복, 음식, 술과 취기, 성적 결합, 죽음, 배설 등의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Youh, 1995). 가장 본질적 요소들을 통해 육체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묘사했으며, 소설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육체적인 원리는 상호 모순적이면서 미완성으로 의미화 되었다(Joo, 2018). 예를 들어, 라블레의 소설에서 가르강튀아의 출생 장면은 희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Park, 2016). 해부학적으로 절단된 신체 이미지들은 사실적이지만 기형적으로 변형되어 이미지가 뒤섞인 괴기한 그로테스크 신체를 만든다. 즉 두 몸의 교차점에서 전개되며, 육체도 경계에서 대화하고 상호작용을 한다. 또한 살육의 장면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경쾌한 유희처럼 진행되어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4.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한 예술작품의 사례분석

예술작품에서 나타나는 카니발레스크 사례 분석을 위해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살바토르 달리(Salvador Dalí), 쉐리 보일(Shary Boyle) 등 카니발의 재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또한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등 카니발레스크의 사례로 언급되어지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1) 카니발적 웃음

예술작품에서의 카니발레스크는 카니발의 상징적인 요소인 마스크를 통해 카니발적 웃음이 보여 지기도 하고, 기존작품의 패러디와 풍자를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바흐친은 민중적 축제문화에서 마스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안정되고 통합된 세계의 인식이 아닌, 카니발의 다의성을 보여주는 전형적 실례라고 하였다(Cho, 2011). ‘마스크의 화가(le peintre des masques)’로까지 불리는 제임스 앙소르 작품 <Fig. 1>에서는 마스크를 쓴 인물들이 등장한다. 카니발의 상징들로 구성된 무대장치(mise-en-scène)속에서 관람자는 기이함과 비논리적인 것에 당황하게 된다(Cho, 2011). 여기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의 이미지에서 낯선 느낌을 주며 신비감을 보여준다. <Fig. 2>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Christ Carrying the Cross> 작품으로, 풍자를 통한 카니발적 웃음이 나타난다. 기괴한 형상을 통해 특권층의 위선과 탐욕을 비판하고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선과 악의 대비를 표현하였다(Lee & Lee, 2016). <Fig. 3>은 ‘모나리자’ 작품을 패러디한 달리의 작품이다. 모나리자의 이미지에 자신의 얼굴을 삽입하여, 과거의 의미를 해체하고 작가의 독창적인 사고와 시각을 표현하였다(Park & Bae, 2017). 패러디는 원본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모방을 만들기 위해 원본 고유의 양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카니발의 풍자극을 떠올리게 한다(Lee & Lee, 2016). 즉, 기존 작품을 모방하여 우회적으로 비판함으로써 기존문화에 대한 가치관을 전복시킨다.


<Fig. 1> 
The Strange Masks, James Ensor, 1892
(Wahooart, n.d.)



<Fig. 2> 
Christ Carrying the Cross, Hieronymus Bosch, 1510–1535
(Wikipedia, n.d.-a)



<Fig. 3> 
Self Portrait as Mona Lisa, Salvador Dalí, 1954
(Thevalue, n.d.)


2) 모순적 양가성

<Fig. 4>는 브뤼겔의 <The Fight Between Carnival and Lent>로, 그림 왼쪽의 사육제와 오른쪽의 사순절이 서로 대치되고 있다. 수도사의 수녀가 수레를 끄는 등 환락, 무질서, 고난, 희생을 상징하는 엄격함과 금욕의 사순절의 모습과 광장에서 밤늦도록 배불리 먹고 술에 취한 시민들의 모습이 대비되어 묘사되었다(Kim, 2019). 이러한 카니발 장면으로 해학과 풍자로 위계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저항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며 계급문화에서 해방된 세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카니발레스크는 부정적 풍자, 웃음을 가지는 구조적 양가성과 함께 모순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Fig. 5>는 작품 좌측에는 동물들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창조되는 천국을, 중앙에는 쾌락적 속세를, 우측에는 지옥을 표현하고 있다. 풍족함을 즐기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있는 반면, 기괴하고 충격적인 모습들도 가득한데, 인간을 먹은 후 배설하고 있는 장면, 반인반수의 형상, 괴물에게 조롱당하는 인물, 고통 받는 인간의 얼굴 등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Fig. 4> 
The Fight Between Carnival and Lent, Pieter Bruegel the Elder, 1559
(Wikipedia, n.d.-b)



<Fig. 5>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Hieronymus Bosch, 1490-1510
(Wikipedia, n.d.-c)


3) 그로테스크 육체 이미지

<Fig. 6>은 벨기에 미술가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의 작품으로 카니발 그로테스크 신체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머리에 다리가 달려있거나 여러 개의 눈과 팔로 구성되는 등 잡종의 이미지를 나타내거나 기괴한 이미지, 절단된 이미지, 또는 배설의 행위를 암시한다(Cho, 2011). 앙소르의 작품 <Fig. 7>은 최고위 지배계급의 풍자를 보여준다. 왼쪽부터 등장하는 수녀 원장, 주교, 국왕, 교육계의 권위자, 장군은 입을 벌린 시민들에게 배설물(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는데, 앙소르는 극단적 묘사를 통해 최고 통치자와 추종자인 브르주아를 날카롭게 풍자했다(Cho, 2011). 살바토르 달리의 <Fig. 8>은 헐리우드 아역배우의 얼굴과 사자의 몸을 결합시켰다. 순수한 어린이의 얼굴과 성적 매력이 강조된 성숙한 여인의 결합은 ‘팜므 앙팡(Femme enfant)’의 이미지로 재탄생되었으며(Byun, 2018), 반인반수의 표현으로 그로테스크 육체이미지가 나타난다. <Fig. 9>는 회화, 조각, 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기반으로 하여 활동하고 있는 캐나다 작가 쉐리 보일의 작품으로, 여성의 하반신과 남성의 성기가 접합된 형태로 데페이즈망 기법을 연상시키며 유머러스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작품에 내재된 놀이요소와 유희적 요소를 통해 사회 규범을 전복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낸다(Bang, 2016). <Fig. 10>은 채프먼 형제(Jake & Dinos Chapman)의 작품으로 머리가 항문을 뚫고 나오는 형상이다. 공포스러운 신체의 변형과 장난스러운 작품명의 Yin+Yin은 유희성을 수반하며 웃음과 공포라는 카니발적인 측면의 양가성이 나타난다. 미와 추, 정상과 비정상 등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변형된 그로테스크 육체 이미지로 담아내었다.


<Fig. 6> 
Devils thrilling Angels and Archangels, James Ensor, 1888
(Dolorosa-reveries, n.d.)



<Fig. 7> 
Doctrinal Nourishment, James Ensor, 1889
(Jamesensor, n.d.)



<Fig. 8> 
Shirley Temple, The Youngest, Most Scared Monster of the Cinema in Her Time, Salvador Dali, 1939
(Wikipedia, n.d.-d)



<Fig. 9> 
Intersects, Shary Boyle, 2009
(Dangerousminds, n.d.)



<Fig. 10> 
Yin + Yin, Jake & Dinos Chapman, 1997
(Artsy, n.d.)


그로테스크 육체 이미지에서 죽음은 새 생명의 시발점이 되며, 다른 세상과 결합을 통해 하나의 우주적 신체를 형성한다(Park, 2016).

예술작품에서의 카니발적 웃음은 작품 안에 마스크를 매개체로 하여 표현하거나 패러디, 또는 풍자를 통해 나타났다. 이를 통해 작품 안에 내재된 유희적요소를 통해 사회의 통념적인 규범을 전복시키려는 작가의 의도 또한 보여 진다. 모순적 양가성은 모순된 상황을 한 작품 안에 표현함으로써 구조적 양면성에 대한 모순된 느낌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반된 감정이 작품 안에 공존하게 되면서 공포와 쾌의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그로테스크 육체 이미지는 기괴하고 기형적 형태, 반인반수의 형태 등으로 예술작품에 나타난다. 구체적인 묘사가 보여지지만,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 카니발레스크가 나타난다.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를 바탕으로 예술작품의 사례분석에서 나타나는 표현 특성은 위의 표와 같다<Table 2>.

<Table 2> 
Fashion Analysis System Elicitation Table with Carnivalesque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 문학의 표현 양식과 미술작품 사례 분석 결과를 통해 패션 분석의 기준이 되는 체계를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Table 3>.

<Table 3> 
Fashion Analysis System Elicitation Table with Carnivalesque



Ⅲ.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한 현대패션 디자인의 사례분석

앞서 연구를 통해 도출된 카니발레스크 패션디자인 분석 체계는 광대이미지, 분해된 신체, 신체의 사실적 재현, 비정형 신체, 이질적 조합으로 나타난다. 카니발레스크의 독특한 핵심은 공포로 부터의 해방과 관련된 유쾌함에 비중을 두었다(Lee, 2011). 또한 양가성은 카니발레스크 문학 표현 양식과 예술사례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특성이다. 따라서 디자인의 사례 선정에 있어서 2010~2020년까지의 컬렉션 중, ‘그로테스크’, ‘카니발레스크’ 등이 언급되면서 카니발레스크의 핵심인 양가성이 나타나는 패션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분석하였다.

1. 광대이미지

카니발에서 주요 상징 요소인 광대와 놀이는 현대 패션디자인에서도 해방의 도구로서 이미지가 타나난다. 광대의 외형적 이미지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며 희극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패션에서 나타난 광대 이미지는 디자이너의 카니발적 컬렉션 주제를 함축하거나 부분적인 카니발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광대라는 이미지는 뚜렷하게 정형화되어 있는데, 디자이너들이 개성에 따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구찌의 2018 F/W 컬렉션 <Fig. 11>은 사이보그를 주제로 성별과 문화 등의 범주를 깨트리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의 표현이며 사이보그를 미래의 이상적 인간으로 해석했다. 가면의 사용과 컬러풀한 의상으로 외부적 요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톰브라운 컬렉션의 <Fig. 12>는 목둘레의 칼라 부분과 어깨를 크게 확대하여 엘리자베스 시대의 광대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모델의 신체를 비튼 포즈는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모습을 한층 강조하였다. <Fig. 13>은 모스키노의 2019 S/S 컬렉션으로, ‘레즐데즐(razzledazzle)' 주제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서커스를 선보였다. 오버사이즈의 나비넥타이와 스트라이프 루렉스 니트, 모자와 메이크업으로 광대를 연상시키는 의상이다. <Fig. 14>는 모스키노의 2020년 리조트 컬렉션으로, ‘spooky(으스스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테마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할로윈을 연상시키며, 악령과 악마들을 내쫓기 위한 기이한 모습이 나타난다.


<Fig. 11> 
Gucci 2018 F/W
(Vogue, n.d.-a)



<Fig. 12> 
Thom Browne 2014 S/S
(Vogue, n.d.-b)



<Fig. 13> 
Moschino 2019 S/S
(Vogue, n.d.-c)



<Fig. 14> 
Moschino 2020 Resort
(Vogue, n.d.-d)


2. 분해된 신체

패션에서의 분해된 육체 이미지는 개개인의 육체가 아닌 태어나 다양한 죽음을 거쳐 다시 태어나는 비개인적인 신체이다(Hwang, 2013). 카니발레스크의 그로테스크 육체이미지는 절단되어 나타나는 분해된 신체로 나타난다.

구찌의 <Fig. 15>는 실제 모델의 얼굴과 똑같은 절단된 머리모형을 손에 들고 등장하여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며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인의 머리모형을 통해 자신을 타자화하고 새로운 개성과 정체성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로 표현했다.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가 2010 S/S 컬렉션에서 발표한 <Fig. 16>은 풍성한 스커트에 칼로 절단한 거처럼 신체의 분리가 나타난다. 파괴적인 이미지가 여성스러운 소재와 디자인에 대비되어 나타난다. 마르지엘라의 <Fig. 17>은 간결한 블랙 드레스에 과장된 눈과 속눈썹의 형상을 팔 부분에 드러내어 유희적 표현을 하였다. 눈의 형상을 뜻밖의 장소에 재배치하여 불균형과 기이함을 보여준다.


<Fig. 15> 
Gucci 2018 F/W
(Vogue, n.d.-e)



<Fig. 16> 
Victor & Rolf 2010 S/S
(Vogue, n.d.-f)



<Fig. 17> 
Maison Margiela 2014 S/S
(Vogue, n.d.-g)


3. 신체의 사실적 재현

라블레의 소설에서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로테스크 육체이미지와 같이 패션에서 카니발레스크의 그로테스크 육체이미지는 사실적으로 신체를 재현하여 보여 지기도 한다. 인체의 골격이 입체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며, 인체 실루엣의 평면화를 통해 거짓된 혼란을 부여함으로써 착시를 통한 낯설음과 새로움이 절충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의 파격적인 드레스인 <Fig. 18>은, 3D프린터로 플라스틱을 녹여서 만든 인체의 골격 형상이 드러나는 의상이다. 피카소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Fig. 19>는 신체의 그림을 의상으로 만들어 흥미롭게 표현하였다. <Fig. 20>은 회색 롱 드레스에 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나타냈는데, 노골적이고 사실적인 신체 묘사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다. <Fig. 21>은 파벨 첼리체프(Pavel Tchelitchew)의 <Anatomical Painting, 1944>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인체의 골격을 원피스에 페인팅 하였으며 가슴 부분에는 입술을 연상시키는 장식으로 트롱프뢰유(Trompe l’oeil)기법이 나타나며 유희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트롱프뢰유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로 존재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눈속임 기법으로, 철저한 사실적 묘사를 통해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테크닉을 의미한다. 페인팅이 된 골격이미지의 원피스는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실제 움직임과 같은 착시효과를 나타낸다. <Fig. 22>는 유령신부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팔과 다리에 골격이미지는 실제 골격인듯한 착시 효과를 주며 으스스한 분위기와 유희적 이미지가 보여 진다.


<Fig. 18> 
Iris Van Herpen 2011 F/W
(Vogue, n.d.-h)



<Fig. 19> 
Moschino 2020 S/S
(Vogue, n.d.-i)



<Fig. 20> 
Thom Browne 2018 F/W
(Vogue, n.d.-j)



<Fig. 21> 
JC de Castelbajac 2011 F/W
(Vogue, n.d.-k)



<Fig. 22> 
Moschino 2020 Resort
(Vogue, n.d.-l)


4. 비정형 신체

사전적인 의미로 풀이할 때 ‘비정형(infomel)'은 ‘일정한 형태나 형식이 정해지지 아니한 것’으로 일종의 형태의 해소를 의미한다(Cho & Park, 2016). 현대 패션에서 비정형 신체는 인체를 왜곡하고 과장시켜 무정형 형태가 나타나며 인체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나타난다. 또한 신체의 사실적인 형태를 변형하여 기존의 이상적인 미를 거부한다. 이러한 상식을 벗어난 형태의 변형으로 인해 돌연함으로 인한 웃음을 유발하며 새로운 이미지로 전환시켜준다.

<Fig. 23>은 불안정한 구성으로 과장된 신체와 착장의 왜곡을 보여주며 기존의 의복형태를 벗어난 작품이다. 인체 특정 부분의 확대와 모순 결합으로 해학과 무거운 공포의 양가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Fig. 24>는 소매가 없고 몸 전체를 휴지로 말아놓은 듯한 형태의 신선한 자극과 함께, 헤어로 얼굴을 가려 기괴하면서 섬뜩한 이미지를 준다. 머리 위부터 인체를 감싸는 단순한 무형식성의 디자인으로, 의상의 구성원리를 벗어났으며 과장된 유머와 입체감을 준다. 톰브라운 컬렉션의 <Fig. 25>는 삼각형 모향의 구조물을 부분적으로 절충하며 입체감을 부여했다. 이 과장된 형태는 기능적 과장의 의미가 아닌 유희적 표현으로 나타난다. 릭 오웬스의 <Fig. 26>은 전통적 미의식을 파괴하여 기이하고 유머러스한 시각적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Fig. 23> 
Comme des Garçons 2017 F/W
(Vogue, n.d.-m)



<Fig. 24> 
Comme des Garçons 2015 F/W
(Vogue, n.d.-n)



<Fig. 25> 
Thom Browne 2012 F/W
(Vogue, n.d.-o)



<Fig. 26> 
Rick Owens 2018 S/S
(Vogue, n.d.-p)


지나치게 왜곡되고 확대된 과장의 형태는 인간 육체의 나약함과 함께 인간 내면의 고통과 사회적 모순을 표출하고 있다. 의복의 비정상적인 왜곡으로 인한 불안, 공포와 같은 시각적 충격과 함께 신체의 일탈을 통한 아이러니한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

5. 이질적 조합

패션에서의 이질적 조합은 동물이나 사물의 형태로의 전환, 사람과 사람의 결합 등으로 나타난다. 동물과의 조합은 동물의 이미지가 내포하고 있는 특성이나 의미가 연상되어 새로움을 창조한다. 또한 역설적 결합을 통해 새롭게 생성된 이미지는 경험적 이미지를 상실시키고 다양한 의미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즉, 패션 디자이너의 실험정신의 표출 수단이 되며, 이를 통해 낯선 시각적 당혹감과 새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Fig. 27>은 2018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으로 ‘We are Motherfuckers’의 주제로 무용수들과 서커스 공연자들이 함께 쇼를 진행하였다. 무용수를 어깨 위로 올려 인간을 오브제처럼 결합시켰다. <Fig. 28>은 릭오웬스의 2016 S/S 컬렉션으로 실제 체조선수들이 거꾸로 등에 매달리고, 어깨에 매달린 상태로 의복의 실루엣을 연출했다. 인간과 의복의 결합은 기존 형태에서 벗어난 일탈적 이미지를 나타내며 역설적 쾌감을 준다. 톰브라운의 <Fig. 29>는 회색의 코끼리와 회색 슈트의 사람이 한몸인 듯한 조합을 통해 그로테스크한 이질성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커다란 코끼리 가면과 인간의 몸으로 공포와 웃음의 양면적 감정을 끌어낸다. 가레스 퓨의 <Fig. 30>은 일반적인 화이트 컬러의 의상에 종이로만든 소머리를 인체의 형상과 결합하여 이질감을 극대화한 의상이다. 소머리 오브제와의 이질적인 결합을 통해 강한 시각적 효과를 주며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다.


<Fig. 27> 
Vivienne Westwood 2018 S/S
(Vogue, n.d.-q)



<Fig. 28> 
Rick Owens 2016 S/S
(Vogue, n.d.-r)



<Fig. 29> 
Thom Browne 2014 F/W Mens Collection
(Vogue, n.d.-s)



<Fig. 30> 
Gareth Pugh 2015 S/S
(Vogue, n.d.-t)



Ⅳ.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한 현대 패션 디자인의 조형성

앞서 고찰한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한 현대패션의 특징을 토대로 조형성을 분석한 결과 유희성, 양가성, 비정상성, 환상성으로 도출되었다.

1. 유희성(playfulness)

중세의 카니발에서 유희는 일탈, 평등, 해방감의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유희성은 카니발레스크의 핵심요소로, 현대패션 디자인에서는 패러디, 풍자, 오브제의 차용, 형태의 변형 등의 요소를 활용하여 광대나 추한 현실을 희화한 패션 등으로 나타난다.

서커스단, 광대의 모습으로 카니발 분위기를 연상시며 유머와 개성을 통한 파격적인 미적 표현으로 유희적인 이미지가 나타난다. 패션쇼의 퍼포먼스적 요소가 강조되어 무대에 회전목마가 설치되는 등 자유로운 축제로 기획되기도 한다. 착시 현상의 표현방법인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그로테스크한 신체 이미지를 재치 있게 표현하며 즐거운 눈속임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의상의 왜곡, 확대, 과장으로 규정된 틀을 파괴하고 아이러니한 쾌감을 느끼게 하며 재미와 흥미를 유발시킨다.

이처럼 패션에 나타나는 카니발레스크는 삶에서 벗어난 상반된 자유를 느끼게 하며 가볍고 쾌락적인 것의 추구와 유머와 개성을 통한 파격적인 미적 표현으로 유희성이 나타나고 있다.

2. 양가성(ambivalence)

양가성이란 심리학자 E. 블로일러(E. Bleuler)에 의해 1911년에 처음 사용된 용어로, “사랑과 증오, 복종과 반항, 쾌락과 고통, 금기와 욕망 등 서로 대립적인 감정 상태가 공존하는 심리적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Huh, 2016). 이질성의 서로 다른 것의 혼합으로, 동질적 시각 상호 효과를 나타낸다.

과장이나 왜곡 등으로 유희성을 주기도 하지만, 비정상적인 모습의 기괴함으로 충격과 공포, 기이한 모습과 함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함께 연출되는 양가적 성격을 띈다. 기존의 규범에서 벗어날 때의 쾌는 심각하게 위협을 받거나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불쾌로 바뀌게 된다(Park, 2016).이질적 결합은 동물과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을 결합한 형태 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이질적 이미지의 조합은 경계를 초월하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내적 욕망의 표현이다. 또한 사실적인 신체 표현으로 충격적인 모습을 주지만 전통적 미의식을 파괴하여 유머러스한 시각적 이미지와 혼란과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현대패션 디자인에서는 유희와 공포가 결합되는 상호 모순적 감정의 결합으로 나타나며 현실을 벗어난 부정적 의미와 함께 카니발 이론에서처럼 모든 것이 해소되는 미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현대의 부정적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표현이며, 극적인 대비로 인해 디자이너의 의도를 극대화 시킨다.

3. 비정상성(abnormality)

바흐친은 기형적인 신체로부터 비정상성을 지적하며 신체를 왜곡시킴으로써 우스꽝스러우면서 동시에 무섭고 역겹게 표현된다고 하였다(Lee, 2011). 또한 비정상적인 결합으로 인해 아이러닉하고 조잡한 형태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현실세계의 경직된 한계성을 비판하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패션에 나타난 카니발레스크는 이를 반영하여 인체의 부분을 의도적으로 과장, 신체 부위의 착시효과, 이질적 조합 등의 비정상성으로 표현된다. 오브제를 뜻밖의 장소에 재배치하고 재결합하여 다른 의미를 표현하고,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비정상성이 나타나며 충격과 함께 기존 미의식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극단적인 표현으로 패션에서 안정감과 익숙함은 상실되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는 전통적 고정관념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며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새로운 미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단순한 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비언어적 메시지를 통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4. 환상성(fantasy)

환상이란 현실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으로 신비하고 기괴한 현상을 뜻한다. 환상은 ‘가시화하다, 명백하게 하다’라는 그리스어의 어원으로, 인간의 모든 상상적 활동을 의미한다(Huh, 2016). 카니발은 자유로운 상상과 환상의 이미지가 허용되며 판타지를 만끽하는 축제의 장으로 이 시간 동안에는 환상이 실제를 대신한다. 특히 독특한 의상과 메이크업이 특징인 카니발 분장은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Han & Kim, 2015). 환상성으로 친숙하고 편안한 것은 기괴한 것으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새로운 예측 불허한 모형이 창조되는 것에서 나타난다.

카니발레스크에 기반한 현대패션 디자인의 환상성은 화려한 카니발 분위기의 의상으로 동심을 자극한다. 카니발 속 서커스단이나 광대들은 뚜렷한 상징적 모티브들이 있기 때문에 패션쇼의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수단이 되며 희극성을 더해준다. 동물과 인간의 반인반수 형태로 사고의 영역을 넓혀 상상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여 진다. 유희적인 표현을 통해 환상을 제공하며,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에게 일상을 벗어나 무한한 판타지를 제공하며 역설적 쾌감과 함께 자유로운 디자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대 패션의 카니발레스크 사례 및 표현특징을 바탕으로 도출한 조형성을 <Table 4>로 정리하였다.

<Table 4> 
Formation of Modern Fashion Design Based on Carnivalesque
carnivalesque representation of modern fashion case and expression characteristics of carnivalesque in ontemporary Fashion formative characteristic
clown image fantasy
playfulness
ambivalence
-design that expresses or reinterprets the image of a stereotyped clown
-funny and spooky image expression
-it is planned through performances such as circus and others, etc.
decomposed body abnormality
playfulness
ambivalence
-disconnected and severed body
-destroy the beauty of the human body by repositioning the object symbolizing the severed body
-an unconventional, shocking, humorous production
a realistic reproduction of the body abnormality
playfulness
ambivalence
-anatomical exposure of internal organs of the body
-visual illusion by painting the elements inside the human body on the costume
atypical body abnormality
playfulness
ambivalence
-rejection of existing forms through body transformation
-excessive distortion, enlargement, and overexposure of clothing loss of function
-a design without form
heterogeneous combination fantasy
abnormality
playfulness
ambivalence
-half man, half animal, human-human combination
-heterogeneous object co-existence by interbreeding
-to pursue fantasy as an impossible combination in real life


Ⅴ. 결론

본 연구는 현대패션 디자인을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를 기반으로 살펴보고 조형성연구를 전개하였다. 카니발레스크의 문학적 표현 형식은 오늘날 예술 및 문화 현상 전반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연구되고 있다.

카니발은 서민의 잔치로서 당대의 삶과 현실을 반영해왔다. 미하일 바흐친은 카니발을 민중문화와 관련하여 연구였으며 카니발 속에서 드러나는 예술적현상을 통해 카니발레스크를 규명하였다. 라블레의 소설을 통해 그의 이론을 전개하였으며 표현양식을 카니발적 웃음, 모순적 양가성, 그로테스크 육체이미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표현 양식을 기초로 하여 현대 패션에서의 카니발레스크 표현특성을 광대이미지, 분해된 신체, 신체의 사실적 재현, 비정형 신체, 이질적 조합의 기준 체계로 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 패션 분석을 통한 카니발레스크의 조형성은 유희성, 양가성, 비정상성, 환상성으로 도출하였다.

유희성은 카니발레스크의 핵심 요소로, 패러디, 풍자. 오브제의 차용, 형태의 변형 등의 요소를 활용하며, 규정된 틀을 파괴하여 흥미를 유발시킨다. 양가성은 유희와 공포가 결합되는 상호 모순적 감정의 결합으로 나타난다. 비정상성은 극단적 표현으로 기존 미의식의 저항과 함께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환상성은 카니발 속 의상이나 반인반수의 형태로 현실의 한계를 초월하여 고착화된 인식을 자유롭게 하며 역설적 쾌감을 준다.

카니발레스크는 현대 사회의 삶으로부터의 욕망의 표출로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도구로 해석될 수 있다. 현대 패션디자인에 담긴 의미를 문학적 속성을 통해 이해하고 적극 활용함으로써 표현 영역의 확장 가능성과 통합적 시각으로의 접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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