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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활동주의로 불리우는 액티비즘은 독일어 악티비스무스(Aktivismus)에서 유래된 단어로 커트 힐러(Kurt Hiller)가 처음 시작한 독일의 평화주의 운동이다(“Aktivismus”, n.d.).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는 특정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로 정치적ㆍ사회적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 내리고 있다(“Activism”, n.d.). Fuad-Luke(2010)에 따르면 정치, 사회, 환경, 제도, 경제 등의 문제에 대해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며, 자연, 인간, 사회, 생산, 재정 등의 자본에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며, Kim(2019)은 사회 변혁을 이끌기 위해 소수권력층에 저항하는 다수 집단인 시놉티콘(Synopticon)에서 확장되어 개인의 저항까지 포함하는 행동이라 밝혔다. 선행연구에서 밝힌 액티비즘의 정의들을 정리하면 사회, 정치, 경제, 환경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목표로 단체 혹은 개인이 실천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Table 1>.

디자인 액티비즘은 긍정적인 사회 제도, 환경 및 경제적 변화, 예를 들어 보다 지속가능한 작업과 생산방식을 만들기 위해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적용되는 디자인 사고, 상상력 및 실천의 디자인 씽킹으로 정의되며 슬로우 패션, 유니버설 디자인, 비판적 디자인, 공동 디자인, 메타디자인, DIY, 모듈러 디자인, 업사이클링 등의 디자인 운동을 일으킨다(Hirscher, 2013). Manzini(2014)는 디자인은 사회 변화를 위해 구조화되어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는 이러한 활동을 위한 트리거의 역할로써 프로토타입, 모형, 모델 및 스케치와 같은 디자인 툴을 사용하는 ‘디자인 이니셔티브(Design initiative)’를 통해 사회적 혁신을 촉진시킨다고 밝혔다. Markussen(2013)은 디자인 액티비즘을 사회적 변화를 촉진시키고 가치와 신념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대량 생산과 소비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디자인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치적 잠재력을 가짐과 동시에 미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정의하였다.

Fuad-Luke(2010)는 ‘미래의 다섯 가지 자본 구조에 대한 포럼(Forum for the Future’s Five Capitails Framework)’을 바탕으로 액티비즘의 구조는 자연, 인간, 사회, 재정, 생산으로 분류하였다<Fig. 1>.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자하는 목적에 있어 액티비즘은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한 경영 이념인 사회적 책임 및 ESG와 연결성을 가진다. 올바른 정책을 추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기업 의무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시작으로 경제적 이익 추구가 더해진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을 지나,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윤리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개념인 ESG까지 사회를 위한 이념은 발전하고 있다. ESG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약자로 환경은 저탄소 배출,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생물 다양성 보존 등을 다루며, 사회는 노동자의 인권 및 보건, 지역 사회 관리, 공정거래, 거버넌스는 이해관계자의 권리와 책임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다루고 있는 등 액티비즘의 구조와 교집합을 이루는 영역이 다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루크의 5가지 자본 분류 중 각 영역 간 중복 관계를 추출한 후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액티비즘을 재분류한 결과, 지속가능의 틀 안에서 사회(대안 소비, 대안 경제, 교육, 다양성 포용, 빈곤 해소), 환경(생태주의, 환경주의, 에너지 및 환경), 생산(노동 처우 개선, 기술 및 정보 기술)으로 분류되었다. 각 요소는 유기성을 지니며 모두 인간에게 더 나은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Fig. 1> 
5 Capital Structures of Activism (Fuad-Luke, 2010)

패션 액티비즘은 패션을 도구로 디자인 액티비즘을 실천하는 활동으로 패션의 역할이 확장되면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신체 보호를 위해 시작되었던 의복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도구의 패션으로 발전되었으며, 시대 반항적 현상과 함께 히피(Hippie), 모드(Mod), 펑크(Punk), 그런지(Grunge) 등 주류에 반하는 안티 패션을 통해 문화적ㆍ정치적 발언의 수단이 되었다(Busch, 2008). Vergas(2009)는 상징적인 패션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으로 인권평등 및 정치적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현대에 오면서 ICT의 발전으로 인해 미디어 및 디지털과 융합하여 다양한 전략으로 소통을 확대하고 있는 개념이다. 대표적 디자이너로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비롯해 고정화된 젠더를 파괴시킨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다양성을 존중하는 릭 오웬스(Rick Owens), 나무를 조각하여 만든 의족으로 장애인 인식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Fig. 2> 등의 디자이너(Chung & Yim, 2020a)와 로고와 무드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마린 세르(Marine Serre)<Fig. 3>, 성의 자유를 표현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Fig. 4>,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소비자 참여를 확장시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와 같은 브랜드가 있다.

<Fig. 2> 
Alexander Mcqueen 1999 SS (Met museum, n.d.)

<Fig. 3> 
Marine Serre 2020 FW (Vogue, n.d.-a)

<Fig. 4> 
Eckhaus Latta 2021 SS (Vogue, n.d.-b)

공적인 아방가르드를 보여주는 뎀나 바잘리아의 패션 의미를 분석한 Ko & Joo(2021)의 연구에서는 저항, 정치, 휴머니즘, 사회공헌의 도구로서 패션을 활용해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 디자인이 지향해야하는 윤리적 가치를 범주화한 연구(Ahn & Joo, 2019)에서는 사회, 환경, 문화 중심적 가치를 목표로 기업 윤리, 디자인 윤리, 소비 윤리를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환경 문제, 사회적 약자, 사회적 갈등 등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모델을 기용한 패션쇼와 캠페인, 고착화된 사이즈 관념 파괴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차별 및 편견을 해소하려는 디자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Park, 2018).

액티비즘 및 패션 액티비즘을 분석한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디자인 특성 및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형성을 위해 친환경 소재 사용 및 윤리적 생산으로 착한 소비를 가능케 하는 슬로우 패션, 반사회적 정신으로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는 안티 패션, 함축적인 문장과 단어를 활용한 슬로건과 주제를 내포한 그래픽 이미지를 통한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메시지 전달 방법, 유희가 담긴 풍자적 표현으로 메타포를 형성하는 방법, 연령, 성별, 신체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외면된 사람까지 모두를 포용하는 모델 선정이 나타나고 있으며, 인비테이션, 설치물, 음악과 같은 무대 구성과 오프닝 및 피날레 등에서 관객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쇼를 연출하고 있다.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패션에서 보여지는 액티비즘은 다음과 같다. 패션을 개인의 자유와 평등 표현과 저항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책임감 있는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으며(Busch, 2008; Miller, 2005), 저개발된 국가의 인권 보호를 위해 국가의 상징성을 가진 패션을 활용하였다(Vargas, 2009).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 윤리적 소비, 환경 보호,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소셜 미디어 캠페인으로 포용성, 윤리성, 친환경성을 나타내며(Chung & Yim, 2020a; Chung & Yim, 2020b), 컬렉션에서 지속가능성, 포용성, 풍자성, 소통성 등을 표현함을 알 수 있었다(Kim, 2021)<Table 2>.

이와 같이 패션 액티비즘 특성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내포하며 윤리성(Ethicality)과 다양성(011). Diversity)으로 나타났으며, 직간접적으로 표현되었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생태를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형태로 표현되었으며, 윤리성은 공정한 생산 및 무역을 포함해 세상을 공평하게 하는 형태, 포용성은 소외계층부터 자기 몸 긍정주의 등 모두를 인정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본 개념은 모두 인간을 중심으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사회의 부정적 요인을 긍정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저항성을 표현하고 있다. 표현 방법으로는 주제를 내포한 슬로건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거나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등 직접적인 방법과 풍자적 해석을 담은 디자인과 반항적 성향의 안티 패션 스타일 등 간접적 방법으로 나타났다.

펑크 패션을 대표하는 액티비스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971년 상황주의(Situationist)적 성향을 가진 반항아 말콤 맥라렌(Malcolm McLaren)과 ‘Let it Rock’이라는 젊은 아웃사이더들의 아지트이자 첫 번째 의상 스토어를 개점했다<Fig. 5>. 1년 뒤 제임스 딘에 영감을 받은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로 이름을 변경, 이후 포르노그래피가 연상되는 컬트 패션을 선보이는 ‘SEX’로 운영하다<Fig. 6> 말콤 맥라렌이 펑크 록 그룹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매니저로 일할 무렵 극강의 페티시즘을표출한 ‘Seditionaries’로 상호를 변경하였다. 마지막으로 ‘World’s End’에서 펑크의 끝을 선언하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냈다(Mame, 2021). 1981년 ‘해적(The Pirate)’을 타이틀의 이국적인 뉴 로맨틱 컨셉의 첫 패션쇼를 시작으로<Fig. 7> 1982년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웨스트우드는 1983년 ‘마녀(Witches)’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말콤 맥라렌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하였다.

<Fig. 5> 
Vivienne and Friends Outside Let It Rock (Wilcox, 2004, p. 38)

<Fig. 6> 
Sex's Shop Assistant Jordan Outside the Shop, 1976 (Milligan, 2010)

<Fig. 7> 
Pirate Collection, 1981 (Fury, 2021, p. 23)

이후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앤드로지너스 스타일, 영국의 상징인 붉은색과 검정의 타탄체크, 양모, 벨벳 등을 하위문화와 적용하여 왕실과 귀족을 풍자하는 등 사회 문제를 제사하였다<Fig. 8>. 또한 코르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섹시함의 대표적 아이템으로 재인식시키거나 본인의 과거 컬렉션을 재해석하는 등 오리지널리티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의 디자이너 상를 수상하고 대영제국 훈장과 기사 작위를 수여받는 등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이다(Clarke & Holt, 2016).

<Fig. 8> 
Vivienne Dressed as Margaret Thatcher on Tatler’s April 1989 Cover (Francesca Carington, 2021)

비비안 웨스트우드 패션의 디자인 표현과 특성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 컬렉션에 그쳐있으며, 2010년대 중반에 진행된 컬렉션을 분석한 연구의 경우 트라이벌(tribal) 특징으로 한정되거나(Kim & Kwak, 2016) 해체주의 관점에서의 메이크업 분석으로 진행되었다(Jiang & Seo, 2014).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웨스트우드의 디자인 특징을 종합하면, 펑크와 펑크의 과감함에서 비롯된 페티시즘을 비롯해 주요 특징으로 언급되는 상충적 요소가 공존하는 해체주의가 있으며, 과거 귀족 사회의 낭만주의를 새롭게 해석한 로맨티시즘과 함께 과거의 복식이나 영국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역사주의 및 레트로 스타일, 원시부족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에스닉 모티브 스타일, 신체를 왜곡하는 실루엣이나 디자인, 유희성을 가미한 풍자 등이 있다<Table 3>.

펑크를 통하여 정부에 대한 부정과 반역을 외치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패션은 펑크가 주류 패션으로 자리 잡은 뒤 새로운 저항 패션으로 변모하였다. 그 후 제3 세계에서 영감을 얻어 에스닉 스타일을 접목하고 현재까지도 양성성과 소비사회 등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Lee, 2005).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인권 운동 홍보의 수단으로 레드 라벨 라인을 전개한 웨스트우드는 2010년 이후 패션을 통해 보여주던 그녀의 신념을 보다 구체화했다. 2010년부터 ‘윤리적 패션 이니셔티브(Ethical Fashion Initiative)’와 협약하여 아프리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으며, 2011년부터 “적게 사고, 잘 선택하고, 오래 유지하라(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라는 슬로건 아래 지속가능 관련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2017 F/W 시즌부터는 남성 컬렉션과 레디투웨어로 구분되던 런웨이를 동시에 진행하는 혼성 컬렉션(Co-ed collection)을 구성하고 있으며, 2018 F/W를 기점으로 디지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는 등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비비안웨스트 우드의 패션 액티비즘에 나타난 정체성 표현의 소통성은 메시지 전달의 수단으로써 소통성을 활용하고 있으며,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슬로건과 그래픽처럼 글과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기후혁명” 슬로건을 티셔츠, 배지, 깃발에 활용하여 환경 문제에 대한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2015 S/S 남성 컬렉션에서는 “도덕적 분노(Moral outrage)”와 함께 돼지 일러스트가 새겨진 슬로건 티셔츠로 트레이시 우스터(Tracy Worcester)의 ‘돼지 서약(The Pig Pledge)’에 지지하며, 양돈업의 실태를 고발하였다(Sigrun, 2014)<Fig. 9>. 포용과 정부비판적 내용을 전달하는 사례로는 2014 S/S 남성 컬렉션에서 브래들리 매닝의 그래픽과 “진실(Truth)”이 새겨진 슬로건 티셔츠와 매닝의 사진과 “진실”이 적힌 엽서를 옷에 부착한 사례<Fig. 10>, 2016 S/S 레드 라벨의 “정치인은 범죄자다(Politicians R Criminals)” 등이 있다<Fig. 11>. 2018년부터는 ‘카드놀이(Playing card)’를 모티브로 사진과 손으로 적은 글과 그림이 더해진 카드 팩을 만들어 옷과 무대 배경으로 활용하였다. 이 때, 하트는 ‘사랑, 세계 자유, IOU’, 클럽은 ‘전쟁’, 다이아몬드는 ‘부패한 달러 프로파간다’, 스페이드는 ‘지구를 짓밟는 페이퍼 컴퍼니나 생화학 업체’로 상징을 변형하여 의미를 더했다(Burbano, 2017)<Fig. 12>. 2020 F/W에서는 “이 길 위로(This way up)”, “미다스 왕(Midas King)”으로 정의와 환경을 말하였으며, 2021년에는 스프레이로 페인팅한 것 같은 “진짜 펑크(True Punk)” 티셔츠로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Fig. 13>.

<Fig. 9> 
2015 SS Men’s Collcetion (Vogue, n.d.-d)

<Fig. 10> 
2014 SS Men’s Collcetion (Hero Magazine, n.d.)

<Fig. 11> 
2016 SS Men’s Collcetion (Vogue, n.d.-e)

<Fig. 12> 
2018 FW Collcetion (Vogue, n.d.-f)

<Fig. 13> 
2021 SS Collcetion (Vogue, n.d.-g)

둘째, 무대 연출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982년, 얼굴에 진흙 범벅을 한 모델들이 카모플라주 옷을 입고 애팔래치안(Appalachian) 민속 음악에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처음으로 패션쇼장에서 공연을 선보였다(Yum, 1998). 2014 S/S 레드 라벨 라인에서는 주제이자 영감이었던 잔혹 동화 ‘분홍신(The Red Shoes)’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얼굴에 하얗게 파우더를 뒤집어 쓴 모델이 춤을 추다 쓰러지는 것으로 런웨이의 시작을 알렸다(Furniss, 2013)<Fig. 14>. 웨스트우드는 디자이너의 인사 시간이기도 한 피날레에서 슬로건 및 그래픽, 메이크업을 활용해 등장하기도 했다. 2013 S/S 레드 라벨에서는 수염과 한쪽 눈에만 원을 그린 채 ‘기후혁명’ 티셔츠를 저항성이 느껴지는 박서 셔츠와 찢어진 스타킹과 매치하여 등장하였다. 또한, 두 명의 모델이 해당 슬로건이 크게 적힌 깃발을 뒤에서 들고 기후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하였다<Fig. 15>. 2013 F/W 레드 라벨에서도 맨 드렉(Man-drag)한 본인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에 “나는 줄리안 어산지다(I am Julian Assange).” 슬로건을 새겨 등장한 사례가 있으며, 해당 티셔츠는 2017 S/S 남성 컬렉션에서 다시금 착용하였다(Furniss, 2013)<Fig. 16>. 그 외에도 2014 S/S 남성 컬렉션에서 브래들리 매닝의 “진실” 사진을 부착한 사례<Fig. 17>, 15 S/S 레드 라벨의 “YES” 배지, 15 F/W 남성 컬렉션에서 찰스 왕세자의 얼굴을 프린트한 드레스에 “기후혁명” 배지를 부착한 사례 등이 있다. 특히, 기후 환경과 관련된 배지는 2016 S/S 시즌과 16 F/W 시즌에서도 등장하였으며, 2017 F/W에는 종이 왕관과 시즌 얼굴들 프린팅이 새겨진 드레스를 착용하고, 2018 S/S에는 “카드놀이” 의상을 입고 나오는 등<Fig. 18> 2018 F/W 시즌부터 전환된 디지털 프레젠테이션 시기 전까지 본인이 아이콘이 되어 해당 시즌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표현하였다.

<Fig. 14> 
2014 SS Red Label (Livingly, n.d.)

<Fig. 15> 
2013 SS Red Label (Iura, n.d.)

<Fig. 16> 
2013 FW Red Label (Geofferey, 2016)

<Fig. 17> 
2014 SS Men’s Collcetion (Vogue, n.d.-h)

<Fig. 18> 
2018 SS Collcetion (Vogue, n.d.-k)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 외에도 주체적으로 소통을 하는 특징이 있다. 2007년 온라인 저널 ‘Active Resistance’를 개시 후 현재까지 ‘Climate Revolution’으로 운영하여 지구환경에 대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웨스트우드의 일기장으로 시작된 ‘Climate Revolution’에는 카드놀이 이미지 섹션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매주 금요일에 SNS 게정에 업로드하는 ‘금요 연설(Friday Speech)’이 포함되어 있다<Fig. 19>. 공식 블로그의 ‘WESTWOOD WORLD’ 카테고리 내 ‘Inside Vivienne Westwood’에는 브랜드의 시대 정신과 과거의 아이코닉 아이템의 현대화 내용이 담겨있는 사례를 공유하기도 한다. 또한, UN의 지속 가능한 패션 연합 의장인 ‘윤리적 패션 이니셔티브‘와의 협약을 통해 아프리카 아르티장과 일감을 연계하여 지속가능한 워크 스트림을 구축하였다. 해당 기관은 빈곤 감소, 인권 및 법치 증진, 지속 가능한 개발 보장 등을 목표로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함께 아프리카 여성의 공정한 경제 활동 및 근무 조건을 제공한다.

<Fig. 19> 
Friday Speech (Vivienne Westwood, 2022)

웨스트우드는 케냐의 유기농 소재를 수급받거나 재활용 부품으로 만든 부자재, 전통 그룹이 만든 직조 소재 등을 컬렉션에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과 윤리성, 포용성 모두를 담고 있다<Fig. 20>. 끝으로 공동체를 위한 저항을 위해 시위 및 행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래킹에 반대하기 위해 2016년 탱크를 몰고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 집에 돌진한 사례 <Fig. 21>과 2018년 프레스턴 뉴 로드(Preston New Road) 시추 현장 입구 인근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사례가 있다<Fig. 22>. 2021년, 줄리안 어산지를 위해 새장에 갇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Fig. 23>. 이처럼 패션 외적으로도 신념을 표출하며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저항성을 보여준다.

<Fig. 20> 
10th Anniversary with EFI (Vivienne Westwood, 2020)

<Fig. 21> 
Rides on Tank Towards the Home of British Prime Minister David Cameron (Independent, 2015)

<Fig. 22> 
Joins Anti Fracking Protesters (Bobb, 2018.)

<Fig. 23> 
Inside a Birdcage and Speakout for Julian Assange (Bobb, 2020)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시대적으로 이어오던 전통성을 기본으로 두고 본인의 감성을 더하는 특징이 있다. 패션 분야에서 흔히 등장하는 레트로 룩 등의 역사주의 특성을 재현이 아닌 독창적인 재배합을 통해 전통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국가에 대한 잉글리시니스(Englishness)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잉글리시니스는 영국 문화 예술을 바탕으로 생성된 영국 고유 특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통성과 역사성을 이해할 때 활용되는 개념이다(Song & Kim, 2006). 이에 펑크정신을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창조적 파괴를 표현하는 웨스트우드는(Jiang & Seo, 2014) 영국의 전통성을 가진 타탄체크 패턴을 국가 저항의 요소로 사용한다.

과거의 컬렉션을 모던화한 사례로는 2000 S/S 레디 투 웨어에 선보였던 와인 얼룩 모티브<Fig. 24>를 2013 S/S 남성 컬렉션에 차용하거나(Schneier, 2012)<Fig. 25>, ‘해리스 트위드(Harris Tweed) 컬렉션(1987)<Fig. 26>’을 2014 F/W 레드 라벨과 2016 F/W에서 재해석하였다<Fig. 27>. 또한 ‘해적(Pirate) 컬렉션(1981)’을 2015 F/W에 이어 202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S/S 시즌에서 ‘타이드 투 더 마스트(Tied To The Mast) 컬렉션(1998)’의 드렁큰 시스템(drunken system) 모티브와 ‘자화상(Protrait) 컬렉션(1990)’의 코르셋을 재해석하면서 90년대 컬렉션의 재부흥을 말하였고, F/W 시즌에서는 <Fig. 28>의 과거 닭 뼈를 활용해 만들었던 “FUCK” 티셔츠를 재탄생시켰다<Fig. 29>. 이처럼 패션을 통해 헤리티지의 중요성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Fig. 24> 
2000 RTW (Morphine.online, n.d.)

<Fig. 25> 
2013 SS Men’s Collection (Biancasalon, n.d.)

<Fig. 26> 
1987 FW RTW (Wilcox, 2004, p.84)

<Fig. 27> 
2014 FW Red Label (Vogue, n.d.-l)

<Fig. 28> 
"Let It Rock" Chicken Bone T-shirt, 1972 (Rachel Burt, 2014.)

<Fig. 29> 
2022 FW (Vogue, n.d.-m)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패션에 나타나는 특성으로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포용성이 있다. 여성의 인체를 강조하는 코르셋이나 크리놀린을 여성 자유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활용하거나 남성의 성적 이미지를 여성 의복에 적용하는 등(Yun, 2009a) 앤드로지너스 룩을 선보이며 제한 없는 모델 선정을 보여주고 있다. 인종, 신체 등 다양한 모델을 세웠던 그녀는 남성 컬렉션에서 여성 모델을 등장시키고, 여성 컬렉션에서 남성 모델을 등장시키는 등 융합적인 모델 구성을 보였으며, 2015 F/W에서 남녀 합동 컬렉션을 선보였다.

2016 F/W 시즌에는 남성 컬렉션에서 성별만 혼합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모델에게 하이힐<Fig. 30>과 목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매치해 의복의 구분까지 타파했고<Fig. 31>, 2017 F/W 시즌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남녀 합동 컬렉션을 진행함으로써 다양성을 상징하고 있다<Fig. 32 - 33>. 또한, 인도의 인권을 주제로 한 2014 S/S 남성 컬렉션 <Fig. 34>과 아프가니스탄과 티벳을 모티브로 보헤미안 룩을 선보인 2015 F/W 레드 라벨 등 개도국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Leitch, 2015), 내부고발자 웹사이트 위키리스크의 최고책임자이자 수십만 건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국 기밀문서를 공개한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 미국 군사 기밀을 공개하고 트랜스젠더가 된 브래들리 매닝(Bradley Manning), 원주민을 보호하는 아메리칸 인디언 운동가 레오나르드 펠티어(Leonard Peltier)와 같은 공공의 자유를 위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포용의 메시지를 나타내고 있다.

<Fig. 30> 
2016 FW Men’s Collection (Tumblr, n.d.)

<Fig. 31> 
2016 FW Men’s Collection (Vogue, n.d.-n)

<Fig. 32> 
2019 FW Collection (Vogue, n.d.-o)

<Fig. 33> 
2020 FW Collection (Vogue, n.d.-p)

<Fig. 34> 
2014 SS Men’s Collection (Vogue, n.d.-q)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액티비즘 사례를 보여주는데, 패러디와 유머를 통한 풍자적 특성도 나타난다. 액세서리와 메이크업에 유희성을 더하여 심각한 주제를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풍자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 윤리 내용을 담았던 2015 S/S 남성 컬렉션에서는 돼지 코와 유사한 액세서리로 양돈업의 실태를 강조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었다(Sigrun, 2014)<Fig. 35>. "We are the People, we rule the world"를 상징하는 종이 왕관(Parker, 2017)은 2016 S/S 레드 라벨에서 색종이로만 만들어진 형태로 처음 선보인 후, 2017 F/W에서는 새로운 모양의 왕관에 직접 색을 칠하고 글과 그림을 그려 넣은 형태로 변화되었고<Fig. 36>, 2019 F/W 컬렉션에서는 2016 S/S 컬렉션의 레드 라벨 스타일에 슬로건을 더한 형태로 표현하였다. 2018 S/S 시즌에는 쓰레기가 담긴 망사 스타킹과 생수병으로 만든 샌들 등 환경 오염의 주제를 서커스의 주제로 키치하게 해석하였다<Fig. 38>.

<Fig. 35> 
2015 SS Men’s Collection (Vogue, n.d.-c)

<Fig. 36> 
2017 FW Collection (WWD, n.d.-a)

<Fig. 37> 
2018 SS Collection (Vogue, n.d.-i; Vogue, n.d.-j)

<Fig. 38> 
2014 SS Red Label (Madame Figaro, n.d.)

지구종말론적 분위기로 환경 활동가(Ecowarrior)를 표현하는 좀비나 외계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메이크업과 기하학적인 선을 활용해 광대와 부족을 묘사한 메이크업 등 다양한 메이크업 사례들도 있다. 2013 S/S 레드 라벨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외계 생명체가 된 사람을 연상시키는 녹색, 빨강, 파랑, 노랑, 분홍 등의 색으로 얼굴이 칠해진 모델들을 보여주었다. 2014 S/S 시즌의 레드 라벨에서는 전조등에 갇힌 동물을 묘사하기 위해 좀비 아포칼립스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했으며(Furniss, 2013)<Fig. 37>, 2014 F/W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프래킹에 반대하기 위해 모델들의 헤어스타일을 오일을 바른 듯한 포마드로 연출하였다(Schneier, 2014). 2015 S/S 남성 컬렉션에서는 선을 활용한 원주민 메이크업을 선보였으며, 2015 S/S 레드 라벨의 러시안 인형, 마리오네트, 마릴린 먼로, 그런지 등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한 메이크업, 2016 S/S 레드 라벨에서의 오일로 스머지 효과를 준 것 같은 안대 메이크업도 2018 S/S 시즌의 삐에로 분장 등의 사례도 나타났다<Fig. 39>.

<Fig. 39> 
2018 SS Collection (WWD, n.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