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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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6 , No. 5

[ RESEARCH PAPER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66, No. 5, pp. 82-98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Aug 2016
Received 18 Apr 2016 Revised 09 May 2016 Accepted 19 Jul 2016
DOI: https://doi.org/10.7233/jksc.2016.66.5.082

한국, 일본 수묵화 양식 분석을 통한 한복과 기모노의 미의식 연구
심상보
건국대학교 의상 디자인학과 겸임교수

A Study of the Aesthetic Sense of Hanbok and Kimono by Analyzing Korean and Japanese Ink Painting Style
Shim, Sangbo
Adjunct Professor, Dept. of Apparel Design, Konkuk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Shim, Sangbo, e-mail: sangbeau@naver.com


Abstract

Korea and Japan have a cultural homogeneity because they were affected by China. However, each country has developed its own original culture due to their own national characteristic and endemism, In traditional clothing, though Korea and Japan share the same origin, they have developed their own form, Hanbok and Kimono, which have completely different looks. The differences in the traditional clothing is the result of the differences in each country’s aesthetic sense, which is reflects in the artwork of those days. Ink-and-wash painting was the typical painting form in East Asia, so Korean and Japanese ink-and-wash painting from that period can be used to observe the differences in the aesthetic sense. This study aims to search for commonly shared aesthetic sense in the design process of Hanbok and Kimono by analyzing the styles of a representative Korean painting, “Sehando(Wintry Days)” and a representative Japanese painting, “Pine Trees Screen”. H.Wolfflin’s methodology influenced not only painting, but also architecture and sculpture. Therefore, this theory can be applied to clothing, which can be considered a type of sculpture. Modernization of traditional clothing has to start by analyzing the aesthetic sense of artisans that have affected the design of traditional clothing. To spread Hanbok globally and differentiate it from Japanese clothing, we have to acknowledge the differences between Korean and Japanese aesthetic sense, and based on this, we have to develop the design of Hanbok.


Keywords: hanbok, ink-and-wash painting, kimono, pine trees screen, Sehando
키워드: 한복, 수묵화, 기모노, 송림도, 세한도

Ⅰ. 서론

복식은 시대의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생활양식이며, 예술은 사회의 미의식을 형상화 한 것으로, 회화는 대표적인 예술 작품이다. Kim(2013)은 복식도 예술의 한 영역이라고 설명하며, 예술 작품의 특징을 파악하면 시대와 지역에 따라 공통적인 요인을 발견할 수 있고, 이러한 요인의 총체를 양식이라고 하며 양식은 예술 작품들 간에 관계를 해석 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예술 양식을 통한 회화와 복식의 분석으로 두 분야에 작용한 미의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양식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복식으로써의 한국양식은 한복이라는 지역적 전통복식의 전형을 뛰어넘지 못했다. 전통복식인 한복을 세계 속에 ‘한복스타일’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양식의 차이점을 밝혀야한다. 특히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패션계에 ‘기모노스타일’을 알린 것에 비해, 세계인이 떠올릴 수 있는 ‘한복스타일’의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다. ‘한복스타일’의 인식을 위해서는 한복의 형태적 특징이 어떤 미의식을 바탕으로 발전되었는지 알아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대표적인 예술 작품인 회화의 양식과 복식의 양식을 비교하여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복식인 한복과 기모노는 중국 복식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역성과 민족성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로 발전하였다. 한복과 기모노가 다른 형태로 발전한 이유를 복식 디자인에 작용한 제작자의 미의식 차이로 추측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 회화에서 나타나는 양식의 차이를 통해, 복식과 공유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미의식을 밝힌다면 전 세계에 일본양식과 구별되는 한국양식의 복식을 규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한복과 기모노의 미의식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수묵화인 ‘세한도(歲寒圖)’와 ‘송림도(松林図)’를 선정하였다. 먹을 이용한 수묵화는 동아시아의 회화이다. 회화의 기법보다 작가의 정신을 중요시하는 수묵화는 시대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의 수묵화는 중국에서 전해졌지만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발전하였다. 조선후기 시(詩), 서(書), 화(畵)의 위대한 작가였던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는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로 꼽는다(Shin, 2009). 갈필(渴筆)과 건묵(乾墨)으로 구사한 소나무와 작은 집 한 채의 그림은 모든 것을 잃고 귀양생활을 하는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예술가인 작가의 쓸쓸한 심경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하세가와 도하쿠(長谷川等伯, 1539~1610)의 송림도는 일본 최고의 수묵화로 꼽는다(Tsuji, 1994). 안개 속에 아련한 소나무 숲 사이로 산마루가 보이는 듯한 송림도에서 작가는 일본의 미의식인 와비(わび)의 경지를 표현하는 듯하다. 한국과 일본의 최고의 수묵화인 세한도와 송림도의 양식을 비교함으로써 한복과 기모노의 형성에 작용한 미의식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 수묵화에 나타나는 양식의 특징에서 한복과 기모노의 미의식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 수묵화와 전통 복식을 비교하기 위하여 예술 작품의 분석에 자주 사용되는 뵐플린의 양식 개념을 적용하고자한다. 동양의 회화는 서양의 회화와 표현방법이 달라서 뵐플린의 양식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 특히 복식으로 연관성을 확장시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예술은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각적인 형태의 유사성을 설명하고 인식할 수 있다(Kim, 2013)는 바이츠의 열린 개념에서 연구대상을 비교하고자 한다. 기존에 뵐플린의 양식을 이용한 회화, 건축과 복식의 비교는 동시대의 작품들을 비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수묵화와 복식에 대한 연구는 수묵화에 나타난 복식의 형태를 연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때문에 동양의 수묵화를 뵐플린의 양식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전통복식을 연구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통 복식의 형성에 작용한 미의식의 배경을 수묵화의 양식과 비교하는 것은 새로운 시각에서 복식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1. 한국과 일본의 수묵화
1) 수묵화의 개념

수묵화는 먹(墨) 이용한 동아시아의 회화 기법으로 용필(用筆: 붓놀림)과 용묵(用墨: 먹다룸)의 두 가지로 대상을 표현하여 화가의 감정을 드러낸다. 서양의 소묘와 비슷하지만 수묵화는 자체로 완성된 그림이다. 서양의 회화는 대상의 재현이 목적이지만 동양의 회화는 대상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묵화는 중국 오대(五代)에 시작되었다. 오대 수묵산수화는 크게 화북산수(華北山水)와 강남산수(華南山水)로 구별된다. 강남산수는 동원(董源)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동원의 화풍은 거연(巨然)에 의해 계승되었고 동원과 거연의 화풍은 후대 동거파(董巨派)로 불리우며 원대(元代)에 들어 문인화의 기본화풍이 되었다.

북송(北宋, 960~1127)시대는 화북산수가 크게 성행하였고 이성(李成), 범관(范寬), 곽희(郭熙), 허도녕(許道寧)을 거치며 체계화되었다. 곽희는 수묵산수화의 양식을 정리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한국에도 많이 전해져 한국 화단에 영향을 주었다. 북송시대는 성리학이 정착되고 수묵산수화와 문인화(文人畵)가 성행하였다. 문인화는 문동(文同)과 소식(蘇軾) 등에 의해 묵죽화로부터 시작되었다(Han, Bae, Han, & Ju, 2007). 소식은 전문화가의 그림과 구별하여 사대부의 그림을 문인화라고 하였다. 문동과 소식은 먹으로 한 번에 그리고 채색하지 않는 새로운 화법을 구사하며 회화에서 문인의 기상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북송이 금(金)에 패하고 남송(南宋)시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화풍이 생겨났다. 특히 부벽준(斧劈皴)을 사용하며 새로운 구도의 수묵산수화를 그린 마원(馬遠)과 하규(夏珪)의 마하파는 한국과 일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간략하고 빠른 필치로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남송대의 선종화가(禪宗畵家) 양해(梁楷), 목계(牧谿), 옥간(玉澗) 등은 무로마치 시대에 일본 화단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Akiyama, 1992).

원대(元代)의 문인화는 조맹부(趙孟頫)에 의해 크게 발전하였다. 조맹부는 이전 시대의 이곽파와 동거파의 화법을 모두 구사하였다. 조맹부의 이곽파 화풍을 이어 받은 주덕윤(朱德潤)은 고려의 이제현(李齊賢)과 교류하여 고려에 조맹부의 화법이 전해지는 계기가 되었다(An, 1980). 원대의 동거파 화법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한 화가를 원사대가(元四大家)라 하며, 황공망(黃公望), 예찬(倪瓚), 오진(吳鎭), 왕몽(王蒙)이 그들이다. 특히 황공망은 명청대에 최고의 문인화가로 부상하였으며, 갈필(渴筆)에 능했던 예찬의 ‘용슬재도(容膝齋圖)'<Fig. 1>는 세한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명대(明代)의 대진(戴進)과 오위(吳偉)는 남송의 원체화풍(院體畵風)과 원대의 문인화풍을 가미하여 완전히 새로운 절파화풍(浙派畵風)을 유행시켰다 (Han et al., 2007). 명대 송강파(松江派)의 화가 동기창(董其昌)의 남북종설(南北宗說)설은 학문이 깊은 사대부가 주로 그렸던 수묵산수화를 남종화(南宗畫)로, 화원(畵員)이나 전문 화가들의 기교적이고 형식적인 회화를 북종화(北宗畵)로 구별하였다. 조선후기의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와 에도시대의 남화(南畵)는 남종화 양식의 중국 문인화에 영향을 받았다(Lee et al., 2007).


<Fig. 1> 
The Rongxi Studio, 14th century, Ni Zan

(Han et al., 2007, p. 184)



2) 한국의 수묵화

고려시대에 묵죽, 묵매, 묵란 등의 문인화와 실경 산수화가 활발하게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실물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고려시대 묵죽화에는 북송의 소식과 문동, 원대의 조맹부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쳤다(An, 1980). 고려시대에서 전해진 중국 화풍은 조선시대의 문인화가들에 의해 새로운 화풍으로 발달하였다. 조선초기에는 북송의 이곽파 학풍과, 남송의 화원이었던 마하파와 명대의 원체화풍, 절파화풍 등이 한국적 화풍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조선중기에는 전란으로 불안한 시대였지만 초기의 이곽파의 화풍을 토대로 한 안견(安堅)의 화풍이 발전하였고, 강희안(姜希顔) 등에 의해 절파화풍이 크게 유행하였으며, 묵죽, 묵매에 이정(李霆), 어몽룡(魚夢龍) 등의 훌륭한 화가가 배출되었다. 조선후기에 들어 한국화는 중국의 화풍에서 벗어나 한국적이고 민족적이 화풍이 나타났다(An, 1980).

조선후기의 남종문인화는 원사대가를 비롯하여 명대의 오파(吳派), 청대의 정통파(正統派) 등의 화풍이 전해졌다. 남종문인화는 18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여 문인화가들과 화원들도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남종문인화가는 이인문(李寅文), 강세황(姜世晃)<Fig. 2>, 신위(申緯) 등이다. 조선 말기는 김정희(金正喜)를 중심으로 문기(文氣) 또는 서권기(書卷氣)를 숭상하는 남종화풍이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An, 1980). 김정희는 실학과 금석학에 큰 업적을 쌓은 학자로 그의 대표작 세한도(歲寒圖)는 남종문인화의 높은 경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Fig. 2> 
Refreshing Paulownia, 18th century, Kang Sehwang

(An, 1980, p. 235)



3) 일본의 수묵화

북송이 서울을 빼앗기고 임안(臨安)을 수도로 시작된 남송(南宋, 1127~1279)시대에 양해(梁楷), 목계(牧谿), 옥간(玉澗)에 의한 선종화가 등장하였다. 선종화는 일본 수묵화에 영향을 주어 ‘가오(可翁)’ ‘목쿠안(黙庵)’ 등 일본의 수묵화가들에 의해 발달하였다. 가오는 가마쿠라시대에 송, 원화의 영향을 받아 불화에 새로운 양식을 개척한 다쿠마파의 화가 또는 선승이라고 여겨진다(Lee et al., 2007). 가오의 작품은 중국의 선승화가 목계풍의 수법을 구사한다. 무로마치 시대의 수묵화가 슈분(周文, 14세기말~1444/48)은 사절단으로 조선에 가서 조선 초기의 수묵화를 체험하고 일본 수묵화를 발전시켰다(An, 1980). 무로마치시대의 대표적인 수묵화가로 일본 수묵화의 완성자 셋슈(雪舟, 1420~1506)<Fig. 3>는 슈분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그는 1467년 명나라에서 이재(李在) 등과 같은 화원화가와 대륙의 실경을 접하고 실재감이 풍부한 산수화 양식을 만들어 냈다. 셋슈의 제자로는 셋손, 하세가와 토하쿠, 운코쿠 도간 등이 있다(Lee et al., 2007). 무로마치 말기에는 선승 화가에서 벗어나 가노 마사노부(狩野正信)를 시조로 하는 가노파(狩野派)가 나타나 일본의 감성과 이성을 기본으로 한 중국풍 일본그림이 성립되었다(Lee et al., 2007). 가노파의 수묵화는 슈분 양식에 현실적인 성격을 부여하여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었다.


<Fig. 3> 
Haboku-Sansui, 15th century, Sesshu

(Akiyama, 1992, p. 138)



모모야마시대는 일본회화의 특징인 장병화(障壁畵)가 성행하였다. 무사들은 자신의 성을 꾸미기 위해 화려한 장병화 또는 후스마에(ふすまえ)를 제작하였다. 제작에는 뛰어난 화가들이 협력하였으며, 이러한 경향을 강력하게 추진한 화파가 가노파다. 가노파의 중심인물은 가노 에이토쿠(狩野永德)이며, 이외에 가이호 유쇼(海北友松)의 가이호파, 하세가와 도하쿠의 하세가와파 등이 모모야마시대의 양식을 형성하였다.

평화로운 에도시대는 많은 화가와 화파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회화의 황금기다. 린파(琳派)의 창시자 소타쓰는 미묘한 농담에 먹의 효과를 더한 일본 수묵화를 보여주었으며, 남송의 양해로부터 영향을 받은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는 감필체의 수묵화를 보여준다. 에도 중기는 남화(南畵)가 유행하였다. 남화의 선구자로는 난카이(祇園南海), 야나기사와 기엔(柳沢淇園), 사카키 햐쿠센(彭城百川) 등이 있으며, 이케노 다이가(池大雅), 요사 부손(与謝蕪村)에 의해 정립되었다(Saski & Lee, 1997).

수묵화는 문인화, 또는 남종화로 발달하게 되는데 일본의 경우 무사가 지배계층을 이뤄 문인이라고 지칭한 계층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문인화가 작가의 신분을 분류한 것이라면 일본의 문인화는 그림 양식의 분류로 볼 수 있으며, 동기창에 의한 구분으로 문인화는 남종화로 불리게 되면서 일본의 문인화, 또는 남종화는 에도시대이후 남화로 불리게 된다. 따라서 일본의 수묵화는 중국의 문인화가 보여주는 작가의 사상에 대한 표현보다 다양한 회화의 수법이나 양식을 취하여 작가의 감동이나 심상을 반영한다(Shin, 2009).

4) 한국 수묵화와 일본 수묵화의 차이점

수묵화는 여백의 표현이 매우 중요하며, 한중일 수묵화에서 보여 지는 여백의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Tsuji(1994)는 남송 수묵화의 여백이 허(虛)가 실(實)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였고, 남송화가 목계와 옥간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수묵화가들도 이런 효과를 계승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요네자와 요시호’의 말을 인용하여 여백은 필세(筆勢)가 주변에 미치는 범위라고 설명하며, 일본 수묵화의 여백이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는 공간이라고 하였다. 중국의 허실상자(虛實相資)의 사상에 근거한 여백이 일본 수묵화에서는 그려진 대상의 확장이나 또 다른 의미를 갖는 보이지 않는 실체로 표현된다면 한국 수묵화에서는 그려진 주체가 제대로 드러나기 위한 공간으로써 표현된다. 한국 수묵화의 여백은 간결하게 그려진 대상이 드러나는 것을 강조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표현되었다(Oh, 1995).

Ji(2015)는 한국의 수묵화를 중국 회화 제작법인 육법(六法) 중 골법용필(骨法用筆)을 중시한 방법으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개인의 감정과 성품을 드러내는 화법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일본의 수묵화는 대상의 특징을 표현하기 보다는 형태의 구도가 주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탐미적인 모습을 보인다<Fig. 4>. 한국의 수묵화가 대상의 상징성이나 제작자의 문학적 소양을 중시했다면, 일본의 수묵화는 어떤 구도로 화면을 아름답게 구성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한국의 수묵화는 붓을 다루는 제작자의 성품이 다양한 붓놀림으로 표현되어 대상의 시각적 특성보다 상징성에 집중되어있고, 일본의 수묵화는 화면의 구성이 주는 아름다움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의 회화는 대상의 재현에 집중하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Fig. 4> 
Bamboo and plum tree, 18th century, Ogata Korin

(Ji, 2015, p. 108)



2. 한국과 일본 전통복식의 형성 배경
1) 한국 전통복식의 형성 배경

한국 복식은 스키타이계 복식에 원류를 두고 있다. 스키타이 족은 기원전 7~3세기에 흑해를 중심으로 살았던 유목 기마 민족으로 북방 유라시아 ‘초원의 길’을 통해 스키타이의 문화가 한반도로 들어왔다(Kim, 2004). 한복은 상하의가 분리된 형태이며, 추위와 유목 생활에 적합하도록 몸을 완전히 감싸 주고 소매와 바짓가랑이가 좁다. 이것은 기마민족인 북방계 복식의 특징이다. 저고리, 바지, 치마, 두루마기를 기본 구조로 남성복은 저고리와 바지를 기본으로 겉옷인 포가 더해지고, 여성복은 바지 위에 치마를 덧입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한복은 앞을 여는 전개형으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여며 입는다. 한국 고대복식은 거대함과 권위를 중시하지 않고 소박함과 입는 이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다(Lim & Pack, 2002).

한국 복식은 지리적, 자연적인 요인으로 북방 복식과 남방 복식, 계절과 계급, 외래복식과 고유의 복식 등이 혼재된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Soh, 2002). 신라시대에 김춘추는 당(唐)에 입조하여 신라의 장복(章服)을 당의 복식제도에 따를 것을 요청하여 최초로 중국의 복식제도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고려시대 광종 11년(960)에 사색공복(四色公服)을 정하여 계층의 구별이 뚜렷해졌으며, 23대 고종 18년 원(元)의 부마국이 된 후 100년간 원의 복식제도을 따랐다. 고려 말 명(明)에게 면복을 사여 받은 후 복식제도가 명과 같아졌다. 조선전기에는 고려 말의 복식을 거의 그대로 착용하였다. 중국의 왕조가 명에서 청으로 교체되었으나 청의 복식은 우리나라에 양향을 주지 않았다. 임란을 전후하여 전체적으로 길고 풍성한 과장된 형태의 복식은 사라지고 실용적인 형태로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였다(Kim, 2002).

우리민족 오랜 동안 외세의 압력과 침입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으나 고유의 복식의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특히 저고리, 바지, 치마, 두루마기 등 서민의 기본 복식은 민족사가 형성된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Ryu et al., 2008).

2) 일본 전통복식의 형성 배경

일본 복식에 대한 기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중국사서 ‘삼국지(三國志)’에 ‘위지왜인전(魏志倭人伝)’이다. 관두의(貫頭衣)와 횡폭의(橫幅衣)의 상의하상형 복식을 착용했으며, 4, 5세기에 이르러 한반도의 영향으로 기마 민족의 복식과 유사한 복식을 입었다(Hong, Kim, You, & Lee(1999). 5, 6세기 토우에서 남자는 의(衣), 곤(褌), 여자는 의, 상(裳)의 기본적인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Koikei, 2005). 603년 스이코(推古)천황 11년에 일본 최초의 복식제도가 제정되었고 701년에 마이호오율령이 반포되어 당풍을 모방해왔던 율령제도가 체제를 갖추며 복식 제도도 규정되었다. 헤이안시대 전기의 대수의(大袖衣), 중단(中單), 폐슬(蔽膝) 습(褶)과 같은 당풍의 복식은 중 후기에 표착(表衣), 습규(褶袿), 고(袴), 상(裳)과 같은 일본식 의복으로 변화 되었고 겹쳐 입기식의 새로운 착장법이 나타났다(Lee, 2008). 가마쿠라시대부터 무가의 영향으로 복식은 활동적이며 검소한 풍으로 바뀐다(Hong et al., 1999). 가마쿠라시대부터 내의로 착용했던 고소데(小袖)를 표의로도 입었으며, 무로마치시대에 이르러서 모든 계층이 고소데를 즐겨 입었다(Namgung, 1999). 전국시대를 겪으면서 복식의 예가 무너져 15세기 중엽부터 상류층에서도 고소데를 표의로 입는 사례가 있었다(Choi, 2002). 에도시대에 들어 코소데의 형과 착용법은 남녀의 구별이 생겼다. 여성용은 소매길이와 옷길이가 길어져 외출시에는 걷어 올려 입었는데 이것은 후에 오하쇼리(おはしょり)가 되었다. 오비(帶)의 폭도 넓고 길어져 장식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Koikei, 2005). 에도시대에 계층관계 없이 고소데를 표의로 착용하면서 기모노의 기원이 되는 고소데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3) 한국과 일본 전통복식의 양식 비교

한복과 기모노는 직선을 사용하여 제도와 재단을 하지만 봉제 과정에서 한복은 깃, 도련, 배래 부위는 곡선을 사용하고 기모노는 대부분의 봉제를 직선으로 완성한다. 한복은 복식 간의 색대비와 부분의 배색을 이용하여 미적 효과를 주었으며<Fig. 5>, 기모노는 직물, 문양, 가식기법(加飾技法)의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Lee, 2011)<Fig. 6>.

한복은 몸판에 부착된 끈의 형태인 고름을 이용한 여밈으로 인체와 의복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여유롭고 다양한 형태의 착장이 가능하게 하였다. 한복 저고리의 다양한 기장의 변화는 고름을 사용한 여밈 방법을 근거로 추측할 수 있다. 일본은 오비(帶)를 이용한 여밈 방법을 선호했다. 넓은 오비를 이용하여 허리의 곡선을 없애고 인체를 단단히 조여 이상적인 형태를 만들고자 했다. 허리에 다테지메(伊達締め)와 오비이타(帶板) 등과 허리띠를 이용하여 작은 일본인의 체형을 이상적인 형태가 되도록 보정 하였다. 이상적인 형태를 만들기 위해 인체를 보정하는 기모노의 복잡한 착장 방식은 오비를 이용한 여밈에서 근거를 추측할 수 있다(Park & Shim, 2016).

한복은 인체의 윤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움직임에 따라 율동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여성 한복은 시대에 따라 상체는 밀착시키고 하체는 충분한 여유와 주름으로 부피감 있는 유연한 곡선을 만든다. 기모노는 상하의가 이어진 단순한 구조로 모든 기모노는 형태와 크기가 표준화 되어있으며, 오하쇼리와 오비를 이용하여 착용자의 신체에 맞도록 조절한다.


<Fig. 5> 
Jeogori, Chima, Joseon dynasty

(Gyeonggi Provincial Museum, (Ed.) 2010, p. 82)




<Fig. 6> 
Kosode, 17th century

(Tsuji, 1994, p. 51)



3. 뵐플린의 양식 개념

미술사가인 뵐플린은 미술에 있어서의 두 가지 근원을 고전적 양식과 바로크적 양식 사이의 5가지 대립 개념으로 찾았다. 그는 모든 예술가들은 시각적 가능성을 자신의 표출형식과 결부시킨다고 주장하며, 시각적인 것으로 예술작품을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뵐플린은 이러한 양식의 분류를 회화뿐만 아니라 건축에도 적용하였다. 복식도 건축과 같이 3차원의 공간을 다룬다는 관점에서 뵐플린의 개념을 분석에 이용하고자 한다.

1)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

뵐플린은 뒤러와 램브란트의 회화에서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의 차이를 비교한다. 외곽선을 뚜렷이 드러내는 뒤러의 소묘적 작품을 선적인 것 이라고 하였고, 외곽선이 명확치 않고 명암의 조화로 형태를 나타내는 램브란트의 작품을 회화적인 것 이라고 했다(Wolfflin, 1994). 수묵화에서 필묵을 사용하는 방법 중에 용필(用筆)은 선적이라고 볼 수 있고 용묵(用墨)은 회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필(筆)에는 구(鉤), 륵(勒), 준(皴), 찰(擦), 점(點)등의 필법이 있고, 묵(墨)에는 염(染), 파(破), 발(潑), 적(積), 숙(宿), 지(漬), 등의 묵법이 있다(Kim, & Hwang, 2008). 그 중 준은 준법으로 산석의 주름을 표현하는 선의 대표적인 기법이고, 염은 훈염으로 번짐 기법으로 음영을 표현하는 회화의 기법이다.

건축의 선적인 특징은 단순하고 명확한 조화이고, 명암을 이용한 운동감이 회화적인 것이다(Wolfflin, 1994). 복식에서는 각 부위의 외곽선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선적인 것으로 볼 수 있고, 상의 하의와 내의 외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혼합되어 있는 것을 회화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Jang, 2007).

2) 평면성과 깊이감

회화의 평면성은 화면 하단의 액자선과 평행한 재현이다(Wolfflin, 1994). 반면 깊이감은 공간의 근경과 원경의 관계를 강조하는 대상의 배치다. 동양의 회화는 전면과 후면의 풍경을 대비시키는 산수화와 근거리에 대상을 그리는 인물화, 영모화, 화조화가 있다. 동양화는 근경과 원경을 동시에 표현하는 경우에 근경은 입체적인 표현을 하고 원경은 평면적인 표현을 한다. 현실을 재현하는 서양화와 달리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는 동양화는 추상화에 가깝다. 붓을 다루는 방법에서 빠르고 느림, 붓을 누르는 힘의 가볍고 무거움, 먹의 짙고 옅음은 화면에 깊이감을 주어 작가의 심상을 표현한다.

건축의 평면성은 전경과 후경의 관계를 구별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여, 깊이감은 돌출된 파사드와 반복적인 기둥의 내진적 효과로 나타난다. 복식의 평면성은 인체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윤곽선과 단순한 착장방식, 그리고 의복간의 병립적인 대비이다. 깊이감은 중첩된 착의와 과장된 장식, 다양한 소도구를 더한 화려한 착장이라고 할 수 있다.

3) 폐쇄된 형태와 개방된 형태

폐쇄된 형태는 명확한 질서와 법칙으로 완결된 모습을 드러내는 재현 방식이다(Wolfflin, 1994). 수직적, 수평적 요소로 표현된 폐쇄된 형태는 기하학적이며, 좌우 대칭적이다. 반면 이러한 규칙을 벗어난 자유로운 비구축적 양식이 개방된 형태다. 회화에서 폐쇄된 형태는 화면 안에서 자기완결적인 구도를 완성하는 것이며, 화면 밖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개방된 형태다. 동양 회화의 구도는 근경, 중경, 원경개념과 산점투시(散點透視)법 같은 독특한 원리가 작용한다. 화폭에 대상은 물론 시, 공간을 모두 담는 방식(Lee, & Kim, 1997)과 화면을 벗어나 시, 공간을 확장 시키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로 좌우대칭이 되며 용도에 따른 구획구분이 정확한 폐쇄된 형태와 규칙이 없는 비구축적 양식의 개방된 형태로 구별된다. 복식에서 폐쇄된 형태는 기하학적인 비례의 좌우 대칭이 되는 문양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의복을 화폭처럼 이용하여 화려한 비대칭적 문양을 장식한 것을 개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4) 다원적 통일성과 단일적 통일성

다원적 통일성은 사물이 독립적인 개체로서 등가의 의미로 구성되고, 단일적 통일성은 어떤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종속적인 역할과 지배적인 역할의 관계로 구성된다(Wolfflin, 1994). 회화에서 다원적 통일성은 대상의 재현이 각각 객체로서 역할을 하고, 단일적 통일성은 전체가 한 덩어리로 보이도록 집중되는 강조점이 있다. 동양회화는 사물의 외형보다 내재한 정신을 중시하지만 표현 기법과 구도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화법은 능숙한 붓 다룸으로 작가의 숙련도와 교양수준을 드러내는 골법용필에 중점을 두어 개별적 사물이 내포하는 의미를 표현한다(Ji, 2015). 이것은 다원적 통일성에 가깝고, 일본은 전체적인 화면구성에 집중되어 단일적 통일성과 유사하다.

건축에서 다원적 통일성은 건물의 각 부분이 동일한 배열로 반복되는 형태이고, 단일적 통일성은 건물의 중앙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감싸는 듯한 형태를 취함으로써 전체가 하나로 보이도록 한 것이다. 복식은 각각의 복식이 개별적인 형태를 가지고 착의 되는 것을 다원적 통일성으로 볼 수 있으며, 하나의 형태를 완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보조도구를 이용한 착의를 단일적 통일성으로 볼 수 있다.

5) 무조건적 명료함과 조건적 명료함

무조건적인 명료함은 정확한 가시성을 말한다. 조건적 명료함은 절대적인 명료성을 거부하고 한 부분이 강조되어 중첩의 효과를 나타낸다(Wolfflin, 1994). 동양회화는 근경과 원경이 다양한 방법을 조화를 이룬다. 근경과 중경, 원경 등에 표현이 명료한 경우와 주, 객을 구별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고 필요한 부분만 택하는 조건적 명료함이 있다. 건축에서 명료성은 비례적 구성과 건물들의 명확한 구별로 형태가 완벽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불명료함은 중첩으로 생긴 새로운 차원의 외양으로 대상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복식에서의 명료함은 각각의 복식이 개별성을 띄며 병립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Ⅲ. 세한도와 송림도의 양식 분석을 통한 한복과 기모노의 미의식 연구
1. 세한도와 송림도
1) 세한도

세한도는 김정희의 제주도 유배 5년째인 1844년,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을 위하여 그린 그림이다. 문인화의 대가인 김정희는 유배생활의 심경과 변하지 않는 제자의 마음을 논어(論語) 자한편(子罕)에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歳寒然後知松柏之後凋)라는 구절과 함께 세한도로 표현하였다. 문인화는 시(時)와 서(書), 화(畵) 삼절을 근간으로 그린 그림이며, 문인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학문적 수양이 필요하다. 김정희는 젊은 시절, 부사(副使)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많은 석학과 교류하며 학식을 쌓았다. 세한도에 구사된 갈필(渴筆)과 건묵(乾墨)은 원나라 황공망(黃公望)이나 예찬(倪瓚) 등의 문인화를 따르고 있지만, 기존의 남종화(南宗畵)풍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신남종문인화(新南宗文人畵)로써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Shin, 2009).

그림은 오른쪽에 소나무 두 그루, 왼쪽에 잣나무 두 그루가 있고 가운데 둥근 창을 하나 낸 집 한 채가 있다. 두루마리 형식인 세한도는 수평적 구도를 가지고 있으며, 소나무, 잣나무, 초옥이 개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작가의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안정된 구도에 거친 필치로 간략하게 그려진 세한도는 김정희의 높은 문학수준과 제자에 대한 고마움, 유배생활의 쓸쓸한 심경을 잘 나타내고 있다.

2) 송림도

하세가와 도하쿠(長谷川等伯)는 아즈치모모야마시대(安土桃山時代, 1573~1600)에 활동하였다. 도하쿠는 15세기 수묵화의 대가 셋슈에게 강한 영향을 받아 스스로 셋슈 5대라고 일컬었으며(Akiyama, 1992), 1589년 교토의 선종 사원 다이토쿠사에 ‘대금벽장벽화’를 그렸는데 이 그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요절한 아들을 위하여 주문한 것이었다. 남성적이고 호방한 ‘유교도’와 ‘화묵도’가 대표작이며, ‘송림도’ ‘죽림원 후도’는 수묵화의 대표작이다.

모모야마시대는 장병화(障屛畵)가 융성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대규모 장병화를 그리기 위해 뛰어난 화가를 중심으로 화파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화파로 가노파(狩野派)가 있으며, 가노파의 중심인물인 에이토쿠(狩野永德, 1543~1590),와 쌍벽을 이룬 화가가 도하쿠다. 1571년경에 교토에 상경한 도하쿠는 가노파에서 에이토쿠 양식을 습득하였고, 이후 독자적인 화풍을 완성하였다(Lee, et al., 2007). 송림도는 중국남송 회화의 여백 효과를 자기 것으로 승화시킨 일본 수묵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안개가 자욱한 아련한 소나무 숲의 표현은 하세가와 도하쿠가 사숙(私淑)한 목계의 필치가 엿볼 수 있다(Tsuji, 1994). 리듬감있는 화면구도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른 아침안개 낀 소나무 숲속을 걸어가는 감흥을 느끼도록 한다(Akiyama, 1992). 빠르고 거친 붓놀림과 먹의 농담만으로 섬세하게 표현된 송림도는 불필요한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소나무 숲과 먼 산만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깊은 공간감을 주는 작품으로 도하쿠의 작품 중에서도 백미로 뽑힌다.

3) 뵐플린의 양식 개념에 따른 세한도와 송림도 분석

세한도는 둥근 창문이 하나 있는 작은 집과 앙상한 소나무와 잣나무를 갈필(渴筆)로 담백하게 그렸다. 수평의 지면에 수직으로 이루는 수목이 안정된 구도를 보여 준다. 세한도는 실제 대상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다. 형태를 중시하지 않고 본질을 표현하려는 상상화로 작가의 심경을 붓에 담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세한도의 여백은 누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비워놓은 텅 빈 공간이다.

송림도는 오른쪽부터 왼편으로 네 그룹의 소나무군이 율동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여백은 깊숙한 산세(山勢)를 느끼게 해준다. 고필(藁筆)을 이용하여 거칠고도 섬세하게 표현된 붓놀림은 소나무의 기운을 여백으로 옮겨 소나무가 가득한 숲을 상상하게 한다. Hara (2009)는 송림도가 소나무를 그렸다기보다 소나무 사이의 공간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다. 송림도의 여백은 부재(不在)가 아니라 수많은 소나무들을 품은 농밀한 존재로서 의식된다.

갈필(渴筆)과 고필(藁筆)을 이용한 거친 붓놀림은 세한도와 송림도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초속적(超俗的)인 기법이다. 하지만 두 그림의 거친 표현방법이 의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송림도의 붓놀림은 소나무를 더욱 감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되었으며, 세한도의 거친 표현은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세한도에서 작가는 어떠한 ‘정황(情況)’을 표현했고, 송림도는 ‘공간’을 탐미적으로 표현했다. 세한도는 작가의 감정을 단순하게 도식적인 형태로 그리고 있으며, 송림도는 그림을 보는 감상자가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사물의 외곽선이 명확한 세한도의 표현은 뵐플린의 선(線)적인 양식과 같고 여백과 소나무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표현한 송림도는 회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Wolfflin(1994)은 수평적 요소와 수직적 요소를 뚜렷하게 강조하는 미술이 고전적이라고 말한다. 세한도는 지면을 기준으로 나무들이 수직적으로 배치되어있고, 같은 수준에서 집과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안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Fig. 7>. 송림도는 근경과 원경의 소나무를 먹의 농담으로 섬세하게 묘사하여 감상자로 하여금 깊은 숲을 느끼도록 한다<Fig. 8>.


<Fig. 7> 
Sehando, 1844, Kim J. H.

(An, 1980, p. 297)




<Fig. 8> 
Pine Trees screen, 16th century, Hasegawa Touhaku

(Hara, 2009, p. 126)




<Fig. 9> 
Sehando Diagram

(Lee, 2007, p. 65)



세한도는 화면 안에 표현에 필요한 대상을 모두 그려 넣은 자기완결적 구도를 보여주며, 송림도는 오른쪽 첫 번째 소나무 그룹을 화면 밖에서 안으로 기울게 배치하여 전경을 화면 밖까지 연장하였고, 가장 깊은 원경의 설산을 흐릿하게 처리하여 광활한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자기완결적인 세한도는 폐쇄적이며, 부분적인 사선구도와 공간감이 넘치는 송림도는 개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한도의 나무와 집 등은 개별적인 형태는 명확하지만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작가의 심경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송림도의 소나무는 개별적인 형태는 불명확하지만 전체적인 화면구성으로 안개가 자욱한 소나무 숲이라는 공간의 표현은 명확하다. 세한도의 개별적이며 통일된 이미지는 다원적 통일성으로 볼 수 있고, 광활한 숲을 한 덩어리로 표현한 송림도는 단일적 통일성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상의 개별적인 형태를 명확하게 표현한 세한도는 무조건적인 명료함을 보이며, 근경과 원경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여백으로 기세(氣勢)를 확장하는 네 그룹의 소나무는 조건적 명료함을 보여주고 있다.

<Table 1> 
Comparison of Sehando and Pine Trees screen Focusing on Wolfflin’s Methodology
Renaissance Style Baroque Style
Features Methodology Methodology Features
clear outline Linear Painterly unclear outline, visual focusing
plane composition Planar depth depth in composition
self-contained composition in screen Closed Form Open Form diagonal composition that feel space
individually lucidity Multiplicity Unity at large unity

2. 한복과 기모노의 미의식 분석
1) 한복의 미의식 분석

한복은 상하의 분리된 형태로 상하가 분리된 의복은 상의와 하의의 균형과 비례가 중요하게 된다. 현대 디자인의 기본원리이기도 한 균형과 비례의 추구는 한복이 아름답게 발전된 이유라고 생각된다. 특히 여성복의 경우 상의가 짧아지고 하의가 길고 풍성해져 대비를 이루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독특한 형태로 변화하였다.

한국미의 특질을 자연주의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은데 이는 자연의 모방, 친화, 귀의 등의 성격을 지닌다(Lim & You, 2000). 한복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직조된 원단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제작되고, 착장하는 사람과 일체로 여겨 의복에도 인격을 부여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안에서 다양함을 수용하여 고유한 형태를 만들었다.

한복은 직선재단(直線載斷)으로 옷을 만든다. 곡선을 나타내야 할 부분도 곡선으로 재단하지 않고 봉제과정에서 곡선을 형성한다(Lee. 1986). 평면적인 의복을 인체에 맞추기 위해 주름을 잡거나 끈으로 대강 고정시킴으로써, 인체를 구속하지 않고 여유로운 형태를 만든다. 풍성한 볼륨감을 가지고 있으나 활동하면서 신체의 윤곽과 움직임이 드러나 착장자의 신체적 특성과 성품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속옷부터 겉옷까지 다양한 형태의 의복을 겹쳐 입어 착장을 완성한다. 저고리는 화려한 장식이나 입체감보다 평면적인 면 분할에 의해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Lee & Kim, 2006). 한복은 색동과 무지(無地), 색과 색의 대비, 양감(量感)의 대비로 경쾌하면서도 우아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표현한다<Fig. 10>.


<Fig. 10> 
Hanbok

(Hanbok, korean costume we want to wear, 2015, p. 23)



2) 기모노의 미의식 분석

Tsuji(1994)는 일본의 문화를 꾸밈과 반꾸밈으로 설명한다. 반꾸밈은 불필요한 것을 최대한 버린 것이면서 ‘원래의 구조’을 말한다. 또한 꾸밈은 드러나는 화려함으로 일본의 문화는 원래의 구조인 반꾸밈의 바탕에 화려한 장식의 꾸밈을 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단순한 형태의 미닫이문(ふすま)에 화려한 장식을 하거나, 짚과 통나무로 고대의 모습을 하고있는 이세신궁의 견목(鰹木)과 천목(千木)의 꾸밈처럼, 기모노는 규정된 의복의 형태에 화려한 문양과 시고키(しごき), 오비(おび), 오비지메(おびじめ)로 장식하여 반꾸밈과 꾸밈을 보여준다<Fig. 11>.

기모노의 원형인 고소데는 직선재단의 상하일체형으로 오비(帶)를 두르고 우임(右衽)으로 입는 카프탄형 의복이다(Lee & Kim, 2006). 기모노는 인체를 드러내지 않고 감싸는 형식이지만 허리를 매는 오비가 과장되게 발달하여 비구조적인 특유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한복이 근대국가 초기에 단순화된 것에 비해 기모노는 다양한 형태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한복과 마찬가지로 기모노도 겹쳐 입기가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서로 다른 형태의 속옷과 겉옷을 입는 것에 비하여 일본은 같은 형태의 의복을 속옷과 겉옷으로 구분하여 입는다. 또한 한복은 속옷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지만 기모노는 내의의 깃이나 단 부위가 노출되어 겹겹으로 입은 모습을 드러낸다. Lee(1986)는 2부형식의 한복에 비해 1부형식의 기모노가 면적이 넓어 상대적으로 그림과 문양을 표현하기에 용이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의복을 화폭처럼 여기고 다양한 가식방법으로 표현한 기모노의 문양은 신화, 전설, 상징, 문화에서부터 부채, 그물, 돌망태기 등 일상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소재를 취하고 있다(Jung, 2003).


<Fig. 11> 
Furisode

(Masuiwaya.co.jp, n.d.)



3) 뵐플린의 양식 개념에 따른 한복과 기모노의 미의식 분석

2부형식을 기본으로 하는 한복은 균형과 비례에 집중하여 미를 표현한다. 착장하는 복식들의 색과 명암, 문양과 무지의 대비는 유쾌감을 주며, 섶, 깃, 옷고름 등 세부구조에 악센트를 주는 기하학적인 구성은 다양한 의복의 종류와 단순한 형태에 정제된 미를 보여준다(Lee, 1986). 1부형식의 기모노는 문양과 오비장식에 집중하여 미를 표현한다. 넓은 면적을 화폭처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듯이 화려하고 다양한 문양을 장식한 기모노는 높은 예술성을 보여준다. 기모노의 문양은 무로마치시대부터 화려해지기 시작하여 모모야마시대는 홀치기 염, 자수, 수리하쿠(摺り箔) 그리고 손으로 직접 그리는 방법 등의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었다(Jung, 2003). 기하학적인 한복의 면 분할과 색 대비는 뵐플린의 선적인 양식이며, 의복을 화폭처럼 사용하여 다양한 문양을 회화처럼 장식한 기모노는 회화적이다.

한복은 상하의 2부분으로 나눠진 복식이며, 다양한 형태의 속옷과 겉옷을 겹쳐 입는다. 개별적인 형태를 갖은 다양한 의복의 병립적 착용은 뵐플린의 평면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모노는 체격의 결함을 감추고 이상적인 형태를 만들기 위해 같은 종류의 의복을 겹겹이 입으며, 보조도구를 이용하여 포장을 하듯 여러 번 몸을 감싸 착장한다. Lee(2015)는 12개의 같은 옷을 겹쳐 입는 주니히토에(十二単)를 예로 들어 여러 번의 과장된 포장을 하는 일본 ‘오쿠(おく:깊은 곳, 안)의 미학’으로 설명한다<Fig. 12>. 이것은 뵐플린의 깊이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복은 기본적인 틀은 가지고 있으면서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복식의 형태와 색상을 정하고 착장자의 취향에 따라 착장 방법을 정한다. 기하학적인 배색과 문양은 좌우 대칭으로 장식되어 있다. 일상복부터 화려한 예복까지, 꾸며지는 장식은 거의 대부분 대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뵐플린의 폐쇄적 형태라고 설명할 수 있다. 반면 기모노는 틀은 그대로 두고 틀안에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문양을 표현하며,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착용방식을 지키면서 오비로 입체적인 장식효과를 준다. 문양은 한 폭의 그림처럼 비대칭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많다. 기하학적 문양도 의복 밖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구성을 보여준다. 기모노의 비대칭적이며 확장적인 문양과 입체적인 오비장식은 개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속옷과 겉옷, 상의와 하의 등 다양한 종류의 복식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착장으로 만들어지는 한복은 다원적 통일성으로 볼 수 있고, 한 가지 형태의 의복을 속옷과 겉옷으로 구별하고 오하쇼리(おはしょり)를 이용하여 착장자의 개별적인 체형과 균형을 맞추는 기모노는 단일적 통일성으로 볼 수 있다.


<Fig. 12> 
Jūnihitoe

(Commons.wikimedia.org, n.d.)



3. 세한도와 송림도의 양식 분석을 통한 한복과 기모노의 미의식 연구
1) 명료성과 불명료성

세한도는 선적인 표현으로 단조롭게 그려졌지만 쓸쓸한 작가의 심경이 잘 드러난다. 반면 송림도는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화면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작가의 심경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세한도의 드러냄은 여유로운 상하의 착장으로 착장자의 인체와 성품을 명확히 드러내는 한복과 같다. 보조도구를 이용하여 착장자의 인체를 보완하며, 화려한 문양과 오비장식으로 성품은 감추고, 가시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모노는 송림도와 상통한다.

<Table 2> 
Comparison of Hanbok and Kimono Focusing on Wolfflin’s Methodology
Renaissance Style Baroque Style
Features Methodology Methodology Features
plane division and color contrast Linear Painterly painterly expression
compatible structure as two-part form Planar depth layering clothes
symmetric pattern Closed Form Open Form asymmetric pattern
individuality of clothing Multiplicity Unity unity of single-part form

<Table 3> 
Clear and Unclear
clear Style unclear
Ink Painting Dressing Ink Painting Dressing

2) 나열과 중첩

세한도는 나무와 집을 같은 수준에서 평면적으로 배치하였으며, 송림도는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흐릿한 소나무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안개 속에서 보이면서 끝없이 깊은 숲속의 느낌을 표현하였다(Akiyama, 1992). 한복은 저고리와 바지, 치마 등 다양한 복종의 조화로 아름다운 착장 형태를 만들고, 기모노는 오하쇼리 등 복잡한 착용방식으로 옷매무새를 잡고 시고키와 오비, 오비지메를 이용하여 착장을 완성한다. 세한도의 평면적인 구도는 한복의 다양한 복종의 조화와 같고, 송림도의 깊이감은 복잡한 착용방식의 기모노와 상통한다.

3) 폐쇄성과 개방성

세한도는 작가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대상을 함축적으로 화면에 모두 그려 넣었다. 송림도는 거대한 숲의 일부분을 화폭에 담았다.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한복은 색동과 무지, 색과 색의 대비, 양감의 대비로 자기완결적 형태를 보여주며, 화려한 야마토에(大和繪) 같은 기모노의 문양은 의복 경계 밖으로 화면을 연장하며 비대칭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대칭적인 한복의 자기완결적인 구성은 대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세한도와 같고, 경계를 벗어난 비대칭적인 기모노의 문양은 개방적인 송림도와 상통한다.

4) 개별성과 통일성

세한도는 소나무 잣나무, 허름한 집 한 채가 개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작가의 심경을 드러낸다. 반면 송림도는 각각의 소나무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안개와 어우러진 전체적인 공간구성으로 작가가 전달하고자하는 감정을 나타낸다. 개별적인 형태의 복식이 조화를 이루는 한복은 세한도와 같은 다원적 통일성을 보여주며, 포장을 하듯 여러 번 몸을 감싸 한 덩어리의 형태를 만드는 기모노는 화면 전체의 구성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송림도와 같이 단일적 통일성을 보여준다. 또한 소나무가지 하나하나를 명확히 표현하는 세한도는 무조건적 명료함을 보여주고, 필요 없는 부분은 여백으로 생략하고 근경의 소나무는 명확하게 표현한 송림도는 조건적 명료함을 나타낸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착용자의 성품을 표현하는 한복은 명료함이 있고, 자연적인 인체의 형태는 감추고 드러내고자하는 것을 강조하는 기모노는 조건적 명료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한복은 백색을 선호하고 은은한 장식을 하며, 기모노는 검정색을 선호하고 화려한 장식을 한다. 한복과 기모노 모두 인체를 감추고 이상적인 형태를 완성하고자 했으나, 한복은 단아한 형태로 착용자의 성품을 드러내려 하였고, 기모노는 감춤과 꾸밈, 상징의 미가 다양하게 드러난다. 세한도는 간결한 필법으로 작가의 응축된 심경을 표현 하였고, 송림도는 화려한 붓놀림과 여러 층의 화면으로 깊은 공간감을 표현하였다. 예술 양식과 문화적인 특징을 비교해 보았을 때, 기모노와 송림도, 한복과 세한도는 유사한 미의식을 갖고 있는 작가와 제작자에 의하여 창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able 4> 
Compatible structure and Layered
Compatible structure Layered
Ink Painting Dressing Ink Painting Dressing

<Fig. 13> Hanbok
(freeridebikepark.com, n.d.)

<Table 5> 
self-contained and open structure
self-contained open structure
Ink Painting Dressing Ink Painting Dressing

<Fig. 14> Hwarot[활옷]
(2000 Years of Korean Fashion and Culture, 2015, p. 100)

<Fig. 15> Tabane-Noshi Furisode
(Thekimonogallery.com, n.d.)


Ⅳ. 결론

본 연구는 전통복식의 현대화를 위해 필요한, 복식의 형성 원인이 되는 미의식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전통복식 형성에 작용한 제작자의 미의식은 동시대의 예술작품과 유사할 것이므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회화인 수묵화를 비교하여 공통점을 찾고자 했다. 한국의 전통복식인 한복과 일본의 전통복식인 기모노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Table 6> 
Individuality and Unity
Individuality Unity
Ink Painting Dressing Ink Painting Dressing

첫째, 한복은 고름을 이용한 착용으로 여유가 있으며 입는 사람의 체형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반면 기모노는 오하쇼리와 오비를 이용하여 인체를 감싸 빈틈없는 착장을 한다. 둘째, 한복은 상하의로 구성되어 복종간의 배색을 하며 단과 문양이 대칭되는 기하학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기모노는 상하의 구별이 없는 넓은 의복을 화폭처럼 이용하여 화려하고 다양한 문양을 회화적으로 장식한다. 셋째, 한복은 각각의 복종이 개별적인 형태를 명확히 보여주며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착장을 완성하고, 기모노는 같은 형태의 속옷과 겉옷을 오비를 이용하여 하나의 완성된 착장을 만든다.

한국의 남종문인화의 대표작인 세한도와 남송 선승화를 계승한 일본의 수묵화의 대표작 송림도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한도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 초옥을 여백과 함께 표현하여 작가의 심경을 드러낸다. 송림도는 소나무가 가득 차 있는 안개 낀 숲을 여백을 이용하여 표현하였다. 둘째, 세한도는 소나무, 잣나무, 초옥이 개별적인 특징을 명확히 하며 평면적으로 그려졌다. 반면 송림도는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경계가 모호한 수많은 소나무와 후경의 설산까지 깊이감 있게 표현하였다. 셋째, 세한도는 작가가 그리고자하는 대상이 화폭에 모두 담겨 자기완결적 구도를 보여주며, 송림도는 사선적인 구도와 경계를 넘나드는 개방적인 화면구성을 보여준다.

이상의 특징을 비교해보면, 먼저 한복과 세한도는 빈 공간을 이용한 여유가 있으며, 한복의 2부형식 구성과 세한도의 평면적 구성은 개별적 특징이 잘 드러나고, 한복의 복종별 색대비와 기하학적 장식은 대상을 화폭에 모두 담은 세한도의 자기완결적 구도와 상통한다. 그리고 기모노와 송림도는 빈틈없이 착장과 가득한 여백으로 여유가 없으며, 다양한 가식으로 장식된 기모노와 경계가 모호한 송림도는 회화적이다. 겹겹이 입는 기모노와 전경과 후경이 표현된 송림도는 깊이감이 있으며, 경계를 넘나드는 기모노의 문양과 송림도의 소나무는 개방적이다.

재현보다는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는 수묵화와 직선재단으로 제작하여 착장으로 완성되는 동양복식은 뵐플린의 양식개념으로 분석하기에 적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시형식(視形式)에 의한 양식의 분류 개념은 작가에 의해 표출된 재현물(再現物)에 모두 적용할 수 있으므로 동양복식도 조형적인 재현물이라는 점에서 일부 항목은 효과적으로 분석이 가능했다. 뵐플린의 양식개념을 이용한 분석 결과, 한복과 세한도, 기모노와 송림도는 유사한 미의식으로 창작되었으며, 한복과 세한도는 고전적이며 기모노와 송림도는 바로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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