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직물의 봉안위치와 제직 유형 분류
Abstract
The MireuksajiSeoktap is a stone pagoda from the period of King Mu(AD639) of Baekje, which was sealed inside the Reliquary of Sarira of pagoda at the time of its construction, was discovered in 2009 during a disassembly investigation. One relic found inside the Reliquary of Sarira was textile, which had remained therein because of exclusion of outside air from the container. Various kinds of plain woven silk such as Geum (brocade, 錦), Neung (twill damask, 綾), Sa (simple gauze, 紗), and Ra (4-end complex gauze, 羅) were found alongside golden thread and embroidery work. These types of textile are of the highest quality produced in ancient East Asia at the time, and are of a gorgeous style thanks to the textile’s own characteristics, as well as to the weaving, dying, and embroidery techniques used to embellish the textile. In particular, Gyeonggeum (silk-golden with borders, 經錦) and Ra embroidered with golden thread, which were considered the most precious textiles at the time, were also found, as well as textile samples in various shapes that were used to wrap offerings to Buddha. As excavation of ancient textile is a very rare incident, the textiles from the Mireuksaji Stone Pagoda can serve as specific references that reveal the weaving techniques of its period. This finding is particularly significant to research on ancient textiles of Korea, as the relics can be compared with samples discovered from other Sarira Reliquaries of Baekje, Shilla, and China. We anticipate that these important relics will be properly treated for long-term conservation so that further information can be obtained from them to supplement existing findings from previous investigations.
Keywords:
ancient textile, brocade, Geum, complex gauze, Ra, embroidery, gold thread, Mireuksa temple site of Baekje키워드:
고대 직물, 금직물, 라직물, 자수, 금사, 백제 미륵사지Ⅰ. 서론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백제 무왕대의 석탑(639년)으로, 일제강점기에 보수된 콘크리트의 노후와 구조적 불안정으로 2001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석탑 해체를 진행하였다. 석탑의 부재를 하나씩 벗겨내고, 2009년에는 최하층인 1층을 해체하던 중 심주석의 사리공 안에서 석탑 건립 당시에 봉안한 사리장엄 유물이 발견되었다. ‘639년에 사리를 봉안한다’는 내용의 금제사리봉영기를 비롯하여 금제사리호, 청동합, 유리구슬, 은제관식, 과대장식, 도자 및 여러 점의 직물이다.
사리장엄 유물은 단계별로 사진 촬영으로 기록하고 순차적으로 수습되었다. 그 중 직물은 청동합, 도자, 금판 및 금구, 주석괴 등 주변의 유물을 덮고 있었는데, 만지기만 해도 부스러질 정도로 취약한 상태였다. 한 점 씩 분리할 수 없어 직물 손상을 최소화 하는 범위에서 덩어리째로 수습되었다. 사리장엄 직물은 보존처리를 실시하고 2013년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특별전시를 계기로 직물은 일괄 1점으로 보고되었으며, 2014년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발간 보고서를 통해 경금, 능, 사, 라직물을 비롯한 여러 편의 평견직물, 금사와 자수편 등의 자료를 공개하였다.
본고에서는 그간의 선행 연구 자료와 유물 수습 당시 단계별 세부 사진 분석을 통해 출토 당시 중첩되거나 산재된 여러 직물 편의 봉안위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보고서에 미수록된 자료를 추가하여 미륵사지 직물의 종류 및 제직 특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Ⅱ. 사리장엄 직물의 수습과 봉안위치
사리공(크기 250㎜×250㎜, 깊이 265㎜)은 탑의 중심인 심주석의 중앙에 자리하며, 정확히는 심초석(1N1-LEV 초석22) 위 1단(1N1-LEV 초석21)과 2단(1N1-LEV 탑신33) 사이이다. 1단 중앙의 아래를 방형으로 파내고 2단을 덮개석으로 활용한 구조로, 덮개석을 들어 올리자 금제사리호와 금제사리봉영기가 놓인 상태로 사리장엄 유물이 발견되었다<Fig. 1>. 금제사리호와 사리봉영기가 놓인 남벽을 제외하고 세 벽면에 평행하여 도자가 놓여 있었고, 푸른빛의 청동녹이 슬어있는 청동합이 확인되었다. 도자와 청동합은 사리공 내부 공간을 고르게 차지하고 있어 직물의 봉안위치를 분석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도자는 총 7점으로 동벽, 북벽과 서벽에 각각 도자 1점, 4점, 1점이 있었고, 사리공 중앙의 금제사리호와 서벽 사이에서도 1점이 놓여 있었다. 청동합은 모두 6점이 발견되었는데, 금제사리호의 동쪽과 서쪽에서 2점, 사리공의 네 모서리에서 4점이 놓여 있었다<Fig. 2, 3>.
직물은 크게 세 덩어리로 구분할 수 있다. 사리공 동벽 부근의 둥글게 말린 경금직물 주변, 사리봉영기의 아래 남서벽 부근에 진사 안료가 묻어있는 직물, 그리고 가장 넓게 분포하고 있는 흑갈색 직물과 산재된 연금사편 덩어리이다<Fig. 1>. 이상의 직물은 수습 순서에 따라 Ⅰ, Ⅱ, Ⅲ단계로 나눌 수 있으며, 직물의 세부 종류는 <Table 1>과 같다. 또한 Ⅰ~Ⅲ단계 수습 후, 사리공 바닥과 청동합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추가 된 직물은 Ⅳ과 Ⅴ단계로 분류하였다.
1. Ⅰ단계: 사리공 동벽의 도자 및 청동합1 부근 <Table 1, Fig. 1~3>
금제사리호, 사리봉영기, 은화장식의 순서로 각 유물을 들어내고 청동합1과 함께 직물 수습되었다. 경금직물, 두 종류의 평견직물, 사직물, 장식사를 포함한 끈까지 6종류가 확인되었다. 경금직물(Ⅰ-ⓐ)은 도자 1점과 청동합1을 덮고 있었으며, 청동합1과 함께 수습되었다. 경금직물 바로 위쪽의 청동합1과 청동합2의 공간에는 두툼한 평견직물과 끈(Ⅰ-ⓑ, ⓔ)이 놓여 있었다. 경금직물과 함께 곧바로 수습되었다. 갈색 사직물(Ⅰ-ⓒ)도 확인되는데, 역시 북동쪽 모서리 근처에 놓여 있었다. 또한 청동합1과 경금직물이 걷힌 자리에서 자색실과 금사를 합사한 장식사(Ⅰ-ⓕ)가 달린 금제 족집게와 광택이 있는 황색 평견직물(Ⅰ-ⓓ)이 확인되었다. 다만 광택있는 평견직물과 동벽의 도자 1점은 서벽과 북벽의 도자와 뒤섞인 직물 덩어리와 함께 일괄 수습된 것으로 보인다.
2. Ⅱ단계 : 사리공 중앙부과 서벽의 도자
다음은 사리공 중앙부분에 놓여 있던 도자 1점과 사리봉영기 아래 깔려있던 금판 및 과대장식 등이 수습되었다. 수습된 도자의 끝부분에서 흰색 고형물질로 덮여 있는 직물편은 산형의 능직물편과 평견직물(Ⅱ-ⓐ, ⓑ)이다. 서측 도자 1점은 서북측에 놓인 환두부분의 직물의 일부와 함께 수습되었다. 서측 도자의 칼자루와 칼날이 연결되는 부분에 4올의 장식 끈(Ⅱ-ⓒ)이 달려 있었다. 또한 도자를 꺼낸 뒤 3올로 합사된 끈(Ⅳ-ⓒ)이 유리구슬을 엮여 있는 채로 발견되기도 하였다.
3. Ⅲ단계 : 사리공 북벽의 도자 및 청동합4․5․6
서측 도자의 환두부분을 덮고 있던 북벽의 흑갈색 평견 직물(Ⅲ-ⓐ)과 사리봉영기 아래에 놓여 있던 남서벽의 흑색 능직물 주머니(Ⅲ-ⓑ), 청동합4의 위에 놓여 있던 흑색 평견직물편(Ⅲ-ⓒ)이 일괄 수습되었다. 상면에 놓여있던 흑갈색 평견직물은 갈색 바탕 위로 선명한 흑색 선이 드러나며, 골이 져 있다. 이어서 남서측 방향에 있는 흑색 능직물 주머니와 바로 아래쪽에 있던 소량의 흑색 평견직물편이 동시에 수습되었다. 흑색 능직물 주머니는 청동합3, 주석괴, 금판 위에 놓여 있었으며, 금제사리봉영기의 후면과 닿아 있었다. 직물의 표면에는 사리봉영기의 붉은 진사 안료가 묻어 있고, 주석괴와 맞닿은 부분은 흰색의 고형물질이 부착된 상태였다. 붉은 색 진사와 흰색 고형물로 인해 능직이 드러난다.
수습은 북서벽 모서리 부근으로 이어 진행되면서, 앞서 수습된 흑갈색 평견직물 아랫면의 여러 겹으로 구성된 적갈색 평견직물(Ⅲ-ⓓ) 덩어리를 걷어냈다. 적갈색 평견직물 덩어리는 최소 3종류 이상의 평견직물이 뭉쳐진 상태로 보인다. 가장 위쪽면의 적갈색 평견직물, 흐트러져 다소 꼬불거리는 갈황색 평견직물, 또 다른 종류의 적갈색 평견직물 등이다. 북벽의 동편의 연금사 자수가 놓인 흑색 라직물(Ⅲ-ⓕ)과 나란히 북벽면을 채우고 있는 형상이다. 따라서 얇은 판을 밀어 넣어 적갈색 평견 직물덩어리 및 수를 놓은 흑색 라직물이 일괄로 수습되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흑색 라직물이 덮고 있던 북벽의 4점과 동벽의 1점 등 5점의 도자를 비롯하여 청동합4 위에 놓여 있던 끈 등(Ⅲ-ⓖ)까지도 함께 수습되었다. 흑색 라직물 바로 아래에도 부스러지는 상태의 갈색 직물이 놓여 있어 현장에서 분리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벽에서 확인된 직물은 여러 점의 도자뿐만 아니라 금판 3점과 금괴 1점도 덮고 있었다. 북벽의 직물 덩어리가 걷히고 나서 청동합6의 상면에서, 청동합1의 바닥면에 있던 것과 유사한 황색 평견직물(Ⅲ-ⓔ)편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청동합6의 황색 평견직물은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남아있던 청동합1 바닥면의 것과 함께 북벽의 직물 덩어리에 포함되어 이관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북벽에 놓인 도자 표면에서도 마직물로 추정되는 직물편(Ⅲ-ⓗ)이 붙어 있었고, 홍색으로 짐작되는 2올의 색실과 은사를 꼬아 만든 금속장식사(Ⅲ-ⓘ)가 확인된다. 참고로 마직물편에 대한 자료는 현장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4. Ⅳ단계 : 사리공 바닥면
사리공 안을 채운 대부분의 유물과 직물이 수습되고 청동합3의 상면에는 비교적 굵기가 가는 연황색의 끈(Ⅳ-ⓐ)이 발견되었다. 사리공의 바닥면에서도 끈에 꿰어 있는 유리구슬(Ⅳ-ⓑ)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서벽면의 도자의 칼자루가 놓였던 청동합4의 부근과 같은 위치의 유리구슬이 끈(Ⅳ-ⓒ)으로 엮여 있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변색되었으나 3올로 합사된 매듭편이 직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한편 선명한 홍색 끈(Ⅳ-ⓓ)이 유리구슬의 안쪽구멍에 남아 있었다.
5. Ⅴ단계 : 청동합1․6의 내부
청동합1과 6의 안에서도 직물이 들어 있었다. 청동합1 안에는 청동녹이 덮인 흑갈색의 거친 평견직물등 세 종류와 능직물, Z연의 끈이 말려있는 직물(Ⅴ-ⓐ)이 확인되었다. 청동합6에서도 청동녹으로 변색되었으나 바느질이 흔적이 남아있는 광택 있는 황색 평견직물(Ⅴ-ⓑ)과 연금사편이 확인되었다.
Ⅲ. 사리장엄 직물의 제직 특성에 따른 분류
1. 경금직물 : Ⅰ-ⓐ
사리공 동벽의 청동합1을 덮고 있었던 것으로, 그 크기는 약 15㎝×20㎝이며 전체적으로 흑갈색을 띤다<Fig. 4, 5>. 바탕직의 위사 굵기는 0.11~0.13㎜, 경사 굵기는 0.16~0.18㎜으로 평직을 기본으로 하며, 무늬 부분에서 0.3㎜의 색실이 2~3올씩 뜀이 나타난다. 경사방향으로 두둑하며, 직물이 절단된 측면에서 조직위사와 심위사가 관찰되어 중조직의 경금직물임을 알 수 있다. 미륵사지 경금은 흑색 바탕에 적자색과 황색실로 파선이 대칭을 이루는 대파(對波)형의 테두리 문양을 갖추고 있다(Zhao F. 2005). 테두리 안쪽으로 주제문양을 배치하였는데 구체적인 형태는 알 수 없다. 이러한 문양의 구성 및 배치는 중국의 6세기대 금직물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고대직물 중 주제 문양의 둘레에 테두리[窠紋]를 두른 금직물로는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백제시대 금직물은 공주 수촌리 고분과 무령왕릉에서도 확인되었다. 440년대로 추정되는 수촌리 고분군에서는 금동이나 철기유물에 붙어있는 금직물과 능직물이 확인되었으나 크기가 작다(Buyeo NRICH, 2008). 6세기 전반의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직물은 금동신발 안에서 분리된 것으로, 금동신발의 절반 길이 정도이며 청동녹이 직물에 흡착되어 딱딱하고 푸른색을 띤 상태이다(Buyeo NRICH, 2008; Cho H. S. & Lee E. J. & Jeon H. S., 2007). 비슷한 시기로 신라 천마총과 불국사 석가탑 금직물이 있다. 천마총 경금직물은 바탕이 자색(紫色), 뒷면은 적색(赤色)으로, 문양의 표면은 적색, 문양의 뒷면은 자색이다. 불국사 석가탑 금직물은 적자, 황, 청, 녹색을 한 올씩 번갈아 배치하고 위사방향으로 황색이 교차하면서 마름모꼴 무늬가 나타나는데, 문양의 형식면에서 참고할 만하다(Jang H. J. & Kwon Y. S., 2014;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 Cultural Buddhist Museum, 2010).
2. 능직물 : Ⅱ-ⓐ, Ⅲ-ⓑ, Ⅴ-ⓐ-4
미륵사지 사리장엄 직물에서는 모두 세 종류의 능직물이 확인된다. 금제사리호 서측에 놓여 있던 도자의 끝부분에서 놓인 것으로 추정되는 산형능직물, 남서벽의 흑색 능직물 주머니, 그리고 청동합1의 안에서 확인된 갈색의 능직물이다.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흑갈색의 산형능직물(山形綾織, Pointed twill or Zigzag twill)은 위치적으로 보면 사리공 내부 중앙에 위치한 도자의 끝부분에 놓여 있었다. 직물의 표면에는 흰색 고형물질이 묻어 있었다. 정칙(正則) 능직의 경사나 위사의 배열 순서를 바꾸어 능선의 방향을 연속적으로 변화하여 산형을 나타낸 조직이다<Fig. 6>.
남서벽 모서리 부근의 청동합3 위에서 발견된 흑색 능직물 주머니가 있다. 산형능직물보다 어두운 흑색이며, 표면에는 금제사리봉영기의 뒷면에서 떨어져 나온 붉은 색 진사 안료가 붙어있다. 경위사 모두 꼬임 없이 매끈한 편이며, 경위사 사이의 공극이 확인된다. 평지부문능으로, 무늬부분은 3/1의 4매로, 바닥부분은 평직으로 제직되어 있다<Fig. 7>.
청동합1 내부에서 발견된 평지부문의 능직물도 있다. 청동합1의 직물 덩어리 평견직물의 바로 안쪽에 들어 있는 것으로, 일부분에서 3/1의 4매 능직이 반복됨을 확인할 수 있다<Fig. 8>.
3. 라직물 및 금사 자수 : Ⅲ-ⓕ
금제사리호와 사리공의 북벽 사이에서 얇은 흑색의 라직물 바탕에 금사로 테두리를 두르고 붉은 색실로 자수를 한 직물편이 여러 점 확인되었다<Fig. 9~11>. 사리장엄 발견 당시 현장 사진을 자세히 보면, 금제사리호와 맞닿아 있는 면에서 여러 부분으로 끊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수편의 정확한 위치와 전체적인 자수 문양 재현을 위해, <Fig. 11>은 금사와 붉은 색실이 확인되는 부분을 도식으로 재현하였으나 전체적인 문양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는다.
금사 자수편은 4경 꼬임의 라직물 바탕 위에 Z꼬임의 연금사 한 줄을 테두리로 둘러 징금수로 고정시키고, 그 안쪽은 붉은 색실로 자수 땀을 고르게 한 방향으로 반복하면서 면을 듬성듬성하게 메운 이음수로 초화문의 부분편이다<Fig. 9>. 익사(搦絲)의 방향이 경사방향으로, 위사 약 0.09㎜, 경사 0.11㎜ 정도의 두께이다. 라직물이 얇기 때문에 적어도 두 겹 이상을 바탕으로 하고 금사 자수를 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당대 법문사에서 출토된 라직물 바탕에 연금사로 자수를 놓은 반비, 상보(案裙), 치마(裙), 가사(袈裟)가 전한다(Shanxi Archaeology Institute & Famensi Museum et al., 2007). 이를 통해 미륵사지 라직물 바탕에 금사 자수 편은 포장의 용도가 아닌 사리장엄 물목으로서 봉안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4. 평견직물 : Ⅰ-ⓑ, ⓒ, ⓓ, Ⅱ-ⓑ, Ⅲ-ⓐ, ⓓ, ⓔ, Ⅴ-ⓐ-1·2·3, Ⅴ-ⓑ
미륵사지 사리장엄 중에는 경위사의 굵기 차이, 꼬임의 유무, 광택의 유무, 밀도의 소밀(疏密) 등 변화를 주어 제직한 다양한 종류의 평견직물이 있다. 대부분 열화되어 쉽게 부스러지는 상태로 밀도가 벌어지거나, 실이 끊어져 있으며 대체로 갈색으로 변퇴색 되었다. 구체적인 봉안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평견직물을 우선적으로 기술하고,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거나 크기가 작은 직물편은 참고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동벽의 청동합1과 청동합2 사이에 놓여 있는 갈색의 평견직물(Ⅰ-ⓑ), <Fig. 12>이 있다. 약 6×3.5㎝ 크기이다. 경위사 굵기는 약 0.10~0.12㎜로 비교적 고르게 제직되어 있다. 출토 당시 사리봉영기의 진사 안료가 일부 묻어 있었다. 경금직물을 비롯하여 청동합1의 바닥에서 수습된 광택이 있는 황색 평견직물(Ⅰ-ⓒ), <Fig. 13>도 확인된다. 광택이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것과 동일한 직물편(Ⅲ-ⓔ), <Fig. 13>이 청동합6의 상면에도 일부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금과 함께 수습된 흑갈색 직물 안에서 경사와 위사에 공간을 두고 짠 매우 성근 평견직물1)이 남아있다. 북벽면에서 함께 출토된 라직물의 실의 두께도 0.09~0.11㎜ 정도로 매우 가는 편인데, 사직물의 경우에는 실 두께가 0.05~0.10㎜ 정도로 특히 가는 실을 사용하였으며 밀도 또한 1㎝ 당 4~6올이 들어갈 정도로 성글게 짠 것을 확인할 수 있다<Fig. 14>. 얇고 비쳐보이게 하기 위해, 경사 사이에 빈 바디살(dent)을 두어 전체의 밀도를 성글게 하는 방식으로 제직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교적 굵고 직선형의 실이 위사이며, 가늘고 굴곡진 것이 경사로 추정할 수 있다.
사리공 중앙의 도자 주변에서 산형능직물과 함께 수습된 평견직물편(Ⅱ-ⓑ), <Fig. 15>이 있다. 약 3.5×23.5㎝의 작은 크기이다.
북서쪽 모서리의 흑갈색 평견직물(Ⅲ-ⓐ), <Fig. 16>의 표면에는 선명한 흑색 선이 나타난다. 선염된 실을 위사로 삽입하여 경사방향으로 이랑과 같이 두둑한 질감 효과를 나타내는 위무직(weft rib weave)으로 제직된 것이다. 흑갈색 평견직물은 비교적 경사가 가늘어 굴곡하지 않고, 위사는 위 아래로 둥글게 굴곡됨으로써 경사방향으로 연속적인 이랑, 직물 표면에 골이 난효과를 갖는다. 위사 밀도가 커지면서 경사 주위를 위사가 감아 위사로 덮은 횡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흑갈색 직물의 올이 풀린 부분의 세부 사진을 보면, 위사만 굴곡되고 경사는 직선 상태로 존재하며, 인접된 경사 올끼리 서로 밀착되어 위사 굴곡 구조를 지닌 평직물2)로 볼 수 있다(Jang B. H. & Jang D. H. et al., 1994; Jang B. H., 1995). 부분적으로 위사방향으로 2~3올의 실이 삽입된 것도 확인된다.
북서쪽 모서리의 적갈색 직물덩어리(Ⅲ-ⓓ), <Fig. 17>는 적어도 3종 이상의 평견직물로 생각되며, 동벽과 북벽의 도자 일부를 덮고 있었던 열화된 직물덩어리이다. 한쪽은 라직물과 흑갈색의 위무직 평견직물편의 아래쪽에 해당한다.
청동합1에서는 가로 4.8㎝, 세로 4.8㎝ 크기의 덩어리 형태로 4매 능직물, 끈과 함께 세 종류의 평견직물이 확인되었다<Fig. 18>. 가장 상면에서는 두 종류의 평견직물이 보이는데, 한 종류는 흑갈색의 거친 평견직물(Ⅴ-ⓐ-1), <Fig. 19>이고, 다른 하나는 황갈색인데 청동녹으로 인해 푸른색을 띠고 있는 평견직물(Ⅴ-ⓐ-2), <Fig. 19~20>이다. 먼저 흑갈색의 평견직물은 S꼬임과 Z꼬임의 실을 교차하여 제직한 것으로 실도 굵고 거친 표면을 지니고 있다. 꼬임은 실에 강력이나 탄력을 부여하기 위해 가해지는 것으로, 꼬임 수가 증가함에 따라 딱딱하고 까슬까슬해진다. 상대적으로 광택은 줄어든다. 청동녹으로 덮인 황갈색 평견직물은 불규칙적인 밀도가 특징3)이다. 경위사의 굵기가 동일하다가 중간 중간에 굵은 실을 삽입하여 무늬효과를 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바로 안쪽에 4매 능직물이 겹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외 연갈색의 평견직물(Ⅴ-ⓐ-3), <Fig. 20>도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청동녹에 의해 변색되었다. 황갈색 평견직물(Ⅴ-ⓐ-2)이 불규칙적인 데 비해, 연갈색 평견직물은 매우 규칙적으로 제직되어 있다. 경위사 모두 매끈하여, 원래는 광택이 있는 평견직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흑갈색의 거친 평견직물의 비스듬하게 아래쪽에 놓여 있다
청동합6의 내부에서도 지름 5.5㎝정도의 평견직물(V-ⓑ), <Fig. 21>이 확인되었으며 청동합의 크기에 맞추어 덮는 부분과 담는 부분으로 최소한 7겹 정도 겹쳐진 상태이다. 청동녹이 없는 부분에서 광택이 있는 연갈색 평견직물로 드러나 있다. 시접을 안쪽으로 접고, 2~2.5㎜ 간격으로 홈질하여 둥글게 오므린 후, 다시 덮는 부분과 담는 부분을 붉은 색 실로 감쳐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청동합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연금사편도 확인되었다(NRICH, 2014).
이상 여러 점의 평견직물은 경사와 위사를 일대일로 교차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직방식이지만 실의 굵기나 꼬임, 정련 유무, 염색, 밀도, 간격 등 변화를 주어 직물의 태(態) 등 다양한 종류로 제직되었음을 볼 수 있다.
5. 마직물(추정) : Ⅲ-ⓗ
북벽 바로 앞에 놓여 있는 도자의 표면에서 마직물로 추정되는 편(Ⅲ-ⓗ), <Fig. 22>을 사진으로 확인하였다. 연한 갈색으로, 출토 직후 삭아 없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6. 장식사 : Ⅰ-ⓕ, Ⅲ-ⓘ
두 종류의 금속장식사가 확인되는데, 청동합1의 바닥면에서 발견된 금제족집게의 금속장식사(Ⅰ-ⓕ), <Fig. 23>, 북벽 도자의 금속장식사(Ⅲ-ⓘ), <Fig. 24>이다. 출토 직후 사진자료를 보면 금제족집게의 장식사는 2올의 자색 실과 금사 1올을 합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벽 도자의 금속장 식사는 칼날 중앙부분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2올의 적색 실(추정)과 은사를 꼬아 만든 것이다(NRICH, 2014). 출토 당시 적색실은 갈색으로 변색되었다. 이외 서벽면 도자의 칼자루와 칼날이 연결되는 부분에서도 장식사(Ⅱ-ⓒ), <Fig. 25>가 매달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풀어진 부분을 확대해보면 4올의 단색 실이다. 모두 Z꼬임의 좌연사이다.
7. 끈 및 매듭편 : Ⅰ-ⓔ, Ⅲ-ⓖ, Ⅳ-ⓐ·ⓑ·ⓒ·ⓓ, Ⅴ-ⓐ-5
경금직물 바로 위쪽의 청동합1과 청동합2와 사이, 청동합4의 상면에서 흑갈색 끈(Ⅰ-ⓔ), <Fig. 26>이 있으며, 매듭을 지었던 편이 확인되었다.
사리공 안의 직물이 수습되고 나서 청동합3의 상면에는 연황색의 끈(Ⅳ-ⓐ)은 대체로 3올을 합사한 단색이다. 또 청동합, 유리구슬, 유리판 등이 다 걷히고 난 사리공의 바닥면에서도 끈에 꿰어 있는 유리구슬(Ⅳ-ⓑ)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서벽면의 도자의 칼자루가 놓였던 청동합4의 부근과 같은 위치의 유리구슬이 끈(Ⅳ-ⓒ)으로 엮여 있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올색실을 합사한 끈과 동일한 재질의 매듭편이 북벽의 직물 덩어리를 해체하는 과정(Ⅲ-ⓖ)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수습된 일부 유리구슬에서 구멍에 선명한 홍색계열의 실이 남아 있는 것(Ⅳ-ⓓ)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26~27>.
청동합1의 직물 덩어리 안쪽에서도 Z연의 끈이 있으며, 구체적인 용도는 알 수 없다(Ⅴ-ⓐ-5), <Fig. 28>. 사리봉영기의 양쪽 아래 청동합2의 부근과 청동합4 위에 놓여있던 흑갈색 끈도고를 만들었던 흔적이 확인되어 유리구슬을 엮었던 끈이며, 유리구슬을 빼고 나서 함께 넣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 4~5종의 끈은 대체로 3올을 합사한 단색이며 유리구슬을 꿰었던 것으로, 공양품을 배치하고 끈을 뜯어 유리구슬을 채워 고정시켰던 것으로 짐작된다.
Ⅳ. 결 론
봉안위치별로 살펴본 미륵사지 사리장엄 직물은 금, 능, 사, 라를 비롯한 평견직물과 금사, 자수, 장식사 등이다. 고대 동아시아지역에서 생산되었던 최고급 직물들로 제직기법, 염색, 자수 등이 더해져 화려한 양식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당시에 가장 귀하다고 여겨지는 테두리문양이 있는 경금 직물이나 금사로 수놓은 라직물은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단순히 공간을 채우거나 포장하는 기능을 넘어 귀한 직물도 공양의 품목으로 사용되었다.
고대 직물의 출토 사례가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미륵사지 직물은 당시의 제직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특히 백제 및 신라, 중국의 사리장엄 직물과 견줄 수 있어 우리나라 고대 직물 연구에 있어 의미가 크다. 금번의 연구는 기발간된 보고서 내용과 출토 당시 사진자료 분석을 통해 직물의 출토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직유형에 따라 직물의 종류를 정리하였다. 후속연구로서 본고에서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한 직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 자료, 제직 특성 등을 재정리하고, 국내외 출토 직물에 대한 비교가 보완하여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중요 유적지에 대한 꾸준한 발굴조사 및 체계적인 유물 수습, 직물 보존처리 등 고대 직물에 대한 새로운 연구자료가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유기질문화재 보존처리』 연구과제 성과의 일부임.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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