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무대의상의 확장성 연구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suggest the need for a new design of the stage costume of Korean traditional performance by looking at the role of the expanded concept of stage costume shown in ‘Different Chunhyang’ by Andrei Serban. As a result of comparing and analyzing the costumes of 5 performances of Chunhyang and 'Different Chunhyang' performed at the National Changgeuk Theater, the 5 Chunhyang performance by the korean mise-en-scène revealed limitations of confirming traditional costumes. On the other hand, the performance costumes of 'Different Chunhyang' by foreign mise-en-scène shows the expansion of semantic communication through costume transformation, the expansion of time & space by superposition of image and costume, the expansion of political, social and cultural symbol of costume, and the expansion of formal composition with traditional costume and contemporary costume. This suggests that the problem of modernization of traditional stage costumes can be brought up and further research is needed into the fields of dance and theatre on the theme of Chunhyang.
Keywords:
Andrei Serban, different Chunhyang, expansion, modernization of Korean tradition performance, stage costume키워드:
안드레이 서반, 다른 춘향, 확장성, 한국 전통공연의 현대화, 무대의상Ⅰ. 서론
21세기의 한국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공연예술을 비롯한 문화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1997년의 세계연극제, International Theatre Institute[ITI] 세계총회 한국 개최, ‘문화상호주의(Interculturalism)’의 국내 유입은 공연의 ‘국제화, 대중화’를 가속시켰으며, 국제교류의 확대를 촉발하였다. 그러나 전통을 현대화한 공연들은 해외에서의 성과가 미흡하였고, K-Pop과 같은 한류 콘텐츠가 인터넷 매체를 통해 해외에서 자생적으로 발생되어 한국의 세계화를 견인해왔다. 그리고 한류를 이어갈 대안으로 전통문화의 현대화, 세계화가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Kim, 2015). 이를 위해 국립극장은 2000년경부터 전통극의 세계화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판소리에 서양의 극형식이 도입되어 생겨난 창극이 오페라나 뮤지컬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적인 공연양식으로 대두되면서 이를 세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모색되고 있다(Shim, 2003). 그러나 Kim(2015)은 창극의 현대화 논의가 전통의 틀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평하고 있다. 이에 국립창극단은 국내와 해외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국적인 음악극을 만들기 위해 현존하는 판소리 5마당을 해외 연출가에 의해 재탄생시키는 ‘세계거장시리즈’를 2011년 발표하였다(Korea National of Theatre[NTOK], 2012). 첫 번째는 2011년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에 의해 ‘수궁가’를 공연하여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2014년 안드레이 서반(Andrei Serban)의 ‘다른 춘향’을 선보였다. 서반은 파격적인 연출로 창극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연출, 무대, 의상 등에서 기존과는 다른 춘향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는 전통의 현대화에 나타난 무대의상을 연구하고자 하며, 특히 무대의상의 확장된 의미전달 측면을 집중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의 무대의상을 연구의 대상으로 선정하였고, 비교를 위해 기존의 한국 연출가에 의한 제작된 창극 ‘춘향’들의 의상도 살펴보았다. 국립창극단 연보에 기록된 창극 ‘춘향’은 총 22편이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국립창극단의 세계화 시작 시기인 2000년 이후의 6편을 범위로 정하였다. 연구 방법은 문헌연구과 실증연구를 병행하였다. 문헌연구는 국립극장에서 발간한 보도자료와 잡지 ‘미르’, 뉴스 그리고, 해외 및 국내의 선행연구 등이며, 실증연구는 국립극장 디지털 아카이브와 국립극장 공연예술자료실Ⅰ에서 제공하는 DVD & VHS 기록영상과 사진이며 공연의상과 전통복식 전문가 집단 5인의 FGI를 통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전통복식의 차용에 머물던 창극의 무대의상이 전통의 현대화작업을 통해 다르게 나타나는 점을 통해 무대의상의 확장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화를 위한 한국 전통공연에서 무대의상의 새로운 방향성 모색에 기여하는 것을 연구의 의의로 삼는다.
Ⅱ. 이론적 배경
1. 창극 춘향의 역사적 배경 및 공연 현황
최초의 판소리에 대한 문헌은 송만재(宋晩載)(1788~1851)의 시(詩) ‘관우희(觀優戱)’이며, 판소리 12마당이 언급되어 있다. 개화기에 유입된 서양극의 영향으로 판소리는 창극으로 발전한다. 창극은 판소리를 무대화 한 공연 형태로서, 현대에는 판소리는 1인극이고 창극은 다인극(多人劇)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초의 판소리 춘향가에 대한 기록은 1754년 만화(晩華) 유진한(柳振漢)이 채록한 만화본 춘향가이다(Lee, 1984). Kim(2017)에 의하면 판소리 춘향가의 형성은 만화본이 기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Lee(1984)는 1870년 전후의 신재효본(申在孝本)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개작이 이루어지며, 1933년 이선유(李善有)의 오가전집(吳哥全集)에 실제 공연된 춘향가가 포함되어 있고 그 이후 채록된 창본(昌本)이 남아있다고 하였다.
창극 춘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콜레라의 창궐로 행사는 연기 되었지만 1902년 가을 고종의 즉위 40년을 경축하는 ‘어극 40년(御極四十年) 칭경예식(稱慶禮式)’에서 연행을 준비했던 것이다. 이후 1910년에서 1930년대 까지 창극 춘향전은 활발하게 공연되었으며, ‘증상연예 옥중가인(增像演藝獄中佳人)’ 등의 여러 가지 대본이 있었다(Lee, 1984). 1935년 대사를 도입하여, ‘춘향전’은 연극적 창극으로 진화하였다. 1946년 1월 국극사가 창단되어 전국의 명창들을 모아 ‘대춘향전’을 공연하였고, 1962년 국립국극단과 창극정립위원회가 결성되어, 여성 국극 ‘춘향가’를 연행하였다(NTOK(history), 2010).
국립국극단은 1973년 국립창극단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1회 공연 역시 ‘춘향전’이었다. 1970년대 초의 창극 ‘춘향’에서는 전통음악의 현대화에 대한 문제인식이 제기되었고, 1976년 ‘춘향전’에서는 서구양식과 전통 판소리의 구성적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다. 1980년 ‘대춘향전’에서는 도창의 역할을 확대하고 배역, 장면 등의 재구성을 시도함으로써, 창극 ‘춘향’의 극적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Kim, 2017). 1981년 35회 허규 연출 ‘춘향전’은 춘향의 절개를 부각시키면서, 주체적인 입장에서 양식화한 공연이라는 평을 받았고, 이후 1990년대에 판소리의 창과 반주음악에 대한 전문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0년대 음악극 출신 연출가의 도입과 창극의 악보화로 흐름이 이어진다. 1998년 임진택 연출의 완판장막창극 ‘춘향전’은 판소리의 원형을 살리면서 최대한 현대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재구성과 보완이 이루어진 창극이었으며,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었다. 2005년 정일성이 연출한 ‘춘향’은 ‘수절(守節)’을 선택하는 능동적인 인물로 표현되었다. 2010년 오페라 연출가였던 김홍승은 ‘춘향 2010’에서, 춘향은 적극적인 여성, 몽룡은 야심만만한 남성, 변학도는 원칙주의자 등으로 표현하여 최초의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조선 말기의 춘향이 열녀, 정절을 강조했다면, 2000년 이후의 춘향은 능동적인 성격이 부각되었으며, 몽룡 과의 사랑도 더 주체적이다(NTOK, 2014). 무대장치나 의상도 고증에 충실하되 더 입체적이고 색감이 또렷하고 화려해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전통적인 틀은 유지되었다. 그리고 2014년 안드레이 서반에 의해 ‘다른 춘향’이 상연되었다.
<Table 1>은 1962년 창단이후 공연된 춘향이 주제인 국립창극단 공연 연보이다. 완창판소리, 다른 판소리 마당과 결합된 공연형태는 제외하고, 창극의 형태를 갖추고 의상디자인이 있는 공연들만 선별하였으며 주요한 춘향의 작품의 변화를 명시하였다.
2. 안드레이 서반(1943~ )과 ‘다른 춘향’의 연출 의도
안드레이 서반은, 루마니아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하였으며, 피터 브룩(Peter Brook; 1925~ )의 국제극연구소(Centre International de Recherches Theatrales [CIRT])를 거쳐, 1970년대 미국에서 ‘메디아’, ‘그리스 삼부작’, ‘벚꽃동산’을 연출하였다. 이후 토니 상 연출가상 등 저명한 연출상등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 및 프랑스의 유수의 극장에서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하였으며, 현재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반은 주로 셰익스피어나 그리스 비극과 같은 서양의 고전 작품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 하고 현대화 하는 작업을 해왔다. Svich(2004)는 서반은 고전작품은 우리의 삶의 근원이 무엇인지, 무엇이 보편성이며, 인간 존재의 중심에 닿아야 하는 지를 말하고 있다고 하였다.
서반은 인터뷰에서 한국의 고전인 춘향가의 연출을 맡은 이유는 판소리 ‘춘향가’에 대한 첫인상이 반드시 한국적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춘향가’를 셰익스피어에 비유하면서, 여러 가지 재해석이 가능하고 핵심적인 진리를 표현할 수 있는 극이라고 하였다. 특히 춘향이라는 인물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같은 평범하지 않은 영웅적인 인물이라고 하였다. 서반의 연출 컨셉은 춘향의 이미지구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춘향과 다른 현대적인 춘향을 위해 판소리를 제외한 모든 공연요소를 파격적으로 바꾸었다. Kim(2015)은 서반이 춘향가를 매우 진보적으로 각색하였으며, 춘향은 권력의 폭압에 굴복하지 않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인물로 현대화 되었다고 하였다. 부패한 권력과 시민의 항쟁, 그리고 고난의 서사를 이겨낸 영웅적인 주인공이 춘향이다. 춘향은 ‘사랑을 지키는 영웅’, 몽룡은 검사지망의 대학생, 변학도는 부패한 관리로 등장한다(hankookilbo.com, 2017). 서반은 “폭력과 잔혹이 현대적 연극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요즈음, 이상적 존재인 춘향을 부각시킴으로써 관객이 인간을 긍정하게 만드는 것이 공연의 큰 역할”이라고 하였다(NTOK, 2014, p. 5). 그리고 이를 위해서 서반은 현상연극적 요소를 도입한다. 현상연극은 원작에 없더라도, 필요한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재현되는 연극연출기법이며, 특히 무대, 조명, 의상을 사용하여 현실보다 좀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구현하여 관객의 지각을 자극하고 확장시킨다(Lim, 2004; Svich, 2004). 그리고 <다른 춘향>의 무대의상은 더 확장된 역할을 하여 작품에 일조하고 있다.
3. 무대의상의 확장성
McLuhan(1997)은 미디어의 변화에 의한 인간의 확장을 논하면서 의복은 피부의 확장이라고 하였다.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 수용하는 광범위하고 수평적인 정보는 인간의 지각을 확장하고 있으며 공연예술을 관람하는 관객도 확장된 지각성을 갖고 공연이라는 매체를 수용하는 시대가 되었고 하였다. Ra(2016)는 맥루한의 정의에 기반하여 공연의 확장성을 신체의 확장, 시공간의 확장, 표현의 확장, 공감각의 확장, 소통의 확장으로 유형화하고 있다. 패션분야에서는 Kim & Kan(2015)이 현대 패션의 확장성에 대하여 개념적 측면의 시ㆍ공간의 확대, 체험과 경험에 의한 의복 개념의 확대, 착장에 의한 의복 구성 요소의 다양한 재배치와 조합에 대한 디자인 조형성의 확대 등이 있으며, 이러한 디자인의 확장성은 관객의 인식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이미 해외의 연극이론가들은 무대의상의 확장된 영역에 대하여 언급해왔다. 러시아의 연출가 타이로브(Alesander Tairov:1885~1950)는 20세기 초부터 무대의상은 배우들의 착장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더 야심적이고 다양한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였다. 무대의상과 무대, 무대의상과 소품, 그리고 무대의상이 영상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프랑스의 연극 이론가인 파비스(Patrice Pavis:1947~ )는 관객은 이러한 무대의상을 통해 배우의 연기, 인물의 역할, 극의 상황,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무대의상으로 인지하기 보다는 상징을 담은 오브제를 구현하는 시스템이 투영된 것으로 인식한다고 하였다(Pavis, 1999). 즉 의상의 역할이 다양화된 동시대의 무대에서 관객은 무대의상을 의상 자체보다는 공연의 구조 안에서 의미를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다른 춘향’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증에 충실한 의상을 구현해 왔던 기존의 창극과 다르게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은 상징적이면서도 의미 전달적이고, 관객의 인식을 확대시키는 매체로 의상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확장된 의미전달 수단으로서 무대의상을 분석해보고자 하며, 이를 통해 전통극을 현대화함에 있어서, 무대의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할 수 있다.
Ⅲ.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창극 춘향의 무대의상 비교 분석
1. 국내 연출가의 창극 춘향 무대의상 분석
창극 춘향의 등장인물은 몽룡, 춘향, 향단, 월매, 방자, 변학도가 주요 역할이고 몽룡의 부친, 기생, 형장, 병졸, 마을사람들, 해설자들(도창)은 등장여부와 인원이 가변적인 역할이다.
<Table 2>에서 볼 수 있듯이, 2000년 이후 창극 춘향의 무대의상은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신분에 따라 고증한 복식을 착용함으로써, 인물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성 등이 표현되었다(Na, 2017). 기존의 창극 춘향의 무대의상은 고증에 충실한 경향이 나타나므로 전통복식 디자인 분석에 관한 선행연구를 참조하여 분석기준을 정하였다. 이영혜(2010)는 TV 사극의상 분석을 위해, 외형적 요소인 형식, 원리, 요소 (형태, 색채, 문양, 소재, 장식), 기타와 내재적 특성인 정신적인 미, 정서적 미, 실용적 미로 나누었다. 김여경(2009)은 인쇄매체에 나타난 한복의 조형미를 연구하기 위해 조형적 분석인 형태, 소재, 문양, 색채, 장신구로 나누었으며, 미적 가치를 전통적 가치, 여성적 가치, 의례적 가치, 자연적 가치, 현대적 가치로 나누었다. 권순교(2006)는 전통복식을 형식미의 형태, 색채, 문양, 소재와 내용미의 자연친화적 미, 주술적 미, 의례중시적 미로 나누고 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전통복식디자인의 분석은 조형적 특성과 미적 특성을 분리하고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도 조형성와 미적가치로 나누었다. 조형적 특성은 형식, 형태, 색채 그리고 기타에서 소재, 장신구의 특이점을 언급하였다. 문양은 사진의 특성상 정확한 분석이 어려우므로 분석항목에서 제외하였다. 그리고 미적가치는 신분과 규범을 나타내는 전통적 가치, 기원 벽사의 의미를 담은 주술적 가치, 인공적인 장식을 배제한 자연적 가치로 나누었다.
춘향의 무대의상은 모두 저고리와 치마 형식에 몸에 맞는 저고리에 여유가 있는 치마의 하후상박(下厚上薄) 형태였으며 2002년 성춘향은 H-line 형태로 저고리가 좀더 여유가 있는 형태로 나타났다. 색상은 혼인 전에는 <Fig. 1>과 <Fig. 3>의 노랑 저고리에 붉은 치마, <Fig. 2>의 연두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 <Fig. 4>의 분홍색 저고리에 푸른색 치마, <Fig. 5>의 녹색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를 입었다. 혼인 후의 의상은 <Fig. 6>과 <Fig. 8>의 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 <Fig. 9>의 흰색 저고리에 연두색 치마, <Fig. 10>의 노란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였다. 2008년의 ‘춘향’을 제외하고는 댕기머리에서 쪽머리로의 머리모양의 변화와 저고리 및 치마의 색상변화로 미혼에서 기혼으로의 신분의 변화를 나타내었다. 춘향의상 1 & 2는 신분을 나타내는 전통적 가치가 나타났다. 투옥 중의 춘향은 소색(素色)의 저고리와 치마를 모든 공연에서 동일하게 착용하였고, 정절(貞節), 순결함, 기원 등을 의미하는 자연적 가치가 나타났다.
월매와 기생은 저고리와 치마형식에 2002년의 H-line 형태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하후상박 형태이며, <Fig. 26>, <Fig. 27>, <Fig. 28>, <Fig. 29>, <Fig. 30>의 월매의상은 차분한 색감, <Fig. 36>, <Fig. 37>, <Fig. 38>, <Fig. 39>, <Fig. 40>의 기생들은 화려한 색감이 사용되었으며, 모두 얹은머리를 하여 기생 신분을 표현하는 전통적 가치가 나타났다.
도창 혹은 해설가는 <Fig. 45>에 나타나듯이 2001년 공연에서는 방자가 역할을 병행하였고, 나머지 공연들에서는 여성 창자가 역할을 수행하였다. 의상은 2001년의 방자를 제외하고 모두 저고리와 치마형식에 하후상박 형태이며 2002년 공연은 H-line 형태였다. 색상은 저고리는 모든 공연에서 흰색이었으며, <Fig. 44>의 밝은 푸른색의 고름과 소매 깃, <Fig. 43>은 붉은색의 고름, <Fig. 42>는 흰색 고름, 그리고 <Fig. 41>의 자주빛 깃과 고름에 남색치마를 착용한 공연을 제외하면 치마도 흰색이었다. 이야기꾼인 도창의 역할은 극에 개입하지 않으므로, 단정하고 소박한 이미지 연출을 위해 흰색이 지배적으로 부여되어 자연적 가치가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2010년의 도창은 흰색 저고리, 남색 치마, 자주색 고름과 끝동의 대비로 전통적인 이미지와 가치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향단의 역할은 ‘다른 춘향’에서 삭제되었으며, 큰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몽룡의 의상은 <Fig. 16>, <Fig. 17>, <Fig. 18>, <Fig. 19>, <Fig. 20>와 같이 모든 공연에서 포, 푸른색 전복 형식, A-line의 직선적인 형태, 복건을 착용, 미혼의 양반 도련님이라는 신분을 나타내는 전통적 가치가 나타났다. 몽룡의 급제 복식은 급제 장면이 없는 공연(2002년)이 있어서 제외하였다. 방자는 <Fig. 25>에서 흰색의 저고리, 바지 형식에 직선적인 H-line 형태, 그리고 장식이 없으며 소박한 자연적 가치를 나타내었다. <Fig. 24>, <Fig. 23>, <Fig. 22>는 사령복의 착용으로 관아의 낮은 직책임을 나타내는 전통적 가치를, <Fig. 21>은 저고리, 바지, 더그래 형식에 직선적인 형태, 다양한 중간톤의 색상대비로 전통적 가치를 표현하였다. 변학도는 <Fig. 35>와 <Fig. 32>에서 군복형식에 여유 있는 A-line의 직선적인 형태, 색상은 오방색이고, 전통적이면서 주술적 가치를 나타내었다. <Fig. 34>에서 철릭, <Fig. 31>과 <Fig. 33>에서 포에 답호를 착장하였는데, 직선적이고 풍성한 A-line 형태과 소재의 광택감, <Fig. 31>의 포에 둘러진 붉은 색 선단은 부유한 양반의 전통적 가치를 나타내었다. 특히 군복보다는 철릭과, 포&답호를 입은 변학도는 직무보다 욕망을 추구하는 내면이 의상을 통해 상징적인 가치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Fig. 46>, <Fig. 47>, <Fig. 48>, <Fig. 49>, <Fig. 50>의 형졸복식은 신분을 나타내는 나장복형식에 직선적인 형태와 청색의 동일한 색감으로 직위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가치가 나타났다.
Na(2017)는 2008년 ‘춘향’의 의상들이 숙종시대(1661~1720)를 배경으로 한 시대적 고증을 거친 의상이라고 하였으며, 나머지 공연들도 고증된 전통적인 의상을 기조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증에 맞지 않는 의상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여성의상의 저고리의 길이이다. 숙종시대에는 저고리 길이가 45~59cm정도인데, 2002년 공연을 제외하면 모두 19세기의 더 짧은 저고리 길이가 적용되어있다(Kim, 1998, P.323). 두 번째, 혼인한 여인이 착용하는 녹의홍상이 2001년 춘향에서는 미혼 상태의 춘향에게 입혀졌다. 세 번째, Eun(2002)의 연구에 의하면 변학도의 사또 신분의 복식은 집무 시에 포와 답호의 착용이 적합하며, 2005년과 2010년의 변학도 복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0년 이후 창극 춘향의 무대의상은 형식과 형태는 모든 공연이 거의 동일한 경향을 띄었다. 2002년 ‘성춘향’은 전통적인 원색 대비보다 톤이 낮은 세련된 색채를 도입하였고, 최근으로 올수록 색채가 또렷하고 화려해지는 경향을 나타내었다(Na 2017). 전반적으로 미적가치는 전통적 가치가 지배적이었으며,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을 강조하기 위해 춘향의 소복이나 변학도의 철릭, 포 & 답호 등이 극적의도에 의해 전통적 가치를 나타내면서도 상징적 가치로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2.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의 무대의상 분석
국립창극단 관계자는 “외국인 예술가들은 한국적 미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에 전통예술을 좀 더 자유롭게 재해석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Yang, 2017).
‘다른 춘향’은 판소리 춘향가의 본질은 살려두되 극의 시대와 공간을 현대로 바꾸면서 의상, 무대, 조명 등의 모든 시각적 디자인을 현대화 하였다(Na 2017). 등장인물은, 춘향, 방자, 몽룡, 월매, 변학도, 해설가들, 기생들, 호위병, 형장들, 시위자들이다. 향단은 현대사회로 설정된 시대적 배경에서, 가난한 월매가 하녀를 고용하는 것이 설정에 모순되므로 등장하지 않으며, 몽룡의 부친과 모친은 전화상의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그리고 해설자로서의 도창은 기존에는 1~2명이었는데 서반의 ‘다른 춘향’에서는 6명으로 늘어나서, 형장 등의 역할을 병행하였다.
무대의상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Cho(1999)는 무대의상의 조형적 요소를 선, 실루엣, 색상, 소재로 나누었고, 의상의 유형은 인물에 관한 정보전달적 기능의 성격의상, 표현주의적이고 장식적인 상황의상, 민속복의 시대의상의 세가지로 분류하였다. 또한 의상의 역할을 정보를 제공해주는 소스(Source)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는 크게 상징적 측면, 기능적 측면, 미학적 측면의 3가지로 나누고 있다. Kim(1995)은 무대의상을 작품의 성격에 따라 성격의상, 장식의상, 시대의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Kim(2002)은 무대의상의 역할을 첫째, 극의 스타일과 분위기 설정, 둘째, 극의 시대성 전달 및 시대적 배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 셋째 극중 인물의 성격부각, 넷째 배우의 연기에 대한 도움 및 시각예술로서의 효과, 기능성과 무대, 조명등과의 조화에 의한 시각 효과로 구분하고 있다.
‘다른 춘향’의 무대의상분석을 위해 조형적 특성과 표현적 특성으로 나누었다. 조형성은 아이템, 형태, 색상, 그리고 기타에서 장신구, 소재 등의 4가지로 기존의 창극 춘향 분석과 동일한 항목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표현적 특성은 인물의 사회적 지위, 신분 등을 반영하며 T.P.O를 나타내는 사회ㆍ문화적 표현 가치, 인물의 내면의 감성과 극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 가치, 무대, 조명 등의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시각성을 극대화하는 미적 표현 가치, 그리고 의상이 다른 무대요소와 결합하거나, 의상 자체의 역할이 모호해 지면서 극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전달적 표현 가치 등으로 나누었다.
‘다른 춘향’은 전체 2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Table 3>과 같이 스토리에 따라서 장면을 구분할 수 있다. 장면별로 의상을 살펴보면, 프롤로그는 춘향의 뒷모습만 등장한다. 장면 1 단오절 광한루에서 춘향은 하후상박형의 한복실루엣을 연상시키는 트라페즈(Trapez) 실루엣의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있다. 색상은 검정상의에 핑크색 치마를 결합한 원피스에 스니커즈를 착용함으로써, 발랄한 춘향의 성격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유행을 즐기는 젊은이로서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성향이 나타났다(Fig. 51). 몽룡의 무대의상 아이템은 셔츠, 조끼, 청바지이며 색상은 하얀색과 청색이 조화되어 젊은 대학생의 순수한 모습이 표현되었다(Fig. 55). 방자는 티셔츠와 조끼, 카고팬츠를 입었으며, 색상은 블랙과 카키색이고, 티셔츠의 요란한 프린트와 조끼의 금속장식, 그리고 밝은 회색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을 조화시켰다. 활달하고 엉뚱하면서 하위문화에 익숙한 인물로 표현되었다(Fig. 56).
장면 2 몽룡과 춘향의 사랑장면에서의 춘향은 슬립 원피스 아이템에 트라페즈 실루엣, 색상은 하얀색이었다. 한복의 속치마를 용한 하얀색의 슬립원피스는 춘향의 순수성을 상징하고 있다(Fig. 52). 월매 의상의 아이템은 원피스드레스에 볼레로 상의이며, 트라페즈 실루엣에 색상은 비비드톤과 다크톤의 붉은 색을 유사대비 시켰다. 색상의 붉은색에서 화려하고 선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이 나타났다.
장면 3 변학도의 부임에서 변학도는 금색의 인민복 <Fig. 58>을 입고 있다. 색상인 골드는 탐욕적인 변학도의 성격을 연상시키며, 인민복에 베레모를 착장한 모습은 지위를 나타내고 있다. 인민복에 배경영상으로 등장한 변학도의 얼굴이 연결되어 중국의 공산당 모택동을 연상시킴으로써 권력자, 독재자 등의 의미전달적 표현가치가 나타났다. 기생들은 원피스 드레스 아이템에 트라페즈 실루엣이며, 색상은 흰색과 붉은 색을 부분적으로 섞어 디자인을 다양화하였다. 춘향, 월매와 이어지는 동일한 트라페즈 실루엣과 월매의 빨강과 춘향의 흰색을 섞어놓았다. 붉은 색과 노출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기생의 선정성을 부각시키면서 상징적 가치와 미적 가치를 나타내었다(Fig. 59).
장면 4 고문장면에서의 춘향은 <Fig. 53>에 보이듯이 아이템은 콘 브라 탑에 미니스커트이고, 색상은 빨강이었다. 아이템과 색상, 그리고 콘 브라의 형태가 문화 사회적으로 선정적인 이미지를 상징한다. 이 의상위에 빨강 페인트가 부어지면서 고문과 피, 그리고 폭력을 관객에게 연상시켜 의상의 선정성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의미가 전달된다(Fig. 53). 형장은 <Fig. 61>에서 아이템은 가죽재킷, 바지이며 색상은 검정색이고, 재킷의 재질은 가죽이다. 고문 형사라는 정치적, 사회적인 지위를 표현한다. 장면 6의 교도소에 갇힌 춘향의 의상아이템은 죄수복이며, 스트레이트 실루엣에 주황색이다. 다리에 흰 석고붕대를 하고, 백발가발을 쓰고 얼굴은 흰색으로 분장을 하였다(Fig. 54). 죄수복에서 신분이 나타나며, 주황색에서 저항의 상징성이, 백발의 머리와 다리 기브스가 어울려, 노쇠하고 병든 춘향이 감옥에 있지만 저항정신은 여전하다는 의미하는 의미가 전달된다. 장면 7의 변학도는 이전과 동일하나 의상의 색상은 붉은색으로 바뀌어, 부와 권력을 추구하던 인물에서 더 타락한 성격이 의상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해설자들은 <Fig. 60>에서 아이템은 재킷과 바지에 트렌치 코트이며, 형사역과 1인 2역이므로 속의 의상을 가리는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착용하고 있다(Fig. 60). 해설자 역할의 서술자이자 관찰자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내러티브는 극에서 인과에 의한 사건을 전개하는 구조적 형식이며 작품구성의 전략이 된다. ‘다른 춘향’에서는 춘향의 영웅적 인물 구축이라는 내러티브가 기존의 춘향과의 차이점이었으며 이를 위해 의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The Korea Times (2014)는 춘향의 의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비평하고 있다.
1막의 춘향은 한복을 모던화한 검정과 핑크색의 의상을 입음으로써, 그녀의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을 처음에는 표현하였고, 나중에는 변사또에 의해 고문 받을 때, 붉은 색의 콘 브라와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었다. 2막에서는, 그녀는 감옥의 오렌지색 수용복을 입고,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창백한 얼굴로, 불공정한 공공의 힘에 반대하는 투쟁을 살고 있었다. 태형을 당한 춘향의 선명하고 그래픽적인 묘사는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였으며, 나라의 타락한 힘의 횡포를 나타내었다.
<Fig. 51>의 의상은 초기의 순수하고 발랄하며, 순백과 같은 순수함을 가진 춘향의 상징적인 표현 가치가 강조되며 <Fig. 52>의 하얀색의 슬립원피스는 순수한 사랑을 상징한다. 그러나 <Fig. 53>에서는 콘브라, 미니스커트, 붉은색으로 선정성이 강조되다가, 피를 연상시키는 페인트가 덧씌워 지면서 고문으로 인한 춘향의 고통이 극대화되고 주인공의 시련은 관객에게 각인된다. 그리고 <Fig. 54>의 흰 백발, 선명한 주황색의 죄수복, 그리고 불구가 된 다리의 흰 석고붕대가 육신의 고통을 이겨내고 정신적인 승리를 거둔 영웅 춘향 이미지를 완성한다. 이러한 의상의 과감한 전환은 관객에게 영웅 춘향의 변화를 각인시켰고, 의상의 역할은 확장되어 내러티브 전달의 중심축이 된다.
(Diffrent Chunhyang DVD of NTOK, 2014)
기존의 춘향가에서는 고문 장면에서 춘향을 의자에 앉혀 놓고 곤장으로 때리는 연기에 그쳤었다. 서반의 ‘다른 춘향’에서는 <Fig. 71>에서 콘 브라(Cone Bra) & 숏 팬츠(Short Pants)차림의 춘향이 고문을 당하고,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다. 그리고 <Fig. 72>에 보이듯이 공중에 철 구조물로 만든 새장 같은 우리에 춘향을 가두어 매달아 놓고 배경으로 춘향의 얼굴을 다시 투사한다. 콘 브라와 숏 팬츠는, 여성성, 성적학대 등의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서반의 현상연극적 의도를 수행한다. 이들 의상은 고문당하는 춘향의 고통, 여성이라는 약자로서의 위치와 훼손이며, 갑옷과 같이 춘향을 옥죄는 구속의 의미로 확대된다. 여기에 붉은 색의 페인트를 부어, 피, 고통 등의 현상적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 결국 의상의 확장은 시각적인 강렬함으로 이어져, 고문 후 공중에 매어달린 춘향과 배경으로 투사된 그녀의 얼굴에서, 영웅으로 가기위해 겪는 고난의 내러티브를 극대화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지각하게 한다.
안드레이 서반은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무대 위에 펼쳐지는 장면의 시ㆍ공간을 확대하였다. 무대 위는 현대의 춘향이라면, 영상 속에서는 전통적인 춘향이 의상을 통해서 환기된다(Na, 2017). <Fig. 62>, <Fig. 63>, <Fig. 64>, <Fig. 65>, <Fig. 66>의 공연전개 이미지를 보면 몽룡과 춘향의 사랑이 현재의 무대 앞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동안, 영상속의 춘향과 몽룡은 전통복식을 탈의하게 된다. 현실의 다정함과는 대조적으로 영상 속의 두 사람은 아주 건조한 느낌으로 겉옷부터 속옷까지의 여러 겹의 전통의상을 하나씩 벗어낸다. 영상속의 과거의 춘향과 몽룡을 무대 위의 현재와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사랑의 이면을 암시한다. 관객은 의상을 통해 과거를 현재와 동시에 보게 되며, 이를 통해 상상을 확대한다.
(Diffrent Chunhyang DVD of NTOK, 2014)
극의 마지막은 백발이 된 춘향과 아직 젊은 몽룡의 재회인데, 영상 속에서는 전통한복을 입은 어린 춘향과 몽룡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춘향이 몽룡과 행복하게 재회한 것인지 아닌지를 관객의 상상과 이미지 속에 남겨두게 되면서 관객은 시ㆍ공간성의 확장을 경험한다.
서반은 영상을 또 하나의 언어라고 하며, 영상이 단지 꿈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Chunhyang is hero, 2014). 시ㆍ공간적 확대에 의한 암시를 통해, 춘향의 정신의 승리를 강조한다. 이처럼 영상과 의상을 활용하여 고전 춘향가와 현재의 다른 춘향의 시간성이 교차하고, 공간을 뒤섞어 버림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의상은 매개체로서 확장된 역할을 한다.
‘다른 춘향’에서 변학도는 중국의 모택동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착용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Kim(2015)은 변학도의 인민복과 춘향의 수용복이 외국인 디자이너의 동양 문화 인식 오류라고 평가하였다. 의상의 비비드(Vivid)한 색상 톤(Tone)도 부자연스럽고, 그것이 영상으로 뒷벽에 투사되어 관객을 더 소외시킨다고 하였다. 그러나, 연출가가 외국인이며, 전통극을 세계화를 전제한 측면을 고려하면 세계에 통용되는 보편적 상징성으로 사료된다. 변학도의 인민복<Fig. 67>과 변학도 얼굴의 앤디워홀 패러디<Fig. 68>는 중국의 정치가 모택동을 연상시키며, 공산주의라는 권력, 독재, 전쟁과 폭력, 그리고 문화적 억압 등을 떠올리게 한다. 워홀 작품의 패러디는 변학도에게 모택동이 가진 의미를 효과적으로 덧씌우면서 동시에 ‘변학도=권력’을 희화화 하고 있다. 베레모와 인민복은 중국 공산주의로 대변되는 정치적 의미를, 독재의 폭력과 억압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팝아트라는 문화적 의미를 관객에게 인식시킨다. 또한 <Fig. 69>의 주황색 수용복과 흰색 머리카락은 색의 극명한 대조효과로 관객의 시각에 각인되어, 춘향의 저항성을 강조한다. 강렬한 인상만큼, 수용복 차림의 춘향은 더 이상 평범한 인물이 아니고 영웅이 되는 것이며 의상은 억압에 저항하는 사회적 상징으로 활용된다.
(Diffrent Chunhyang DVD of NTOK, 2014)
의상 디자이너인 앙카 루페스 (Anka Lupes)는 현대의상에 전통복식의 접목을 시도함으로써, 춘향의 고전성을 환기시킨다. <Fig. 72>의 의상 스케치에는 한국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하고자 한 의상 콘셉트가 잘 드러나 있다.
춘향의 단오절 의상<Fig. 73>은 형태적으로 짧은 상의에 풍성한 치마로 하후상박형의 한복실루엣을 이루고 있으며, 상의의 네크라인에 저고리 깃인 직령을 응용하였다. 치마앞단을 주름잡아 들어올리고 미래형 디자인의 운동화를 착용함으로써, 춘향의 소녀적인 측면과 발랄한 성격을 부각시켰다. 검정상의와 분홍치마의 색상 결합은 다른 요소와 더불어 모던한 한복의 조형성을 보여준다. 월매의 의상은 한복 저고리를 연상시키는 가슴을 덮는 짧은 길이의 볼레로 상의에 한복의 겉치마를 앞으로 둘러 입어서 치마의 안자락을 겉으로 드러나게 입은 붉은 색 투피스를 걸쳤다(Fig. 74). <Fig. 75>의 일부 기생들의 의상과 춘향, 월매의 의상 실루엣은 하이웨이스트라인에서 치마가 연결되는 트라페즈 실루엣으로, 전통한복의 실루엣을 상기시킨다.
(Diffrent Chunhyang DVD of NTOK, 2014)
이러한 한복과 현대복의 퓨전적인 조형적 요소의 결합은 다른 춘향을 모던한 분위기로 재탄생시키면서도 한 시대를 특정하지 않은 연출의도와 관련이 있다. 변학도는 중국의 공산당복으로 권력을 상징하고, 방자는 힙합의상을 통해 자유분방함을 상징하였을 뿐 복식사적인 시기는 다르다. 그리고 춘향과 월매, 기생으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의상에 전통한복의 조형적 요소로 전통적인 흔적을 남김으로써, ‘다른 춘향’의 주제가 ‘춘향=여성’에게 집중되어있음을 의상의 조형적인 확장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Ⅳ. 결론
기존의 창극 춘향의 무대의상은 전통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조형적인 특성은 5편의 공연이 유사했으며, 미적 가치도 전통적 가치가 주된 부분을 차지하였다. 반면 ‘다른 춘향’은 조형적인 특성은 춘향과 월매, 기생의 트라페즈 실루엣 원피스가 전통 복식의 하후상박을 연상시키는 점을 제외하면, 다양한 조형적 특성을 나타냈으며 표현가치도 한 의상에 여러 가지가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다른 춘향’의 무대의상은 창극 춘향의 전통적 가치가 지배적인 고증을 따른 무대의상에 비해 다양한 역할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춘향’의 무대의상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의미 전달의 확장성이다. 춘향은 주요 장면에서 의상을 통해 사건과 내면, 그리고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 모두를 전달하여, 궁극적으로 영웅적 이미지를 견인하였다. 특히, 콘 브라와 미니스커트 의상은 선정적인 속옷에서 억압, 족쇄, 고문, 희생자 등의 의미를 관객에게 인지하게 하였고, 수용복은 춘향의 저항과 불굴의 의지를 표현하였다. 두 번째, 시ㆍ공간 개념의 확장성이다. 의상을 사용하여, 영상에서는 과거를, 무대 위에서는 현재를 중첩시키는 시각적 연출을 통해 관객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변하면서 지각이 확장된다. 세 번째, 상징의 확장성이다. 체험과 경험을 통해, 의복은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데, 이를 통해, 변학도의 폭압과도 같은 대립구조를 명확하게 하는 데 의상이 사용되었다. 네 번째, 조형의 확장성이다. 전통복식에서 차용한 구성요소를 현대복과 접목하여, 전통의 새로운 디자인 가능성을 조형적으로 확대하였다.
이처럼 ‘다른 춘향’의 무대의상은 전통의 현대화 방법의 하나의 가능성으로 의상의 확장성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서반의 ‘다른 춘향’에서 아쉬웠던 점은 전통 복식의 조형적 요소의 활용이 많지 않았다는 점인데, 어린 춘향의 상의의 저고리 깃, 그리고 치마 정도가 전통의상과 현대복의 조합으로 간주된다. Kim(2015)의 의상분석에서 지적했듯이, 외국인 의상디자이너의 한계점으로 지적될 수 도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전통복식의 현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고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국립극장에서 상연된 춘향에 대한 연구에 국한되어, 서반의 다른 춘향처럼 국내 다른 연출가들에 의해 현대화 된 춘향가과 비교해보지 못한 점이다. 연극, 무용 등의 분야에서 춘향을 현대화하여 각색한 작품들의 의상에 대한 비교연구를 후속 연구로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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