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의 모더니즘을 적용한 현대 패션디자인 연구 Ⅱ : 세계주의 모더니즘을 영감으로 한 패션컬렉션 라인 개발을 중심으로
Abstract
The aim of this study is to develop a fashion collection line inspired by cosmopolitan modernism. The research is divided into two sections, of which this paper is the second, also known as research II. The research questions to achieve the aim of the paper are as follows. First, what is the educational purpose of Bauhaus, and how can we define cosmopolitan modernism? Second, what are the formative characteristics of cosmopolitan modernism from the analysis of design theory in Bauhaus? Third, how is the concept of cosmopolitan modernism reflected in the design process of the researcher? This research involves use of the methods of literature review and content analysis to develop a fashion line consisting of eight clothing items. The author lays the foundation for the research by identifying the characteristics of cosmopolitan modernism through an analysis of books about Bauhaus. Finally, the researcher uses the results of the analysis as a source of design inspiration and draws a collection line consisting of three men’s clothing items and five women’s clothing items. In conclusion, cosmopolitan modernism represents the principle of contemporary design style in its realization of the process of functionalization for the universalization and mass production of art by modularizing the object and fusing the artistry of colors and materials through the individual’s conceptual approach. Thus, the researcher deconstructs and reconstructs the characteristics of cosmopolitan modernism and expresses reinterpretation of the conceptual approach to objects based on his own ideas and the functionalization process in a fashion line that consists of eight clothing items resulting from this study.
Keywords:
Bauhaus, Cosmopolitan Modernism, modern fashion design, Modernism, process of fashion collection line development키워드:
바우하우스, 세계주의 모더니즘, 현대 패션디자인, 모더니즘, 패션컬렉션 라인 개발 과정Ⅰ. 서론
1. 연구 제안
디자인은 작가의 관념을 바탕으로 한 시대정신과 기능성 융합의 결과물이다. 정교하고 장식적인 공예품의 생산과 활용을 통해 귀족의 지위와 권력을 표출하던 근세 시대와 달리 18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에는 감성과 이성, 예술과 과학, 공예와 산업이라는 상반된 속성들이 기능주의(Functionalism)와 함께 공존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기계시대의 도래는 예술성의 결여라는 문제를 낳았고, 이는 미술공예운동(Art & Crafts Movement)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예술성과 산업의 기능성이 융합된 새로운 형식의 제품 생산을 독려한 미술공예운동 그리고 개인의 시각으로 오브제의 본질을 탐구하며 형태의 단순미를 찾아낸 모더니즘(Modernism)은 작가의 주관 탐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관념이 투영된 기하학적 형태성에 대한 담론은 아르누보(Art Nouveau), 데 스틸(De Stijl), 구성주의(Constructivism)로 이어지고 바우하우스(Bauhaus) 설립의 계기를 마련하며 현대디자인 이론의 초석이 된다.
바우하우스는 공예가 지닌 예술성에 기능주의를 투영하여 실용적 산업디자인 양식을 구축한 현대디자인의 원류이다. 바우하우스의 초대 교장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Adolf Gropius, 1883-1969)는 산업 생산에 적합한 예술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기능적 형태성에 근거한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Droste, 2015).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 1888-1967),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등의 마스터들은 그로피우스의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기초디자인 교육 이론의 롤 모델을 제시한다(Whitford, 1984). 오브제의 기하학적 분석으로 2차원 혹은 3차원의 영속적 공간을 탐구한 바우하우스의 교육시스템은 작가의 관념을 담은 실용적 제품디자인 생산이 목표이다.
바우하우스의 마스터들과 학생들이 구현한 기능적 예술성은 세계주의 모더니즘(Cosmopolitan Modernism)의 근간이다(Kim & Park, 2019).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도형 모듈, 관념적 컬러, 재료의 전복으로 기능적 조형의 예술성을 담은 현대디자인 이론이며 바우하우스의 개념적 아이디어 접근 방법과 기능화 과정을 통해 실현된다. 또한, 이는 대량생산을 위한 규격화와 작가의 미의식이 담긴 추상 형식의 융합으로 국제적 디자인 양식을 구축한다. 개인의 취향을 기능적 형태로 구현하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20세기 이후 예술, 건축, 도시, 패션디자인에 적용된다.
선행 연구 분석 결과, 현대 패션에 나타난 모더니즘은 Park(1998)이 모더니즘 예술과 패션의 단순화된 조형성을, Kim & Kim(2005)이 효율성, 기능성, 보편성, 단순성의 모더니즘 특징이 적용된 현대 패션디자인의 공간 특성을 분석하였다. 또한, Lee & Suh(2010)는 20세기 초 기하학을 중심으로 한 모더니즘 건축양식의 특징인 국제 양식(International style)을, Lim(2017)은 기능주의의 확장성을 고찰하였다. 더불어 Kim & Park(2018)은 모더니즘의 이중적 특성인 개념주의와 기능주의의 조형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앞서 분석된 바와 같이 선행연구에서는 기능주의와 합리주의(Rationalism) 그리고 모더니즘의 양면성을 고찰하였다. 세계주의에 대한 담론은 Kang(2005)이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관점에서 본 코스모폴리타니즘(Cosmopolitanism) 패션 경향을 바탕으로 문화 전이의 사례인 에스닉 스타일을 고찰하였다. 반면, 바우하우스에 관한 연구는 Seo & Park(2016)이 20세기 초 패션 텍스타일 디자인과 바우하우스 직물공방의 작품을 비교 분석하여 바우하우스 기초조형교육에 영향을 받은 텍스타일 디자인을 연구하였고, Cho(2016)가 현대 패션디자인에 나타난 바우하우스 직물공방 기법의 특성을 추출하였다. 이에 본고는 선행 연구의 연구 대상과 달리 관념성과 기능성이 융합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개념과 조형적 속성을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패션컬렉션 라인을 개발하려 한다.
2. 연구 목적 및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세계주의 모더니즘을 영감으로 한 패션컬렉션 라인을 개발하는 데 있다. 본고는 연구 논문의 지면 제한으로 이론 고찰과 디자인 개발로 나누어 두 편의 연결 논문을 진행한다. 선행연구 I에서는 바우하우스의 기초교육과정, 직물공방, 건축공방을 분석하여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이론적 근거를 추출하였고, 연구 II인 본고는 이를 근거로 패션컬렉션 라인을 개발한다.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바우하우스의 교육목표는 무엇이며, 이를 근간으로 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개념은 어떻게 정립되는가이다. 둘째는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디자인 이론 분석을 통해 추출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은 무엇인가이다. 셋째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을 영감으로 개발된 패션컬렉션 라인의 특성은 무엇인가이다. 본 연구의 연구 방법은 문헌 연구와 내용 분석이며, 8착장으로 구성된 패션컬렉션 라인 개발이 포함된다. 본고는 앞서 제시한 연구 문제 해결을 위해 바우하우스와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이론적 배경을 고찰한 연구 I을 근거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개념을 재정립할 것이다. 본 연구는 바우하우스 관련 단행본과 당시 마스터들이 발표한 논문, 선언문, 잡지 칼럼 등을 고찰하여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론을 분석하고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을 추출할 것이다. 또한, 이를 근거로 디자인 영감의 원천을 정립하여 남성복 3착장과 여성복 5착장으로 구성된 컬렉션 라인을 연구의 결과물로 도출할 것이다.
Ⅱ. 세계주의 모더니즘 고찰
1. 이론적 배경: 바우하우스의 교육목표
바우하우스의 교육목표는 예술과 산업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종합 예술의 교육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다. 바우하우스 교육이념은 1907년 건축가 헤르만 무테시우스(Hermann Muthesius, 1861-1927)의 주도 아래 설립된 독일공예가연맹(Werkbund)이 그 원류이다(Whitford, 1984). 18세기 말 영국의 기능주의를 기반으로 한 건축양식과 산업디자인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무테시우스는 독일 미술과 공예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한다(Whitford, 1984). 이러한 무테시우스의 의견에 동의한 페터 베렌스(Peter Behrens, 1868-1940), 앙리 반 데 벨데(Henry van de Velde, 1863-1957),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발터 그로피우스 등의 예술가들은 산업 제품의 기업가들과 함께 독일공예가연맹을 설립하여 미술, 공예, 산업의 협력을 통한 독일 산업디자인의 질적 향상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Kwon, 1996; Whitford, 1984).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공예가연맹은 경제적 위기 탈피를 목적으로 산업디자인뿐만 아니라 미술공예학교의 교육 개혁에 착수하고 실용적 제품디자인을 담당 할 현대적 예술가 양성의 필요성을 주장한다(Whitford, 1984). 이후 베를린(Berlin), 뒤셀도르프(Düsseldorf), 브레스라우(Breslau) 등 주요 도시 미술학교의 교장이 독일공예가연맹 출신 예술가들로 교체되면서 교육 개혁은 속도를 낸다(Whitford, 1984). 특히 이 도시들 중 바이마르(Weimar)는 전쟁 후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고 공화국으로써 새 출발을 알린 20세기 초 독일 사회ㆍ문화의 중심지였다. 바이마르 미술공예학교의 개혁을 위해 독일공예가연맹에 의해 교장으로 추대된 그로피우스는 예술과 산업의 통합이라는 교육목표 아래 바우하우스를 건립한다(Whitford, 1984; Wingler, 2001). 곧, 바우하우스의 산업 예술 교육시스템은 독일공예가연맹이 추구한 미술, 공예, 산업의 협력시스템이 적용된 것이다.
바우하우스의 교육시스템은 예술가 출신 마스터들을 중심으로 한 기초교육과정과 전문 공예가들이 주축이 된 공방과정으로 구성된다. 기초교육 과정은 개인의 관념을 담은 형태, 컬러, 재료 탐구에 대한 디자인 이론을 교육하며 개념적 아이디어의 접근 방법을 탐구한다. 반면, 공방과정은 기초교육과정의 디자인 이론을 기반으로 산업 생산에 적합한 기능적 제품디자인을 연구한다. 기초교육과정과 공방과정은 학생들의 예술적 재능을 이끌어내어 기능성과 산업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적합한 예술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2.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개념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속성인 관념성, 추상성, 기능성이 융합된 개념으로 형태, 컬러, 재료의 관념적 탐구를 통해 기능적 예술성을 구축한 국제적인 디자인 양식이다(Kim & Park, 2019). 20세기 초 모더니즘 화가들은 과학 진보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예술 양식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특히 독일 화가들은 1906년 다리파(Die Brücke)를 결성하고 실체적 사실에 집착한 과거의 예술 양식에서 벗어나 대상의 단순화를 추구하는 표현주의 운동을 전개한다(Gombrich, 2003). 또한, 이들과 함께 러시아의 바실리 칸딘스키는 순수한 정신을 기반으로 한 음악의 추상화를, 프랑스에서 활동한 입체주의(Cubism) 작가들은 오브제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형태의 평면적 모듈화를 완성하며 추상회화의 기반을 마련한다. 입체주의 화가들이 구축한 형태의 모듈화는 네덜란드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는데, 이들은 추상회화를 건축에 접목시키며 예술과 산업 기술의 융합을 시도한다(Gombrich, 2003). 모더니즘 예술은 대상의 모방에서 벗어나 기능적이면서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아름다움을 실험하는 것으로 개인의 관념성, 형태의 추상성, 산업의 기능성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Kim & Park, 2019).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세 가지 속성을 통해 예술과 기술의 융합뿐만 아니라 예술과 산업의 균형을 형성하며 영속성과 상업성을 지닌 현대적 산업디자인을 제시한다.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창조적 의식을 실용적 제품에 담아낸 바우하우스 디자인 교육의 핵심으로 주관적 예술성과 공학적 기능성의 조화가 특징이다.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 1909-2001)는 저서 「The Story of Art」에서 바우하우스가 예술과 기계 기술이 분리되었던 19세기와 달리 이들이 상호보완적 관계임을 증명하기 위해 세워진 디자인 학교라고 설명한다(Gombrich, 2003). 실례로 바우하우스의 마스터들은 제품의 기능적 목적을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상상력과 의식이 투영될 수 있는 진보적인 실험 과제를 제시한다(Whitford, 1984). 본 연구는 바우하우스의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마스터들의 디자인 수업이 전통적 공예의 예술성을 실용적 제품디자인에 적용하여 국제적 디자인 양식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형태의 모듈화를 통해 구현된 기능미와 형태, 컬러, 재료의 속성 탐구가 만들어낸 관념적 조형미를 실험하는 것, 이것이 바우하우스의 교육목표이다. 곧,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개인의 관념을 기호화한 기능주의의 예술성을 통해 디자인의 대중화를 실현시킨 바우하우스의 핵심 개념이다.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개념은 바우하우스의 학습 도해에 나타난다. <Fig. 1>은 발터 그로피우스가 1922년에 작성한 학습 도해이며 교육목표, 기초교육과정, 공방과정의 교육방법들로 구성된다. 도해에서 분석된 바우하우스는 기초교육과정 마스터들의 형태, 컬러, 재료 이론을 중심으로 디자인 교육의 이론적 기반을 구축한다(Kim & Park, 2019). 또한, 각 공방의 마스터들은 학생들이 기초교육과정에서 습득한 디자인 이론을 실제 제품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론 수업과 실기 수업을 함께 병행하여 교육한다(Kim & Park, 2019). 바우하우스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개인의 주관을 담은 복합적 조형디자인 방법을 습득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최종 결과물이 산업체와의 산학 연계시스템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건물과 실내인테리어 디자인 제품 전체는 학생들의 작품으로, 교육의 결과물이 즉시 산업화 된 대표적 사례이다(Droste, 2015). 바우하우스의 교육 시스템은 관념성과 기능성의 융합이 목적인 디자인 이론을 바탕으로 재정립되어 새로운 현대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규격화된 평면 혹은 입체의 공간 구성을 통해 관념과 과학을 복합적으로 탐구하여 사고의 전복과 국제적 예술성을 강조하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특징이기도 하다.
Ⅲ.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론과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 분석
본 장에서는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와 데사우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디자인 이론을 고찰하여 각 학교별 조형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을 추출하고자 한다.
1.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론 분석: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와 데사우 바우하우스
1919년부터 1924년까지 운영된 바이마르 바우하우스는 작가의 관념 탐구를 통한 창조적 조형디자인을 실천하기 위해 형태, 컬러, 재료의 디자인 이론을 정립한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에서 활동한 마스터는 발터 그로피우스, 요하네스 이텐, 게 하르트 마르크스(Gerhard Marcks, 1889-1981),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1888-1943), 게오르크 무헤(Georh Muche, 1895-1987), 로타르 슈라이어(Lothar Schreyer, 1886-1966)이며, 게르트루트 그루노(Gertrud Grunow, 1870-1944)가 초빙강사로 재직한다(Kwon, 1996; Whitford, 1984). 마스터들 중 그로피우스, 이텐, 그루노, 칸딘스키, 클레가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의 핵심 디자인 이론을 구축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Table 1>.
그로피우스는 1919년 7월에 열린 ‘학생 전람회’에서 미술, 공예, 산업이 융합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의 구축을 위해 전통 공예의 형식에서 벗어난 창조적 아이디어의 탐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Wingler, 2001). 이러한 그로피우스의 개혁 의지는 「Formlehre(Form training)」 이론에 담겨있는데, 이는 인간의 육체, 정신, 감각 등의 기호화를 통해 기하학 형태의 본질을 분석하여 감성이 담긴 실용적 디자인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그로피우스는 1920년에 「조형의 관점에서 본 성의 속성」을 제시하며 「Formlehre」 이론을 보강한다(Droste, 2016). 「조형의 관점에서 본 성의 속성」은 전통적으로 여성을 자연적, 남성을 사회적 존재로 인지해온 성에 대한 사고를 전복시켜 남성성과 여성성이 함께 내재된 자연적, 사회적, 정신적 속성을 복합적 기호로 형상화한 새로운 담론이다(Droste, 2016). 그로피우스는 컬러와 도형 모듈에 의미를 부여하여 레드 삼각형은 ‘정신과 남성성’을, 블루 사각형은 ‘물질과 여성성’을 그리고 옐로우 원은 ‘정신과 물질의 융합’을 의미한다는 기호의 개념화를 구축하여 조형에 상징성을 부여한다(Droste, 2016). 「Formlehre」 이론은 이후 기초교육과정과 공방과정의 수업에 적용되며 감성이 담긴 기능적 형태의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대 산업디자인의 기초 개념이 된다.
이텐과 그루노는 정신과 직관을 강조한 관념적 디자인 이론을 제안한다. 1919년 3월 21일 바우하우스 창립 행사에서 이텐은 개인의 정신이 투영된 형태의 본질을 탐구하는 「Analysis of old masters」의 개념을 공표한다(Wingler, 2001). 학생들은 이텐의 이론을 기반으로 중세 시대 말 작품을 학습하고 이를 통해 ‘직관과 방법’,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인지’라는 상반된 속성의 조화를 습득한다(Droste, 2015). 이와 더불어 이텐의 기초교육과정에서 초빙강사로 활동한 그루노는 공감각, 컬러, 음악, 형태의 복합적 탐구 방법인 「Theory of harmony」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작가의 직관을 담아낸 창조적 조형디자인 모듈을 구축에 관한 담론이다(Droste, 2015). 그루노는 「Theory of harmony」 이론에 근거하여 학생들에게 피아노의 선율에서 인지된 정신적 조화를 평면적 혹은 입체적 디자인으로 시각화하는 방법을 교육한다(Droste, 2015).
칸딘스키와 클레의 디자인 이론은 형태와 컬러 간의 관계 분석으로 개인의 관념을 표현하는 것이다. 칸딘스키는 1912년에 작성한 논문 「The art of spiritual harmony」를 바탕으로 ‘평면과 입체’, ‘형태와 컬러’의 융합적 속성을 조형의 기본요소로 제시한다(Kandinsky, 2004; Wingler, 2001). 이 중 형태와 컬러의 융합은 칸딘스키가 학생들의 관념을 표출하는 창구로 적극 활용한 조형 요소이며 기초교육과정과 공방과정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 칸딘스키는 클레와 함께 공방과정의 학생들을 위한 컬러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주최하여 형태와 컬러의 관계성을 교육한다(Whitford, 1984). 클레의 디자인 이론은 감각, 자연, 형태를 매개로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방법을 중시하는 「Paths of nature study」로 시각으로 인지된 오브제와 작가 내면의 조우가 기하학과 컬러의 기초적 형태로 변환되는 과정을 탐구한 개념이다(Droste, 2015; Klee, 1980). 클레는 학생들에게 점, 선, 도형, 컬러의 상대적 관계성을 중심으로 자연의 관념적 속성을 탐구 할 것을 주문하고 이를 통해 창조적 조형디자인의 표현 방법을 학습시킨다(Whitford, 1984).
데사우 바우하우스는 과학과 기술의 실험을 통한 합리적 산업디자인 형식 구축이 목표이다. 1925년부터 1933년까지 운영된 데사우 바우하우스는 감성 중심의 디자인 이론을 구축했던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와 다르게 이성 중심의 디자인 교육시스템을 정립한다(Whitford, 1984). 그로피우스는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 Nagy, 1895-1946)와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 1888-1976)를 핵심 마스터로 임용하여 광학, 과학, 수학을 근거로 한 새로운 디자인 이론을 제시한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디자인 이론의 근간은 모홀리 나기, 알베르스, 오스카 슐레머, 하네스 마이어(Hannes Meyer, 1889-1954),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 군타 스톨츠(Gunta Stolzl, 1897-1983)의 담론에 의해 정립되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Table 1>.
모홀리 나기와 알베르스는 재료의 구조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조형 이론을 구축한다. 모홀리 나기는 사진의 기술을 활용하여 물질적 재료인 유리, 철,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와 비물질적 재료인 빛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조화를 탐구한다(Drotse, 2015). 포토그램(Photogram)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빛과 그림자로 추상적 구성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모홀리 나기의 디자인 이론을 실현한 대표 사례이다. 모홀리 나기는 포토그램을 통해 오브제와 빛의 운동을 포착하여 유희적 조형을 탐구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현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담론인 「Typo Photo」가 만들어진다(Fiedler, 2001). 메시지의 즉각적인 전달을 위한 타이포그래피와 사진의 결합인 「Typo Photo」는 컬러의 대비, 사진과 타이포그래피의 구조적 실험으로 도출된 명료성, 간결성, 정확성이 특징이다(Wingler, 2001). 반면, 알베르스는 재료의 본질적 속성을 활용한 형태성 탐구에 집중한다. 바우하우스 재학 당시 요하네스 이텐에게 교육을 받은 알베르스는 이텐의 감성적 디자인 접근 방법과 모홀리 나기의 과학적 탐구를 융합하여 새로운 조형디자인의 법칙을 만든다(Whitford, 1984). 알베르스는 창조적 디자인 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일정기간 기존 마스터들이 실시한 자연의 고찰과 과거작품의 답습을 금지시키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주문한다(Wingler, 2001). 이에 학생들은 재료의 선택과 실험 방법을 스스로 규정하고 소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본성을 탐구하며 창조적 조형 원리의 법칙을 습득한다.
슐레머는 1926년 저서 「Die biihne im bauhaus」를 통해 인체를 과학적ㆍ수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건축적 디자인의 사례를 제시한다. 기계화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연극의 유희로 상쇄시키고 ‘감성과 이성’, ‘현실과 이상’이라는 인간 정신의 이중적 속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슐레머 디자인 교육의 목표이다(Schlemmer, 1995; Wingler, 2001). 특히 현대디자인의 근간인 단순성은 슐레머 디자인 이론의 핵심이며, 슐레머는 인체의 형태와 움직임을 기하학적 형태, 수학의 원리로 규정하여 단순화된 3차원적 디자인을 구축한다(Wingler, 2001).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이 적용된 대표적 작품인 『Triadic Ballet』는 무용, 의상, 음악이 입체적 컬러 모듈과 과학 기술을 통해 융합되어 유동적 건축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이어와 로에는 인간 생활 중심의 실용적 공간디자인의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마이어는 1928년에 발간된 잡지 『Bauhaus journal』에 기능적ㆍ경제적 건축 이념을 기재한 「Construction」 이론을 발표한다(Kwon, 1996; Wingler, 2001). 마이어는 건축을 인간 생활의 편리성을 위해 신체적, 지적, 정신적, 심리적 욕구를 반영하고 과학적 접근 방법으로 구축된 기초 산업디자인의 집합체로 규정한다(Droste, 2015). 이후 바우하우스의 교장으로 선임된 마이어는 「Construction」 이론이 적용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생활 중심의 조형이라는 건축 원칙에 따라 심화된 실습디자인 교육을 공방 마스터들에게 주문한다(Kwon, 1996). 마이어의 후임 로에 역시 「Training in building」 이론을 통해 건축이 지닌 기능적 예술성을 토대로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교육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Droste, 2015). 건축의 실용적 측면만 강조한 마이어와 달리 로에는 1902년부터 유리와 강철을 사용한 건축 외형의 감각적 탐구를 시도하며 공간 구조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Kwon, 1996). 로에는 「Training in building」 이론을 근거로 현대 건축가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정립하고 각 공방들을 건축공방과 인테리어공방으로 통합하며 그로피우스가 주창한 종합 예술을 성취하고자 노력한다(Wingler, 2001).
스톨츠의 디자인 이론은 형태, 컬러, 재료의 기능적ㆍ미학적 접근 방법을 담고 있다. 스톨츠는 1931년 「The development of the Bauhaus weaving workshop」에서 실의 다양한 연결 구조가 만들어낸 동적 이미지와 사용 목적에 맞는 소재의 합리적 재구성을 강조하며 현대 텍스타일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한다(Wingler, 2001). 또한, 스톨츠는 건축의 공간적 예술성을 이해하면 산업디자인에 적합한 텍스타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Weltge, 1993; Wingler, 2001). 실용성과 예술성이 융합된 스톨츠의 디자인 이론은 애니 알베르스(Anni Albers, 1899-1994), 오티베르거(Otti Berger, 1898-1945)에 의해 확장되며 현대 텍스타일 디자인의 원류가 된다.
2.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
본 절에서는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와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론 분석을 통해 도출된 특성을 중심으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을 추출한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론은 감각적 균형, 상징적 조형, 정신과 물질의 융합, 감성적 기호화, 상대적 조화의 특성을 내재한다. ‘감각적 균형’은 평면과 입체, 형태와 컬러, 자연과 형태 등 디자인 요소 간의 감각적 공간 균형의 실험을, ‘상징적 조형’은 단순화된 조형 표현으로 가시화된 오브제의 상징성을 의미한다. 또한 ‘정신과 물질의 융합’은 창조적 조형 구축을 위한 작가의 정신과 기하학적 형태의 융합을, ‘감성적 기호화’는 개인의 직관에 기초한 오브제의 기호화를 구축한다. 더불어 ‘상대적 조화’는 점, 선, 도형, 컬러의 상대적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 시각적 조화를 탐구한다. 반면, 데사우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담론에서는 과학적 실험, 합리적 조형, 수학적 운동, 기능적 공간, 현실과 이상의 탐구라는 특성이 나타난다. ‘과학적 실험’은 광학과 과학 기술을 응용한 조형디자인의 실험을, ‘합리적 조형’은 기하학적 형태와 기계 기술의 통합을 통한 합리적인 평면 혹은 입체 조형의 탐구를 의미한다. ‘수학적 운동’은 수학의 원리와 운동을 접목시킨 유동적 조형디자인 습득을, ‘기능적 공간’은 입체 공간의 모듈화와 재구성이 만들어낸 기능적 공간 활용을 담고있다. 더불어 ‘현실과 이상의 탐구’는 기계화와 그에 따른 인간성 부재 사이에서 이상적 균형을 찾아가는 현대 산업디자인의 특성이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와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특성 고찰을 통해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 ‘과학적 합리성’, ‘공감각적 예술성’, ‘창조적 실험성’이라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이 추출된다. 첫 번째 조형적 속성인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은 객관적 물질과 주관적 감성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기하학적 형태의 본질 탐구를 의미한다. 바우하우스마스터들은 인간에 내재된 이성과 감성의 이중적 속성을 이끌어내어 작가의 관념이 담긴 형태의 기호화를 시도한다. 실례로 발터 그로피우스의 담론 「조형의 관점에서 본 성의 속성」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자연적ㆍ사회적ㆍ정신적 속성을 삼각형, 사각형, 원과 레드, 블루, 옐로우 컬러로 시각화한 것으로 작가의 감성이 만들어낸 이성적 조형의 규정성에 관한 사례이다. 또한, 오스카 슐레머는 1926년의 저서 「Die biihne im bauhaus」에서 연극을 통해 당시 사회의 기계화에 대한 불안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작품 『Triadic Ballet』에서 무용수의 의상을 입체적 컬러 모듈로 제작하고 발레의 동작을 로봇의 움직임으로 규정하여 감성과 이성의 속성을 조화시킨다.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은 세계주의 모더니즘 조형의 기본 요소인 기하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근간이다. 두 번째 조형적 속성은 수학, 과학, 기술의 조형 실험으로 구현된 과학적 합리성이다.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론은 과학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형태, 컬러, 재료의 탐구가 핵심이며 이를 통해 평면 혹은 입체의 기능적 공간 구성 방법을 정립한다. 특히 하네스 마이어는 「Construction」 이론을 제시하며 기능주의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이어의 후임 교장으로 취임한 미스 반 데어 로에는 「Training in building」 이론을 주장하는데, 이는 과학의 기술을 응용한 기능적 공간 구성뿐만 아니라 산업 재료의 감각적 탐구를 통해 과학적 합리성과 예술성을 함께 탐구한 이론이다. 실용적 공간디자인을 바탕으로 구축된 합리적 형태성 추구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또 다른 특성이다. 세 번째 조형적 속성인 공감각적 예술성은 청각, 촉각, 시각의 복합적 공감각으로 구현된 예술적 조형성이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의 마스터들은 청각, 촉각, 시각의 상관관계가 만들어내는 오브제의 본질을 탐구한다. 파울 클레의 「Paths of nature study」 이론은 시각과 촉각의 공감각을 통해 자연의 본질적 형태를 고찰하여 창조적 조형 원리를 탐구한 대표적 사례이다. 더불어 게르트루트 그루노는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을 실험하며 형태와 컬러의 예술성을 교육하는 「Theory of harmony」 이론을 제시한다.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공감각적 디자인 이론을 바탕으로 기하학적 컬러 모듈이 만들어낸 예술적 조형성을 표현한다. 마지막 조형적 속성은 물질적 재료와 비물질적 재료의 융합이 만들어낸 창조적 실험성이다.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재료 이론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재료의 재구성으로 작가의 감성이 담긴 조형디자인을 구현한다. 대표적으로 라즐로 모홀리 나기는 사진의 기술을 활용하여 물질적 산업 재료와 비물질적 재료인 빛을 융합한 포토그램 기법을 개발하며 과거의 조형 표현과 차별화된 현대적 조형디자인의 형식을 만들어낸다. 포토그램 기법은 이후 「Typo Photo」로 확장되어 빛의 움직임과 타이포그래피가 형성한 실험적이고 명료한 형태를 구축한다. 따라서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바우하우스의 재료 이론을 중심으로 재료의 실험이 구축된 창조적 조형성을 표출한다.
Ⅳ. 세계주의 모더니즘을 영감으로 한 패션디자인 전개
1. 디자인 프로세스
본 절에서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개념을 디자인 영감의 원천으로 패션컬렉션 라인을 전개한다. 연구자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디자인 양식을 완성한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이론과 이를 기반으로 추출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을 근거로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체화한다<Table 2>. 본 고의 디자인 개발을 위한 컬렉션 라인의 주제는 『Artistic Realism』으로 인간의 내면에 내재한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적 특성의 모호성과 이중성을 시각화한다. 컬렉션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Abstract Body』이며 이는 개인의 내면과 인식을 구성하는 ‘인간 내면의 본질적 요소’와 스킨, 헤어, 몸의 구조 등 ‘인체의 외적 요소’를 본고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디자인 요소 중 실루엣은 오스카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과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인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 ‘과학적 합리성’, ‘창조적 실험성’을 적용한다. 더불어 연구자는 직물공방의 마스터인 애니 알베르스가 사용한 패치워크 기법을 응용하여 ‘double glen pattern’, ‘ideal tartan pattern’, ‘irregular stripe pattern’, ‘rigorous stripe pattern’의 텍스타일 디자인을 개발한다. 컬렉션 라인은 『True Man』, 『The Gulf』, 『Deep Male Side』로 명명되는 남성복 3착장과 『Nothing』, 『True Woman』, 『Be in Confusion』, 『Act Feminine』, 『Human Realism』이라는 여성복 5착장으로 구성된다<Table 3, 4>.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기능적 형태성’과 ‘재료와 컬러의 예술성’이 융합된 국제적이고 영속적인 특성을 내재한 디자인 양식이다.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특징은 바우하우스의 형태, 컬러, 재료의 연구를 통해 분석되는데 게르트루드 아른트(Gertrud Arndt)가 1923년부터 1924년까지 파울 클레의 기초교육과정 수업에서 기하학적 컬러 모듈 간의 상대성 탐구를 네 개의 작품에 담아낸 <Fig. 2>가 대표적 사례이다.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진 <Fig. 2>의 윗부분에 보이는 여덟 개의 개별 작품은 빨강, 파랑, 노랑의 컬러 원과 삼각형을 중첩시켜 형태와 컬러의 상대적 조화성을 실험한 것이다. 반면, 컬러를 배재한 선의 움직임을 통해 원, 삼각형, 사각형을 탐구한 <Fig. 2> 아랫부분에 위치한 다섯 개의 드로잉 습작은 선의 본질적 속성을 분석한 것이다. 이처럼 클레의 수업은 형태 이론과 컬러 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재료 중심 수업을 진행한 요하네스 이텐과 요제프 알베르스의 학습법과는 차이가 있다. 모듈화된 형태, 개념적 컬러 그리고 실험적 재료가 만들어낸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바우하우스 교육시스템의 근간이다. 본고는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론 연구를 통해 구체화 된 세계주의 모더니즘을 디자인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다.
본 연구의 컬렉션 주제인 『Artistic Realism』은 인간의 내면에 내재한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적 특성의 모호성과 이중성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하는 방법적 계기이며 앞서 분석된 발터 그로피우스가 1920년 제시한 「조형의 관점에서 본 성의 속성」을 연구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요하네스 이텐, 바실리 칸딘스키, 오스카 슐레머, 파울클레 등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은 그로피우스의 젠더 이론에 영향을 받아 수업 과정 중 학생들에게 젠더의 이중적 속성에 대한 고찰을 유도한다(Droste, 2016). <Fig. 3>은 바우하우스의 학생이었던 루트비히 허시벨트 맥(Ludwig Hirschfeld-Mack, 1893-1965)의 작품으로 원, 삼각형, 사각형의 형태와 레드, 블루, 옐로우의 컬러를 사용하여 여성성과 남성성을 탐구한 사례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바우하우스의 형태, 컬러 그리고 젠더의 연구를 근간으로 인간 내면의 성적 특성의 모호성과 이중성을 시각화하기 위해 『Artistic Realism』을 컬렉션의 주제로 정한다.
『Abstract Body』는 인간의 내면을 구성하는 정신적 요소와 스킨, 헤어, 몸의 구조 등 인체의 외적 요소들이 디자인의 미적 특성으로 재해석된 개념적 패션을 상징한다. 본고에서는 정신적 요소의 미적 특성인 ‘인간의 내면에 현존된 여성성과 남성성의 혼재’와 형태적 요소의 특성인 ‘남성과 여성의 인체 특성의 모호화’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표현한다. 디자인 아이덴티티 『Abstract Body』의 이론적 근거는 발터 그로피우스가 1920년 첫 학기에 주장한 「Formlehre」 이론이다. 당시 마스터들은 그로피우스의 이론을 수용하여 형태와 관련된 수업들을 개설한다(Droste, 2016). 로타르 슈라이어는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의 형태를 가르치는 『Schriftformlehre』 수업을 진행하고, 파울 클레는 회화적 형태를 교육하는 『Bildnerische Formlehre』수업을 개발한다(Droste, 2016). 또한, 바실리 칸딘스키는 기초교육과정에서 ‘형태의 기초 요소’와 ‘색채 과정’을 함께 가르친다(Droste, 2016). <Fig. 4>는 안도르 바이닝거(Andor Weininger, 1899-1986)의 작품 『Composition with proportional figure』로 『Formlehre』 이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바이닝거는 인체 비율을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빨강, 파랑, 노랑과 모노크롬 컬러로 구성된 삼각형모듈로 구축한다. 이에 본 연구는 그로피우스의 디자인 이론을 중심으로 인체 내면의 본질적 요소와 인체의 외적 요소를 기하학 모듈과 컬러의 재조합을 통해 재해석한다.
본고의 컬러 콘셉트는 인간의 정신적 요소와 형태적 요소를 탐구한 『The Colors of Body』로, 이는 기초교육과정의 관념적 교육 방식과 발터 그로피우스의 담론이 근거이다. 정신적 요소의 상징 컬러는 그로피우스가 발표한 「조형의 관점에서 본 성의 속성」을 재해석하여 ‘united spiritual yellow’를 추출한다. 그로피우스는 담론에서 옐로우 컬러를 여성성과 남성성을 융합하는 도구로 사용하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것을 인간의 이중적 속성에 대한 내면의 혼재를 담아낸 ‘united spiritual yellow’로 시각화한다. 반면, ‘double conceptual white’는 캔버스의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바우하우스의 기초교육과정에서는 기초 회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캔버스의 면 위에 놓인 기하학적 모듈과 컬러의 대비 그리고 이질적 재료의 융합을 실험하며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도록 유도한다(Whitford, 1984). 이에 본고는 캔버스에서 추출한 ‘double conceptual white’ 컬러를 ‘united spiritual yellow’와 함께 정신적 요소를 상징하는 컬러로 규정한다. 또한,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은 형태, 컬러, 재료의 속성을 이용하여 개인의 관념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교육하는데, 본 연구는 이를 바탕으로 여성과 남성이라는 차별화된 성 속에 내재된 공통적 외적 요소인 헤어, 스킨 등의 컬러를 재해석하여 ‘primary skin beige’, ‘cubic brick brown’, ‘composed dark skin brown’ 컬러를 추출한다<Fig. 5>.
컬렉션 라인의 소재는 이질적 재료에 내재한 이중적 속성을 미학적 관점에서 탐구한 ‘이질성이 만들어낸 재료의 통합’과 ‘이질성이 부각시키는 재료 본질’의 공존이 특징이다<Fig. 5>. 소재 계획은 바우하우스의 마스터들이 시도한 오브제의 속성 실험에 근거한다. ‘오간자’는 라즐로 모홀리 나기가 연구한 빛의 조형성에서 영감을 받아 선택한 소재이다. 모홀리 나기는 오브제의 표면에 닿아 반사된 빛과 그림자의 시각적 조형성을 탐구하는 포토그램 기법을 개발하며 시간과 공간의 융합을 완성한다(Droste, 2015). 반면, ‘모직’은 바우하우스의 직물공방에서 주로 사용된 소재이다. 직물공방의 마스터인 군타 슈톨츠는 모직에 셀로판과 같은 실험적 소재를 혼용하여 이질적 재료가 구축한 시각적 조화를 만들어낸다(Whitford, 1984). 마지막으로 ‘면’은 캔버스의 재질을 표현하는 소재로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기초교육과정 중 회화 기초 수업에서 착안된 재료이다. 본고는 캔버스에 빨강, 파랑, 노랑의 컬러와 기하학 모듈 구성을 표현하였던 기초교육과정을 모티브로 옐로우 컬러의 면소재를 선택한다.
텍스타일 디자인 개발은 형태, 컬러, 재료 이론을 중심으로 구축된 직물공방 작품의 조형적 특성을 근거로 진행된다. <Fig. 6>은 직물공방 마스터인 애니 알베르스가 패치워크 기법을 사용하여 두가지의 서로 다른 스트라이프 패턴을 겹쳐 새로운 기하학적 패턴을 담아낸 작품 『Triple Weave』이다. 알베르스는 작품에서 베이지, 오렌지, 그레이, 블랙의 제한된 컬러와 규정적 스트라이프 패턴의 연속적 배열을 통해 시각적 운동성을 표현한다(Droste, 2016). 이에 본고는 알베르스가 사용한 패치워크 기법을 응용하여 기하학적 형태, 컬러, 재료의 속성을 활용한 4가지의 텍스타일 디자인을 개발한다. 첫 번째 소재는 ‘double glen pattern’이며 울 소재의 글렌 체크를 기하학 모듈로 잘라 재조합한 텍스타일 디자인으로 평면적 재료가 만들어낸 입체적 물성을 구축한다. 두 번째 소재는 ‘ideal tartan pattern’이고 솔리드 울 원단과 오간자 위에 기하학 모듈의 오간자와 실크 테이프를 교차시켜 패치워크한 소재이다. 세 번째 소재는 기하학 형태의 오간자와 실크 테이프를 불규칙적으로 반복하여 패치워크 한 ‘irregular stripe pattern’이며 비규정적 배열의 시각적 유희를 표출한다. 마지막 소재인 ‘rigorous stripe pattern’은 기하학 모듈의 오간자 소재를 규칙적으로 패치워크하여 시각적 운동성을 형성한다. 본 연구는 바우하우스 직물공방의 조형적 특성을 중심으로 개발된 4가지의 텍스타일 디자인을 작품에 적용한다.
본 컬렉션의 실루엣은 오스카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을 근거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인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 ‘과학적 합리성’, ‘창조적 실험성’을 표현한다. 슐레머는 저서 「Die buehneim bauhaus」에서 인간을 인공의 로봇과 대비시켜 인체의 추상화를 완성하며 이전 시대의 예술가와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추상 개념을 정립한다(Kim, 2009). 슐레머는 인간의 움직임이 지구의 중력에 의해 제한됨을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로봇의 기능적 특성을 인체에 대입하고자 한다(Kim, 2009). <Fig. 7>은 슐레머가 제작한 1928년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벽화 디자인 도면으로 기하학 모듈로 구축된 공간에 과학적 추상 이론을 평면적 인체미로 표현한 작품이다. 본고는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과 남성의 인체를 도형 모듈로 재해석하여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을 담아낸 언밸런스 돔 실루엣, 언밸런스 오버 실루엣, 펜슬 슬림 실루엣, H 실루엣, U 실루엣, 오블 실루엣을 컬렉션 라인에 적용한다.
2. 작품 제작 및 해설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지 않는 ‘무(無)’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Ⅰ 『Nothing』은 슬리브리스, 팬츠, 재킷으로 구성된다<Fig. 8, 9, 10>. 메인 컬러로는 인간의 형태적 요소를 상징하는 ‘primary skin beige’와 정신적 요소를 시각화한 ‘united spiritual yellow’를, 서브 컬러는 ‘cubic brick brown’, ‘composed dark skin brown’, ‘double conceptual white’를 사용하여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제한된 컬러의 면 소재로 제작된 슬리브리스와 팬츠는 인간 내면의 혼재된 이중적 성의 속성을 담아낸 것이다. 반면, 재킷은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서로 다른 성별의 외적 무형상성을 표현한 것으로 요하네스 이텐의 기초교육과정 중 재료의 조합을 통해 감각적 예술성을 탐구하는 재료 연구에 영감을 받아 개발된 ‘double glen pattern’과 ‘ideal tartan pattern’으로 제작된다<Fig. 11>. 또한, 오간자와 모직을 함께 사용하여 ‘이질적 재료가 만들어낸 통합’과 ‘이질적 재료가 부각시키는 재료 본성’이라는 이중미를 작품에 함께 담아낸다. 실루엣은 본고에서 재해석한 인체의 외적 형태를 상징하는 언밸런스 돔 실루엣으로 구축되는데, 이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 중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을 내포한다.
작품 Ⅱ 『True Woman』은 인간 내면의 여성성을 시각화한 것으로 라즐로 모홀리 나기가 탐구한 빛의 조형성과 애니 알베르스의 작품 특성이 근거이다. 색 모듈의 평면적 배열과 반복, 평면 재료와 입체 재료의 조합 그리고 복식 구조의 전복과 재구성을 통해 구체화 된 작품 Ⅱ 『True Woman』은 점프 슈트, 랩 스커트, 코트로 구성된 디자인이다<Fig. 12, 13, 14>. 메인 컬러인 ‘primary skin beige’, ‘cubic brick brown’, ‘cubic dark skin brown’은 인간의 형태적 요소를 영감으로 추출된 것이며, 서브 컬러인 ‘united spiritual yellow’, ‘double conceptual white’는 인간 내면의 여성성을 상징한다. 코트는 오간자 소재를 사용하여 모홀리 나기가 탐구한 빛의 조형성을 시각화하고 텍스타일 디자인 개발의 결과물인 ‘ideal tartan pattern’을 사용하여 선의 구축성을 표현한다<Fig. 15>. 랩 스커트는 알베르스의 패치워크 기법을 근간으로 글렌 패턴을 도형 모듈로 해체 후 재조합한 입체적 물성의 ‘double glen pattern’이 특징이며 재킷의 칼라를 변형한 디자인이다. 면 소재를 사용한 점프 슈트는 기초교육과정의 특징인 형태와 색채의 일체화를 영감으로 한 작품으로 기능적 형태와 모더니즘 컬러의 조화를 보여준다. 실루엣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 창조적 실험성이라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을 기반으로 언밸런스 오버 실루엣과 펜슬 슬림 실루엣을 공존시켜 기하학 모듈로 재해석하여 여성의 인체미를 극대화한다.
기하학적 모듈로 재해석된 인간 내면의 남성성을 표현한 『True Man』은 오스카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과 라즐로 모홀리 나기가 연구한 빛의 조형성이 적용된 작품이다. 기하학적 모듈화와 형태의 중첩을 통해 구현되는 시각적 유희가 특징인 작품 Ⅲ 『True Man』의 아이템은 모직, 글렌 패턴 그리고 면 소재가 배합된 슬리브리스 롱 드레스와 오간자 소재의 베스트이다<Fig. 16, 17, 18>. 메인 컬러는 ‘primary skin beige’, ‘cubic brick brown’, ‘united spiritual yellow’이며, 서브 컬러는 ‘cubic dark skin brown’이 사용된다. 슬리브리스 롱 드레스와 베스트는 인체의 움직임과 로봇의 인공미 간의 관계성을 탐구한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 중 과학적 합리성과 창조적 실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슬리브리스 롱 드레스는 견고한 직사각형의 실루엣을 사용하여 남성성을 부각시키고 서로 다른 속성의 소재와 컬러를 매치하여 시각적 상대성을 표현한다. 사각형과 육각형의 도형 모듈이 융합된 형태를 지닌 베스트는 기하학 모듈의 오간자를 교차시켜 만들어낸 ‘ideal tartan pattern’이 특징이다<Fig. 19>. 모홀리 나기는 빛이 내재한 물리적 속성들을 활용한 시각적 표현 연구를 통해 현대 디자인의 과학적 탐구를 시도하는데, 본고는 이를 근거로 오간자 소재를 사용하여 반사, 흡수, 투과와 같은 빛의 속성을 작품에 나타낸다. 또한, 『True Man』은 글렌 패턴의 슬리브리스 롱 드레스 위에 ‘ideal tartan pattern’으로 텍스타일 디자인을 개발한 오간자 베스트를 매치하여 서로 다른 모듈의 중첩을 통한 시각적 유희성을 구축한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혼재가 시작되는 과정을 기하학적 모듈로 담아낸 작품 Ⅳ 『Be in Confusion』은 기초교육과정의 색채 이론과 오스카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을 근거로 디자인한 것이다. 기하학적 형태의 중첩과 융합을 기본으로 제작된 작품 Ⅳ 『Be in Confusion』은 오프 숄더 크롭 탑, 언밸런스 팬츠, 롱 코트로 구성된다<Fig. 20, 21, 22>. 작품은 인간의 본질적 색채인 ‘primary skin beige’와 내적 요소의 혼재를 상징하는 ‘united spiritual yellow’를 메인 컬러로, ‘cubic brick brown’을 서브 컬러로 사용한다. 오프 숄더 크롭 탑과 언밸런스 팬츠는 ‘united spiritual yellow’ 컬러의 면 소재를 사용하여 내면의 혼재를 시각화하는데, 이는 빨강, 파랑, 노랑의 컬러를 통해 개인의 관념을 표출한 기초교육과정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오프 숄더 크롭 탑은 여체의 노출을 통해 여성미를 극대화하고, 스트레이트 스타일의 언밸런스 팬츠는 남성적 이미지를 상징하며 여성성과 남성성의 공존을 표현한다. 드레스 셔츠의 형태를 모티브로 재해석한 롱 코트는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을 근간으로 육각형 모듈의 조합을 통해 남성성을 상징하는 어깨와 여성성을 상징하는 골반의 인체 요소를 부각시킨다. 작품 『Be in Confusion』의 디자인 포인트는 ‘cubic brick brown’ 컬러의 ‘ideal tartan pattern’이다<Fig. 23>. 본고는 롱 코트의 뒷면에 애니 알베르스의 패치워크 기법을 응용한 기하학 모듈을 불규칙적으로 교차시킨 텍스타일 디자인 개발을 적용하여 선의 운동성과 구조적 형태성을 나타낸다. 작품 Ⅳ에 내재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이다.
기초교육과정의 색채 이론과 재료 이론이 근간인 작품 Ⅴ 『The Gulf』는 인간 내면의 서로 다른 성적 요소의 충돌을 상징한다. 평면 재료와 입체재료의 융합, 도형 모듈의 해체와 재조합 그리고 기하학의 기능적 형태성을 통해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 과학적 합리성이라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을 담아낸 『The Gulf』는 롱 드레스와 케이프로 구성된다<Fig. 24, 25, 26>. 메인 컬러인 ‘cubic brick brown’과 ‘composed dark skin brown’은 짙고 어두운 인체의 외적 컬러를 나타낸 반면, 내적 요소의 혼돈의 매개물인 ‘united spiritual yellow’와 ‘double conceptual white’는 작품의 서브 컬러로 서로 다른 성적 속성의 충돌을 부각시킨다. 작품 『The Gulf』의 디자인 포인트는 글렌패턴 원단을 잘라 패치워크 기법으로 재구성한 ‘double glen pattern’이다<Fig. 27>. 본 연구는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소재의 통합을 통해 인간 본성의 혼돈을 시각화하고 기술의 융합으로 2D의 물성과 3D의 물성을 현존시키며 재료의 예술성을 실험한 직물공방의 특성을 표현한다. 롱 드레스는 글렌 패턴의 모직을 기하학 모듈로 해체하여 재조합한 3D 물성의 ‘double glen pattern’과 솔리드 원단에 실크 테이프를 교차시켜 부착한 2D 물성의 ‘ideal tartan pattern’의 융합이 특징이다. 오간자 케이프는 크기가 다른 도형 모듈을 불규칙적으로 패치워크 한 ‘irregular stripe pattern’을 사용하여 평면적 입체성을 표출하고, 사각형 모듈의 케이프의 형태는 관념적 해석을 통해 구현된 인간 본성을 투영한 것이다.
남성복에 여성복의 실루엣을 대입하여 여성성을 표현한 작품 Ⅵ 『Deep Male Side』는 기초교육과정의 형태 이론과 색채 이론 그리고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빛의 조형성을 디자인 요소로 차용한다. 제한된 컬러 모듈의 평면적 재구성을 근거로 전개된 작품 Ⅵ 『Deep Male Side』의 아이템은 도형 모듈의 융합으로 완성된 코트와 팬츠이다<Fig. 28, 29, 30>. 인간의 내면세계를 상징하는 메인 컬러인 ‘united spiritual yellow’는 여성성의 확장을 뜻하며, ‘primary skin beige’, ‘cubic brick brown’, ‘composed dark skin brown’의 서브 컬러는 남성성을 시각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코트는 오간자와 모직의 이질적 속성을 지닌 소재가 함께 사용된다. 글렌 패턴의 모직 소재는 남성성을 나타내는 반면, 오간자는 남성성에 투영된 여성성을 대변한다. 또한, 코트는 불투명한 성질의 모직 위에 오간자 소재를 중첩시켜 빛이 오브제와 만나 나타나는 조형적 형태를 표현한다. 코트의 파워 숄더는 남성의 이미지를, 오각형의 모듈로 구축된 오간자의 형태는 여성의 이미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팬츠의 컬러인 ‘united spiritual yellow’와 ‘primary skin beige’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공존을 상징한다. 작품 『Deep Male Side』의 디자인 포인트는 여성성을 시각화한 색 모듈의 평면적 배열과 언밸런스 실루엣이다. 작품 VI에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 중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 창조적 실험성이 담겨있다<Fig. 31>.
여성성의 모방을 표현한 작품 Ⅶ 『Act Feminine』은 오스카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과 기초교육과정의 형태 이론이 근간이다. 드레스와 베스트로 구성된 『Act Feminine』은 여성 인체의 곡선을 부각시키는 도형 모듈의 실루엣이 돋보이는 작품이다<Fig. 32, 33, 34>. 메인 컬러는 ‘cubic brick brown’, ‘composed dark skin brown’, ‘united spiritual yellow’이며, 서브 컬러는 ‘double conceptual white’이다. 작품의 디자인 포인트는 애니 알베르스의 패치워크 기법을 응용하여 만들어진 텍스타일 디자인 개발이다<Fig. 35>. 인간 내면의 성적 모방성을 상징하는 베스트는 오간자를 기하학 모듈로 잘라 불규칙적으로 패치워크하여 디자인한 ‘irregular stripe pattern’이 특징이다. 빛의 성질과 형태를 표현하고 컬러와 도형 모듈의 일체화를 실현한 소재인 오간자는 세계주의 모더니즘 조형적 특성 중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과 창조적 실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드레스에는 솔리드 원단 위에 실크 테이프를 격자로 겹쳐 재봉한 ‘ideal tartan pattern’이 사용되는데, 이는 서로 다른 글렌 패턴의 모직과 ‘united spiritual yellow’ 컬러의 면을 공존시켜 이질적 재료의 조화를 표출한다. 실루엣은 H 실루엣과 오블 실루엣을 중첩하여 디자인의 여성미를 극대화한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성적 경계를 상징화하여 본 연구가 해석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 Ⅷ 『Human Realism』은 기초교육과정의 형태 이론과 색채 이론,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빛의 조형성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다. 개념적 표현이 만들어낸 컬러 모듈의 해체와 재구성이 특징인 작품 Ⅷ 『Human Realism』의 아이템은 롱 드레스, 롱 베스트, 언밸런스 베스트이다<Fig. 36, 37, 38>. 작품은 ‘united spiritual yellow’를 성적 경계의 모호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컬러로, ‘cubic brick brown’, ‘composed dark skin brown’, ‘double conceptual white’를 인체의 외적 요소를 상징하는 컬러로 규정한다. 롱 드레스는 ‘united spiritual yellow’ 컬러의 면 소재와 간결한 H 실루엣을 통해 컬러와 형태의 일체화를 구축하며 상징성을 부각시킨다. 반면, 롱 베스트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공존을 표현한다. 디자인은 애니 알베르스가 사용한 패치워크 기법을 근거로 솔리드 모직 원단 위에 기하학 모듈의 실크 테이프와 오간자를 패치워크 한 ‘ideal tartan pattern’을 텍스타일 디자인으로 개발하여 선의 반복이 구축한 리듬감을 표출한다. 오간자를 기하학 모듈로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디자인한 언밸런스 베스트는 인간 본성의 상징적 도구이다. 작품에 사용된 오간자 소재는 모홀리 나기의 작품에 나타난 빛의 성질이 만들어낸 과학적 형태성이 투영된 것이다<Fig. 39>. 또한, 오브제의 기하학적 해체와 수학적 재구성을 통해 구축된 견고한 베스트의 형태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성적 경계를 시각적으로 현존시킨 것이다. 작품 VIII에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 중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과 창조적 실험성이 담겨있다.
Ⅴ.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세계주의 모더니즘을 영감으로 한 패션컬렉션 라인을 개발하는 데에 있었다. 본고는 이론 연구와 디자인 개발 연구로 분리 구성된 연결 논문의 두 번째 논문이었다.
본 연구의 결과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바우하우스의 교육목표와 디자인 이론을 근간으로 기능적 예술성을 담은 국제적 디자인 양식으로 밝혀졌으며,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와 데사우 바우하우스 핵심 마스터들의 디자인 이론 분석을 통해 추출된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의 마스터인 발터 그로피우스, 요하네스 이텐, 게르트루트 그루노,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의 디자인 이론은 감각적 균형, 상징적 조형, 정신과 물질의 융합, 감성적 기호화 그리고 상대적 조화의 특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반면,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마스터인 라즐로 모홀리 나기, 요제프 알베르스, 오스카 슐레머, 하네스 마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군타 스톨츠의 담론에서는 과학적 실험, 합리적 조형, 수학적 운동, 기능적 공간, 현실과 이상의 탐구라는 특성이 나타났다. 또한, 마스터들의 디자인 이론의 특성을 기반으로 추출된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조형적 속성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는 객관적 물질과 주관적 감성의 균형을 통해 실현된 이성과 감성의 균형성이었다. 둘째는 수학, 과학, 기술의 조형적 실험이 만들어낸 과학적 합리성이었으며, 셋째는 청각, 촉각, 시각의 복합적 공감각으로 구현된 공감각적 예술성이었다. 마지막은 물질적 재료와 비물질적 재료의 융합이 구출한 창조적 실험성이었다.
본고는 세계주의 모더니즘의 개념과 조형적 특성을 연구자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Artistic Realism』이라는 주제 아래 컬렉션 라인을 최종 결과물로 도출하였다. 『Artistic Realism』은 인간의 내면에 내재한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적 특성의 모호성과 이중성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한 것이었으며, 컬렉션 라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Abstract Body』는 개인의 내면과 인식을 구성하는 인간 내면의 본질적 요소와 스킨, 헤어, 몸의 구조 등 인체의 외적 요소를 재해석한 것이었다. 세계주의 모더니즘이 반영된 디자인 요소 중 실루엣은 오스카 슐레머의 디자인 이론이 모티프였다. 컬러는 ‘primary skin beige’, ‘cubic brick brown’, ‘united spiritual yellow’를 메인 컬러로, ‘composed dark skin brown’, ‘double conceptual white’를 서브 컬러로 사용하였다. 소재는 오간자, 모직, 면이라는 서로 다른 소재의 조합을 통해 ‘이질성이 만들어 낸 재료의 통합’과 ‘이질성이 부각시키는 재료의 본성’이라는 재료가 담고 있는 이중적 속성을 미학적 관점에서 탐구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바우하우스 직물공방 마스터 애니 알베르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double glen pattern’, ‘ideal tartan pattern’, ‘irregular stripe pattern’, ‘rigorous stripe pattern’로 명명되는 4가지의 텍스타일 디자인을 개발하였다. 컬렉션 라인은 『True Man』, 『The Gulf』, 『Deep Male Side』로 명명되는 남성복 3착장과 『Nothing』, 『True Woman』, 『Be in Confusion』, 『Act Feminine』, 『Human Realism』이라는 여성복 5착장으로 전개되었다. 결론적으로 세계주의 모더니즘은 개인의 관념적 아이디어 접근을 근거로 오브제의 모듈화와 컬러 그리고 재료의 예술성을 융합하여 예술의 보편화와 대량생산을 위한 기능화 과정을 실현시키며 현대적 디자인 양식의 법칙을 구축하였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석사학위 청구논문의 일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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