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Theses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0, No. 6, pp.68-91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0
Received 10 Oct 2020 Revised 30 Nov 2020 Accepted 09 Dec 2020
DOI: https://doi.org/10.7233/jksc.2020.70.6.068

발터 그로피우스 「형태 교육(Formlehre)」 이론의 조형적 속성을 적용한 현대 패션디자인 분석 :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를 중심으로

김이슬 ; 박신미
국립안동대학교 의류학과 박사과정
국립안동대학교 의류학과 부교수
An Analysis on the Formative Features of Walter Gropius’s 「Formlehre」(Form Training) in Modern Fashion Design : Focusing on Fashion Design from the 1920s to the 1960s
Yiseul Kim ; Shinmi Park
Doctoral Course, Dept. of Clothing & Textiles, Andong National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Dept. of Clothing & Textiles, Andong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Shinmi Park, email: fashion@anu.ac.kr

Abstract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formative features of Walter Gropius’s Formlehre theory as manifested in fashion design from the 1920s to the 1960s. The questions driving the research are as follows. First, what are the concepts underlying Walter Gropius’s Formlehre theory, and what forms the core of Formlehre theory, the Bauhaus masters’ extension of Gropius’s theory? Second, how do the formative features of the Formlehre theory manifest themselves? Third, which formative features of Formlehre theory are displayed in fashion design from the 1920s through to the 1960s? The research methods used are literature review and content analysis. The research examines the essential features of the Formlehre theory to address its research questions by analyzing books on Bauhaus, the Bauhaus declarations containing its aim and direction, and magazine columns. Additionally, the paper identifies articles on Paris, Rome, New York, and London collections and designer boutiques that Vogue published in New York from the 1920s to the 1960s. It then analyzes 646 pieces from the articles featuring the dual forms of modularity and geometric shapes. The analysis of the Bauhaus masters’ theory reveals that the Formlehre theory has the following formative features: defined abstractness, simplicity, balance, transcendence, inevitability, motility, synesthesia, fusion, dynamics, objectivity, relativity, and harmony. Moreover, many of these seminal features of the Formlehre theory exhibited in fashion designs from the 1920s to the 1960s. Fashion design in the 1920s showed formative simplicity, abstract flat structures, and modular decoration, while the 1930s introduced playful color contrasts, the continuity of geometric modules, and fluid voluminous shapes. Fashion in the 1940s presented moderate forms and decorations, unity in shapes and colors, and concisely prescribed volume. 1950s fashion experimented with flat and 3D modules, structural dynamics, and relative balance, whereas the 1960s displayed planar three-dimensionality, playful motility, and fused synesthesia attributes.

Keywords:

Bauhaus, formative art design, 「Formlehre」 theory, modern fashion design, Walter Gropius

키워드:

바우하우스, 조형디자인, 「형태 교육」 이론, 현대 패션디자인, 발터 그로피우스

Ⅰ. 서론

1. 연구 배경

형태의 규격화와 모듈화는 20세기 이후 산업디자인과 패션디자인의 양식을 이전의 스타일과 차별화하는 조형적 특징이다. 대량생산이 산업의 전반을 주도하게 된 18세기 중반 이후 예술가들은 규격화와 모듈화를 통한 형태 구축에 관심을 둔다. 특히, 바우하우스(Bauhaus)는 변화된 사회적 요구에 따라 기존의 미술공예 학교를 개혁하고 기능성과 예술성이 융합된 교육 과정을 구축하며 기능적 형태 탐구를 통해 현대 조형디자인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바우하우스의 수장인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1883-1969)가 디자인 교육의 핵심으로 제시한 「형태 교육(Formlehre)」 이론에 기초한 것이다. 「형태 교육」 이론은 작가 개인의 미의식을 자유롭게 표현하여 공예의 예술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제품을 규격화한 기초 형태 이론이다(Droste, 2016). 바우하우스 기초교육과정의 마스터들은 「형태 교육」 이론을 근거로 형태와 관련된 수업을 개설하여 개인의 미의식과 세계관이 중심이 되는 복합적 조형 표현 방식을 탐구한다(Droste, 2016). 근대시대 복식과 명확히 차별화되는 1920년대 이후 현대 패션디자인에서도 형태, 컬러, 재료의 탐구를 통한 기하학적 조형미가 두드러지는데 이 역시 그로피우스의 「형태 교육」 이론이 근간이다.

선행 연구 분석 결과, 발터 그로피우스에 관한 연구는 Jung & Kim(2012)이 그로피우스가 바우하우스에서 보여준 변혁적 리더십에 대해 분석하였고, Yi(2016)가 그로피우스의 1919년 「Bauhaus Manifest」 원문을 해석하여 바우하우스의 교육 이념과 사회적 영향을 고찰하였다. 또한, 현대 패션디자인의 형태성에 관한 연구는 Wang(2012)이 형태변이 이론을 중심으로 분할, 적응, 병합, 왜곡을 응용한 삼차원적 조형 원리를 제시하였고, Nam(2015)이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원형을 다룬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b. 1938)와 이사벨 톨레도(Isabel Toledo, b. 1961)의 작품 사례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Yi & Kwon(2017)은 비유클리드 기하학 중 위상기하학의 조형적 특성을 영감으로 한 패션디자인 작품을 제시하였고, Song & Kan(2020)은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문학의 특성을 기반으로 현대 패션디자인의 조형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이에 본고는 선행연구의 연구 대상이 아니었던 기능적 디자인을 위한 기초 형태 이론인 그로피우스의 「형태 교육」이론을 분석하여 20세기 초ㆍ중반 패션디자인의 조형적 특성을 밝히고자 한다.

19세기 이전 복식과 차별화된 20세기 현대 패션디자인의 단순성은 현재 1920년대에 패션디자인의 현대화가 이루어졌다는 개괄적인 분석이 단행본(Baudot, 1999; Lee & Park, 2011)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거나, 개별 디자이너 작품의 조형성(Cho, 1994; Choi, 2004; Kwak, 2009; Lee, 2001; Yoo & Kim, 2002)이 고찰되어 있을 뿐 근대 복식과 다른 패션디자인 현대화의 원류가 분석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므로 본고에서 심층 분석할 근대 복식과 차별화된 현대 패션디자인 조형 원리의 근간과 특성 추출은 필요한 연구 영역이다.

2. 연구 목적 및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발터 그로피우스 형태 교육이론의 조형적 속성을 적용하여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패션디자인을 분석하는 데에 있다. 연구목적 달성을 위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그로피우스 「형태 교육」 이론의 개념은 무엇이며, 이를 근거로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이 확장한 「형태 교육」 이론의 핵심은 무엇인가이다. 둘째는 그로피우스와 마스터들의 이론을 통해 추출된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은 어떻게 나타나는 가이다. 셋째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시대별 패션디자인 작품에 나타난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특성은 무엇인가이다.

본고의 연구 방법은 문헌 연구와 내용 분석이다. 본 연구는 앞서 제시한 연구 문제 해결을 위해 바우하우스 관련 서적과 그로피우스가 실제로 발표한 선언문, 잡지 칼럼을 분석하여 「형태 교육」 이론의 본질적 속성을 고찰한다. 또한, 연구자는 초기 형태 교육 마스터로 임명된 9인과 바우하우스 출신 기초교육과정 마스터 2인 중 형태 교육의 핵심 개념을 정립한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 1888-1967),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 Nagy, 1895-1946),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 1888-1933),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1888-1943)의 교육 과정과 디자인 이론을 분석한다. 더불어 본고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뉴욕 『Vogue』 잡지에 기재된 파리, 로마, 뉴욕, 런던 컬렉션과 각 도시별 디자이너 부티크 관련 기사를 1차 추출하고, 이중 형태의 모듈화와 기하학적 조형미가 특징인 작품 646점을 분석하여 현대 패션디자인에 나타난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특성을 추출한다.


Ⅱ. 발터 그로피우스의 「형태 교육」 이론과 마스터들의 형태 교육 이론 분석

1. 발터 그로피우스의 「형태 교육」 이론

「형태 교육」 이론은 발터 그로피우스가 1920년 바우하우스 설립 선언문 「Bauhaus Manifesto」에서 발표한 교육 이론이다. 이 개념은 작가의 관념을 기반으로 공예의 예술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대량생산 시스템에 적합한 제품 형태의 규격화를 실현하고자 한 바우하우스 설립 목표의 핵심이다(Wingler, 1976). 「형태 교육」 이론은 독일의 심리학자 막스 베르트하이어(Maximilian Wertheimer, 1880-1943), 쿼트 코프카(Kurt Koffka, 1886-1941), 볼프강 퀼러(Wolfgang Kohler, 1887-1967)에 의해 주도된 심리 형태론인 게슈탈트(Gestalt) 이론에서 영향을 받는다. 게슈탈트 이론은 인간의 감각이 형태, 컬러, 재료의 부분적 요소를 통합하여 단순하지만 유의미한 조형으로 지각된다고 주장한 담론이다. 베르트하이어는 1912년 게슈탈트 이론의 토대를 구축한 「Experimental Studies on the Perception of Movement」에서 가현운동을 중심으로 감각 자극이 만들어낸 특정 형태의 지각적 융합을 통해 인간의 지각 현상을 탐구한다(Goodwin, 2005). 이후, 베르트하이어는 1923년 논문 「Laws of Organization in Perceptual Forms」에서 ‘형과 배경의 분리’, ‘인접성과 유사성이 형성한 집단화’, ‘조화적 연속성’이라는 게슈탈트 이론의 세 가지 기본 원리를 제시한다(Goodwin, 2005). 「형태 교육」 이론 역시 게슈탈트 이론의 심리학적 사고와 같이 감성과 이성의 융합이 구축한 기하학적 형태성에 대해 논의한 것인데, <Table 1>의 다이어그램에 나타난 것처럼 그로피우스는 게슈탈트 이론을 근거로 마스터들의 교육이 인간의 감각과 관념을 통해 인지된 형태, 컬러, 재료의 모듈화 그리고 조화의 탐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The Characteristics of 「Formlehre」Theory and Master’s Form Trainings

바우하우스 설립 초기 발터 그로피우스는 「형태 교육」 이론을 교육 과정에 직접 반영하기 위하여 공예의 가치를 수용하는 개혁파 화가 8인과 조각가 1인으로 구성된 형태 교육 마스터 9인을 임용한다(Whitford, 1984). 형태 교육 마스터들의 역할은 기초교육과정과 공방과정의 조형 교육에서 학생들이 기하학, 컬러, 재료의 본질적 속성과 각 영역의 상호보완적 관계 탐구를 통해 조형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제품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Table 1> 중간에 제시된 기초교육과정의 형태 교육 특성에는 개인의 관념성을 기반으로 창조성 추출을 목표로 하는 심리 특성 탐구 수업과 형태, 컬러, 재료를 통해 조형의 실체를 학습하는 형태 표현 방법론 수업이 모두 포함된다. 본능적 감각의 활용과 작가의 내적 세계관을 가시화하는 심리 탐구 수업은 형태 표현 방법론 수업의 근간으로 이 두 수업의 융합을 통해 오브제의 본질적 형태 탐구, 색채와 형태의 일체화와 시각적 대비 탐구 그리고 이질적 재료의 조화와 산업과 자연 재료 간의 실험적 탐구라는 기초교육과정의 형태 교육 수업의 체계가 구축된다. <Table 1>의 마지막 부분은 공방과정의 이론 교육프로그램을 설명한 것으로 인간학과 색채 세미나 수업의 병행을 통해 관념성과 기능성의 융합이라는 조형 교육의 목표를 실현한다. 공방과정에서 학생들은 기초교육과정에서 습득한 창조적 조형 표현 방법을 기반으로 제품디자인을 제작할 수 있도록 이론 교육을 받는다. 인간학에서 학생들은 관념적 사고와 감정을 내재한 비일상과 인체의 실체적 행동 결과인 일상을 통해 철학적 사고의 관념과 실용적인 이성의 조화를 학습한다(Shin, 2019). 반면, 색채 세미나에서는 학습자가 인지하는 색채 모듈의 대비와 상대성 탐구를 통해 개인적 관념의 표출 방법을 습득한다. 그로피우스는 1919년에 요하네스 이텐, 리오넬 파이닝거(Lyonel Feininger, 1871-1956), 게하르트 마르크스(Gerhard Marcks, 1889-1981)를, 1920년부터 1922년에는 오스카 슐레머, 게오르크 무헤(Georg Muche, 1895-1987), 파울 클레, 바실리 칸딘스키, 로타르 슈라이어(Lothar Schreyer, 1886-1966) 그리고 1923년에는 라즐로 모홀리 나기를 초빙한다(Whitford, 1984). 또한, 1925년에는 모홀리 나기의 기초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할 마스터로 졸업생 요제프 알베르스와 요스트 슈미트(Joost Schmidt, 1893-1948)를 발탁하여 형태 교육의 체계를 완성한다.

2.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형태 교육」 이론 분석

1) 요하네스 이텐: 인간 내면의 정신적 요소가 시각화된 형태성

요하네스 이텐의 형태 교육 핵심은 인간 내면의 정신적 요소가 시각화된 형태성을 훈련하는 것이다<Fig. 1>. 이텐은 1913년 아돌프 횔첼(Adolf Hölzel, 1853-1934)에게 모듈의 규격화와 색채 대비 교육을 받은 후 자신의 조형 관념을 확립한다(Wick, 2000). 작가의 감정과 회화의 형태 법칙이 결합 될 때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이 도출된다는 횔첼의 관념은 이텐이 삼각형(A), 사각형(B), 원형(C)을 예술적 감성의 기본 형태로 규정한 ABC 이론의 근간이다(Wick, 2000). ABC 이론을 기반으로 이텐은 조형의 본질적 속성을 분석하고 기본 형태들의 재구성을 통한 창조적 조형 표현의 가능성을 실험한다(Wick, 2000). 또한, 이텐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성 부재를 비판하며 본질로의 회귀를 강조한다. 이에 이텐은 독일을 거점으로 20세기 초 유럽에 정착한 이란의 사회개혁 대용 종교 마스더스난(Mazdaznan)에 심취하고 인간 정신의 본질인 선(善)의 개념이 투영된 내면 수양을 중요시한다(Cimino, 2003). 바우하우스 재직 후 이텐은 선 사상을 적극적으로 생활에 적용하여 채식, 단식, 명상 등으로 구성된 자신만의 내면 수양 규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절제 속에서 표출되는 예술적 감성의 본질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일일 생활계획표의 모든 활동의 근간을 정신 수양의 과정으로 규정한 이텐은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명상 시간을 가지는데 「형태 교육」 이론 그 자체가 정신 수양을 기반으로 작가의 잠재된 창의력을 추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Fig. 1>

Form Training of Johannes Itten (Figure by researchers, 2020)

요하네스 이텐의 사상이 투영된 형태 교육 이론은 형의 기초 원리를 탐구하는 정밀 묘사 수업과 형, 색, 재료에 내재한 대비 원리 수업이다. 정밀 묘사 수업은 역사 속 작가들의 작품 답습과 자연물 묘사로 구성된다. 형태 구성의 기초 원리와 구조 이해를 학습하는 정밀 묘사 수업은 중세 시대 말 작가들의 작품 답습을 기반으로 한다(Kwon, 1996). 이 수업은 화가 시절 고대 이집트 조각과 건축을 통해 기하학적 형태를 분석하거나 중세 시대 세밀화에서 선의 리듬을 습득한 이텐의 경험을 응용하여 기획된 것이다(Wick, 2000). 학생들은 선의 형태와 면의 명암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중세 양식의 특징인 평면성, 빛과 어두움의 관계성을 이해하고 시각적 리듬이 만들어낸 평면적 운동성을 습득한다. 반면, 자연물 묘사 수업은 나무의 결, 돌의 표면과 같은 자연의 원리가 만들어낸 형태의 본질을 학습하는 교육으로, 이 과정에서는 사물의 기초 형태와 시각적 감성과 감각을 훈련한다(Whitford, 1984). 또한, 이텐은 인간의 인식이 서로 다른 특성의 대비로 형성된다고 주장하며 대비의 원리를 조형 교육의 기초 논리로 제시한다. 학생들은 재료의 질감, 색 모듈, 형태 간의 대비 속성을 탐구하는 교육을 받는데, 특히 재료 질감 탐구와 색 모듈 연구는 이텐이 기초교육과정에서 강조한 핵심 개념이다. 재료 질감 탐구 수업은 학생들이 종이, 나무, 유리, 금속 등 서로 다른 재료들의 시각적ㆍ촉각적 관계성을 통찰하고 자신의 감성에 부합하는 재료의 특성을 인지하여 재료에 대한 개인적 관념을 정립하는 방법을 교육한다(Whitford, 1984). 이와 다르게 색 모듈 연구는 이텐이 자신의 조형 담론인 ABC 이론에 요한 폴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색채론을 적용하여 형태와 색채의 융합과 채도, 명도, 보색 등 색채 원리의 시각적 체계를 완성한 학습 과정이다(Wick, 2000). 따라서 이텐의 정밀 묘사 수업은 관념적ㆍ자연적 형태의 기초를 탐구하여 학습자 자신이 스스로 적합한 조형표현 방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반면, 대비 원리 수업은 학생들이 형태, 컬러, 재료의 본질적 속성 간의 시각적 대비 실험을 통해 관념적 인지와 예술적 감성을 동시에 습득하도록 구성된다.

2) 바실리 칸딘스키: 평면과 입체 형태와 컬러의 공감각적 탐구로 도출된 융합적 형태성

바실리 칸딘스키 형태 이론의 특징은 평면과 입체 형태와 컬러 간의 공감각적 탐구로 도출된 융합적 형태성이다<Fig. 2>. 바우하우스 마스터로 활동하기 전 이미 칸딘스키는 「Concerning the Spiritual in Art」를 집필하며 자신의 예술론을 정립한다. 칸딘스키는 심리를 기반으로 한 지각과 관념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이 현대 예술의 조형 원리임을 입증하며 미래의 예술이 서로 다른 장르가 융합된 종합 예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Kandinsky, 2000). 특히, 청각적 경험인 음악과 시각적 경험인 시각 예술의 융합은 칸딘스키가 공감각적 사고를 투영한 종합 예술이론의 핵심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칸딘스키가 1912년에 발표한 연간지 「Blue Rider Almanac」의 내용 중 The Yellow Sound는 음악, 청각과 시각적 움직임, 형태, 컬러의 종합적 분석을 통해 공감각적 조형 요소의 표현 방법이 제시된 것이다(Whitford, 1984).

<Fig. 2>

Form Training of Wassily Kandinsky (Figure by researchers, 2020)

바우하우스 재직 후 바실리 칸딘스키는 자신이 정리한 공감각의 융합적 속성을 중심으로 기하학적 형태와 기호화된 컬러 간의 관계에 집중한 분석적 드로잉과 Composition 이론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을 제시한다. 오브제의 본질적 형태를 찾는 과정을 학습하는 분석적 드로잉은 오브제의 단순 모방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목표이다. 칸딘스키는 학생들에게 두꺼운 판자와 선반, 나무 조각, 자 등으로 만든 정물 오브제의 부피와 밀도의 차이에 집중하여 오브제 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표출되는 시각적 긴장감을 선과 구조로 분석하도록 가르친다(Wigler, 1976). 점, 선, 도형을 기반으로 1단계에서 4단계까지로 분석된 오브제는 심화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오브제의 실체가 사라지고 오브제의 본질적 형태인 추상성만이 남는다(Wigler, 1976). 반면, Composition 이론은 칸딘스키가 규정한 기하학의 기호 요소와 빨강, 파랑, 노랑의 회화 요소 간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칸딘스키는 기하학의 시작인 점이 언어에서 끝맺음을 의미하는 마침과 공백을 나타내는 침묵의 기호이며, 언어 중 텍스트가 사라지고 오로지 점만이 화면에 남으면 그 점은 회화의 실체가 된다고 주장한다(Kandinsky, 2004). 점의 운동성과 방향성 실험을 통해 점을 선, 면, 입체로 확장한 칸딘스키는 평면과 입체의 기하학을 기호 요소로 정립한다. 기하학과 다르게 컬러는 개인적 관념이 투영된 시각적 온도와 명도를 중심으로 따뜻하고 밝음, 따뜻하고 어두움, 차갑고 밝음, 차갑고 어두움으로 분류되어 시각과 촉각의 공감각적 속성을 지닌 회화의 요소로 규정된다(Kandinsky, 2004). 회화 요소의 공감각적 분석을 기하학에 투영시킨 칸딘스키의 Composition 이론은 평면 속 컬러와 형태의 일체화 고찰이 입체 공간의 실험으로 확장되어 컬러, 형태, 평면, 입체 그리고 공간 구성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학습과정의 근거가 된다. 이와 같이 학생들은 분석적 드로잉을 통해 감성과 객관성이 공존하는 예술 표현 방법을, Composition 이론에서는 기호 요소와 회화 요소의 연관성으로 도출된 공감각의 내적 긴장을 탐구하여 개인의 내적 관념을 형태에 투영시키는 방법을 습득한다.

3) 파울 클레: 자연 오브제와 조형 요소 간의 유기적 상관관계의 분석을 통해 추출된 주관적 형태성

파울 클레의 형태 교육은 자연 오브제와 조형 요소 간의 유기적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주관적 형태성을 탐구하는 것이다<Fig. 3>. 이성과 감성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적 방향성의 혼재가 마스터들 간 일어난 시기에 임용된 클레는 기존의 감성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관에서 벗어나 이성적 실용학문으로서 예술의 가치를 인식한다(Partsch, 2006). 이는 클레가 개인의 예술성에 물리학적 모델을 투영시켜 실용적 「형태 교육」 이론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클레의 바우하우스 「형태 교육」 이론은 예술과 자연의 상관관계 분석, 움직임을 통한 회화의 공간 구성 그리고 창작 과정에서 직관과 지성의 역할 분석의 세 가지 목표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Wick, 2000). 예술과 자연의 상관관계 분석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외적 시각과 내적 통찰을 통합하는 근거라는 것이다(Wick, 2000). 반면, 움직임을 통한 회화의 공간 구성은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 오브제의 움직임을 통해 회화 구성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며, 창작 과정에서 직관과 지성의 역할 분석은 미적 창의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Wick, 2000).

<Fig. 3>

Form Training of Paul Klee (Figure by researchers, 2020)

파울 클레는 선의 운동성에 대한 고찰과 서로 다른 컬러 모듈 간의 시각적 조화라는 형태 교육이론을 제안한다. 선의 운동성에 대한 고찰은 자연의 구조적 형태 탐구를 통해 조형의 기본 형태를 능동적, 일관적, 수동적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다(Whitford, 1984).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능동적 형태는 특정한 목표 지점이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선을 통해 구축되며, 일관적 형태는 지속적으로 같은 형태를 이룬다는 것이다(Whitford, 1984). 형태에 컬러가 관입된 수동적 형태는 본질적으로 능동적 속성을 지닌 컬러 모듈에 의해 형태를 구축하는 선의 역할이 수동적으로 전환된 상태이다(Whitford, 1984). 학생들은 클레의 세 가지 선의 운동성을 기초로 자연의 모티프를 주관적 선으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형태 조형 법칙을 만들어낸다. 반면, 서로 다른 컬러 모듈 간의 시각적 조화는 요한 폴프강 폰 괴테, 필립 오토 룽게(Philip Otto Runge, 1777-1810),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 등의 색채 이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클레는 학생들이 기존 작가들의 컬러에 대한 탐구를 토대로 각 컬러에 내재한 시각적 상대성을 실험하며 조형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경험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Whitford, 1984). 클레는 가시적 혹은 비가시적 자연의 공간을 기하학적 컬러 모듈의 조화로 표현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외적 시각과 내적 통찰의 융합을 실천한다. 학생들은 클레의 색채 수업을 통해 서로 다른 컬러의 무게감, 이질적 컬러 간의 점진적 변화 단계 등을 스스로 규정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배우며 컬러 모듈 간의 시각적 조화를 습득한다. 곧, 클레의 형태 이론은 자연의 유기적ㆍ주관적 선으로 구축된 도형 모듈과 컬러의 시각적 운동성을 실험하여 작가의 주관적 관념의 객관화를 실현한다.

4) 라즐로 모홀리 나기: 형태, 컬러, 재료와 과학 기술의 융합으로 구축된 실험적 형태성

라즐로 모홀리 나기는 형태, 컬러, 재료와 과학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낸 실험적 형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Fig. 4>. 예술가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진지하게 탐구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미적 재능을 표출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한 모홀리 나기는 자신의 예술적 미의식을 ‘빛, 색, 형태의 탐구를 통한 내면의 힘과 건축의 구조적 힘의 표현’이라 규정한다(Wick, 2000). 이후 1918년 소비에트 혁명으로 인해 모홀리 나기는 헝가리를 떠나 비엔나와 베를린으로 망명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1878-1935), 엘 리시츠키(El Lissitzky, 1890-1941), 블라디미르 타틀린(Vladimir Tatlin, 1885-1953) 등 러시아 작가들의 관념적이고 공학적인 조형 접근 방식을 습득한다(Wick, 2000). 이는 모홀리 나기가 사진을 통한 새로운 시각 재구성을 탐구하게 된 계기이다(Whitford, 1984). 새로운 형식의 시도인 사진 조형 작품을 1921년 구성주의전(Constructivism)에 출품한 모홀리 나기는 이를 계기로 발터 그로피우스에게서 바우하우스 교수직을 제안받고 1923년에 기초교육과정 형태 마스터로 임명된다. 기초교육과정에서는 이미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가 정신적 요소로부터 발현되는 회화 중심의 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모홀리 나기는 이와 다르게 보수적 예술의 본질보다 기계 원리를 형태 이론에 적용하는 것에 집중하여 학생들의 기계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Fig. 4>

Form Training of Laszlo Moholy Nagy (Figure by researchers, 2020)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형태 교육은 균형 훈련과 빛과 사진을 활용한 창조적 형태 실험이다. 균형 훈련은 이질적 재료를 사용하여 공간 구성과 균형을 탐구하는 수업으로 건축의 구조와 형태를 이해하기 위한 입체 조형의 기초 훈련이다. 모홀리 나기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재료 모듈로 공간을 구성하고 전체 공간의 시각적 이미지를 사고하도록 교육한다. 학생들은 모홀리 나기의 수업에서 나무, 유리, 돌 등의 재료를 철사와 끈으로 연결해 역동적인 구조를 만들고 구조물 안에서 느껴지는 공간과 중량의 균형 감각을 습득한다(Kwon, 1996). 반면, 빛과 사진 기법을 활용한 창조적 형태 실험은 회화를 기반으로 한 표현 방법과 자연에서 추출된 재료를 사용하던 기존 마스터들의 수업과 달리 빛과 사진 기법을 이론 수업에 도입하여 차별화된 형태 교육을 시도한 것이다. 또한, 모홀리 나기가 1920년부터 탐구해온 사진 기법 중 포토몽타주(photomontage) 기법을 확장하여 만들어낸 포토그램(photogram) 기법은 대표적인 빛과 사진의 형태적 표현 방법이다. 포토그램 기법은 감광지와 광원 사이에 투명, 반투명, 불투명한 오브제를 올려놓고 노광시켜 추상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사진 기법이다(Whitford, 1984). 학생들은 이 기법을 통해 형태의 명료성, 정확성, 명암의 배합 등의 새로운 예술적 표현과 비전을 학습한다(Whitford, 1984). 따라서 모홀리 나기 형태 교육의 핵심은 서로 다른 재료의 재구성을 통해 시각적 균형을 교육하고 비가시적 재료와 가시적 재료의 상관관계를 탐구하여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추상 양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5) 요제프 알베르스: 작가의 관념성으로 재해석된 재료의 내적 속성을 활용한 창조적 형태성

요제프 알베르스는 작가의 관념성으로 재해석된 재료의 내적 속성을 활용한 창조적 형태성을 탐구한다<Fig. 5>. 바우하우스 학생 시절 알베르스는 함께 교육을 받았던 헝가리 출신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 1908-1997)와 시각 예술에 심취한다. 특히, 알베르스는 ‘사각형에 대한 경의(The Homage to the Square)’라는 명제 아래 사각형의 시각적 구성을 회화 작업에 적용한다(Wick, 2000). 또한, 알베르스는 기초교육과정에서 요하네스 이텐,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의 지도를 받으며 형태와 컬러의 관계 그리고 재료의 아상블라주를 실험한다. 당시 재료의 이해와 응용력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뛰어났던 알베르스는 유리를 응용한 아상블라주와 스테인드글라스의 재해석으로 주목받는다(Kim, 2019). 쓰레기 수거장의 유리와 철사를 재활용한 알베르스의 작품은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 표현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재료의 특성이 극대화된 표면, 의외적 컬러의 조합 그리고 사각형의 조형적 구성이 만들어낸 시각적 구성이 특징이다. 발터 그로피우스는 알베르스가 시도한 재료의 복합적 조형 구성에 주목하여 1921년 기초교육과정의 보조 마스터로 그를 임명하였고, 2년 후 알베르스는 기초교육과정과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의 형태 교육 마스터가 된다(Whitford, 1984).

<Fig. 5>

Form Training of Josef Albers (Figure by researchers, 2020)

요제프 알베르스는 사각형 컬러 모듈의 중첩이 만들어낸 시각 예술의 유희성과 공간성 그리고 재료의 아상블라주 실험을 통해 재료와 형태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종이의 내적 속성이 형성한 형태의 다차원적 가능성을 학습하는 기초교육과정 수업을 개설한다. 알베르스는 예술가의 조형 표현 능력이 명료하고 분명해지는 것은 한정적 조형 표현 수단과 재료의 탐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업에서 최소한의 도구와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할 것을 학생들에게 주문한다(Wick, 2000). 또한, 알베르스는 자신의 예술에 대한 신념이 건축적 공간성을 기반으로 확장된 사고의 원천이며 이것이 종국에는 종이라는 한정적 재료만으로도 형태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주장한다(Whitford, 1984). 종이는 쉽게 형태 변형이 가능하고 부드러움과 견고함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도구로 역동적인 조형 훈련이 가능하다. 알베르스는 이러한 속성을 학생들이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수업에 현장학습을 포함해 학생들과 판지 상자를 만드는 공장을 방문하여 종이 속성의 장단점을 생산 현장에서 직접 토론하고 재료 본질의 성질과 변형된 형태의 속성을 학습하도록 한다(Whitford, 1984). 알베르스의 경험 중심 수업방식은 절개, 매듭, 펀칭 등을 활용하여 종이 본연의 속성을 직접 탐구하거나 혹은 단추, 핀, 풀 등의 추가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재료 본질적 속성을 극대화한 조형물을 간접적으로 탐구하는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종이의 속성을 경험하도록 구성된다. 따라서 알베르스의 기초교육과정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주어진 재료의 본질적 속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평면과 입체 구조의 탐구 방법 훈련을 통해 공간 구성의 기본 원리를 습득한다.

6) 오스카 슐레머: 인체의 형태와 움직임을 기하학으로 재해석한 3차원적 형태성

기초교육과정과 연극공방의 형태 교육 마스터로 활동한 오스카 슐레머는 인체의 형태와 움직임을 기하학으로 재해석한 3차원적 형태성에 집중한 다<Fig. 6>. 슐레머는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간의 정신이 기계적 편의성보다 우위에 있음을 인지하고 고결한 예술의 대상인 인간의 외형을 관념적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한다(Shin, 2019; Wick, 2000). 1914년 콜로뉴 전시회에서 슐레머는 원근법이 배제된 배경 위에 수학적 공식을 기반으로 재해석된 인체 오브제를 배열하여 구조적 평면성이 특징인 새로운 벽화를 선보인다(Whitford, 1984). 이 작품을 계기로 슐레머는 바우하우스의 벽화공방과 조각공방의 초빙 마스터로 활동을 시작하고, 1923년에 이르러 기초교육과정과 연극공방의 조형 교육을 관장하는 정식 마스터가 된다.

<Fig. 6>

Form Training of Oskar Schlemmer (Figure by researchers, 2020)

인간의 정신, 본성, 영혼, 신체 등을 탐구하는 인간학과 인체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3차원적 형태를 실험하는 인간 형태론 수업은 오스카 슐레머가 이끄는 기초교육과정과 연극공방 조형 교육의 핵심이다. 인간학은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분석하여 형태에 적용하는 수업인데 초기 인체 드로잉 실기와 다르게 점차 인간 내면의 사고와 감정의 원리를 탐구하는 관념 중심의 수업으로 전환된다(Shin, 2019). 슐레머의 관점에서 작가는 인간의 정신, 인체 그리고 물리적 상태와 자연환경의 다각적 관계성을 근거로 작품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것이 인간학 교육의 기반이다. 반면, 인간 형태론에서는 평면적으로 표현한 인체의 움직임을 3차원의 기하학 형태에 투영시켜 인체의 움직임과 공간과의 관계 그리고 이를 시각화하는 과정을 학습한다. 연극공방 수업의 핵심인 이 수업은 무대예술을 인체의 움직임으로 인지하고 공간적, 시각적 형상을 도형 모듈로 재해석한 것이다. 또한, 슐레머 조형 교육의 집합소인 연극공방의 이론 수업은 무대 조형의 기본요소인 공간, 형태, 컬러, 음향, 운동, 빛을 연구하는 과정으로 인체를 기계와 수학의 원리로 탐구하여 단순화된 기하학적 모듈로 분절하고 각각의 모듈에 서로 다른 컬러를 관입시켜 인체의 운동성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반면, 실무 수업 과정에서는 오페라, 연극, 발레 등 무대 연출을 의뢰받아 의상, 가면, 소도구 등의 시각적 오브제의 직접 제작한다(Kwon, 1996). 슐레머는 이 수업을 통해 시각적 오브제가 비시각 요소인 언어, 음악 등과 조우하는 과정을 통해 바우하우스만의 추상적 무대예술 형식이 창조된다고 주장한다. 곧, 시각과 비시각의 추상성을 기반으로 인간의 본성을 고찰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탐구하여 이를 3차원적 조형 원리에 접목한 슐레머 형태 교육의 핵심은 연극공방을 통해 실현된다.


Ⅲ.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과 현대 패션디자인의 조형성 특성 고찰

1.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추출

「형태 교육」 이론의 개념을 중심으로 바우하우스의 형태 교육 마스터들은 본능적 관념과 경험적 지각의 관계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 빗물질과 물질의 관계성, 이질적 요소의 시각적 관계성을 분석하며 형태, 컬러, 재료의 관념적 접근 방법과 규격화된 조형 표현 방법을 교육한다. 마스터들의 네 가지 관계성 탐구를 통해 본 연구에서 추출된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은 다음과 같다.

1) 본능적 관념과 경험적 지각의 관계성: 규정적 추상성, 단순성, 균형성

본능적 관념과 경험적 지각의 관계성은 개인의 본능과 경험된 시각적 지각 탐구를 통해 미적 세계관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관계성 탐구를 기반으로 요하네스 이텐은 관념화된 규정적 형태 이론을,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는 형태와 컬러의 상대적 균형 이론을 제시한다. 또한, 라즐로 모홀리 나기와 요제프 알베르스는 재료의 구조적 균형 탐구를 시도하고, 오스카 슐레머는 인간의 철학적ㆍ생물학적 속성을 모듈화하는 조형 원리를 구축한다. 사례를 살펴보면, <Fig. 7>은 칸딘스키의 이론 수업에서 유진 바츠(Eugene Batz)가 시도한 형태와 컬러 간의 관계 탐구 습작으로서로 다른 형태와 컬러 간의 균형을 실험한 결과이다. 칸딘스키는 수업 시간에 원,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아치형과 같은 도형 모듈과 레드, 옐로우, 블루로 규정된 컬러를 사용하여 개인의 본능적 관념과 경험적 지각으로 형태와 컬러 간의 시각적 균형을 탐구하도록 유도한다(Wigler, 1976). 더불어, 클레는 추상적 형태란 새로운 자연을 창조하는 도구라고 주장하며 가시적 혹은 비가시적 자연의 형상을 컬러 모듈로 시각화하여 외적 시각과 내적 통찰의 융합을 제안한다<Fig. 8>. 반면, 종이의 속성을 재구성하고 탐구한 알베르스 수업의 학생 습작인 <Fig. 9>는 네 개의 개별 작품을 조합한 것이다. 왼쪽 첫 번째 작품은 정사각형 종이의 한쪽 모퉁이를 점점 큰 사각형 형태로 오려내어 쌓아 올린 구조물이고, 두 번째 작품은 길게 잘라낸 동일한 기하학 형태의 모듈을 연결한 육각기둥 구조물이다. 세 번째 작품은 같은 형태의 입체 모듈로 종이를 접고 연속으로 관입시켜 반원의 형태를 구축한 습작이고, 네 번째 작품은 규칙적인 기하학 모듈로 잘라낸 평면 모듈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입체 조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마스터들이 탐구한 본능적 관념과 경험적 지각의 관계성은 개념적 조형 표현인 규정적 추상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조형 요소의 단순성 그리고 공간 구성의 균형성이라는 조형적 속성을 내포한다.

<Fig. 7>

Assignment from Kandinsky’s Course, Eugene Batz, 1929-1930 (Wigler, 1976, p. 3)

<Fig. 8>

The Color Plan, Paul Klee, 1920s (Wick, 2000, p. 249)

<Fig. 9>

Material Exercises with Paper, Photography by Erich Consemuller, 1928 (Wick, 2000, p. 179)

2)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 초월성, 필연성, 운동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은 인간에게 초월적 존재인 자연의 운동성과 인간 운동성 간의 필연적 상관관계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이는 형태 교육 마스터들 중 파울 클레와 오스카 슐레머의 수업을 통해 구체화된다. 클레는 중력과 같은 우주의 초월적 힘이 만들어낸 물리적 속성을 기반으로 컬러의 상대적 속성을 규정하는데, <Fig. 10>은 레드와 그린 컬러 간의 시각적 관계가 서로 대칭됨을 입증하기 위해 원의 운동성을 진자 운동의 삼각형 구조로 실험한 사례이다. 반면, 슐레머는 인간의 내면과 외면의 고찰을 통해 자연의 초월적 힘을 극복하기 위해 움직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로봇의 원리로 단순화한다. 실례로, 형태의 본질인 기하학을 활용하여 인간 움직임의 본질을 탐구한 슐레머는 1924년에서 1925년에 걸쳐 제작한 자신의 벽화 작품 『Passerby』 속 인간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1929년 자료인 <Fig. 11>에는 『Passerby』 탐구의 과정이 단계별로 드러나는데 수직, 수평, 사선, 곡선, 아치, 원, 육면체로 분절된 작품 속 인간의 모습은 자연의 운동성과 인간의 운동성 간의 역동적 관계를 실험한 결과이다(Wick, 2000). 또한, <Fig. 12>는 연극공방의 이론 과정에서 슐레머가 공연 『Triadic Ballet』을 위해 인간의 형태를 모듈화한 계획서로 기하학적 컬러 모듈로 분절된 인체의 움직임과 운동성을 실험적 공간에 재구성한 것이다. 이 마스터들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 탐구를 통해 자연 원리의 초월성, 인간의 운동성 그리고 조형 요소로 시각화된 자연 원리와 인간의 필연성이라는 조형적 속성을 작품에 담아낸다.

<Fig. 10>

Diametral Movement of Color, Paul Klee, 1920s (Wick, 2000, p. 247)

<Fig. 11>

Analyses of the Painting 「Passerby」, Oskar Schlemmer, 1929 (Wick, 2000, p. 281)

<Fig. 12>

Plan of Figurines for the 「Triadic Ballet」, Oskar Schlemmer, 1927 (100 years of Bauhaus, n.d.)

3) 비물질과 물질의 관계성: 공감각성, 융합성, 역동성

비물질과 물질의 관계성은 인간 혹은 자연의 비물질적 속성과 조형 요소의 물질적 속성의 융합적 관계를 통해 형태와 컬러가 만들어내는 역동적 구조를 실험한다. 이 관계성은 바실리 칸딘스키와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형태 교육」 이론에서 나타난다. 형태와 컬러의 대비를 탐구한 칸딘스키는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적 속성을 활용하여 형태와 컬러에 내재한 시각적 운동성과 촉각적 속성을 밝힌다. 칸딘스키가 색의 따뜻함과 차가움을 기준으로 옐로우와 블루의 관계를 탐구한 습작인 <Fig. 13>은 컬러에 내재된 심리, 공감각, 내적 움직임의 속성을 세분화한 것이다(Wick, 2000). 반면, 모홀리 나기가 1922년부터 1930년에 걸쳐 제작한 『Light- Prop』인 <Fig. 14>는 빛,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의 기하학적 구조물을 활용하여 동적 공간을 재구성한다. 모홀리 나기는 이 작품을 통해 구성주의, 빛, 기계, 기술의 관계성을 연구한다. 또한, 포토그램 기법을 개발한 모홀리 나기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로 새로운 시각적 조형 표현을 구축하는데, <Fig. 15>는 1925년에 제작된 포토그램 기법 작품으로 비물질적 속성인 빛이 만들어낸 원형과 선의 역동적 구조가 특징이다. 이처럼 비물질과 물질의 관계성이 적용된 마스터들의 작품에는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성, 비가시적 속성과 가시적 속성 간의 융합성 그리고 서로 다른 감각과 속성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역동성이라는 조형적 속성이 나타난다.

<Fig. 13>

Contrasting Pair I: Yellow-Blue, Wassily Kandinsky, 1920s (Wick, 2000, p. 203)

<Fig. 14>

「Light Prop」, Laszlo Moholy Nagy, 1922 (Wick, 2000, p. 139)

<Fig. 15>

Photogram, Laszlo Moholy Nagy, 1925 (Wick, 2000, p. 134)

4) 이질적 요소의 시각적 관계성: 객관성, 상대성, 조화성

이질적 요소의 시각적 관계성은 서로 다른 형태, 컬러, 재료 간의 객관적 관계를 중심으로 시각적 상대성과 조화를 탐구한다. 이는 기초교육과정과 조형 교육에서 강조한 핵심으로 모든 마스터의 「형태 교육」 이론에 나타난다. 요하네스 이텐은 컬러와 재료의 속성 대비를 통해 시각과 촉각을 활용한 구조 원리를,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는 서로 다른 색 모듈의 시각적 상관관계를 교육한다. 또한, 라즐로 모홀리 나기와 요제프 알베르스는 이질적 재료의 속성을 재구성하여 정립한 예술적 관념을 형태 교육에 적용하며, 마지막으로 오스카 슐레머는 인간학과 과학 간의 이질성과 필연성 분석을 통해 입체적 컬러 모듈의 조화를 탐구한다. <Fig. 16>은 이텐의 재료 수업에서 막스 브론스틴(Max Bronstein)이 나뭇가지, 종이, 구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시각적 율동성을 실험한 습작으로 질감의 대비를 구조적 형태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 이텐이 컬러의 채도, 명도, 보색의 원리를 탐구하여 규정한 color circle인 <Fig. 17>은 서로 다른 컬러의 시각적 속성을 연구한 결과이다. 또한, 재료의 대비를 실험한 작품 <Fig. 18>은 알베르스가 1921년에 작업한 유리 아상블라주인 『Rhenish Legend』이다.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재사용 유리를 다양한 두께의 철사프레임 속에 가두어 부조로 만든 이 작품은 빛이 투과될 때 나타나는 유리 모듈의 시각적 속성과 이질적 소재가 발현해 내는 컬러의 유희, 형태의 구조적 조화를 표현한 것이다(Wick, 2000). 곧, 이질적 요소의 시각적 관계성 탐구를 통해 도출된 조형적 속성은 형태, 컬러, 재료의 속성이 지닌 객관성과 더불어 이러한 객관성을 바탕으로 나타난 서로 다른 속성 간의 상대성 그리고 구조적 조화성으로 추출되었다.

<Fig. 16>

Material Study, Max Bronstein, 1920s (Wick, 2000, p. 113)

<Fig. 17>

A Color Circle, Johannes Itten, 1921 (Droste, 2016, p. 23)

<Fig. 18>

「Rhenish Legend」, Josef Albers, 1921 (Wick, 2000, p. 167)

2.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패션디자인에 나타난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특성 분석

본 절에서는 앞서 추출된 발터 그로피우스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을 근거로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패션디자인의 조형적 특성을 분석한다<Table 2>1).

1) 1920년대: 형태적 단순성, 추상적 평면성, 규정적 장식성

1920년대 패션디자인은 평면적 기하학 모듈의 탐구를 통해 구축된 규정적 조형미가 특징으로 형태적 단순성, 추상적 평면성, 규정적 장식성의 조형적 특성을 내포한다. 형태적 단순성은 도형 모듈을 기반으로 한 기능적 실루엣 탐구를 의미하는데, 이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단순성, 객관성을 근간으로 한다. 반면, 추상적 평면성은 개인의 관념이 내재된 서로 다른 기하학 컬러 모듈이 추상적 평면으로 재구성된 것으로 추상성, 균형성, 융합성, 조화성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정적 장식성은 비즈, 태슬, 레이스, 퍼와 같은 단일 재료 혹은 복합 재료의 모듈화와 규칙적 플리츠가 만들어낸 규정적 조형미를 실험하는 특성으로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단순성, 균형성, 융합성, 조화성이 나타난다. 패션디자이너들은 기하학 모듈의 반복과 서로 다른 컬러 모듈의 재구성을 통해 도형 모듈이 지닌 규정성과 절제미를 실루엣과 텍스타일디자인에 반영한다. 패션 부문에서 모더니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되는 이 시기 디자이너들은 형태적 기능성과 감각적 장식성 간의 균형 구축을 통해 관념이 투영된 평면적 기하학 구조를 탐구한다.

1920년대에 활동한 대표 디자이너로는 장 파투(Jean Patou, 1887-1936),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 1879-1975), 잔느 랑방(Jeanne Lanvin, 1867-1946),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 1883-1971),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 1825-1895), 제니(Jenny), 루시앵 를롱(Lucien Lelong, 1889-1958) 등이 있으며, 이들은 평면적 도형 모듈을 활용하여 모닝웨어(morning wear), 에프터눈웨어(afternoon wear), 이브닝웨어(evening wear), 스포츠웨어(sports wear), 코트웨어(coats wear)로 구성된 컬렉션 라인을 발표한다(Vogue’s fortnightly, 1926). 모닝웨어와 에프터눈웨어는 스트레이트 실루엣을 기반으로 한 재킷, 블라우스, 스커트, 드레스로 구성되며 간결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반면, 스포츠웨어는 컬러 모듈의 재구성과 플리츠 기법을 통해 추상적 평면 모듈의 유희성을 표현하는데, 이는 기능적 운동복임과 동시에 젊은 도시 여성들을 위한 일상복 디자인으로도 제안된다(Vogue’s fortnightly, 1926). 마지막으로 이브닝웨어와 코트웨어는 기하학을 모티프로 한 규정적 장식성이 두드러진다. 디자이너들은 비즈, 태슬, 퍼 등의 재료를 선의 형태로 모듈화하거나 평면 혹은 입체 패턴의 수학적, 기하학적 배열을 기반으로 간결한 도형 모듈에 장식성을 담아낸다. 사례를 살펴보면, 비오네의 1920년 작품인 <Fig. 19>는 사각형 모듈을 연속 배열한 페탈(petal) 에프터눈 드레스로 직선적 실루엣의 형태적 단순성이 특징이다. 반면, 재킷, 블라우스, 스커트로 구성된 샤넬의 1923년 에프터눈 테일러드 슈트 <Fig. 20>은 사각형 모듈의 불규칙적 배열이 프린팅된 풀라드(foulard) 원단이 특징이며 스커트에 플리츠 기법을 적용한 기능주의 디자인이다(Dominique, 1923). 또한, 파투는 1927년 여름 에프터눈웨어로 서로 다른 컬러 모듈의 패턴이 프린팅된 크레이프 데 신 드레스(crépes de chine dress)를 선보인다<Fig. 23>. 그린, 옐로우, 블랙, 화이트의 삼각형 모듈을 불규칙적으로 배열한 이 작품은 추상적 평면성을 표현한 대표 사례이다. <Fig. 21>은 뉴욕 『Vogue』의 1925년 11월 15일에 게재된 파리 모드에 대한 기사의 일부이다. 기사 중 위의 4개 디자인은 샤넬의 직선적 실루엣의 이브닝드레스, 기하학 패턴의 스포츠웨어, 플리츠 기법의 모닝웨어, 그레이와 네이비 컬러의 대비가 두드러진 에프터눈웨어로 형태적 단순성과 규정적 장식성이 특징이다. 반면, 아래 디자인 중 왼쪽 두 작품은 몰리뉴(Molyneux)의 에프터눈 앙상블로 트위드 소재 위에 플리츠 기법으로 만든 원형 모듈을 트리밍하여 절제된 장식미를 표현한 것이다(Paris modes, 1925). 또한, 르네(Renée)의 앙상블인 세 번째와 네 번째 작품은 선의 규정성과 유동성이 만들어낸 평면적 추상성을 나타낸 것이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파투와 폴 푸아레(Paul Poiret, 1879-1944)의 이브닝드레스인데, 파투는 Bordeaux-red 컬러의 벨벳 소재에 퍼 트리밍을, 푸아레는 블랙 컬러의 벨벳 소재에 화이트와 골드 컬러가 섞인 리넨 소재를 칼라, 소매, 스커트에 매치하여 절제된 장식성을 표출한다(Paris modes, 1925). 를롱과 워스의 작품이 소개된 <Fig. 22>는 평면적 추상성이 표현된 스포츠웨어 디자인들이다. 를롱 작품인 왼쪽과 가운데 디자인은 베이지 컬러와 다크 브라운 컬러의 선모듈을 활용한 나선형의 추상적 패턴과 스트라이프 패턴이 특징인 반면, 워스의 작품인 오른쪽 디자인은 코트의 안감과 베스트 점퍼에 격자 패턴을 사용하여 운동과 여행을 즐기는 세련된 여성을 위해 제안된 앙상블이다.

2) 1930년대: 컬러 대비의 유희성, 기하학 모듈의 연속성, 유동적 부피의 조형성

1930년대 패션디자인은 컬러의 대비와 드레이퍼리 기법을 통한 도형 모듈의 연속성 그리고 여체가 존중된 세밀한 유동적 부피의 조형성이 특징이며 컬러 대비의 유희성, 기하학 모듈의 연속성, 유동적 부피의 조형성이라는 조형적 특성이 나타난다. 컬러 대비의 유희성은 서로 다른 시각적 속성을 지닌 컬러 모듈의 배열이 구축한 유희성과 역동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균형성, 역동성, 상대성, 조화성을 내재한다. 이와 다르게 기하학 모듈의 연속성은 평면 혹은 입체적 기하학 모듈의 반복을 통해 시각적 운동성을 탐구하는 특성으로 운동성과 역동성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이 그 근간이다. 유동적 부피의 조형성은 소재의 속성으로 구축된 섬세한 부피감이 인체와 만나 형태적 유동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것은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균형성과 운동성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당시 패션 디자이너들은 프린팅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1920년대 디자인에서 보인 텍스타일 디자인의 절제된 장식미에서 벗어나 핑크, 옐로우, 레드, 블루 등의 컬러 대비가 만들어낸 시각적 유희성을 표현한다. 또한, 스트레이트 실루엣과 로우 웨이스트 라인이 주류를 이루었던 1920년대 디자인과 달리 1930년대 디자인은 드레이퍼리 기법을 통해 기능적이면서도 몸에 자연스럽게 밀착된 롱 앤 슬림 실루엣이 출현하는데, 이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형성되는 주름의 섬세한 조형미가 특징이다(Close-up of, 1935).

1930년대 대표 디자이너들은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 1890-1973), 잔느 랑방, 가브리엘 샤넬, 마담 그레(Madame Grès)로 알려진 앨릭스(Alix, 1903-1993), 마들렌 비오네, 매기 루프(Maggy Rouff, 1896-1971) 등이 있다. 특히, 스키아파렐리는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와 같은 동시대 예술가들과 직접 교류하며 서로 다른 컬러 모듈의 대비, 색 대비의 연속성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컬러 패턴을 구축한다. 반면, 마담 그레는 고대 그리스 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드아레이퍼리 기법을 활용하여 부드러운 소재의 속성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부피의 조화를 실험한다(Close-up of, 1935). 스키아파렐리의 이질적 컬러, 비오네와 그레의 입체적 공간 조화 탐구는 이 시기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주어 컬러 대비를 활용한 스트라이프 패턴과 그리스, 아라비안, 페르시안, 힌두 등의 드레이퍼리 스타일이 유행한다(Close-up of, 1935). 1932년 2월 1일 뉴욕 『Vogue』의 파리 컬렉션 컬러와 소재 트렌드 기사를 살펴보면, 1930년대에는 블루, 옐로우, 레드계열의 컬러와 모직 소재가 트렌드임이 나타난다<Fig. 24>. 기사에 소개된 모직물의 컬러는 블루 계열의 cornflower-blue, nattier-blue, greyish azure-blue, horizon-blue, several bright navy-blues, 옐로우 계열의 corn-yellow, straw-yellow, pale mandarin, salmon, blond, pale yellow-beige, 레드 계열의 sunset-rose, flame, tomato가 주류를 이루고 water-green, pistache-green, old-ivory, light toffee, havana-brown이 서브 컬러로 제시되어 있다(Paris builds, 1932). 이러한 컬러는 모더니즘의 빨강, 파랑, 노랑 컬러를 도시 여성들이 활동 시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색채로 재해석한 것이다. 같은 해 발표된 랑방의 이브닝드레스인 <Fig. 25>의 왼쪽 작품은 Raphaol-blue 컬러 계열의 서로 다른 채도 모듈을 조합한 디자인이며, 오른쪽 작품은 cherry-pink 컬러의 케이프드레스이다(From a preraphaelite, 1932). 랑방은 같은 컬러 계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세한 채도의 차이를 활용하여 부드러운 색의 대비와 드레이퍼리 기법이 구축한 유동적 부피의 조형미를 작품에 담아낸다. 반면, <Fig. 26>은 스키아파렐리의 1935년 이브닝드레스로 핑크 컬러의 직사각형 가장자리에 레드 컬러의 원형 모듈이 프린팅된 원단을 나선형으로 드레이퍼리한 것이 특징으로, 이 작품은 인도 여성의 전통 의상인 사리(sari)의 착용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Shirring, 1935). 또한, 작품은 컬러 모듈의 연속 배열과 나선형의 구조를 통해 시각적 역동성을 나타낸다. 같은 해의 또 다른 스키아파렐리의 작품 <Fig. 27>은 블랙 컬러의 벨벳, 레드 컬러의 실크, 골드 컬러의 금속 실로 만들어낸 스트라이프 패턴이 특징으로 색의 유희가 극대화된 것이다(Black spiked, 1935). 이 시기에는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컬러의 스트라이프 패턴이 슈트, 이브닝코트, 프록 코트, 드레스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적용되어 시각적 유희성을 표현하는 요소로 사용된다. 스키아파렐리의 1937년 모슬린(mousseline) 드레스인 <Fig. 29> 역시 핑크 컬러에 옐로우 컬러 사선 모듈을 연속적으로 배열하여 이질적 컬러의 시각적 상대성을 표현한 것이다. 이질적 컬러의 연속성과 유희성에 집중한 스키아파렐리의 디자인과 달리 <Fig. 28>의 루프와 마담 그레의 디자인은 드레이퍼리 기법이 만들어낸 섬세한 주름의 부피가 두드러진다. 루프는 유사한 부피의 주름이 뒷면에 풍성하고 연속적으로 배열된 케이프와 간결한 그레이 컬러 쉬폰 드레스의 대비되는 착장의 극단적 실루엣을 통해 역동적 형태성을 표현하였고, 그레는 어깨와 스커트 밑 부분의 불규칙적 주름으로 유선형의 실루엣을 구축하여 유동적 부피의 형태성을 디자인에 담아낸다.

3) 1940년대: 형태와 장식의 절제성, 형태와 컬러의 일체성, 규정된 컬러 모듈의 간결성

1940년대 패션디자인은 절제된 형태성과 평면 혹은 입체적 장식성 그리고 규정적 컬러 모듈로 표출된 간결한 실루엣이 특징이며, 이 시기 작품의 조형적 특성은 형태와 장식의 절제성, 형태와 컬러의 일체성, 규정된 컬러 모듈의 간결성이다. 형태와 장식의 절제성은 불필요한 형태의 재구성과 장식성을 없애고 인체에 최적화된 드레스메이킹 구성법을 구축하는 것으로, 단순성과 객관성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이 내포되어 있다. 반면, 형태와 컬러의 일체성은 단일 컬러와 형태를 일체화시켜 하나의 조형 요소로 표현하는 것으로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규정적 추상성, 단순성, 융합성을 기반으로 한다. 더불어, 규정된 컬러 모듈의 간결성은 테일러드 혹은 드레이퍼리 기법으로 견고한 입체적 컬러 모듈을 재구성하고 간결한 도형 모듈의 조형성을 탐구하는 것으로 규정적 추상성, 단순성, 조화성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이 드러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40년대 초ㆍ중반 패션디자인은 앙상블 중심의 드레스메이킹 슈트와 코트 드레스가 주류를 이룬다. 디자이너들은 1930년대 디자인의 특징이었던 드레이퍼리 기법을 절제된 형태로 재킷, 스커트에 적용한다. 또한, 강렬한 컬러의 대비가 두드러진 1930년대 디자인과 달리 이 시기 디자인은 형태와 단일 컬러가 일체화된 앙상블이 보인다. 더불어, 종전 이후인 1940년대 후반에는 규정된 입체 컬러 모듈의 탐구를 통해 tucked-up sides, pyramid silhouette, folded panel과 같이 견고한 실루엣을 나타난다(Paris midseasons, 1947; The news, 1949).

1940년대에 활동한 대표 디자이너들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obal Balenciaga, 1895-1972),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 1906-1978), 마담 그레, 엘자 스키아파렐리,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 1905-1957), 피에르 발맹(Pierre Balmain, 1914-1982), 자크 파트(Jacques Fath, 1912-1954) 등이다. 이들 중 발렌시아가와 제임스는 1940년대 초ㆍ중반에 허리 라인과 스커트에 제한된 드레이퍼리 기법을 적용하거나 단일 컬러를 사용한 슈트를 개발한다. 또한, 1940년대 후반에는 발렌시아가, 제임스, 디오르, 발맹을 중심으로 규정된 컬러 매스를 활용한 조형적 실루엣의 탐구가 진행된다. 발렌시아가의 1941년 작품인 <Fig. 30>은 허리부터 힙 라인까지 드레이퍼리 기법과 모듈의 중첩을 활용하여 형태와 장식의 절제성을 강조한 사례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베이지 컬러의 울 라이딩 재킷(beige wool riding-jacket)인 첫 번째 작품은 힙 부분에 원단을 입체재단으로 중첩한 것이며, 가운데 디자인인 블랙 울 드레스는 힙 라인에 입체재단으로 균일하고 절제된 주름을 구축한 것이다. 반면, 가장 오른쪽 작품인 코코아 브라운 컬러의 울 슈트는 기하학 모듈의 띠를 허리와 힙 라인에 사선으로 중첩한 것이다. 제임스의 1944년 드레스인 <Fig. 31>은 바이어스 입체재단 기법으로 구축된 구조적 볼륨이 특징인 작품이다. 1945년 1월 1일 뉴욕 『Vogue』에 게재된 파리컬렉션 기사에 수록된 발렌시아가, 스키아파렐리, 에르메스(Hermès), 니나 리치(Nina Ricci, 1883-1970), 워스, 를롱, 잔느 파퀸(Jeanne Paquin, 1869-1936), 파투 디자인의 드로잉들은 형태와 컬러의 일체성과 형태와 장식의 절제미가 특징인 드레스메이킹 슈트와 코트 드레스로 레드, 블루, 블랙의 단일 컬러가 주류를 이룬다<Fig. 32>. 1948년 디오르의 티어드 벨 크리놀린 코트인 <Fig. 33>은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핀 체크 패턴 모듈을 일정한 간격으로 중첩하여 피라미드 실루엣을 만들어낸 것이다. 디오르는 7겹으로 중첩된 기하학 모듈의 시각적 조형미를 탐구하며 형태와 장식의 절제성과 규정적 컬러 모듈의 간결성을 작품에 담아낸다. <Fig. 34>는 파트의 1949년 서로 다른 채도의 옐로우 컬러와 부피의 차이가 보이는 두 가지 스타일의 트라이앵글 코트로 왼쪽 디자인은 크기가 다른 두개의 삼각형 모듈을 중첩한 슬리브리스 코트이며, 오른쪽 디자인은 삼각형 형태의 견고한 오버사이즈 코트로 사선을 따라 연속 배열된 단추가 특징이다. 이 작품들은 컬러와 형태의 일체성과 규정된 컬러 모듈의 간결성이 드러난다.

4) 1950년대: 평면과 입체 모듈의 실험성, 구조적 역동성, 상대적 균형성

1950년대 패션디자인은 평면과 입체 기하학 모듈의 재구성을 통해 서로 다른 모듈의 시각적 균형을 실험한 견고하고 역동적인 실루엣이 특징이며, 이 시기 작품에는 평면과 입체 모듈의 실험성, 구조적 역동성, 상대적 균형성의 조형적 특성이 두드러진다. 평면과 입체 모듈의 실험성은 평면과 입체의 이질적 모듈을 해체, 재구성하여 실험적 형태성을 탐구하는 것으로 균형성, 융합성, 상대성, 조화성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이 나타난다. 또한, 구조적 역동성은 서로 다른 도형 모듈의 입체적 구성이 만들어낸 시각적 역동성을 의미하며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균형성, 상대성, 조화성을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적 균형성은 평면과 입체 그리고 서로 다른 도형 모듈과 컬러가 지닌 상대적 속성들의 시각적 균형을 구축하는 것으로 균형성, 융합성, 상대성, 조화성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이 담겨있다. 1940년대에 규정된 컬러 모듈의 간결성을 탐구하였던 디자이너들은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평면과 평면, 입체와 입체의 유사한 부피의 모듈 혹은 평면과 입체의 대비로 구축된 이질적 부피 모듈의 조합을 통해 시각적 역동성이 강조된 드레스와 슈트를 선보인다.

195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와 오트 쿠튀르 하우스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 1927-2018), 장 데세(Jean Desses, 1904–1970), 마담 그레, 엘자 스키아파렐리, 그리고 잔느 랑방 작고 후 1950년부터 1963년까지 랑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안토니오 카스틸로(Antonio Castillo, 1908–1984)의 랑방-카스틸로(Lanvin-Castillo) 등이 있다. 이들 중 디오르와 발렌시아가는 부피 차이의 실험적 탐구를 통해 다양한 실루엣 라인을 탐구한다. 디오르는 튜닉 라인, 오블리크 라인, 튤립 라인과 같은 인체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자연스러운 곡선과 인위적 곡선의 융합이 만들어낸 우아미를 부피의 차이로 나타낸다(From Dior, 1950; Dior’s tulip day-line, 1953). 반면, 발렌시아가는 셔링, 플리츠, 플라운스 등을 응용하여 입체적 볼륨의 균형을 구축한다(Balenciaga, 1957). 디오르와 발렌시아가의 형태 연구는 당대 디자이너들에게 도형 모듈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조형미에 관한 관심을 끌어내는 계기가 된다. 사례를 살펴보면, 1950년 9월 1일 뉴욕 『Vogue』는 파리 디자이너들의 튜닉 라인, 오블리크 라인, 스카프 라인을 소개한다<Fig. 35>. <Fig. 35> 맨 윗줄의 튜닉 라인 디자인들은 사각형의 기본 튜닉 형태에 벨트를 매치하여 입체적 부피를 구축한 코트, 재킷, 드레스이며 왼쪽부터 그리프(Griffe), 몰리뉴, 데세의 작품이다. 튜닉 디자인 라인 중 세 번째 작품인 몰리뉴의 태피터 슈트는 서로 다른 크기의 삼각형을 중첩한 벨 스커트와 간결한 재킷을 착장시켜 입체 모듈의 중첩이 만들어낸 조형미의 확장성을 표현한다. 반면, 중간 줄의 오블리크 라인의 디자인들은 앞 여밈을 사선으로 커팅하거나 혹은 스커트에 비스듬한 턱을 잡아 여성의 인체미를 강조한 것으로 디오르, 몰리뉴, 자크 파트, 그레의 드레스, 코트, 슈트 작품이 구성되어있다. 특히, 오블리크 라인의 첫 번째 작품인 디오르의 드레스는 허리에 사선으로 드레이핑된 모듈과 오블리크 포켓이 포함된 코르셋이 착장된 것으로 여체의 유선형이 강조된 조형성이 특징이다. 이와는 다르게 스카프 라인의 사례인 <Fig. 35>의 마지막 줄 디자인들은 기하학 모듈의 스카프 형태를 칼라, 벨트, 볼레로에 적용한 디오르, 스키아파렐리, 파트, 데세의 작품들이다. 스카프 라인의 가장 오른쪽 작품인 스키아파렐리의 작품은 블랙 컬러의 플란넬(flannel) 드레스와 격자 패턴의 스카프 모듈을 사선 방향으로 중첩한 볼레로 착장을 통해 평면과 입체의 이질적 부피가 구축한 시각적 역동성을 표현한다. 같은 해 발표된 <Fig. 36> 발렌시아가의 더블 벌룬(double-balloon) 이브닝웨어는 셔링 트리밍으로 제작된 케이프와 드레스로 구성되며 입체 모듈의 조형미를 실험한 것이다. 반면, 디오르는 평면과 입체 모듈의 균형을 탐구하는데 1955년 디자인인 <Fig. 37>이 대표 작품이다. 슬리브리스 튜닉 코트와 드레스로 구성된 이 작품은 평면적 A 라인과 입체적 A 라인이 조화가 특징이다. 랑방-카스틸로의 1956년 케이프인 <Fig. 38>과 지방시의 1959년 코트 <Fig. 39>는 입체 모듈의 형태성 탐구를 통해 실루엣을 구현해낸 것이다. 랑방-카스틸로는 옆선에 트임을 통해 움직임에 따라 나타나는 역동적인 U 실루엣을 작품에 담아낸다. 또한, 지방시는 퍼, 브로케이드, 벨벳 등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평면 모듈의 재조합으로 입체적 부피를 구축한다(Givenchy ideas, 1959).

5) 1960년대: 평면적 입체성, 유희적 운동성, 공감각적 융합성

1960년대 패션디자인은 도형 모듈의 연속성, 서로 다른 컬러의 대비, 공감각적 속성을 내재한 재료의 융합이 만들어낸 유희적 운동성이 특징이며 평면적 입체성, 유희적 운동성, 공감각적 융합성의 조형적 특성이 나타난다. 평면적 입체성은 대비되는 동일한 형태의 컬러 모듈을 연속 배열하여 평면과 입체의 시각적 모호화를 실현시킨 것으로 「형태 교육」 이론의 규정적 추상성, 운동성, 역동성, 상대성이라는 조형적 속성을 내포한다. 반면, 유희적 운동성은 도형 모듈의 형태, 이질적 컬러, 서로 다른 기능의 재료를 복합적으로 재구성하여 시각적 운동성이 보장되는 조형미를 탐구하는 것이며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균형성, 운동성, 융합성, 역동성, 상대성, 조화성이 나타난다. 이와 다르게 공감각적 융합성은 시각과 촉각,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 감성을 형태, 컬러, 재료에 투영시키는 것으로 균형성, 공감각성, 융합성이라는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60년대 초 패션디자이너들은 1950년대와 같이 평면과 입체 모듈의 균형성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1963년 이후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은 사이키델릭 아트와 옵아트의 영향으로 서로 다른 컬러 모듈의 평면적 재구성을 통해 시각적 유희와 운동성을 표현하였고, 반면 프랑스 디자이너들은 옵아트를 영감으로 기하학적 모노크롬 컬러 모듈의 간결한 대비와 공감각적 소재 모듈의 재구성을 통해 평면적 입체성과 시각적 운동성을 구축한다(Italian boutiques, 1964; Paris, 1965). 또한, 이 시기 제임스 갈라노스(James Galanos, 1924-2016), 장 루이(Jean Louis, 1907-1997)와 같은 미국 디자이너들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받아 형태, 컬러, 재료의 유희성을 기능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한다.

1960년대 대표 디자이너들은 앙드레 쿠레주(Andre Courreges, 1923-2016),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 1914-1992), 로베르토 카푸치(Roberto Capucci, b. 1930), 파코 라반(Paco Rabanne, b. 1934), 메리 퀀트(Mary Quant, b. 1934), 피에르가르뎅, 안토니오 카스틸로이다. 특히, 푸치는 사이키델릭 아트와 옵아트를 필두로 옐로우, 그린, 레드, 블루 등의 컬러 모듈 활용한 유희적인 패턴 모듈을 구축하여 아프리카, 이집트 등의 에스닉 무드를 현대적으로 표현한다(Pucci’s Africa, 1965). 반면, 쿠레주는 사각형 모듈의 반복을 통해 제시된 절대주의적 형태성과 절제된 컬러 모듈의 대비가 만들어낸 평면적 입체성을 표현한다. 라반은 산업 재료와 의복 소재의 탐구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감각적 속성을 연구하고 재즈(jazz), 플라멩고(flamenco), 비틀즈(Beatles) 음악의 리듬에 영감을 받은 도형 모듈의 연속성을 작품에 직접 반영한다(The now, 1967). 사례를 살펴보면, 쿠레주의 1964년 코트인 <Fig. 40>은 직사각형의 실루엣과 화이트 컬러 위에 코코아 컬러 선을 교차시켜 격자 패턴을 구축한 것으로 사각형 모듈의 기능적이고 관념적 탐구와 절제된 컬러 모듈의 대비가 특징인 디자인이다. 1965년 퀀트의 드레스인 <Fig. 42>와 같은 해 카스틸로의 드레스인 <Fig. 43>은 쿠레주의 규정된 도형 모듈 속 절제된 컬러 대비의 탐구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퀀트는 작은 도트 무늬 위에 사선 모듈을 중첩한 패턴을 프린팅하여 이질적 컬러 모듈의 조화를, 카스틸로는 블랙 컬러 위에 화이트 컬러의 선을 배열하여 기하학적 절대미를 표현한다. 반면, 푸치의 1965년 케이프인 <Fig. 41>은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Lake Tanganyika)의 격렬한 물의 흐름을 모티브로 그린, 옐로우, 오렌지, 화이트, 블랙 컬러 모듈을 연속 배열한 패턴을 프린팅하여 시각적 운동성을 나타낸 것이다(Pucci’s Africa, 1965). 소재의 공감각적 속성을 실험한 작품으로는 라반의 1967년 드레스인 <Fig. 44>와 가르뎅의 1969년 점프 슈트인 <Fig. 45>가 대표적이다. 라반은 연속 배열한 금속 소재와 프린지 장식을 융합하여 청각과 시각, 촉각과 시각의 공감각성을, 가르뎅은 바이올렛, 오렌지, 그린 컬러의 원형 모듈이 프린팅된 오건디 소재를 활용하여 빛이 투과될 때 나타나는 소재의 시각적, 촉각적 유희성을 표현한다.

3. 「형태 교육」 이론과 현대 패션디자인 조형적 속성의 관계: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융합

「형태 교육」 이론과 현대 패션디자인 분석을 통해 추출된 조형적 속성들은 작가의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을 동시에 내포한다<Table 3>. 감각적 경험은 개인의 내면 탐구와 직관적이고 감성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며, 지각적 경험은 오브제의 본질에 관한 지적 탐구를 통해 오브제 간의 상호관계와 형태 지각을 가시화하는 요소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작가들은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융합으로 관념성의 객관적 실체인 추상적 형태미를 구축한다. 이와 같은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융합은 「형태 교육」 이론의 핵심인 형태의 모듈화를 만들어내는 근간이며, 현대 패션디자이너들 또한 자신의 감각적ㆍ지각적경험을 기반으로 도형 모듈의 조형미를 탐구한다.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 중 규정적 추상성, 초월성, 공감각성, 조화성은 감각적 경험을 기반으로, 단순성, 균형성, 운동성, 융합성, 역동성, 객관성, 상대성은 지각적 경험으로 도출된 것이다. 바우하우스 형태 교육 마스터들은 본능적 관념과경험적 지각의 관계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 비물질과 물질의 관계성, 이질적 요소의 시각적 관계성 탐구를 통해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융합을 구축한다. 반면, 현대 패션디자인의 조형적 속성에서 감각적 경험은 추상적 평면성, 컬러 대비의 유희성, 형태와 컬러 간의 일체성, 상대적 균형성, 공감각적 속성의 융합성을 도출한다. 이와 다르게, 지각적 경험은 형태적 단순성, 규정적 장식성, 도형 모듈의 연속성, 유동적 부피의 조형성, 형태와 장식의 절제성, 규정된 컬러 모듈의 간결성, 평면과 입체 모듈의 실험성, 구조적 역동성, 평면적 입체성, 유희적 운동성을 형성한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패션디자인 사례에서도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속성이 함께 보이며, 각 연대별 대표 디자이너들은 이를 기반으로 도형 모듈의 관념적 재해석과 구조적 공간의 탐구를 시도한다. 곧, 「형태 교육」 이론과 현대 패션디자인은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융합적 탐구로 도형모듈의 견고한 조형미, 대비되는 컬러의 유희적 조화미, 서로 다른 공감각 재료의 실험적 구조미라는 공통된 조형적 특징을 지닌다.

Analysis on Relationship between 「Formlehre」 Theory and Modern Fashion Design


Ⅳ.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발터 그로피우스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을 적용하여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패션디자인을 분석하는 데에 있었다. 모듈화된 이상적 공간 구성이 목표인 「형태 교육」 이론은 본질적 관념과 경험적 관념이라는 심리 중심의 형태 이론이었다. 「형태 교육」 이론이 구현한 이상적 공간은 기하학의 관념적 재구성과 기호화, 컬러의 시각적 운동성 그리고 재료의 형태적 실험성의 융합으로 구축되었다. 대표적인 형태 교육 마스터들의 형태 이론은 본능적 관념과 경험적 지각의 관계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 비물질과 물질의 관계성, 이질적 요소의 시각적 관계성 탐구로 분류되었다. 이중 본능적 관념과 경험적 지각의 관계성은 개념적 조형 표현인 규정적 추상성, 조형 요소의 단순성, 공간 구성의 균형성이 조형적 속성이었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은 자연 원리의 초월성, 인간의 운동성 그리고 조형 요소로 시각화된 자연과 인간의 필연성이라는 조형적 속성이 나타났다. 또한, 비물질과 물질의 관계성은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성, 비가시적 속성과 가시적 속성 간의 융합성 그리고 서로 다른 감각과 속성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역동성이, 반면 이질적 요소의 시각적 관계성은 형태, 컬러, 재료의 속성이 지닌 객관성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서로 다른 속성 간의 상대성 그리고 구조적 조화성이라는 조형적 속성이 추출되었다.

「형태 교육」 이론의 조형적 속성을 중심으로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패션디자인을 분석한 결과 추출된 조형적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1920년대 패션디자인에는 형태적 단순성, 추상적 평면성, 규정적 장식성의 조형적 특성이, 1930년대 에는 컬러 대비의 유희성, 기하학 모듈의 연속성, 유동적 부피의 조형성이라는 조형적 특성이 드러났다. 이와 다르게, 1940년대 디자이너들의 작품에는 형태와 장식의 절제성, 형태와 컬러의 일체성 그리고 규정된 컬러 모듈의 간결성이, 1950년대에는 평면과 입체 모듈의 실험성, 구조적 역동성, 상대적 균형성의 조형적 특성이 담겨있었다. 또한, 1960년대 패션디자인의 조형적 특성은 평면적 입체성, 유희적 운동성, 공감각적 속성의 융합성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융합은 「형태 교육」 이론의 핵심인 형태의 모듈화를 구축하는 근간이었고, 이는 현대 패션디자인의 조형적 속성에도 적용되었다. 감각적 경험은 개인의 내면 탐구와 직관적ㆍ감성적 사고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지각적 경험은 오브제의 본질에 관한 지적 탐구를 통해 오브제 간의 상호관계와 형태 지각을 가시화하는 것이었다. 또한, 발터 그로피우스와 형태 교육 마스터들의 형태, 컬러, 재료에 대한 관념적이고 실험적 태도에 영향을 받은 현대 패션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감각적ㆍ지각적 경험을 기반으로 도형 모듈의 조형미를 작품에 담아내었다. 결론적으로 그로피우스의 「형태 교육」 이론과 현대 패션디자인에서는 감각적 경험과 지각적 경험의 융합적 탐구를 통해 구축된 도형 모듈의 견고한 조형미, 대비되는 컬러의 유희적 조화미 그리고 서로 다른 공감각 재료의 실험적 구조미라는 조형적 특징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발터 그로피우스와 마스터들이 탐구한 관념적 조형 원리에 대한 이론과 현대 패션디자인의 조형성 간의 관계 분석을 통해 패션디자인 현대화의 원류를 분석하였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마스터별 형태 이론을 중심으로 사례로 추출된 작품의 조형적 특성을 고찰하였으므로 당시 실제 작품 제작과정에서 나타난 형태, 컬러, 재료의 구체적인 표현 방법이 실증적으로 분석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후속 연구로 바우하우스 마스터들의 실습수업 과정에서 제시된 실증적 작품 표현 방법을 심층 분석하여 이를 기반으로 현대 패션디자인의 조형적 특성을 추출할 것을 제안한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국립안동대학교 기본연구지원사업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Notes

1) <Table 2>는 규격 문제로 Reference 뒤 Appendix로 이동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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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x

[Appendix]

Analysis on Formative Attributes of Fashion Design from 1920s to 1960s

<Fig. 1>

<Fig. 1>
Form Training of Johannes Itten (Figure by researchers, 2020)

<Fig. 2>

<Fig. 2>
Form Training of Wassily Kandinsky (Figure by researchers, 2020)

<Fig. 3>

<Fig. 3>
Form Training of Paul Klee (Figure by researchers, 2020)

<Fig. 4>

<Fig. 4>
Form Training of Laszlo Moholy Nagy (Figure by researchers, 2020)

<Fig. 5>

<Fig. 5>
Form Training of Josef Albers (Figure by researchers, 2020)

<Fig. 6>

<Fig. 6>
Form Training of Oskar Schlemmer (Figure by researchers, 2020)

<Fig. 7>

<Fig. 7>
Assignment from Kandinsky’s Course, Eugene Batz, 1929-1930 (Wigler, 1976, p. 3)

<Fig. 8>

<Fig. 8>
The Color Plan, Paul Klee, 1920s (Wick, 2000, p. 249)

<Fig. 9>

<Fig. 9>
Material Exercises with Paper, Photography by Erich Consemuller, 1928 (Wick, 2000, p. 179)

<Fig. 10>

<Fig. 10>
Diametral Movement of Color, Paul Klee, 1920s (Wick, 2000, p. 247)

<Fig. 11>

<Fig. 11>
Analyses of the Painting 「Passerby」, Oskar Schlemmer, 1929 (Wick, 2000, p. 281)

<Fig. 12>

<Fig. 12>
Plan of Figurines for the 「Triadic Ballet」, Oskar Schlemmer, 1927 (100 years of Bauhaus, n.d.)

<Fig. 13>

<Fig. 13>
Contrasting Pair I: Yellow-Blue, Wassily Kandinsky, 1920s (Wick, 2000, p. 203)

<Fig. 14>

<Fig. 14>
「Light Prop」, Laszlo Moholy Nagy, 1922 (Wick, 2000, p. 139)

<Fig. 15>

<Fig. 15>
Photogram, Laszlo Moholy Nagy, 1925 (Wick, 2000, p. 134)

<Fig. 16>

<Fig. 16>
Material Study, Max Bronstein, 1920s (Wick, 2000, p. 113)

<Fig. 17>

<Fig. 17>
A Color Circle, Johannes Itten, 1921 (Droste, 2016, p. 23)

<Fig. 18>

<Fig. 18>
「Rhenish Legend」, Josef Albers, 1921 (Wick, 2000, p. 167)

<Table 1>

The Characteristics of 「Formlehre」Theory and Master’s Form Trainings

<Table 3>

Analysis on Relationship between 「Formlehre」 Theory and Modern Fashion Design

<Table 2>

Analysis on Formative Attributes of Fashion Design from 1920s to 196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