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1, No. 2, pp.76-92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1
Received 14 Feb 2021 Revised 03 Mar 2021 Accepted 02 Apr 2021
DOI: https://doi.org/10.7233/jksc.2021.71.2.076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Bourgeois)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 특성에 관한 연구 :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의 관점에서

윤지영 ; 간호섭
홍익대학교 디자인 공예학과 의상학 박사과정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교수
The Mimetic Characteristics of French Bourgeois in the 19th Century : An Analysis Using René Girard’s Mimetic Desire Theory
Jiyoung Yun ; Hosup Kan
Doctoral Course, Dept. of Design & Craft, Fashion Design, Graduate School, Hongik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Textile ArtㆍFashion Design, Hongik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Hosup Kan, e-mail: hosupkan@hongik.ac.kr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mimetic desires and to find their characteristics in bourgeois fashion through the relations between social classes, which led the French social, economic, and cultural trends in the 19th century. This study will be meaningful in uncovering the importance of fashion in the context of social dimensions and in reexamining the imitations and differentiations which causes the constantly changing fashions of today. French sociologist and literature critic Réne Girard tried to explain dynamics of human relations through the imitation principle. Girard called human desires generated by imitation “désir mimétique”. It is meaningful to examine the imitation desires that appeared among the French bourgeois, particularly in their fashion in the 19th century, in relation to the various social classes surrounding them. Therefore, we examined the imitation desire between the noble and the bourgeois, between the bourgeois and the proletariat, between the bourgeois and demi-monde, and between bourgeois men and women. We found that imitation desire was motivated not only by esthetic aspiration but also by longing for the “power” that those imitation desires targeted. This study is a framework for analyzing various types of imitation desires in modern society, and the implication of this study is that the perspective of fashion is broadened to the psychosocial field by applying the imitation desire theory which is increasingly used in current studies of fashion.

Keywords:

bourgeois fashion, demi-monde, mimetic desire, René Girard, triangle of desire

키워드:

부르주아 패션, 드미몽드, 모방 욕망, 르네 지라르, 욕망의 삼각형

Ⅰ. 서론

19세기 프랑스는 획기적인 과학 기술의 발전 및 산업혁명을 통한 자본주의의 발전에 토대를 둔 번영의 시대였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토대의 많은 부분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특히 예술과 패션 분야에서 파리의 위상은 유럽에서 독보적이었다(Crane, 2012). 이의 바탕이 된 프랑스 대혁명의 주체 세력인 부르주아(Bourgeois) 계급은 재봉틀의 집약적인 사용과 카탈로그의 등장, 백화점의 탄생으로 활성화된 기성복, 19세기 후반 오트 쿠튀르의 등장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프랑스를 패션의 중심으로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Perrot, 2007). 이들은 산업 자본주의와 식민제국주의 덕택으로 형성된 부를 기반으로 구시대와 구별되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새로운 시대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타고난 신분은 절대로 바꿀 수 없었다. 출신성분에 대한 내재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부르주아의 귀족 모방 욕망은 부르주아와 차별화하려는 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유행의 변화를 가져왔다.

19세기 프랑스 패션에 관한 선행연구로는, 19세기 서양 미술사의 유명 회화자료를 수집하여 여성 의복의 실루엣을 정리한 연구(K. Kim, 2016), 19세기 말 포스터에 나타난 의상 표현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 여성 의복에 대한 연구(Choi & Choi, 2008), 인상주의 회화에 나타난 파리 여성 패션을 통해 근대도시의 기호와 문화 속에 내포된 패션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한 연구(Park, 2018), 19세기 여성복을 디자인 소스로 현대의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새로운 디자인을 발상하고 재해석하는지를 고찰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Cho, 2012) 등이 있다. 그러나 19세기 부르주아의 귀족 스타일에 대한 모방과 그 이면에 내재 된 신분 상승 욕망의 관점으로 본 패션에 대한 연구논문은 부족한 실정이다. 패션이 인간의 욕망을 근저(根底)로 한 모방 원칙을 기반으로 전파한다는 명제 아래 패션의 유행 변화를 단순히 외형적 모방이 아닌 내면에 존재한 욕망을 투영한 결과물로써 바라보는 접근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미 문학 평론과 사회학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의 관점에서 부르주아 패션의 모방 특성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경제와 문화의 흐름을 주도했던 부르주아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을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회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그 특성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패션이 갖는 사회적 차원의 의미를 탐사하고, 오늘날 끊임없이 계속되는 유행의 동기인 모방과 차별화에 대해 통찰함으로써 패션 변화의 사회적,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또한, 현대 사회가 가진 다양한 형태의 모방을 분석하는 틀로 그 사용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모방 욕망이론을 패션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기존 패션의 저변에 깔린 동기를 이해하는 동시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새로운 패션의 동기를 추출해내는 단서를 마련할 수 있다.

본 논문의 연구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Ⅱ장의 이론적 배경 중 <패션과 모방>에서는 패션의 전파 이론과 관련한 선행 연구논문과 전문 서적을 통해 패션과 모방에 관한 다양한 학자들의 관점을 고찰하였고,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에서는 모방 욕망에 관한 서적과 선행 논문을 통해서 분석의 틀을 마련하였다. 둘째, 제 Ⅲ장의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패션>에서는 복식사, 사회사 관련 서적과 국내외 학술 논문 등을 통해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의 의미와 시대 배경을 알아보고 부르주아 남성 패션과 여성 패션에 대해 고찰하였다. 셋째, 19세기 부르주아 패션, 르뎅고트, 크리놀린, 버슬, 드미몽드(Demi-monde) 등 고찰을 통해 얻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인터넷 이미지 검색과 복식사 서적을 통하여 사진을 수집하였고 앞서 준비한 분석의 틀을 적용하여 부르주아 패션에 나타난 모방 특성을 도출하였다. 또한, 연구범위는 산업혁명과 과학 발전으로 인한 경제적 번영의 시기임과 동시에 부르주아 계급의 지위가 더욱 확고해진 제2 제정기(1852~1870)부터 19세기 말을 설정하였다. 이는 역사학자 필리프 페로(Philippe Perrot)가 기술한바, 집중된 방식으로 의복이 구시대와 결별하기 시작한 시기이며 의복의 대량 생산, 산업화 등 현대 소비사회의 바탕을 마련한 중요한 시기(Perrot, 2007)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는 지라르의 모방 욕망의 삼각형을 구성하는 세 요소인 <Sujet>, <Mediateur>, <Objet>라는 불어 용어를 M. Kim(2016)이 논문에서 번역, 사용한 <주체>, <매개자>, <대상>이라는 한국어로 통일하였다. 주체, 추종자, 중개자, 모델 등 연구자마다 제각기 다른 한국어 단어를 사용함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함이다. 또한, <제 Ⅳ장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은 부르주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회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봤는데 이는 모방이론을 복합적인 관계들 사이에서 적용했던 지라르의 논리에 따르기 위함이다. 따라서, 당시 프랑스를 구성하고 있던 사회구성원 중 제1계급이었으며 나머지 계급과 절대적 거리가 먼 성직자와의 모방 관계를 뺀 나머지 귀족과 부르주아, 노동자계급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19세기 사회가 만든 특별한 계층인 드미몽드는 당시 패션을 주도하는 존재였으며 부르주아와의 모방 관계가 성립됐었기 때문에 연구에 포함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패션과 모방

패션은 자아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다양한 사회적, 미적, 심리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패션이 대중에게 선택되고 확산하는 중심에 인간의 모방 심리가 있다. Kant(1996)는 인간이 자신의 행동을 자기보다 나은 인간의 것과 비교하고 모방하려는 행위는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을, 하위 계층이 귀족 계층과 닮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이 매우 자연스러운 경향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패션의 발생이 상위 계층의 사람들이 싫증 나서 더는 추구하지 않는 것을 하위 계층이 모방할 때 생겨난다고 보았는데(Svendsen, 2013) 이는 패션의 변화를 사회적으로 열등한 계층의 사람들이 상류 계층을 모방하는 과정으로 본 독일의 사회학자인 짐멜(Simmel)의 이론과도 상통한다. 그에 따르면 낮은 신분 집단이 더 높은 신분 집단의 의상을 받아들임으로써 높은 지위에 이르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패션의 사회적 전파 과정이 일어나며 어느 특정 패션이 노동자계급까지 이를 무렵, 상류계급은 좀 더 새로운 스타일을 찾게 된다고 하였다(Simmel, 1957). 이와 같은 고전적인 패션의 전파 이론들이 사회 계층의 구별이 확연했던 근대 이전의 상황에 적합했다면 사회학자인 가브리엘 드 타르드(Gabriel De Tarde)는 현대 사회가 가진 모방의 광범위한 차원의 유동성을 강조하며 일반적으로 하위 계급의 사람들이 상위 계급을 모방하지만, 반대로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을 모방하는 예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패션은 혁신, 모방, 저항의 끊임없는 순환 주기로 이루어져 어떤 것이 혁신되었을 때, 그것은 파급되기 위해 모방이 되며, 그것이 한번 모방 된 후에는, 새로운 것으로 다시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Tarde, 1890/1903). 리포베츠키(Lipovetsky, 1987/1999)도 사람들은 자신보다 명성과 서열에서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닮고 싶어 하며 모방 욕망으로 인해 패션이 퍼져나간다고 하였다. 이처럼 타인을 모방하려는 욕망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유행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며 패션이 전파되는 중요한 동기가 되어왔다.

2.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르네 지라르(René Girard)는 인간 본성에 내재한 모방 욕망과 폭력을 일생의 연구 주제로 삼고 인간관계의 역학을 모방의 원리로써 설명하고자 했다. 지라르에 따르면 ‘욕망(desire)’은 생존과 직결된 자연스러운 본능인 ‘욕구(needs)’와 구별되며, 항상 타인이 개입된 상대적인 개념이라 보았다. 예를 들어 추위를 피하기 위한 옷 입기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라면, 특정 브랜드의 값비싼 옷을 원하는 것은 욕망의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욕구를 초월하는 욕망은 주체가 소유하지 못한 어떤 대상의 결핍으로 인해 생기며, 이때 결핍을 느낀다는 것은 나보다 더 나은 존재의 위상을 소유하는 타자가 있기에 생기는 감정이므로 상대적이라 볼 수 있다. 개인이 무엇을 욕망한다는 것은 본인의 현재 상태에 만족지 못하고 자신을 초월하고자 함이며, 이때 초월이란 개인이 욕망하는 대상의 소유를 통해 가능하다(Y. Jung, 2018).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욕망은 <Fig. 1>과 같이 주체와 대상이 수직 선상에 놓인다. 그러나 지라르가 제시하는 모방 욕망은 타자의 욕망을 모방한 매개된 욕망(mediated desire)을 말한다. 주체(subject)의 욕망은 매개자(mediator)에 의해 매개(mediation)된 모방 욕망이며, 주체와 대상 사이에는 매개 현상이 일어난다. 또한, 주체의 욕망은 수직적으로 상승하지 않으며 비스듬히 상승하여 매개자를 거쳐 대상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데 욕망하는 주체와 욕망의 매개자, 욕망의 대상이 삼각형의 구조를 갖게 되고, 이를 모방 욕망의 삼각형(triangle of mimetic desire)이라 한다(Girard, 1961/2001)<Fig. 2>.

<Fig. 1>

Traditional Desire Structure (H. Jung, 2018, p. 59)

<Fig. 2>

Triangle of Mimetic Desire Structure (Girard, 2001, p. 24)

지라르는 모방 욕망의 삼각형이 복합적인 관계 사이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모방 욕망을 주체와 매개자의 정신적 거리에 따라 외적 매개(external mediation)와 내적 매개(internal mediation)라는 두 가지 작동 원리로 설명한다(Girard, 1961/2001)<Fig. 3>. 외적 매개에서는 주체와 매개자와의 정신적 거리가 굉장히 멀고 위계 질서도 명확하므로 주체는 매개자의 절대적 우월성을 받아들이며 둘 사이에 경쟁이나 갈등이 생기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음악가가 베토벤과 같은 천재적인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될 경우, 주체는 음악가, 매개자는 베토벤, 대상은 베토벤이 작곡한 곡과 같은 훌륭한 결과물 또는 베토벤이 가진 타고난 음악성, 천재 작곡가의 위상 등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외적 매개 세계에서 주체는 자신이 매개자를 모방하고 있음을 드러내거나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하며 매개자에 대한 존경심이 표출된다.

<Fig. 3>

External Mediations and Internal Mediations (Girard, 2001, p. 49)

그러나 내적 매개는 주체와 매개자가 서로 근접해 있고 위상이 비슷한 경우이다. 내적 매개는 동일한 세계에서 같은 대상을 경쟁적으로 욕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욕망하는 주체가 보기엔 우월한 매개자를 둘러싼 모든 것이 특권을 가진 대상들로 보이며 때로는 매개자의 우월한 위치가 그가 소유한 대상들 때문이라고 여겨진다(Kim & Soh, 2020). 따라서 주체는 자신과 비교해 특별한 차이가 없어 보이는 매개자들이 누리고 있는 지위와 대상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더불어 본인들도 그 위치에 충분히 오를 수 있을 만하다는 생각으로 인한 경쟁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자기보다 높은 위상을 가진 타자를 모방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 설명하고 있는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은 현대에도 계속되는 인간관계의 갈등 구조와 삶 속의 여러 욕망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갈등 발생의 근원을 일깨워주므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Ⅲ.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Bourgeois)의 패션

1.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와 시대 배경

부르주아는 성벽을 두른 거주지를 뜻하는 게르만어 뷔르그(Burg)를 기원으로 처음에는 ‘성의 안에 사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이다가 점차 부유한 상인과 법률가, 수공업자 등 도시민을 일컫는 용어가 되었다(Sung, 2005). 19세기 부르주아는 전체 인구의 15% 정도였으며 상공업 경영자 등 경제 성장을 배경으로 한 기업 부르주아, 토지나 부동산 수입으로 생활하는 금리 부르주아, 면허 또는 재능에 의해 행정, 자유, 문화직업을 영위하는 지식인 부르주아 등이 속해 있었다(Song, 2005). 이들은 재산과 생활방식에 따라 소(petit), 대(grand) 부르주아로 부르기도 했는데 자신의 생계를 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없는 유한계급이라는 점에서 노동자와 구별된다. 부르주아가 축적된 자본으로 소비생활의 핵심이 된 19세기 중반의 파리는 오스만 남작(Baron Haussmann)의 도시 재정비 계획에 따라 기본 시설을 확충하고, 부르주아 중심의 상공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Schwarts, 1999). 1846년에 전보 통신망이 만들어졌고 1850년대에는 대서양을 건너가는 해저 케이블이 생겼으며 도심의 거리에 신문이 등장하는 등 이전 시대와 다르게 삶의 변화가 가속화되었다(Finkelstrin, 1996). 특히 산업혁명을 통한 직물생산의 기계화로 값싼 원단이 대량 공급되었으며, 재봉틀의 보급과 더불어 기성복의 본격적인 출현을 이끌었다. 기성복은 귀족이나 상류 부르주아들을 위한 값비싼 고급 맞춤복인 오트 쿠튀르와 구별되며 의류 분야를 양분화했고 파리의 교통체계 개선, 도시 재정비와 더불어 생겨난 백화점들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대량생산체제와 풍족한 물질 중심의 세계는 부르주아의 소비를 조장하며 레저와 스포츠 등 여가활동의 유행을 만들게 되었다.

2.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의 패션

19세기 부르주아 계급은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맞는 문화적 취향을 가지며 외관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남성 복식은 구체제 귀족의 사치와 나태함에 구별되는 금욕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여성복에는 많은 유행의 변화가 있었다. 제2 제정기에는 부르주아의 도덕성을 강조하기 위해 서민적이고 검소한 복장이 보급되었다. 남성의 기본적인 복식은 수수한 르뎅고트(redingote), 질레(gilet)와 판탈롱(pantalon)으로 구성된 한 세트의 복장이었다(H. Jung, 2018)<Fig. 4>. 18세기 초 영국에서 수입된 승마용 외투인 르뎅고트는 프락(frac)으로도 불리며 아침과 낮에 주로 착용되었다. 만찬이나 무도회 등에서는 검은색 정장(habit noir)을 흰색의 누빈 천이나 새틴 조끼와 넥타이, 검은 정장 구두와 항상 함께 착용했는데 이는 남성 의상의 공식적인 의복 구성이었다(Perrot, 2007). 또한, ‘실크햇’으로 불리는 오드포름(haut-de-forme)은 그 형태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권위와 단정함을 상징하면서 모든 부르주아 남성들이 썼다. 1870년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시대에도 남성복은 여성복처럼 스타일의 변화가 크진 않았는데, 이는 여성복이 파리에 의해 지배되었던 것에 비해 남성복은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이미 제2 제정기 시대에 기본 스타일이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880년대에는 다양한 길이의 르뎅고트가 착용되었고<Fig. 5>, 오늘날의 남성복과 유사한 색 수트(sack suit)도 등장했다. 또한, 부르주아 남성의 공식적 의복인 검은색 정장은 턱시도<Fig. 6>과 같이 예복으로 입혀졌으며 무릎길이 바지인 니커보커스(knickerbockers)<Fig. 7>은 노퍽 재킷과 함께 스포츠 용도로 입혀졌다.

<Fig. 4>

Redingote, Gilet, Pantalon (H. Jung, 2018, p. 325)

<Fig. 5>

Redingotes (Perrot, 2007, p. 231)

<Fig. 6>

Tuxedo (H. Jung, 2018, p. 351)

<Fig. 7>

Knickerbockers (Perrot, 2007, p. 230)

한편, 제2 제정 시기부터 1900년까지 여성복은 남성 패션과 달리 유행 변화가 심했는데 형태는 과장되고 화려했다. 이 시기는 나폴레옹 3세의 황제 즉위 무렵인 1852년에서 1870년까지의 크리놀린(crinoline) 스타일<Fig. 8>, 1870년에서 1890년까지 유행했던 버슬(bustle) 스타일<Fig. 9>, 1890년에서 1900년까지 약 10년간 계속된 아워글래스(hourglass) 스타일<Fig. 10> 등 유행하던 드레스의 스타일을 기준으로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나폴레옹 3세는 18세기 로코코 양식을 동경하여 화려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며 이는 상류층에게로 이어져 고급 직물로 만든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도회를 열며 18세기의 생활 양식을 모방하였다(Cho, 2012). 이러한 로코코 시대의 동경으로 인해서 크리놀린이라는 거대한 스커트 버팀대가 등장했다. 크리놀린이 가장 넓게 벌어진 시기는 그 지름이 3미터에 달했는데 레이스, 주름 장식 등의 화려하고 풍부한 부속품들을 붙일 면을 만들기 위해 30미터 이상의 천들이 필요했다(Perrot, 2007). 또한,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려는 코르셋이 다시 등장하며 크리놀린 드레스는 더욱더 넓게 보였고, 이와 어울리는 넓게 파인 목둘레선의 데콜테(décolleté)가 여성을 우아하고 관능적으로 보이게 했다. 1870년대부터 크리놀린 스타일은 엉덩이를 강조한 버슬 스타일로 변하였다. 초기의 버슬 스타일 스커트는 폭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1881년경부터 뒷부분이 커지며 1885년에는 엉덩이 부분이 직각처럼 보이게 부풀어진 스타일로 절정기를 맞았다. 1888년부터 버슬이 차츰 작아지기 시작하며 1890년대에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Cho, 2012). 이후 1890년에서 1900년까지는 허리가 조여지며, 어깨와 스커트 단은 넓히는 아워글래스 스타일이 유행했다. 이때 어깨를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소매 형태인 16~17세기식 레그 오브 머튼 슬리브(leg of mutton sleeve)가 재등장하였다. 이상과 같이 19세기 중후반은 크리놀린, 버슬, 아워글래스 스타일 등 과장되고 화려한 스타일의 의복이 유행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복식의 유행 흐름에 따른 것도 있지만 여인들을 통해 자신의 부를 극대화해서 과시하려는 부르주아 계급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Fig. 8>

Crinoline Dress (Nypl, n.d.-a)

<Fig. 9>

Bustle Dress (Nypl, n.d.-b)

<Fig. 10>

Hourglass Silhouette Dress (Nypl, n.d.-c)


Ⅳ.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Bourgeois)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회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 지라르의 접근 방식이다. 부르주아와 프랑스 사회의 다른 계급들과의 관계를 통해 다음의 네 가지로 살펴보았다.

1. 귀족과 부르주아 사이의 모방 욕망

19세기 부르주아 남성에게 패션은 기능적인 역할을 넘어 귀족들과 구별된 자신들의 도덕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의복의 소박함에 대한 강조는 남성 패션을 통해 볼 수 있는 엄격하고 금욕주의적인 형태로 나타났으며, 남성의 부속물이나 재산쯤으로 여겨 과시의 수단으로 삼았던 여성의 화려한 외관과는 구별되었다. 절대주의를 붕괴시키고 부와 권력을 차지한 부르주아 계급은 귀족의 게으름과 사치를 상징하는 화려하고 요란한 옷감과 장신구 등의 색상 배합은 부정하였고 남성 의복은 계속해서 검은색 일색으로 변해갔다. 반면에 여성들의 강박적인 옷치장과 사치스러움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가는 이중적인 양상을 보인다(Perrot, 2007). 이처럼 부르주아 남성 패션과 여성 패션 간에 큰 차이가 있었음에도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내재 되어있는 욕망은 일치했는데, 이것은 바로 귀족의 고귀한 출신 성분과 우아함에 대한 동경이었다. 부르주아 남성 의복 중 몇몇에서는 그들이 귀족의 오랜 속성인 낭비와 나태를 은밀하게 모방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들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귀족들의 우아함을 모방하고 졸부들이나 하류 계층에게 과시하여 그들과의 간격을 벌리기 위함으로, 겉으로는 절약과 노동을 찬양했던 부르주아 남성의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다. 복부를 감싸는 코르셋의 역할을 했던 조끼의 화려한 옷감과 사치스럽고 정교한 장식들<Fig. 11>, 능숙한 솜씨로 매듭 지워진 넥타이와 마무리가 잘된 다양한 색상의 가죽 장갑<Fig. 12>, 반짝이는 비단으로 만든 모자, 풀 먹인 셔츠의 앞가슴 등은 소비로 이루어진 귀족의 사치와 같은 인상을 주는 흔적들이다(Perrot, 2007). 또한, 다양한 색상의 벨벳과 자수로 장식된 호화로운 실내 가운들<Fig. 13>도 부르주아 남성의 이중적이고 은밀한 욕망을 보여준다.

<Fig. 11>

Bourgeois in 19c (Perrot, 2007, p. 279)

<Fig. 12>

Le comte Robert de Montesquiou (Histoire-image, 2016)

<Fig. 13>

Robe de Chambre (Perrot, 2007, p. 227)

지라르의 모방 욕망의 관점에서 부르주아를 주체로 볼 때 이들이 욕망하는 대상은 더 높은 신분이 가진 특권들과 귀족들의 타고난 신분상의 우아함, 고상함이며 이를 처음부터 소유하고 있던 귀족이 모방 욕망 삼각형의 매개자가 된다. 또한, 부르주아들이 매개자인 귀족을 모방한 패션의 예는 비단 조끼, 화려한 실내 가운, 매듭이 복잡한 넥타이, 가죽 장갑, 비단 모자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 모방 욕망의 삼각형은 <Fig. 14>와 같다. 반대로 귀족이 주체가 되는 경우도 성립되는데 이들이 추구하는 대상은 잃어버린 물질적 특권과 명예이고 매개자는 부르주아가 된다. 이처럼 부르주아와 귀족은 프랑스 혁명 이후 신분 계급이 사라지며 외적 매개에서 내적 매개의 관계로 변하게 되고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것을 욕망하게 된다. 따라서 귀족과 부르주아는 서로를 질투하고 증오하는 동시에 더욱 가까워지는 모순이 생기며 갈등 관계에 놓인다.

<Fig. 14>

Mimetic Desire Triangle of Bourgeois and Nobles

2. 부르주아와 노동자 사이의 모방 욕망

19세기 기성복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일부 서민계급은 일상복과 외출복으로 기성복을 구입하고, 재봉틀의 발달과 기계화로 인해 가능해진 대량 생산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맞춤복의 우아함을 모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두꺼운 천이나 꿰맨 누더기를 입었던 노동자들은 여가시간에 작업복 대신 르댕고트를 입었고, 엄숙한 의식이 거행될 때는 검은 예복을 착용할 수 있었다(Perrot, 2007). 이같이 구체제 시절에는 착용자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의복으로 알 수 있었으나, 혁명 이후 그 차별화가 줄어들었다. 부르주아는 자신들에게 동화하여 상승하려는 하류 계급과의 구별에 신경을 써야 했다. 부르주아들은 공식적으로는 소박하고 평등해 보이는 외관을 추구하면서도 자신들 보다 못한 계급과 차별화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에게 귀족은 태생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존재임에 비해 부르주아는 자신들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하면서, 모방 욕망을 자극하는 매개자가 되었다. 부르주아는 귀족이 가진 것을 모방하고 욕망하면서도 자신들의 위치를 넘보는 노동자의 욕망은 차단하려는 이중성을 보이며 이들과 구별되기 위해 노력했다. 페로(Perrot, 2007)는 그 당시 작은 촌락의 소를 키우는 여인들까지도 크리놀린을 즐겨 입었다고 언급했던 리오넬(Lyonell)의 기록을 인용하며 거의 모든 계층의 여성들이 귀족이나 부르주아 여성처럼 크리놀린을 입었음을 밝혔다(Perrot, 2007)<Fig. 15>. 그러나 같은 크리놀린이지만 옷감의 질과 색상의 선택, 가격, 폭의 넓이, 장식의 고급스러움, 바느질의 마무리 등에 의해 착용자가 유한계급인지 노동자인지 구별할 수 있었고 걸음걸이와 태도에서 보이는 우아함이나 예절 등의 장치와 과시를 통해 부르주아는 귀족을 모방함과 동시에 노동자 계급과의 차별을 꾀했다<Fig. 16>.

<Fig. 15>

The Crinoline in snowy weather (Brooklynmuseum, 2004)

<Fig. 16>

Bourgeois women in Crinoline in 19c (Wikipedia, n.d.-a)

지라르의 모방 욕망의 관점에서 노동자를 주체로 볼 때 부르주아는 이들에게 상류 계층의 특권과 부(富), 풍요로움과 고급스러움에 대한 모방 욕망을 심어주는 매개자가 된다. 노동자들이 부르주아의 패션을 모방한 예로는 크리놀린과 르뎅고트를 들 수 있다. 이들의 관계도 프랑스 혁명 이후 외적 매개에서 내적 매개로 변화하며, 노동자가 부르주아에 의해 매개된 욕망을 갖게 하면서, 두 계급은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것을 욕망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는 부르주아에 대한 존경과 부러움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지니며 갈등의 관계를 형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모방 욕망의 삼각형은 다음과 같다<Fig. 17>.

<Fig. 17>

Mimetic Desire Triangle of Proletariat and Bourgeois

3. 부르주아와 드미몽드 사이의 모방 욕망

프랑스의 극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 2세(Duma Alexandre fils)의 희곡에서 유래된 <드미몽드>는 상류사회에서 타락한 여성 또는 밑바닥 계급에서 상승한 여성으로 재력가를 둔 고급 매춘부, 쿠르티잔느(courtisane)를 의미한다(Lee, 1998)<Fig. 18>. 이들은 거대한 자본축적 덕분에 무절제하고 향락적인 생활을 했던 19세기의 부르주아 사회가 만들어낸 특수한 부류였다. Crane(2012)은 재력가를 상대하는 드미몽드를 19세기 파리의 패션 아이콘이었다고 보았다. 이들은 유명 쿠튀르의 중요한 고객이었으며, 경마장에 출입할 때는 화려하고 고급스런 치장으로 상류층 여성들의 의상을 압도하였다. 관능적인 이미지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존재를 과시했다. 의복에는 하늘하늘한 보우, 리본, 프릴을 부착하거나 레이스로 장식하여 가슴을 강조하였으며 타조 깃털, 부채 등의 사용과 코르셋으로 조인 허리의 강조를 통해 유혹적인 교태를 표현하였다(Hahn & Yang, 2006)<Fig. 19>. 이처럼 정숙함이나 체면 등에 구애받지 않는 드미몽드의 장식적이고 유혹적인 의상은 부르주아 여성들에게 모방의 욕망을 자극하였다. 일례로 드미몽드만이 착용하던 화려하고 섹시한 속옷은 남성을 유혹하기 위함이었으나 1880년 즈음에는 흰 코르셋과 속옷만을 착용하던 평범한 여성들에 의해서도 모방 되어 장식적인 기능을 했다(Hahn & Yang, 2006). 또한, 에두아르(Eduard, 2012/2019)는 19세기 부르주아 여성들이 고급 매춘부들처럼 몸을 현란하게 꾸미고 엄청나게 사치스러움을 과시했으며 세속적임을 밝히며 부르주아의 드미몽드에 대한 모방을 언급했다. 부르주아 여성들은 이처럼 외적으로는 드미몽드를 경멸하고 비난하면서, 내적으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그들의 패션 감각과 남성을 지배하는 섹시한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욕망하고 모방하며 그들과 경쟁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Fig. 18>

Demi-Monde (Pinterest, n.d.)

<Fig. 19>

Le bar de Maxim's (Wikipedia, n.d.-b)

반면에 드미몽드 역시 귀족과 같은 우아한 태도와 신분 상승의 욕망이 있었으며, 이는 부르주아가 귀족에게 느끼는 모방 욕망과 일치했다. 그녀들에게 화려하고 과시적인 크리놀린이나 데콜테는 단순한 몸치장이 아니라 자신들이 속해 있는 사회 계급에서 벗어나 욕망하는 세계에 속한 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과시적, 상징적 수단이 된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의 관점에서 부르주아 여성이 주체라면 드미몽드의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팜므 파탈의 이미지와 남성을 지배하는 힘 등이 모방 욕망의 대상이 되며 매개자는 드미몽드가 된다. 부르주아 여성이 드미몽드를 모방하는 패션의 예는 코르셋, 데콜테, 화려한 색상의 속옷 등이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Fig. 20>과 같다. 이와 반대로, 드미몽드가 주체인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대상은 신분 상승 욕망과 우아한 행동에 대한 욕망이며 귀족과 부르주아 상류 계층의 여인들에 의해 매개된 욕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관계는 욕망하는 주체와 매개자가 서로 근접하는 내적 매개 관계로 서로에게 갈등의 감정을 느끼면서 동화되어 19세기 말을 더욱더 사치스럽고 향락적인 시기로 만들었다.

<Fig. 20>

Mimetic Desire Triangle of Bourgeois and Demi-monde

4. 부르주아 여성과 남성 사이의 모방 욕망

부르주아 계급이 영향력을 행사하던 19세기 프랑스는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였다. 여성의 지위는 남성에 대하여 열등하고 종속적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소수에 여성들은 여성을 구속하는 여러 사회적 제한에 맞서기 시작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자신들의 삶에 대한 권리와 통제권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당시 팽배했던 종속적이고 관능적인 전통적 여성상과 함께 독립적 여성상을 추구하는 이중성을 보여주었다. 패션 분야에서도 전통적 주류패션이었던 크리놀린이나 버슬, 아워글래스 스타일 드레스 등 여성의 인체를 속박하고 남성에 대한 여성의 열등한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과장된 의복에 반대하는 기능적이고 단순한 대안적 복식이 파급되었다. 1981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성주의 복식학회(The rational dress society)에서는 여성을 억압하며 건강을 해치는 코르셋을 입지 않는 ‘이성주의 복식(rational dress)’을 제안하였고 이는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성주의 복식의 대표적인 예는 테일러드 쟈켓(tailored jacket)<Fig. 21>과 블루머(bloomer) <Fig. 22>였다. 이성주의 복식 운동에 표현된 전통적인 여성 패션의 거부와 성 차이가 약화된 자연스러운 의복 추구는 자율적이며 도덕적인 여성성과 더불어 남성과 동등해지려는 독립적 여성성을 암시한다(Choi, 2007). 부르주아 남성의 힘과 특권을 상징하는 수트를 모방한 여성 테일러드 수트와 바지의 일종인 블루머의 보급은 승마나 자전거 타기 등의 스포츠와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여성들이 증가하며, 기능적인 측면에서 환영을 받았다. 또한, 프랑스 혁명 이후로도 계속되어온 남성 중심 사회의 차별에 저항하고 싶어하는 여성의 평등 욕망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Fig. 21>

Rond-Point des Champs-Élysées (Christies, 1880)

<Fig. 22>

Bloomer (Bloomers-outdoors, 2018)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의 관점에서 부르주아 여성을 주체로 보았을 때 매개자는 부르주아 남성이며 이들이 원하는 대상은 남성들이 오랜 기간 누려왔던 그들만의 특권이다. 이는 참정권, 재산 소유의 권리 등 사회적, 경제적인 권리뿐 아니라, 여성들의 몸을 과도하게 구속했던 장식적이고 형식적인 틀을 벗어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활동을 도와줄 패션에 대한 욕망도 포함한다. 부르주아 여성이 남성을 모방한 패션의 예는 테일러드 자켓과 블루머이다. 이를 도표로 정리하면 <Fig. 23>과 같다. 프랑스 혁명 이후 신분 계급이 사라졌음에도 부르주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서 그 지위가 낮았고, 이런 결핍이 모방 욕망의 형태로 나타났다. 둘의 관계는 내적 매개의 형태이다. 따라서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것을 욕망하며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되며 남성은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여성은 권리를 되찾으려 하는 것에서 오는 갈등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Fig. 23>

Mimetic Desire Triangle of Bourgeois Women and Bourgeois Men


Ⅴ.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Bourgeois)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의 특성

앞서 고찰한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을 토대로 도출된 특성은 모방성, 이중성, 과시성의 세 가지이다.

1. 모방성(模倣性, Mimic)

모방성은 다른 것을 본뜨거나 본받으려는 성질(mimic’, n.d.)을 말하며 부르주아들이 자신과 관계된 다른 계층에게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들은 외양적으로 의복의 기능주의를 표방하며 구시대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을 부정하였으나 남성복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흔적과 부르주아 여성들의 패션에서 귀족적 생활방식에 대한 모방을 알 수 있다. 부르주아 남성들은 의복에 레이스나 화려한 장식을 부착하는 대신 조끼나 옷의 안감, 고급스러운 재료로 만들어진 넥타이, 장갑 등을 통해 자신보다 못한 계급과의 구별 짓기를 위해 귀족의 스타일을 모방했다. 부르주아 여성은 귀족들의 우아하고 고상한 태도를 모방하며 선천적인 신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성복의 크리놀린이 점점 넓어지고 버슬이 직각의 형태에 이르고 레그 오브 머튼 소매가 극도로 과장될 만큼 그들이 축적한 부에 대한 과시는 귀족이 가진 신분의 고상함을 누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위치를 넘보려는 더 낮은 계급과의 차별화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또한, 이들은 드미몽드의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 감각과 남성을 지배하는 팜므 파탈 이미지를 모방한다. 드미몽드는 태생적으로 구별을 짓기 위한 복잡한 간접수단들을 동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 기능을 과장하는 유혹 수단을 활용해 자신을 돋보이게 했다. 부르주아 여성들은 무도회장과 사교 공간에서 그들을 관찰하며 자신들이 소유하지 못한 것들을 모방했다. 한편, 19세기 후반부터 여성들이 남성들이 가진 권리와 자유에 대해 동경하기 시작하면서 여성 의복에도 바지, 테일러드 쟈켓 등과 같은 남성의복의 요소가 모방되었다. 모방성은 이처럼 주체가 원하는 대상을 얻기 위해서, 또 이미 얻은 것으로 보이는 매개자와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며 부르주아의 패션에 나타난 가장 큰 모방 욕망의 특성이 된다.

2. 이중성(二重性, Duplexity)

이중성은 하나의 사물에 겹쳐있는 서로 다른 두 성질을 뜻한다(duplexity’, n.d.). 부르주아 남성들이 귀족을 모방하는 방식에서 부의 과시는 여자들의 치장과 화려함에 의존하는데 이는, 앞에서는 금욕주의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소박한 의복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뒤에서는 여성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는 이중성으로 드러난다. 부르주아 남성들의 의복에 대한 모호함도 이중성을 띤다. 대외적으로 획일화된 남성복과 대조적으로 은밀하게 착용하는 값비싸고 호화로운 실내 가운과 조끼, 복잡한 넥타이의 매듭 방식 등은 과거 귀족 복식을 탐하는 부르주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는 민주적이고 평등해 보이지만, 실상 부르주아들이 자신을 다른 하급 계급과 구별 짓기 위한 성질임이 드러낸다. 한편, 부르주아 여성들이 드미몽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이중성이 드러난다. 이들은 겉으로는 드미몽드를 사회악이라 생각하며 무시하고 경멸하지만, 내면에서는 그들의 자유로움과 에로틱한 이미지 등을 부러워하며 모방하려 한다. 또한, 19세기 말 소수의 여성이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찾기 시작하면서도 종속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상과 공존하고 있는 것도 그 시대 여성상의 이중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성은 부르주아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에게 결핍되어 갈망하는 대상인 귀족들의 타고난 신분과 우아함, 드미몽드의 남성을 다루는 능력이나 섹시함 등을 은밀하게 욕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특성이다.

3. 과시성 (誇示性, Ostentation)

과시는 자랑하여 보임(ostentation’, n.d.)을 뜻하며 이러한 성질을 과시성이라 한다. 사치스럽고 나태했던 구체제 귀족과의 차별을 위해 복장의 간소화를 택한 부르주아 남성이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방법은 부의 과시였다. 그들은 여성들이 자신들을 대신해 사회적 지위와 금전적인 능력을 표현하여 다른 계급과 구별되는 것을 바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이 유행에 따라 화려한 장신구와 치장을 하는 것이 당연시됐고, 이는 19세기 남성복의 유행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은 것에 비해 크리놀린 스타일과 버슬 스타일 등 시대에 따라 여성복의 유행이 끊임없이 변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최고의 권한과 부를 갖게 된 부르주아 계급에 부족한 것은 그들의 위치를 정당화하고, 신분 상승의 자격을 갖게 해주는 상징자본이었다.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 절약의 도덕을 자신에게 부과하는 한편, 호화찬란한 식당, 안락한 빌라, 검은색 정장에 의한 체면을 고안해냈다. 뒤로는 여성을 통한 부의 과시를 공공연하게 표출하며 자신들의 신분 상승 욕구를 채움과 동시에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하층계급과 구별 지었다(Perrot, 2007). 이처럼 과시성은 부르주아가 욕망하는 귀족이나 드미몽드가 가진 상류사회의 특권이나 남성을 유혹하는 힘 등을 모방함과 동시에 다른 계급과의 간격을 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모방 욕망의 특성이라 볼 수 있다. 본문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The Mimetic Characteristics of French Bourgeois in 19th Century


Ⅵ. 결론

본 연구는 19세기 프랑스 경제, 문화의 중심세력이었던 부르주아 계급의 패션에 나타난 모방 욕망을 이들과 연결된 여러 사회 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그 특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패션이 갖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의미를 짚어보고, 끊임없이 변하는 유행의 동인(動因)인 모방과 차별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함이다. 또한, 현대사회가 가진 다양한 형태의 모방을 분석하는 틀로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을 적용함으로써 패션을 보는 관점을 확대, 심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부르주아는 지라르의 모방 욕망의 삼각형에서 결핍을 느껴 무언가를 욕망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다른 주체들에게 모방 욕망을 심어주는 매개자가 되기도 한다. 이는 모방 욕망의 관계를 단순하게 일방적인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들의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보았던 지라르의 시선과도 일치한다. 특성의 도출을 위해 귀족과 부르주아 사이의 모방 욕망, 부르주아와 노동자 사이의 모방 욕망, 부르주아와 드미몽드 사이의 모방 욕망, 부르주아 여성과 남성 사이의 모방 욕망의 네 가지로 나누어 고찰했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방성이다. 부르주아 남성복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흔적과 부르주아 여성들의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패션에서 이들이 귀족적 생활방식을 모방하고 있음이 나타나며, 자신보다 못한 계급과의 구별을 위해 귀족의 스타일을 모방한다. 또한, 부르주아 여성은 귀족들의 우아하고 고상한 태도와 드미몽드의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 감각과 남성을 지배하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모방한다. 또 19세기 후반 부르주아 여성들이 바지, 테일러드 쟈켓 등과 같은 남성 의복의 요소를 차용한 것에서도 모방성이 드러난다.

둘째, 이중성이다. 겉으로는 금욕주의를 바탕으로 소박한 의복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여성들의 치장과 화려함을 이용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려는 모습, 값비싼 실내 가운과 조끼 등 은밀하게 과거 귀족 복식을 탐하는 모습, 공식적으로는 민주적이고 평등해 보이나 다른 하급 계급과 구별 짓기 위해 과시하는 모습, 겉으로는 드미몽드를 무시하고 경멸하지만, 내면에서 그들의 자유로움과 에로틱한 이미지를 부러워하며 모방하려는 데서 이중성이 드러난다.

셋째, 과시성이다. 표면적으로 복장의 간소화를 택한 부르주아 남성들은 자신들의 부속물로 여겼던 여성들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외관을 통해 부를 과시하려 했다. 이러한 과시를 통해 다른 계급과 구별되기를 욕망했으며, 이는 19세기 여성복의 유행이 끊임없이 변하게 되는 이유와 관련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과시성은 부르주아의 신분 상승 욕구를 채움과 동시에 다른 계급과의 간격을 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모방 욕망의 특성이다.

본 연구는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을 토대로 19세기 부르주아 패션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다. 부르주아 계급은 욕망의 삼각형 구조를 통해 위로 귀족계급과 아래로 노동자계급과의 관계 속에서 모방 욕망의 주체이자, 매개자 역할을 하는 변화의 중심으로 관찰됐다. 전근대 평민과 귀족 사이에 없었던 부르주아의 등장은 모방 욕망의 새로운 배경이 됐으며, 섬유 및 의류 산업의 발전과 백화점을 통한 유통방식의 변화는 매개자를 통한 주체의 모방 욕망을 가능케 했다. 연구의 초점을 19세기라는 시간적 배경과 부르주아라는 계급적 배경에 한정함으로써, 연구에서 도출한 결과 역시 제한적인 한계가 있다. 19세기 부르주아 계급을 중심으로 드러났던 모방성과 이중성, 과시성의 근간은 현대인의 심리에도 이어지고 있기에 패션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현대인의 모방 욕망의 동인과 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수단을 제공한다. 19세기엔 경마장과 박람회장, 무도회장 등에서 모방 욕망의 대상을 보았지만, 현대의 패션 주체들은 각종 언론매체와 온ㆍ오프라인에서 쏟아지는 광고에 상시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더 다양하고 세밀한 모방 욕망을 갖게 됐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이론을 현대 패션의 여러 분야에 적용해 21세기에 진행 중인 변화의 특성을 살펴보는 작업은 후속 연구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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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Traditional Desire Structure (H. Jung, 2018, p. 59)

<Fig. 2>

<Fig. 2>
Triangle of Mimetic Desire Structure (Girard, 2001, p. 24)

<Fig. 3>

<Fig. 3>
External Mediations and Internal Mediations (Girard, 2001, p. 49)

<Fig. 4>

<Fig. 4>
Redingote, Gilet, Pantalon (H. Jung, 2018, p. 325)

<Fig. 5>

<Fig. 5>
Redingotes (Perrot, 2007, p. 231)

<Fig. 6>

<Fig. 6>
Tuxedo (H. Jung, 2018, p. 351)

<Fig. 7>

<Fig. 7>
Knickerbockers (Perrot, 2007, p. 230)

<Fig. 8>

<Fig. 8>
Crinoline Dress (Nypl, n.d.-a)

<Fig. 9>

<Fig. 9>
Bustle Dress (Nypl, n.d.-b)

<Fig. 10>

<Fig. 10>
Hourglass Silhouette Dress (Nypl, n.d.-c)

<Fig. 11>

<Fig. 11>
Bourgeois in 19c (Perrot, 2007, p. 279)

<Fig. 12>

<Fig. 12>
Le comte Robert de Montesquiou (Histoire-image, 2016)

<Fig. 13>

<Fig. 13>
Robe de Chambre (Perrot, 2007, p. 227)

<Fig. 14>

<Fig. 14>
Mimetic Desire Triangle of Bourgeois and Nobles

<Fig. 15>

<Fig. 15>
The Crinoline in snowy weather (Brooklynmuseum, 2004)

<Fig. 16>

<Fig. 16>
Bourgeois women in Crinoline in 19c (Wikipedia, n.d.-a)

<Fig. 17>

<Fig. 17>
Mimetic Desire Triangle of Proletariat and Bourgeois

<Fig. 18>

<Fig. 18>
Demi-Monde (Pinterest, n.d.)

<Fig. 19>

<Fig. 19>
Le bar de Maxim's (Wikipedia, n.d.-b)

<Fig. 20>

<Fig. 20>
Mimetic Desire Triangle of Bourgeois and Demi-monde

<Fig. 21>

<Fig. 21>
Rond-Point des Champs-Élysées (Christies, 1880)

<Fig. 22>

<Fig. 22>
Bloomer (Bloomers-outdoors, 2018)

<Fig. 23>

<Fig. 23>
Mimetic Desire Triangle of Bourgeois Women and Bourgeois Men

<Table 1>

The Mimetic Characteristics of French Bourgeois in 19th Century

Subject Mediator Object Fashion Mediation The Mimetic
Characteristics
Power Aesthetics
Bourgeois Nobles The Privilege of upper class Elegance, Nobility Gilet, Robe de chambre, Necktie, Gloves, silk hat Internal mediation Mimic, Duplexity, Ostentation
Proletariat Bourgeois The Privilege of upper class, Wealth Luxury, Abundance Crinoline, Redingote Internal mediation Mimic, Duplexity, Ostentation
Bourgeois women Demimonde The power to seduce men Sexy, Erotic, Femme fatal images Corset, Decolté, Colorful lingerie Internal mediation Mimic, Duplexity, Ostentation
Bourgeois women Bourgeois men The Privilege of men Activity, Autonomy Tailored jacket, Bloomer Internal mediation Mimic, Duplex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