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패션에 나타난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특성 고찰 : 장 파투, 잔느 랑방, 마들렌 비오네,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을 중심으로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characteristics of the Pythagorean’s theological mathematics that appeared in fashion in the 1920s, focusing on the works of Jean Patou, Jeanne Lanvin, Madeleine Vionnet, and Sonia Delaunay. This research aims to explore the followings: First, the concept of the Pythagorean’s theological mathematics. Second, the definition of the components of the theological mathematics called arithmetiké, harmoniké, geometria, and astronomía and the conceptual attributes of theological mathematics extracted based on this. Third, the kind of relationship between theological mathematics's conceptual attributes and fashion design's characteristics in the 1920s. Fourth, the features of the theological mathematics inherent in the collections of Patou, Lanvin, Vionnet, and Delaunay. This study’s research methods are based on the study of literary and content analysis. The theological mathematics is an intellectual worldview regarding the harmony between the metaphysical concept of human, the universe of natural philosophy, and the hypothesis of numbers. The concept Tetrakys established the source of creativity by revealing the order in which the numbers from 1 to 10 are made and the axiomatic correlation between each of them. Meanwhile, fashion designers in the 1920s explored modularized formative beauty and proportional beauty through the harmony between their spiritual and material worldviews developed by the scientific proofs of time and space. This aesthetic concept identified by the balance of heterogeneous elements is aligned with Pythagoras’s expression of the inherent polarity of the mind and body, God and human, ethics and axiom, and metaphysics and reason. Monad was derived from the differentiation in the world and revealed the source of harmonious creation through spiritual purification. Therefore, the theological mathematics of the Pythagorean was the basis of fashion design in the 1920s, characterized by the harmony of heterogeneous elements such as positivity, abstraction, functionalist artistry, geometric body beauty, and pure decorativeness.
Keywords:
fashion design in 1920s, Jean Patou, Jeanne Lanvin, Madeleine Vionnet, Sonia Delaunay, the theological mathematics of Pythagorean키워드:
1920년대 패션디자인, 장 파투, 잔느 랑방, 마들렌 비오네, 소니아 들로네,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Ⅰ. 서론
1. 이론적 배경
우주와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철학은 사회적, 과학적 사고의 발전과 변화에 따라 그 사유가 변모하며 삶, 윤리, 예술 등 인간의 관념적 세계관의 기반이 되어 왔다. 우주는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다원적 요소들이 융합된 집합체로, 우주의 속성인 이질된 요소들 간의 조화는 소우주로 지칭되는 인간 본성을 밝히는 철학적 잣대이다. 이와 같은 우주와 인간의 상관관계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 BC 580-BC 500)에 의해 처음으로 규정된다. ‘Philosophy’의 개념을 정의한 피타고라스는 유형의 보편적 본질(nature)과 무형의 영속적 실재(reality)를 찾는 지식의 횡보가 철학이라고 주장한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특히, 피타고라스는 수(number)의 실용적 그리고 관념적 탐구를 통해 우주와 신의 원리를 체계화하고 인간을 형이상학적 명제로 재해석한다. 피타고라스학파는 물리적 속성을 지닌 숫자 ‘1’부터 테트라크티스(Tetraktys)를 형성하는 숫자 ‘10’까지의 순리에 이상(ideal), 산술, 기하학, 우주, 종교의 순리를 대입한 수학철학(theological mathematics)의 담론을 정립하는데, 이는 각 숫자의 본질, 공간, 시간의 가시화를 통해 고전기 그리스의 미적 잣대인 조화(harmony)를 표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Fideler, 1988). 또한, 수학철학은 수의 그 자체인 ‘수론(arithmetiké)’, 시간 속의 수를 규정한 ‘음악론(harmoniké)’, 공간 속의 수로 표상되는 ‘기하학(geometria)’, 그리고 시공간 속의 수를 탐구하는 ‘천문학(astronomía)’이라는 4가지 형식으로 확장되어 관념적·실천적·미적 원리로 체계화된다(Fideler, 1988). 이후, 플라톤(Plato, BC 427-BC 347),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BC 322), 유클리드(Euclid) 등의 철학자들에 의해 전승된 수학철학은 고전주의(classicism) 철학과 예술의 근간이자 핵심 명제로 부상한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특성은 객관적이고 규정적인 비례미를 실험한 예술과 디자인 분야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고, 1920년대 예술가와 패션디자이너들은 평면 혹은 입체 공간의 모듈러(Modular)를 위해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형태, 컬러, 재료의 비례미와 조화를 탐구한다.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 1854-1912)의 저서 「과학과 가설(La Science et l'Hypothèse)」 을 접한 입체주의(cubism) 작가들은 자연 오브제의 시공간을 해체하여 기하학적 형태로 재구성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미래주의(futurism), 구성주의(constructivism), 바우하우스(Bauhaus) 등의 작가들은 관념적 추상화와 이성적 모듈화의 융합을 시도한다(Lee, 2016). 곧, 예술가들의 기하학에 대한 사고는 공간과 시간 속의 수를 규정하여 인간의 삶과 융합시킨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기 패션디자이너들 또한 인체미를 과시적으로 드러내는 실루엣에서 벗어나 기하학적 비례미를 근거로 한 실루엣, 컬러, 재료의 조화를 실험하는데, 장 파투(Jean Patou, 1887-1936), 잔느 랑방(Jeanne Lanvin, 1867-1946),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 1876-1975),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 1885-1979)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수학철학의 관념을 패션에 투영시킨 선구자들이다. 이들 중 파투와 비오네는 기하학 모듈을 활용한 기능적 형태 탐구를 통해 수학적 비례미와 단순미를 디자인에 적용했고, 반면 랑방과 들로네는 추상적 모티브를 활용하여 도형과 색채 그리고 도형과 소재라는 이원적 요소 간의 조화를 작품에 담아내었다. 곧,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수학적 비례미와 단순미 그리고 추상적 모티브의 실험적 탐구는 1920년대 패션디자인에 나타난 수학철학의 속성이다.
피타고라스학파의 미학에 관한 선행연구는 Kang(2005)이 무용의 움직임을 노자와 피타고라스의 사상에 내재된 공간 개념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Ahn(2006)이 피타고라스의 음악론을 고찰하였다. 반면, 1920년대 패션디자인에 관한 선행 연구는 Kim, Ji, Kim, Yeo, & Yang(2013)이 1974년과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에 나타난 1920년대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분석하였고, Kim, Park, & Uh(2013)가 20세기 초기의 기능적 의상디자인을 러시아 구성주의를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또한, Lee(1993)는 소니아 들로네의 1920년대 회화와 현대의상에 내재된 공통된 특성을 분석하였고, Hyun & Bae(2005)는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들로네의 의상디자인에 나타난 모더니티의 근원을 탐구하였다. 더불어, Oh(2016)는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 1883-1971)의 1920년대 패션 룩에 나타난 시각적 정체성과 기호적 브리콜라주를 연구하였다. 이에 본고는 선행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1920년대 패션에 나타난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특성을 고찰하여 철학과 미학의 근원인 수, 비례, 균형의 관점에서 패션디자인 현대화의 근거와 디자이너들의 기하학적 조형 탐구 방법을 밝히고자 한다.
2. 연구 목적 및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1920년대 패션에 나타난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특성을 장 파투, 잔느 랑방, 마들렌 비오네,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데에 있다. 연구 목적 달성을 위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학철학의 개념은 무엇인가이다. 둘째는 수학철학의 구성요소인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은 어떻게 규정되며, 이를 기반으로 추출된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은 무엇인가이다. 셋째는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과 1920년대 패션디자인의 특성은 어떠한 관계성이 있는가이다. 넷째는 1920년대 대표디자이너인 파투, 랑방, 비오네, 들로네의 컬렉션 작품에 내재된 수학철학의 특성은 무엇인가이다. 본 연구의 연구 방법은 문헌연구와 내용분석이다. 본고는 앞서 제시한 연구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암블리코스(Iamblichos, 250-325), 테온(Theon of Smyrna) 등이 작성한 피타고라스학파에 대한 1차 자료와 관련 단행본을 중심으로 수학철학의 개념과 구성요소를 분석하여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을 고찰한다. 또한, 연구자는 1920년대 패션 관련 단행본, 뉴욕 「Vogue」 트렌드, 디자이너 인터뷰 칼럼 926건을 분석하여 1920년대 패션디자인의 특성인 기하학적 조형성, 기호화된 국제성, 수학적 비례성과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이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려 한다. 더불어, 수학적 비례미를 기반으로 수학철학의 관념을 재해석한 1920년대 대표디자이너로 브랜드의 심볼인 모노그램 패턴을 개발한 파투, 로맨티시즘의 규격화를 이루어낸 랑방, 산술과 형태의 관계를 탐구한 비오네 그리고 컬러에 내재된 수학적 속성을 고찰한 들로네의 작품을 사례 분석할 것이다. 본고는 수학철학의 핵심인 수의 질서 고찰을 통한 형태의 기호화와 기하학, 컬러, 소재의 상호관계와 하모니를 적용한 파투 작품 321점, 랑방 작품 353점, 비오네 작품 297점, 들로네 작품 57점을 추출하여 총 1028점의 작품들을 심층 분석하고 그 특성을 추출한다.
Ⅱ.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 분석
1.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개념과 기본 숫자: 관념과 물질의 수학적 조화를 상징하는 테트라크티스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은 모나드(monad, 1)부터 데카드(decad, 10)까지 기본 숫자에 내재된 과학적, 관념적, 종교적 의미를 규정하고 각 수들 간의 비례와 균형을 탐구하여 만물의 물질적 본질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피타고라스가 이탈리아 크로톤(croton)에 설립한 아카데미의 학생들로 구성된 피타고라스학파는 수업을 통해 기호화의 중요성을 학습한다(Iamblichus, 1988). 이집트에서 기하학과 우주에 관한 담론을 접한 피타고라스는 공리적 명제로 수학을 탐구한 이집트인들의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된 관념적 기호화를 투영시켜 철학적 명제를 만든다(Copleston, 2015). 또한, 피타고라스는 수를 모든 만물의 지식과 법칙을 상징하는 기본 언어로 규정하며 이를 기반으로 우주의 언어 혹은 자연의 순리와 인간 삶의 의미를 나타내는 새로운 언어인 ‘테트라크티스’를 창조한다(Iamblichus, 1988). 테트라크티스는 무차원의 점들을 연결짓는 첫 현시 공간을 가시화하여 단일성과 다중성간의 조화를 수직적 관계로 증명한 명제이다(Iamblichus, 1988). 곧, 이 명제의 상징은 ‘1+2+3+4=10’이라는 수학 공리를 삼각형의 기하학적 구조로 표현한 것으로 피타고라스의 관점에서 최상층에 있는 1은 점, 그 아래층의 2는 선, 세 번째 층의 3은 면 그리고 바닥 층의 4는 입체로 규정된다(Fideler, 1988), <Fig. 1>.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은 1부터 10까지의 기본 숫자를 테트라크티스의 정신적 사유로 해석하여 거시적 현실 세계와 미시적 관념 세계를 조화시킨 담론이다.
테트라크티스를 구성하는 수학철학의 기본 숫자는 모나드부터 트리아드(triad, 3)까지의 ‘태초의 우주를 생성하는 범례’, 펜타드(pentad, 5)를 향해가는 4원소가 만들어낸 ‘우주의 형체’ 그리고 헥사드(hexad, 6)부터 데카드(decad, 10)까지의 ‘영원성을 내재한 완전한 우주의 형성’이라는 창조의 세 단계로 나타난다(Iamblichus, 1988; Strohmeier & Westbrook, 2005; Theon, 1988), <Table 1>. 또한, 모나드부터 데카드까지의 숫자들은 각각 산술적, 기하학적, 자연·우주론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인 ‘태초의 우주를 생성하는 범례’는 모나드, 디아드(dyad, 2) 그리고 트리아드로 구성되며, 이는 현실 세계의 형상과 영혼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창조의 시작점이다. 모나드는 양극성을 내재한 첫 번째 물질적 존재로 무한한 양적·질적 가능성을 내재한 창조의 근본적 단일체이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Fig. 2>. 산술적 가치로 모나드는 증가와 감소의 균형을 나타내며, 기하학적 가치로는 점보다 우위인 모듈러를 상징한다(Iamblichus, 1988). 또한, 자연·우주론적 가치에서 모나드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융합된 상태를 의미하며 식물의 씨앗, 생명체 발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Iamblichus, 1988). 반면, 디아드는 모나드 내에 존재하던 이원성의 표출로 출현되며 서로 대립되는 성질들의 결합을 뜻한다<Fig. 3>. 디아드의 산술적 가치는 불균등과 무한으로 규정되며 이로 인해 기하학적 형식과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Iamblichus, 1988). 더불어, 디아드의 자연·우주론적 가치는 탄생, 성장, 운동 그리고 남성이다(Iamblichus, 1988). 마지막으로 실제성을 지닌 첫 번째 숫자인 트리아드는 양극단의 가능성이 만들어낸 창조적 존재를 상징한다<Fig. 4>. 모나드의 씨앗과 디아드의 가능성을 통해 트리아드는 실체론적인 숫자를 표현하고, ‘과거-현재-미래’를 암시하며 지혜와 예측을 불러오는 상징물이 된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또한, 트리아드는 기하학적으로 균형된 비례를, 자연·우주론적으로 여성과 만물의 ‘시작-중간-끝’을 만드는 숫자이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두 번째 단계인 4원소가 만들어낸 ‘우주의 형체’는 테트라드(tertad, 4)와 펜타드의 양적 변화과정을 통해 우주의 지적, 자연적, 공간적 형체를 탐구하고 결합하며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우주를 구축하는 확장점이다. 테트라드는 우주를 구성하는 자연, 공간, 수학, 과학, 기하학을 완성하는 과정인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을 상징하고 정의(justice)를 의미하는 수이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Fig. 5>. 테트라드의 산술적 가치는 테트라크티스를 형성하는 숫자라는 점이며, 기하학적 가치는 첫 번째 3차원 공간을 형성하는 삼각뿔이다. 그리고 자연·우주론적 가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과 불, 공기, 물, 대지의 4원소이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반면, 펜타드는 남성과 홀수를 뜻하는 디아드와 여성과 짝수를 상징하는 트리아드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숫자로 결혼과 화합을 의미한다<Fig. 6>. 데카드의 절반인 펜타드는 10을 만들기 위한 덧셈 방법 중 항상 중간지점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산술적 가치를 지닌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또한, 펜타드의 기하학적 가치는 불의 형태인 정4면체, 대지의 형태인 정6면체, 공기의 형태인 정8면체, 아이테르(Aither)의 형태인 정12면체 그리고 물의 형태인 정20면체로 구성된 다섯 가지 핵심 입체로 구성된다(Diels, 1988). 더불어, 자연·우주론적 가치로써 펜타드는 우주의 생명과 삶을 실체화한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마지막 단계인 ‘영원성을 내재한 완전한 우주의 형성’은 헥사드, 헵타드(heptad, 7), 옥타드(octad, 8), 에네아드(ennead, 9) 그리고 데카드를 내포하며, 본질적 질서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밝혀 영원불변한 우주를 형성하는 완전체이다. 영적 완전성과 육체적 건강의 영속성을 상징하는 헥사드는 우주를 조화시키는 산술 평균인 조화 평균((4-3):3=(6-4):6)의 기준 숫자이다(Vamvacas, 2008), <Fig. 7>. 헥사드의 기하학적 가치는 12개의 모서리, 8개의 꼭짓점, 6개의 면으로 구성된 정육면체에 있으며, 자연·우주론적 가치는 자연의 여섯 방향인 동, 서, 남, 북, 위, 아래이다. 더불어, 헥사드의 산술적 가치는 완전한 수로 규정되는데, 이는 인수(1, 2, 3)을 곱하거나 더해도 같은 값이 산출되기 때문이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반면, 헵타드는 첫 기하학적 구조인 삼각형과 제곱수를 만들어내는 정사각형의 변 수를 결합한 조화(3:4)의 수를 상징한다(Philolaus, 1988), <Fig. 8>. 헵타드의 산술적 가치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수로는 나누어질 수 없는 소수라는 점이며, 기하학적 가치는 음악을 산술적 비율로 탐구하여 규정된 기하 평균(1, 2, 4)의 합이라는 점이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Vamvacas, 2008). 또한, 달의 7가지 모양, 몸의 7개의 부분 등을 통해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는데 이것이 헵타드의 자연·우주론적 가치이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이와 다르게, 옥타드는 안정성, 부동성, 균형, 규칙을 아우르는 모든 조화 원리를 내포한다<Fig. 9>.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자 필로라우스(Philolaus, BC 470-BC 385)는 ‘2x2x2’라는 옥타드의 산술적 구조가 만들어내는 정육면체가 우주의 만물과 관련된 기하학적 조화 평균이라고 설명한다(Philolaus, 1988). 더불어, 옥타드는 음악적 비율의 근거인 8음계의 수학적 비율을 통해 산술적 가치를 가진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횡단과 통과를 상징하는 에네아드는 이전의 숫자와 데카드 간의 경계인 수평선을 의미한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Fig. 10>. 자연·우주론적 가치로써 에네아드는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9개월의 시간과 눈으로 관측 가능한 9개의 천구를 내재하고 있다(Vamvacas, 2008). 마지막으로, 우주와 자연의 통일된 법칙이자 모든 만물의 구현을 의미하는 데카드는 완전한 수이며, 피타고라스학파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숫자는 모나드부터 데카드 까지의 숫자들의 횡보를 회귀한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Fig. 11>. 이에 피타고라스학파는 가장 완벽한 형태인 구(球)를 데카드의 기하학적 가치로 규정하고 우주의 질서인 코스모스(Kosmos)를 데카드의 자연·우주론적 가치로 정의한다(Strohmeier & Westbrook, 2005).
2. 수학철학의 구성요소 분석: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
피타고라스학파는 수학철학의 기본 숫자의 개념을 바탕으로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이라는 4가지의 순수이론 분과를 구축한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이전의 이오니아, 이집트, 바빌로니아 철학자들이 서로 융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해왔던 종교와 과학을 육체와 정신의 정화를 통해 통합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Vamvacas, 2008). 이들은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의 학습을 통해 육체로부터 영혼을 분리하고 영혼을 감각뿐만 아니라 정신세계 그리고 조화, 척도, 질서 등 수학적 요소를 기반으로 한 사회, 윤리, 철학의 이성적 현실 세계로 확장시킨다(Vamvacas, 2008). 또한,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의 4가지 분과는 과학적, 철학적, 형이상학적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각각의 개념이 구체화된다. 이중 수론은 앞서 분석된 테트라크티스의 기본 숫자를 포괄하며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을 분석하는 기초 담론이다. 이 담론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수론과 기하학은 ‘기하학적 대수학’을, 수론과 음악론은 ‘물질과 심리의 공리적 융합’을, 음악론과 천문학은 ‘대립적 조화론’을, 기하학과 천문학은 ‘우주기원론’을 만들어낸다<Fig. 12>.
기하학적 대수학은 수의 산술적 관계에 관한 기하학적 연구를 의미한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수의 산술 과정을 삼각형, 정사각형, 원뿔 등 형태로 나열하여 사고하며 바빌로니아인들의 대수학을 기하학적 명제로 재해석한다(Vamvacas, 2008). 특히, 수학자 히파수스(Hippasus)는 직각삼각형의 빗변 길이를 탐구하던 중 분수로 성립되지 않는 수인 무리수가 현존한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무리수는 실용적인 대수학의 범주를 벗어나 비합리적이고 비대칭적인 비율의 특성을 연구하여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을 밝히는 주요 명제로 이후 수학 발전의 판도를 전환한다(Askew, 2012; Vamvacas, 2008). 곧, 피타고라스학파의 기하학적 대수학은 수학 공리를 선과 면의 비율로 증명하며 순수한수 그 자체와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론과 음악론의 상호성으로 도출된 물질과 심리의 공리적 융합은 산술적 비율을 통해 추상적인 심리적·미적 조화를 규격화하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콘스탄틴 밤바카스(Constantin Vamvacas, b. 1931)는 피타고라스가 대상의 물질적인 상태(현의 길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단순한 산술적 비율을 밝혀 이를 주관적인 심리적·미적 정조(음악적 조화가 주는 즐거움)와 연결했다고 설명한다(Vamvacas, 2008). 피타고라스학파는 리라 현과 관악기의 길이, 두께가 다른 동판 등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실험하며 음악적 화성을 규정하는데, 이들은 1, 2, 3, 4라는 수 간의 비율을 통해 가장 조화로운 화성학인 8도(1:2), 5도(2:3), 4도 (3:4) 음정이 구성된다고 주장한다(Fideler, 1988). 이를 기반으로 피타고라스학파는 인간의 주관적인 감정과 물질적 세계가 공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하며 현실 세계의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는 초석을 마련한다.
대립적 조화론은 상반된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질서를 의미하며, 수론의 대립성을 기반으로 한 음악론과 천문학의 관계로 도출된다. 수론은 무한을 의미하는 아페이론(apeiron)과 경계와 규정성을 상징하는 페라스(peras)의 상반된 원리들의 질서를 찾는 학문으로 무한한 시간과 공간에 점, 선, 면의 기하학적 형식을 측정할 수 있다(Vamvacas, 2008). 피타고라스학파는 이 원리를 중심으로 음악론의 화음을 구체화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의 형태, 행성들 사이의 거리와 공전 주기에 수론을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음악의 화성적 비율과 행성의 공전 주기 비율이 일치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아이페론과 페라스가 구축한 조화가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Vamvacas, 2008). 그러므로 대립적 조화론은 수학, 우주, 도덕, 형상, 의학, 종교, 미 등 물질적 세계와 지적 세계의 본질적 원리이자 피타고라스학파 철학의 근원이다.
기하학과 천문학의 상관관계를 통해 정립된 우주기원론은 수의 공간적 성질로 구축된 우주의 기원과 구조를 의미하며 수론을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우주의 형성을 수의 형성과 동일시한 피타고라스학파는 모나드에 내재된 불확정적이고 원초적인 양극성이 수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점, 선 그리고 평면의 형상이 도출된다고 주장한다(Vamvacas, 2008). 또한, 고정된 형상을 형성하는 평면의 형상들은 정6면체의 흙, 정4면체의 불, 정8면체의 공기, 정20면체의 물이라는 4원소로 구성된 감각적 물체 구축을 통해 영혼과 정신세계를 내재한 구(球)의 우주를 완성한다(Vamvacas, 2008). 곧, 수가 형성되는 과정과 우주가 생겨나는 과정을 동일시하는 것이 피타고라스학파가 정립한 우주기원론의 핵심이며, 이 과정을 통해 입증된 수의 공간적 형상은 물질적 요소와 기하학적 형체를 내포한다.
3.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공리적 주관성, 불확정적 상호성, 전체론적 존재성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은 수의 질서를 통해 신, 우주, 인간 사이의 초월적 조화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현존한다. 페라스와 아페이론이라는 상반된 속성으로 구성된 수는 수론, 기하학, 음악론, 천문학이라는 시공간의 질서를 포괄하며, 수의 질서는 만물을 형성하는 본질적 원리이자 원칙이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수의 시공간적 원리의 경험 그리고 인간의 정신과 감각을 통해 수의 시공간적 질서를 느끼며, 이를 통해 완성된 정신적 산물의 인지를 바탕으로 지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Fideler, 1988). 피타고라스학파가 규정한 지적 이해는 프락시스(praxis)와 테오리아(theoria)로 구분된다. 영혼의 인지를 의미하는 프락시스는 화성학의 조화로 구성된다(Fideler, 1988). 반면, 사색과 명상을 상징하는 테오리아는 인간의 영혼이 모든 편견을 없애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수한 관조의 정신이다(Fideler, 1988). 피타고라스학파는 수의 질서 탐구로 물질 세계와 정신세계를 모듈화하고 이성적 사고인 프락시스와 테오리아를 통해 물질과 정신을 초월한 하모니를 완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추출된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은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공리적 주관성, 불확정적 상호성, 전체론적 존재성이다<Fig. 13>.
첫째로 이원적 대립성은 서로 대립하는 속성을 지닌 이원적 요소가 만들어내는 창조의 근원을 의미한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인간과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한과 한정, 홀수와 짝수, 추상과 기하학, 감각과 지성, 종교와 과학, 물질과 관념 등과 같은 대립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한한 공간 속에서 이 대립성들이 출현하고 융합되는 과정을 통해 유한한 창조물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Fideler, 1988). 둘째로 이성적 조화성은 인간이 신의 영역에 이르는 모든 정화의 과정이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속성이다.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순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신이 창조한 만물이 수라는 이성적 잣대를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육체와 영혼 간의 이성적 조화를 찾고자 노력한다(Iamblichus, 1988). 셋째로 공리적 주관성은 개인의 심리와 미적 감상과 같은 주관적 관념을 수의 공리를 통해 기호화하여 물질적 체계로 전복하는 것이다. 정신을 상징하는 종교, 영혼의 청각적 표현인 음악, 지적 감각의 가시화인 예술 등은 인간이 느끼는 추상적인 감정과 감성이 만들어낸다고 주장한 이 철학자들은 정신적 산물들이 1부터 4까지의 수로 구성된 통일된 수학적 비율로 수렴된다는 점을 밝히며 관념적 세계와 물질적 세계 간의 공리적 관계성을 구축해 낸다. 넷째로 불확정적 상호성은 모든 만물의 근원인 모나드가 불확정적이고 시공간적 형상이 없는 상호적 요소들을 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타고라스학파가 규정한 기본 숫자의 순리에서 모나드는 무형의 불완전한 양극성으로 구성된 창조의 씨앗이며, 상반되는 대립적 속성이 디아드의 형태로 실체화되는 과정은 창조의 시작점이었다(Iamblichus, 1988). 마지막으로 전체론적 존재성은 만물을 구성하는 가시적 그리고 비가시적 존재들이 수의 비례를 통해 전체론적인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속성이다. 현의 길이와 소리 간의 수학적 비례와 감각적 조화를 탐구하던 피타고라스학파는 물질과 음악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내적 로고스(logos)와 우주가 통일된 척도인 코스모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전체론적 세계관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Vamvacas, 2008). 곧, 피타고라스학파는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공리적 주관성, 불확정적 상호성, 전체론적 존재성이라는 관념적 속성들을 바탕으로 현상과 실재, 인식과 구상, 인간과 자연의 원초를 밝혀 고전기 그리스 철학과 미학의 표준 기호를 구축한다.
Ⅲ.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과 1920년대 패션디자인의 관계성
1.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과 Mode of Simplicity
수학철학의 개념과 관념적 속성은 1920년대 패션디자인에서도 나타나는데 그 특징은 이질적 속성의 융합이 만들어낸 단순성, 순수성, 실용성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션디자이너들은 전쟁의 영향으로 인한 여권 시장과 문화 융합 현상 그리고 모더니즘 양식의 재해석을 통해 젠더, 조형, 기능주의적 예술성을 탐구한다. 남성과 여성, 기하학과 인체미, 기능성과 예술성의 양극성은 순수한 조형의 원리를 중심으로 모더니즘 양식의 핵심인 기호화된 형태적 질서를 창조하는 원천이다. 1910년대에 폴 푸아레(Paul Poiret, 1879-1944)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과 고전주의에 영감을 받아 코르셋으로부터 탈피한 여체의 재해석을 시도하는데, Koda(2007)는 이를 소극적인 모더니즘 패션으로 명명한다. 이후 패션디자인에서 실체적 모더니즘의 실현은 1920년대의 디자이너들에 의해 완성된다. 선을 강조한 스트레이트 실루엣, 기능적 활동성을 위한 장식의 기호화 그리고 수학적 공리가 만들어낸 비례미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 가르손느(Garçonne), 플래퍼(Flapper), 베출러 걸(Bachelor Girl) 스타일은 패션의 모더니즘 시대를 개척한다(Koda, 2007; Lee & Park, 2011). 곧, ‘mode of simplicity’를 중심으로 조형의 모듈화를 구축한 1920년대 패션디자인은 수의 질서를 통해 물질적·정신적 세계의 모듈화를 강조한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속성과 일치한다. 더불어,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 중 이원적 대립성과 불확정적 상호성은 창조의 근원인 불완전한 형태의 양극성이 수와 기하학의 형상으로 구체화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패션디자인에서 형태, 컬러, 소재의 추상화를 통해 디자이너의 존재론적 사유를 표현하는 특징인 단순성으로 표상된다. 또한, 순수한 수의 질서를 기반으로 만물의 조화를 찾는 속성인 이성적 조화성, 공리적 주관성 그리고 전체론적 존재성은 디자이너들이 공리적 원리로 형태의 본질을 찾은 순수성과 실용성의 특징과 일치한다.
본고에서 「Vogue」 뉴욕에 게재된 파리컬렉션 기사와 트렌드 칼럼 926건의 분석을 통해 추출된 1920년대 패션디자인의 특징은 ‘extreme simplicity’, ‘smart simplicity’, ‘orient simplicity’으로 구분된다<Fig. 14>. 사례를 살펴보면, 페르난데스(Fernandez, J. R.)는 1921년 2월 1일의 기사 『The simplicity of mastery』 에서 당시 프랑스 상류문화를 이끈 Mrs. Romaine Books(1874-1970), Madame Patri 등을 위해 제작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extreme simplicity’가 공통된 특징이라고 주장한다(Fernandez, 1921). 또한, 손리(Thornley, B. P.)가 1921년 5월 15일에 기재한 『The apparel of the hours en route』 에 따르면, smart tailleur는 오트쿠튀르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트레블웨어를 위한 핵심 요소였다(Thornley, 1921). 더불어, 1921년 파리의 봄 패션 트렌드를 제시한 기사 『Paris turns propthet once more』 에는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튜닉에 영향을 받은 simplicity가 새로운 기조이며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으로 단순해진 디테일과 트리밍이 주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기술되어있다(Paris turns, 1921). 이처럼, 1920년대 패션디자인 스타일인 ‘mode of simplicity’는 extreme, smart, orient를 통해 구체화되며, 이 특징들은 남성성과 여성성, 추상과 자연, 인체와 기하학, 장식성과 순수성, 예술성과 기능성 그리고 이성과 감성이라는 상반된 속성의 조화를 통해 형태적 질서를 구축한다.
‘Extreme simplicity’는 수학적 비례가 적용된 드레이핑과 테일러링을 통해 구축된 단순화된 조형미이다. 장식성이 배제된 이 특징은 그리스 여신상을 모티프로 고전적 인체미를 구현하거나 추상 회화를 모티프로 한 기하학적 컬러 모듈의 배열로 간결한 조형미를 완성하는 것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의 융합 그리고 이성과 감성의 융합을 내포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융합은 앤드로지너스(androgenus) 스타일로 나타나는데, 앤드로지너스의 어원은 남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andro와 여성을 의미하는 gyn으로 남성과 여성보다 우위인 모나드의 양극성을 상징하는 용어이다(Kaplan & Sedney, 1980). 1920년대 패션디자이너들은 앤드로지너스를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여성의 자유의지를 표명하는 스타일로 해석하여 진보적 여성 문화를 위한 양성적 패션스타일을 만들어낸다(Lee & Park, 2011). 이와 같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융합에는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 중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불확정적 상호성, 전체론적 존재성을 내재한다<Table 2>. 사례를 들면, 비오네는 쿠튀리에를 기하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기하학 연구자로 명명하고, 관념적으로 규정된 남성과 여성의 이상적인 인체 비율을 초월하는 수학적 균형의 실체를 탐구한다(Kirke, 1998). <Fig. 15>는 비오네가 1920년대 초에 고전기 그리스 화병의 비율을 탐구하여 수학적 균형이 만들어낸 조형미를 실험한 것으로 순수한 수의 조형을 연구한 것이다(Kirke, 1998). 반면, 이성과 감성의 융합은 입체주의, 아르데코(art deco), 오르피즘(orphism)과 같은 추상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의 정신적 세계관을 기하학적 형태와 컬러 모듈의 재구성으로 표현하는 시각적 조형미를 패션디자인에 담아낸다. 이 융합적 특성은 정신적 산물의 모듈화로 인간과 신의 조화를 이루고자 한 피타고라스의 사고와 같은 맥락으로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공리적 주관성, 전체론적 존재성이라는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과 일치한다<Table 2>. 조르주 르파프(Georges Lepape, 1887-1971)가 1921년에 디자인한 발레 무대 의상인 <Fig. 16>은 오렌지와 화이트 컬러 모듈을 반복 배열한 의상과 자드 그린(jade green) 컬러의 삼각 모듈을 중첩한 케이프로 기하학적 컬러 모듈이 구축한 순수한 단순미가 특징이다.
‘Smart simplicity’는 자동차 여행을 즐기고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며 레저를 즐기는 플래퍼와 베출러 걸을 위한 기능적 예술성이 가미된 디자인을 의미한다. 실례로, 프랑스의 라 부이유(La Bouille)와 셍 클루(Saint Cloud)는 마담 욜라 레테이어(Yela Letellier), 마담 시몽 드 라 솜(Thion de la Chaume, 1908-2001) 등의 사교계 여성들이 모여 골프와 사교 문화를 즐기던 지역이며, 잔느 랑방, 장 파투, 마담 제니(Madame Jenny) 등의 디자이너들은 이들을 위해 기능성, 실용성, 심미성을 고려하여 트레블웨어와 스포츠웨어를 제안한다(The golf club, 1921). ‘Smart simplicity’에는 인체와 기하학의 융합 그리고 기능성과 예술성의 융합이 나타난다. 인체와 기하학의 융합은 인체를 기하학적 형태와 조화시켜 간결한 조형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수학과 기하학의 공리적 특성이 우주와 인간의 물질적 형태를 형성한다고 인지한 피타고라스학파의 관념이 나타난다. 인체와 기하학의 융합은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 중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공리적 주관성, 전체론적 존재성을 내재한다<Table 2>. 이와 다르게, 기능성과 예술성의 융합은 인체의 움직임에 편리한 비례미와 실루엣 탐구를 통해 기능미가 구축한 미의 전복을 의미하며 고대 이집트의 기하학에 대한 공리적 사고를 철학적 사유로 재해석한 피타고라스의 정신이 보인다. 기능성과 예술성의 융합에는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공리적 주관성, 전체론적 존재성의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을 내포한다<Table 2>. <Fig. 17>은 랑방이 1922년에 디자인한 스포츠 프록, 블라우스, 스커트 디자인으로, 원을 모티프로 한 화이트 컬러의 플란넬 스포츠 스커트와 엘로우 울저지에 격자 무늬의 골드와 실버 컬러 실로 수놓은 프록은 인체를 도형 모듈로 재해석하고 기능주의의 예술성을 담아낸 사례이다.
‘Orient simplicity’는 인도차이나, 모로코, 이집트, 일본, 터키, 아프리카 등의 오리엔탈 문화를 재해석한 장식성을 의미하며, 고대 그리스 복식과 오리엔탈 복식의 실루엣을 융합하거나 이집트, 아프리카, 인도차이나의 기하학적 모티프를 자수 혹은 비즈로 표현한 규격화된 장식성이 그 사례이다(Exotic is the, 1922; Hillis, 1920a; The Indo-chinese influence, 1923; The Parisienne turns, 1920). ‘Orient simplicity’의 특징에는 추상과 자연의 융합 그리고 장식성과 순수성의 융합이 보인다. 추상과 자연의 융합은 자연 본래의 형태를 인간의 정신을 통해 선과 면의 추상적 모티프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는 감각과 음악과 같이 정신적 세계와 우주의 구조인 물질적 세계를 수와 기하학으로 규격화하고자 한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과 유사하다. 추상과 자연의 융합에는 이원적 대립성, 이성적 조화성 그리고 불확정적 상호성이라는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이 담겨있다<Table 2>. 자수, 비즈, 퍼, 트리밍 등이 만들어낸 장식성과 기하학적 형태에 내재한 순수성의 융합은 수의 질서와 공리적 사고를 통해 장식의 모듈화를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며 미의 척도를 순수한 수의 비율과 비례에서 찾았던 피타고라스학파의 관념이 보인다. 장식성과 순수성의 융합은 수학철학의 관념적 속성 중 이원적 대립성과 이성적 조화성을 기반으로 한다<Table 2>. 사례를 살펴보면, 몰리뉴(Molyneux)의 1921년 작품인 <Fig. 18>은 이집트의 건축과 일본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이다. 왼쪽 작품은 화이트 서지 수트(serge suit)로 단순한 직사각형의 스트레이트 실루엣에 자켓의 소매와 벨트 부분에 블랙 컬러의 자수로 장식한 것이고, 오른쪽 작품인 스트레이트 라인의 제르사불(djersabulle) 투피스 작품이다(Some fromks that, 1921). 이 두 작품 모두는 일본식 파라솔로 스타일이 완성되어 프랑스 리비에라(Riviera)의 오리엔탈 스타일을 표현한 것이다(Some fromks that, 1921). 또한, 가운데 드레스 작품은 스커트의 앞부분에 이집트 건축을 모티프로 한 기하학적 조형을 스티치하여 규격화한 장식성이 부각된 디자인이다(Some fromks that, 1921).
Ⅳ. 장 파투, 잔느 랑방, 마들렌 비오네,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에 나타난 수학철학의 특징 분석
1. 장 파투: 기능적 형태, 컬러의 대비, 창조적 소재의 융합으로 구현된 양성성
1920년대 장 파투 디자인에 나타난 수학철학의 특성은 기능적 형태, 서로 다른 컬러의 대비, 창조적 소재의 융합으로 구현된 양성성이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에서 양성성은 창조의 근원인 양극성을 내재한 모나드의 관념으로, 이는 1920년대 패션에서 자유분방한 도시의 신여성을 표명하는 앤드로지너스 스타일 창조의 원천이다. 파투는 양극성의 질서를 통해 우주의 다원적 조화를 찾아 낸 수학철학의 개념과 같이 여성성과 남성성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관념적 질서를 기반으로 다원적 요소인 기능적 형태, 컬러의 대비, 창조적 소재의 조화를 구축한다<Fig. 35>. 또한, 당시 파워 보트(power boat), 스포츠카(sports car), 모터바이크(motorbike), 승마 등의 스포츠를 즐기며 몸으로 느껴지는 스피드에 매료된 파투는 물리적 시공간을 극복한 스피드를 컬렉션의 주제로 도입하여 자신만의 앤드로지너스의 관념을 규정한다(Polle, 2013).
실례로, 『Cent à l’Heure(One hundred miles per hour)』 , 『Rolls Royce』 로 명명된 작품이 발표된 1922년 봄 컬렉션의 주제는 ‘love of speed’이다(Polle, 2013). 또한, 1922년 봄 컬렉션의 여름 리조트 수츠인 <Fig. 19>는 기능적인 스트레이트 실루엣과 그레이 컬러의 실크 저지에 다크 베이지 컬러의 스트라이프 패턴이 장식되어 연속적인 컬러의 대비가 만들어낸 시각적 운동성을 표현한다(Hillis, 1922). 1920년대 중반 이후 파투는 자신의 오트쿠튀르 하우스에 스포츠웨어 전문 코너인 ‘Le Coin des Sports’를 개설하고, 1925년 가을 컬렉션에서 플리츠 스커트와 스웨터 앙상블에 JP 모노그램 패턴을 적용해 현대 여성의 유니폼으로 제안하며 양성성의 개념을 완성한다(Polle, 2013). ‘Le Coin des Sports’는 스포츠 종목에 맞는 스커트, 드레스, 스카프, 벨트 등 다양한 아이템과 디자인을 제시하며 개인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확고한 자유의지와 강한 자아의 표현을 원했던 당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킨다(Polle, 2013). 특히, 파투는 자신의 이름 J와 P를 선과 기하학적 형태의 모노그램으로 디자인한 JP 모노그램 패턴을 개발하여 브랜드가 지향하는 관념의 추상화를 완성한다. <Fig. 20>은 기하학적 컬러 모듈을 조합해 모노그램을 실험한 울 저지 작품들이고, <Fig. 21>은 스커트와 코트 앙상블로 화이트 컬러의 울 소재에 그린과 핑크 컬러의 JP 모노그램이 디자인된 작품이다. 더불어, 고급 남성복 소재를 주로 사용한 파투는 플리츠 기법을 통해 여성성이 드러나는 실루엣을 만들고 이를 데이웨어와 이브닝웨어로 확장해 남성성과 여성성이 조화된 자신만의 가르손느 스타일을 구축한다(Polle, 2013). 1927년 골프웨어 작품인 <Fig. 22>는 슬리브리스 스웨터에 플리츠 스커트를 매치하여 기능주의적 예술성과 양성성을 나타낸 것이다.
곧, 파투의 1920년대 디자인은 시공간의 초월을 통해 느껴지는 스피드의 운동성을 기반으로 추상적 조형미를 표현하는 ‘extreme simplicity’와 기능주의의 미학을 담아낸 ‘smart simplicity’를 특징으로 하며 남성성과 여성성, 인체와 기하학, 예술성과 기능성이라는 상반된 속성의 조화가 보인다<Table 3>.
2. 잔느 랑방: 오리엔탈 스타일과 로맨티시즘의 조화가 만들어낸 규격화된 상징주의적 단순성
잔느 랑방의 1920년대 디자인에 나타난 수학철학의 특성은 오리엔탈 스타일과 로맨티시즘의 조화가 만들어낸 규격화된 상징주의적 단순성이다. 랑방은 19세기 상류층의 어린 여성이 사교계에 입문하여 성년 여성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데뷔탕트(Débutante) 문화의 로맨티시즘적 취향과 1920년대 현대 여성의 젊음, 순수성, 여성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오리엔탈리즘적 상징주의와 형태적 단순성을 응용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한다(Koda, 2007). 이집트, 페르시아, 인디안, 힌두, 일본 등의 오리엔탈 스타일에 나타난 2차원의 평면적 선과 기하학적 모듈의 규정적 장식성은 현대화된 로맨티시즘을 실현하는 방법적 계기이다. 랑방은 오리엔탈 스타일과 서양의 로맨티시즘 문화의 융합을 통해 ‘모던 데뷔탕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이집트의 실용적 학문을 철학적 잣대로 재해석하고 대립하는 속성의 조화를 창조의 근원으로 본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관념과 일치한다. 곧, 이원성, 질서, 전체론적 존재성이라는 수학철학의 속성을 기반으로 분석한 랑방의 디자인은 오리엔탈리즘과 로맨티시즘의 이원성이 데뷔탕트 문화와 다국적 모티프라는 질서를 통해 상징주의적 단순성이라는 전체론적 조화를 형성하는 것이다<Fig. 36>.
<Fig. 23>은 랑방의 1920년에 이집트, 페르시안, 힌두 그리고 중세시대를 영감으로 한 컬렉션 작품인 『Reine Victoria』 로 화이트 새틴 슬립 드레스 위에 리본과 장미 모듈로 장식한 화이트 네트 드레스를 겹쳐 프랑스 제2제정시대의 이브닝 가운을 재해석한 것이다(Hillis, 1920b). 또한, 랑방의 1925년 작품인 『Salambo』 는 모던 데뷔탕트의 정수인 플래퍼 실루엣에 고대 카르타고(Carthago)를 모티프로 한 규정적 비즈 장식이 돋보인다<Fig. 24>. 장 파투와 마찬가지로 랑방은 1925년에 스포츠웨어를 선보이기 시작하는데, 이후 랑방의 디자인은 큐비즘과 아르데코에 영향을 받아 점차 기하학적 추상 모듈 탐구에 집중된다(Polle, 2013). <Fig. 25>는 1925년 랑방의 스웨터 컬렉션 작품으로 서로 다른 레드와 화이트 컬러의 기하학 모듈을 재구성하여 추상적 모티프를 만들어낸다. 더불어, 1929년에 아르데코 스타일을 영감으로 제작된 이브닝 드레스인 <Fig. 26>은 화이트와 블랙의 삼각형 모듈을 규칙적으로 배열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배열한 비즈 장식의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인다(Koda, 2007).
이처럼, 랑방의 1920년대 디자인은 다국적 문화의 조화를 통해 모던 데뷔탕트 스타일을 구축하며 오리엔탈 스타일의 장식성이 나타난 ‘orient simplicity’를 특징으로 추상과 자연, 장식성과 순수성, 이성과 감성의 상반된 속성을 융합시킨 것이다 <Table 3>.
3. 마들렌 비오네: 고전적 그리스 양식과 산술적 조형으로 재해석된 인체의 3차원적 비례미
마들렌 비오네의 1920년대 작품에 내재한 수학철학의 특성은 고전적 그리스 양식과 산술적 조형으로 재해석된 인체의 3차원적 비례미이다. 비오네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로 돌아와 이탈리아 미래파 예술가 에르네스토 마이코헬르(Ernesto Michahelles, 1893-1959)와 교류하며 대칭과 균형의 개념을 정립하기 시작한다(Kirke, 1998). 마이코헬르는 1919년에 제이 햄비지(Jay Hambidge, 1867-1924)가 잡지 「The Diagonal」 을 통해 발표한 「Dynamic Symmetry, the Greek vase」 를 접한 이후 비오네와 함께 고전기 그리스 양식의 동적대칭, 인체의 움직임 그리고 3차원의 나선형의 관계를 탐구한다(Kirke, 1998). 동적 대칭 이론은 루트 직사각형(root rectangle)과 페다이스(Phidias, B.C. 480-430)가 규정한 1:1.618의 황금비율 등과 같이 피타고라스학파가 발견한 무리수의 개념을 응용한 비례 원칙으로, 햄비지는 예술에 내재된 동적 대칭 이론의 수학적 비례가 인체와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다(McWhinnie, 1989). 이와 같은 햄비지의 이론을 드레스메이킹(dressmaking) 영역으로 확장한 비오네는 디자인의 기본 원칙을 비율, 운동, 균형, 순수의 네 가지로 정의하고 동적 대칭 이론으로 발견된 나선형을 인체를 감싸는 드레이핑(draping), 컷팅(cutting), 절개(slashing)의 기법으로 구현한다(Kirke, 1998). 곧, 비오네는 기능주의적 관념, 운동의 역동성, 고대 그리스 양식, 공간감, 수학적 형태성의 다원적 요소를 피타고라스학파의 비례 질서를 통해 3차원적 인체를 중심으로 조화를 만들어낸다<Fig. 37>.
사례를 살펴보면, <Fig. 27>은 비오네가 기하학적 형태의 화이트 새틴을 드레이핑하여 꽃잎의 실루엣을 인체의 3차원적 비례미로 표현한 것이다(The rare art, 1920). 비오네의 1922년 작품인 <Fig. 28>은 직사각형의 화이트 크렙데신(crépe de Chine) 소재의 스커트 부분을 절개하고 팬 플리츠(fan-pleat)를 넣어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부피의 역동성이 특징이다. 또한, 비오네는 드레스에 아주 작은 블랙 장미 모듈로 만든 밴드 장식을 규칙적인 평행으로 부착하여 산술적 조형을 통한 단순성을 표현한다(Fernandez, 1922). 고전기 그리스 화병의 형태와 패턴을 모티프로 한 1924년 이브닝 가운인 <Fig. 29>는 크레이프 조젯(crépe georgette) 원단 위에 골드, 블랙, 네이비 뷰글(navy bugle) 컬러의 비즈로 화병의 말과 기하학적 문양을 장식한 것이다(Kirke, 1998). 특히, 1920년대의 비오네 작품은 공리적 원리를 통한 드레이핑 기법의 실험이 두드러진다. <Fig. 30>은 1920년대에 비오네가 디자인의 저작권 보호를 목적으로 촬영한 작품 사진집 중 일부로, 왼쪽 작품은 루트 직사각형의 비례를 적용한 것이고 오른쪽 작품은 대수나선형(logarithm spiral)을 모티프로 역동적인 드레이핑 기법을 탐구한 것이다(Kirke, 1998).
따라서, 비오네의 1920년대 디자인에는 수학적 비례를 통해 기하학의 본질적 단순미를 형성하는 ‘extreme simplicity’와 기능주의의 미학이 담긴 ‘smart simplicity’를 중심으로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과 감성, 인체와 기하학의 상반된 속성 사이의 조화의 특징이 담겨있다<Table 3>.
4. 소니아 들로네: 컬러에 내재된 수학, 움직임, 공간의 탐구로 구축한 탈장르화적 동시성
소니아 들로네의 1920년대 패션디자인에 나타난 수학철학의 특성은 컬러에 내재된 수학, 움직임, 공간의 탐구로 구축한 탈장르화적 동시성이다. 들로네는 남편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와 함께 서로 다른 컬러의 조화가 만들어낸 동시성을 탐구하며 오르피즘 운동을 선구한다. 수학의 원리를 토대로 시공간을 해체하고 입방체의 형태로 환원시킨 입체주의 작가들과 달리 들로네는 프랑스 화학자 미셀 외젠 슈브뢰이(Michel Eugène Chevreul, 1786-1889)의 1839년 저서 「The principles of harmony and contrast of colors」 를 토대로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일상생활의 동등한 시간과 공간에서 지각되는 컬러 대비의 움직임을 발견하기 시작한다(Im, 2000; Nathan, n.d.). 들로네는 폭스 트롯(foxtrot), 탱고(tango) 등의 음악과 춤, 전구의 빛, 철도의 진동과 속도와 같이 20세기 초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문화적·기술적·산업적 시공간이 컬러의 운동과 관계가 있다고 인지하고 동시성의 개념을 확장한다(Im, 2000). 들로네가 주장하는 동시성의 개념은 음악의 관념적 조화와 우주의 자연적 질서의 관계성을 밝혀 전체론적 존재성을 주장한 피타고라스학파의 관념과 동일 선상에 있다. 또한, 동시성은 수학철학의 핵심인 질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컬러의 언어와 운동, 탈장르화, 종합 예술의 조화를 만들어내며 텍스타일, 회화, 악세사리, 패션 등 디자인 영역의 다원적 요소를 도출한다<Fig. 38>.
1911년 파리에 ‘Simultaneous Workshop’이라는 아틀리에를 설립한 들로네는 평면과 입체 공간을 아우르는 색채의 탈장르화적 동시성을 탐구한다(Monti, 2022). <Fig. 31>은 들로네가 1920년대에 제작한 드레스로 왼쪽 작품은 블랙 위에 화이트의 공리 그래프를 패턴화한 것이고, 오른쪽 작품은 블랙과 화이트의 스트라이프 패턴 위에 화이트의 곡선을 그려 공간의 역동성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1923-24년 코트 작품인 <Fig. 32>는 색채의 동시성을 소재의 동시성으로 확장해 색채와 소재의 대비를 통해 도출되는 시공간의 조화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색채의 동시성을 실험한 <Fig. 33>은 들로네가 1924년에 디자인한 텍스타일디자인인 『No. 34』 를 1926년에 드레스 작품으로 실체화한 것이다(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LMOMA], 2022). 들로네는 그린, 베이지, 블랙 컬러 모듈의 평면적 동시성을 입체적 동시성으로 확장하고, 프린팅된 소재에 규칙적인 플리츠를 적용하여 입체적 공간의 운동성을 극대화한다. 더불어, 탈장르화를 통해 발레, 영화와 같은 종합예술의 영역까지 작업한 들로네는 1926년에 영화 『Le P’tit Parigot』 을 위한 의상을 제작한다(Bunyan, 2015). <Fig. 34>는 영화 의상 중 하나인 『Pierrot-Éclair』 로 공간, 움직임, 음악, 평면과 입체의 기하학적 모듈 그리고 컬러가 융합되어 시공간의 동시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곧, 들로네의 1920년대 패션디자인은 기하학적 컬러 모듈의 추상화가 특징인 ‘extreme simplicity’를 통해 이성과 감성, 인체와 기하학 그리고 추상과 자연이라는 상반된 속성의 융합을 담아낸다<Table 3>.
Ⅴ.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1920년대 패션에 나타난 피타고라스학파 수학철학의 특성을 장 파투, 잔느 랑방, 마들렌 비오네,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데에 있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은 인간의 형이상학적 관념, 자연철학의 우주 그리고 수의 공리 사이의 조화를 통해 지적 세계관인 테트라크티스를 형성하는 것으로, 기본 숫자인 1부터 10까지의 수가 만들어지는 순리와 각 수들 간의 공리적 상관관계를 밝혀 창조성의 근원을 정립한 개념이었다. 또한, 피타고라스학파는 기본 숫자들의 중심으로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의 4가지 이론을 확장시켰다. 수론, 음악론, 기하학, 천문학은 수론과 기하학의 조화로 형성된 기하학적 대수학, 수론과 음악의 상호성이 구축한 물질과 심리의 공리적 융합, 수론을 기반으로 음악론과 천문학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대립적 조화론 그리고 기하학과 천문학에 내재한 수론의 특징을 탐구한 우주기원론으로 구체화되었다. 이와 같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에 내재한 관념적 속성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로, 이원적 대립성은 서로 대립하는 속성을 지닌 이원적 요소가 만들어 내는 창조의 근원이었으며, 둘째로 이성적 조화성은 인간의 모든 정화 과정인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조화를 의미하였다. 셋째로 공리적 주관성은 개인의 주관적 관념을 수의 공리를 통해 기호화하여 물질적 형상으로 전복시키는 것이었으며, 넷째로 불확정적 상호성은 만물의 근원인 모나드가 불확정적이고 시공간적 형상이 없는 상호적 요소를 내재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전체론적 존재성은 만물을 구성하는 가시적·비가시적 존재들이 수의 비례를 중심으로 전체론적인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본고의 분석 결과, 피타고라스학파의 양극성에 관한 창조성 탐구는 1920년대 패션디자인의 핵심인 ‘mode of simplicity’에도 영향을 미쳤다. ‘Mode of simplicity’는 조형의 모듈화를 통해 기능주의의 예술성을 탐미하는 것으로 이는 정신적 세계와 물질적 세계를 수의 질서로 모듈화하고자 한 피타고라스학파의 철학과 일맥상통하였다. 더불어, 1920년대 패션의 ‘mode of simplicity’는 ‘extreme simplicity’, ‘smart simplicity’, ‘orient simplicity’로 구분되었다. ‘Extreme simplicity’는 순수한 수학적 비례와 드레이핑을 통해 고전적 인체미를 구현하거나 추상 회화를 모티프로 한 기하학적 컬러 모듈로 단순화된 조형미를 탐구하는 것이었으며,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과 감성의 융합을 내포하였다. 반면, ‘smart simplicity’는 자동차 여행과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여가생활과 사교활동을 즐긴 플래퍼와 베출러 걸들을 위한 기능적 예술성이 가미된 디자인의 특징이었으며 인체와 기하학, 기능성과 예술성의 융합이 나타났다. 이와 다르게, ‘orient simplicity’는 오리엔탈 문화로 재해석된 장식성을 의미하였으며 추상과 자연, 장식성과 순수성의 융합을 기반으로 정립되었다.
1920년대 패션디자인의 특징인 ‘mode of simplicity’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표현한 대표 디자이너들은 장 파투, 잔느 랑방, 마들렌 비오네, 소니아 들로네였다. 첫째로, 파투의 1920년대 디자인에 나타난 수학철학의 특성은 기능적 형태, 컬러의 대비, 창조적 소재의 다원적 요소를 양성성의 관념적 질서를 통해 조화된 것이었다. 곧, 파투의 작품에는 남성성과 여성성, 인체와 기하학, 예술성과 기능성이라는 상반된 속성의 조화를 기반으로 한 ‘extreme simplicity’와 ‘smart simplicity’의 특징이 나타났다. 둘째로, 랑방의 1920년대 작품에 내재된 수학철학의 특성은 오리엔탈리즘과 로맨티시즘의 이원성이 데뷔탕트 문화와 다국적 모티프라는 질서를 통해 상징주의적 단순성의 전체론적 조화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랑방의 디자인은 추상과 자연, 장식성과 순수성, 이성과 감성의 이질적 속성의 융합을 통해 ‘orient simplicity’를 구현하였다. 셋째로, 비오네의 1920년대 디자인에 내포한 수학철학의 특성은 기능주의적 관념, 운동의 역동성, 고대 그리스 양식, 공간감, 수학적 형태성의 다원적 요소를 피타고라스학파의 비례 질서를 통해 3차원적 인체 중심의 디자인으로 조화된 것이었다. 비오네는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과 감성, 인체와 기하학이라는 속성 간의 조화를 기반으로 ‘extreme simplicity’와 ‘smart simplicity’의 특징을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들로네의 1920년대 디자인의 수학철학의 특성은 질서를 상징하는 동시성이 컬러의 언어와 운동, 탈장르화 그리고 종합 예술의 조화를 만들어내며 텍스타일, 회화, 악세사리, 패션 등 디자인 영역의 다원적 요소를 도출한 것이었다. 들로네의 패션디자인은 이성과 감성, 인체와 기하학, 추상과 자연의 융합으로 ‘extreme simplicity’를 탐구한 결과였다.
결론적으로, 1920년대 패션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정신적 세계관과 시공간의 과학적 증명이 구축한 물질적 세계관의 조화를 통해 모듈화된 조형미와 비례미를 탐구하였고, 이를 통해 순수미와 단순미가 적용된 모더니즘 미학을 작품에 투영시켰다. 이질적 요소의 조화로 규명된 미적 관념은 피타고라스가 정신과 육체, 신과 인간, 윤리와 공리, 형이상학과 이성 등의 양극성이 내재된 모나드를 분화시키고 영적 정화로 조화된 창조의 근원을 밝힌것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철학은 양성성, 추상, 기능주의 예술성, 기하학적 인체미, 순수한 장식성이라는 이질적 요소들의 조화가 특징인 1920년대 패션디자인의 근간으로 밝혀졌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박사학위 청구논문 중 일부가 포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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