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t Paris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미적 특성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interpret Paris's distinctive style through theories in the plastic arts, identifying five critical aspects of his work. First, is his characteristic use of distinctive line expression. Second, geometric forms play a prominent role, as he conveys messages by crafting fashionable figures and representing them through geometric shapes. Third, vibrant color contrasts are a defining feature, adding visual interest. Fourth, his multi-layered compositions stand out, with Paris exploring collage techniques by overlapping materials, emphasizing diversity through his handcrafted approach. Finally, there is a captivating use of contrasting composition, where bold and dramatic arrangements create an illusion of perspective and introduce unexpected divisions across the canvas.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Piet Paris's creative style include flatness, tension, exaggeration, and minimalism. Flatness removes the illusion of depth by disregarding traditional artistic perspectives. Tension emerges as a visual stimulus through the harmonious interplay of shapes and lines. Exaggeration is conveyed by reduction, omission, sharp angles, and swelling forms. Minimalism distills emotions into abstract expressions, departing from realistic representation.
Keywords:
exaggeration, fashion illustration, flatness, minimalism, Piet Paris, tension키워드:
과장성, 패션일러스트레이션, 평면성, 최소성, 피에트 패리스, 긴장성Ⅰ.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는 새로운 문화 탐험과 대륙의 발견으로 세계 각국의 의상(dress)과 코스튬(costume)의 관심이 확대되는 시점인 16세기에 시작되었다(Goethe-Jones, 2019). 1590년도에 발간된 Cesaro Vecellio의 의상과 코스튬 안내 책자인 ‘De gli habiti antichi et moderni di diverse parti del mondo’는 유럽(Europe), 터키(Turkey), 그리고 오리엔트(Orient) 지역의 의상 420여 개의 목판화 작업을 소개한 이후 1598년에 발간된 두번째 안내 책자에서는 아프리카(Africa)와 아시아(Asia) 지역의 의상을 소개한 초기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예시로 볼 수 있다(Blackman, 2007). 전통 회화 분야에서도 복식을 그려내는 작업은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졌고,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분야가 구체화 되기 전부터 그 시대상을 관찰할 수 있는 드로잉 또는 페인팅으로서 존재했다.
20세기로 진입하면서 의상의 소개를 넘어 유행의 개념이 포함되는 패션을 표현하고 홍보하며 동시에 시각적 유희를 주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많은 작가들의 활동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France), 파리(Paris) 출신인 Bernard Boutet de Monvel(1881-1949)과 같은 작가는 회화작가이자 조각가로서의 명성도 있었지만,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실내장식 장식가로서의 영향력도 컸다. 그는 회화와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영역을 넘나들며 간결함 속에서 디테일을 표현하고 현대적이고 댄디스러운 스타일의 구현으로, Fémina와 Jardin des modes nouvelles와 같은 패션 & 스타일 잡지에 정기적으로 만화 삽화와 패션드로잉을 제공하기도 하였으며, 1908년부터는 패션 디자이너 Paul Poiret와의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Addade, 2015).
20세기 현대 사회화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문화적 예술적 시각의 발전은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영역 확장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근래에는 예술과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어 패션일러스트레이션 장르가 시대성과 시사성을 지닌 예술작품으로써 그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Hwang & Choi, 2023). 현대 패션 하우스들을 포함한 다양한 패션 매체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하여 브랜드의 이미지에 예술적 감각을 더하기도 하고,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많은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는 각자 고유의 스타일과 방식으로 개성 있는 작업을 펼치면서 작업 스타일에 있어 가장 전통적인 드로잉 방식의 아날로그적 접근부터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력을 활용한 방식까지 혼용하여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새로운 방향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독창적 분야는 전문 작가들에 의해서 패션에 관한 정보 전달 그 이상으로 예술적 작품으로의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피사체의 사실적인 표현을 넘어서 작가의 감각적 해석으로도 표현되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때로는 추상적으로, 때로는 패션을 표현하는 기호로 다루어지며 예술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를 동시에 갖는다. 또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형태의 내용과 주제를 시각화하여 패션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목적성을 가지고 패션의 의미와 가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시각 커뮤니케이션 예술이자 시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Lee & Lim, 2012).
2000년 이후 패션일러스트레이션에 관한 국내의 연구도 확대되었는데, 학술연구 정보서비스 RISS에서 ‘패션일러스트레이션, fashion illustration’의 키워드로 검색되는 131여 편의 연구가 확인된다. 해당 연구의 주제 역시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데, 조형적 표현 기법이나 특성에 관한 연구(69편)과 패션일러스트레이션 개발 연구(45편)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그 외 패션일러스트레이션 교육 관련 연구, 미적 의미 해석 관련 연구, 기호학 해석에 따른 연구가 발견된다. 그중 특정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에 관한 연구(7편)도 발견되는데, 각 연구는 Toon Hertz(Jeon & Yum, 2022), Ignasi Monreal(Son & Chun, 2022), Antonio Lopez(Jeon & Yum, 2021; Lee & Geum, 2011), Tadahiro Uesugi(Kim & Yoo, 2011), Andy Warhol(Sung, 2009), 그리고 René Gruau(Park & Yoo, 2003)의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작가의 특정 표현 스타일, 색채 이미지, 인체를 표현하는 특성 그리고 작품 제작의 기법과 내용적 해석을 다룬 바 있다. 특정 작가를 중심으로 다루는 연구의 경우 작가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사조나 제작 기법을 다룸으로써 작가의 독창성과 특수성을 살피는데 매우 유용한 연구로 사료된다. 이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의 창작성이 과거보다 돋보이는 현상에 기반하여 독보적인 예술가로서 작가성의 가치를 충분히 논할 수 있는 해석이기도 하기에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에 관한 집중 연구는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에 의미를 두고 현업에서 활동 중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Piet Paris에 주목하였다.
현재 활동하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중 네덜란드(Netherlands) 출신의 Piet Paris는 36년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패션의 절제된 스타일과 해석으로 다수의 패션 하우스 및 매체들과 현재까지도 꾸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Paris의 작업은 간결하면서 정확한 선과 형태 그리고 컬러 팔레트의 추상적이면서 그래픽적인 구성으로 패션과 공간적 구성의 조화를 강조하고 작업 방식에 있어서 핸드-크래프트맨십(hands-craftsmanship)을 중심에 두고 있다. Paris의 독창적 스타일은 이미 출판물로서도 소장 가치를 가질 뿐만이 아니라 갤러리에서도 소장된다(Glenville, 2013). 패션과 디자인 관련 일러스트레이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갤러리와 현대 회화와 조형예술을 다루는 박물관에서 Paris의 작품을 관리하고 다수의 전시를 기획하는 등의 행보는 그의 작품에 대한 대중성과 디자인성, 그리고 예술성에 대한 입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Paris 작품의 미적 특성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그의 독보적인 조형적 스타일 분석을 통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가치와 시각을 살펴보는 데 의의를 둔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에서는 다음의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Piet Paris의 배경을 통해 작가의 스타일을 살펴본다. 둘째, 조형예술(특히 회화)에서의 작품 분석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조형성을 보는 관점을 고찰한다. 셋째, Piet Paris 작품의 조형성을 분석하고 특징적 요소를 규명하여 미적 특성을 도출한다.
연구의 방법은 이론적 고찰을 위한 문헌 연구와 사례분석을 병행한다. 이론적 고찰에서는 조형예술의 형식 사적 기준을 제안한 Heinrich Wölfflin(1864-1945)의 미술이론과 추상 회화 형태의 기본 요소를 이론화한 Wassily Kandinsky(1866-1944)의 점ㆍ선ㆍ면의 이론을 같이 살피어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미적 특성을 살피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사례분석 연구를 위한 Piet Paris의 작업은 암스테르담(Amsterdam)에 기반을 둔 I love illustration gallery(https://www.iloveillustrationgallery.com)과 파리에 기반을 둔 Agent & Artists(https://agentandartists.com), 그리고 베를린(Berlin)에 기반을 둔 Lumas gallery(https://www.lumas.com)이 관리하는 작품을 기준으로 250여 점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I love illustration gallery는 패션, 뷰티, 그리고 스타일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 작가의 작품을 관리하고, Agent & Artists 또한 패션, 뷰티, 그리고 디자인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가를 선정하고 관리한다. Lumas gallery는 Damien Hirst, Takashi Murakami, Andy Warhol, Jeff Koons를 비롯한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다룬다. 이곳에서 Paris 작품 역시 동등하게 관리되고 있는 점은 Paris가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로서의 입지와 영향력이 있으며, 그의 작품의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출판물과 구글(google.com) 검색으로 Paris 작품에 대한 평가 및 인터뷰를 참고하여 작품에 대한 객관적 시각과 작업 과정을 판단하는 자료를 포함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Piet Paris의 배경
1962년 생인 Piet Paris는 Pieter ‘t Hoen이라는 본명으로 네덜란드, 헤이그(Hague)에서 출생하고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예술과 세련된 삶의 미학을 배운 방식이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고, 어머니의 우아한 취향이 패션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Glenville, 2013). Paris는 네덜란드 소재의 Art Academy of Arnhem(현재의 ArtEZ Institute of the Arts)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1988년 졸업 이후 이탈리아(Italy) 패션 잡지 Vanity, 네덜란드의 De Telegraaf와 de Volkskrant 신문사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보다 패션 사진영역이 주목받던 시절이었지만, 세계 패션계가 Paris의 작품을 선택할 정도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새로운 스타일의 선구자였다(I love illustration gallery, n.d.-a). 이후 Paris는 Viktor & Rolf, De Bijenkorf, Saks Fifth Avenue, Selfridges, Tommy Hilfiger, Cartier, Prada와 같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백화점, Vogue, W Korea, ELLE, Glamour, l’Officiel, Harpers Bazaar, Madame Figaro와 같은 전문 패션 잡지 매체와의 작업을 확대하며 패션계에 꾸준히 그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Arnhem Mode Biennale와 Harper’s Bazaar Netherland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기도 했다(Agent and Artists, n.d.-a).
한편, Paris는 2001년 Paris Capitale de la Mode의 1등 상, 2002년 Amsterdam Fund for the Arts의 Emmy van Leersum 상, 2008년 Grand Seigneur 상, 2009년 Marie Claire의 Prix de la Mode 최우수 패션 앰버서더 상을 포함한 수많은 수상 경력도 쌓았다(Fida, n.d.). 작가로서의 활동외 ArtEZ Institute of the Arts에서 패션디자인 석사 프로그램을 설계하기도 하고(Fida, n.d.), 헤이그에 있는 The Royal Academy of Art에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강의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I love illustration gallery, n.d.-b).
Paris의 작업 방식에 대해 살펴보면, 파스텔(pastel), 아크릴(acrylic), 구아슈(gouache), 에어로졸(aerosol), 마커(marker), 종이에 이르기까지 고전적이면서도 기본적인 드로잉과 페인팅 재료 그리고 종이 콜라주 방식을 활용하여 작업을 한다. Paris는 그의 작업 방식에 대해 2023년 미국 Vogue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디자이너의 언어를 응용하여 일러스트레이션을 구상한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 그 이상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형태, 구성 및 색 구성을 개발하는 과정은 스케치, 트레이싱(tracing), 반복하기, 다시 고민하기가 필요한 과정이다. 이를 수행하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에서 시작해서 수작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구, 기계, 컴퓨터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작업 방식에 더 집중하는 것 같고, 예술가로서 성장하게 한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패션 이야기,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고, 선택한 주제를 가능한 한 많이 편집하고 멋 내는 것을 좋아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명확하고 깔끔한 패션 메시지가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말 많은 스케치를 수작업으로 한다. 라이트테이블(light table)에서 트레이싱하고, 몇 시간 동안 스케치를 한 후 한 줄짜리 스케치가 탄생한다. 메스(scalpel)로 스케치의 선을 따라가며 스텐실, 즉 컷-아웃을 만든다. 스텐실은 오존 친화적 스프레이 페인트나 아크릴 페인트로 채울 수 있다. 지금은 종이를 자르는 데 매우 열중한다. 위와 같은 과정의 반복이지만, 페인트 대신 모든 종류의 색종이를 사용하여 흑백 스케치를 최종 컬러스케치로 옮기기도 한다(Borrelli-Persson, 2023).
그의 신중한 성향은 많은 고민 속에서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대중에게 그만의 ‘전시’를 노출하는 것도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Paris의 입지가 대중적으로 각인된 전시로 2011년 Viktor & Rolf의 S/S 컬렉션 “Show Face”<Fig. 1>의 무대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패션쇼를 위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Paris에게 새로운 작업 영역이 추가 된 사례이다. 박물관과 갤러리에서의 전시는 Paris의 예술적 창작성을 비교할 수 있기도 했는데, 2023년 암스텔벤(Amstelveen) 소재의 유리공예 박물관으로 알려진 Museum Jan에서의 전시는 Paris의 작품과 Viktor & Rolf, Claes Iversen, Spijkers & Spijkers, Benchellal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유리공예 작가들의 작품이 동시에 구성되며 Paris 작업의 기본 원리인 형태, 색상, 균형과 조화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진행되기도 했다<Fig. 2>. I love illustration gallery는 2021년과 2022년 Paris의 개인전시에 이어, 2023년 Paris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35주년을 기념하며 구성한 기획전시를 통해 그의 작업을 집대성하고 새로운 작업을 소개하면서 Paris의 패션에 대한 최근 시각을 소개한 바 있다. Paris는 해당 전시에서 가능한 많은 겹치기와 강한 구성, 날카로움, 멈춘 듯한 포즈, 여백의 사용, 세련된 구두와 정확하게 그려지는 손을 표현하는 등 완벽한 작업을 위해 많은 요소를 확인하고 시도했다고 설명한다(Borrelli-Persson, 2023).
Paris의 작업 결과물은 스텐실(stencil) 기법을 바탕으로 기하학적인 해석이 다수 차지한다. 그는 평면적 작업에 영향을 준 네덜란드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Hendrick Nicolaas Werkman과 Miffy 캐릭터의 창시자인 Dick Bruna를 언급한다. Werkman의 스텐실 작업의 기하학적인 구성 형태 해석과 Bruna의 간결하고 뚜렷한 강한 외곽선의 사용 기법은 Paris에게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의 예시가 되었다<Fig. 3><Fig. 4>.
Paris는 일본판 Vogue와 8년간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미국 Vogue의 시니어 아카이브 에디터 Borrelli-Persson(2023)는 Paris의 작업에 대해 ‘그래픽 감성, 축소와 균형의 시각 효과의 강조, 그리고 일본의 Ma(間, 사이의 여백 공간과 시간의 개념)’에 대한 타고난 이해가 돋보인다고 평한다. Paris의 작업은 사실주의로부터 반대의 위치에서 관람자에게 상상의 공간을 내어줌으로써 보이는 것 이상을 보고 추측하며 다양한 상호관계를 구성한다.
2. 조형예술에서의 형식과 형태를 살피는 시각
조형예술 분야에서 예술에 대한 원리를 파악함으로써 작품을 분석하고 기초개념을 이해하는 양식과 형식 판단에 대한 기준을 언급했던 스위스 미술사학자이자 미학자인 Wölfflin의 이론은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을 범주화함으로써 주관적, 자의적 시각으로 예술을 판단하는 혼란스러움을 최소화하는 단서를 마련하고자 했다. 순수예술 분야 외 복식사와 패션디자인 관련한 연구에서도 Wölfflin의 이론은 자주 다루어지면서 기초 형식에 근거한 작품의 순수성을 이해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Wölfflin은 양식을 이루는 한 근원은 예술작품의 선ㆍ면 등의 형식적 요소나 형식적 요소들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표상형식이며, 또 한 근원은 그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으로 파악하였다(Kim, 2013). 그는 개인적 기질, 민족감정, 시대정신의 표출로서 이해하는 정신사적 양식론을 배격하고 작품 그 자체의 시각적 형식을 역사적 관찰의 중심에 놓는 미술사의 기초개념을 확립하기에 이른다(Kim, 2013). 특히 르네상스와 바로크양식의 형식 사적 비교를 통해 순수한 가시적 판단에 따른 예술의 본질을 분석하였는데, Wölfflin이 제안하는 다섯 쌍의 기초개념은 소묘, 회화, 조각, 건축 분야의 작품을 비교하며 직관적 형식에 따른 양식 구분을 시도한다(Wölfflin, 1915/1994). 다섯 쌍의 기준은 어떤 예술작품이든 보편적 기준으로 분석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것인데, 결국 그리는 대상의 재현 방식이 어떤 기법을 시도했는가에 대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언급된 다섯 쌍은 ‘선적인 것(linear)-회화적인 것(painterly)’, ‘평면성(plane)-깊이감(recession)’, ‘폐쇄적 형태(closed form)-개방된 형태(open form)’, ‘다원성(mutiplicity)-통일성(unity)’, 그리고 ‘명료성(absolute clearness)-불 명료성(relative clearness)’으로 범주화된다.
Wölfflin(1915/1994)의 다섯 쌍의 개념을 살펴보면, 첫째, 선적인 것-회화적인 것에서 전자는 물체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여 물체를 고립시키고 개별적인 구체적 대상을 견고하고 촉각적인 것으로 파악하며, 후자는 형태의 한계가 분명하지 않으며 불분명하고 변화하는 가상으로 파악된다. 둘째, 평면성-깊이감에서 전자는 고전미술에서 관찰되는 형식으로 동일한 층에 평면적으로 표현되며 선적인 요소가 평평하게 늘어놓아지는 시야가 확대되는 형태이며, ‘화면을 하단의 액자 선과 평행한 제반 층들 위에 재현한다’(Chung & Lee, 2017). 반면, 후자는 윤곽선의 의미가 상실되며 평평함의 의미도 상실되고 사물의 형태감은 들어가고 나오거나 울퉁불퉁함의 느낌이 들게 된다. 셋째, 폐쇄적 형태-개방된 형태에서 전자는 분명한 외곽선 안에 갇힌 형식으로, ‘화면 전체가 의도적으로 고안된 느낌을 주며 인물들과 사물들은 상자형 공간에 설정되어 닫혀진 형태를 구성’(Yun, 2009)한다. 반면, 후자는 불분명한 형식을 바탕으로 우연성과 유동성이 나타나고 ‘비대칭적이고 시선의 집중을 이루는 사선 구도의 생동적 운동감’을 표현한다(Chung & Lee, 2017). 넷째, 다원성과 통일성에서 전자는 개별 요소는 전체를 조화롭게 구성하며 전체에 귀속되는 듯하나 여전히 독립적 요소로 해석되고, 후자는 개별 요소가 하나의 주제로 흡수되거나 ‘지배적인 요소에 여타 요소를 종속’(Yun, 2009)시켜 전체를 표현하는 것을 우위에 둔다. 다섯째, 명료성-불 명료성에서 전자는 선, 면, 명암, 문양, 장식 등의 표현이 사실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고, 후자는 대상의 완벽한 재현에 목표를 두지 않고 특징적 요소와 운동감, 불규칙성, 시각적 가상의 표현이 드러난다.
위에 살펴본 Wölfflin의 형식 사적 개념이 16세기, 17세기의 대조 되는 조형예술의 외적 형식을 객관적으로 비교ㆍ분석하는 바탕을 이루었다면, 20세기 이후 추상 예술을 분석하면서 ‘형태는 내적 내용을 외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Bill, 1955/1994)이라고 파악하는 러시아 화가 Kandinsky의 이론이 있다. 그는 형태의 내적 필연성이 형태를 창조하는 근원으로 파악하며 회화를 구성하는 조형 요소로 기초 형태와 색채의 유기적 관계와 내적 의미에 대해 논한다. Kandinsky의 저서 『Point and line to plane (점ㆍ선ㆍ면: 회화적인 요소의 분석을 위하여)』(Kandinsky, 1926/2000)는 Kandinsky가 독일(Germany)의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형태나 색채, 선 등의 과학적이고 감정적인 연구 전개와 표현을 위해 미학적인 통찰력과 지적능력, 색채의 감각’(Lin & Dong, 2016)을 지도하며 구축한 회화적 이론체계가 바탕이 되었다. 그에게 형태와 색채가 조합되는 조형 언어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 이상으로 현실적이고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형태는 면과 공간을 이루는 협의의 형태와 색 그리고 그것과 협의의 형태와의 연관성을 이루는 광의의 형태로 나뉠 수 있다(Bill, 1955/1994). Kandinsky(1910/2000)는 형태 자체는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이라고 할지라도 자기의 내적인 음향을 지니고 있으며, 그 형태와 동일한 성격의 정신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Kandinsky의 기초 조형 언어를 이루는 점ㆍ선ㆍ면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Kandinsky(1926/2000)는 점(punkt, point)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 즉 비물질적인 본질로서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화면이라는 물질, 즉 기초평면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결과이며 내적으로 가장 간결한 형태로 회화, 특히 그래픽(graphik)의 원천적인 요소로 본다. 또한, 평면 혹은 화면 내에서 긴장을 만들고 화면상에서 집중을 발생시키는 어떤 울림을 제공하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 최고도의 간결성을 지닌 채로 최대한의 뜻을 나타낸다(Lin & Dong, 2016). 점은 모든 예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로써 그 내적인 힘을 통해 예술가의 의식을 대변하는 일차적 요소이며, 점으로부터 하나의 자립적인 생명을 가진 새로운 본질을 생성하는 형태와 요소가 생성된다(Kim, 2007). 점의 자율적 힘은 그래픽에서 더욱 뚜렷이 발휘되는데, 형태나 크기가 다양하고 각기 다른 울림을 갖는 무수히 많은 본질로 형상화되며, 점이 쌓여 형성하는 세계는 자체 내에 폐쇄된 우주적 콤포지션(composition)으로 간주 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Kandinsky, 1926/2000).
점이 외부적 힘으로 긴장감이 소멸되면서, 자립적인 생명을 가진 본질로 변하고 새로운 속성과 힘을 갖게 될 때 새로운 이차적인 요소인 선이 생성된다. 선(linie, line)은 점의 움직임으로 생겨난 점의 소산으로 점의 폐쇄된 휴식이 파괴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직선은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을 지닌 가장 간결한 형태이다(Kandinsky, 1926/2000). Kandinsky는 수평선, 수직선, 대각선의 유형을 직선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보고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을 가진 가장 간결한 형태로 파악한다. 선의 양 끝에서 가해지는 힘 또는 운동성에 따라 긴장감이 조성되고, 그 결과로 각진 선, 곡선 등의 변형이 일어난다. Kandinsky는 선을 정신적인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Lin & Dong, 2016).
면(grundfläche, plane)은 기초평면이라고도 하며 작품을 담는 물질적인 면으로, 두 개의 수평선과 두 개의 수직선에 의해 한계 지어지고 주변 영역에서 자립적인 본질로 표현된다(Kandinsky, 1926/2000). 면의 가장 객관적 형태인 정방형은 동일한 울림과 긴장감을 유지하지만, 두 개 이상의 수평선과 수직선의 구성이 생길 경우, 긴장감과 운동감의 변화가 시작되고, 오른쪽-왼쪽-위-아래의 위치 설정에 따라 균형의 힘과 저항력은 변한다. 면은 내부적인 분할의 구성에 의해서도 새로운 긴장감과 대립 상태를 만들 수 있으며, 조화적이거나 비조화적인 상태, 서정적이거나 극적 울림을 표현할 수 있으며, 중심적이거나 비중심적인 구성을 만들 수 있다. 화면에서의 기초평면은 원,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다각형 등이 내재하기도 하는데, 특히 원은 각을 이루는 모서리들이 확장되어 평면상태 중 모서리 각들의 차이가 없는 가장 순수한 상태로 본다. Kandinsky는 정방형의 의미와 공간구성의 여러 시점과 시각을 통해 ‘기초평면을 하나의 유기체로 볼 것을 강조하며 예술가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초평면을 살아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다룰 수 있을 때 적절한 조형형태가 나타난다고 말한다’(Lin & Dong, 2016).
이상 Wölfflin과 Kandinsky의 조형예술에서의 형식과 형태를 분석하는 이론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 Paris의 작품을 살펴봄에 있어서 앞서 살펴본 그의 작업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Wölfflin의 조형예술의 기초개념 중 전자의 ‘선전인 것, 평면성, 폐쇄된 형태, 다원성, 명료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으며, Kandinsky의 회화를 분석하는 기초 요소인 점ㆍ선ㆍ면으로 형상화되는 형태와 색채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추상성도 해석된다. 이를 바탕으로 Paris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조형성을 보는 시각을 ‘특징적 선 표현’, ‘기하학적 형태 형성’, ‘선명한 색 대비’, ‘중첩적 구성’, 그리고 ‘대조적 구도’로 유형화하여 살펴보았다.
Ⅲ. Piet Paris 작품의 조형성과 미적 특성
본 장에서는 2장에서 도출한 5가지의 조형성 판단의 시각 유형을 Paris의 2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표현 특성을 살펴보고 미적 특성을 해석하였다. 해당 유형마다 4점씩 선별하여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1. Piet Paris 작품의 조형적 분석
Paris의 패션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이 타 작가들의 작품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요소는 선의 사용에 있어서 매우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그의 선적인 스케치의 시작은 반복적으로 그리고, 자르고, 붙이거나 스프레이의 사용으로 가장 적절한 형태의 선과 완벽한 굵기를 찾는다. 4B 연필로 시작되는 스케치는 빠르게 패션의 콘셉트를 해석하고 특징을 표현한다. 인체의 비례와 균형은 과장되기도, 축소되기도 하며 화면 안에서 주체가 된다. Paris 작업의 선은 형태를 완성함과 동시에 피사체와 배경을 완벽히 구분하고 평면성을 바탕으로 다시 조화를 이룬다. 선적 드로잉은 패션 피겨(fashion figure)를 표현하기 위해 직선과 곡선, 그리고 직각 선의 활용이 과감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가장 완벽한 선이 놓여야 할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어 필요한 각도를 만들고 수평과 수직의 관계를 형성한다<Fig. 5><Fig. 6><Fig. 7>. 외곽선을 완성하는 것은 전체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마감하는 역할을 한다. 블랙의 두꺼운(bold) 라인으로 형을 가두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매우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도식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메시지의 시각적 기호역할을 하고 있다. Bruna의 Miffy에서도 보이듯, Paris의 작업에서도 블랙 외곽선의 강조는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지 정확한 방향성을 주고 있다. 연필, 마커, 중첩되는 종이 조각 또는 스텐실 기법으로 선을 표현하며 명확한 형을 완성한다.
Paris의 선적인 드로잉 또는 페이퍼 컷-아웃(cut-outs)은 패션 피사체를 가장 간결하게 해석하는데, 이때 얼굴에 대한 묘사는 삭제된다. 대신, 피겨의 세련됨을 표현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작은 얼굴 크기와 가는 허리, 긴 다리, 그리고 하이힐을 신은 발의 모습으로 더욱 두드러진다<Fig. 8>. 전체 패션 피겨의 비율(proportion)은 패션모델의 모습에서 차용하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스케치 선보다 의도 된 ‘한 줄’ 선의 독립적인 형태를 완성한다. 특히 하이힐의 형태는 매우 높은 스틸레토를 연상하게 하며 다리 선부터 발등을 지나 뾰족한 발끝으로 이어지는 곡선은 당당함과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Paris 작품의 많은 피사체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구성을 갖는다. 사실주의적 표현을 배제하는 Paris의 작업은 패션 피겨를 포함한 모든 형태가 추상적인 도형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결과물은 완벽한 디지털 작업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업 스타일 중 페이퍼 컷-아웃 기법과 스텐실 작업의 반복은 평면적 표현을 의도하는 그의 작품에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그러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여러 번 같은 스케치 작업과 컷-아웃을 반복하여 완성품에 도달한다. 기하학적 도형은 원부터 사각형, 삼각형, 타원형, 직사각형 등 기본 도형과 변형 도형으로 나타나며, 이를 패션의 추상적 해석에 활용한다. <Fig. 9>의 도형들의 구성과 나열은 패션 피겨가 취하는 엣지(edge) 있는 포즈가 공간과의 긴장감을 이루며, 민속풍을 반영한 색채와 함께 도형적 언어가 표현되고 있다. <Fig. 10>에서는 피사체의 구성이 독립적으로 중앙에 배치되고, 대칭을 이루는 듯한 구성은 아르데코(Art-Deco) 시절의 미술을 보는 듯하다. 굵은 선은 도형이 되고, 대범한 블랙의 사용은 밝은색들과 부딪히는 것 같지만 다시 완벽하게 공간을 채운다. 페이퍼 컷-아웃의 중첩으로 완성된 작업은 종이 조각들을 다양하게 배치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하게 된다.
패션하우스 Bally를 위한 광고 캠페인 작업 <Fig. 11>은 Bally의 전통을 이어가는 현대적인 이미지가 반영되어 표현되었다. 뾰족한 모서리를 가진 삼각형, 원, 직사각형, 변형 사각형의 조합은 유기적 형태를 보여주는 Bally의 핸드백과 차별화되어 묘사되었다. 도형의 개수는 철저히 조절되어 최소한의 개수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 낸 작품이다. <Fig. 12>는 패션 피겨가 기하학적 도형으로 해석된 패션을 착용하고 과장된 헤어 스타일링을 한 작업으로 Paris의 그래픽적 감성이 고조된다. 삼각형, 정사각형, 원 등의 요소가 형태 구성의 주된 도형임을 설명하듯, 피겨의 손바닥에서 떠다니는 기하학적 도형들은 그것이 어떤 아이템을 상징하는지보다 전체와의 조화를 통해 표현된 패션의 도상학적 해석으로 볼 수 있다. Paris는 그가 그래픽적인 해석을 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매우 강력한 그래픽 어휘로 작업한다고 해서 내 작업에 감정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일러스트레이션은 룩(look), 가방, 신발 또는 기타 패션 주제에 관련한 감동을 기반으로 많은 에너지를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션이다. 나는 여전히 패션디자인에 매료된다(Borrelli-Persson, 2023).
Paris 작품의 대담함과 정확성은 균형과 형태의 민감성뿐만 아니라 매우 특정한 색상 팔레트와 조화를 이룬다(Glenville, 2013). 피사체와 배경을 완벽히 분리하는 색의 선택은 원색적이며 대비가 강하고 색 자체의 바이브레이션(vibration)이 울리도록 구성한다. Kandinsky가 ‘전통적인 개념인 노랑, 빨강, 파랑을 기본 3원색으로 채택하여 노랑 빨강, 파랑 없이는 예술작품 안에 조화가 없다’(Lin & Dong, 2016)라고 언급한 맥락을 관통하듯이 Paris의 작품 안에는 노랑, 빨강, 파랑의 조화와 함께 자연 색상(true tone)의 원색들이 블랙, 화이트와 강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압도한다. <Fig. 13>은 노랑, 빨강, 파랑의 사용이 강한 대비를 이루고, 도형의 구성은 단순히 2D의 공간을 채우는 것 이상으로 완벽한 디자인 구성력을 표현한다. 우아한 포즈의 날씬한 피겨, 커다란 모자, 꼭 맞는 수영복을 입은 듯한 모델은 절제된 색의 구성으로 더욱 강한 패션 이미지가 된다. <Fig. 14>는 좀 더 많은 원색의 조합이 이루어졌는데, 노랑, 빨강, 파랑, 초록, 연두, 핑크, 블랙, 화이트는 원시적인 도형의 조합으로 마치 교회의 스테인드(stained) 유리창의 문양처럼 관찰된다. 정면을 향해 열린 자세로 위치한 피겨는 활기차고 경쾌한 모습이다. 헤어스타일로 채워진 노랑 면은 유사한 형인 얼굴형과 위아래가 뒤집힌 형식으로 그려져 도형의 유희적 배치로 표현되었다.
<Fig. 15>는 색의 대비와 명암의 대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패션 실루엣의 볼륨을 표현하면서 강아지와의 교차면에 색을 반대로 사용하여 구성의 반전을 표현했다. 스커트 중앙 대각선으로 지나가는 블랙 선은 볼륨이 큰 스커트 면적을 분할 하면서 여유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노랑과 초록으로 채워진 머리 부분은 피겨와 배경에 쓰인 블랙과 빨강의 강한 대비에서 오는 긴장감으로부터 시선을 옮겨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Fig, 16>은 파랑의 돋보이는 역할이 매우 인상깊게 다가온다. 페플럼(peplum) 드레스와 머리 장식은 과장된 형을 표현하는데, 얼굴 부위를 감싼 파란색 커버 또는 헤어 스타일의 표현은 얼굴 및 중앙으로 시선을 이끌며 작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한다. 여기서 핑크 드레스의 역할은 패션의 볼륨을 나타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화면의 대칭적 구도를 위한 중심이 되고 있으며, 블랙과 핑크의 조합은 차갑지만 차분한 느낌을 전달한다. 파랑 계열과 핑크 계열이 서로 충돌하는 관계에서 블랙은 균형을 잡고, 화이트 배경은 이 모든 컬러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Paris의 작업 스타일에서 중첩의 과정은 반드시 나타나는 부분이다. 페인트의 겹침, 종이의 겹침, 구도의 겹침 등 많은 실험의 과정을 통해 완벽히 중첩된 완성품을 제작하는 것은 Paris가 다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차별된 핸드-크래프트맨십을 보여주는 영역이다. 20세기, Andy Warhol, Antonio Lopez 등의 작가들이 콜라주 작업을 시도하면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분야의 한계를 허물고자 했다. Warhol의 경우 특히, ‘번진 선’을 그대로 살리는 직접 복제 방법을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찍는 콜라주로 핸드 드로잉으로부터 탈피하고 복제에 복제를 시도하여 원본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시도를 한 바 있다(Sung, 2009). Lopez 역시 핸드 드로잉의 대가였지만, 종이 콜라주 작업을 통해 핸드 드로잉과 평면적 구성을 조합하는 방법으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Paris는 다양한 종이의 조합과 정교한 페이퍼 컷-아웃이 반영된 스텐실 기법, 실물사진 반영, 그리고 스프레이 페인트의 조합 등의 방법을 어우르며 선명한 윤곽과 형태를 구현하는 콜라주를 시도한다. Warhol의 의도된 불명확한 선이나, Lopez의 핸드 드로잉을 잘라 붙이는 것과는 차별된 형태로 중첩의 구도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Fig. 17>은 다양한 두께의 종이를 평면적으로 도형화 한 형태로 해석하고, 레이스나 꽃 패턴을 위해 따로 제작한 페이퍼 컷-아웃 프레임에 페인트를 칠해 패턴을 생성하였다. 리본과 한 쪽 소매의 외곽선을 만들기 위해 중첩 기법을 구성하여 블랙선이 표현되도록 완성하여 장식성을 강조한다.
실사 사진을 적용한 <Fig. 18>은 사진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종이를 이용해 피겨의 해석을 매우 단순하게 시도하고 얼굴과 손에 색의 대비를 주어 불투명성을 유지했다. <Fig. 19>에서는 공간의 입체감을 살리는 벽면의 구성과 평면적으로 해석된 패션 피겨는 스프레이 기법과 스텐실 작업이 접목되며 드레스의 디테일을 표현하고, 명암 및 입체감을 살리기도 했다. 재료의 중첩은 부드러움과 단순함을 동시에 표현하고, 화면의 2/3를 덮는 블랙 면의 직선적 해석은 작품에 무게감을 더한다. 페이퍼 컷-아웃만으로 해석된 <Fig. 20>은 완전 불투명성을 유지하는 종이로만 중첩되었다. 눈, 코, 입에 열린 도형은 뒤쪽 빨강과 오렌지색 계열의 종이 조각들과 겹쳐있지만, 상대적으로 깊이를 상상하게 하는 평면성을 표현한다. 긴 목의 중앙에 더해진 오렌지색 종이는 에너지를 끌어올려 소리를 퍼트리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얼굴을 표현하는 블랙 마스크는 진지함을 담은 신념의 표정이 상상된다. Paris의 콜라주 작업은 패션 스타일의 가시화만이 아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소화 하기 위해 신중히 구성된다. 명확한 기획의 의도를 담고 우연성보다는 필연성을 만들기 위한 콜라주 작업을 중심에 두고 있다.
Paris 작품의 구도는 극적인 표현이 다수이다. 공간이나 크기의 해석은 과장과 대담함으로 구성된다. 주제의 상징성과 메시지 전달을 강조하기위해 오히려 패션 피겨의 비율을 거대하게 해석함으로써 이야기 전달력에 힘을 싣는 것이 발견된다. <Fig. 21>은 뉴욕(New York)의 크라이슬러(Chrysler) 빌딩 모습이 표현되었는데, 패션 피겨를 옆에 배치하여 매우 흥미로운 구도를 만들었다. 사실 피겨는 화면의 거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거대한 크기처럼 보이는 피겨는 오히려 화면 밖 관찰자와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크라이슬러 빌딩은 화면 뒤 쪽에 위치 한 것처럼도 보이는 효과가 표현되기도 한다. 선과 면, 그리고 화면 분할로만 이루어진 작품은 단순하지만, 공간과 시점을 담음으로써 상상력을 증폭시켰다.
<Fig. 22>는 파리의 에펠탑(Eiffel Tower)을 중심으로 파리를 홍보하는 작품으로서 프랑스의 국기 색감을 그대로 차용하고, 오히려 피사체를 블랙의 그림자로 해석하여 패션의 중심지 파리를 상징하는 우아한 피겨와 에펠탑과의 유기적 관계를 만들었다. <Fig. 23> 역시 파리를 홍보하는 작품으로 대칭적 구도의 피겨는 에펠탑을 품은 듯한 드레스를 착용한 착시를 유도하고, 국기 색의 새로 배열은 프랑스를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매우 효과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Fig. 24>는 패션 브랜드 Iris Van Herpen의 22A/W 쿠튀르 컬렉션(couture collection)에 등장한 작품을 해석한 작업이다. 디자인의 특징적 형태인 선적인 장식성이 표현되었고, 일상적 아이템인 자전거와 병치하여 재치 있는 해석을 시도했다.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를 강하게 준 구도이지만 피겨와 헤어 스타일에 표현된 핑크와 노랑의 조화는 화면 안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거리를 두고 작품을 관찰했을 때, 마치 안경을 쓴 얼굴과 머리 장식의 확대 화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Paris의 서명(signature)인 뒤집힌 ‘pp’는 화면 하단 중앙에 배치되어 마치 코의 위치를 상징하는 역할까지 하며 작품의 간결함 속에서 재미와 해석의 반전이 표현되었다.
2. Piet Paris 작품의 미적 특성
평면성은 Paris의 작업 전반에 나타나는 특성으로 볼 수 있다. 기하학적 도형으로 해석되는 형태는 원색의 불투명한 색채로 채워지면서 투명성이나 깊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형태를 완벽히 닫는 외곽선은 많은 디테일이 없거나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다. 또는 주요 형태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필요한 것들만 존재하고 불필요한 요소는 완전히 제거 된 듯한 구성을 보여준다. 평면적이라는 것은 원근법에 의해 나타나는 입체적인 효과와 구분되고 표현의 대상을 비물질화 시키고 공간감을 없애는 역할을 하게 된다(Roh, 2023). 한편, Paris 작품의 배경 또는 나머지 공간은 또 다른 평면적인 기하학 공간으로도 볼 수 있다. 피사체가 완전하게 존재하지만, 피사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공간의 분할, 구도의 배치, 선의 위치와 굵기, 완벽한 형태의 조화는 오히려 평면적 공간에 대한 거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Paris는 드로잉에 기반을 둔 시각 문화를 가진 일본 Vogue와의 8년간의 작업을 통해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도 고백한다(Borrelli-Persson, 2023). 그가 그려내는 간결한 스타일과 강한 컬러대비는 일본 드로잉 문화의 한 이면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초적인 원근법의 무시는 고전적인 형태 구성으로부터 탈피하게 하고, 오히려 작가의 ‘작가성’ 즉, 감각에 의존하여 작가의 시점이 반영되는 여지를 열어둔다. 평면성은 아카데미즘을 벗어나 탈 권위적인 단순성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지면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의 본질적인 표현에 집중하게 한다. 피사체의 기하학적인 도형화는 모더니즘적인 사고에 기이한 합리적 해석의 근간이며 작가는 많은 기획력을 바탕으로 세련된 구조와 구성을 완성하게 된다.
Paris 작업 전반에 적용되는 평면성을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무한한 공간에 대한 상상도 가능하다. 닫힌 공간으로 보이는 동시에 비워둔 공간은 깊이의 표식이 없으므로 깊이에 대한 한정적 결정을 할 수 없다. 공간과 형태에 대한 본질적인 시각은 관람자의 상상력에 맡겨진다. 평면적 해석이 단편적이지 않은 것은 형태를 채우는 컬러들의 조화와 정확한 형이 동시에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장식성을 배제하고 특히 얼굴에 대한 묘사를 없앰으로써 편견을 없애기도 한다. 평면성이 주는 쾌감은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시점을 제공함에 있다. Paris 작품의 평면성이 내포한 다면적 시선은 패션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내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로 완성되고 있다.
Paris 작품에 표현된 선과 도형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그의 작업 스타일이 완벽함을 찾을 때까지의 반복적 구성이기도 하지만, 형태의 완성선과 구성의 형식은 그래픽적 감성에 기인한다. 선명한 컬러가 블랙, 화이트와 균형을 잡는 것은 시각적으로 매우 자극적이다. 블랙 선이 피겨의 외곽선을 따라 둘려지고, 때로는 매우 넓은 면적으로 사용되면서 블랙의 역할은 시각적으로 부드러운 섞임보다는 분리를 시도한다. 오히려 분명한 형을 보게 하고, 완벽한 형태를 과감하게 드러내 집중과 긴장감을 통한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Paris 패션 피겨에서 관찰되는 아주 작은 얼굴과 긴 팔 다리, 하이힐을 신은 발, 우아한 손가락 등의 표현은 하이패션에서 패션모델이 자세를 취하고 멈춘 듯 한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또는, 움직이는 모습을 취한 듯한 포즈는 역동적이고 율동적인 모습으로도 표현된다. 화면의 구성은 수직과 수평적 분할을 이루기도 하고, 형태의 교차 영역에서 노출되는 경계선은 각 형태 또는 배경의 개별 영역화의 효과를 만든다. 이처럼 ‘상대성에 기초한 형태구성’(Kandinsky, 1910/2000)은 긴장감을 통해 각 영역의 고유성을 유지하며 명료한 시각적 구성을 완성한다.
Paris의 작품에 등장하는 피겨와 패션에 대한 해석은 과장을 바탕으로 축소, 삭제, 각짐, 부풀림의 특성이 나타난다. 피겨의 비율은 길고, 특히 하체의 길이는 더욱 길게 표현된다. 허리는 매우 작아 부러질 듯한 사이즈이고, 어깨와 골반 부분은 상대적으로 크게 표현된다. 피겨의 과장된 포즈와 운동성은 비현실적인 해석으로 읽히고 제한된 컬러 사용의 대비는 형태의 과장성을 더욱 강조한다. 패셔너블함은 인위적인 표현으로 과장되고, 추상적 해석은 강조되는데, 때로는 초현실주의와 같은 낯선 부조화로, 때로는 거대한 느낌으로 접근하여 이질적 시각을 부여하기도 한다.
Paris에게 표현의 과장은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확실한 시각적 언어로 작동한다. 형태의 언어는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전달한다는 Kandinsky의 논의에 따르면, 과장성이라는 미적 특성은 Paris의 패션을 대하는 시각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패션이 품는 에너지와 세련됨에 자극받는 작가의 감성이 표현의 확대로 이어지고, ‘현실의 감각적 대상을 버리고 정신의 내용을 원상으로 삼되, 경험과는 무관히 정신에 순수하게 주어진 어떤 우주적 차원의 이미지’(Roh, 2009)를 표현한다.
Paris 작품이 표현하는 선적인 단순함과 평면성은 작가의 치밀한 기획 의도에 따라 완성된다. 여기에는 최소한의 표현과 아이템 설정 그리고 구성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어려움이 배제된 쉬움(용이성)을 유발시켜 부담 없이 접근하고 향유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Sung, 2004). 작가의 기획력은 즉흥적이기보다 여러 차례의 연습 과정을 거쳐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만을 남기는 행위가 된다. 모호성을 배제하고 명확한 형태와 구도 안에서 미니멀리즘의 의도처럼 내면적인 것에 집중하고 단순화 과정에 의한 최소성을 탑재한 형태의 오브제로 발전시킨다. 패션과 스타일을 소화하는 피겨의 균형을 되찾고, 시각적으로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 표현함으로써 합리성을 다시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소성의 표현은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하고, 존재하는 불필요한 선입견을 배제하여 ‘표현하려던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이 상업적 목적을 갖든 아니든, 침투하는 다양한 기법에 대항하며 감정 이입을 통한 문제 해결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Paris의 작업은 최소성으로 표현되는 ‘강력한 메시지’가 시각적으로 전달된다는 독특함이 있다. 화면 안에 존재하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그 목적성을 응집시키고 있으며, 패션으로 이야기하는 작가의 세계관은 합리적인 매력의 기표화 된 시각언어로 구현되어 전달된다.
3장에서의 살펴본 Paris 작품의 표현 특성과 미적 특성을 <Table 1>, <Table 2>로 요약하였다.
Ⅵ. 결론
현대의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창의적 분야로서 독보적인 장르로 구축되었다. 패션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은 때로는 유행을 따라가고, 때로는 예술적으로 표현되어 디자인과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재료의 활용과 표현 기법으로 수많은 스타일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중 네덜란드 출신의 Piet Paris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하며 다수의 작업과 상업적 프로젝트를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의 핸드-크래프트맨십이 반영되는 작품은 많은 패션 하우스와 매체들의 환영을 받고 있으며, 박물관과 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보관(archiving)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조형예술에서의 이론을 바탕으로 Paris의 독창적 스타일에 대한 해석을 시도해보고자 하였다. 디지털 작업이 아닌, 고전적 방식의 드로잉과 페이퍼 컷-아웃, 스텐실 기법, 콜라주 등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Paris의 작품은 디지털 시각물과 같은 결과를 만들면서 독창적 스타일과 차별화된 작가성이 표현되고 있다. 패션일러스레이션 작품의 조형적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미술사학자 Wölfflin과 화가이자 교육자인 Kandinsky의 조형 이론을 바탕으로 Paris의 작품을 보는 기준을 다섯 가지로 유형화하였다.
첫째, 특징적 선 표현이다. Paris는 명확한 선의 표현으로 피사체의 형태를 정확한 형으로 표현한다. 선의 방향성, 굵기, 위치에 대한 설정은 여러번의 시도로 완벽한 상태의 선을 만들고, 드로잉기법뿐만이 아닌, 페이퍼 컷-아웃과 스텐실 기법으로 블랙 선을 과감하게 사용하여 가시적 외곽선을 표현함으로써 형태를 완성하고 배경과 완벽히 구분한다. 둘째, 기하학적 형태 형성이다. Paris는 피겨와 배경의 사실적 표현을 배제한다. 기하학적인 도형의 활용으로 패셔너블한 피겨를 만들고 기표화 하여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다. 원, 삼각형, 사각형 등의 도형은 패션의 그래픽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표현의 간결성을 완성한다. 셋째, 선명한 색 대비이다. 원색의 활용이 높은 Paris의 작업은 빨강, 노랑, 파랑을 포함한 자연 색상을 표현하고 강렬한 대비로 긴장감을 형성하여 색의 바이브레이션을 강조한다. 넷째, 중첩적 구성이다. 재료, 구도, 구성의 겹치기를 통한 콜라주를 시도하고 다양성을 표현하며,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중첩적 구성은 그의 핸드-크래프트맨십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섯째, 대조적 구도이다. 작품에 표현하고자 하는 피사체의 과감한 극적인 배치는 원근감을 착각하게 하며 동시에 화면 분할에 있어서 의외의 구도를 유도한다.
Paris 작업의 표현 특성에 따른 미적 특성으로 평면성, 긴장성, 과장성, 그리고 최소성이 도출되었다. 평면성은 미술적 원근감을 배제하여 공간감을 없애고 새로운 시각으로 피사체와 배경의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평면적 표현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구도와 구성이 만들어지고, 기하학적인 도형의 활용이 중심이 되어 열린 시각으로 공간을 재구성한다. 긴장성은 완벽한 형태와 선의 조화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시각적 자극이다. 특히 피사체에 둘려지는 블랙 외곽선의 두드러짐은 시각적 분리를 유도하고, 패션 피겨의 역동성과 배경의 충돌은 개별 영역화를 구성하기도 한다. 과장성은 과장을 통해 축소, 삭제, 각짐, 부풀림 등의 특성으로 표현된다. 비현실적인 피겨의 비율, 과장되는 운동성, 인위적인 패셔너블한 해석 등은 강한 시각적 언어로 쾌감을 전달하고, 현실성보다는 작가의 감성적 해석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최소성은 사실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통해 단순하고 간결한 감성이 해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본질적인 것에 대한 해석으로 작가의 세계관이 합리적 기표로 명확히 전달되는 특성으로 해석된다.
Piet Paris의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의도적으로 사실적 묘사를 회피하고 평면적인 표현을 중심에 두어 패션을 해석한 작가의 독창적 감각이 관찰된다. 디지털 작업 대신 핸드-크래프트맨십을 강조하는 작가의 소신은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를 매우 진지한 예술로 다루고 있음을 전달한다.
본 연구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창의적 표현에 대한 독창적 시각을 살펴보고 미적 특성으로 분석하는 학술적 의의가 있다. 또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패션산업에 예술적 감각을 더하면서 가시적 언어의 역할을 담당하는 시사점이 있다고 판단되며, 나아가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의 교육적 측면에서도 창작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의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 작가와 작품 평가에 대한 한정적 정보로 작품 분석 시 연구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었음을 밝힌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관리하는 갤러리와의 인터뷰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서울여자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에 의한 것임(2024-0286).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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