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 인스타그램에 나타난 디지털 패션이미지 아우라
Abstract
This study recognizes the importance of the social network platform as a new fashion media, and analyzes the significance of various digital fashion images, based on the 'Aura’ theory of Walter Benjamin. The concept of “Disappearance of Artistic Aura” can be summarized into three discussions: 1) the change in the way of artistic perception, which is changes in value from worship to exhibition. 2) the change in the way of artistic acceptance, from personal to mass. 3) the emergence of new artistic concepts such as camera and film. By reviewing characteristics of the 21st digital replication era, the study tried to discover and evaluate the expanded significance of the ‘Aura’ represented on digital fashion images, which are infinitely generated, modified, reproduced, transmitted, and shared in social network environments. The ‘Burberry Instagram’ was chosen as the subject of the study. The study reviewed around 2,500 images, which were uploaded from February 2011 to July 2016, and selected 200 images deemed the most representative of Burberry, and categorized and analyzed by the extended concept of ‘Aura’. The study results as follows: First, the ‘Aura’ in digital fashion image appearing on social network platforms signifies the expansion of product value in fashion, and it also represents inherited traditions and modernization of images. Second, it also signifies the democratization and globalization of fashion through the open replication and sharing as well as the interaction of criticism and acceptance. Third, it signifies the personalized taste and fashion as everyday lifestyle, through personalized services, securing playful space, and real-time updates.
Keywords:
Aura, Burberry Instagram, digital fashion image, digital replication era, social platform키워드:
아우라, 버버리 인스타그램, 디지털 패션이미지, 디지털복제시대, 소셜플랫폼Ⅰ. 서론
1. 연구의 목적과 의의
21세기 인터넷, 디지털 기반의 소셜네트워크 환경이 가속화되면서, 블로그(blog),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rgram), 핀터레스트(pinterest) 등이미지 중심 소셜플랫폼은 시각적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핵심적 매체이자, 패션산업의 중요한 마케팅,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최근 패션 뿐 아니라 예술, 문화를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을 이미지 위주로 표현하는 가장 유용하며 인기 있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중의 하나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관심 분야에 관한 이미지를 수집하거나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포스트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을 잘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이미지 생산과 수정이 자유롭고 무한 복제를 통해 선택한 이미지를 주변과 공유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패러다임에 의해 변화된 새로운 패션미디어로서 소셜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기에서 무한히 공유되는 다양한 패션이미지들의 의미와 역할을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아우라(Aura) 이론’에 기초하여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미디어 미학의 선구자로서 벤야민은 기술 재생산 시대의 예술 작품을 지각과 수용의 관점에서 고찰했는데, 사회 변화에 따라 인간의 지각 경험과 미적 체험이 바뀌게 되어, 예술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지각 방식도 변화된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도 자체도 변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용 방식과 예술 작품이 지닌 가치와 기능 등에 있어서도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벤야민 미학의 전제이다(Park, 2006).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에서 20세기에 카메라와 필름과 같은 매체의 발명이 예술에서 원본의 아우라를 상실케 했지만, 동시에 사진과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영역을 개척했다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전래적인 예술작품 전체를 복제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예술의 개념 및 표현 형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적 작업과정에 대한 독자적 위치를 확립하였기 때문이다(Benjamin, 2012). Kim & Ann(2011)은 벤야민의 아우라 이론을 바탕으로 유형적 물질성이 중시되던 산업경제시대에는 아우라가 상실되었다가 무형적 가치가 중요시 되는 체험경제 시대에는 상품아우라가 회복되고 있음을 밝혔다. G. Kim(2004)의 연구에서는 벤야민이 주장한 아우라의 개념을 적용하여 사진, 회화, 영화, 디자인, 광고에서 아우라의 의미 확장가능성을 고찰하였다.
패션은 그 속성상 이미 복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디자이너의 고유의 철학과 심미성이라는 아우라를 담고 있기에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 장인정신, 오리지널리티 등으로 전달된다. 21세기는 디지털복제시대로 패션산업에서도 디자이너가 창의적으로 기획, 제작한 ‘옷’이라는 실체를 넘어서 패션을 ‘라이프 스타일’로서 제시하고,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위한 창구로서 소셜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소셜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공유되는 디지털 패션이미지의 속성과 현대적 의미에 관하여 ‘아우라’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이는 최근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패션의 지각방식과 수용태도를 진단함으로써, 소셜플랫폼에서 디지털 패션이미지에 나타난 ‘아우라’의 확장된 의미를 밝히는데 의의가 있다.
2. 연구의 방법과 범위
20세기 기술복제시대 예술 개념의 변화를 논의한 벤야민의 문예이론은 21세기 디지털복제시대의 소셜네트워크 환경에서 무한히 생성, 수정, 복제, 전달, 공유되는 다양한 패션이미지의 의미와 표현 가치를 논하기에 적절하다. 본 연구에서는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에서 아우라의 개념을 고찰하고, 당시 사진기술의 발달로 예술적 아우라의 사라짐을 예술적 지각방식의 변화, 수용태도의 변화, 새로운 예술 개념의 등장이라는 세 가지 논의로 정리하였다. 이에 따라 디지털복제시대의 특성과 이미지 지각방식의 변화를 살펴보고,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표현되고 있는 패션이미지에 나타난 아우라의 확장된 의미를 밝혀보고자 하였다. 연구의 대상으로 최근 일반인들 뿐 아니라 많은 패션브랜드들이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소셜플랫폼으로 인스타그램에 주목하였다. 특별히,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영국의 전통 디자인하우스, ‘버버리(Burberry)’의 인스타그램을 선정하였다. 버버리는 F/W09 콜렉션에서 럭셔리 브랜드 최초로 패션쇼 생중계를 시작하였으며, 이후 매 시즌 버버리닷컴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세계 각국의 고객들이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실시간 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1년 2월부터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여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였고, 카카오, 라인,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디지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Yoo, 2013). 본 연구에서는 버버리 인스타그램에서 2011년 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업로드 된 총 2452개의 이미지를 중, 버버리의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하는 ‘트렌치코트’를 비롯한 관련 이미지들을 200여개 추출하여 사례분석을 진행하였고, 디지털복제시대 소셜플랫폼에 나타난 패션이미지의 표현방식과 수용태도를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인스타그램에 관한 선행연구는 최근 국내에서 Lee, Na, & Lee(2015)의 ‘패션브랜드 인스타그램 사용자 특성에 따른 이용현황 및 소비자태도에 관한 연구’, Jung & Lee(2015)의 ‘소셜미디어 시대의 하이패션 브랜드 SNS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관한 연구’ 등 패션미디어로서의 마케팅적 활용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본 연구는 벤야민의 문예이론에서 중심이 되는 ‘아우라’의 관점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표현되는 패션이미지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가에 주목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Aura)’
‘아우라’의 어원은 ‘Nimbus’로 구름, 흐림, 몽롱함의 의미를 갖는 라틴어이며, 신성한 빛이라는 의미이다. 독일의 철학가 벤야민의 예술이론으로 1936년 발간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D. Kim, 2004). 본래 아우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마치 산들바람처럼 너무나 빨라 아무도 쫓아 갈 수 없는 여자의 이름’이었다. 아우라는 보통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해석되는 ‘유일하고도 아주 먼 것이 아주 가까이 나타날 수 있는 일회적인 현상’으로, 주로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체험하게 된다. 때문에 종교 의식에 기원을 둔 예술 작품에서 풍기는 아무도 흉내 내거나, 접근할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아우라라고 할 수 있다(Kang, 2008). 전통적인 예술작품은 이러한 ‘분위기’를 그 본질로 하고 있다. 사물과 관찰자 사이에는 일종의 긴밀한 분위기와 느낌이 발생하는데, 이를 적용하면 예술작품과 관찰자 사이에 일종의 분위기나 은밀한 교감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예술작품이 관객에게 주는 신비스러운 체험을 설명하는 개념이다(Benjamin, 2012).
벤야민은 전통적 예술작품에서 나타나는 분위기적 성격이 종교의식에서 유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술작품이 근본적으로 주술적, 신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예배가치’는 예술작품이라는 오리지널이 갖는 시간적, 공간적 현재성과 일회성에 기인한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아우라’를 발산하고 또 관찰하는 사람이 그 속에서 ‘아우라’를 경험하는 것은 바로 오리지널의 현재성과 일회성 때문인 것이다. 또한, 원작의 시간적, 공간적 현존성이 곧 원작의 진품성이라는 개념의 내용을 이루며 예술작품의 역사성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어떤 청동작품의 녹청을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나, 중세의 어느 특정 필사본이 15세기 서고에서 나왔다는 증거 등은 작품의 진품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Benjamin, 2012). 따라서 예술작품에 나타난 고유한 분위기로서 ‘아우라’는 작품의 원본성과 진품성, 원본의 권위성, 예술작품이 위치하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그것이 지니는 유일무이한 일회적 현존성, 가치의 영원성, 역사성 등을 의미한다(G. Kim, 2004).
2. 기술복제시대 예술적 아우라의 사라짐
벤야민은 현대예술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현대예술의 특징을 ‘아우라, 즉 분위기의 상실’에 있다고 하였다. 사진의 발명으로 기술복제는 1900년 즈음 이미 일정한 수준에 이르러 전통적 예술작품 전체를 복제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예술적 처리과정 자체도 독자적 위치를 확립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복제라고 하더라도, 복제에는 존재할 수 없는 예술작품의 유일무이한 현존성을 벤야민은 ‘아우라’라는 개념으로 이야기 하였다(Benjamin, 2012). 산업혁명 이전 시기의 장인들의 손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이나 예술작품에는 작가의 혼과 독자적이고 고유한 분위기가 서려있었으나, 동일한 모습으로 생산되는 기계 복제품에는 '혼(아우라)'이 없기 때문이다. 복제품은 오리지널 작품만이 지닌 고유함, 유일무이함에서 오는 절대적 일회성 대신, 소비하면서 사라지는 일시성만을 가질 뿐이다(Baek, 2013). 즉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의 시각 뿐 아니라 시간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켰다. 기술에 의하여 ‘영원성’은 ‘현재성’으로, ‘지속성’은 ‘순간성’으로 대치된 것이다. 전통적 예술의 이미지들이 ‘유일성’과 ‘지속성’에 의해 특징지어졌다면 복제품들은 ‘반복성’과 ‘순간성’에 의해 특징지어 진다(Park, 2006).
벤야민은 기술혁명이란 사회의 역사적 상황에 맞물린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아우라 붕괴는 표면적으로 복제기술로 인한 변화이지만, 아우라 붕괴에 따른 인간의 지각방식 변화에는 사회 전체의 변혁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사물의 유일무이성보다는 동질성에 대한 지각, 사물을 먼 곳에서 관조하기보다는 손으로 직접 만져보려는 욕구의 발달을 의미하고 있다(Yoon, 1999). 따라서, 시각적인 것을 촉각화 하였는데, 점차 해상도가 좋아지면서 선명한 화면을 보게 되었고,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회화가 사람 눈으로 본 세상을 표현했다면, 사진은 기계의 눈으로 본 세상이다. 기계의 눈은 사람이 알아볼 수 없는 것까지 확대 화면이나 느린 화면을 통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에 있어서는 복제가 원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사진과 영화 같은 기계의 촬영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늘려놓았고, 시간과 공간 형식이 바뀌면서 인간의 체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Kang, 2008).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에 변화된 예술의 생산과 수용에 관하여 복제기술이 복제품을 대량생산함으로써 일회적 산물이 대량 제조 산물로 대치된다고 하였다. 복제기술은 개별적 상황에 있는 수용자가 복제품에게 다가가게 함으로써 복제품을 현재화 시킨다. 복제품은 원본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원본의 모상을 옮겨 놓는데, 이는 사물을 개인적 공간에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에 부합한다(Yoon, 1999). 회화는 전통적으로 극소수의 사람에 의해만 감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19세기에 이르러 다수의 관중에 의한 동시 감상이 이루어지며 회화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이는 단순히 사진 때문이 아니라 대중에 대한 예술작품의 요구로 인한 것이다(Benjamin, 2012).
이러한 결과 예술작품을 대하는 현대인의 수용태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는데, 첫째, 기술적 복제의 시작을 알리는 ‘사진’이 등장하면서 예술의 영역을 지배하던 제의 가치는 전시가치로, 나아가 상품가치로 전환되었다(Park, 2006). 카메라의 등장이후 단 하나뿐인 예술 작품을 무한히 복제함으로써 이제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같은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은 사진으로 찍혀 값싸게 팔리고, 연주회 대신 녹음한 CD를 듣고, 극장에 가는 대신 DVD를 집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예술의 숭고한 가치는 사라졌지만, 모두를 위한 대중문화가 나타났다. 아무나 감상할 수 없었던 작품과 공연이 복제되면서 대중에게 다가가게 된 것이다. 대중들은 ‘멀리 있으면서 근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오고 싶어 신비스러운 감동을 주는 예술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Kang, 2008).
둘째, 개인적 차원에서의 수용이 집단적 차원으로 변화하였다(Benjamin, 2012). 이는 기술 복제를 통해 예술 작품이 가진 유일성이 사라지고 개인이라는 유일성 역시 대중 사회 속에 묻혀 버리게 된다. 결국 기술 복제는 사회 자체를 변화시키게 되는데, 즉 개인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아니라 대중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Park, 2006).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6)’에 카메라와 사진의 발명 그 자체가 예술의 본질에 변화를 불러일으켰음을 시사했다. 즉 과학기술의 혁신은 예술의 생산 수단에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예술작품의 원작에서 풍기는 종교적 아우라가 기계적 복제의 시대에는 예배가치에서 전시가치로 변화했지만, 미술관을 통해 여전히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보존하며 사실상 그것을 영속화시키고 있다(Walker, 1987). 벤야민은 예술작품의 본질적 변화에 따른 수용태도의 변화를 기점으로, 기술복제시대 예술의 새로운 사회적 기능을 이론화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전통적인 부르주아지의 예술이 추구해온 예술의 독자성과 자율성의 지양이고, 작자와 독자 사이 간극의 극복이며, 예술과 문학의 저변확대이자 대중화, 민주화를 의미한다. 예술생산에서 진품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무의미해지는 동시에, 예술의 모든 사회적 기능도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Benjamin, 2012).
셋째, 비판적 수용태도로의 변화이다. 전통적 수용이 작품 속에 자신을 침잠시키고 또 자신을 작중인물과 동일시함으로써 신비적 일체감을 체험하는 태도라면, 비판적 수용은 작품과 작중인물에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일종의 분석적, 학문적, 또는 오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Benjamin, 2012).
벤야민은 아우라를 종교적 차원에서 예술적, 미학적 차원으로 이동시켰다. 그는 대량생산기술시스템에 의한 기술적 복제품이 공예품의 자리를 대신하는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관하여 은유적 형식으로 아우라를 설명했다(Kim & Ann, 2011). 또한, 예술 영역에서 사용되는 미디어와 기술에 관하여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가능해진 새로운 예술 형식을 하나의 진정한 예술 형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벤야민에게 있어서 ‘아우라의 사라짐’은 현대의 새로운 예술 형식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지각 방식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다(Park, 2006). 벤야민이 생각했던 것처럼 전통예술과 현대예술 간에 명확한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전통적 예술개념이 현대의 기술 요소를 수용하여 새로운 차원의 예술개념을 만들어 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벤야민은 신문, 사진, 영화 등 현대의 기술적 예술수단과 형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문학과 예술 장르가 상호 긴밀한 연대를 가질 것을 강조하였다(Benjamin, 2012).
벤야민은 사진에서 아우라를 부인하면서도, 한편으로 사진의 이미지 공간에서 실현되는 예기치 않았던 유사성의 세계에 대하여 높이 평가하였다. 사진의 이미지 공간과 관찰자의 관계는 전통적 예술작품에서와 같은 관조적 침잠을 지양한다. 사진의 영상은 일종의 충격처럼 다가오면서 관찰자의 연상 메커니즘을 정지시키고, 마치 눈 표면에 직접 부딪히는 듯한, 촉각과 유사한 기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벤야민에 의하면 오늘날의 경험세계는 충격적 인상이 우세하여, 더 이상 전통방식의 관조에 의해 해결될 수 없기에, 관조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아니라, ‘정신집중’을 통해 충격적 이미지를 재빠르게 정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 아닌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현상을 포착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충격적 영상을 통해 시각에서 촉각적 요소를 강화한다는 면에서 아우라 개념의 새로운 변형을 암시한다(Yoon, 1999). 이는 새로운 기술 매체에 의한 엄청난 유희공간에 기인하는데, 카메라 기술은 이동, 시점, 숏의 크기, 촬영 각도 등의 조작을 통해 다양한 형상들을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사진은 관조에서 기록으로의 전환, 기록의 기술화, 즉각적 순간 포착, 모사로서 실재성 재현, 모사의 지속적 고정, 인간의 지각가능성의 확장 등을 가져왔다. 조작이 간단하기 때문에 사진이 가진 ‘민주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창조자의 아우라’를 이러한 모든 자질로써 이루어내고 있다. 이러한 아우라는 현실 세계의 모상 뿐 아니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조성능력을 의미하며, 동시에 예술가적 창조성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Park, 2006).
또한, 벤야민은 사진과 더불어 영화를 기술 재생산 시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대표적 예술 형식으로 파악했다. 사진이 예술의 가치 변화를 도모했다면, 영화는 움직이는 사진들을 통해 인간의 지각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영화는 정적인 이미지에서 동적, 연속적 이미지로의 전환을 가져온 것인데, 벤야민은 이러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영화의 화면과 다양한 기술적 효과들에 의해 시각적 환영을 비롯한 새로운 지각 체험이 가능케 되었다고 보았다. 또한, 영화의 편집 기술을 통해 자연적인 시공간을 해체하고, 연대기적이고 논리적인 시간 개념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았다(Park, 2006).
3. 디지털복제시대의 패션미디어
현대 사회는 컴퓨터의 일상화를 통해 얻어진 ‘디지털 복제'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정보사회이다. 벤야민이 논문을 쓸 1930년대 당시는 산업혁명기의 기계 복제가 정점에 이르던 시기로, 디지털 복제는 아직 미 태동 시대였으나, ‘복제'에 대한 벤야민의 직관은 그 뒤 일어난 지식, 미디어, 정보 간 위상 변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정보사회의 변화된 생산조건은 예술을 비롯한 모든 지적 산물의 성격과 형태를 1930년대 벤야민의 생각 이상으로 바꾸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전기·전자 기반의 대량전달 미디어시기를 거쳐 20세기 후반부터 정보통신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계 복제를 넘어 디지털 복제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 복제는 필요할 때마나 수시로 복제가 가능하며 사용의 공유성을 보장한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는 무수히 복제되어도 추가 비용이 들거나, 투여된 물질과 노동의 양이 늘지 않는다. 디지털 복제물이 얼마나 생산되느냐의 문제는 콘텐츠를 선택하여 활용하는 이들의 복제 행위에 달려 있으며, 특정한 콘텐츠가 많이 복제될수록 주목과 인기를 누리게 된다. 즉 디지털 복제는 희소한 상품이 아닌 ‘비희소성’을 띤 공유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Baek, 2013).
디지털 복제는 이용자의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통해 물질이 아닌 기호를 복제하는 것으로, 이용자의 복제 행위는 생산 활동이라기보다 선택의 결과가 된다. 따라서 디지털 복제는 정신과 마음의 산물이 복제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혼, 생각, 아이디어가 전달되고 이어지고 얽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Baek, 2013). 또한 인터넷은 신문, 방송 그리고 TV라는 기존에 확립된 매체영역에 대항하는 공공의 사회를 형성하며, 표현공간을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언술형식들이 열려있고, 상호매체적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적, 예술적 생산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복제는 소비자에게 완결된 닫힌 복제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기계 복제품과는 달리, 디지털 콘텐츠가 선택되고 복제되는 ‘네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타인에게서 완성되는 열린 복제이다(Baek, 2013).
컴퓨터·넷 시스템을 통해 인간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환경으로서 창을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고, 정보의 공유와 그에 근거하는 무제한적 의사소통의 가능성은 디지털 환경의 기본원칙이 되었다(Research Group of HUNO Project, 2005). 디지털 환경에서 소셜미디어는 남녀노소와 시공간을 초월하여 실시간 텍스트와 이미지를 공유하며 정보전달 뿐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며, 여기에서 이미지는 디지털 매체에 의해 쉽게 조작, 복제되어 시각적 자극 뿐 아니라 오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소셜네크워크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류는 온라인 기반의 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SNS가 개발자들에게 개방되면서 콘텐츠와 지식, 게임 등 각종 문화를 즐기는 소셜플랫폼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소셜플랫폼은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사이트들과 연계되면서 더욱 많은 서비스와 더불어 사회적 이익을 공유하는 소셜 웹으로의 진화를 모색해 가고 있다(Roh, 2014). 최근 소셜미디어는 비주얼 이미지가 중요한 대부분 패션 브랜드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특히 패션 광고 플랫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게 되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수천 명에서 백 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Instagram follower)를 지니게 되면서,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텔레비전 광고에서 벗어나, 비용부담 없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노출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15초 필름으로 브랜드를 광고하고 소비자와 대화하게 되었다. (m-economynews.com, 2016). 수많은 패션브랜드들의 SNS 마케팅 툴이 되고 있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인스턴트’(instant)와 ‘텔레그램’(telegram)이 합성된 단어로, 사진 및 동영상을 공유하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심 소셜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은 2010년 스탠포드 대학의 선후배인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과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가 ‘세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공유한다’(Capturing and sharing the world’s moments) 라는 구호 아래 출시하였다(Kwon, 2015). 2012년 페이스북이 10억 달러를 제안하며 합병하였고, 현재 인스타그램의 기업 가치는 37억 달러이다(Daishin Financial Group, 2016). 2016년 12월 인스타그램의 활동 사용자수가 6억 명을 넘었는데, 이는 지난 6월 5억 명 돌파 후 반년 만에 1억 명이 증가하여 소셜플랫폼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매일 평균 9500만 장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으며, 한국의 월 활동 사용자수는 600만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은 한류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 인스타그램 계정 중 글로벌 아이돌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현재 약 1100만 명으로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기록하였다(Park, 2016).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환경에 발맞춘 혁신적 SNS 마케팅과 디자인 전략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을 받는 ‘영 컴퍼니’로 거듭난 영국의 전통적 패션하우스 ‘버버리’의 성공사례(Kim & Yeo, 2016)에 주목하였다. 특별히 2012년부터 시작된 버버리 인스타그램에 포스트 된 2452개의 이미지들 중 버버리의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하는 트렌치 코트 이미지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례들을 200여 개 추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복제시대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중심의 소셜플랫폼에서 무한히 공유되는 패션이미지들에 관하여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Ⅲ. 디지털복제시대 패션이미지의 아우라
본 연구에서는 20세기 예술적 아우라의 사라짐에 따른 확장된 예술 개념의 맥락에서, 패션에서의 아우라를 디자이너의 미학과 철학이 담긴 고유한 이미지이자 브랜드 정체성으로 조작적 정의하였다. 과거의 전통예술과는 달리 복제를 기반으로 하는 패션에서도 이를 창조한 디자이너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매체의 발달은 패션이미지가 디자인의 고유성, 정체성 등 아우라의 전통적 속성을 지니면서도, 패션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의 극대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버버리 인스타그램에 나타난 디지털 패션이미지의 사례를 분석을 통해, 21세기 디지털복제시대 패션이미지의 아우라를 벤야민의 문예이론인 예술적 지각방식 변화에 기인한 예술적 수용태도의 측면에서 고찰하고자 하였다. <Table 1>은 기술매체 변화에 따른 아우라의 확장된 개념을 정리하고 있는데, 벤야민은 전통 예술시대의 ‘아우라’가 예술작품이 갖는 유일무이한 현존성이라면, 20세기 기술복제시대에는 예술적 아우라의 ’예배가치‘가 사라진 대신, 대량 생산으로 가능해진 예술의 ‘전시가치’와 ‘상품가치’에 주목하였고, 이는 사진과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형식의 확장을 이끌어 내었다고 하였다. 21세기는 디지털복제시대로 아우라의 맥락에서 디지털 패션이미지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디자인 오리지널리티’를 표현하고 있으며, 시공을 초월한 무한복제와 상호작용, 다감각 등 20세기 보다 더욱 진화된 예술적 지각방식을 통해, 예술적 수용태도 면에서도 중요한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사료된다. 이는 패션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민주화에 공헌하였으며, 패션의 개인적 일상화를 가능케 했다는 세 가지 측면으로 도출되었다. 또한, ‘디지털 이미지’라는 예술형식의 확장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1. 패션 상품 가치의 확장
예술작품이 갖는 유일무이한 현존성은 패션에서 디자이너의 영감과 철학이 담긴 디자인의 고유한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정신은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 고유한 디자인의 정체성, 전통적 장인정신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버버리 인스타그램에서는 버버리의 창립시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이미지들을 업로드 하였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상호교차하며 전통적 가치를 잃지 않는 동시에, 시대적 흐름에 맞게 변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먼저 브랜드 히스토리를 나타내는 이미지들을 통해 버버리의 역사와 전통이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856년, 21세의 토마스 버버리는 영국 햄프셔(Hampshire) 지방의 윈체스터(Winchester)와 베이싱스토크(Basingstoke)에 소규모 포목상을 열었고, 최상급 이집트 면(Egypt Cotton)에 방수 가공한 소재를 개발하여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상표로 등록했다. 이후 개버딘 소재는 튼튼한 내구성을 지닌 군인의 옷이자, 모험가들에게는 방한, 방수 기능을 갖춘 외투로 애용되었고, 나아가 스포츠웨어로도 활용되었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탐험가인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과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도 경도 탐사시 버버리 개버딘으로 제작한 외풍 보호 오버올을 입었다<Fig. 1>.
<Fig. 2>은 버버리의 창시자, 토마스 버버리가 1880년 영국의 베이싱스토케(Basingstoke)에 오픈한 스토어 이미지로, 두 아들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회사명을 ‘토머스 버버리 & 선즈(Thomas Burberry & Sons)’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Fig. 3>에서는 버버리의 아카이브 이미지들로 1, 2차 세계대전에 군복으로 트렌치코트를 공급했던 초창기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쟁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넣어 만든 버버리 레인 코트가 전후에 참호(Trench)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버버리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트렌치코트가 되었다(Kim & Yeo, 2016). 버버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 군대에 50만 벌이 넘는 트렌치코트를 납품했다고 한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이후 트렌치코트는 영국 왕실 뿐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으며 버버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아우라를 지니게 되었다. 트렌치코트라는 아이템은 패션의 속성상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매 시즌 다양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무한히 복제되어 왔지만, 버버리는 트렌치코트의 명가로 인정받으며 고유의 가치와 명성을 이어왔다(Kim & Yeo, 2016). <Fig. 4>는 시간이 흘러 1960년대에는 트렌치코트가 군복에서 남녀 공용 아이템으로 일상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트렌치코트를 입고 연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커플 광고는 최근까지도 버버리의 광고를 대표하는 콘셉트 중의 하나로 이어져오고 있다.
버버리의 아우라는 무엇보다 영국적 전통의 계승을 통해 드러나는데, 여기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도시인 런던과 국기, 로열패밀리의 이미지 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Fig. 5>에서 영국 보그(Vogue)의 100주년 기념 표지를 장식한 황태자비이자 공작부인, 케이트 미들턴(Katherine Middleton)이 버버리의 스웨이드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것은 버버리가 영국의 상징적 브랜드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현재 런던의 리젠트(Regent) 스트리트에 위치한 버버리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영국 국기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Fig. 6>, 영국 왕실 근위병의 제복 색과 일치하는 붉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나오미캠벨(Naomi Cambell)의 이미지<Fig. 7>는 모두 국가 이미지가 반영된 버버리의 아우라를 나타내고 있다. 소셜플랫폼에서 이러한 이미지들은 버버리라는 브랜드 정신과 역사적 가치를 계승하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버버리는 2000년대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중심으로 명가 브랜드의 명성을 되찾고자 ‘영국다움(Britishness)’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요소가 담겨 있는 트렌치코트 위주의 전략을 강조했다(Kim & Yeo, 2016). 인스타그램에서도 트렌치코트와 관련하여 전략적 노력이 담긴 다양한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Fig. 8>은 버버리의 대표적 타탄체크를 직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1924년 5월, 버버리는 스코틀랜드(Scotland) 전통 문양인 타탄(tartan)에서 영감을 받아, 블랙, 화이트, 오렌지, 브라운 패턴에 버버리의 로고인 중세 기사 문양을 넣은 고유의 체크무늬를 선보였다. 버버리는 이 패턴을 트렌치코트의 안감으로 사용하였는데, 트렌치코트가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버버리 체크는 또 하나의 브랜드 상징이 되었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또한 버버리 트렌치코트만의 품격을 완성하는 D-링(D-ring), 버클, 단추 등의 부자재<Fig. 9>도 인스타그램에 소개되었는데, 이러한 이미지들은 1890년대 토머스 버버리가 개버딘 소재 레인 코트를 최초로 선보인 이래, 버버리만의 체크 패턴, 가죽 허리띠, D-링(D-ring), 기능성 견장 등을 적용한 ‘트렌치코트’가 탄생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stylechosun online, 2013). 또한, 버버리는 1901년 버버리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말을 탄 영국의 중세 기사’의 형상을 모티브화한 로고(Burberry Equestrian Knight Logo)<Fig. 10>를 브랜드 마크로 등록하였는데, 이는 버버리 브랜드의 상징적 이미지가 되어, 현재까지 변함없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버버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트렌치코트의 디자인 스케치<Fig. 11>, 패턴 전개도<Fig. 12>, 그리고 버버리 아티산(artisan)이 직접 재단하여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는 봉제과정<Fig. 13>까지 트렌치코트의 제작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 버버리에서 생산하는 트렌치코트는 54장의 바디 조각, 36개의 단추, 4개의 금속 고리, 4개의 버클 등 재단에서부터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만들어진 초기의 트렌치코트와 거의 같은 구조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스타일은 현대 트렌드에 맞도록 계속 변화하며, 매 시즌 새로운 컬러와 소재, 디자인을 적용한 신상품을 개발하지만, 작업과정에서는 여전히 100회 이상의 공정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수작업을 통해 완성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공개함으로써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있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이는 트렌치코트를 통하여 전통적 디자인하우스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드러내고, 수없이 다양한 트렌치코트들과 차별화된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며 버버리만의 브랜드 아우라를 표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버버리는 2008년부터 회사 내외부적으로 모든 환경과 업무 방식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꾸면서, 브랜드 현대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Stylechosun online, 2013). 2009년 럭셔리 패션업계 최초로 패션쇼를 생중계하는 등 패션과 디지털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에 앞장서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대표되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여 적극적인 이미지 캠페인을 선보여 왔다. 버버리는 인스타그램에서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고 장인정신에 기인한 고유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패션브랜드로서 트렌드 감각과 버버리가 추구하는 시대적 가치를 꾸준히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영국을 대표하는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를 뮤즈로 선정함으로써,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은 케이트 모스는 현대적 이미지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Fig. 14>.
버버리는 지금까지 럭셔리 업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 활동을 하였고,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젊은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Kim & Yeo, 2016). 버버리의 광고는 전통적 컨셉인 남녀 커플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아기네스 딘(Aqyness Deyn),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과 제이콥 영(Jacobs Young) 등 영국 출신의 젊은 모델<Fig. 15>들을 통해 점차 자유분방한 영국 젊은이의 감성을 표현하였다. 뿐 만 아니라 스타일리스트 톰기네스(Tom Guinness), 뮤지션 루 페인즈(Roo Panes), 영화감독 펜튼 베일리(Fenton Bailey), 배우 엠마 왓슨(Emma Watson) 등 앞으로 영국 대중문화를 이끌어갈 각계각층의 아이콘(Icon)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여, 브랜드 이미지의 현대화에 주력했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Fig. 16>에서 엠마 왓슨이 입고 있는 트렌치코트 슬리브에는 펑크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스터드(stud)를 가득 장식하여, 기존의 클래식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캐주얼한 스트릿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버버리는 로미오 베컴(Romeo Beckham)이라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의 아들을 모델로 등장시켜 큰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베컴의 장남 부르클린 베컴(Brooklyn Beckham)은 ‘버버리 브릿’ 향수 켐페인을 통해 포토그래퍼로 입문하였고, 인스타그램에서는 부르클린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업로드하여 홍보하기도 하였다<Fig. 17>.
버버리의 전통을 신선하고 참신한 것으로 만드는 원동력이자, 젊고 현대적 이미지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기여한 또 하나의 중요한 프로그램은 ‘버버리 어쿠스틱 프로젝트(Burberry Acoustic Project)’이다. 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가 2010년부터 재능 있는 영국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2011년에는 발굴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편집하여 앨범을 내기도 하였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인스타그램에서도 버버리 패션쇼에서 아티스트들의 공연모습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는데,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도셋(Dorset) 출신의 뮤지션, 루 페인즈(Roo Panes)는 버버리 어쿠스틱을 통해 주목을 받은 뒤, F/W12 버버리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Fig. 18>.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들은 버버리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젊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버버리의 현대적 이미지를 강조하며, 버버리의 상품가치를 극대화라는 아우라의 확장된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2. 패션의 글로벌 민주화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 아우라를 예술의 민주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Kim & Ann, 2011). 디지털미디어 환경에서는 열린 복제와 공유를 통해 패션이미지 생산과 소비의 대중화가 급속히 이루어졌다. 소셜플랫폼에서 패션이미지의 생산과 소비는 패션아이템의 실질적 구매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없으며, 유희적, 오락적 맥락에서 패션을 공유하며 즐기는 민주적 방식이다. 특히 실시간으로 누구나 세계적인 패션쇼를 감상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소셜플랫폼에서 이미지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며, 이는 정보의 전달 뿐 아니라 감정의 교류로도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버버리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 중에서 선도적으로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해 왔다. 2009년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rm)’ S/S10 컬렉션에서 최초로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패션쇼를 실시간 생중계하였다. 당시 해외 언론들은 소수의 업계 관계자를 위해 열렸던 패션쇼가 ‘민주화를 맞이했다’고 해석했다(Kim & Yeo, 2016). 버버리는 자사의 디지털 플랫폼을 비롯한 70여 개의 온라인 뉴스 채널을 총동원한 대규모 생중계를 진행하여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동시에 패션쇼를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또한, F/W10 컬렉션에서는 마치 런던에서 직접 쇼를 보는 듯한 ‘3D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 했다. 2011년 4월에는 베이징에 위치한 플래그십 오픈을 기념하며 디지털 쇼를 열었는데, 실제 형상이 있는 듯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실제 모델들과 홀로그램이 진짜 부딪치는 것처럼 연출한 마술과 같은 쇼<Fig. 19>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Yoo, 2013). 2010년에는 디지털 인터랙티브(Digital Interactive)를 광고 캠페인에 도입했는데, ´이는 총 40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하여 촬영함으로써, 온라인상에서도 제품을 확대하고 360도 회전해볼 수 있어서 실제로 제품을 보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전달하는 촬영방식이다. 광고에서 이러한 상호작용 기능은 대중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에 대한 접근성을 훨씬 용이하게 하며, 마치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디지털 매체 변화가 가능한 패션의 글로벌 민주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버버리는 2011년 2월 스튜디오 광고촬영 준비 모습을 블랙 앤 화이트 이미지<Fig. 20>로 공개하며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6월 18일에는 당일에 열리는 S/S12 남성복 컬렉션 라이브 중계를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홍보하였다<Fig. 21>. 이후 버버리 인스타그램은 다양한 캠페인과 더불어 매 시즌 패션쇼 초대장 및, 컬렉션 광경, 모델과 백 스테이지, 그리고 쇼에 참석한 셀레브리티 모습과 주변의 패션 피플 등 패션쇼의 이모저모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최적의 플랫폼이 되었다. 2013년 9월 18일에는 버버리프로섬 S/S14 컬렉션에서 아이폰5s가 패션쇼를 생중계 촬영하고 있는 모습<Fig. 22>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였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버버리가 얼마나 디지털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하는지 확증해 준다. 최근에는 버버리 뿐 아니라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홍보를 활용하고 있는데, 미국 도나 카란(Donna Karen) 디자이너의 세컨 브랜드인 DKNY는 애플에서 이미지 전문가를 영입하여 광고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으로 처음 공개했으며, 쇼 직후 기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던 ‘베스트 룩’ 선정을 인스타그램에서 대중에게 직접 물었다.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역시 10주년 기념 캡슐 컬렉션 구성을 위한 베스트 룩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피드백으로 결정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를 사람들과 소통하는 진실하고 즉각적이며 민주주의적 방식이라고 표현했다(Song, 2015).
또 하나의 글로벌 캠페인으로 버버리는 2009년 11월, ‘아트 오브 더 트렌치(Art of the trench)’를 출시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Fig. 23>을 소셜네트워크 기반의 웹사이트에 올려서 공유할 수 있는 문화 프로젝트이다. ‘아트 오브 더 트렌치’는 세계적인 패션 블로거, ‘사토리얼리스트’의 스콧 슈만의 작업을 시작으로 론칭 된 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뿐 아니라, 아시아, 중동에 이르는 2백 개 이상의 나라에서 2천 5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Lee, 2013). 2013년과 2016년에는 한국에서도 ‘아트 오브 더 트렌치 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차승원<Fig. 24>을 비롯한 배우, 모델을 포함한 문화, 예술, 패션,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고 남산 한옥마을, 한남동, 신사동 등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였고, 인스타그램을 비롯하여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핀터레스트 둥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였으며, 2016년에는 서울의 버버리 플래그십에서 기념 전시 행사가 열렸다(Cosmopolitan. 2016). 인스타그램에서의 이러한 홍보는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전 세계에 버버리의 다양한 소식을 알림으로써,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쉽게 디지털 패션이미지에 접근하고, 소유하며, 공유하게 됨으로써, 패션의 수용태도 측면에서 글로벌 민주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패션의 개인적 일상화
디지털 매체는 시공을 초월하여 접근의 용이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훼손시키며, 동시에 문화의 대중화, 민주화를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복제품은 원본과 구분이 불가할 정도이기에, 많은 원본들이 재생산되고 그것이 정보의 형태로 사이버공간에 제공됨으로써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용에 있어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Research Group of HUNO Project, 2005).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플랫폼을 통하여 개개인이 자유롭게 이미지를 생산하고 주변과 공유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버버리 인스타그램은 버버리만의 자체적 이미지를 생산하여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며, 과거에서 현재까지 업로드한 모든 이미지에 누구나 원하는 시점에 접근하여 자유롭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또한, 대중도 누구든지 원하는 이미지를 개별적으로 자신의 소셜플랫폼에 복제하여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에 활용할 수 있다. 버버리의 이미지를 소유하는 것은 실제 상품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패션이미지의 대체 소비를 통해 심리적 만족이라는 욕구 충족이 가능하고, 오히려 소비욕구가 증폭되어 실제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도 많다. 이러한 패션 제품의 구매는 사회적이고 미적인 고려에 의해서만 지배되지 않고, 정신치료적인 현상이 되었다(Lipovetsky, 1999).
2013년 버버리는 구글의 디지털기술과 버버리의 감성을 조화시키는 합작 프로젝트로, ‘버버리 키시스(Burberry Kisses)’라는 플랫폼(Platform)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의 사용자들은 구글 크롬, 카메라,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들에서 버버리 키시스(kisses.burberry.com)를 방문하여, 자신의 실제 키스 마크를 화면에 담을 수 있다. 또한 버버리에서 제공하는 뷰티 립 컬러로 화면에 담긴 키스 마크의 색상을 바꿀 수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랑을 담은 자신의 키스 마크를 애인이나 친구들과 공유하게 된다. ‘버버리 키시스’는 디지털 기술에 감성을 담은 특별한 플랫폼으로 디지털 브랜딩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Global Brand Encyclopedia online, n.d.). 인스타그램에서는 2013년 11월 20일 골드 키스마크가 새겨진 그리팅(greeting) 카드 이미지로 키시스 프로젝트를 홍보하였다<Fig. 25>. 이는 패션 브랜드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일상 속에서 ‘키스’라는 이미지로 특별한 감정의 공유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패션의 개인적 일상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버버리는 인스타그램에서 패션쇼 라이브 스트리밍과 다양한 캠페인 홍보를 통해 패션의 글로벌 민주화를 실천한 동시에, 고객 차별화 서비스를 위해 개인 맞춤제작 프로젝트인 ‘비스포크(Bespoke)’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비스포크는 버버리의 아이콘인 ‘트렌치코트’를 온라인에서 조합해 디자인을 완성하여 주문하는 ‘온라인 맞춤 서비스’로 시작되었다. 이는 고객이 온라인에 접속해 원하는 트렌치코트의 길이, 소재, 색상, 가죽 스트랩, 커프스, 버튼, 트리밍 등에 대한 옵션을 선택해 세상에서 하나 뿐인 트렌치코트를 완성하여 소장하게 하는 방식이다. 비스포크 제품은 가격대가 높고, 대량으로 판매하진 않지만 브랜드 전반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고객의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Bae, 2011). 비스포크의 일환으로 2016년 3월 9일 인스타그램에서는 버버리 트렌치코트 안 쪽 패널에 영문으로 최대 3글자까지 새길 수 있는 모노그래밍 서비스를 홍보하였다. 총 15가지 컬러의 실 중 원하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Fig. 26> 버버리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실현되는지 확인이 가능하다(Cosmopolitan. 2016). 버버리 인스타그램은 2016년 6월 9일, 리젠트 스트리트 플래그십에서 6월 10일~30일 동안 진행될 ‘A Celebration of Craftsmanship and Personlisation’ 행사를 홍보하였다. 버버리에서 매장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이 캠페인은 버버리 아티산들이 직접 트랜치 코트와 가방에 개인의 이니셜을 새겨주는 커스터마이즈 레터링 프로젝트로 인스타그램에서만 8만 번 이상 조회되었다. 6월 21일에는 버버리 아티산, 키아라(Chiara)가 모노그램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칼라 스팩트럼의 이니셜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공개하였다<Fig. 27>.
오늘날 패션에 대한 동기는 새로움의 기호와 미적 개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욕망이다. 새로움은 더 이상 계급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미적이고 모던하며 변화무쌍한 개성을 과시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가 되었다. 패션은 점점 더 개인적으로 미적인 구별의 요구, 유혹, 젊음, 상징적인 현대성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율성을 더 주장하고, 이름 있는 전시품의 기준에 덜 의존하며, 경쟁과 외양에서 드러나는 분명한 사회적 차별화에 덜 관심을 갖는 개인이 출현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Lipovetsky, 1999).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패션의 역할을 더욱 증폭시키는 기제가 되며, 패션을 통해 개인이 추구하는 개성에 대한 욕망, 문화적 취향, 라이프 스타일, 미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동력이 된다. 버버리 인스타그램에서 트렌치코트를 입은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 속 이미지들은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디지털 이미지들은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전통적 아우라를 간직하면서도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개인화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Fig. 28>. 이와 같이 패션이미지 표현방식의 디지털화는 패션의 수용태도에 있어서 개인화를 가져왔고, 패션이미지의 아우라는 전시, 상품가치에서 나아가 개인적 일상의 가치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V. 결 론
본 연구에서는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을 적용하여 디지털 복제시대 소셜플랫폼에 나타난 패션이미지의 수용태도를 아우라의 확장된 개념으로 접근하였다. 벤야민은 영상기술의 발달에 따른 예술의 본질적 변화와 이에 대한 지각방식, 수용태도에 주목하였다. 과거 소수의 기득권이 누렸던 예술의 종교적 제의 가치는, 사진 기술의 발달로 전시가치로 변화하였고, 이는 예술의 대중화와 민주주의를 가져왔다고 평가하였다. 이렇듯, 미디어의 새로움이란 반드시 기술적인 발명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과 사회적 질서를 어떻게 지각하고 만들어 내느냐에 영향을 미치는 시각의 전환인 것이다(Rocamora, 2012). 복제를 기반으로 하는 패션의 아우라는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이며 존재가치를 나타내는 정체성이자 진정성으로, 패션을 창조한 디자이너 철학과 미학이기도 하다. 21세기에 이르러 인터넷 기반의 소셜미디어는 패션이미지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었고, ‘옷’이라는 실체를 넘어서 ‘패션이미지’의 생산과 소비의 민주화, 대중화, 일상화를 가속화하였다. 이미지 중심의 소셜미디어로서 전 세계에서 활동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은 최근 패션업계에서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버버리 인스타그램에 포스트 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벤야민의 ‘아우라’ 관점으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셜플랫폼에 나타난 디지털 패션이미지의 아우라는 패션의 상품가치 확장을 의미하며 이는 전통의 계승, 디자인의 정체성과 장인정신, 이미지의 현대화로 나타났다. 소셜플랫폼에서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언제든지 원하는 이미지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역사를 늘 현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작품의 고전적 아우라가 전시, 예배가치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20세기 예술작품의 복제와 대량생산으로 전시가치가 부각되었다. 21세기 디지털미디어의 발전은 패션브랜드에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대중과 공유하여,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의 상징적 역할을 하는 디자인의 정체성과 제작과정을 공개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하거나 패션 브랜드로서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는 혁신적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패션의 상품가치를 극대화시킴을 확인하였다.
둘째, 소셜플랫폼에서 디지털 패션이미지는 열린 복제와 공유, 비판과 수용의 상호작용을 통한 패션의 글로벌 민주화를 가속화했다. 그동안 극소수의 관련자만 참석할 수 있었던 세계 각지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라이브 생중계를 통해 누구나 관람할 수 있게 되었고, 에디터가 아니더라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업로드 하여, 컬렉션 구성에 반영이 되기도 한다. 버버리 인스타그램에서는 패션쇼 라이브 중계 뿐 아니라 다양한 캠페인을 홍보하여 대중의 실질적 참여를 유도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아트오브트렌치’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에게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히고, 이를 인스타그램에서 홍보함으로써 브랜드 아우라를 견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셋째, 소셜플랫폼은 개인이 자유롭게 이미지를 생산하고 주변과 공유할 수 있는 독립적 유희공간을 확보케 하였다는 면에서, 디지털 패션이미지를 통해 패션의 개인적 일상화를 이루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매일매일 수 없이 생산되는 패션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패션은 어느새 일상의 친숙한 동반자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오늘날 패션에서 개인주의는 옷에서 지위 상징적 차원을 축소시키고 즐거움과 편안함을 통해 자유를 증진시킴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패션을 통해 미적인 취향을 드러내며, 젊음과 여유를 표현하는데 더 관심을 갖는다(Lipovetsky, 1999). 버버리에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트렌치코트가 특정인의 특정스타일이기 보다는, ‘아트오브트렌치’와 같이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이 담긴 트렌치코트를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비스포크’라는 맞춤제작 프로그램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와 품격을 존중하는 고객 차별화 전략이다.
이상과 같이 디지털 기술매체의 발전은 21세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전반의 핵심적 성장 동력이며, 우리의 일상과 패션도 어느새 디지털 패러다임에 익숙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패션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보여주기가 옷이라는 실체를 넘어서 이미지로 가능해졌다. 디지털 복제 환경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패션이미지는 패션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여 대중의 일상에 잠입하게 하는 고유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기술변화의 흐름에 적합한 패션이미지와 콘텐츠 개발은 현대와 미래의 패션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동력이기에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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