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KYE)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Abstract
Centered on Kathleen Kye, a designer who conveyed messages on social issues through her dresses, and established her own identity, this study aimed to examine what theme, method of expression and inner meaning her 'statement' had, as a way of expressing a critical awareness. After reviewing discussions by Duggan G. G. as well as dictionary definitions, statement fashion design can be defined as a work or fashion shows containing a message of a designer who is free from a particular trend or consumerism in various social issues. Statement fashion designers give opposing messages on social issues through their fashion collections. As a result, research shows that contemporary statement fashion designers are expressing themes of a fashion systems, fetishism, body image, collision, environment, as well as the socially disadvantaged by appropriation, reuse, slogan, metaphorical pattern and performance. Satire, awakening, challenge and support can be derived from the inner meaning of contemporary statement fashion design. In terms of the theme, method of expression and inner meaning, this study showed that KYE collection of the designer Kathleen Kye expresses critical awareness on the modern society. Research findings reveal that KYE collection include the following themes: long-term youth unemployment, conflict collision in war or on the Internet, fetishism by youth in a get-rich-quick fever, environmental issue causing destruction of an ecosystem by decrease in bee population, school violence and the socially disadvantaged related to alienated immigrants. Also, as a method of expression themes, such as metaphorical patterns, were used. The patterns used images including a skeleton, gun, heart, rope, plaster, homeless box, bee, honeycomb, chain and a slot machine. On the other hand, the inner meaning of statement in KYE collection showed satire on social issues, awakening on social issues unrecognized by the masses, and support for the socially disadvantaged.
Keywords:
Kathleen Kye, KYE, metaphorical pattern, statement, statement fashion design키워드:
계한희, 카이, 은유적 문양, 스테이트먼트, 스테이트먼트 패션 디자인Ⅰ. 서론
패션은 시각적인 예술이며 나아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측면에서 의사소통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패션이 기존에 정해진 집단의 계급, 소속 등 사회의 위계질서를 분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여겨졌다면, 현대의 패션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시대의 변화와 함께 개인의 성격, 취향, 미적 기준 등을 표현하는 수평적인 수단으로 변화되었다. 오늘날 사회현상이나 사회적 가치관 등을 의식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의식화 과정을 겪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수평적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패션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패션계 내부의, 그리고 사회 전반의 문제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패션 컬렉션에 담아냄으로써 스테이트먼트 디자인을 실천한다.
본 연구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스테이트먼트라는 개념을 패션에 접목한 사례, 그리고 스테이트먼트 패션으로 정체성을 구축해가고 있는 디자이너 ‘계한희(Kathleen Kye)’의 카이(KYE) 컬렉션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은 기성세대와 보수 세력에 저항하는 청년하위문화의 영향과 함께 그 내용과 표현방법을 달리하며 현대패션의 다양성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특히 저항정신을 자신의 옷을 입는 방식으로 실천해온 젊은 디자이너들에 의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런던에서 패션디자인 교육을 받은 후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계한희는 하위문화와의 친밀감으로 전쟁, 인종,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청년실업 등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유쾌한 디자인으로 표현하며 젊은 소비자들을 매료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패션이 스테이트먼트를 통해 추구하는 주제와 표현방법 등의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 컬렉션이 현대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스테이트먼트로 표현하고 있음을 밝히는 데 있다. 이는 패션이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또한 현대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연구이자 패션디자인 개발방법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제안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본 연구를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의 개념을 고찰한다. 둘째, 현대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사례를 주제와 조형적 표현방법, 내적의미에 따라 고찰한다. 셋째, 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주제와 표현방법, 내적의미에 대해 논의한다. 본 연구의 연구방법은 예술, 문화, 패션의 이론서와 학위논문, 학술지논문, 패션매거진 등을 통한 문헌연구와 카이(KYE)를 비롯한 해당 패션 컬렉션의 사례연구를 병행한다. 현대 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에 관한 고찰의 연구범위는 20세기 중반의 청년하위문화에서 먼저 시도된 저항의 메시지를 하이패션에 담아내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현대까지로 하며, 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고찰의 연구범위는 2011F/W 데뷔 컬렉션부터 2016 F/W 최근 컬렉션까지로 한정한다.
Ⅱ. 현대 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1.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에 대한 일반적 고찰
스테이트먼트는 공식적이고 분명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말하기 혹은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Collins Dictionary, 2001). 패션 큐레이터 진저 그래그 듀건(G. G. Duggan, 2008)은 성명, 진술, 서술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스테이트먼트가 디자인에 적용된 스테이트먼트 디자인에 대하여 디자이너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 특히 트렌드나 소비지상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문제에 대립적인 생각을 작품에 표현하는 디자인이라 논하였다. 한편 패션디자인의 스테이트먼트를 디자이너의 정치사회적 발언의 관점에서 고찰한 Ko (2012)는 권력에 저항하는 스테이트먼트 뿐만 아니라 전체주의 국가에서 이데올로기의 선전도구로 패션을 활용한 사례와 같이 권력집단을 지지하는 스테이트먼트를 논의에 포함시켰다. 패션이 전체주의 국가에 기여하는 현상이 사라진 오늘날의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은 패션디자인 작품 자체와 이를 발표하는 패션쇼 과정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이는 남의 이목을 끄는 독특한 옷차림을 뜻하는 '패션 스테이트먼트'와는 구분된다.
‘저항’의 의미로서 스테이트먼트를 옷으로 표현한 사례는 프랑스 혁명 시기의 상퀼로트(sans-culotte)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의식적 프랑스 혁명가를 지칭하던 상퀼로트는 귀족 남성복을 상징하는 퀼로트와 대립되는 스타일로서 뱃사람들이 즐겨 입던 긴 바지에서 따온 이름이다(Dnarnton, 1990). 당시만 해도 의복은 신분과 계급을 구분 짓는 중요한 수단이었으므로 상퀼로트 복장은 기존의 지배 계급에 대립하는 메시지의 표현이었다. 역사에서 옷을 통한 스테이트먼트의 또 다른 사례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적, 경제적 혼란 속에 나타난 청년 하위문화를 들 수 있다. 이 시기 하위문화를 형성한 청년들은 패션, 음악, 놀이 등이 융합된 형태로 지배계급과 기성세대에 저항하였다. 그들은 의도적이고 공공연한 정체성 드러내기, 민족성에 대한 자기주장, 사회적 소외에 대한 저항, 윤리적 의식 회피, 억압된 내면의식, 도덕적 관념으로부터의 일탈 등의 특성을 나타냈다(Lee, 2002).
Duggan(2008)은 퍼포먼스 예술로서 패션쇼에 대한 그의 연구에서 퍼포먼스 예술에 가장 근접한 유형으로서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을 논하였다. 그는 패션쇼가 신체를 매개로 하는 창조라는 점에서 퍼포먼스 예술과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며, 패션을 보여주는 분위기, 신체가 취하는 자세와 움직임 등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패션쇼를 스펙터클(spectacle), 본질(substance), 과학(science), 구조(structure), 스테이트먼트(statement) 등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이 중 예술가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예술에 가장 근접한 유형으로서 스테이트먼트 패션쇼는 트렌드와 소비주의에 속박되지 않고, 의상 디자인 또는 패션쇼 자체를 통해 패션 산업 안에서 논쟁되는 모피, 신체, 패션시스템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립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은 전유, 재활용, 재생산, 퍼포먼스 등의 표현기법을 활용해 패션 산업이 신성시하는 새로운 창조물 생산에 대한 압력을 비롯하여 획일성과 순응, 고정관념 등에 대한 반항적 메시지를 전한다.
2. 현대 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특성
1980년대부터 이후 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사례를 고찰한 결과,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이 채택하는 주제로서 계절별 컬렉션으로 기계적 창조과정과 규정된 트렌드에 맞춘 디자인을 요구하는 ‘패션 시스템’, 유명 브랜드를 신성화하고 그를 이용한 횡포와 관련한 ‘물신숭배’, 이상화된 신체와 관련된 ‘신체 이미지’와 전쟁반대, 환경파괴 고발, 사회적 약자 수용에 관련한 ‘충돌’, ‘환경’, ‘사회적 약자’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주제의 스테이트먼트는 전유, 재활용, 선전 문구, 은유적 문양, 퍼포먼스 등의 조형적 표현방법으로 구현되었다. 본 절에서는 현대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주제별 고찰과 조형적 표현방법, 그리고 내적의미를 논의하고자 한다.
(1) 패션시스템
하이패션에서 컬렉션은 봄여름(S/S), 리조트(Resort), 초가을(Pre-Fall), 가을겨울(F/W) 등 여러 시즌 열리며, 한 시즌에도 레디 투 웨어(Ready To Wear), 오뜨 쿠튀르(Haute Couture), 남성복(Menswear) 등 여러 차례 개최된다. 디자이너들은 이 행사를 통해 끊임없이 모델에 창조물을 입혀 발표해야 하며, 이로써 늘 비슷한 방식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창조를 해야 하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견뎌내야 한다.
패션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컬렉션으로 표현한 디자이너로는 모스키노(Moschino)와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 등이 있다. 모스키노는 1990 S/S 광고캠페인과 1990F/W 컬렉션 주제를 ‘패션 시스템을 멈춰라(Stop the fashion system)!’로 정했으며, 이후 1991년에는 기성복을 뜻하는 ‘ready to wear’ 대신 발음이 비슷한 ‘ready to where?’라는 광고캠페인으로 패션시스템을 유지하는 동력인 ready to wear를 비판하였다(Kim, 2014).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패션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 것이 우리 작품의 뿌리’라고 밝힌 빅터앤롤프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패션 시스템에 반발하여 1996F/W 패션쇼 초대장 대신 ‘빅터 앤 롤프는 파업중(Viktor & Rolf on strike)’이라는 포스터를 기자들에게 보내고, 거리에 이 포스터를 붙였다(Evans, 2003).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계속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2008F/W ‘NO’ 컬렉션에서는 급박한 스케줄 속에서 계속해서 입 밖으로 나온 “NO!”라는 단어를 옷에 그대로 표현하였다 <Fig. 1>(Kim, Kown, Song, Choi, Lee, & Lee, 2014). 또한 2011F/W ‘태양을 위한 전투(Battle for the Sun)’ 컬렉션에서는 십자군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얼굴을 빨갛게 칠해 그 의지를 드러냈으며, 뻣뻣하고 두꺼운 울 소재와 메탈 소재로 기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도록 하여 빠른 시간 내에 변화를 요구하는 패션시스템에 맞서 창의력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Kim et al., 2014). 수잔 치안치올로는 기존의 패션쇼처럼 런웨이 위에서 모델들이 워킹하는 것을 거부하며 잠자는 모델에 관한 컬렉션을 보여주거나 미완성 작품을 판매하여 구매자가 완성하도록 하는 방식을 통하여 관습적인 패션쇼에 저항하였다(Duggan, 2008). 한편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드는 대신, 기존의 것을 재가치화 하는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아티즈널(artisanal)’ 라인도 패션 시스템에 저항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아티즈널’은 1920년대 플래퍼 드레스, 1950년대 연회가운, 중고 데님의류, 재고양말 등의 빈티지를 부활시키고 그 시대의 표상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시즌마다의 새로움’에 저항하였다(style.co.kr, n.d.-a, b).
(2)물신숭배
소비자의 물신숭배에 저항하는 디자이너들은 명품에 대한 신성화와 무분별한 소비, 거대 패션 하우스의 허상을 비판하고 그들의 권위에 도전한다.
패션에 나타난 물신숭배에 저항한 디자이너로는 모스키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등을 들 수 있다. 1988S/S에 샤넬의 향수, Chanel No.5’를 패러디한 모스키노는 이후 로셀라 자르디니(Rossella Jardini) 시절에도 크루아상이 부착된 진주 목걸이, 롤렉스(Rolex) 목걸이, 모피와 플라스틱이 조합된 의상, ‘Expensive Jacket’이라는 문구를 금사로 수놓은 캐시미어 재킷 등으로 겉모습이 화려한 고가의 의류와 소비자의 무분별한 소비주의를 조롱하였다(Kim et al., 2014). 2010F/W에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천진난만한 표정의 모델, 2014S/S에는 대형 쇼핑백을 입은 모델 등으로 소비주의를 해학적으로 표현했으며,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이 진행한 2014F/W 또한 패스트푸드의 상표가 새겨진 샤넬의 퀼팅 백을 햄버거 대신 쟁반 위에 올려 연출함으로써 럭셔리 브랜드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2005F/W 컬렉션의 흰 티셔츠에 ‘Branded (브랜드가 된)’라는 문구로 2007S/S에는 미인대회 때 두를 법한 어깨띠에 ‘I’m expensive(나는 비싸다)’라는 문구로 브랜드의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거대 패션하우스를 유쾌하게 조롱하였다. 2010F/W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폐기된 박스에서 기어 나오듯 등장한 모델, 페인트가 범벅된 것 같은 의상에 마트의 비닐 봉투를 들고 등장한 노동자 모습의 모델<Fig. 2>을 통해 속물적 경향의 소비문화를 꼬집었다(Yoon, 2013).
한편 미구엘 애드로버(Miguel Adrover)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중고 가방을 뜯어 스커트로 재탄생시키거나, 버버리의 체크 안감 트렌치코트를 뒤집어 체크 안감이 겉으로 보이게 한 의상을 자신의 컬렉션에 발표하여 버버리의 소송 위협을 촉발하며 원저작자 존중에 대한 거부를 나타냈다(Duggan, 2008). ‘전체 천박한 패션계와 그것의 현상 유지를 좌절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듀오 디자이너,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Imitation of Christ) 또한 ’구찌는 탐욕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의 빈티지 셔츠에 ‘Bring me the head of Tom Ford. (내게 톰 포드-당시 구찌와 입생로랑의 수석 디자이너-의 머리를 가져오라.)’라는 문구를 적어 거대 패션 하우스에 대한 저항을 표했다(Kirschbaum, 2002).
(3) 신체 이미지
이상적 신체의 이미지는 시대, 문화에 따라 변화해왔다. 오늘날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이상적 신체를 매개로 하는 패션쇼와 미디어를 통해 발표되며, 때로는 본래의 목적인 의상 디자인의 소개보다 모델에 더 주목하기도 한다.
모델이 주인공이 되는 패션쇼의 풍토에 반대한 빅터 앤 롤프는 패션모델의 유명세와 새로운 의상 사이의 균형을 주제로 한 2007F/W 컬렉션에서 모델로 하여금 조명과 음향 장치를 매고 나오게 하였다(Kim et al., 2014). 이는 각각의 옷이 모델의 유명세와 상관없이 완전한 하나의 컬렉션으로서 중요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은 지방시(Givenchy) 오트 쿠튀르 1999F/W 컬렉션에서 슈퍼모델을 통한 주목을 피하기 위해 플랙시 유리 마네킹을 쇼에 등장시킨 바 있으며(Duggan, 2008), 마틴 마르지 엘라는 아티즈널 컬렉션의 대부분 시즌에서 모델의 얼굴을 가려 모델의 유명세를 이용하여 판촉과 홍보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마른 모델을 선호하는 패션업계의 관습 때문에 거식증으로 고통받거나 사망하는 모델까지 나타나고 있는 오늘날, 이상적 신체미에 저항하는 디자이너들은 비전통적인 형태의 모델들을 패션쇼에 기용해 왔다. 그 예로 1990년대 중반 영국패션협회의 스트리트 스타일 디자이너로서 활약했던 레드 오알 데드(Red or Dead)는 이상적인 체형에 반대해 비만의 남성모델을 주인공으로 가슴에 ‘unique’라는 단어를 썼으며<Fig. 3>, 이후 이 메시지를 더 강화하기 위해 백피증 환자 및 난쟁이 같은 비전형적인 모델들을 무대에 등장시키기도 하였다(Duggan, 2008).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는 2007S/S 컬렉션에 벨벳 드 아무르(Velvet D‘Amour)라는 프랑스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등장시켰으며, 2011S/S에는 뚱뚱한 몸집의 팝가수 베스 디토(Beth Ditto)를 무대에 올렸다.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2014F/W 컬렉션에 음식의 영양성분과 칼로리 등이 적나라하게 프린트된 흰색 드레스를 통해 죽지 않을 만큼만 음식을 먹는 깡마른 모델에 대한 생각을 위트 있게 전했다.
(4) 충돌
충돌은 의견이나 이해관계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이 서로 부딪치는 현상을 말하며, 둘 이상의 국가가 대립하여 발생되는 전쟁은 충돌의 대표적인 예이다. 전쟁은 민간인, 군인 등의 사망으로 인한 인적 피해와 더불어 피난, 재난, 굶주림 등의 심각한 폐허와 슬픔을 남긴다. 이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패션도 그 중 하나이다.
윤리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캐서린 햄닛(Katharine Hamnett)은 1983년 영국 마가렛 대처 총리를 방문하면서 ‘58 percent Don’t Want Pershing(58%는 멸망을 원치 않는다)’라는 슬로건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입어 화제가 되었다(Mendes, 1999). 이는 당시 영국의 많은 사람들이 탄도미사일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발발에 맞춰 캐서린 햄닛은 “No War”라는 간결하지만 강경한 문구로 비판의 메시지를 전했다(Holmes, 2010).
모스키노는 1989년 쇼 윈도우 디스플레이에서 무너진 베를린 장벽을 배경으로, ‘Follow me(나를 따라오라)’라는 문구의 노란색 의상을 입은 마네킹이 벽을 넘어가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1997S/S와 2012F/W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베를린 장벽을 의미하는 갈색 벽돌이 프린트된 의상을 등장시켜 지속적으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Fig. 4>. 모스키노는 ‘Peace(평화)’라는 단어와 평화를 상징하는 심벌을 의상에 적용, 좀 더 직접적인 표현도 하였다. 한편 반테러법 연장 법안으로 인한 시민들의 인권침해 반대시위에 동조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2006S/S 흰색 티셔츠에 ‘I’m not a terrorist(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5) 환경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환경은 인류 문명과 자연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며, 따라서 전 인류는 환경을 잘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를 가진다(Im & Jin, 2010). 오늘날 여러 기후적 요인과 함께 크고 작은 전쟁,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과 살상, 무분별한 개발정책 등에 의해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이에 윤리적 디자이너들은 환경파괴에 대한 반대의사를 패션을 통해 전하고 있다.
사회문제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모스키노는 마약과 동물학대, 폭력 등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쳤으며, 지속적으로 캠페인과 컬렉션으로 환경파괴에 대한 반대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1994년에는 친환경 소재와 염료를 사용한 ‘이쿠튀르!’(Ecouture!)를 발표했으며, 꽃과 과일의 1차원적인 자연적 오브제로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고 확실하게 자연친화적 메시지를 전했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은 로셀라 자르디니 시절에도 이어져 1997S/S 컬렉션에서 장미 넝쿨에 둘러 쌓여있는 듯한 드레스로 다시 한 번 ‘이쿠튀르’ 컬렉션을 떠올렸다(Buxbaum, 2009). 한편 캐서린 햄닛의 ‘해양 프로젝트(Project Ocean)’에서도 ‘No More Fish in the Sea?(바다에 더 이상 물고기가 없는가?)’, ‘Save the world(세계를 구하라)’ 등 슬로건이 티셔츠에 등장해 환경파괴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Fig. 5>.
인조모피를 통한 윤리적 디자인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왔으며, 최근에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이라는 트랜드와 함께 패션의 중요 영감으로 실천되고 있다. 비건 패션을 실천하는 디자이너 중 한명인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는 실제 모피에 가까운 소재를 개발, 2015F/W에서 ‘FUR FREE FUR’(모피 없는 모피) 라벨을 세련된 인조모피 의상의 겉면에 부착하였다(Leach, 2015). 디자이너 송자인은 모피와 가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 후 거부감을 느껴 2008년부터 모피 사용을 거부했으며(Park, 2015), 대신 니트나 나일론 등의 대체 가능 소재로 인조모피 패션을 발표하고 있다. 2014F/W에서 송자인은 동물과 과일 등의 무늬로 환경파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였다. 푸시버튼의 디자이너 박승건은 인조모피 의상의 뒷면에 ‘Fur is Over’라는 문구로 모피 의상 종식을 선언했으며, 다양한 컬러의 인조모피로 위트 있는 패션을 선보였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도 2014F/W 컬렉션에서 환경운동가로서 자연을 상징하는 한 쌍의 비둘기와 그 사이에 하트를 배치함으로써 ‘안티 프래킹’(anti-fracking)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Blanks, 2014).
(6) 사회적 약자
사회적 약자란 ‘사회적 소수자’에서 파생되어 확대된 개념이다. ‘소수자’는 국가 내에서 다수의 인종·종교·언어를 사용하는 집단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 소수집단 또는 차별적으로 신체적·문화적 특성이 구별되는 집단을 말한다(Chun, 2009). 이에 속한 예로는 소수인종, 소수 종교인, 소수언어 집단, 여자 혹은 성적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이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문화적으로 참여의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은 소외된 그들에게 관심을 표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대중들에게 그들도 하나의 특별한 인격체라는 메시지를 상기시킨다.
1983년 캐서린 햄닛은 약물남용, 자살, 낙태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약자를 위해 “삶을 선택하라(Choose Life)”라는 슬로건의 컬렉션을 발표했다. 알렉산더 맥퀸은 1999S/S 컬렉션에서 의족을 한 23세의 에이미 뮬린스(Aimee Mullins)를 패션쇼 모델로 세웠으며<Fig. 6>.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는 2006S/S 컬렉션에서 난쟁이와 지팡이를 짚은 남성, 뚱뚱한 여성과 키 작은 근육질 남성 등 대조적이면서 이목을 끌만한 일반인 커플들을 등장시켜 사회적 약자에 주목했다<Fig. 7>.
앞에서 살펴본 패션 스테이트먼트의 조형적 표현방법은 전유, 재활용, 선전 문구, 은유적 문양, 퍼포먼스로 정리될 수 있다.
예술에서 전유는 유명작품 또는 그것의 시각적 이미지를 그대로 이용하거나 다른 아이디어와 합성시켜 기존의 것과 다른 메시지를 가진 새로운 작품으로 만드는 표현방법을 말한다(An, 1999). 물신숭배를 표현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그대로 사용하거나 서로 다른 상징적인 것들을 절묘하게 합성시키는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러한 방법은 단순한 도용이나 표절과는 다르며, ‘분명한 예술적 의도아래 가져오기’로서 남의 것을 일부 인용하는 소극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적극적인 스테이트먼트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An, 1999).
재활용은 이미 사용된 물건을 순환 사용하는 것으로, 건축, 미술, 패션 등 다양한 창작 영역 분야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에 디자인과 기능을 더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업사이클(Upcycle)이 이에 해당된다(Kim, 2015). 시즌마다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는 패션의 생산방식, 특히 항상 새롭고 신선한 디자인의 의복을 선보여야 하는 패션시스템은 재활용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는 기존의 것을 활용하거나 버려질 물건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패션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윤리적이고 실용적으로 표현한다.
선전 문구를 활용하는 패션디자이너는 정치적, 도덕적 또는 종교적인 신념을 담은 문구를 의복에 적용하여, 선전이나 교훈 및 교화를 추구한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은 의복에 미사일, 전쟁, 테러 등 정치적 상황의 대립적인 주장을 표현하거나, 패션시스템, 물신숭배, 환경,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덕적 신념의 문구를 배치함으로써 본인의 가치관을 전할 뿐 아니라, 선전 문구의 광고성을 이용해 그것을 접한 대중들로 하여금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수용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은유는 어떤 한 대상의 특정한 특징이 다른 대상에 적용되는 언어적 ‘전의(轉義)’를 의미한다. 고대 수사학에서 은유란 ‘말의 꾸밈’이라 하여 전의적이며 비유적 표현의 수단으로 간주되었는데, 이런 표현 수단으로 인해 말은 직관적, 매력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은 물신숭배나 전쟁 반대 등 디자이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적인 의미를 상징적으로 비유한 문양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퍼포먼스는 정형화된 형식이나 틀이 없이 우연적, 즉각적 행위를 통한 특별한 상황연출을 하는 모든 경우를 뜻하며, 비전통적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에 의하여 시도되는 표현 방식이다(An, 1999). 패션에서 퍼포먼스는 예술가가 직접 행위를 하는 것과 달리 디자이너의 지시를 통한 모델의 행위나 예정된 연출을 통한 패션쇼 자체를 말한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은 대중에게 직접 노출되는 모델로 하여금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지시내리는 방법으로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그에 대한 유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연출된 메이크업과 의복의 시리즈, 과장된 장치의 사용 또는 비 관습적 모델의 기용으로 패션쇼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고 패션쇼 전반의 분위기로 메시지를 전한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연구를 통해 도출된 현대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내적 의미는 풍자, 각성, 도전, 응원 등으로 논의될 수 있다.
패션시스템에 저항하고, 물신숭배 그리고 신체 이미지를 비판하고 조롱하기 위한 스테이트먼트 패션 디자인에는 풍자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모스키노는 ‘ready to wear’을 ‘ready to where?’로 바꾸고 ‘Chanel’을 ‘Channel’로 바꾸어 기존의 의미를 비꼬아 패션시스템과 명품 브랜드를 풍자를 표현했으며, ‘Branded', 'I’m expensive'라는 위트있는 문구를 통해 브랜드 네임을 앞세워 상업성에 치우친 명품 브랜드를 조롱하였다. 또한 부를 상징하는 액세서리로 소비주의를 비판하거나 명품 가방과 비슷한 형태의 모자를 쓰로 양손에 쇼핑백을 든 모델이 기쁜 표정으로 런웨이를 활보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소비주의를 조롱하였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노숙자 같은 행색의 비닐봉투를 든 모델을 런웨이에 등장시킴으로써 소비문화와 고급스러운 패션을 지향하는 패션시스템을 역설적으로 풍자하였다.
잘못된 패션 시스템의 풍토와 마른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리고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위험성을 알리는 스테이트먼트 패션에는 각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빅터 앤 롤프의 쇼에서 조명장치를 메고 나오는 모델, 알렉산더 맥퀸의 유리 마네킹, 마르지엘라의 복면 쓴 모델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의상이 가장 주목받아야 하는 패션쇼 현장에서 모델에게 관심을 쏟는 잘못된 상황에 대한 각성이 발견된다. 모스키노의 칼로리가 적힌 드레스는 현대여성들의 병적인 다이어트를 비유적으로 나타내어 진정한 건강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며, 캐서린 햄릿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박승건의 선전적 문구와 모스키노, 송자인의 은유적 문양 또한 전쟁이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각성의 의미를 지닌다.
패션 시스템의 시간과 창조에 대한 압박과 대형 브랜드의 권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스테이트먼트 패션 디자인은 재활용과 전유, 선전 문구를 통해 도전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르지엘라와 애드로버는 전유를 통해 패션시스템의 암묵적 압력에 도전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성명이 새겨진 티셔츠도 톰 포드라는 분명한 대상과 함께 도전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신체를 강요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스테이트먼트 패션 디자인에는 격려와 위로의 응원 메시지가 내재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레드 오알 데드, 장 폴 고티에, 캐서린 햄릿, 알렉산더 맥퀸과 존 갈리아노의 비전통적인 모델 기용은 모든 사람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스테이트먼트로 볼 수 있다.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의 주제와 표현방법에 따른 내적의미는 <Table 1>로 정리될 수 있다.
Ⅲ. 카이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1. 디자이너 계한희의 성장 과정과 카이 론칭
미국 태생의 계한희는 학창시절을 한국의 외국인학교에서 보내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예술과 친해졌다. 계한희는 중학교 3학년부터 파인 아트,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예술의 기초를 다졌고, 만 17세에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s and Design, 이하 CSM)로의 진학을 결심하였다. 직접 제작한 고기 슈트(Meat Suit)를 입고 CSM면접에 간 계한희는 기초과정을 면제받고 학사 1학년 과정으로 입학했다. 그의 학부 졸업 쇼는 오장육부가 몸 바깥으로 드러나는 니트웨어<Fig. 8>, 남성의 근육을 상징하는 의복과 액세서리 등으로 구성된 ‘보디 컬렉션(Body Collection)’으로서, 몸뿐만이 아닌 그 내부의 피, 지방, 창자 등 사람들이 직접 눈을 보기 꺼려하는 장기들을 패션의 재료로 표현함으로써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기준에 대한 아이러니를 표현한 것이다. 보디 컬렉션은 ‘style.com’과 ‘dazed digital.com’등에 기사로 실려, “인간의 장기를 보여준다는 작품 소재의 의외성이 돋보이고 현대의 위축된 남성성을 마초적인 근육으로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됐다.”는 호평을 받았다(Kye, 2014, p.116).
그는 학부에 이어 CSM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석사 졸업 쇼는 황당한 꿈으로 인한 영감으로 준비했다. 꿈의 내용은 숲 속의 버섯 집에 사는 원숭이들을 자루에 담아 놀고 있는 계한희에게 거대 고릴라가 달려들어 자루에 있던 원숭이들이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불을 질렀고, 그로인해 고릴라와 그녀는 불에 탔는데, 그녀는 다시 살아나 죽은 고릴라의 손을 잘라 코트처럼 두르고 다녔다는 내용이다. 이 꿈의 내용을 토대로 계한희는 컬렉션의 주요 테마를 “킹콩의 야만성으로 표현하는 남성성의 강조”로 정하고, 고릴라의 크게 잘린 손이 몸을 감싸는 형태를 통해 의상<Fig. 9>으로 표현되는 문명성을 짐승의 야만성으로 감싸는 두 가지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어 쇼를 발표했다. 이 쇼를 본 도쿄의 편집매장 ‘캔디’ 대표가 구매의사를 밝히면서, 브랜드 카이(KYE)의 론칭 준비가 시작되었다(Kye, 2014). 계한희는 카이로 2011F/W 런던패션위크에 데뷔하여, 복스홀 패션스카우트(Vauxhall Fashion Scout)의 ‘남성복 부문 주목할 만한 신인상(Ones To Watch Winners)’, 그리고 ‘인터내셔날 신인상(International Emerging Talent Award)’을 수상하였다.
2013S/S부터 서울패션위크로 무대를 옮긴 계한희는 2012년 9월 한국의 패션문화 진흥프로젝트인 ‘컨셉 코리아(Concept Korea)’에 선정되어 2013F/W부터 뉴욕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발표, 엠티비(MTV), 포브스(Forbes), 보그(Vogue), 로이터(Reuters), 패셔니스타 등 주요 언론 매체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13년에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4년에는 LVMH가 주최하는 영 패션디자이너 프라이즈(Young Fashion Designer Prize)의 준결승에 진출하였으며, 2015년에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부 졸업 쇼를 준비하며 만든 카이의 로고 <Fig. 10>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름을 형상화한 것이다. 카이의 ‘파격’적인 옷과 잘 어울리는 이 손가락 로고는 ‘손맛이 느껴지는 옷’이라는 '품격'을 내포한다. 파격과 품격의 조화를 추구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의복을 만들되 하이엔드 디자이너로서 내면의 역량을 다짐한 것이다. 이러한 카이의 정체성은 매 시즌 발표하는 자신의 컬렉션뿐만 아니라, 중국 아디다스(Adidas), 편집숍 비이커(Beaker), 화장품 브랜드 크리니크(Clinique)와 슈에무라(Shuemura),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 몬스터(Gentle Monster), 배달의 민족 등을 비롯한 여러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2. 카이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 계한희는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주제로 스트리트 스타일에서 영감 받은 자유분방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본 절에서는 카이(KYE)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을 앞서 도출한 현대패션의 스테이트먼트에 대한 고찰결과를 토대로 주제와 조형적 표현방법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내적 의미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실업: 청년실업, 노숙자(2013F/W)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서 대한민국의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카이는 젊은이들의 실업을 갈 곳 없는 노숙자에 연결시켜, ‘청년실업과 노숙자’를 2013F/W 컬렉션의 주제로 설정하였다. 컬렉션은 노숙자가 입는 옷의 특성과 노숙자가 깔고 덮는 박스와 포장지<Fig. 11>에서, 그리고 서울역과 같이 노숙자들이 기거하는 장소의 환경에서 영감을 얻었다(Kye, 2014). 카이는 청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키치하게 표현하였다. 금박지를 마구 이어 붙인 모양의 프린트를 부유함을 상징하는 골드 컬러로 역설적으로 표현하였고, 스키니 팬츠 위에 주워온 것 같은 오버사이즈의 인조 모피 코트를 걸침으로써 스트리트와 하이패션의 부조화를 추구하였다. 이 외에도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표현한 비닐소재, 길거리 문화로 자리 잡힌 그래피티 프린트의 활용<Fig. 11>으로 거리의 더러운 환경과 젊은이들의 불법적인 놀이를 의상으로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주제와 상반되는 밝은 컬러의 의상으로 반전효과를 추구한 이 컬렉션에 대해 영국의 한 매체는 “작품의 영감을 한국의 젊은 실업자와 집없는 사람들로부터 받았으나 이를 밝은 블루의 코트, 캐주얼한 레깅스 등 젊고 활기 있는 컬렉션으로 승화시켰다”고 평가했으며(Park, 2013), 뉴욕의 매체로부터는 “카니에 웨스트가 걸치고 당장 무대 위에 나와도 어울릴 정도로 훌륭한 스트리트 의상이다.”라는 평을 받았다(Pak, 2013).
(2) 충돌: 반전(反戰)주의(2012S/S), 증오(2016S/S)
카이의 2012S/S 컬렉션의 주제는 '반전주의'였다. 계한희는 전쟁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나타내기 위하여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밀리터리룩을 글램 록(glam rock)과 병치하여 어두운 전쟁에 관한 메시지를 화려하게 표현하였다. 밀리터리룩을 상징하는 카키색의 카무플라주 패턴 대신 금색의 미래적 원단으로 의상을 제작하였고, 금빛의 화려한 군화, 과장된 화장 등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글램 록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외에도 <Fig. 12>처럼 권총에 해골을 결합시킨 문양을 쉬폰 원단에 프린트함으로써 엄격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또한 장난감 총 같은 입체적인 총 모양의 소품을 활용하거나 상의의 적절한 위치에 권총 문양을 프린트해 권총을 바지춤에 장착한 듯한 모양새로 착시를 주어 어두운 주제를 키치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카이의 2016S/S 컬렉션의 주제는 '증오(HATE)'였다. 계한희는 현대사회에서 증오라는 표현이 과거와는 다르게 쓰이는 현상을 컬렉션으로 풀어냈다. 그녀는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이 허락하는 솔직하고 강렬한 자기표현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는 특정 인물을 증오의 대상으로 여겼다면, 인터넷 문화가 성장한 현대에는 자신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인물을 비난하고 상처주는 현상이 잦아졌다. 이에 카이는 ‘HATE’라는 단어를 의상에 직접 표현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Fig. 13>. 하지만 특수한 자수 디테일과 화살 모양의 메탈 참, 버블검 핑크, 틸 블루, 옐로 등의 펑키한 컬러로 젊은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소재로는 파이톤 텍스쳐와 스팽글, 메탈 루렉스 등의 거친 소재에 화려한 색감을 입혀 ‘증오’라는 심각한 주제를 카이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연출하였다.
(3) 물신숭배: 한탕주의(2015F/W), 좀비(2016/W)
2015F/W 카이는 '한탕주의'를 주제로 하여, 노력하지 않고 한 번의 행운으로 재물과 큰 성공을 얻으려는 젊은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디자이너는 “나도 젊은 층에 속하지만, 점점 사회 초년생들과 나이차이가 벌어지면서 느끼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노력보다는 큰 결과를 쉽게 얻으려고 하는 한탕주의가 있다.”고 언급하였다(Bae, 2015). 잭팟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선호할만한 실버 컬러의 벨벳소재, 메탈느낌이 나는 코팅된 소재와 커다란 큐빅이 달린 페이크 퍼 재킷은 이들의 물신숭배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한탕주의를 바라는 젊은이를 표현함에 있어 그저 패배자의 모습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컬러풀한 타탄체크와 여러 행운을 상징하는 문양, 도박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롯머신의 쇠구슬로 만든 하트 모양 스터드 장식, 레버를 돌렸을 때 과일 모양을 맞추는 게임의 문양 사이에 배치시킨 ‘KYE’라는 글자<Fig. 14> 등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한탕주의’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표현하였다.
인간의 물신숭배적 삶에 경고를 던진 컬렉션은 2016F/W에도 이어졌다. 본질을 잃고 욕망과 본능으로 가득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을 ‘좀비’에 비유한 이 컬렉션 또한 카이 특유의 유쾌함으로 멀티 컬러와 텍스처의 결합을 시도했다.
(4) 환경: 화합과 연결(2015S/S)
'화합과 연결'을 주제로 한 2015S/S 컬렉션에서 계한희는 프로 라이프 사이클 생성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생산하는 2C c꿀벌을 모티브로 한 의상들을 전개하였다.
평소 자연환경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다큐멘터러리를 보며 영감을 얻어 꿀벌이 사라졌을 때의 생태계 파괴를 알리고, 경각심을 주고자 하였다(K. Kye, 2014). 더 나아가 앞서 발표했던 컬렉션이 반전주의, 청년 실업 등에 대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제로 다뤘다면 이 컬렉션에서는 분쟁과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컬렉션의 의상에는 <Fig. 15>처럼 꿀벌과 벌집 등을 모티브로 한 화려한 패턴이 가미된 요소가 많았으나 카이 특유의 절제되고 캐주얼한 실루엣으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모든 컬렉션에 들어가는 첨단 렌더링을 융합하고 레이저 컷 체인 및 웹 패턴, 장식 조각의 자수와 캐비어 인쇄 등의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전체적으로 현대적 분위기를 이루고자 한 것이 특징이다.
(5) 사회적 약자: 이민자(2012F/W), 학원폭력(2013S/S), 아픈 청춘을 위한 힐링(2014S/S), 화해와 화합(2014F/W)
카이의 2012F/W 주제는 '이민자'로서,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차별받는 삶을 사는 이민 2세들에게서 영감받았다. 컬렉션은 이방인인 그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형성하고 소외감과 아픔을 감추기 위해 오버사이즈의 셔츠, 가짜 보석 액세서리 등으로 화려하고 과시적으로 치장하는 모습을 카이의 방식대로 풀어냈다. 콜롬비아 소년들의 앞머리 모양에서 차용한 프린지 스타일로 화려함을 표현하였고, 역사적인 패턴인 스코틀랜드 타탄체크를 접목하여 자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땅에서의 삶을 택했지만 소외된 아픔의 아이러니를 표현하였다. 또한 과장된 액세서리와 메탈 느낌의 광택나는 원단을 사용하여 이민자들의 과시적 치장을 표현하였다(Kim, 2012).
카이의 2013S/S ‘학원 폭력’ 컬렉션은 학원 폭력과 억눌린 젊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폭력과 왕따 등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폭력 현장에 대한 고발을 하였다. 이 컬렉션은 문신과 밧줄 등의 모티브<Fig. 16>에 젊은이들의 아픔, 상처, 고통을 투영하였으며, 10대와 20대 청소년들의 어두운 상황을 핑크, 화이트 등 밝은 컬러, 스쿨 룩 같은 발랄한 스타일로 중압감을 가볍게 승화시켰다(Kye, 2014).
카이의 2014S/S 컬렉션의 주제는 ‘아픈 청춘을 위한 힐링’이었다. 이는 2013S/S의 ‘학원 폭력’과 2013F/W의 ‘청년실업’과 연결성을 가진다. 즉, 학교 폭력과 취업난으로 좌절하고 아파하는 청년들을 위로하는 컬렉션이다. 디자이너는 이 컬렉션에서 젊은이들이 빠져드는 쇼핑과 성형중독이 사회에서 배척된 상실감을 메우기 위해 스스로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행위임을 밝히고자 했다(Ham, 2013). 부정적인 사회 현상에 대해 물질적으로 보상받으려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며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따끔한 충고를 더한다. 의상에서 색이 대비되는 절개부분이나 성형으로 인한 칼자국을 연상시키는 스커트의 트임에 반창고 모티브를 붙임으로써 청춘의 아픔을 위트있게 보듬어 주고자하는 의도를 드러냈다<Fig. 17>.
2014S/S와 비슷한 맥락으로서 2014F/W 컬렉션은 전쟁희생자, 소외된 이민자, 학원폭력 피해자, 취업난, 성형중독, 쇼핑중독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로 하여금 세상과의 ‘화해와 화합’을 제안한다(Ham, 2014). 대비되는 상황들을 화이트와 블랙, 레드와 블랙, 인조 모피와 차가운 새틴 등으로 병치시키고, 그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해주는 역할로서 체인과 밧줄, 그리고 그라데이션<Fig. 18>을 적용했다.
카이의 스테이트먼트는 대부분 은유적 문양으로 구현되었다. 카이는 주제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모티브를 개발하여,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주제의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2012S/S에는 해골과 총을 결합한 문양으로 전쟁을 시각화했으며, 2012F/W의 하트와 해골을 결합한 문양은 이민자에 대한 디자이너의 복합적인 생각을 함축한 것으로, 이 해골은 이후에도 반복 사용하여 시즌 간 연결성을 추구했다.
2013S/S에는 장미, 해골, 하트, 밧줄을 조합한 문양을 스킨 톤의 원단에 적용하여 문신처럼 표현하였으며 입체적인 밧줄 디테일로 스스로를 가두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나타내었다. 이전 시즌의 해골과 총을 결합한 문양은 반복 사용되었다. 2013F/W에서는 금색과 원색의 페인트를 의상에 직접 뿌린 듯한 그래피티와 박스 테이프 모티브의 문양으로 청년실업을 유쾌하게 풍자했다.
2014S/S에는 아픈 청춘을 치유해주기 위한 도구로서 반창고를 선택하였고, 전 시즌을 상기 시키는 해골과 총을 결합한 문양으로 청년들의 아픔을 대변하였다. 2014F/W에는 화해와 화합의 매개체로서 여러 굵기와 모양의 체인을 문양으로 만들어 프린트나 엠보싱하여 마치 장신구를 한 것 같은 효과를 주었다. 또한 큰 면적의 그라데이션 패턴을 메탈 느낌으로 발전시켜 강한 화합을 연출하였다.
2015S/S에는 꿀벌과 벌집, 그리고 체인을 조합하여 화합과 연결을 시각적으로 나타냈다. 특히 블랙바탕에 옐로우와 오렌지의 색상대비를 준 의상을 피날레에 배치하여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2015F/W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스마일과 하트 문양, 그리고 도박을 상징하는 트럼프 카드와 쇠구슬, 슬롯머신의 럭키7, 체리 등의 문양을 사용하였다.
2016S/S에서 카이는 증오의 영문 텍스트 문양으로 주제를 간단명료하게 나타내어 새로운 시각적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이전 시즌에 사용했던 밧줄과 체인문양을 더 가늘고 강연 형태로 표현했으며, 바로 전 시즌에 사용했던 슬롯머신 문양을 재현하여 연결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2016F/W에는 눈알과 손이 키치하게 배치된 좀비 문양이 개발되어 복고풍 스트리트 웨어에 적용되었다.
카이의 은유적 문양은 프린트 기법 뿐 아니라 특수 자수, 엠보싱, 레이저 컷 등의 첨단 기법을 활용하여 고급스럽고 현대적으로 표현된다. 또한 여러 시즌에 걸쳐 발전된 형상으로 표현되는 동일 모티브는 컬렉션의 연결고리가 되어 이전 시즌의 주제를 상기시켜준다. 카이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시즌별 조형적 표현방법은 <Fig. 19>로 정리될 수 있다.
카이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내적 의미는 풍자, 각성, 응원으로 논의될 수 있다. 우선 장기화되는 경제 저성장 시대와 물질만능주의 문화, 그리고 익명성의 인터넷 문화로부터 야기되는 제 문제를 화려하고 가벼운 표현으로 풍자했으며, 젊은이들을 노숙자로 형상화하여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회를 꼬집었고, 도박장 문양으로 노력을 외면하는 한탕주의 청년문제를 비판했으며, ‘HATE’라는 문구를 통해 무책임한 인터넷 문화에 일침을 가했다. 카이는 또한 강력한 모티브에 의미 있는 해석을 부여하여 대중들에게 문제의식을 각성시켰다. 총과 해골을 결합시킨 문양의 반복 표현으로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며, 장미, 해골, 하트, 밧줄 모양 등으로 조합된 문신에 학교폭력과 젊은이들의 상처받은 삶을 투영하여 사회적 각성을 촉구했다. 카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대상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하트 모티브로 소외받고 미숙한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자 하였으며, 반창고 모티브로 청춘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하였다. 또한 반전주의, 이민자, 청년 실업 등 앞서 발표된 어두운 주제에 이어 분쟁과 갈등이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소망하는 컬렉션을 발표하여 응원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카이 컬렉션이 어두운 주제와 상반되는 밝고 화려한 색상이나 문양으로 표현되는 점도 젊은이들의 밝은 삶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카이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 패션디자인의 주제와 표현방법, 그리고 그에 따른 내적의미는 <Table 2>로 정리될 수 있다. 카이 컬렉션에서는 ‘실업’과 같은 시대적, 지역적 주제가 새롭게 나타났으며, 현대 패션의 사례에서 고찰되었던 ‘패션시스템’이나 ‘신체이미지’와 같은 주제가 두드러지게 표현되지는 않았다. 카이는 이상적 몸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신체이미지’를 저항의 주제로 다루는 대신 그로 인해 상처입은 젊은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따뜻한 위로의 표현을 하는 주제로 다루고 있었다. 한편 카이의 스테이트먼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은유적 문양이라는 단일한 방법을 컬렉션마다 변화시키며 디자이너의 시그니처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내적 의미로는 현대패션에서 고찰되었던 풍자, 각성, 도전, 응원 중 도전을 제외한 풍자, 각성, 응원이 논의되었다.
Ⅳ. 결론
오늘날 패션은 디자이너와 소비자 간의 시각적 교류를 넘어서 메시지를 교류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다뤄지고 있다. 실제로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적 변화를 겪으며 발생한 당 시대의 메시지는 옷을 통해 전해진다. 본 연구의 목적은 디자이너의 메시지 표현방법으로서 스테이트먼트를 통해 추구하는 주제와 표현방법 등의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 컬렉션이 현대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스테이트먼트로 표현하고 있음을 밝히는 데 두었다.
본 연구의 결과로서 현대 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주제로는 패션시스템, 물신숭배, 신체 이미지, 충돌, 환경, 사회적 약자로 분석되었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은 매 시즌 패션쇼를 발표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적 압박과 주류 트렌드를 강요하는 ‘패션시스템’에 저항하고, 소비자의 ‘물신숭배’와 이를 악용하는 거대 패션하우스를 조롱하며, 슈퍼모델과 마른 모델을 추종하는 이상적인 ‘신체 이미지’ 세태를 조롱하였다. 또한 전쟁, 핵 테러 등의 ‘충돌’을 반대하고, 무분별한 동물 포획·살상과 개발정책으로 파괴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고발하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물 중독자,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를 수용하고 격려하였다. 스테이트먼트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것을 차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전유, 기존의 완성된 것을 가지고 디자이너의 의도에 맞게 재창조하거나 같은 아이템을 반복하여 사용하는 재활용, 주장하는 의미의 문구를 옷에 새겨 나타내는 선전 문구, 개발된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표현하는 은유적 문양, 그리고 옷 외의 패션쇼의 요소를 활용하여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표현하고 있었다. 한편 현대 패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내적 의미로는 풍자, 시사, 각성, 도전 응원으로 분석되었다.
계한희의 카이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주제는 경제 저성장의 시대에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청년 실업’, 전쟁 또는 인터넷상에서의 갈등으로 인한 ‘충돌’, 노력 없이 한탕주의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물신숭배’, 꿀벌의 감소로 인한 생태계파괴의 위기에 처한 ‘환경’, 소외된 이민자나 학교 폭력의 희생자 등의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로서 카이의 스테이트먼트는 대부분 은유적 문양으로 표현되었다. 주제를 은유적으로 비유하는 문양들로서 전쟁을 시각화한 해골과 총, 이민자에 대한 복합적 의미가 담긴 해골과 하트, 청년들의 상처를 의미하는 타투와 억압을 표현한 밧줄, 노숙자를 시각화한 그래피티와 박스테이프, 힐링을 위한 반창고, 화합과 연결을 상징하는 체인과 메탈 패턴, 화합과 화해를 상징하는 꿀벌, 벌집, 체인, 한탕주의 청년들을 시각화한 도박장의 문양들, 증오를 상징하는 문구, 밧줄, 체인, 슬롯머신 등은 단독형태 혹은 반복되어 패턴을 이루는 형태로 사용되었으며, 여러 시즌에 반복하여 사용되기도 하였다. 카이 컬렉션에 나타난 스테이트먼트의 내적 의미로는 풍자, 시사, 각성, 응원이 논의되었다. 카이는 노숙자로 형상화된 청년들의 실업현황, 도박 문양들로 나타낸 한탕주의 청년, ‘HATE’라는 문구로 가볍게 표현된 증오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회와, 노력을 외면하는 청년들, 가벼운 인터넷 문화를 풍자했으며, 전쟁, 학교폭력 등의 실태를 해골과 총, 타투 등으로 나타내어 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반면 카이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제로 다루지만 그러한 어두운 상황에 처해있는 상대에게 치유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그들을 응원하기도 하였다.
카이는 하이패션 브랜드로서 동시대 스트리트 문화가 지니는 메시지에 주목하고 그 메시지를 투영하는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집중한다. 카이의 특별함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아픔과 상처 받은 삶과 같은 심각한 주제를 채택하되, ‘놀이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젊은이 특유의 낭만, 유머, 아이러니를 더해 반전의 패션 미학을 보여주는데 있다. 본 연구가 젊고 사회참여적인 한국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글로벌 무대를 통해 차별화된 패션문화를 창출하는데 일조하길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석사학위청구논문의 일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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