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방법 용어의 언어학적 분석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find the etymology of terms used in sewing and tailoring in Korean. Sewing is the craft of fastening or attaching objects using stitches made with a needle and thread. The sewing terms in Old Korean were closely related to the method of sewing and the shape of stitches. The terms can be divided into two categories: one with the suffix “-jil” and the other with the suffix “-gi”. The differences between the two terms are as follows: Technically, the method with “-jil” is more basic than the one with “-gi”, historically started to be used earlier than the one with “-gi”, and syntactically, regarding the nominality of a word, the terms with “-jil” have stronger than those with “-gi”. Examples are “hom-jil” derived from “hwida;”, “bag-eum-jil” from “bagda”, “gamchim-jil” from “gamchida” or “gamachida”, “sichim-jil”, from “sichida”, “gonggreu-gi” from “gonggeulda”, “hwigamchi-gi” from “hwigamachida” or “hwigamda”, “tteu-gi” from “tteuda”, “sangchim-jil” from a word meaning “running stitch”, etc. Among several sewing terms, “baktta”, “tteuda”, and “giptta” are used in a various way with both a broad meaning and a narrow meaning.
Keywords:
derived words/derivatives, etymology, sewing terms, the methods of sewing, to sew키워드:
파생어, 어원, 바느질 용어, 바느질 방법, 바느질하다Ⅰ. 서론
바느질은 인류의 의생활 역사와 같이 한다. 따라서 의생활에서 중요한 것이 의류의 제작이며 또한 그에 따른 언어들의 생성이다. 나아가 의류의 제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봉제이며 봉제에서도 바느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 바느질 방법에 대한 용어는 19세기 중엽 바늘을 의인화하여 바늘의 부러짐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내간체 수필인 ‘조침문’ 가운데 ‘겨울밤에 등잔을 상대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라는 내용에서 바느질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조선 후기로 추정되는 어느 규중의 부인이 쓴 수필인 ‘규중칠우쟁론기’에서는 침선(針線)에 사용하는 도구인 자(척부인), 바늘(세요각시), 가위(교두각시), 실(청홍흑백각시), 골무(감초할미), 인두(인화부인), 다리미(울낭자)가 나오며, ‘나의 날래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와 같이 ‘뜨다’와 ‘박다’라는 바느질 방법의 용어가 나온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우리말로 된 고유한 바느질 방법에 대한 용어를 사용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아름다운 우리말 바느질 방법에 대한 용어들은 점차 외래어에 밀려나 없어지기도 하고 원래의 의미와 다르게 잘못 쓰이고 있다.
예컨대, 요즘 많은 사람들은 ‘이불 홑청을 깁다’거나 ‘이불을 꿰매드립니다’와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동정을 꿰매어 드립니다.’와 같이 잘못 쓰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그 동안 ‘깁다’, ‘호다’, ‘꿰매다’, ‘시치다’, ‘뜨다’, ‘달다’ 등과 같은 고유한 우리말 바느질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고는 오늘날 이처럼 점점 사라져 가거나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고유한 바느질 방법 용어에 대해 그 어원을 밝힘으로써 앞으로 우리의 바느질 방법의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바느질 용어에 대한 학자 간의 사용 양상을 살펴 용어를 재정립하는 데도 연구의 의의가 있다. 연구 방법은 바느질 방법의 용어를 기존 교재들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하고 국어학의 조어론적인 측면에서 분석한다. 그리고 어원을 방언과 중세국어 자료 및 어휘 의미를 종합하여 밝혀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조사한 저서는 총 24권으로 널리 사용되는 교재들이며, 그 중 연구자가 임의로 선정한 것으로 이 가운데 11권은 한복 저서이다. 본 연구에서 조사되지 않은 저서나 논문들도 많이 있으나 모두 조사하지 않은 것은 논문의 한계임을 밝혀 둔다.
Ⅱ. 연구의 범위
1. 바느질 용어의 범위
바느질의 방법에 대한 용어는 기본적인 방법도 있고, 이를 응용한 것도 있어 그 용어의 파생 범위가 다양하고, 박는 방법에 따라, 용도에 따라, 솔기하는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조사한 대학교재에 수록되어 있는 손바느질 방법을 중심으로 하여 ‘홈질’, ‘박음질’, ‘시침질’과 ‘감침질’ 혹은 ‘감치기’, 그리고 ‘공그르기’, ‘휘갑치기’, ‘실표뜨기’, ‘팔자뜨기’, ‘새발뜨기’, ‘사뜨기’, ‘상침하기’에 한하여 그 어원을 살펴보기로 한다.
2. 교재의 조사범위
손바느질의 방법이나 용어는 대부분 서양복구성이나 의복구성 또는 한복 등의 구성학 교재에 수록되어 있으나 현재 출간된 모든 교재나 논문 및 저서를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까지 출간된 교재 중 사용 빈도가 높은 조사 가능한 교재를 대상으로 하였다.
1) 현재 대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2000년대 이후의 교재를 위주로 조사한다.
2)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더라도 전통 바느질용어나 방법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고, 또한 바느질 방법 용어의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한복구성교재 및 초기(1950~70년대)교재도 조사범위에 포함하였다.
따라서 1980년대부터 2010년대의 의복구성관련 교재 13권과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한복 교재 11권 총 24권을 대상으로 손바느질 용어의 수록 빈도를 조사하였다.
3. 교재에 수록된 바느질 용어의 사용 현황
바느질 용어와 그 방법을 수록한 현황을 살펴보면 <Table 1>과 같다.1)
‘시침질’은 13권의 의복구성 교재 모두에 수록되어 있었으며 11권의 한복 교재 중 10권에 수록되어 있어 사용 빈도가 95% 이상이다. 그리고 ‘홈질’과 ‘박음질’은 총 24권 중 21권의 교재에 수록되어 있어 사용 빈도가 87.5%이다.
‘감침질’은 ‘감치기’라고 한 교재도 있지만 바느질 방법의 설명이 동일하여 같은 용어로 보이며, 전체적으로 70.8%의 사용빈도로 나타났다. 그 중 한복교재에서는 1권을 제외한 10권에 수록되어 있어 90.9%의 사용빈도를 보이는 반면에 의복구성 교재에는 13권 중 7권에만 수록되어 있어 53.8%의 사용빈도로 나타나 ‘감침질/감치기’는 한복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바느질 방법임을 알 수가 있다.
‘공그르기’, ‘휘갑치기’, ‘실표뜨기’, ‘팔자뜨기’, ‘새발뜨기’, ‘사뜨기’, ‘상침하기’는 전체 교재에서 대략 50% 정도의 사용 빈도를 보였는데, 그 중에서 ‘공그르기’, ‘휘갑치기’, ‘새발뜨기’는 의복구성과 한복 교재에 비슷한 빈도로 각각 58.3%, 50.0%, 45.8%의 사용빈도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실표뜨기’는 13권의 의복구성교재 중 1권을 제외한 12권에, ‘팔자뜨기’는 9권에 수록되어 있었으나 한복 교재에는 거의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사뜨기’, ‘상침하기’는 11권의 한복교재 중 6권에 수록되어 있으나 의복구성교재에는 거의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홈질’, ‘박음질’, ‘시침질’, ‘감침질’, ‘공그르기’, ‘휘갑치기’, ‘새발뜨기’는 의복구성이나 한복 모두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바느질 방법이고, ‘실표뜨기’, ‘팔자뜨기’는 주로 의복구성에서, ‘사뜨기’, ‘상침하기’는 주로 한복에서 사용하는 손바느질 방법임을 알 수가 있다.
Ⅲ. 바느질 방법 용어의 분석
1. 바느질 방법 용어의 접미사 ‘-질’과 ‘-기’의 비교
바느질 용어에는 크게 접미사 ‘-질’로 된 것과 ‘-기’로 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질’로 된 것은 ‘홈질’, ‘박음질’, ‘시침질’, ‘뜨개질’ 등이 있으며, ‘-기’로 된 것은 ‘뜨기’, ‘공구르기’, ‘휘갑치기’, ‘감치기’ 등이 있다. 바느질 방법 용어 가운데 접미사 ‘-기’와 ‘-질’로 이루어진 용어의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접미사 ‘-질’은 ‘(도구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사전에 제시되어 있다. 보기로 ’걸레질‘ ’낚시질‘ ’망치질‘ ’부채질‘ 등이 있다. 따라서 ‘바느질’의 ‘-질’은 이와 같이 ‘바늘이라는 도구로 하는 일’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2)
그런데 ‘홈질’, ‘박음질’, ‘시침질’, ‘뜨개질’과 같이 동사에 접미사 ‘-질’이 붙어서 행위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는 보기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동사에 ‘-질’이 붙은 말로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주로 좋지 않은 행위에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의 의미로 ‘계집질’, ‘노름질’, ‘서방질’, ‘싸움질’, ‘자랑질’과 같은 보기들이 있다. 바느질 방법으로 쓰인 접미사 ‘-질’은 ‘물질’ ‘풀질’ ‘흙질’과 같이 물질을 가지고 하는 일도 아니다.
따라서 바느질에 쓰이는 접미사 ‘-질’은 일반적인 파생법이 아닌 새로운 의미를 파생시키는 접미사로 ‘행위의 지속적인 반복에 의해 굳어진 바느질 방법’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접미사 ‘-질’은 명사나 어근을 행위명사로 파생시키는 매우 생산성이 높은 접미사로 그 의미는 일반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나타낸다(Lee & Chae, 1999).
동사를 명사로 파생시키는 또 다른 파생접미사로 ‘-기’가 있다. 접미사 ‘-기’는 사전적 의미로 ‘단순하게 동사나 형용사 어간에 붙어서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며, 동사에 붙어서 하나의 사건의 종류를 나타내는 의미로도 쓰인다. ‘달리기’, ‘멀리뛰기’, ‘높이뛰기’와 같이 운동의 한 종류가 되거나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와 같이 언어활동의 한 종류로 쓰인 것이다. ‘-기’는 접미사로도 쓰이지만 명사형 어미로 쓰이는 것으로 보아 선행 동사나 형용사의 의미를 ‘-질’보다 더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달리기’는 ‘사람이 산에서 달리기하기가 어렵다’의 ‘달리기’는 품사가 동사이며 ‘동작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달리기를 잘 못한다.’라는 문장에서는 ‘달리기’는 명사로 쓰인 것이다. 접미사 ‘-기’는 동사 어간과 결합하면 행위명사나 사건명사가 된다. 접미사 ‘-기’는 중세국어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다가 근대국어 이후 활발하게 쓰이게 되었는데 현대국어에서도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Lee & Chae, 1999).
따라서 바느질 용어로 접미사 ‘-기’는 바느질 방법 가운데 [동작성]의 의미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바느질 방법으로 아직 덜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통시적으로 후대에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바느질 용어에서 접미사 ‘-질’과 ‘-기’에 의해 생성된 낱말들을 비교하면 <Table 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질’로 된 파생어는 ‘-기’로 된 파생어보다 명사성이 높아 바느질 방법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오면서 정착된 용어이며, ‘-질’로 된 바느질 방법이 ‘-기’로 된 방법보다 더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Table 1>에서 보듯이 바느질 가운데 ‘-질’로 된 방법은 조사한 저서에서 일반적인 의복구성교재에서나 한복구성 교재에서도 동일하게 설명 대상의 빈도가 대체로 높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질’이 붙은 방법이 바느질 방법 가운데 접미사 ‘-기’로 된 바느질 방법보다 기본적이며 더 중요한 바느질 방법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원래 ‘행위동사+-질’로 된 파생어는 [비하]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바느질 방법에서는 이러한 [비하]의 의미는 없다.
2. 호다-홈질
바느질 방법에서 ‘호다’가 있다. 이 말은 매우 오래 전부터 쓰인 말이다.
‘호다’는 한자어 ‘봉(縫)’에 해당되는 고유어로 문헌 자료로만 보면 15세기 이후 많은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세국어 자료3)에 다음과 같은 보기로 쓰였다.
(1) ㄱ. 호다<救急方諺解(1466)>
ㄴ. 야 호고(縫)<救간六72)
ㄷ. 갓고로 드리웃게 호와 잇고(縫着倒提雲<老下47>
ㄹ. 홀 봉(縫)<字會下19><類合下7>
<표준국어대사전4)>에서는
(2) 헝겊을 겹쳐 바늘땀을 성기게 꿰매다.<표준>
로 되어 있다.
보기로
(3) 구멍 난 바지를 호다.
(4) 어머니는 할머니의 적삼을 다 혼 다음 다시 치맛단을 감치셨다.
바느질 방법에서 동사로 ‘호다’가 쓰이며 명사로 ‘홈질’로 접미사 ‘-질’을 붙여 파생어로 쓰인다. 그런데 이 ‘호다’라는 말의 어원을 알기가 쉽지 않다.
‘호다’의 어원은 옷감이나 바늘을 ‘둥글게 구부리는 모양’을 하는 바느질 행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호는 것’은 일반적으로 ‘땀을 3∼4땀 정도를 꿰매고 바늘을 빼는데 이 때 땀은 둥글게 구부러지게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우 바느질 하는 사람은 바늘을 손목으로 둥글게 구부러지게 하면서 땀을 꿰어 나간다. 이처럼 ‘둥글게 구부러지게’하는 모양은 결국 경상방언 ‘호오다’의 의미인 ‘구부러지게 하다’, ‘둥글게 하다’의 의미와 관련성이 있다. 경상방언 ‘호오다’ 또는 ‘호다’는 중앙방언의 ‘휘다’에 해당되는 것으로 철사를 구부리는 것을 ‘철사를 호오다’, 나뭇가지를 휘게 하는 것을 ‘나뭇가지를 호오다’라고 한다.
따라서 ‘홈질’의 동사 ‘호다’의 어원은 ‘휘다’라고 할 수 있다.
3. 감치다-감치기/감침질
바느질 방법으로 ‘감치기’는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5) 바느질감의 가장자리나 솔기를 실올이 풀리지 않게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감아 꿰매다.<표준>
그 보기로
(6) ㄱ. 옷 솔을 감치다.
ㄴ. 치맛단을 감치다.
ㄷ. 필순이는 내일 신고 갈 버선을 감치면서 잠자코 앉았다. (염상섭, 삼대)
로 되어 있다.
따라서 바느질의 ‘감치기’는 동사 ‘감치다’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치다’는
(7) 잘 풀리지 않을 정도로 세게 감아 붙들다.<표준>
로 되어 있으며 보기로
(8) 손바닥을 감치는 젖은 옷가지를 꺼내 빨랫줄 에 널었다.
로 되어 있다. 18세기 후반으로 추측되는 한청문감에 ‘ 치다 ’라는 말이 나오고 19세기 후반(1876)에 ‘감침질’이라는 용어도 쓰였다.
(9) ㄱ. 絹 通稱 치다 又 상침놋타(漢淸文鑑11: 26)
ㄴ. 발슷침 감침질과(歌曲,106)
‘감치다’는 ‘감다+치다’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감아치다’가 ‘감치다’로 된다. ‘치다’는 ‘밀치다, 소리치다, 내치다 물리치다, 뿌리치다’와 같이 선행 어기에 붙어 선행어의 의미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 사전이나 다른 바느질 교재에서도 ‘감치기’는 대부분 ‘바늘로 감는 모습’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감치기’의 어원은 ‘감아치다’에서 온 것임은 쉽게 알 수가 있다. 중세국어에는 ‘ 치다 ’로 쓰였다. 그런데 위 (9-ㄱ)에서 보는 것처럼 ‘감치다’를 ‘상침놓다’와 같은 의미로 본 것은 오늘날 ‘감침질’과 ‘상침질’을 다르게 설명하는 것과는 다르다.
다음<Table 3>은 조사한 복식 교재와 사전에 나온 두 용어의 쓰임 양상이다.
위 <Table 3>에서 보듯이 여러 교재에서 ‘감치기’와 ‘감침질’ 두 용어로 쓰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감침질’이 많이 쓰이고 있으나 ‘감치기’도 간혹 쓰였다. 이것은 ‘감치기’나 ‘감침질’의 바느질 방법을 기본적인 바느질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다르게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두 용어 가운데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4. 시치다-시침질
바느질 방법에 ‘시치다-시침질’이 있다. ‘시치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0) …을 바느질을 할 때, 여러 겹을 맞대어 듬성듬성 호다.<표준>
보기로
(11) ㄱ. 치맛단을 시치다.
ㄴ. 이불 홑청을 빨아 시치다
ㄷ. 소매를 대강 시쳐 놓고 나중에 박음질로 마무리를 한다.
와 같이 쓰인다. 그런데 <표준>에서 설명한 것에는 ‘시치다’를 ‘호다’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시치다’와 ‘호다’와 같이 바느질의 용어들이 의미 변별 없이 쓰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매우 혼란스럽다.
중세국에서는 다음 (12)와 (1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침’을 ‘스침’이라고 하였다.
(12) 침시 스츰이 실 가져다가(將那水線來)(朴重中55)
(13) 스츰실(水線)(譯下6)
‘시치다’는 중세국어 ‘스츠다’에서 온 말이다. 중세국어에 ‘슻다’는 ‘사이(間)’를 의미하나 오늘날 ‘스치다’의 의미는 없다. 따라서 ‘시치다’는 ‘스치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바느질 방법에서 ‘시치다’는 ‘박거나 호기 위해서 먼저 듬성듬성 또는 스치듯 대강대강 기워두는 것’을 말하며. 솜이나 옷감을 고정하는 구실을 한다. 전남 방언에 ‘시치다’를 ‘스치다’로 사용하기도 하나 거꾸로 경상방언에서는 ‘스치다’를 ‘시치다’라 하기도 한다<표준>. 동사 ‘스치다’가 ‘서로 살짝 닿으면서 지나가다.’와 ‘어떤 느낌, 생각, 표정 따위가 퍼뜩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지다.’와 같이 어떤 상태가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나타나거나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강 건너뛰면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스치다’와 바느질 ‘시치다’의 의미와 매우 관련성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스츰실’을 한자어로 ‘水線’이라고 한 것은 아마 바느질하는 모양이 물처럼 스쳐지나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중세국어에서 ‘ㅡ’모음이 현대국어로 넘어오면서 ‘ㅣ’로 바뀌는 음운현상도 일반적이다. 예컨대, ‘아츰>아침’으로, ‘슳다> 싫다’, ‘즐다>질다’, ‘즛다> 짓다’와 같이 ‘ㅡ>ㅣ’로 바뀌는 전설모음화 현상이 일반적 현상이 있다. 더구나 경상방언에서 ‘스치다’를 ‘시치다’라고 하는 것으로 보면 규방에서 부인들이 쓴 경상방언 ‘시치다’가 바느질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스치다’를 어원으로 하고 이것이 방언이나 통시적 음운변화에 따라 부인들이 바느질 용어 ‘시치다’로 어휘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 교재에서 바느질 방법으로 ‘시치는 것’을 ‘시침’ 또는 ‘시침질’이라는 두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 ‘시침’은 ‘시치다’에 명사형 어미 ‘-ㅁ’이 결합된 파생어이다. 그러나 바느질 방법으로 ‘시침’과 같이 명사형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 ‘박음’도 ‘박음질’이라고 하지 그냥 ‘박음’이라고는 사용하지 않고 ‘호다’도 ‘홈’이라고 하지 않고 ‘흠질’처럼 명사 어근 뒤에 접미사 ‘-질’이 결합되어 쓰인다. 따라서 여러 교재에 ‘시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아래 <Table 4>는 조사 교재에 나타난 ‘시침’과 ‘시침질’의 사용 분포를 보인 것이다.
<Table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로 한복 바느질에서 ‘시침’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침’은 ‘시침질’이라고 하는 것이 조어법으로 보아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시침’에는 ‘보통시침’, ‘어슷시침’, ‘상침시침’, ‘긴시침’ 등의 종류가 있다.
‘어슷시침’은 ‘어슷’이 ‘한쪽으로 비뚤어지게 하다.’의 뜻으로 어긋나게 시침하는 것을 말하며 ‘상침시침’은 ‘상침’과 ‘시침’이 합쳐진 말로 ‘상침질을 하되 시침으로 한다.’는 뜻이다.
5. 박다-박음질
바느질 방법에 ‘박다-박음질’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14) 바느질의 하나. 실을 곱걸어서 튼튼하게 꿰매는 것으로, 온박음질과 반박음질의 두 가지가 있다.<표준>
로 되어 있으며 그 보기로
(15) ㄱ. 옷단을 재통틀로 촘촘히 박다.
ㄴ. 어머니는 터진 바짓가랑이를 실로 박으셨다.
ㄷ. 어디서 났는지 제법 빛 바래고 여기저기 해진 곳을 재봉틀로 박아 누빈 청바지를 꿰입고······.
와 같이 쓰인다.
‘박다’는 중세국어에
(16) 금실로 입 견 바갓고 (釘着金絲减錻事件) (朴초 上28)
와 같은 보기가 있는데 이 때 ‘박다’는 ‘붙이거나 끼워 넣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바느질에서의 ‘박다’는 한청문감(漢淸文鑑)이 영조 말이라고 보면 17세기 말 자료에 ‘박다’라는 말이 이미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규중칠우쟁기론(閨中七友爭論記)에서도 다음과 같이 ‘박다’라는 말이 있다.
(17) 나의 날래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규중칠우쟁론기)
‘박음질’은 ‘[[박+음]질]’의 구조로 되어 있다. ‘박다’는 다양한 다의어를 가지고 있으나 그 기본적 의미 구조는 [--을 밖에서 안으로 넣다]이다. 따라서 바느질 용어로 ‘박다’도 이러한 중심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벽에 못을 박다’, ‘쐐기를 박다’, ‘반지에 진주를 박다’ 등 모두 어떤 사물을 대상에 넣거나 붙이는 것을 말한다.
바느질 방법의 ‘박다’도 ‘실을 꿴 바늘로 천(옷감)에 넣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박다’라는 동사는 어휘적 의미로 보면 매우 넓은 의미역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바느질 방법의 하나로 좁은 의미의 ‘박다’인 ‘박음’은 [단단함]이나 [고정성]의 의미자질을 가진 것으로 의미축소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봉틀로 바느질하는 모든 것을 가리켜 ‘박다’라고 넓은 의미로도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재봉틀로 하는 바느질을 대부분 ‘박다’라는 말을 쓴다. 이것도 재봉틀로 바느질을 할 때는 그 형태가 매우 단단하게 하는 의미와 재봉틀의 바늘이 옷감에 강하게 두드리면서 ‘내리 꽂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다’라는 동사를 쓰게 된 것이다. 이것은 ‘박다’의 의미가 ‘못을 박다’와 같이 어떤 사물을 대상에 직각으로 깊게 꽂는 것을 연상한다면 바느질의 ‘박음질’과 재봉틀의 ‘박다’라는 의미가 모두 ‘(무엇을 어디에) 박아 넣다’의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Im(1995)은 박음질을 ‘바늘땀을 되돌아와 뜬다.’라고 되어 있어 ‘박음질’에서 ‘박다’의 의미와 ‘뜨다’의 의미가 같이 쓰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박음’은 ‘깊게 끝까지 꽂는’ 의미라고 한다면 이와 상대적으로 얇게 살짝 떠올리는 ‘뜨다’와 같이 쓰이는 것은 의미가 상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뜨다’는 바느질 방법의 넓은 의미로 쓰인 것일 수도 있으나 두 방법은 서로 구별해서 쓰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박음질’은 모든 교재에서 ‘박음질’로 통일되어 쓰였다.
6. 공그르다-공그르기
바느질 방법으로 ‘공그리기’ 방법이 있는데 그 어원을 알기가 쉽지 않다.
먼저, 이 바느질 방법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18) …을 헝겊의 시접을 접어 맞대어 바늘을 양쪽의 접힌 시접 속으로 번갈아 넣어 가며 실 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속으로 떠서 꿰매다.<표준>
로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사전적 의미로만 가지고는 ‘공그르기’의 어휘적 의미를 쉽게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공그르기’는 다음 (19)와 같이 중세국어에 ‘공글다’로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19) 첩은 닐온 그 두 구펴 서 다혀 그 가온대 공글게 거시라(가례언해(1632) 6:2)
‘공그르기’의 어원을 동사 ‘공글다’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사전에 ‘공글다’는 ‘공그르다’의 옛말로 되어 있다. 그리고 ‘공그르다’는 ‘공글다’의 북한 방언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중세국어에서도 ‘공그르다’를 ‘공글다’로 쓰인 것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공그르다’는 ‘공글다’에서 나온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공글다’의 의미가 무엇인가가 문제다.
‘공글다’의 의미를 ‘공그르기’의 바느질 방법에 대한 설명인 ‘실땀이 드러나지 않게’라고 하는 표현과 다음 (20)의 줄친 ‘단과 평행으로’라고 하는 표현에서 추측할 수가 있다.
(20) 옷의 단, 도련을 꿰맬 때, 끈 접기에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그림 21-16과 같이 실이 맞은 편을 뜬 것과 평행이 되어야 잘된 바느질이다. 단이나 시접 사이는 1∼1.5cm 정도를 길게 통과시키고, 바늘은 항상 단과 평행으로 진행하도록 바느질한다(Beak & Lee, 2004).
그리고 경상방언에도 다음 (21)과 같이 ‘괴다’, ‘받치다’의 의미인 ‘공그다’, ‘공구다’라는 말이 있다.
(21) ㄱ. 활을 미워가지고 공구고 턱 버티고 서있어
ㄴ. 돌로 아래를 공구다5)
또한 ‘공그르다’는 북한어로 ‘바닥을 높낮이가 없도록 평평하게 만들다.’6)로 되어 있는 것도 ‘공그르기’의 의미는 ‘경사지게 하지 않고 평평하게’ 하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그르기’는 ‘공글다’에서 나왔으며 ‘공글다’는 ‘평평하게 하다’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로는 사전인 <표준>의 ‘공그르기’에 대한 설명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그르기’ 방법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표준>의 ‘공그르기’의 설명은 ‘직각 감침’ 또는 ‘건너감치기’의 바느질 방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7. 뜨다-뜨기
바느질 방법으로 ‘뜨다-뜨기’가 있다.
‘뜨다’는 기본의미인 ‘어떤 사물이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동사 ‘물위에 무엇이 뜨다’, ‘연이 땅에서 뜨다’, ‘도배지가 뜨다’, ‘인기가 뜨다’ 등과 같이 매우 많은 다의어로 쓰이지만 기본의미 자질은 [위로 올림]의 의미를 가진 말에서 나온 것이다. 바느질에서 이처럼 바늘로 옷감을 깁기는 하지만 옷을 ‘위로 뜨는 동작’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바느질에 해당되는 ‘뜨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22) ㄱ.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다.
ㄴ. 옷의 단을 뜨다.<표준>
와 같이 쓰인다. 바느질 방법으로 ‘뜨다’는 중세 국어에 ‘ 다’의 형태로 나타난다.
(23) 녜 繡 거시(杜重一15)
바느질에서 ‘뜨다’의 의미 범주는 다소 복잡하게 쓰인다.
바느질에서 ‘뜨다’는 세 가지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다음 (24-ㄱ)처럼 ‘바느질하다’라는 넓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24-ㄴ)처럼 바느질 방법의 ‘뜨다’이며, 세 번째는 바느질 방법이 아니라 ‘대바늘로 옷을 짜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다.
(24-ㄱ)은 ‘바느질하다’의 의미와 같이 쓰이는 넓은 의미로 쓰인 ‘뜨다’이다.
(24) ㄱ. 터진 데를 한두 바늘만 뜨면 될 걸 그냥 놔두니<표준>
ㄴ. 한 땀 한 땀 곱게 떠서 정성스럽게 만든 버선
ㄷ. 박음질은 바늘땀을 되돌아와 뜬다(Im, 1995).
특히, (24-ㄷ)처럼 ‘박음질’과 ‘뜨다’라는 말을 같이 사용함으로써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데 이 경우에도 아마 ‘뜨다’의 의미를 넓게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아래 (25)와 (26)은 좁은 의미로 쓰인 ‘뜨기’ 방법이다.
(25) 바지 단을 기울 때 땀이 보이지 않게 살짝 뜨는 것이 좋다.
(26) 나의 날래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규중칠우쟁론기)
따라서 바느질에서의 ‘뜨기’는 ‘(무엇이 위로) 뜨다’라는 동사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뜨기’에는 ‘실표뜨기, 사뜨기, 심뜨기, 팔자뜨기, 새발뜨기’ 등이 있는 데, 이 때의 ‘뜨기’도 단의 뒤보다 앞의 모양을 나타내기 위해서 뜨는 것을 말한다.
‘실표뜨기’는 바느질 완성한 실의 표시(標示)를 나타내는 뜨기라고 해서 ‘실표뜨기’라 하고, ‘새발뜨기’는 뜨기의 모양이 ‘새의 발’과 같이 생겼다고 붙여진 말이다. 그런데 ‘새발뜨기’를 ‘새발자국처럼 ‘ㅅ’자 모양으로 뜨는 일(네이버국어사전)’이라 하기도 하고 또 ‘바늘땀이 물새가 나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ㅅ’자 모양으로 바느질한다(두산백과)‘와 같이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새발뜨기’의 ‘새발’은 ‘새의 발’이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 조어법으로 보아도 적절하다.
‘심뜨기’는 <표준>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말이다. Im(1995)에서는 이를 ‘겹옷에 심을 고정시키기 위하여 뜨는 것으로’라고 보면 ‘심뜨기’는 ‘심을 고정시키는 뜨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심뜨기’는 바느질 방법이라기보다는 ‘뜨기’의 기능에 따른 용어에 가깝다. ‘팔자뜨기’는 뜨기의 모양이 한자 ‘八’의 모양으로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Beak & Lee(2004)에는 ‘심뜨기’라는 방법은 제시되어 있지 않으면서 ‘심뜨기’를 ‘팔자뜨기’라고도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심뜨기’는 뜨기 기능의 하나이고, ‘팔자뜨기’는 뜨기 방법의 하나라고 보면 이와 같은 설명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것을 ‘심뜨기는 주로 팔자뜨기’로 한다고 설명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뜨기’는 ‘비스듬하게 뜨는 것’이다. ‘사뜨기’의 ‘사(斜)’는 ‘비끼다, 비스듬하다’라는 의미이다. ‘사(斜)’는 ‘비끼다, 비스듬하다’라는 의미이다. ‘사뜨기’의 모습을 보면 평행으로 되어 있지 않고 땀이 모두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사뜨기’의 ‘사’는 한자어 ‘사(斜)’에서 나온 것이다. ‘사뜨기’를 ‘단춧구멍이나 수눅 따위의 가장자리를 휘갑쳐 뜨는 일’<표준>라고 되어 있어 ‘비스듬하게’라는 표현은 없다. 더구나 Beak & Lee(2004)에서는 ‘골무나 수버선의 수눅, 수저집 가장자리를 튼튼하면서 장식을 겸하도록 색실로 예쁘게 뜨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어 ‘사뜨기’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제시되어 있지도 않다. 두산백과(네이버)에서는 ‘왼쪽, 오른쪽을 교차하며 겹쳐 꿰매는 바느질’의 ‘왼쪽, 오른쪽을 교차하며’라는 표현에서 ‘사뜨기’의 ‘사(斜)’의 의미를 알 수가 있다. 일부 교재에서는 ’사뜨기‘에 대한 방법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8. 휘갑치다-휘갑치기/휘감치기
바느질 방법 용어에서 ‘휘갑치다’가 있다. 그런데 이 ‘휘갑치다’라는 말의 어원과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먼저, ‘휘갑치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27) 피륙이나 멍석, 돗자리 따위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아니하도록 얽어서 둘러 감아 꿰매다. <표준>
로 되어 있다.
‘휘갑치다’의 구조는 다음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휘-+갑치다]’이고, 다른 하나는 ‘[휘갑+치다]’이며, 또 다른 견해는 ‘[휘다]+[[갑(감)다]치다]’의 구조로 보는 것이다.
먼저 ‘[휘-+갑치다]’로 보는 것은 ‘마구’, ‘매우 심하게’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접두사 ‘휘-’에 어근 ‘갑치다’가 결합된 구조이다. 접두사 ‘휘-’는 우리말에서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예컨대, ‘휘날리다’, ‘휘젓다’, ‘휘감다’, ‘휘갈기다’, ‘휘둥글다’ 등으로 쓰여 후행하는 어근의 의미를 ‘강조’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처럼 ‘휘-’가 접두사로 쓰이면 ‘휘갑치다’에서 어근은 ‘갑치다’이다. 그런데 ‘휘갑치다’를 ‘휘+갑치다’의 구조로 볼 경우 문제는 어근인 ‘갑치다’가 사전에 단일어로 제시되어 하는데 ‘갑치다가’가 바느질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갑치다’와 ‘감치다’를 동의어로 본다면 ‘휘갑치다’는 강세 접두사 ‘휘-’에 ‘감아치다’의 의미인 ‘감치다’가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Beak & Lee(2004)에서는 ‘휘갑치기’를 ‘마름질한 옷감의 가장자리의 옷 풀림을 막기 위하여 휘감아서 꿰매는 방법’이라고 하여 ‘휘갑치다’를 ‘휘감치다’와 같은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바느질 방법에서 ‘휘갑치기’는 ‘감치기’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휘갑치기’는 ‘휘감치기’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휘갑+치다]’의 구조로 보는 생각이다. 이 구조는 ‘휘갑’이란 명사와 동사 ‘치다’가 결합된 것이다. 사전에는 ‘휘갑’을 ‘휘갑치다’라는 말과 동의어로 제시되어 있을 뿐 명사의 의미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휘갑’과 ‘휘갑치기’를 같은 의미로 보는 것도 어색하다.
최명희의 <혼불>에서 ‘옷을 모양 있게 마르고, 실을 바늘에 꿰어 박고, 감치고, 공그르며, 휘갑을 치고 상침을 뜨는 우례의 솜씨를 보고….’라고 하여 ‘휘갑을 치다’라는 말을 쓰고 있다.
‘휘갑+치다’의 동사 ‘치다’는 ‘무엇을 만들거나 설치하거나 짜는 행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선행하는 명사가 ‘붕대, 대님’과 같이 명사들이다. ‘휘갑치다’나 ‘휘갑을 치다’가 가능하다면 ‘휘갑을 설치하거나 만드는 행위’로 볼 수 있으며 ‘휘갑’은 사물을 나타내는 명사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휘갑’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가능한 설명은 ‘[휘다+ [갑다+치다]]’의 구조로 ‘휘다’와 ‘감치다’ 또는 ‘갑치다’의 합성어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휘갑치기’의 바느질 방법이 ‘바늘로 가장자리를 휘어서 감싸 매는 행위’라고 하는 의미와 적합하다. 이 때 ‘갑치다’는 ‘감치다’의 ‘감다+치다’에서 전이되었고 보아야 한다. 다음 <Table 5>을 보자.
위 <Table 5>에서 보듯이 일부 연구자들은 ‘휘갑치다’를 ‘휘감치다’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표준국어 사전에도 ‘휘갑치다’와 ‘감치다’의 의미를 비슷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휘갑치기’의 어원은 ‘휘갑’이라는 명사에 ‘치다’가 결합된 합성어인지, 아니면 접두사 ‘휘-’와 ‘갑치다’ 또는 ‘감치다’가 결합된 파생어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바느질 방법으로 본다면 ‘휘갑치기’는 ‘휘감아 치다’의 의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일반적 ‘휘갑치다’를 말할 때 ‘휘-갑치다’라고 하지 않고 ‘휘갑-치다’라고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휘갑’이라는 명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자는 ‘휘갑치다’는 ‘휘-감치다’가 어휘화되면서 ‘휘갑치다’로 바뀐 것으로 잠정적으로 보고자 한다.7)
9. 상침하다-상침/상침질
바느질 방법으로 ‘상침질’이 있다. ‘상침질’은 ‘상침+질’의 구조로 된 말이다. ‘상침질’의 사전적 의미는
(28) 박아서 지은 겹옷이나 보료, 방석 따위의 가장자리를 실밥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꿰매는 일<표준>
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상침’은 다음 (29)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29) 박아서 지은 겹옷이나 보료, 방석 따위의 가장자리를 실밥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꿰맴<표준>
또 다음 (30)처럼 동사 ‘상침(上針)질 하다’라는 용어도 쓰고 있다.
(30) 박아서 지은 겹옷이나 보료, 방석 따위의 가장자리를 실밥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꿰매다. <표준>
‘상침을 놓다’라는 말도 사전에 올려 있다.
따라서 ‘상침’이나 ‘상침질’ 또는 ‘상침하다’, ‘상침 놓다’ 등과 같이 같은 의미를 여러 가지 용어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상침’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상침’을 침의 종류로 보는 것과 ‘침을 놓다(上)’와 같이 ‘동사+목적어’의 한자어 구조로 보는 것이다. ‘상(上)’을 동사로 보면 뒤에 나오는 ‘놓다’와 의미가 중복된다. 한자어의 구조로 본다면 ‘도구+-질’인 ‘상침질’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상침’을 침의 종류인 명사로도 볼 수 있다. 더구나 사전에 ‘상침(을) 놓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상침을 침의 종류로 볼 수 있을 듯하다. 또 다른 생각은 ‘상(上)을 부사어로 보고 ‘(--의) 위(上)에 침을 놓다’라는 의미로도 보는 것이다. 한의원에서도 ‘침을 놓다’라는 말을 쓰는 것과 같다. 즉, ‘상침’은 완성된 재료에 다시 그 위(上)에 바느질을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생각은 Beak & Lee(2004)은 ‘방석이나 보료 또는 보자기 귀 같은 곳에 사용하며 바느질한 위에 튼튼하면서 장식을 겸해서 색실로 많이 뜬다.’라고 하여 ‘바느질한 위에’라고 한 설명에서 알 수가 있다.
따라서 바느질 방법의 행위를 본다면 ‘상침’은 ‘바느질 한 것 위에(上) 또 바느질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윗 바느질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 <Table 6>을 통해 오늘날에는 바느질 용어로 ‘상침놓기’나 ‘상침질’과 같은 말은 많이 쓰이지 않은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조사 교재에는 ‘상침’과 ‘상침하다’가 다음과 같이 쓰였다.
<Table 6>에서 나타난 것처럼 ‘상침’ 또는 ‘상침하기’ 바느질 방법은 주로 한복 바느질 방법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Ⅳ. 요약
본 연구에서 우리말 바느질 방법 용어에 대해 어원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접미사 ‘-질’과 ‘-기’로 된 용어의 특징은 접미사 ‘-질’과 ‘-기’의 특성을 중심으로 조어가 된 것이다. 바느질 방법에 쓰인 ‘-질’은 선행하는 명사(도구)나 방법을 통해 바느질하는 행위를 말한다. 접미사 ‘-질’로 바느질 방법은 ‘-기’로 된 바느질 방법보다 역사적으로 오래되거나 바느질 방법에서 더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바느질 방법의 용어에 대한 어원과 의미 체계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 <Table 7>과 같다.
‘홈질’은 ‘(무엇을) 휘다’라는 동사 파생된 용어이며, ‘박음질’은 동사 ‘박다’에서 명사형 어미 ‘-음’에 행위를 나타내는 접미사 ‘-질’이 붙어서 된 용어이다. ‘박다’라는 행위는 [강하게 꽂음]의 의미 자질을 가지고 있다. ‘뜨기’는 동사 ‘(위로) 뜨다’에서 나온 용어이다. ‘휘갑치기’는 어원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운 용어이다. ‘휘갑을 치다’에서 ‘휘갑’을 명사로 볼 수 있는데 ‘휘갑’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휘갑치다’를 ‘휘감치다’와 같은 의미로 ‘휘감아치다’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감치다’는 ‘감아치다’에서, ‘공그르기’는 ‘평평하다’라는 의미의 ‘공글다’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침질’의 ‘시치다’는 ‘(무엇이 살짝) 스치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이며, ‘상침질하다’는 ‘(이미 바느질 한 것) 위(上)에 또 바느질한다(針)’는 의미의 한자어 ‘상침(上針)’에서 나온 말이다.
Ⅴ. 결론
지금까지 본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바느질 방법 용어에 대한 어원과 체계를 살펴보았다. 손바느질 방법의 용어는 바느질하는 행위와 바느질한 땀의 모습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느질 방법의 용어는 대부분 바느질하는 동작과 바느질 한 형태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었으며, 간혹 동작과 형태의 개념을 함께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바느질 용어들의 의미가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는 범주가 다른 것들이 있었다. 예컨대, ‘박다’와 ‘뜨다’는 넓은 의미로 ‘바느질하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좁은 의미로는 구체적인 바느질 방법의 하나로 쓰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바느질 용어들을 정확하게 분별하여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용어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인 바느질 방법 용어에 대한 어원은 앞장 ‘5. 요약’의 <Table 7>에 제시했다.
그리고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로 본 연구에서 논의되지 않은 ‘깁다’, ‘꿰매다’, ‘누비다’와 같은 용어들에 대한 개념을 본 연구에서 밝힌 바느질 용어와 함께 정확하게 정리하고 체계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느질과 관련된 우리말 용어의 개념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으며, 외래어와의 사용 실태와 비교 분석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7∼2018년도 창원대학교 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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