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토리세대의 패션과 소비문화
Abstract
This study aims to provide basic data regarding the consumption culture and fashion of the Satori generation by analyzing its characteristics alongside relevant data from various fields with the aim of expanding scholarly understanding. The Satori generation refers to young people in Japan born between 1983 and 1994 who are not greedy and are satisfied with their situations. This generation grew up during a period of social, economic, and cultural transformation in Japan, and its members are currently in their mid-20s to mid-30s. In addition, the Satori generation came of low birthrate and aging, Yutori education, a long-term recession, growing societal disparities, increased internet penetration, and the expanding influence of social media. The Satori generation’s consumption culture is characterized by passive and efficient consumption, small social consumption, and same sex-centered consumption. When it comes to fashion, the Satori generation has four characteristics. The first characteristic is homogenization and petit individuality. Members of the Satori generation exhibit homogeneity in fashion by adopting similar appearances. However, they also pursue some differentiation by embracing petit individuality. Second, fashion has become a means of companionship and experience. The Satori generation regards fashion not as a thing but as an “act” of sharing with friends. Third, members of the Satori generation pursue fashion styles using an established manual; they need this new “how to dress” manual because contemporary society is overflowing with inexpensive and trendy clothes. Fourth, their fashion diverges from conventional sexual tastes and the fashion market, a trend that is apparent in the many buzzwords targeting the Satori generation.
Keywords:
consumption culture, fast fashion, Japanese fashion, low birthrate and aging, Satori generation, 2030 generation키워드:
소비문화, 패스트 패션, 일본패션, 저출산 고령화, 사토리세대, 2030세대Ⅰ. 서론
2019년 4월, 일본의 20대 인구는 약 12,571,000명으로 총 인구의 약 9.95%를 차지한다(Japan Statistics Bureau [JSB], 2019).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약 28.31%와 비교할 때 초고령화 사회를 실감하는 수치이다. 일본 사회는 이 현상을 ‘소자 고령화(少子高齢化)’라 부르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자 고령화’란 출산율이 저하하고 평균 수명이 늘면서, 전체 인구 중 젊은이 비율이 줄어들고 노인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가리킨다(‘Syousikoureika’, n.d.).
이 현상은 사회 문화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무엇보다 인구수가 많은 노인층이 비즈니스의 주요 대상이 되었다. 그 예로 베이비붐세대가 정년을 맞이했던 2007년에는 그들을 소비 대상으로 삼으려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열기를 띠었다(Hakuhodo Elder Business Promotion Office [HEBPO], 2006).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동안 일본의 소비사회를 이끌어 온 ‘트렌드세터(trend setter)’로서의 젊은이 상이 붕괴되었다(Sakamoto & Harada, 2015). 이 사실은 더 이상 젊은 세대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장하지 않게 된 것으로, 사회는 그들을 왠지 다르고 알 수 없는 존재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Yamaoka, 2009).
특히 미디어, 출판,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이 새로운 젊은 세대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토리(さとり, Satori)세대’란 말 역시 그와 함께 등장했다. 사토리세대란 ‘득도한’, ‘욕심이 없는’ 세대란 뜻으로,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 무렵 태어난 젊은이들을 포함한다. 이 시기는 일본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거품 경제의 시기였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기업의 주요 마케팅 대상이 되어왔다(Sakamoto & Harada, 2015). 그 반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20년 동안 지속된 장기 불황 속에서 살아온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전과는 다른 세대적 특징을 갖게 되었는데, 소비에 소극적이며 신중한 경향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은 많은 선행 연구들이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얼마 전부터 일본에서는 사토리세대에 관한 저서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은 Yamaoka가 발표한 책이었으며(Yamaoka, 2009), 그 후 몇몇 전문서적들이 출판되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Sakamoto & Harada, 2015; Ushikubo, 2013). 특히 Harada는 사토리세대 전문 연구가로서 다수의 책을 발표하였다(Harada, 2010; Harada, 2013; Harada, 2014; Harada, 2015). 한편 연구 논문의 경우에는 과거 20년간의 일본청년문화를 분석한 연구(Tsuji, Okura, & Nomura, 2016)가 있으며, 교육문제와 관련하거나(Hujikawa, 2014), 사토리세대의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것(Kimura, 2016) 등이 있다. 그러나 패션에 관련해서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관한 사토리세대의 의식조사 연구(Oeda, Sato, & Takaoka, 2013) 외에는 부분적으로 다루어졌을 뿐이다. 국내에서도 한일 비교 연구들(Ono, 2015; Sakai, 2016)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하는 정도였다.
이에 본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자료들 속에 산재된 사토리세대의 특성을 수집,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소비문화와 패션에 관련한 기본적 자료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데목적을 두었다. 이는 20세기 소비사회와 젊은이의 많은 인구수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온 패션이 ‘저출산 고령화사회’와 ‘저성장사회’를 맞이하여 어떤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사토리세대가 출생 후 현재에 이르는 시기, 특히 청소년기부터 30대 초반에 이르는,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의 시기를 연구범위로 하였다. 그 기간에 해당하는 다양한 문헌들을 고찰하였는데, 특히 사토리세대의 가치관과 소비성향, 패션 스타일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여러 기관들의 보고서와 데이터, 전문서적을 주요 자료로 하였다. 보고서와 데이터들의 수집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인터넷검색엔진(www.google.com)에서 일본어로 ‘사토리세대(さとり世代)’와 ‘유토리세대(ゆとり世代)’를 검색하거나, ‘사토리세대 패션(さとり世代ファッション)’, ‘사토리세대 소비(さとり世代消費)’, ‘사토리세대 의식(さとり世代意識)’ 등과 같은 관련 검색어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 중 일본의 내각부, 총무성 통계국, 공익재단법인 생산성본부, 노무라종합연구소, 덴츠종합연구소, 야스다메이지생활복지연구소,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 등 일본의 정부나 신뢰성 있는 연구소들이 정기적으로 실시해 온 ‘소비 동향보고서’(Japanese Cabinet Office [JCO], 2017), ‘소비실태조사’(Nomura Research Institute [NRI], 2017), ‘국민생활 보고서’(JCO, 2014), ‘생활자 관측데이터’(Hakuhodo Institute of Life and Living [HILL], 2019). ‘노동력조사’(JSB, 2015)’, ‘신입사원 의식조사’(Japan Productivity Center [JPC], 2018), ‘청소년인터넷 이용환경 실태와 의식조사’(JCO, 2011), ‘젊은이 총 조사’ (Dentsu Communication Institute Inc. [DCII], 2015), ‘젊은이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조사’(Meiji Yasuda Research Institute [MYRI], 2016) 등의 1차 자료들을 PDF 파일로 수집하여, 그 속에 나타난 사토리세대와 관련된 내용과 데이터들을 비교 분석하면서 구체적인 특성을 도출하였다. 패션에 관해서는 일본의 패션정보사이트 패션스냅닷컴(www.fashionsnap.com)에 게재된 관련 기사들과 산학계 전문가들의 보고서, 인터뷰 내용 등을 참고로 하였다.
Ⅱ. 사토리세대의 개념 및 배경
1. 사토리세대 개념의 등장과 일반화
‘사토리(さとり, 悟りㆍ覚り)’란 불교의 ‘깨달음’, ‘득도’의 뜻으로, ‘사토리세대’는 ‘득도한 세대’, ‘욕심없는 세대’를 의미한다. 즉 현재의 젊은이들이 욕심이 없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Ono, 2015).
사토리세대의 범위에 관해서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1983년부터 1994년에 태어난 사람들로 폭넓게 규정하는가 하면(Sakamoto & Harada, 2015), 1987년부터 1996년에 태어난 사람들로 한정한 경우도 있다(Ushikubo, 2013). 그런가 하면 대략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라 설명하기도 한다(‘Satorisedai’, n.d.). 본 연구에서는 Sakamoto & Harada(2015)의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과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까지의 흐름을 폭넓게 다룬다는 이유에서 넓은 개념을 사용한다.
이 사토리세대가 관심을 모으게 된 계기는 Yamaoka(2009)가 『욕심내지 않는 젊은이들(欲しがらない若者たち)』이라는 책을 내면서부터이다. 특히 “차는 필요 없다. 물건은 그다지 갖고 싶지 않다. 술도 별로 마시지 않는다. 좁은 행동반경에, 휴일은 집에서 청소와 세탁을 한다. 늘어나는 것은 은행 잔고뿐”이라는 문장은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Yamaoka, 2009, p. 6). 이에 관해 2010년 1월 한 인터넷 게시판에 “마치 사토리세대와 같다”는 의견이 올라왔고, 순식간에 ‘좋은 말’, ‘재미있는 문구’라는 반응을 얻었다(Harada, 2013). 그리고 2013년 아사히신문이 사토리세대의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일반화되었다(‘Satorisedai’, n.d.).
이 세대가 관심을 얻게 된 데에는 사실 젊은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젊은 세대에 붙인 데에서 비롯한다. 이에 관해 Harada(2013)는 그들은 줄곧 일본사회의 큰 변화를 맞이해 왔기 때문에 겉으로만 침착한 척하는 것이라면서 일본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였다. Yamaoka(2009) 역시 과거의 젊은이들과 달리 그들이 ‘조용한’ 이유는 일본의 사회 경제적 구조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했다.
이에 본 연구는 사토리세대를 일본의 사회 경제 문화적 변혁기였던 1983년에서 1994년 사이에 출생해 자라온 사람들로서, 현재 ‘저출산 고령화사회’에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을 차지하는 젊은이들로 규정한다. 인구수는 약 13,063,000명이며, 전체 인구의 약 10.35%를 차지한다(JSB, 2019).
2. 사토리세대의 형성 배경
어느 특정 시기에 나타난 젊은 세대는 그 시대와 사회적인 문맥 속에서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본 연구는 사토리세대의 형성 배경으로 ‘저출산화와 유토리교육’, ‘장기불황과 격차사회’, 그리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보급’이라는 세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일본에서 ‘저출산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1.57쇼크’를 경험한 이후부터이다. ‘1.57쇼크’란 합계특수출생률(total fertility rate, TFR)이 그 때까지 최저치를 기록했던 1966년의 1.58보다 낮은 1.57을 기록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Kim, 2006). 1989년은 사토리세대의 출생시기에 해당된다. 이 해의 출생 인구는 약 120만명으로,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들이 1971년에서 74년까지 매해 200만 명 이상 태어났던 것에 비하면 인구가 반 가까이 감소한 셈이었다(Saka- moto & Harada, 2015). 이때부터 일본 정부는 ‘저출산’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유토리교육’이란 일본어 ‘유토리(ゆとり)’가 시간적, 공간적, 정신적 여유를 의미하는데서 비롯된 말이다. 원래 이 개념은 1975년 경 지식의 양을 중시하는 교육에서 질적인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나왔다(Tamai, 2002). 그 후 2002년 일률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체험과 감성과 같은 다양한 학습 방법을 중시하는 ‘새로운 학습지도요강’이 발표되면서 유토리교육이란 말은 사회적 관심을 얻게 되었다(Tamai, 2002). 즉 유토리교육이란 획일화된 교육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과정 중시의 교육을 강조한 것으로, 이 교육을 받은 세대를 유토리세대라 한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는 2002년, 고등학교는 2003년부터 실시된 제 5차 학습지도요강으로 수업을 받았던 세대로, 1987년에서 2004년까지 출생한 사람들이 해당된다(Yamamoto, 2015). 그러나 학생 수가 워낙 감소된 데다가 2002년부터 주 5일제 수업이 전격 실시되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난 느슨한 경쟁 속의 세대’라는 의미를 지닌다(Tamai, 2002). 그 결과 이 세대는 위 세대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다(Sakamoto & Harada, 2015).
이 유토리세대가 사토리세대와 동일한가에 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대체로 두 세대는 본질이 같으며 동일한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의견이 많다(Harada, 2013; Ushikubo, 2013). 본 연구는 이 같은 견해를 참조하여 사토리세대는 ‘저출산화’와 ‘유토리교육’의 영향으로 비교적 느슨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세대로서 유토리세대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일본에서는 1991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후 2000년대 초까지 성장률이 저하되었던 시기를 ‘장기 불황’이라고 한다. 그 시기 동안 거품경제의 붕괴, 금융공황사태, 불량채권문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 동일본 대지진의 발생 등,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 일본 경제에 악 영향을 미쳤다. 이 20년간은 대부분의 사토리세대가 출생하여 아동기를 지나 청년기로 성장한 기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토리세대는 장기불황 속에서 성장한, 경제성장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다(Yamaoka, 2009).
한편, 2000년대 중반이 되자 일본 노동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격차사회’라는 말이 화제를 모았다. 그 예로 2004년 Yamada의 저서 『희망 격차사회』가 출간되고, 2006년에는 ‘격차사회’라는 말이 유행어대상 후보에 올랐다(‘Kakusasyakai’, n.d.). ‘격차사회’란 사회 구성원 사이에 수입과 재산에 의한 계층화가 일어나, 계층 간 이동이 어렵게 된 사회를 가리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다음은 Kamo(2012)의 설명이다:
‘격차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비정규 노동자의 증가에 있다. 주로 젊은 층이 해당하며, 그들은 정사원으로 기업에 입사할 수 없다. 입사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퇴사하여 파견사원이나 계약사원, 아르바이트로 취직하는 노동자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정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승진할 기회도 없고, 전문직이 아니기 때문에 커리어를 쌓아 전직할 기회도 드물다(Kamo, 2012, p. 43).
실제로 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노동력 조사’ 자료를 보면 1990년 881만 명이었던 비정규 고용자수가 2014년에 1962만 명으로 2배 이상이 되었는 데, 당시 사토리세대에 속했던 15-24세에서 가장 두드러졌다(JSB, 2015). 이에 본 연구에 있어 사토리세대는 20여년의 장기 불황 시기에 성장했으며, 2000년대 이후 ‘격차사회’와 ‘비정규 고용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구직활동과 사회생활을 하는 세대라는 개념을 가진다.
2009년 일본 내각부가 전국 만 10세부터 17세까지의 청소년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인터넷 이용환경 실태와 의식조사’에 의하면 고등학생의 96.0%가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95.4%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JCO, 2011). 당시 대상자의 연령으로 가정할 때 사토리세대는 중고등학생부터 휴대전화를 갖기 시작한 일본 최초의 세대라 할 수 있다(Sakamoto & Harada, 2015). 한편,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Twitter와 Facebook이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2008년이었다. 그 후 2011년 Line이 들어오면서 급속히 확산되어 갔는데, 그 경향은 10대를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져, 2012년 38.8%이었던 10대의 Line 이용률이 2013년에는 70.5%로 급격히 증가되었다(Nakao, 2015).
이상의 경향은 Tsuji et al.(2016)가 과거 20년간 일본 청년문화에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으로 인터넷 보급과 스마트 폰, 소셜미디어를 꼽은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그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 인간관계의 양적확대이다. 요즘 휴대전화에는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주소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 곧바로 연결될 수 있다. 그 인간관계는 일부러 삭제하지 않는 한, 끊어질 일 없이 계속된다. 즉 사토리세대는 과거 중고등학생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인간관계가 양적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Sakamoto & Harada, 2015). 다음으로는 인간관계가 양적으로 확대되면 될수록 역설적으로 내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Tsuji et al.(2016)의 연구에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만 사귀고 싶다’, ‘낯을 가리는 편이다’는 항목이 현저히 증가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즉 사토리세대는 ‘수는 적더라도 마음에 맞는 친구관계’와 ‘좁고 깊은 관계’를 중시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상의 경향은 2015년 덴츠 종합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의 결과에도 나타난다. 이 조사에서 3000명의 20대 남녀에게 “인간관계의 재설정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전체 54.7%, 특히 20대 여성 사회인의 60.0%가 ‘그렇다(29.6%)’ 또는 ‘그런 편이다(30.4%)’라고 대답했다(Dentsu, 2015). 즉 사토리세대는 성장 과정 속에서 누군가 연결되는 수단으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왔으며 양적으로 확대된 인간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 반면 인간관계를 ‘재설정’하고 싶어 하며, ‘혼자있기를 즐기거나’ ‘좁고 깊은 관계’를 중시하는 상반된 면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Ⅲ. 사토리세대의 소비문화
소비와 관련한 사토리세대의 분석은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으로 타인과 차별을 꾀하고자 하는 의욕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동안 일본 소비사회를 선도해 온 ‘트렌드세터’로서의 젊은이 상이 붕괴되었다는 견해이다. 다른 하나는 사토리세대를 기점으로 무분별한 소비 패턴이 붕괴되었으므로, 일본 소비사회가 성숙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는 견해이다. 어느 견해이든 사토리세대는 소비의 면에서 종래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그 특징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1. 소극적ㆍ효율적 소비
사토리세대를 대상으로 한 여러 보고서들은 ‘안정지향’을 공통된 특징 중 하나로 꼽는다. 그 첫 번째 예가 일본 생산성본부의 ‘신입사원 의식조사’이다(JPC, 2018). 이 조사에서 “자신의 회사에 평생 근무하고 싶다”는 항목(Q1)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2000년 20.5%였으나 2007년에 45.9%로 상승했고 2009년에는 55.2%로 과반수를 넘었다. 반면 “장래를 위해 독립하여 창업하고 싶다”는 항목(Q2)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2003년 31.5%였는데 점차 감소하여 2016년 10.8%로 최저치를 기록하였다<Table 1>. 즉 이전 세대에 비해 사토리세대에 가까워질수록 스스로 독립하기 보다는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는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에서 실시한 ‘생활자 관측조사’에서도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20대 여성이 2006년 이후 계속해서 다른 연령대 보다 높게 나온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해 볼 수 있다(HILL, 2019) <Table 2>.
이러한 사토리세대의 ‘안정지향’이 그들의 소비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 3000명의 2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덴츠종합연구소의 조사가 그 예이다(Dentsu Communication Institute Inc. [DCII], 2015). 그 조사에서 “지금 갖고 싶은 것이 있는가”란 질문에 “무리해서 구입할 정도는 아니다”로 대답한 사람이 55.1%나 차지했으며, ‘없다’고 답한 사람은 13.5%였다. 특히 20대 남성 사회인이 20.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일본 내각부에서 실시한 ‘소비동향보고서’에서도 20대의 승용차 보급률이 2011년 이후 급속히 줄어들어 매년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는 데, 2017년에는 47.9%로 30-50대의 79.4%, 60대 이후의 64.0% 보다 낮은 수치였다(JCO, 2017). 이같이 사토리세대는 소비의욕이 낮거나 지극히 신중한 경향을 보이는데, 특히 ‘젊은이들의 고가 소비재의 이탈 현상’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사토리세대가 소극적 소비성향을 지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사토리세대가 일본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에 태어나 자라난 반면, 장기 불황에도 익숙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토리세대는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어지간한 물건이 아니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됨과 더불어(Harada, 2013), 장기 불황에도 익숙하다보니 힘내서 일하면 보다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Yamaoka, 2009)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거품경제 붕괴 후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상품’ 대신 디플레이션 상품과 서비스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즉 ‘싸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났다는 의미이다(Harada, 2013). 예를 들면 패스트 패션, 100엔짜리 가게, 편의점 프라이빗 브랜드, 아울렛, 중저가 안경과 슈트 등, 돈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것이 사토리세대의 소비성향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셋째 ‘기시감’을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기시감’이란 인터넷에 정보가 범람하면서 실제로 체험한 것 같은 기분이 되거나 직접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Sakamoto & Harada, 2015). 이 ‘기시감’을 이유로 사토리세대의 소비에 대한 호기심 역시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덴츠종합연구소의 ‘젊은이 총 조사’에서도 20대 조사대상자 전체의 62.1%가 “많은 돈을 쓰기보다 아껴 쓰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특히 20대 여성에서 70%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DCII, 2015). 이 같은 결과는 사토리세대가 즐겨 사용하는 ‘코스파’란 말과 연관시켜 볼 수 있다. ‘코스파’란 ‘코스트 퍼포먼스(cost performance)’의 약자로 비용대비 효과를 의미한다(Ushikubo, 2013). 즉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가성비’와 비슷한 말이다. 사토리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패션 용어 ‘돌려입기(着まわし)’ 역시 ‘비용 대 효과’를 중시하는 하나의 예이다. 또한 Arii(2016)의 “젊은이들의 패션이탈은 사실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면 사토리세대의 명품 브랜드 가방과 구두 보유율이 이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였는데, 이 역시 사토리세대의 효율적인 소비성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예이다(Arii, 2016). 이는 사토리세대가 과거의 젊은이들처럼 소비의욕이 왕성하여 신상품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허영을 부리기 위해 호화로운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수평 행복 소비
2000년 이후 일본은 수직 중시의 인간관계에서 수평 중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뚜렷하게 엿볼 수 있는 층이 사토리세대이다.
Hujikawa(2014)는 사토리세대의 수평 관계가 증가한 이유에 관해 과거에 비해 어른들과 관계맺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 설명하였다. 즉 사토리세대는 부모나 교사 이외의 어른들과 관계맺는 일이 줄어들면서 어른에 대한 예절을 습득하거나 인생의 목표를 세우기 힘들게 된 대신, 같은 세대끼리 지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토리세대에 있어 친구란 고민을 서로 나누는 상대임과 동시에 위험도 안고 있는 관계라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서로 상처주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데, 그 이유는 수직 관계 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훨씬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Kimura, 2016).
따라서 사토리세대는 친구관계에서 상호 이해를 기대하기 보다는 문제를 회피하면서 처신하는 경향을 지닌다(Tsuji et al., 2016). 그 예가 ‘KY’, ‘이타이(イタイ)’ 등과 같은 유행어이다. ‘KY’란 공기를 읽지 못한다, 즉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나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KY’로 인해 전체의 조화가 깨지는 순간이나 조화를 깬 사람을 ‘이타이’라 부른다(Harada, 2013). 즉 사토리세대는 친구들과 있을 때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조심하는 특성을 지닌다.
Harada(2013)는 사토리세대의 인간관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평적으로 확대되면서 그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액 사교비’의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고 하였다. 즉 과거의 젊은이들이 돈을 모아서 고가 소비를 했던 데 비해 사토리세대는 넓어진 인간관계를 위해 작은 규모의 소비를 여러 번 나누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Ushikubo(2013) 역시 ‘소액 사교비’를 특성으로 들면서 사토리세대는 그것을 통해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고도 성장기와 거품 경제기의 호황을 체험했던 기존 세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가 2014년에 실시한 ‘국민생활 보고서’에서 20대의 79.1%가 자신의 생활에 만족(대체로 만족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50대의 65.6%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였다(JCO, 2014). 이러한 수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나름대로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이는 확실히 어른 세대와 다른 점이다”고 한 Oeda et al.(2013)의 연구와도 일치한다(p. 646).
3. 동성 중심의 소비
현대 일본의 젊은이들은 연애를 인생의 중요한 과제로 보는 태도에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특히 사토리세대는 연애와 결혼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낮은 관심을 보인다(Tsuji et al., 2016).
그 예로 메이지 야스다 종합연구소가 일본전국의 20대-40대 미혼남녀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가 있다<Table 3, 4>. 이 조사에서 “결혼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빨리 결혼하고 싶다와 언젠가 결혼하고 싶다 포함)’고 답한 20대의 남성은 2013년 67.1%에서 2016년 38.7%로, 20대 여성은 2013년 82.2%에서 2016년 59%로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남성이 여성 보다 결혼에 대해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는데, 2016년 경우 교제 경험이 전혀 없는 20대 남성이 53.3%나 되었다(MYRI, 2016). 이와 같이 사토리세대는 연애이탈 현상을 갖고 있으며, ‘결혼은 당연하다’는 가치관도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이성보다는 마음이 편한 동성과의 관계를 중시하게 됨에 따라 ‘동성 중심의 소비문화’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 경향은 이제 연애가 젊은 층에게 소비를 유발하는 최고의 자극제가 아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Yamaoka, 2009). 특히 여성에 비해 남성이 결혼과 연애에 관해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러한 남성들을 가리키는 마케팅 용어들이 화제를 모았다. 그 예가 ‘초식계 남자’와 ‘절식계 남자’이다. ‘초식계 남자’는 2008년에 등장한 연애에 신경을 쓰거나 의욕자체가 낮아서 교제에 따르는 노력을 귀찮게 생각하는 남자를 가리킨다(Yamaoka, 2009). 또한 ‘절식계 남자’는 2012년에 등장한 용어로 ‘초식계’를 넘어 연애에 관심조차 없는, 여성 없이도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을 가리킨다(Ushikubo, 2013). ‘여자회’와 ‘남자회’라는 말이 유행된 것 역시 그 예이다. ‘여자회’란 한 외식체인점이 기획한 여성 전용 패키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유행어로, 2010년 유행어 대상에도 올랐다(Sakamoto & Harada, 2015). 그 후 ‘남자회’라는 말도 생겨나 이성보다는 동성끼리 마음 편하게 즐기는 풍조가 사토리세대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그 배경으로 Harada(2013)는 앞서 설명한 ‘기시감’을 들었다. 소셜미디어에서의 정보와 입소문으로, 겪어보지 않았지만 ‘해보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감퇴하면서 사토리세대의 연애와 소비 욕구가 감소되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Sakamoto & Harada(2015)는 사토리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포켓몬스터(Pocket Monster)’에 열광하며 자랐던 세대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포켓몬스터’는 성별 구분이 따로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 특징이 사토리세대의 정신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Ⅳ. 사토리세대의 패션
사토리세대는 일본 전후 가장 풍요로웠던 유소년기를 보냈던 세대이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많은 기업의 마케팅 대상이 되었다. 포켓몬스터, 다마고 워치(Damago Watch, 1996년 출시) 등이 사토리세대와 결부된 콘텐츠들이다.
패션에 있어서도 사토리세대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무렵인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주니어 패션시장을 형성하였다. 당시 사토리세대는 인구 구성상 적은 숫자였지만, 배후에 커다란 경제력을 갖고 있었다(Kawashima, 2013). 소위 ‘식스 포켓(six pocket)’이라는 말도 저출산 시대의 그들을 가리키는 말로, 한 명의 어린이에게 부모, 친가, 외가의 조부모들을 합친 6개 주머니의 소비가 집중된다는 의미였다. 주니어를 타깃으로 한 패션 브랜드 『Narumiya International』(1995년 창업)이 화제를 모으고, 『Nicola』(1997년 창간), 『Love Berry』(2001년 창간) 등과 같은 주니어 패션잡지들이 증가하였다<Fig. 1, 2>.
그 후 패션 트렌드 사이클이 더욱 빨라지면서, 유행을 재빠르게 도입하여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일명 패스트 패션이 전 세계에 대두했다.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유행의 의류상품을 재빨리 도입하여 낮은 가격에 대량생산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 혹은 그러한 업종을 가리킨다(Oeda et al., 2013). 싸고 빠른 ‘패스트 푸드’에 비유한 말로, 일본에는 『UNIQLO』(일본, 1997년 SPA형태로 전환), 『ZARA』(스페인, 1998년 일본 개점) 등이 개점하였고, 2008년 이후 『H&M』(스웨덴, 2008년 개점), 『Forever 21』(미국, 2009년 개점)’이 가세하면서 패스트 패션 시장이 일대 붐을 이루게 되었다.
따라서 흔히 사토리세대를 패스트 패션과 연관시켜 설명하는데, Sakamoto & Harada(2015)는 “사토리세대의 소비 감각은 대단히 ‘패스트 패션적이다”라며, “그들의 대다수가 고가의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 싸고 품질도 괜찮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과거처럼 고가의 소비를 하리라는 바람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pp. 226-227). 그 특징을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동질화와 쁘띠(petit) 개성
앞서 말했듯이 사토리세대가 소극적, 효율적 소비 경향을 지니게 되었다고 하지만, 여러 선행연구의 결과를 보면 패션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그 중 한 예가 2015년 덴츠종합연구소가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 이 조사에서 “지금 가능한 취미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패션’이라고 답한 경우가 20대 남녀 직장인과 대학생 모두에서 1, 2위를 차지했다(DCII, 2015)<Table 5>.
그러나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사토리세대는 과거 젊은이들처럼 두드러지는 외모를 중시하지 않는다. 주위의 눈을 의식하면서 비교적 무난한 옷을 선택한다(Yamaoka, 2009). 따라서 사토리세대는 서로 비슷한 외모를 한, 패션의 동질화 현상을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사토리세대가 패션에 가장 민감할 나이에 패스트 패션의 붐을 겪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추측이다. 둘째, 패션의 정보를 취하는 미디어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그 예로 Minami(2015)는 젊은이 대상의 패션잡지 『Cutie』의 휴간을 다루는 기고에서 일본 대부분의 패션잡지 발행부수가 눈에 띄게 감소되고 있으며, 앞으로 패션 잡지가 몇 십만 부나 팔리던 시대는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즉 사토리세대가 세분화된 타깃을 지니는 패션잡지 대신 인터넷이나 SNS에서 정보를 얻게 되면서 그 결과 비슷한 외모를 낳게 되었으리라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사토리세대가 주니어패션 시장을 형성했던 세대인 만큼, 그 전 세대에 비해 훨씬 이른 시기부터 패션을 경험했다는 점도 들 수 있다(Yamaoka, 2009). 그 때문에 일찌감치 패션에 관심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견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지만 다양성의 결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은 매우 다양화되어서 그 차이를 분별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들은 대단히 자유로우며, 무엇이나 입을 수 있는 풍부한 선택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근거를 찾거나 스스로 선택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러므로 무난한 정도에서 타협하고 그 속에서 ‘쁘띠(petit) 개성’을 연출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Watanabe, 2013).
위에서 말하는 ‘쁘띠 개성’이란 동질화 가운데 나타나는 ‘약간의 차별성’으로, 눈에 띄는 것은 싫어도 약간의 개성은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토리세대의 경향을 나타낸다. 이 경향은 ‘양산계여자(量産系女子)’, ‘유니가부리(ユニ被り)’, ‘시무라(しむらー)’라는 유행어와 결부시켜 볼 수 있다. ‘양산계여자’란 의복, 헤어와 메이크업에서 비슷한 외모를 지니는 여대생을 가리킨다(‘Ryousannkeijyosi’, n.d.). ‘유니가부리’와 ‘시무라’는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와 『시마무라』의 옷을 즐겨 입는 젊은 여성들을 의미한다(‘Yunikaburi’, n.d.; ‘Simura’, n.d.). 어느 것이나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몰개성’, ‘동질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상의 예는 앞서 논한 사토리세대의 ‘KY’나 ‘이타이’ 성향과도 연관된다. 수평적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 자신의 개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약간의 차이를 추구하는 성향이 패션으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너무 눈에 띄는 디자인이나 고가의 옷은 자칫 두드러질 수 있다. 따라서 적당한 가격대에 무난한 디자인의 옷들을 선택하여 반짝거리는 비즈와 크리스탈, 버튼 등으로 장식함으로써 개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Ushikubo, 2013). 그 외에도 눈밑 애교살을 강조하기 위한 화장품, 머리 윗부분을 고양이 귀 모양으로 부풀린 일명 ‘고양이 귀 헤어스타일’ 등과 같이 작은 부분을 통해 개성을 표현한다(Ushikubo, 2013). 이상의 경향은 소극적, 효율적 소비와 수평행복 소비지향을 지니는 사토리세대가 작게나마 차별화를 꾀하는 방법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2. 교제와 체험 수단으로서의 패션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약 3천 명씩의 15-69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일본인들은 ‘여행’, ‘취미ㆍ레크리에이션’, ‘교육ㆍ학습’, ‘교제비’에 지출을 늘리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주목해 볼 점은 20대 여성은 ‘여행’과 ‘교제비’의 항목에서, 20대 남성은 ‘취미와 레크리에이션’의 항목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점이다(NRI, 2017)<Table 6>. 즉 현대 일본인은 ‘물건’보다는 ‘행위’에 관한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을 지니는 가운데, 특히 사토리세대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말한 2015년 덴츠종합연구소의 조사와도 비슷한 결과이다(DCII, 2015)<Table 5>. 이 조사에서 “지금 가능한 취미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성들은 ‘패션’, ‘애니메이션’, 여성들은 ‘패션’, ‘친구와의 이벤트’, ‘메이크업, 뷰티’, ‘쇼핑’이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로 ‘사토리세대’의 남성들은 ‘물건’과 ‘행위’, 여성들은 친한 친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체험성’이 높은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인간관계가 지나치게 증가하면서 사토리세대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서로 응원하거나 인증을 위해, 추억을 만들거나 ‘좋아요’를 얻기 위해 소비한다고 한 Harada(2013)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사토리세대는 패션을 ‘물건’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는 ‘행위’의 개념으로 인식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교복 디즈니랜드’ 현상이다. ‘교복 디즈니랜드’란 교복을 반드시 입을 필요가 없는데도 중고교생 교복을 입고 디즈니랜드에 가는 행위를 말한다(‘Seihukudisney’, 2018). 특히 이미 교복을 입을 필요가 없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이 과거 입었던 중고교생 때의 교복을 입고 놀러가는 것을 가리키면서 사회적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Ushikubo(2013)에 의하면 그 계기는 교복 셀렉트 샵 『Conomi』에서 시작되었다<Fig. 3>. 『Conomi』는 원래 니가타(新潟)란 곳에서 귀여운 디자인의 교복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였으나 2003년 인터넷 쇼핑몰을 개점하면서 유명하게 되어, 2008년에는 도쿄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그 후 2011년에는 백화점에 입점하고 중국에도 진출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교복이 인기를 얻은 데에는 디즈니랜드에서 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과거 중고등학교 때를 추억하면서 즐겁게 지낸 후, 그 모습을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토리세대의 ‘비일상적인 코스프레(costume play)’ 감각이 작용하였다(Sakamoto & Harada, 2015; Ushikubo, 2013). 이 현상은 사토리세대가 수평적 관계를 통한 행복을 중시하는 특성과도 연관해 볼 수 있다.
3. 매뉴얼 내의 멋
지난 20년 동안 세 시기(1987년, 2005년, 2009년)를 지정하여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비교 분석한 Tsuji et al.(2016)의 연구를 보면, 젊은이들의 인격유형에서 ‘나는 멋있는 편이다’라는 항목이 1987년에는 ‘자신감 인자’에 포함되었지만, 2005년 이후에는 ‘멋내기 인자’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을 표현해주는 것’으로 1987년에는 ‘의견’, ‘취미’, ‘지식’이 ‘패션’ 보다 상위를 차지했던데 반해, 2005년 이후에는 ‘패션’이 ‘취미’에 이어 2위에 올랐다(Tsuji et al., 2016). 즉 과거 젊은이들에 비해 사토리세대는 ‘멋’이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외모로 구축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 수단 중 하나가 ‘패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주목해 볼 점은 사토리세대는 패션을 표현하는데 있어 승인된 매뉴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Watanabe(2013)는 그 이유로 소셜미디어 환경을 들었다. 사토리세대가 소셜미디어 상의 많은 정보들을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해야 하는 상황속에서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갖기 어렵게 되어, 누군가 결정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특성은 앞서 말한 ‘동질화와 쁘띠 개성’과 ‘KY’, ‘이타이’라는 유행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처한 환경이 안전하게 유지하기를 바라는 사토리세대의 특성과도 결부된다.
승인된 매뉴얼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가 남성패션잡지 『Smart』의 ‘호불호 리스트’이다. ‘호불호리스트’란 그 잡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로, 좋은 코디네이션의 예와 그 반대의 예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Fig. 4>의 경우, 유명 여성 연예인들이 제시된 남성 아우터, 상의, 팬츠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 ○, ×, △로 상세하게 표시하고 있다. 또한 <Fig. 5>의 경우는 26명의 여성들이 선호하는 청바지의 색, 실루엣, 길이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예는 사토리세대의 남성들이 ‘싫은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 ‘이상하게 보이기 싫다’는 심정을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Ushikubo, 2013). 즉 과거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혹은 주목받고 싶다는 욕구로 불량한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해 왔다면, 사토리세대는 저렴하고 트렌디한 옷들이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무엇을 입을까’보다는 ‘어떻게 입을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매뉴얼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즉 사토리세대에 있어 패션은 틀에 맞추기 위한 표현 수단이며, 자신의 개성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관계를 통해 정해지는 것임을 나타낸다.
4. 성적 취향과 패션 시장의 분화
사회의 다양한 면에서 기존의 성 개념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사토리세대 역시 마찬가지이여서 남성의 것, 여성의 것이라 분류했던 상품의 카테고리 벽을 없애고, 성차를 역전시키거나 초월한 예가 많이 나타났다. 그런데 사토리세대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관심의 저하와 동성 중심의 소비 경향은 지금까지 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이며, 성적 취향과 소비 시장의 분화마저 보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Yamaoka, 2009).
이 경향은 근래 일본 사회에서 기존의 여성상과 남성상에 변화가 왔음을 의미하는 유행어들이 속출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초식계 남자’와 ‘절식계 남자’ 외에도 ‘육식계 여자(肉食系女子)’, ‘오토멘(オトメン)’, ‘여자력 남자’ 등과 같은 말이 있다. ‘육식계 여자’란 ‘초식계 남자’와 반대되는 말로, 남성의 성향을 지니는 여자를 가리킨다(‘Nikusyokukeijyosi’, n.d.). 그 반면 ‘오토멘’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소녀’를 의미하는 일본어 ‘오토메(乙女)’와 영어 ‘men’의 합성어이다. 2006년에서 2013년까지 연재된 만화 제목에서 비롯된 말로, 소녀다운 취미와 생각을 가지며 요리와 재봉 등 가사 전반에 재능을 발휘하는 남성, 혹은 소녀다운 마음과 남성다움을 겸비한 젊은 남성을 말한다(‘Otomen’, n.d.). 예를 들면 ‘오토멘’의 남성은 피지제거와 눈썹정리를 위한 물건을 사고, 직장에서 달콤한 과자를 먹는 특성을 지니는데, 이 행동은 일본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Yamamoto, 2009).
한편 ‘여성적인 매력’을 지닌 남자라는 뜻을 지니는 ‘여자력(女子力) 남자’라는 말이 있다. ‘여자력’이란 여성이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힘이란 뜻으로 2009년 무렵부터 유행된 말이다. 주로 여성스러운 태도와 용모, 감각 등을 중시할 때 사용된다(‘Jyosiryoku’, n.d.). 그런데 이 ‘여자력’이란 말에 ‘남자’를 붙인 말이 등장하였다. 이 말은 Harada(2014)가 처음 사용하였는데, ‘여자력 남자’란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여성화되는 남성, ‘여자력’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남성을 의미한다. <Fig. 6>은 Harada(2014)의 저서 ‘여자력 남자’의 표지이다. 이 표지에는 ‘여자력 남자’를 상징하는 한 남성의 일러스트와 자세한 설명이 있는데, ‘안티 에이징을 위해 두유를 마신다’, ‘가방 안에 잡화가 들어있는 파우치가 들어있다’, ‘요리가 가능하다’, ‘핏(fit) 때문에 여성용 바지를 입는다’, ‘다리털을 제거한다’, ‘결혼 후 가사에 참여하고 싶다’와 같다. Hujino, Egashira, & Yokoo(2016)는 ‘여자력 남자’가 실제 패션 시장에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브랜드 ‘무인양품(Muji)’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여성을 대상으로 기획된 카테고리 상품들을 실제로는 남성들이 많이 구입하고 있었다. 즉 ‘여자력 남자’라 불릴만한 클러스터가 산출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양산남자’, ‘도시락남자’, ‘달콤한 디저트남자’, ‘레깅스남자’ 등 사토리세대를 가리키는 다양한 유행어들은 성적 취향의 다양한 변화를 마케팅으로 연결하여 새로운 시장을 산출하고자 하는 한 예라 생각한다.
Ⅴ. 요약 및 결론
현대 패션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한 소비산업사회를 배경으로 급격히 성장해 왔다. 그 중심에는 젊은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변화의 주체가 되어 왔다. 지금 패션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는 그 구조에 변화가 왔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저성장사회’와 ‘저출산 고령화사회’ 속 패션을 알아보기 위해 일본의 사토리세대를 연구의 주제로 삼았다. 그리하여 그들의 소비문화와 패션에 관련한 기본적 자료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사토리세대는 ‘득도한 세대’의 의미로서, 현재의 일본 젊은이들이 욕심이 없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일본의 사회 경제 문화적 변혁기였던 1983년에서 1994년 사이에 출생하여 현재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을 구성하는 젊은이들로서 전체 인구의 약 10.35%를 차지한다.
사토리세대는 ‘저출산화’ 시대에 태어나 ‘유토리 교육’을 받아왔다. 따라서 비교적 느슨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세대라 할 수 있다. 또한 1991년 부동산 거품경제가 붕괴한 후 장기불황이 계속되는 동안, 사토리세대는 아동기를 거쳐 청년기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일본 최초로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휴대전화를 소유하여 인터넷 보급, 스마트 폰,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왔다.
그리하여 사토리세대의 소비문화는 종래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첫째, 사토리세대는 소비에 지극히 신중하며 소극적, 효율적 소비 형태를 보인다. 둘째, 사토리세대는 인간관계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평적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에 있어서도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액 사교비’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 셋째, 사토리세대는 연애와 결혼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성보다는 동성과의 관계를 중시하게 됨에 따라 ‘동성 중심의 소비문화’를 나타낸다.
사토리세대를 패션과 관련지어 볼 때, 네 가지 특징으로 분류해 볼 수 있었다. 첫째, 동질화와 쁘띠 개성으로, 사토리세대는 비슷한 외모를 한, 패션의 동질화 현상을 보이는 반면, ‘쁘띠 개성’으로 약간의 차별성도 추구한다. 둘째, 교제와 체험 수단으로서의 패션으로, 사토리세대는 패션을 ‘물건’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는 ‘행위’로 인식한다. 셋째, 매뉴얼 내의 멋으로, 사토리세대는 저렴하고 트렌디한 옷들이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무엇을 입을까’보다는 ‘어떻게 입을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매뉴얼이 필요로 한다. 사토리세대에 있어 패션은 틀에 맞추기 위한 표현 수단인 것이며, 주위의 관계를 통해 정해지는 것임을 나타낸다. 넷째, 성적 취향과 패션시장의 분화로, 이 경향은 기존의 여성상과 남성상과는 다른 변화를 의미하는 유행어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현재의 상황을 주제로 하였기 때문에 검증된 자료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신뢰성 있는 기관의 보고서와 데이터들을 보충하여 객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본 연구 결과 중, ‘패션의 동질화’가 전개되는 가운데 ‘쁘띠 개성’이 추구된다는 점, 패션이 ‘물건’이 아니라 ‘행위’로 인식된다는 점은 20세기 소비사회를 지나온 현 패션산업이 주목해야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와 비교해볼 때 비슷한 부분이다. 이제 글로벌 사회 속에서 한 나라와 사회의 문제가 오직 그곳에만 국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 민감한 차이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그 민감한 차이에 대한 비교분석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8년도 전북대학교 연구기반 조성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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