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전통극에 나타난 드랙(Drag)의 표현 특성 연구 : 경극(京劇)과 가부키(歌舞伎)를 중심으로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onsider the expression characteristics of drag appearing in the Oriental traditional drama and analyze the Oriental expression characteristics of femininity represented using costumes and makeup, by comparatively researching drag appearing on Oriental and Occidental stages. To this end, the study first summarizes the meaning of drag and draws its expression characteristics from its original definition. Secondly, it examines performances of Peking opera and kabuki, and the expression characteristics of drag exhibited through stage costumes and makeup, both of which are visual measures that effectively express them. Thirdly, it comparatively analyzes differences in perspective on the expression characteristics of drag appearing on Oriental and Occidental stages, and sexual expressions which are the basis of the former. Study methods, include a literature review accompanied by a case study. The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ly, drag was defined as females’ costumes worn by males for performances that sensually express the typical features of females to dramatic effect, by exaggeratedly imitating them. Secondly, Pecking opera expresses drag using symbols of customarily typified females, while Kabuki expresses typified feminine behaviors as erotic figures based on the wearing method and the exposure of body parts. Thirdly, Occidental drag dramatically exaggerates and explicitly expresses sensual females by directly imitating females’ bodies and using ornaments. It is thus possible to verify that the characteristics of Oriental drag indirectly and implicitly express femaleness based on stereotypical features and show relatively coded sexual expressions, as compared to Occidental drag, which directly imitates and explicitly expresses females.
Keywords:
historical drag, kabuki, Peking opera, stage makeup, traditional theater costumes키워드:
역사적 드랙, 가부키, 경극, 분장, 전통극 의상Ⅰ. 서론
1. 연구 목적 및 의의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인간 사회에서는 착용하는 복식의 유형, 색상, 문양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있었다. 이는 성별에 따라 착용하는 복식에 대하여 사회적 표준이나 관점, 지침, 법규를 정하였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극의 내용을 시각 용어로 표현하여 관객과 극중 인물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무대의상과 분장은 등장인물의 극 중 성별에 관한 정보 역시 시각적으로 제공해야 하므로 남녀 표현에 있어 차이를 두어왔다. 특히 동·서양의 공연에 있어 남성들만 무대에 설 수 있어 여성배역마저도 남성배우들이 맡아 연기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러한 극 중 성별 불일치에 따라 무대의상과 분장을 통한 여성성의 표현이 과장되어 나타나게 되었다. 더욱이 무대의상과 분장은 무대, 조명, 음향, 안무 등 다른 공연예술 분야들과 미적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시각적 만족감을 증폭시켜 주는 중요한 시각적 예술장치 중 하나로서 남성배우의 여성성 표현에 있어서도 일상과 다르게 극적 효과를 추구하며 전개되었다. 이같이 단순한 여장이 아닌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된 여성성을 표현하는 연극적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을 ‘드랙(Drag)’이라 하고, 드랙을 통해 여성의 역할은 더욱 완벽하게 표현되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드랙은 시대에 따른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을 반영하며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고, 최근에는 ‘드랙 퀸(Drag queen)’이라 하여 성정체성뿐만 아니라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까지의 드랙 관련 주제의 선행연구들을 보면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과장된 여성성의 표현이라는 ‘드랙’에 성적 정체성이 포함된 개념인 ‘퀸’이 결합된 드랙 퀸에 관한 연구에 집중되어 있으며 기존 드랙의 표현 특성을 바탕에 두면서도 정체성과 개성 표현의 일종으로서 드랙, 즉 현대적 의미의 드랙의 경향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또한 주로 서양 중심으로 수행되어왔으며, 최근에 와서야 한국드랙 문화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양에 있어서도 이러한 드랙과 관련된 공연이 역사적으로 존재해왔으며, 동·서양적으로 볼 때 드랙의 표현에 있어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동양 전통극 중 경극과 가부키에는 여장한 남성배우가 등장하며 이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왔지만 주로 극 전체의 무대의상과 분장 표현에 대한, 혹은 표현 특성을 활용한 디자인 개발에 대한 것으로 드랙의 관점에서 다룬 연구는 미비하다. 따라서 동·서양 전통극 무대 위에서 표현된 역사적 드랙(Historical Drag)의 표현을 비교·연구함으로써 의상과 분장을 통해 나타난 여성성의 동양적 표현 특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성적 정체성 및 개성의 표현이 포함되어 발전된 의미의 드랙 퀸의 개념과는 분리하여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된 여성성의 표현이라는 드랙의 기원적 정의를 중심으로 동·서양 전통극에 나타난 역사적 드랙의 표현 양상과 특성을 탐색하고, 각각의 특성에 대한 비교를 바탕으로 성적 표현의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동양적 드랙의 표현 특성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연구 목적을 설정하였다.
첫째, 드랙의 의미를 정리하고, 드랙의 표현 특성을 도출한 뒤 드랙이라는 용어 탄생의 배경이된 서양의 역사적 드랙인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에서의 무대의상과 분장에서 나타난 드랙의 표현을 알아본다. 둘째, 동양의 역사적 드랙을 보여주는 전통극인 경극과 가부키의 연기,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시각적 수단인 무대의상과 분장에서 나타난 드랙의 표현 양상을 살펴본다. 셋째, 동·서양에서 나타난 드랙의 표현 특성과 그 바탕이 된 성적 표현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대해 비교·분석한다.
본 연구를 통해 현대의 드랙 퀸 표현의 바탕이 된 서양의 역사적 드랙의 표현 특성을 연구하고, 경극과 가부키의 무대의상과 분장을 드랙의 관점에서 고찰하며, 서로의 특성을 비교·분석함으로써 동양 드랙의 표현 특성을 도출함에 따라 이제까지 서구 중심의 드랙 연구와 차별화된 동양 문화권에서의 드랙이라는 젠더 해석 관점을 바탕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 의의를 둔다. 또한 더 이상 드랙이 무대 위의 시각적 공연예술의 한 요소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로 주목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였다. 복식사, 미용예술사, 연극사, 전통극, 무대의상, 분장, 미학, 인문학, 여성학 등 드랙 및 성적 표현에 관한 선행연구 및 단행본을 중심으로 문헌연구를 하였으며, 동·서양 드랙의 맥을 계승하여 고증한 전통극 공연의 무대의상 및 분장 사례 관련 그림 및 사진, 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사례연구를 하였다.
현재 상용되고 있는 드랙이라는 용어는 드랙 퀸, 드랙 킹을 의미한다. 드랙 퀸, 드랙 킹은 성적 정체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최근에는 기존 드랙의 표현 특성을 바탕으로 개성 표현과 심지어 상업성까지 결합하여 발전된 현대적, 복합적 개념의 드랙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동·서양 전통극 무대에서 비롯된 드랙의 기원적 정의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드랙의 표현을 고찰하고자 했기 때문에 드랙이라는 용어가 파생된 16세기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에서 나타난 드랙과 동양적 드랙에 있어 대표성을 가지는 공연인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를 연구범위로 하여,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다양한 여성배역이 등장하는 극으로 각 3편의 작품씩, 총 9편의 작품 사례를 대상으로 고찰하였다.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사례로는 글로브 극단의 「십이야」 (2012), 「킹 리차드 Ⅲ」 (2012), 「햄릿」 (2018)으로 하고, 경극 중에서는 「용봉정상(龍鳳呈祥)」 , 「사랑탐모(四郞探母)」 , 「전금산(戰金山)」 으로 하였으며, 가부키 중에서는 「후지 무스메(蕂娘)」 , 「오미겐지 센진 야카타(近江源氏先陣館)」 , 「무스메고노미 우키나노 요코구시(處女翫浮名横櫛)」 로 선정하여 연구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드랙의 정의
모든 어휘가 다양한 환경 요인에 따라 그 의미가 변화하기도, 발전되기도, 사라지기도 하듯이 ‘드랙’ 역시 각 시대 별 사회문화적 현상에 따라 의미가 변화되어 왔다. 기원부터 살펴보자면, 16세기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에서는 남성들만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며, 여성역할은 남성의 배우들이 분장하여 무대 활동을 하였는데, 그들이 입은 여성복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Draged)’ 모습에서 ‘드랙’이라는 이름이 파생되었다고 한다(Doonan, 2019). 즉, 드랙은 무대공연을 위해 남성배우가 입는 여성의 옷, 여장으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17세기에 상업화와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이전에 모든 역할을 남성이 맡았던 것처럼 모든 역을 여성이 맡기도 하였고(Lee & Yang, 1997), 이로 인한 남장 여배우의 등장에 따라 드랙은 공연예술의 일환으로 본인과 다른 성의 복장을 입는 행위인 크로스드레싱의 일종이 되었다. 즉, 드랙은 여성의 남장, 혹은 남성의 여장을 일컫는 크로스드레싱에 극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하는 연극적 특성이 부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드랙은 트랜스젠더이거나 다른 이유로 반대 성의 옷을 입는 것과 달리, 공연을 위해 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복을 입고 화장을 하는 경우와 이외에도 과장된 표현과 동작까지 포함해 왔다. 이러한 드랙에 남성동성애자가 스스로를 칭할 때 쓰는 표현인 ‘퀸’이 합쳐진 말인 드랙 퀸이 파생되었고 반대로 남장을 하는 여성을 ‘드랙 킹(Drag king)’이라고 하며, 드랙은 동성애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는 과장된 크로스드레싱으로 의미가 확장된다(Yau, 2019). 이 같은 드랙 퀸이나 드랙 킹의 등장은 드랙의 정의를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을 인정한 채로 사회가 규정하는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 과장된 메이크업과 퍼포먼스로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연극적 수행을 위한 것이라는 기원적 의미로부터 사회적 성정체성의 표현까지 수행 목적에 있어서의 의미를 확장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드랙 퀸과 드랙 킹은 성소수자 문화의 일종이었으나, 성적 정체성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로 변함에 따라, 생물학적 혹은 사회적 성정체성과는 상관없이 의상과 메이크업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모습,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로 발돋움하게 되었다(Won, 2019). 게다가 영상매체와 유튜브 등과 같은 미디어의 발달로 무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로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한 드랙 퍼포먼스가 펼쳐지게 되면서, 드랙은 특정 젠더를 나타내는 과장된 의복과 행위를 이용하여 가장함으로써 젠더의 착각을 일으키는 퍼포먼스 예술로 그 의미가 다각화되고 있다(Yau, 2019).
2. 드랙의 역사적 배경
크로스드레싱은 역사 전체에 걸쳐 행해져 왔으나, 크로스드레싱의 의미에는 그 행위에 대한 어떠한 특정한 이유가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에 드랙은 전술한 바와 같이 연극적 수행을 위한 크로스드레싱을 뜻하며, 여성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제한됨에 따라 여성배역을 맡은 남성배우의 발생으로 인해 나타난 여장남우(女裝男優)를 기원으로 한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반면 남성우상숭배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에 여성 대부분은 가정에 갇혀 활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연극의 여성역할은 남성배우들이 여자의 옷을 입고, 수염 난 얼굴을 분장하는데 한계가 있어 가면을 쓰고 연기했다(Doonan, 2019). 남자배우들이 여성화되는 경향이 발생한다며 비난받자, 어떤 작품에도 세 명의 배우만 배정되도록 규정하여, 배우는 남성과 여성역할을 번갈아 가며 함으로써 이를 해소하였다(Lee & Yang, 1997). 이후 로마인들은 그리스 연극의 전통을 흡수하면서도 알몸 춤, 저속한 코미디, 잔인한 대결 등을 추가해 자극적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여성역할을 위해 여성의 옷을 입고 있던 남성배우들은 천박하다고 하여 무시하였으며, 그저 에로틱한 볼거리의 하나로서 유희적 요소로 전락하였다(Doonan, 2019).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은 자율권을 누렸으나, 실질적인 자립은 불가능했고, 문화적 개화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교회는 남성이 여성의 역할과 이성의 옷을 입는 것이 불경스럽긴해도 여성이 천박한 무리들 앞 무대 위에서 활동하는 것보다는 불경스럽지 않다 하여, 엘리자베스 여왕 1세가 통치하던 시대에는 남성들만 무대에 설 수 있게 하였다(Won, 2019). 셰익스피어의 무대에서조차 여성역할은 남성배우들이 분장하여 무대 활동을 하였고, 이로써 남성배우들의 여장은 관습화되었다. 그들이 입은 여성복이 바닥에 질질끌리는 모습에서 ‘드랙’이라는 용어가 파생되었으며,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장한 남성배우들은 주로 저급한 희극에 등장하는 하위 역할을 맡았다(Doonan, 2019). 이에 드랙에 대해 ‘여성을 희화화한 문화’라는 이미지가 고착되었고(Won, 2019), 청교도주의자들은 욕망, 동성애, 남색 등과 연관시키면서 비난하였다(Lee & Yang, 1997).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르네상스기에 이르러 종교의 속박이 풀리고 여자역할을 남성배우가 대역하던 중세보다는 합리주의·사실주의를 기조로 함에 따라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콤메디아 델라르테를 선두로 하여 여배우의 등장이 촉진되어 여자역할은 여배우가 도맡아 하게 되었다(Wilson & Goldfarb, 2015). 게다가 17세기에 상업화와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이전에 모든 역할을 남성들이 맡았던 것처럼 모든 역을 여성들이 맡기도 했으며, 이러한 관습은 19세기 중엽까지 이어졌다(Lee & Yang, 1997).
빅토리아 중기 영국의 무대에서는 여성이 소년들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며, 이후로 여배우의 남장은 커다란 저항 없이 전개되었으나, 17세기 말부터 여장남우는 대중이 즐겁기 위한 희극적 요소로 정착되면서 판토마임, 코메디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다(Yau, 2019). 즉, 드랙은 진정한 여성도 남성도 되지 못하고 여성성 혹은 남성성 어느 한쪽도 못 갖춘 존재로 천박하거나 코믹하고 우스꽝스러운 형상으로 여겨졌다(Chung & Yang, 2002).
3. 드랙의 표현 특성
전술하였던 정의를 통해서 드랙은 이성을 극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특히 과장된 여성성을 연출하는 드랙은 역사적 배경을 통해서 유희적, 희극적, 괴기적인 표현으로 여성을 희화화한 문화로 고착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본 항에서는 좀 더 나아가 드랙의 표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드랙 관련 선행 연구를 고찰하였다.
드랙에 관한 선행연구는 주로 드랙 퀸에 대한 연구로 진행되어, 역사적 드랙의 표현 특성을 바탕에 두면서도 정체성과 개성 표현의 일종으로 현대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여 나타난 의미로 드랙의 표현 특성을 분석하고 있고, 패션과 뷰티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살펴보자면 드랙 퀸 복식에 관한 Kan(2000)의 연구에서는 모방성, 유희성, 성적정체성, 상업성으로 특성을 나누었고, 드랙 퀸과 드랙 킹 패션에 대한 Chung & Yang(2004)의 연구에서는 전형성, 모방성, 모순성, 키치성, 상업성으로 범주화하였으며, Lee(2010)의 연구에서는 영화 속 드랙 퀸의 외모 표현 특성을 전형성, 과장성, 과시성으로 분류하였다. 현대 남성 패션에 나타난 드랙 퀸 패션에 대한 Park(2014)의 연구에서는 과장성, 모순성, 전형성, 모방성으로 정리하였고, 드랙 퀸 메이크업에 응용된 팝아트적 특성에 관한 Moon, Jung, & Kim(2019)의 연구에서는 대중성, 전위성, 키치성, 상업성으로 분류했으며, Won(2019)의 연구에서는 드랙 퀸 메이크업의 표현 특성을 주목성, 관능성, 과장성, 유희성으로 제시하였다. 리얼리티 쇼에 나타난 드랙 퀸의 뷰티스타일을 분석한 Ahn(2020) 연구에서는 전형성, 유희성, 모방성, 과장성, 일탈성으로, 패션스타일을 분석한 Cho(2021)에서는 전형성, 과장성, 모방성, 모순성, 일탈성, 유희성으로 나누었다.
살펴 본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도출한 드랙 퀸의 표현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의 <Table 1>과 같으며, 이를 통해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역사적 드랙의 정의에 따른 공통적 표현 특성으로는 관습에 따른 전형적인 여성에 대한 대표적인 도상을 보이는 ‘전형성’,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강조, 확대하여 표현하는 ‘과장성’, 여성적 요소를 따라하는 ‘모방성’,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요소와 함께 신체가 가진 남성성을 강조함으로써 나타나는 ‘모순성’, 에로티시즘을 유발하거나 여성성이 부각되는 엘레강스 이미지를 표현하는 ‘관능성’, 천박하며 해괴하고, 유치하고도 장난스러운 비 진지성이 드러난 이미지로 유머러스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는 ‘유희성’으로 범주화가 가능하다. ‘성적 정체성’ 및 ‘일탈성’은 동성애적 정체성과 개성의 표현이라는 발전된 의미의 드랙 퀸의 개념으로부터 비롯하고, ‘상업성’ 역시 현대 이후 드랙이 매스컴에 의해 대중문화에 노출되면서 상업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는 의미로 무대에서의 역사적 드랙을 고찰하는 본 연구의 관점과는 차이가 있어 제외하였다. 범주화된 각 표현 특성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여성의 ‘전형’적인 요소를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되게 ‘모방’하거나 ‘모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능’적이거나 ‘유희’적인 여성성을 나타낸다는 관계적 속성을 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극 무대에서 비롯된 드랙의 기원적 정의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드랙의 표현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드랙이라는 용어가 파생된 시점인 16세기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에서 나타난 드랙의 표현 특성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여성적이면서도 연극적인 복장, 분장, 자태라는 드랙의 정의에 따라 드랙의 표현 특성은 의복과 분장, 그리고 신체적 특징뿐만 아니라 여성성을 나타내는 자세, 태도, 제스처 등의 움직임과 같은 몸의 표현 역시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 무대의상, 분장으로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1) 연기
엘리자베스시대의 극단은 5~14명 정도의 남자들과 소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배우들은 각각 몇 가지의 역할을 연기해야 했으며, 여자역할은 대개 13~19세의 소년들이 맡았다.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모든 관객들이 거리상 무대를 한눈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들은 플랫폼의 끝에서 연기해야 했고, 이러한 물리적 조건으로 인해 배우들은 정확한 대사 전달과 과장된 연기, 우아한 태도를 몸에 익혀야 했으며, 따라서 제스처, 움직임 등은 양식화된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Wilson & Goldfarb, 2015). 예를 들면 관능적인 클레오파트라 같은 역이나, 낭만적인 줄리엣 역, 그리고 감정적으로 복잡한 오필리어 역을 젊은 남성들이 ‘양식적으로 연기’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Doonan, 2019).
젊은 남자배우들은 여성 신체의 곡선을 따라하여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매우 작고 마른 체형을 유지해야 했고, 우아한 태도와 높은 목소리를 유지하도록 훈련받아가며 연기했으며, 여성의 신체를 따르기 위해 유지해야 했던 부실한 식단 덕분에 10대 후반이나 20살 이후로 늦게 일어난 변성기와 함께 신체적으로 남성적 특징이 나타나면 여장남우는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다(Doonan, 2019).
이처럼 여성배역들은 주로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어린 소년들이 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엘리자베스시대의 연기 관행의 대부분은 사실주의에 적합하지 않았다. 더욱이 드랙은 주로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들을 극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 에 등장하는 유모는 ‘남성화된’ 개성을 강조해 조롱하기 위해 나이든 남자에 의해 연기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Wilson & Goldfarb, 2015).
정리해보면 연기에 있어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드랙은 전형적 요소로 여성의 신체 곡선을 모방하기 위해 작고 마른 체형을 유지하며 더욱 높은 목소리와 우아한 태도를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관객에게 시각적 매력도를 높여 관능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여성배역을 오히려 남성화하기 위해 건장한 나이든 남성에게 여성역할을 연기하도록 하여 진정한 여성성, 남성성 어느 한쪽도 갖추지 못하도록 모순되게 표현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희극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였다.
(2) 무대의상
엘리자베스시대 무대에서 시각적 요소였던 의상은 굉장히 장식적이고 화려한 색깔이었기 때문에 무대제작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당시 조명은 태양광선에 불과한데다가 무대배경, 소도구 등이 단순했기에 의상이라도 보석 등의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야 했기 때문이다(Chang, 2018). 게다가 무대의상은 대부분 부유한 패트론들이 기부했던 의상으로 그 당시의 일상적인 엘리자베스시대 의상에 해당되었는데 그 자체적으로도 매우 화려했다(Barranger, 2008).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은 수많은 역사와 다양한 지방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의 관객들이 역사적 고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관계로 대부분의 무대의상은 동시대의 영국 복장 그대로였다(Chang, 2018). 물론, 특정한 전통 의상을 입기도 했는데, 그조차도 엘리자베스시대의 복장 위에 덧입는 식이었다(Wilson & Goldfarb, 2015). 즉 시대를 반영한 정교한 재현보다는 간단한 구현에 그쳤으며, 동시대 의상과 시대적 구현의 혼합이 이루어졌다. 피첨 드로잉(Peachum drawing)<Fig. 1>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셰익스피어 공연기록으로 로마극인 「타이터스 앤드로니쿠스(Titus Andronicus)」 에 나오는 7명의 캐릭터를 보여준다(Chang, 2018). 배우들이 당시에 궁정이나 일상생활에서 입었던 의상뿐만 아니라 터키식 바지와 로마식 망토를 함께 입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소년이 맡았을 여성인 타모라역은 부풀린 소매의 흐르는 듯한 로브에 왕관을 쓴 채로 애원하고 있어, 이를 통해 남자배역들은 당대 의상에 약간의 시대감을 재현한 혼합된 스타일을 볼 수 있는 반면에, 미소년이 맡은 여자배역은 그렇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니고 존스(Inigo Jones, 1573-1652)의 궁중무도회 스케치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공통적으로 보여지는데, 남성배역의 의상과 달리 여성배역의 의상은 당시의 일상복인 엘리자베스시대 복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의상을 통해 공연극 스토리에 따른 구현을 하려는 시도는 볼 수 없다고 한다(Chang, 2018).
여성에 대한 연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시각적 수단이 무대의상이기 때문에 미소년의 배우들은 여성스러운 몸매를 만들어 여성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철저히 관리된 매우 작고 마른 체형 위에 보정속옷과 패딩을 더해 우아한 여성으로 에로틱하게 변신했다(Doonan, 2019). 더욱이 가발, 속옷과 드레스 등의 여성배역의 의상을 남성배우의 인체에 정확히 맞도록 디자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는 것으로 보아 젊은 남성배우와 의상을 통해 여성의 곡선적인 신체 표현에 집중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Fact sheet, n.d.).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무대의상은 먼저 가슴과 엉덩이에 패드를 넣고, 또한 그들의 가슴과 성기에 붕대와 같은 각종 끈 등으로 감아 인공적인 가슴골을 만들기도 했으며, 인체 위에 코르셋, 후프, 파팅게일, 파니에 등의 보정속옷을 올려 여성의 신체 곡선 라인을 노골적으로 모방하여 만들었다. 그 뒤, 기부 받은 러프 및 절개 장식 소매 등으로 된 매우 화려한 당대 귀족 여성의 의상<Fig. 2>에 보석 등의 장식과 화려한 색과 문양의 천을 덧붙여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과장된 형태에 더욱 정교하고 화려하게 장식한 옷을 착용하여 비록 무거워 신체적인 움직임은 억제했지만 장엄하고도 화려한 드랙을 통해 에로틱한 힘의 절정에 있는 성숙하고도 우아한 여성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Doonan, 2019).
이 같은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드랙에 대한 사적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글로브 극장의 셰익스피어 극단 공연에서는 <Fig. 3>과 <Fig. 4>와 같이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Fact sheet, n.d.), 무대의상에 있어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드랙에 대해 정리하자면 전형적 요소로 여성의 신체라인 및 당대 귀족 여성의상의 실루엣을 패딩과 붕대, 보정속옷 등을 이용하여 노골적으로 모방한 뒤 안 그래도 화려한 귀족 여성의 의상 위에 화려한 색과 문양의 소재와 보석장식 등을 겹겹이 덧붙여 화려하게 장식되어 과장된 형태의 옷을 착용함으로써 우아하고 성숙한 여성으로서 관능적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Fig. 4>는 오필리어가 미쳤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반소매 원피스의 네크라인을 깊게 파서 남성배우의 단단한 팔과 가슴 털을 오히려 노출한 것으로, 이는 여성배역의 부정적인 특징들을 표현하기 위해 전형적 요소로 여성의 신체 곡선 라인 및 당대 귀족 여성의상의 실루엣을 직접적으로 우선 과장되게 모방한 뒤 이와 더불어 남성성을 함께 모순되도록 표현하여 성의 불완전성을 부여함으로써 희화화하여 유희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였다는 특징을 바탕으로 재해석하여 계승한 것이다.
(3) 분장
당시에는 창백한 피부에 붉은 볼과 작은 입술, 금발을 가진 여성이 아름답다고 평가받음에 따라 <Fig. 5>와 같이 백색 피부에 그린 작고 붉은 입술, 족집게로 정리하여 얇은 아치형이나 수평의 눈썹, 광대를 강조하기 위해 사선으로 표현된 볼터치 등 당대 상류층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화장법을 그대로 모방하여 백색 화장에 붉은 볼과 입술, 금발의 가발을 통해 아름다운 젊은 여성으로 변신하였는데, 이처럼 여성을 연기하는 남자배우에게 백색 화장은 창백한 피부를 주었지만, 납 독성분에 중독되어 젊은 나이에 사망하게 했다는 기록에 따라 과도한 백분 화장을 짐작케 한다(Doonan, 2019). 때로는 과도한 백분 화장 위에 보석류의 장식과 으깬 진주나 은가루를 올려 반짝이는 극적 효과를 연출하기도 하였다(Fact sheet, n.d.).
정리해보면 분장에 있어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드랙은 <Fig. 6>과 같이 전형적 요소로 당대 미인상을 기반으로 한 귀족 여성의 화장법과 헤어스타일링을 모방하기 위해 가발과 과도한 백분 화장에 붉은 입술과 볼 터치로, 때로는 보석류의 장식과 으깬 진주나 은가루를 덧붙여 극적으로 에로틱한, 성숙한 여성을 표현함으로써 관능적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여성배역의 부정적인 특징들을 표현하기 위해 우선 전형적인 요소인 당대 미인상을 기반으로 한 귀족 여성의 화장법을 따르는 다른 여성배역과는 달리 <Fig. 7>과 같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모방한 뒤에 그로 인한 옅은 백분 화장 위로 드러난 수염의 노출이라는 남성성을 모순되도록 나타냄으로써 성의 불완전성을 부여해 희화화하였다.
Ⅲ. 동양 전통극에 나타난 드랙의 표현
동양에서는 남녀 복식의 구별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성매매 혹은 피신 등과 같은 이유로 여장을 했다는 고대 중국사와 일본사의 기록을 통해 여장의 기원을 확인할 수 있으나,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드랙과 같이 역사적 드랙의 사례는 동양의 공연예술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키는 유교적인 사회적 가치관으로 인해 여성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금기시 하였고, 그로 인해 남성이 여장을 하고 무대에서 여성의 역할을 수행했다(Doonan, 2019). 따라서 동양 전통극에서 나타난 드랙의 표현 특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중국 전통극인 경극과 일본 전통극인 가부키에서 나타난 드랙의 표현 특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드랙의 정의에 따라 연기, 무대의상, 분장으로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1. 경극 – 단(旦)
중국의 수도 북경을 중심으로 발달한 창극이라하여 ‘베이징 오페라(Beijing Opera)’라고 알려진 경극(京劇, Peking Opera)은 음악, 시, 창, 무용, 무술, 곡예 일체를 포함하고, 극본과 연기, 의상, 분장, 소도구 등 다채롭게 예술적 요소를 결합한 총체적 종합 공연예술이자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극으로 18세기말 청나라 지방 희극에 북경의 문화와 언어를 결합하여 발전시킨 것이다(Wang, Lee, & Chen, 2020). 특히 청대 건륭 황제의 통치기간(1736∼1795)에 경극은 본격화되어, 오늘날의 경극과 같이 정착된 것은 청대 중후기로 경극만의 고유한 틀을 구축하였고, 이후 19세기 중후반 청대 말기에는 최고의 전성기를 자랑하며 극단의 유파 혹은 배우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무대를 재해석하기도 했지만, 전통적인 연출양식은 지금까지도 유지되어 내려오고 있다(Xu & Suh, 2016).
경극은 대체로 명대 이전의 역사나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이 많으며, 그 밖에도 민간설화, 영웅담, 연애담에서 취재한 것들을 가지고 극의 양식에 맞춰 연출한 것이다(Yim & Kim, 2018). 그렇게 연출과정을 거듭 거치게 되면서 극중의 인물들은 정형화된 형상을 갖게 되었고, 연령, 성별, 특징, 성격에 따라서 세분화되어 4대 배역으로 생(生), 단(旦), 정(淨), 축(丑)이 설정되었다(Wang et al., 2020). 이를 ‘4대항당(四大行當)’이라고 하며, 남자역할을 생, 여자역할은 단, 강한 성격을 지닌 인물은 얼굴에 검보(臉譜)라 불리는 분장을 하여 정, 희극적 인물은 축이라 칭한다(Yim & Kim, 2018). 배역은 배우의 성격과 경험, 소질을 고려하여 정해지는데, 전통적으로 배우는 여러 배역을 맡지 않으며 평생 동안 하나의 배역만을 연기한다(Xu & Suh, 2016).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까지 여성들은 봉건윤리 규약상의 정결을 이유로 배우가 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됨에 따라 연극 단원은 모두 남자배우들로 구성되었고, 여성배역인 단의 경우 여자처럼 생긴 남자배우가 맡아 여장을 하고 연기하였다(Doonan, 2019). 이 배우들은 비록 남성의 몸이었지만 정형화된 경극의 양식에 따라 여성으로 변신하여 연기함에 따라 관객들에게는 온전한 여성으로 보일 수 있었다.
경극은 일정한 양식을 가진 정형적 예술로서 엄격한 원칙들로 하여금 기교와 격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각각의 동작 표현마다 양식화가 이루어져 연기에 있어 고정된 격식을 부여한다(Wang et al., 2020). 이에 따라 배우들은 어릴 때부터 극단에 들어가 본인이 맡은 배역에 대한 양식화된 동작을 오랜 세월 동안 훈련받아 연기하였고, 관중에게 본인들이 맡은 배역의 성별을 확인시키기 위해 단을 맡은 남성배우 역시 여성처럼 연기하는 법을 오랜 시간 동안 철저하게 익혀 양식화된 버전의 여성성을 계승하였다(Doonan, 2019).
과장되게 높은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무용은 단 연기의 토대가 되었고, 남성배우의 몸은 여성의 몸처럼 날씬하고 유연하지 못하지만 여성의 부드럽고 우아한 특징적 자세와 동작에 대한 모방으로 그러한 한계를 보완하려 했다. 당시에는 여성이 손을 드러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길이가 긴 덧소매인 수수(水袖)가 달린 옷을 입음으로써 그러한 관습을 모방하였는데, 긴 소매를 살짝 걷고 손을 드러내 보여주는 여러 손가락 기술로 여성의 의도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단의 손은 양식화된 긴 소매와 손가락 기술로 중요한 표현 수단이 되었고, 관습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을 모방한 후 오히려 어김으로써 본래 여성의 손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되었다(Doonan, 2019).
정리해보면 연기에 있어 경극의 드랙은 철저히 양식화되었고, 전형적 요소로 여성의 여러 부드럽고 우아한 자세와 동작, 그리고 관습을 과장되게 높은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무용을 기반으로 모방하며, 오히려 관습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을 모방한뒤 어김으로써 발현되는 관능성을 통해 미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역인 단에는 나이, 성격, 신분에 따라 크게 정숙하고 단아한 여성상을 연기하는 지위가 높은 부인 역의 정단(正旦), 활발하고 요염한 젊은 여자역이라 교태를 부리는 연기가 요구되는 화단(花旦)과 처녀 역인 규문단(閨門旦),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겸비하고 있는 무예에 능한 여걸 역의 도마단(刀馬旦)과 무단(武旦), 그리고 노년의 여자역으로 경극에서 가장 사실적인 연기를 하는 노단(老旦)으로 구분된다(Lee, 2004).
경극의 의상은 청 왕조 시대에 모양을 갖췄지만, 주로 명나라의 일상복<Fig. 8>을 기본 형태로 하고, 역대 복식의 요소들을 종합해 극에 맞춰 정형적으로 양식화하여 창조된 것으로 완전한 고증이 아니다(Yim & Kim, 2018). 전술한 바와 같이 대다수 경극이 역사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점차적으로 범주화된 배역의 특성과 의미를 전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의상의 형태도 고정되고 정형화될 수 있었다(Xu & Suh, 2016). 즉, 경극 의상은 연기 양식화의 파생물이며, 다시 경극 의상의 정형성은 연기 양식화를 강화해준다. 이러한 경극 의상은 망(蟒), 피(帔), 고(靠), 습(褶), 그리고 의(衣)로 분류된다(Tan, 2011).
망은 황제, 황후 등 신분이 높은 역할이 착용하는 예복으로 포(袍)의 형태를 가지고, 배역의 성별에 따라 남망(男蟒)과 여망(女蟒)으로 구분된다(Xu & Suh, 2016). 남망과 여망은 대체로 유사하지만, <Fig. 9>와 같이 형태에 있어 무릎길이의 여망은 발을 덮는 길이의 남망보다 길이가 짧아 그안에 착용하고 있는 치마를 볼 수 있다. 또한, 여망은 남망과는 달리 구름 모양의 어깨 덮개 장식인 운견(雲肩)과 매듭을 맺어 색실로 술을 드리운 장식인 유소(流蘇) 등 장식적인 부속품과 같이 착용하여 여성스러움을 강조한다(Wang et al., 2020). 피는 주로 제왕이나 고급관리 및 그 가족이 착용하는 장포(長袍) 형태의 평상복으로 남성의 피는 신발까지 오는 길이이며, 여성의 피는 무릎까지 오는 길이로 여망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 착용하고 있는 치마를 볼 수 있어 길이에 따라 성별 구분이 가능하다(Tan, 2011). 고는 갑옷의 형태와 유사한 무사용 경극 의상이다(Wang et al., 2020). 기본 형태는 남성의 고와 유사하나, 여성고<Fig. 10>에는 운견과 표대(飄帶)를 둘렀다(Shin, 2010). 표대는 겉옷의 섶 여밈이 맞닿는 허리띠 부분에 조각조각 덧붙여 늘어뜨린 칼처럼 끝이 뾰족한 모양으로 된 천을 가리키는데, 여성의 고에 장식된 표대는 색색의 색동으로 2단 혹은 3단으로 되어 마치 치마와 같으며 움직일 때마다 아름다운 동작을 연출한다(Yim & Kim, 2018). 습은 귀천, 빈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평상복으로 남성용 습의 길이는 발을 덮지만 여성용 습은 무릎 길이로 그 안의 치마를 볼 수 있다(Tan, 2011). 또한, 남성용 습은 직령교임포(直領交袵袍)의 일종인 대사령(大斜领)의 앞섶을 오른쪽으로 여미며, 왼쪽 트임이 있는 것과는 달리, 여성용 습은대금(對襟)형에 해당하는 짧은 차이나 칼라 형태의 소입령(小立领)이며. 좌우 양쪽에 허리부터 아래로 트임이 있어 이 또한 치마를 강조한다(Shin, 2010). 의는 망, 피, 고, 그리고 습을 제외한 속옷부터 겉옷까지 필요한 모든 옷으로 매우 다양하다(Yim & Kim, 2018).
복식에 있어 문양은 상징성이 강한 요소로 경극 의상에 있어서도 성별은 물론 직급에 대한 표현을 문양장식의 과장된 사용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정한 자연, 동물, 식물, 문자 등의 문양을 특정한 인물로 양식화하여 지정해 놓았다. 대표적으로 황제는 용과 함께 해수(海水)와 붉은 해의 문양을 사용하고, 문관은 날짐승(飛禽)의 문양으로 무관은 길짐승(走獸)의 동물문양으로 표현한다(Wang et al., 2020). 반면에 황후는 예로부터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문양이자 길상과 사랑을 상징하는 봉황을 문양장식으로 사용하였고, 다른 단 역할의 의상에는 온화함과 아름다움, 순결과 사랑을 상징하는 연꽃, 모란 등 대부분 꽃문양과 함께 구름, 석류, 복숭아, 버드나무 잎, 나비 등 주로 식물무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매우 다채롭고 화려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Yim & Kim, 2018).
경극 의상에서 색채는 남녀 역할 표현에 있어 차이는 거의 없어 구분이 어려우나 인물의 성격이나 지위, 그리고 연령에 대한 정보를 표현한다. 중국 전통사상을 기반으로 한 색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황색이 지위가 가장 높고, 이어서 흑색, 적색, 녹색의 순으로 단 역할의 남편 지위에 따라 표현되며(Wang et al., 2020), 나이가 어린 단 역할인 경우 채도가 높은 선명한 색에 강렬한 색채대비로 관객의 시각을 자극하는 반면에, <Fig. 11>과 같이 노단의 경우 단순하고도 명도와 채도가 낮은 혼탁한 색을 상징적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무대의상에 있어 경극의 드랙에 대해 정리하자면 남녀 역할 표현에 있어 극적 차이는 없으나, 여성을 상징하는 문양에 무릎길이로 된 상의를 착용하여 치마를 보여주거나 치마형태의 색동 표대를 두르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타이트한 품에 띠를 두르기도 하여 여성의 가냘픈 허리 부위를 표현하였으며, 넓은 남성복 옷깃과는 달리 작고 짧은 옷깃을 사용하는 등 색과 문양, 디테일을 통한 여성의 전형적인 상징성의 극대화를 통해 매력적으로 나타냈다. 반면에 노단이라 하여 나이든 여성의 경우 선명한 색채의 강렬한 대비가 나타나는 다른 여성역할들의 의상과는 달리 혼탁한 색을 단순하게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색의 상징을 통해 성적 매력을 거두어 표현하였다. 결국 경극 의상의 드랙은 사실적이 아니라 상징적인 원리 아래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청대의 화장의 특징은 <Fig. 12>와 같이 화려하지 않으면서 수려하고 청아함을 중시하여 그동안 성행했던 붉은 연지화장(홍장紅粧)이 차츰 사라지고, 흰색의 백분 뿐이었던 것도 점차 여러 색의 색분이 나타남에 따라 이마, 코, 턱만 백색으로 처리하여 자연스러운 피부색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가늘며 완곡하게 그려진 짙은 눈썹화장과 버드나무 잎같이 눈꼬리만 살짝 올린 가늘고 작은 눈, 얇은 윗입술에 작고 요염한 원형의 아랫입술로 본래 입술보다 작은 앵두 입술을 그려 꽃 장식없이 단아하게 표현하였다(Park, 2010).
경극에서 단은 극 중 인물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가면을 쓴 것처럼 진한 전통화장인 검보를 하는 정과 축과는 달리, 생과 함께 인물의 얼굴 위에 연지를 바르고 눈 화장으로 눈썹과 눈꼬리를 위로 치켜세워 그리는 등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화장인 준분(捘粉)을 <Fig. 13>과 같이 한다(Zho & Kim, 2015). 먼저 백옥 같은 하얀 피부표현을 위해 얼굴에 백분을 과하게 칠한 뒤, 눈 주위를 붉게 연지를 바르는데 이는 고대부터 눈은 인간의 성정을 나타내는 부위로 이를 붉게 표현함으로써 혈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Ahn & Koh, 2012). 때문에 정단은 분홍빛인 반면에 화단은 더욱 붉은 빛이 강하도록 진하게 표현된다. 또한 눈을 통해 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눈이 크게 보일 수 있도록 과장하는데, 이는 먹을 사용하여 눈매 전체를 선으로 그려 강조하며, 특히 버드나무 잎같이 눈꼬리는 살짝 올라가도록 그려준다. 하얀얼굴 위에 눈썹은 먹으로 가늘고 완만한 곡선으로 비스듬하게 올려 그려 강하게 표현한다. 입술은 당시 유행하던 화장법과 마찬가지로 본래 입술보다는 작고 붉은 앵두 입술로 그려주어 전형적 미인으로 묘사한다.
이렇게 단은 생과 마찬가지로 준분을 하지만 단의 분장만이 가지는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아름다운 여성의 갸름한 얼굴형을 만들기 위해 얼굴 양 측면에 긴 머리카락을 직접 먹으로 그려주고 그 위에 미인을 상징하는 꽃모양의 장식을 붙인다(Doonan, 2019).
정리해보면 분장에 있어 경극의 드랙은 당시 유행하던 화장법과 차이가 있으며, 전형적 요소로 전통적 미인상을 모방하기 위해 과하게 백분 화장을 하고, 붉은색 입술과 함께 먹을 사용하여 끝이 치켜 올라간 눈매와 눈썹을 진하게 그려주어 강조하며, 볼터치 보다는 눈 주위를 붉게 표현하여 극적으로 과장되게 나타나는데, 특히 얼굴의 양 측면에 긴 머리카락을 그리고 그 둘레에 꽃 장식을 올려 이상적인 미인의 갸름한 얼굴형을 표현함으로써 상징성의 극대화로 관능적인 미인으로 그려낸다. 반면에 노단의 분장<Fig. 14>은 백분 화장과 붉은 연지 화장을 거의 하지 않으며, 나이든 정도에 따라 주름과 머리색을 흰색이나 회색으로 오히려 사실적으로 표현함에 따라 다른 단 배역 분장들의 상징적 극대화로 인한 여성적 표현과는 달리 상징적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여성적 표현을 하지 않는다.
2. 가부키 – 온나가타(女形)
가부키(歌舞伎)란 문자 그대로 노래(가歌), 춤(무舞), 연기(기伎)를 뜻하나, 어원은 한쪽으로 기운다는 뜻의 가부쿠(かぶく)에서 유래한 것으로 평범한 상태가 아닌 상궤를 벗어난 유별난 것, 기이한 행동, 색다른 풍속이라는 의미로 독특한 양식적 연극인 가부키의 특징을 나타낸다(Kim, 1997). 또한 가부쿠는 유행의 첨단을 이끄는 머리형과 복장 등의 현상적인 면이라는 뜻으로도 널리 이용되는 말로 가부키 양식이 에도시대의 유행을 선도한 풍속이라는 역사적 내용과도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Lee & Kim, 2003).
에도 초기 가부키는 온나가부키(女歌舞伎)라 하여 원래 여자들의 가무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 무대 연희였으나, 막부 정치가 안정됨과 동시에 여배우들이 매춘과 연관되며 풍속을 문란 시키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1629년에 여자의 출연을 금지시키고, 대신 새로 미소년들의 와카슈가부키(若衆歌舞伎)가 등장하였다(Kim, 1997). 에도시대에 관례하기 전의 남자라는 ‘와카슈’의 뜻과 같이 12~15살 정도의 미소년으로 이루어진 가부키를 와카슈가부키라고 부르고, 여성배역은 특히 매력적인 젊은 남성들에게 주어지며, 동성애를 배경으로 번영하게 되었다(Lee & Kim, 2003). 그러나 이 역시 동성애라는 풍기상의 폐해로 1652년에 금지된 후, 1653년 성인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야로가부키(野郎歌舞伎)로 대체되며, 현재 가부키의 출발점이 되었다(Lee & Choi, 2007). ‘야로’는 성숙한 남성이라는 말로 야로가부키는 성인남자만으로 한정하는 조건으로 상연되었고, 그 형태는 와카슈가부키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배우들의 무대 활동기간이 늘어나자 용모에 의해 얻는 사회적 인기보다는 연기에 의한 지지를 얻을 필요성이 커지며 가부키의 양식적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다(Lee & Kim, 2003). 즉, 온나가부키에서 와카슈가부키로, 그리고 야로가부키를 거치면서 가부키는 남자가 여자역을 맡는 온나가타(女形/女方)가 생겨나며 독특한 양식의 연희로 발달하였고, 온나가타를 성인남성이 연기를 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지나친 양식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Kim, 1997). 이에 온나가타가 지켜야 하는 몸짓, 의상, 화장 등에 대한 규칙들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Doonan, 2019).
성인 남성들이 여성배역을 연기함에 따라 가부키만의 양식화된 여성성의 장르로 온나가타가 확립되었고, 신체구조가 다른 성인의 남성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여성과 같이 보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일상생활에서까지 여성처럼 살았으며, 양식에 숙련된 배우로서 능숙한 몸짓과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Doonan, 2019). 온나가타의 조건으로는 아름다운 용모는 물론 목소리, 서 있는 모습 등이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당대 여성들이 지켜야 할 소양과 금기사항에 대한 교훈서인 「여대학女大學」 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온나가타의 모습도 그 원칙에 따라 높고 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애교를 떠는 온순한 여성으로 양식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Lee & Kim, 2003).
온나가타는 소맷부리 밖으로 손목을 내밀지 않는다든가(Kim, 1997), 손가락의 모양이 작고 가늘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동작을 양식화하여 훈련하였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도 손바닥을 겉으로 향하게 해서 성적 매력을 생기게 하는 반면에, 늙은 여성의 역할은 반대로 손바닥을 안으로 손가락을 굽혀 가리켜 표현했다고 한다(Lee & Kim, 2003). 심지어 무릎을 떼지 않고 걷기 위해서 훈련하였고, 반드시 상대 남자배역보다 키가 작게 보이기 위해 무릎을 구부린다거나 원근법을 이용하여 무대에서 남자배역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았으며(Kim, 1997), 서 있을 때는 항상 객석으로 향해 있는 쪽의 발을 앞으로 내는데 그것은 남성 신체의 중요한 부분을 한쪽 발로 숨기기 위해서였다(Lee & Kim, 2003). 막부는 온나가타가 불러일으키는 성욕의 원흉이 머리카락에 있다하여 배우들에게 앞머리를 밀어내는 머리를 하도록 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머리카락은 성적 매력을 표현하는 부위이며(Doonan, 2019), 이에 앉는 동작을 할 때에는 손을 아래로 짚어 머리 길이를 강조하여 여성스럽게 보이게 했다(Lee & Kim, 2003).
정리해보면 연기에 있어 가부키의 드랙은 철저한 양식미가 특히 강조되며, 현실의 여자를 모방한다기보다는 전형적인 요소인 관습에 따라 여성스럽기 위한 극도로 과장된 자태와 기교를 통해 온순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성상의 표현으로 여성 이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들은 남성 혹은 여성배역을 맡고, 결코 남성과 여성 두 배역을 동시에 맡지 않았다(Doonan, 2019). 여자배역인 온나가타는 신분, 연령, 직업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크게 젊은 온나가타라 하여 어린 여자아이, 기생인 게이샤, 귀인의 딸, 서민의 딸 등을 말하는 와카온나가타(若女形)와 요정의 여주인, 무사의 아내, 귀부인의 시녀 등과 같이 나이든 여성 역의 가샤가타(花車方)로 나눈다(Kim, 1997). 늙은 여성은 후케온나가타(老女形)라 하고 특히, 악녀는 아쿠바(悪婆)라 하며, 일반적으로 온나가타는 늙은 여성이나 악녀 역을 맡지않으려 했는데, 이는 늙은 여성 역할을 하면 성적 매력을 잃고, 악녀를 하면 관객의 동정을 잃기 때문이었다고 한다(Lee & Kim, 2003).
가부키에 사용된 의상은 남녀배역 모두 발목까지 혹은 더 내려오는 길이의 직령교임포로 길고 넓은 소매를 특징으로 하고, 허리띠인 오비(帶)를 둘러서 착용하는 원피스 형태의 기모노(着物)이다. 가부키의 극적효과를 위해 사용되는 기모노의 종류로는 후리소데(振袖)와 우치카케(打掛)가 있는데, 후리소데는 에도시대까지만 해도 남녀 모두가 착용했던 염색과 자수 등의 호화로운 무늬가 특징인 예복이고, 우치카케는 단순한 겉옷이었으나 점차 화려해져 에도시대부터는 혼례의상으로 착용되었으며 무늬 전체가 하나의 그림을 이루어 마치 자연풍물이 펼쳐지는 것 같은 가장 화려한 기모노이다(Lee & Choi, 2007).
온나가타의 의상<Fig. 15>은 남성배역의 과장된 형태의 기모노와는 달리 타이트한 품으로 착용함으로써 늙은 여성과 여자아이 역할을 제외하고는 몸에 꼭 맞게 입어 남성보다 작고 여리게 표현한다(Kim, 1997).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배역의 의상일수록 전체 길이는 길어졌으며(Lee & Choi, 2007), 길이는 기모노단이 왜나막신인 게타(下駄)에 약간 걸쳐지거나 더 내려와 바닥에 끌릴 수 있도록 하였고, 특히 기녀의 의상은 더욱 타이트한 품에 길이를 길게 함으로써 여성스러운 신체 라인 표현은 물론 더불어 종종걸음으로 걷도록 하여 요염하게 표현한다(Lee & Kim, 2003). 더욱이 10인치 높이의 검은 칠기로 된 게타를 신도록 하여 등을 휜 채 매 걸음마다 8자 오리걸음으로 걷게 하였는데, 이처럼 의상을 통해 여성스럽고 나긋나긋한 자태의 표현이 가능토록 하였다(Doonan, 2019).
또한, 온나가타는 기모노 깃을 뒤로 빼 목덜미를 보이게 하거나, 앞섶을 조금 들어 올린 뒤 오비의 위치를 높여 조금 비스듬히 매는 방식으로 기존의 착장방식에 약간의 손질을 가함으로써 성적으로 매력적인 신체부위인 뒷모습의 노출과 전체의 맵시를 요염하게 하는 ‘깃 젖혀 입기’라는 색다른 착용법을 창출하기도 하였다(Lee & Kim, 2003).
전술한 바와 같이 극적 효과를 위해 화려한 기모노인 후리소데와 우치카케를 착용했으므로 남녀구분 없이 염색과 자수 등에 의해 호화로운 무늬가 새겨진 의상을 볼 수 있다. 또한, 가부키 의상의 문양도 그 상징성을 기반으로 극 중 인물의 성별, 신분 등을 나타내었는데, 지위 높은 와카온나가타의 경우에는 황실을 상징하는 꽃인 국화문양을 사용하였고, 그 밖에 온나가타의 의상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매화, 벚꽃, 그리고 여름을 상징하는 등나무 꽃과 같이 계절별 속성을 상징하는 다양한 꽃문양 등을 주로 새겨 넣어 여성성을 꽃에 비유해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Lee & Choi, 2007).
문양과 같이 가부키 의상의 색상을 보면 화려하고 선명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색상의 상징성을 활용하여 극 중 인물의 신분과 성격, 나이 등 그 특징을 표현하며, 특히 기녀와 신분이 높은 여성일 경우 성적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 더욱 화려하고도 호화로운 색상을 사용했다. 반면에 늙은 여성 역의 후케온나가타<Fig. 16>나 악녀 역의 아쿠바<Fig. 17>의 의상에는 흰색과 회색, 검정색 등 무채색을 주로 사용하여 단순하게 표현하였다.
따라서 무대의상에 있어 가부키의 드랙에 대해 정리하자면 남녀 역할 표현에 있어 극적 차이는 없으나, 의상의 경우 품이 좁고, 뒤가 끌릴 정도로 긴 길이의 기모노단에 폭이 넓은 띠를 비교적 높은 위치에 비스듬히 매어 깃을 뒤로 젖혀 뒷목덜미를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뒷모습이라는 에로틱한 신체 부위를 강조하였다. 더욱이 높은 나막신을 신겨 걸음마다 등을 휜 채 옷자락을 질질 끌며 나긋나긋한 걸음으로 걷도록 하여 여성스러운 자태표현의 극대화로 에로틱한 여성으로 나타냈다. 반면에 늙은 여성과 악녀의 경우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에 호화로운 꽃문양을 사용하는 다른 여성역할들의 의상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형태에 띠 위치는 낮아 표준에 맞춰 깃을 젖혀 입지않으며, 무채색으로 문양을 단순하게 표현함으로써 에로틱한 관능미를 제거하였다. 결국 가부키 의상의 드랙은 현실적 여성의 재현이 아니라 연기에 있어 여성성의 표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실제 여성보다도 여성스럽게, 남자가 본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을 창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가부키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그 착장 방법은 오히려 역으로 <Fig. 18>과 같이 일반 여성들이 모방하여 일상 속에서 재현하며 유행되었다(Lee & Kim, 2003).
가부키 분장은 배역의 성별과 나이, 신분 등 그 특성에 따라 양식화되어 나타나는데, 흰색, 차색(茶色), 붉은색, 푸른색 네 가지를 기본색으로 하며, 공통적으로 우선 얼굴에 바탕색을 발랐고, 대체로 백분을 진하게 칠해 하얗게 하였다(Lee & Choi, 2007). 진하게 백분을 바른 것은 조명이 충분하지 않아 어두웠던 에도시대 무대의 한계를 보충하려는 극적 효과상의 이유도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흰색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여기는 색에 대한 미의식과 관련되어 있다(O, 2006). 때문에 남녀 구분 없이 고귀한 자는 하얗게 백분화장을 하였고, 신분이 낮거나 나이든 사람은 백분과 숫돌가루인 지분(砥粉)을 섞어 차색으로 어둡게 표현하였다(Lee & Choi, 2007). 이렇게 얼굴 바탕색을 칠한 후에는 먹으로 극적 효과를 위한 눈 크기 확장과 함께 눈썹, 입술을 그리는 것이 배역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나타난다(O, 2006). 남자배역은 색선을 이용해 선악 구분 등 배역의 종류와 성격을 표현하는 구마도리(くまどり)라는 특유의 화장법을 하는 등 그 특징에 따라 분장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반면, 다른 남자배역과는 다르게 젊은 미남과 온나가타의 화장은 시로누리(シロヌリ)라 하는 단순한 백분화장으로 아름다움의 표현에만 집중한다(O, 2006).
온나가타의 화장은 먼저 눈썹을 지우고, 얼굴과 목덜미, 가슴, 그리고 손까지 백분으로 하얗게 발랐다(Lee & Kim, 2003).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흰색에 대한 미의식을 바탕으로 한 표현으로 연기와 무대의상과 함께 성적 매력을 통한 이상적 여성상을 만들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즉 무대의상과 함께 화장도 성적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특히 뒷모습을 중시했으며, 때문에 백분으로 얼굴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하얗게 칠했다(Lee & Choi, 2007). 또한, 연기에 있어 작고 가늘어 보이기 위해 에로틱한 손동작을 하는 것처럼 손까지 하얗게 분장함으로써 성적 매력을 더욱 고조시켰다(Lee & Kim, 2003).
여러 번 흰 분을 바른 다음 눈을 크게 보이기 위해 눈가와 입술에 붉은 연지를 바르고 눈썹을 그리는데, 눈썹은 먹으로 부드러우면서 가늘고 곡진 선을 그려 아름다운 여성으로 표현하고, 입술과 눈 밑에 눈꼬리 쪽으로 붉은 색을 사용하여 성적인 매력을 표현하였다(Lee & Choi, 2007). 앞서 경극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눈은 인간의 성정을 나타내는 부위로 눈썹화장은 감정과 결부되어 여성배역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얇고 곡진 눈썹이 아름답다 하여 눈썹을 정리한 뒤 하얀 백분 위에 먹으로 따로 그린 반면에 늙은 여성과 악녀의 경우 나이 들고, 감정을 감추기 위해 눈썹표현을 제거했다(Yim, 2019). 한편, 붉은색은 피의 색으로 혈기왕성한 젊음, 성적 매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주로 입술과 눈 밑에 눈꼬리 쪽으로 붉은 색을 사용한 반면에 늙은 여성과 악녀의 경우 눈과 입술 화장 부위에 갈색이나 더 어둡게 하여 혈기와 성적 표현을 하지 않는다(Lee & Choi, 2007). 입술도 백분으로 숨긴 뒤에 앵두같이 작은 입술이 아름답다하여 정말 조그맣게 붉은색으로 그려 온나가타를 더욱 여성스럽게 연출하였다(Lee & Kim, 2003).
화장이 마무리가 되면 가발을 쓰는데, 시대나 계급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연출되고, 신분상의 격차를 머리 장식 등을 통해 과장되게 표현하기도 했으며, 특히 막부는 성욕의 원흉이 머리카락에 있다한 것과 같이 온나가타는 가발 좌우의 부풀린 부분인 빈(鬢)을 통해 풍성한 머리카락을 나타냄으로써 성적 매력을 표현하였다(Lee & Kim, 2003).
정리해보면 분장에 있어 가부키의 드랙은 백옥같이 하얀 피부와 풍성한 머리의 여성이 곱다는 전형적 기준을 바탕으로 <Fig. 19>와 같이 극적효과를 위해 짙은 백분 화장과 눈 크기 확장하기로 과장되었고, 얼굴은 물론 목덜미와 가슴, 그리고 손까지 하얗게 칠한 뒤 눈썹은 먹으로 가늘고 곡진 선을, 입술과 눈 밑에 눈꼬리 쪽은 홍색으로 그렸으며, 좌우가 부풀려진 가발을 통해 관능미를 부여했다. 이에 온나가타의 분장의 특징도 사실적인 표현이 아니라 성적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연기동작과 무대의상과 밀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자태 표현의 극대화로 관능적인 미인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늙은 여성<Fig. 20>과 악녀<Fig. 21>의 경우 얼굴 바탕색과 눈과 입술 화장 부위에 어둡게 표현하고, 눈썹을 표현하지 않으며, 주름과 상처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에 따라 에로틱한 관능미를 제거하였다. 결국 무대의상과 마찬가지로 온나가타의 과장된 분장과 머리형은 요염하고도 아름다워 이상적인 여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오히려 역으로 <Fig. 22>와 같이 일반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선풍적으로 모방하고 재현함에 따라 급속히 확산되어 백분화장과 색조화장이 에도시대에 이르러 더욱 진해졌고, 이렇게 전파된 화장은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흑치화장까지 더해져 점차 더 화려해지고 다양해졌다(Yim, 2019).
Ⅳ. 동양 전통극에 나타난 드랙의 표현 특성
1. 경극과 가부키에 나타난 드랙의 표현 특성
동양 공연예술의 역사적 드랙으로 대표성을 띠는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키는 양식성이 짙어 연기와 무대의상, 그리고 분장이 정형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연기에 있어 경극과 가부키의 드랙은 공통적으로 현실의 여자를 모방한다기보다는 전형적인 요소로 관습에 따른 이상적인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극도로 과장된 자세와 동작, 높은 목소리, 그리고 기교를 통해 관능적인 여성으로 보여준다. 다만, 경극은 여성에 대한 전통적 관습에, 가부키는 여성에 대한 성적 매력에 더욱 치중하여 표현 양식을 정형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대의상에 있어 경극과 가부키의 드랙은 공통적으로 남녀 역할 표현에 있어 극적 차이는 없으나, 경극은 색과 문양, 디테일을 통해 관습적으로 정형화된 여성에 대한 상징성의 극대화로 표현하고, 가부키는 에로틱한 신체 부위와 동작의 강조를 위한 착용을 통해 자태 표현의 극대화로 나타냈다. 따라서 경극과 가부키의 무대의상에 있어 드랙은 현실적 여성의 실질적 재현이 아니라 상징적·간접적 표현을 통해 이상적 여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장에 있어 경극과 가부키의 드랙은 공통적으로 당시 기존의 화장법과는 차이가 있으며, 전통적 미인상을 극적으로 모방하기 위해 짙은 백분화장을 한 뒤 그 위에 눈과 입술에 붉게 연지 화장을 하고, 먹을 사용하여 눈썹을 그려주었다. 물론 경극은 화장과 머리장식 등 분장에 있어 여성에 대한 상징성의 극대화를 특징으로 하고, 가부키는 에로틱한 분장 부위 강조를 통한 자태 표현의 극대화를 특징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으나, 결국 경극과 가부키의 분장에 있어 드랙도 사실적 표현이 아니라 관능적인 미인으로 상징적·간접적 표현을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경극과 가부키의 의상과 분장에 있어 남자배역에 따라 정형화된 양식에 비하면 단순하지만, 여자배역도 연령과 신분 등 그 특징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성적 표현의 정도에 의해 구분 된다고 볼 수 있다. 경극의 화단은 다른 여성배역들보다 더 상징적 표현을 강화한 반면에 노단은 여성에 대한 상징적 요소들을 제거한다. 또한 가부키에서 와카온나가타는 다른 여성배역들보다 관능적 부위와 자태 표현을 더욱 강조하는 반면에 후 케온나가타와 아쿠바의 경우에는 자태 표현에 있어 에로틱한 관능미를 제거한다. 따라서 공통적으로 늙은 여성에 대한 드랙은 오히려 상징적 표현보다는 사실적으로 표현을 한다거나 여성적 표현을 제거하여 중성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2. 동·서양의 드랙의 표현 특성 비교
드랙은 여성의 전형적인 요소를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되게 모방함으로써 관능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서양의 역사적 드랙으로서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드랙을 살펴보면, 연기에 있어서는 여성의 신체 곡선을 우아한 태도로 강조하여 모방하였고, 무대의상에 있어서는 여성의 신체 라인 및 당대 귀족 여성의상의 실루엣을 노골적으로 모방한 뒤 옷감과 장식 등을 덧붙여 화려하게 과장된 형태로 표현하였으며, 분장에 있어서는 당대 미인상을 기반으로 한 귀족 여성의 화장법과 헤어 스타일링을 모방한 뒤 극적 효과를 위해 보석 및 가루 등의 장식을 덧발라 우아하고 성숙한 여성으로서 관능적으로 나타냈다. 즉 서양의 역사적 드랙은 여성의 신체 곡선 라인과 당대 귀족 여성을 직접적으로 모방한 뒤 장식을 통해 극적으로 과장시킴으로써 귀족적 표현의 극대화로 화려하고 관능적인 여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동양의 역사적 드랙과는 차이가 있다. 전술한 내용을 통해 동양의 역사적 드랙은 현실적 여성의 실질적 재현이 아니라 전통적 관습에 따른 여성적 상징과 자태에 대한 상징적·간접적 표현의 극대화를 통해 이상적 여성을 나타내는데, 여기서 이상적 여성이란 실제 여성보다도 여성스럽고, 당시 유교사회 내 팽배했던 남존여비 사상을 바탕으로 남자가 본 여성의 순종적이고, 온순한 전통적 관념상의 이상적 여성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해보면 관념적으로 성적 표현을 보이고 전형적 요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은밀하게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동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술적 성적 표현에 있어 여성을 직접적으로 모방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서양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동·서양 모두 비록 표현하고자 한 여성의 전형적 요소에 있어 차이는 있으나 여성의 전형적 요소에 대한 극적 효과를 위한 과장을 통해서 서양은 우아하고 화려한 여성, 동양은 전통적 관념상의 이상적 여성으로 결국 관능적인 여성을 표현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Table 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반면에 동양의 역사적 드랙에서는 늙은 여성이거나 부정적 이미지의 여성의 경우 오히려 사실적·직접적으로 표현을 한다거나 양식화 된 여성적 표현을 제거하여 중성적으로 나타내는데, 서양의 역사적 드랙에서는 여성배역의 부정적인 특징들을 표현하기 위해 과장되어 만들어진 여성의 모습에 오히려 남성화된 개성이 드러나도록 하여 성적 모순성을 발생시킴으로써 진정한 여성성, 남성성 어느 한쪽도 갖추지 못한 성의 불완전성, 양성적 표현으로 여성을 희화화하여 유희적으로 나타내었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나타난 남성들만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시기에 극적 효과를 위한 여장남우의 여성성의 표현인 ‘드랙’에 주목하였고, 동·서양 무대 위에서 나타난 역사적 드랙에 대해 비교·연구함으로써 무대의상과 분장을 통해 나타난 극적으로 과장된 여성성의 동양적 표현 특성을 분석, 고찰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에 대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역사적 드랙은 공연을 위한 남자배우의 여장으로 정의되었고,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된 여성성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드랙의 표현 특성을 기반으로 발전된 개념의 ‘드랙 퀸’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드랙은 여성의 전형적인 요소를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되게 모방함으로써 관능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의 역사적 드랙으로서 엘리자베스시대 연극의 드랙을 살펴보면 여성의 신체 곡선 라인과 당대 귀족 여성을 직접적으로 모방한 뒤 장식을 통해 극적으로 과장시킴으로써 귀족적 표현의 극대화로 화려하고 관능적인 여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동양의 역사적 드랙으로 대표성을 띠는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키는 양식성이 짙어 드랙도 정형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경극의 의상은 색과 문양, 디테일을 통해 관습적으로 정형화된 여성에 대한 상징성의 극대화를 통해 표현하고, 분장도 화장과 머리장식 등을 통해 전통적 미인상에 대한 상징성의 극대화를 특징으로 관념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으로 나타냈다. 가부키의 의상은 여성의 에로틱한 신체 부위와 동작의 강조를 위한 착용을 통해 자태 표현의 극대화로 나타났고, 분장도 여성의 에로틱한 분장 부위 강조를 통한 자태 표현의 극대화를 특징으로 관능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으로 나타냈다. 따라서 경극은 여성에 대한 전통적 관습에, 가부키는 여성에 대한 성적 매력에 더욱 치중하여 표현 양식을 정형화하고 있긴 하나 경극과 가부키의 드랙은 현실적 여성의 실질적 재현이 아니라 상징적·간접적 표현을 통해 이상적 여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경극과 가부키를 통해 동양의 역사적 드랙은 관념적으로 성적 표현을 보이고 전형적 요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은밀하게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 표현에 있어 여성을 직접적으로 모방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서양의 역사적 드랙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동·서양 모두 비록 표현하고자 한 여성의 전형적 요소에 있어 차이는 있으나 여성의 전형적 요소에 대한 극적 효과를 위한 과장을 통해서 서양은 우아하고 화려한 여성, 동양은 전통적 관념상의 이상적 여성으로 결국 관능적인 여성을 표현함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늙거나 부정적 이미지의 여성의 경우 동양은 양식화 된 여성적 표현을 제거하여 중성적으로 나타내는데, 서양에서는 과장되어 만들어진 여성의 모습에 오히려 남성화된 개성이 드러나도록 하여 성적 모순성을 발생시킴으로써 성의 불완전성, 양성적 표현으로 여성을 희화화하여 유희적으로 나타내었다.
본 연구를 통해 역사적 드랙은 동·서양적으로 성적 표현의 차이를 보이며 다양하게 발전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으며, 동양 전통극에 나타난 드랙의 표현 특성을 도출함에 따라 의상과 분장을 통해 나타난 극적으로 과장된 여성성의 동양적 표현특성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록 동양과는 달리 서양의 역사적 드랙에 대한 자료 수급이 어려워 분석에 한계가 있었으나, 드랙의 동양적 표현 특성을 도출하는 본 연구를 통해 드랙이 더 이상 무대 위의 시각적 공연예술의 한 요소가 아니라 표현예술로 주목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드랙 연구에 있어 기초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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