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노그래피를 통한 시각장애인의 의복 경험 기반 유니버셜 디자인 제안
Abstract
The aim of this study is to use netnography to investigate visually impaired individuals’ clothing experiences and propose directions for universal fashion development. This study utilized 31 YouTube videos related to the clothing life of visually impaired individuals as analytical data. The script was transcribed using Naver Clova, and text mining and qualitative coding were conducted using Python 3.8 and the MAXQDA program. Analysis of visually impaired YouTubers’ vlogs clarified the differences in perspective regarding clothing between visually impaired and sighted individuals and revealed that visually impaired consumers prioritize functionality and practicality over clothing aesthetics. Furthermore, in exploring topics such as clothing purchase habits, utilization, management, and technological elements, this research highlights salient aspects of visually impaired individuals’ clothing experiences and underscores the need for design and technological enhancements to reflect these needs. Ultimately, aspects such as soft texture, convenient maintenance, the use of dark colors in design, offline stores and online accessibility, services supporting product identification, and the necessity of educational programs were identified as crucial for enhancing the fashion environment for visually impaired individuals. We anticipate that the study’s findings will be both academically significant and offer practically applicable in the fashion landscape, helping to enhance visually impaired individuals’ fashion experiences.
Keywords:
barrier free design, netnography, universal design, visually impaired, youtuber키워드:
장벽 없는 디자인, 넷노그래피, 유니버셜 디자인, 시각장애인, 유튜버Ⅰ. 서론
최근에는 한국 사회에서 시각장애인 판사, 국회의원, 그리고 앵커들의 두드러진 활약을 접하게 되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Ha, 2023; Jang, 2012). 이들은 전문직 역할 모델로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이 뛰어난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적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부여하였고, 시각장애인 유튜버들의 활발한 활동을 촉진하고, 대중들로 하여금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Kang, 2023).
시각장애인은 완전한 시각 기능을 갖지 못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저시력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직업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된다(Kim, Choi, & Lee, 2021).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의복 연구는 다른 장애인 사용자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다(Na, Kim, Kim, & Kim, 2012). 특히 후천적 시각장애인들은 색을 기억할 수 있고, 의상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므로(Ahn & Lee, 2007),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생활 및 의복 디자인 연구는 독립적인 관점에서 더 탐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은 연령이나 신체적 능력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환경을 디자인하는 개념을 의미한다(Goldsmith, 2000). 이 개념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건축물,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Rhee & An, 2008),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즉,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은 장애인을 위한 패션 디자인과 구분되며, 모든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연구 동향을 종합하면, 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류 디자인 연구와 서비스 개발 연구로 나눌 수 있었다. 의류 디자인 분야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류 디자인(Kim & Park, 2005; Na et al., 2012), 액세서리 디자인 교육개발(Lim & Kim, 2016) 연구가 수행되었고, 서비스와 관련된 측면에서는 옷장 시스템 개발(Lee, Hwang, Lee, Kang, & Lee, 2019)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디자인(Yang, 2016)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주로 문헌 고찰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하향식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Kim(2022)의 연구도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을 살펴보기 위해 문헌조사, 설문조사, 심층인터뷰 기법을 채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현실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유튜브 환경에서의 넷노그래피(netnography) 방식을 채택하였다. 넷노그래피는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의 행동, 의견, 경험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연구방법으로 (Kozinets, 2002), 실시간으로 시의성 있는 정보들을 송출하는 유튜브 환경에서 자료를 분석하는데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다양한 의류학 분야의 연구에서도 현상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데이터와 사용자 의견을 확보하기 위하여 넷노그래피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Heo & Lee, 2019; Kim & Lim, 2023).
본 연구는 시각장애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의복 경험에서 발생하는 주요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 의복을 개발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의복 디자인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그들의 삶의 질과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이론적 배경
1. 시각장애인의 의복 경험
시각장애란 객관적으로 시각과 관련된 인체구조(눈)와 기능(시지각)이 의학적으로 손상된 개인적 특성이다(Kim, 2010). 장애가 발생한 시기에 따라 선천적 시각장애와 후천적 시각장애로 분류된다. 출생 시점에 이미 발생한 선천적 시각장애와 달리, 후천적 시각장애는 3~4세 이후에 한순간에 발생하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생한다(Lim & Kim, 2016). Yang(2016)의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시각장애는 후천적 원인으로 발생하며, 질환이나 사고로 인한 비율이 전체 시각장애인 중 89.4%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시력장애인 기준은 저시력과 실명을 모두 포함하는데(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 중증 시각장애인은 좋은 눈의 시력(최대교정시력)이 0.06 이하이며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5도 이하로 남은 사람이다. 경증 시각장애인은 좋은 눈의 시력이 0.2 이하,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10도 이하로 남으며,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정상 시야의 50% 이상 감소,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 두 눈의 중심 시야에서 20도 이내 겹보임이 있는 사람이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시각장애인 등급 판정 기준에 따르면 가장 등급이 낮은 6급 시각장애인은 전체 시각장애인의 65.4%로, 좋은 눈의 교정시력이 정상일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경미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Kim, 2022).
Kim(2010)의 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외모관리를 통해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자 하는 심리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 Kim & Kim(2019)의 연구에서 시각장애 여성의 향후 방문 또는 지불할 의향이 있는 외모관리 활동을 조사한 결과, 패션용품 구매는 화장품 구매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였으며, Kim(2022)의 조사에서도 시각장애인 응답자의 대부분이 패션에 높은 관심도를 가졌고 유행 경향에 맞는 세련된 의복을 입고 싶은 욕구가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옷을 입을 때 옷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없어 의복을 착장하거나 구매할 때 타인이 도움이 필요하다(Yang, 2016). 시각장애인들의 의생활에 있어 의복의 정보 습득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높았는데, 의류의 구매 시 색상, 소재, 사이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자신의 촉각이나 타인들에게 의지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2022). 또한, 의류 생활의 특성상 모든 과정이 시각적인 정보로 이루어져 있는 관계로, 적절한 옷차림에 대한 기준을 알기 어렵다는 점도 불편한 요인으로 나타났다(Yi & Kim, 2018).
Kim & Cho(2017)은 1급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의복 행동에 대한 질적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1급 시각장애인들은 의복 구매시 시각적 인지와 쇼핑 장소로의 이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동행하며 제품의 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고 믿는 백화점이나 브랜드를 선호하였다. 둘째, 시각장애인들은 색상과 디자인을 인지하기 어려워서, 세트로 구성된 의복이나 이미 코디네이션이 된 옷, 특별한 코디네이션이 필요하지 않은 옷 등 시간이 적게 소요되고 입어보지 않아도 되는 제품들을 선호하였다. 셋째, 세탁과 의복 관리를 위한 인지 가능한 정보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Kim(2022)은 심층인터뷰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을 분석하였는데, 주요 논의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각장애인 응답자들은 유행하는 의복을 입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스타일, 실루엣 및 형태와 관련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타인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여 유행을 따르지 않는 의복을 구매하고 있다. 둘째, 착용 의복의 소재로는 주로 편안한 면 저지 원단을 선호하며, 구김이 적고 보풀이 생기지 않는 실용적인 소재를 선택하면서 부드러운 촉감을 중시한다. 셋째, 한 세트를 이루는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점자 또는 스마트 기기와 연계 가능한 태그로 입력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Kim, Cho, & Lee(2020)은 시각장애인의 의류색상 인지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 연구에서는 선천적 시각장애인과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색 인지 차이에 대해 설명하였다. 선천적 시각장애인들의 후천적 학습을 통해 색을 인지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인지하는 개념의 차이가 크고 추상적 개념으로 학습하므로 개인차가 존재하는 반면,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경우 과거에 색을 보았던 경험을 통해 색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그것에 의존하여 실명 후에도 색을 기억하기 위해 다른 사물이나 감각에 빗대 색을 인지한다고 설명하였다.
Yang(2016)는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에 대해서 크게 옷차림에 대한 어려움과 의류 구매에 대한 어려움이 수반된다고 하였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의류의 색, 재질, 사이즈, 세탁법을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옷 태그에 색이나 재질에 대한 점자 표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또한, 평소 의류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불편 요소로는 정보의 한계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의류 정보로 색상, 소재, 디자인 특징, 스타일, 가격, 사이즈 순으로 조사되었다.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외모관리를 통해 자신에 대한 만족과 존중을 얻고자하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이 옷을 선택하고 착용할 때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의복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문제 1에서는 시각장애 유튜버의 의생활 컨텐츠에서 나타나는 핵심 주제들을 파악하고 그 경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문제 2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의생활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들을 질적으로 유형화하고, 항목별로 구체적인 요소들을 도출하고자 한다.
- 연구문제 1. 키워드 분석을 통해 시각장애 유튜버의 의생활 관련 컨텐츠에 나타난 주요 주제들의 경향을 살펴본다.
- 연구문제 2. 시각장애인들의 의생활에 나타난 주요 이슈들을 유형화하고, 요구사항이나 장벽과 같은 구체적인 요소들을 도출한다.
2.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
1970년대를 전후로 장애인에 대한 패러다임이 재활(rehabilitation)에서 자립 생활(independent living)으로 전환되면서,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졌다(Kim et al., 2021). 재활 패러다임이 장애인의 개인의 신체적 및 심리적 요소를 회복시킴으로써 비장애인과 동일한 생활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반면, 자립 생활 패러다임에서는 일방적 복지서비스에서 벗어나 장애인 스스로가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수행하여 비장애인과 동일한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Kim et al., 2021). 따라서, 자립생활 모델에서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자립을 촉진하고, 장애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장애인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기보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접근가능하고 포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는 경향성을 가진 개념이 제시되었다.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Ronald L. Mace)는 1985년에 장애ㆍ비장애에 상관없이 모든 연령의 사람들을 위한 제품ㆍ건축ㆍ환경ㆍ서비스 영역의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에 대한 개념을 주창하였는데, 유니버셜 디자인은 일반적, 보편적, 전 세계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장벽 없는 디자인(Barrier free design), 통합 디자인(Inclusive design) 등과 함께 제시된다(Yun, 2018).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에서는 착용자를 둘러싼 사회 환경을 분석한 후, 착용자의 생활환경 안에서의 문제점이나 요구 사항을 추출한다(Rhee & An, 2008). 다양한 선행연구(Na et al., 2012; Paek & Chun, 2005)에서 유니버셜 디자인의 주요 요구 사항(원칙)에 대해서 공평성(equitable use), 사용상의 융통성(flexibility in use),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simple and intuitive use), 정보의 인지 가능성(perceptible information), 오류에 대한 포용성(tolerance for error), 물리적 노력의 최소화(low physical effort), 접근과 사용을 위한 크기와 공간(size and space)을 꼽고 있다.
Na et al.(2012)의 연구에서는 유니버셜 패션디자인을 개발하고 평가하기 위한 다섯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는 각각 공평성, 융통성, 안전성, 지원성, 접근성으로 구성되었고, 시각장애인 여성을 위한 캐주얼 의류 디자인에 적용되었다. 공평성이란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인지, 혹은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인지의 여부이다. 융통성이란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디자인 및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이며, 안전성이란 의복 착용 시 신체적, 심리적 보호감과 안정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것이다. 지원성이란 의복 착ㆍ탈의, 조정, 디테일(포켓, 지퍼) 사용의 용이성을 의미하며, 접근성은 의복의 맞음새, 앞뒤ㆍ좌우 구분, 기본 정보(색상, 소재, 사이즈) 및 세탁과 취급 방법에 대한 정보 습득의 용이성의 여부이다.
선행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 관련 패러다임 변화로 삶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장애와 비장애를 아우르는 포용적인 디자인이 요구되며 대두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고찰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유니버셜 패션에 관련된 선행연구를 고려하여, 연구문제 1과 2의 결과에 유니버셜 디자인의 시각을 더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패션 디자인의 진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 연구문제 3. 연구문제 1과 연구문제 2에서 도출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유니버셜 패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Ⅲ. 연구 방법
1. 자료 수집
시각장애인의 의생활과 영상은 총 31개로(2023년 8월 기준), 유튜버 업로드 영상 9건, 뉴스 및 시사분야 취재 영상 12건, 교육 관련 기타영상 10건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Table 1>과 같이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중심으로 분석하되,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을 고려하여 뉴스 및 기타 영상들을 부가적으로 활용하였다. 영상에서 시각장애인 응답자들이 자신의 의생활 관련 경험을 설명하는 부분들을 발췌하여, 추가 분석에 사용하였다.
시각장애인 유튜버로는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원샷한솔’과 ‘우령’이 대표적이다. 원샷한솔(김한솔)은 2019년에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여 구독자 682만 명(2023년 11월 기준)을 보유한 대표적인 시각장애인 브이로그 유튜버이다. 전맹이 아닌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 18세에 희귀병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Kang, 2023). 오른쪽 눈은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이며, 왼쪽 눈은 바로 앞에 물체를 가까운 둔 상태에서 윤곽 정도를 볼 수 있다(Lee, 2023). 우령은 2019년 ‘우령의 유디오’라는 채널명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였고, 140만명 구독자(2023년 11월 기준)를 보유한 시각장애인 브이로그 유튜버이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었으며, KBS 뉴스의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Hwang, 2023).
2. 분석 및 연구 절차
유튜브 영상에 대한 전사에는 네이버 클로바(Clova, 클로바노트)를 사용하여, 대상자의 발화를 문자로 옮겨 한글 파일로 저장하였다. 수집된 텍스트 자료에서 필요한 키워드 및 키워드 간의 연결을 알아보기 위하여, 텍스트 마이닝 실시하였다.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이란 대규모 텍스트로부터 의미있는 정보와 지식을 추출하는 정보 기술의 한 종류이다(Fan, Wallace, Rich, & Zhang, 2006). 이 과정에서 비정형데이터인 텍스트 데이터를 개별 형태소 단위로 분해(parsing)하고, 중복텍스트 처리, 문법적 오류 교정, 불용어 제거 등을 수행한다(Kim et al., 2021).
본 연구에서도 정제 과정에서 분석에 불필요한 조사, 어미, 감탄어구, 그리고 자료의 해석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일상적 용어들(오늘, 안녕, 하루 등)을 제거하였다. 동의어는 하나의 단어로 병합하였는데, ‘컬러/색상/색깔(색)’, ‘블랙/검정/검정색/까만색(검은색)’, ‘화이트/하얀색/하양(흰색)’, ‘글씨/글자/글/문자(텍스트)’, ‘모양(형태)’, ‘보이스(음성)’, ‘촉감(재질)’, ‘무늬(패턴)’ 등과 같다. 텍스트 마이닝 과정에서는 시각장애 관련 연구 경험이 있는 의류학 분야의 박사급 연구원 3명이 참여하였다.
질적 연구는 관련 지식이 부족한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연구방법으로(Kim & Cho, 2017), 양적 자료 뒤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숨겨진 내용에 대해 탐색적으로 접근한다. 본 연구에서도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현상 분석을 위해 질적 내용 분석을 실시하였다. 질적 연구에서 적정한 표본의 수는 연구자가 연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한 질문의 답을 얻기에 충분한 지의 여부가 기준이 된다(Kim & Cho, 2017; Merriam & Tisdell, 2015). 시각장애인들의 의생활에 대한 연구가 적은 상황에서, 관련 연구들에서도 인터뷰를 통해 개개인의 응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Kim, 2022).
본 연구에서는 개방적 코딩방법(Strauss & Corbin, 1998)을 사용하여 4단계 분석방법을 수행하였다. 가장 먼저, 연구진은 참여자들의 의복에 대한 경험과 인식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얻기 위해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였다. 연구자의 학문적 관점에서 의미 단위를 구분하기 위해 전사된 영상 스크립트를 여러 번 읽으며, 의미 있는 구절이나 문장을 찾아 표시하면서 의미 단위를 추출하였다. 추출된 의미 단위는 학문적 용어로 변환하였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을 찾아 개념을 추출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진들이 추출한 개념들을 서로 논의하며 재검토하고, 개념 간의 관계와 공통적 속성을 재배치하기 위해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핵심 주제의 개념을 확인하였다.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에 나타난 주요 논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혼합분석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MAXQDA 2022를 활용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정성적 코딩 결과물에 대한 문서당 할당 빈도, 코드 간의 유사성, 코드의 위계 및 분류, 코드 간 관계 네트워크 등 다양한 정량적 분석을 지원하므로, 질적 코딩 작업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Seo, 2021). 코딩 및 내용 분석 작업에는 시각장애인 유튜버들의 컨텐츠를 구독한 경험이 있으며, 시각장애 관련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박사급 3인이 참여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시각장애인의 브이로그 영상에서 나타난 의생활 관련 주요 키워드
<Table 2>는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의생활 관련 브이로그 영상의 스크립트를 분석한 결과 도출한 주요 키워드이다. 출현빈도가 높은 키워드들은 TF-IDF 또한 대체로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단순 출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서 내에서도 중요한 키워드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Fig. 1>은 이를 워드 클라우드로 표현한 것으로, 중심에 나타날수록, 영역 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할수록 중요한 키워드를 의미한다.
색(F=105, TF-IDF=262.53)은 빈도와 TF-IDF 항목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키워드로,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주제로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양말(F=61), 정보(54), 장애(46), 기능(45), 스스로(40), 방법(38), 세탁(34), 쇼핑(33), 텍스트(30), 버튼(30), 터치(30), 브랜드(22), 설명(22) 등의 키워드가 높은 빈도를 보였다. 높은 빈도를 보인 키워드 중 상당수가 의류정보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선행연구(Kim & Cho, 2017; Kim, 2022; Yang, 2016)들에서 언급한 정보의 부재로 인한 불만족과 정보 획득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Fig. 2>는 의류 정보와 관련하여 나타난 주요 키워드이다.
비장애인 유튜버들의 의생활 관련 영상 분석 연구와 대조해 볼 때에도(Choi & Lee, 2021), 두 그룹 간의 의류 관련 담론은 다른 경향을 보인다. 비시각장애인 유튜버들의 영상에서는 주로 인기제품, 스타일, 스타일링, 브랜드, 가격 등과 관련된 주제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반면, 시각장애인들의 의생활 관련 담론에서는 의류 정보, 의류 활용, 의류 관리에 대한 방법이 주요 주제로 나타났다<Fig. 2>. 이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의복의 기능성, 실용성, 정보성과 같은 측면들이 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나타내며, 비장애인들에게는 의복의 심미성, 유행성, 경제성 등이 더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는 차이를 보여준다.
시각장애 유튜버의 브이로그에 나타난 의생활 관련 담론에서 주요 키워드를 추출한 결과, 빈도와 TF-IDF가 모두 높게 나타난 키워드들은 대부분 의류 구매에 있어서 필요한 정보(색상, 정보, 기능, 브랜드, 디자인), 의류를 활용하는 방법(방법, 코디, 구별, 이미지, 상황), 의류의 세탁 및 다림질(세탁, 모드, 청소, 다리미, 주름), 의생활 지원 기술(버튼, 터치, 소리, 점자, 기술)로 분류될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의생활을 의류 구매, 의류 활용, 의류 관리, 관련 기술로 구분하였다.
2. 시각장애인의 브이로그 영상에서 나타난 의생활 관련 범주 및 개념
26.56%의 코드가 의류 구매와 관련된 것이었으며, 구매요인, 구매방법, 구매 시 어려움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되었다. 주요 구매요인은 옷의 디테일, 자신과의 어울림, 촉감, 활용도, 색감, 가격, 직원의 친절함, 품질, 기장, 디자인, 내구성, 세탁 용이성, 활동성, 피팅 가능 여부로 나타났다. 비시각장애인 유튜버들의 의생활 관련 영상에서 인기 제품, 스타일, 스타일링, 브랜드, 가격 등과 관련된 주제가 가장 많이 언급된 것과 대조적인 결과이다(Choi & Lee, 2021). 시각장애인에게 옷의 디테일(포켓, 단추, 두께, 요철)은 옷을 기억하고 구분하는 이름표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준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은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스타일링을 평가하는데, 이로 인해 옷이 자신과 어울리는지가 중요한 구매요인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시각장애인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 쇼핑하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아는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이나 친절한 직원들이 있는 매장에서 계속해서 구매하고 있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각장애 소비자들은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며, 이때 피팅 시 편리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구매방법으로는 정보원인 친구나 매장 직원에 의존하거나 촉감을 활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시각을 잃기 전에 획득한 정보를 기억하여 옷을 판단하고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장벽으로는 시각장애인들이 다양한 옷을 살펴보기 어렵다는 문제, 타인에게 의존하여 구매 시 자주 질문해야 하는 불편함, 셀프 피팅의 어려움, 가격 정보 확인의 어려움, 이미 소유한 옷을 상상하며 비교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억 의존도가 높은 관계로, 시간이 지나 정보를 잊어버렸거나 기억이 변질된 경우, 유사한 옷을 반복해서 구매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희미하게나마 글씨나 기호를 확인할 수 있지만, 명도 대비가 낮을 경우에도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41.91%의 코드가 의류 활용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의류 활용에 대한 노하우와 장벽으로 구분되었다. 시각장애인들의 스타일링 노하우로, 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촉감을 통해 디테일, 두께, 프린팅의 형태 등으로 옷을 구분하고 있었다. 옷의 위치를 기억하여, 입고 싶은 의류를 연상할 때 위치를 기반으로 기억하고 조합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경우, 옷을 쉽게 인지하기 위해 명도와 채도가 선명한 색상이나, 흰색이나 검은색과 같은 무채색을 즐겨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먼지나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어두운 색의 옷을 착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타일링은 타인의 피드백, 시각을 잃기 전 알고 있던 스타일에 대한 연상, 정보원의 조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스타일링에서의 실패방지를 위해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적인 형태의 아이템을 선호하거나, 정장과 같이 세트 형태의 의류를 선호한다고 하였다. 사람들의 스타일링을 비교하기 어려우므로, 날씨나 온도에 따라 옷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류 활용에 관한 장벽은 다음과 같다. 개성 상실을 느끼게 하는 주요한 측면은 패션에 대한 욕구가 있더라도 제한된 옷 선택지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의상 선택에 대한 어려움도 주요 장벽으로 나타났다. 색의 명도 대비가 낮거나 촉감이 유사한 경우에도 옷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언급이 있었으며, 옷의 색상 조합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다. 일부 시각장애인은 보행 시 발을 쭉 뻗어 앞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로 인해 양말이 미끄러운 소재일 경우 다치는 우려가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다른 사람의 스타일링을 참고하거나 비교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이에 대한 어려움도 언급되었다.
의류 관리와 관련된 부분은 총 코드 중 9.54%를 차지하며, 주로 세탁과 다림질과 관련된 내용으로 분류되었다. 세탁 행동을 관찰한 결과, 세탁기 작동은 버튼의 위치를 기억하고 소리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세제 양 조절이 어려운 부분으로 나타났다. 세탁 시 양말의 짝을 맞추는 것도 매우 중요했는데, 한쪽을 잃어버리면 찾기가 어렵고, 나중에 착용 시 짝짝이로 착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옷의 세탁에 관한 정보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장벽으로 나타났다.
다림질 시, 시각장애인들은 소리, 수분감, 온도, 냄새 등을 활용하여 옷이 잘 펴지고 있는지 확인 하였으며, 손의 촉감을 사용하여 옷이 어떻게 펴졌는지를 확인하였다. 옷의 봉제선을 통해 옷의 전체적인 모양을 파악하고 조절하였다. 다림질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시각장애인들이 세탁이나 다림질 과정에서 경험하는 독특한 방식을 보여주며, 의류관리를 위한 도움과 교육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브이로그에서는 많이 다루고 있지 않았지만, 기타영상들을 통해 추가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의생활과 관련된 기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 영역은 기술 요구사항, 디바이스 및 서비스, 기술 장벽으로 분류되었다. 디바이스 및 서비스 종류를 살펴보면, 점자 라벨링을 사용한 의류 청정기, 점자 스마트 워치, 장애물을 자동 인식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 신발, 의류정보 음성 출력서비스를 들 수 있었다. 이러한 디바이스와 서비스는 시각장애인들이 의류 관리와 선택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술적 요구사항으로, 칩 부착 부위와 칩의 색상이 입고 있는 옷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또한, 디바이스의 형태가 시각적으로 개성을 나타내면서도, 일상에서 보조기구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술을 통해 타인에게 물어보지 않고, 직접 옷의 정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술적 요구사항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의류 기술을 의류제품의 활용과 관리에 있어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반영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적용에 있어 높은 장벽 중 하나는 온라인 홈페이지의 정보 접근성이었다. 많은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정보는 이미지로 제공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이 정보를 음성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복잡한 웹 페이지의 구조도 시각장애인들에게 온라인 쇼핑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장벽으로 지적되었다. 점자 리터러시에 대한 격차 역시 중요한 문제로 나타났는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실제로 점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많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경우, 이를 어떻게 보급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상용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고민들은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하며, 시각장애인들이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3.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 제안
<Table 4>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셜 패션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부드러운 촉감과 관리의 용이성, 명도 대조, 무채색 활용, 오염이 많이 발생하는 부분에 어두운 색상을 고려할 수 있다. 의류 제작에서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갖춘 베이직 아이템에 초점을 두되, 액세서리를 활용한 제품 다각화와 상의와 하의를 조합한 세트 구성이 강조된다. 디테일 부분에서는 모양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프린팅, 전체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솔기나 단추 등을 활용 할 수 있으며, 짝을 이루는 아이템은 버튼이나 자수를 활용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세탁정보를 표시하는 라벨이나 버튼에는 배경과 글자간 명확한 대비가 요구된다.
편안하고 쾌적한 오프라인 매장 환경과 고객정보 활용을 통한 친절한 서비스는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을 위한 필수 요구사항이다. 코디네이트 서비스나 다양한 스타일 비교를 지원하는 서비스 또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페이지의 쉬운 접근성과 텍스트 기반 정보, 물리적 제품에서의 버튼을 통한 식별 기능 등 기술적 요소도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적 측면 역시 중요한데, 점자 교육부터 다림질, 바느질, 색채 조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하여 더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패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넷노그래피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적인 의류 경험을 이해하고, 유니버셜 패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시각장애인 유튜버들의 영상을 바탕으로 그들의 의복 경험에 대해 고찰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념을 구분하고 장벽이나 요구사항 등의 요소들을 도출하였다. 연구의 첫 번째로,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브이로그 분석을 통해, 비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의복 관점 차이를 밝혔다. 비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의복의 심미성, 유행성, 경제성 등이 강조된 반면,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에게서는 의류정보 획득에 대한 불만족, 의복의 기능성, 실용성, 정보성과 같은 측면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을 다룬 선행연구(Kim, 2022; Kim & Cho, 2017; Yang, 2016; Yi & Kim, 2018)에서 불만족 요소로 나타났던 정보 습득에 대한 촉각 및 타인 의존성, 적절한 의상에 대한 기준 부재와 연계되어 있다.
두 번째로, 의류 관련 주요 주제는 의류 구매, 활용, 관리, 그리고 기술 요소로 분류되었다. 의류구매 분석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디테일, 촉감, 가격 등을 중시하며 외부 도움을 받아 쇼핑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의류 활용에서는 촉감과 위치 기억을 활용한 의상 조합이 관찰되었고, 기술적 도구로는 스마트 신발 등이 언급되었다. 의류 관리에서는 세탁과 다림질의 어려움과 시각적 개성 유지를 위한 기술적 요구사항이 강조되었다. 관련기술 부분에서는 온라인 쇼핑의 접근성과 점자 리터러시의 부족이 주요 문제로 드러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들(Lee & Moon, 2021; Yang, 2016)에서는 점자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해왔지만,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활용 능력은 개인차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경우, 색상 대비를 통해 정보를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점자보다는 색상 구분이 중요하다.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어떤 색상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핵심 고려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새로운 디바이스의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기술적 요구사항은 시각장애인들이 의복에 관한 정보를 얻고, 온라인 쇼핑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텍스트 기반으로 웹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의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려 사항이 도출되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부드러운 촉감, 편리한 관리, 어두운 색상 활용이 강조되었으며, 제작 과정에서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가진 베이직 아이템과 세트 구성이 고려되었다. 디테일 부분에서는 모양을 구별할 수 있는 프린팅, 버튼이나 자수를 활용한 아이템 확인이 요구되며, 오프라인 매장의 편안한 환경과 온라인 접근성, 제품 식별을 위한 버튼과 같은 서비스 및 기술적 요소가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강조되며, 이러한 요구사항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패션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Na et al., 2012; Paek & Chun, 2005)에서 언급한 유니버셜 디자인의 기본 원칙 중에서도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과 정보의 인지가능성, 물리적 노력의 최소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시각장애인 패션 연구에 대한 학술적 기여와 실질적인 현장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초 자료로서, 시각장애인과 시각이 있는 개인의 의복 관점 차이를 시사하며, 의복에 대한 다양한 우선순위 및 요구사항에 대해 규명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의류 구매, 활용, 관리, 기술 요소 등의 주요 주제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가치를 두는 측면을 구체적으로 밝혔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디자인, 제작, 서비스, 기술적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측면의 강조사항과 제작 과정의 필수 요소, 서비스 및 기술적 요구사항,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명시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패션 환경 조성을 향한 실무적인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국내 시각장애인 유튜버는 한솔과 우령의 사례 밖에 없었기에, 더 많은 시각장애인 소비자의 경험을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후속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추출한 범주와 개념을 바탕으로 설문지나 인터뷰 문항을 구성하고, 다양한 지역과 연령대, 성별에 걸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보다 폭넓고 심층적인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다양한 의복 경험 사례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니버셜 패션 디자인과 관련된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존 패션 및 교육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언을 포함하여 다양한 영역에서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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