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4, No. 2, pp.156-176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4
Received 06 Mar 2024 Revised 04 Apr 2024 Accepted 18 Apr 2024
DOI: https://doi.org/10.7233/jksc.2024.74.2.156

패션에 나타나는 반복의 미적 특성

성광숙
동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in Fashion
Kwang Sook Sung
Professor, Dept. of Fashion Design, Tongmyong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Kwang Sook Sung, e-mail: kssungtit@naver.com

Abstract

Rather than representing a single style, repetitive expression can be described as a method of embedded in all of human life, culture, and art, and in this study, we theoretically examined how the universal principle of repetition, which exists in social science, philosophy, psychology, and art, appeared in fashion. Based on this, the expressive and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fashion design using repetitive motifs were derived. The results of the research are as follows: The expressive characteristics of the repetition were regular, reproducing past tradition and existing rules and featuring progressive changing repetition, iterative accumulative repetition in quantity, interconnected overlapping repetition and variational repetition through radical arrangements etc. Next,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the repetition were derived from the expressive characteristics and included circularity of order, differentiated changeability, organic relationship, and creativity. We believe the results of this study will be helpful in the process of creating fashion designs using repetition and as educational material for teaching repetitive design while contributing to the exploration of human behavior through clothing.

Keywords:

aesthetic characteristics, expressive characteristics, repetition

키워드:

미적 특성, 표현 특성, 반복

Ⅰ. 서론

반복의 국어 사전적 의미는 ‘같은 일을 되풀이함’이다(Repetition, n.d.-a).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는 의미로 인해 반복은 통상 지루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반복은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보편적 질서이며, 반복적 표현은 어떤 하나의 양식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삶 전체, 문화와 예술 속에 깃들어 있는 표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Park, 2009). 복고풍의 부활, 리메이크(remake)의 유행, 복제에 대한 관심에서 드러나듯이 반복이라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Jung, 2009). 오늘날 하나의 정신적 태도이자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반복이다. 과거 전통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나 음악, 문학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리메이크와 인용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에서 창조적 반복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 것이 현재에 동일하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규정될 수 없는 것, 즉 확고한 현실 경계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다양한 형태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즉 포스트모던적 반복 개념은 동일한 것 내지는 유사한 것의 반복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구분된다(Jung, 2008).

또한 반복은 조형에서 기본이 되는 중요한 원리의 하나로, 점ㆍ선ㆍ형ㆍ색 등의 조형 요소를 한 단위로 2회 이상 배열하며 되풀이하면 질서감이 형성되어 작품에 통일된 느낌을 준다. 되풀이하며 형성되는 주기적이고 연속적인 느낌과 운동감은 작품에 율동감을 더한다(Repetition, n.d.-b). 그러므로 반복은 여타 분야보다도 특히 조형 분야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는데, 반복이 주요한 의미와 양상으로 표출되는 예술 양식은 옵아트(Op art), 팝아트(Pop art), 미니멀아트(Minimal art), 미래주의 등 상당히 많다. 패션에서도 다르지 않아 과거를 반복하는 레트로(Retro)는 주류 유행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이러한 시간의 반복 이외에도 반복은 패션디자인에서도 적용되는 중요한 구성 원리 중 하나이다. Davis(1980)는 의상디자인에 있어, 반복은 여러 가지 디자인의 원리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리라고 했다.

이와 같이 반복은 레트로, 리메이크 등 과거가 반복되는 크고, 전체적 차원인 거시적 양상과 하나의 단위 안에서 개별적 차원으로 반복되는 미시 양상으로 나타난다. 반복이 패션에 구현될 때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두 가지 양상으로 가정할 수 있다. 과거의 형태나 스타일이 리메이크되어 반복되는 레트로의 큰 차원과 각각의 의상에 있어 소재, 색상, 문양, 디테일, 장식과 같은 단위 요소들이 반복되는 개별적 차원이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패션에 나타나는 반복의 양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이러한 단위 요소들이 의상에 반복되는 개별적 관점의 반복을 전제로 하여, 중심으로 보고 분석하되 그 이면에 있는 거시적 차원의 반복을 함께 파악하고자 하였다.

반복을 규명한 철학과 심리학 및 반복이 구현된 예술 등을 살펴볼 때, 양자를 따로 분리하기보다는 양자의 관점을 함께 담아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한정할 경우 목적과는 달리 자칫 거시적 관점의 복고풍의 연구나 미시적 관점의 조형 요소로서의 반복 연구 등으로 방향이 선회될 우려가 있고, 반복의 사유가 패션에 나타나는 현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함께 다루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인간의 삶에 있어 보편적 원리인 반복이 패션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조망하고자, 패션에 나타나는 반복 양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반복을 활용한 패션디자인의 형식적인 표현 특성과 내용적인 미적 특성을 도출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반복에 대한 체계적 규명과 이에 대한 가치 평가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며, 아울러 현대 패션의 폭넓은 이해와 창작을 위해 필요하며 의미있는 일이라 사료된다.

반복이 다양한 예술 장르로 활발히 전개되고, 패션에서도 적용되는 중요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패션의 반복에 대한 선행연구는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조사된 선행연구로는 Kim(2010)이 있는데, ‘2000년대 패션의 반복에 의한 형태변형 연구’에서 반복에 의해 형태가 변형되는 유형에 대하여, 의복의 외관을 변형시킨 기하학적 형태의 반복, 과장된 의복 구조의 반복,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디테일 반복 등으로 구분하였다. 이외에 건축 및 도예, 조각, 시각 등 조형 분야의 연구도 학위 논문의 작품 제작을 위한 방법론적인 수준에서 반복이 다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반복 관련의 자연과학, 철학ㆍ심리학, 예술 등의 서적과 관련 논문을 통해 이론적 고찰을 하였다. 고찰된 이론을 통해 반복의 특성 및 관련 용어를 찿아내고, 아울러 반복을 주제로 한 조형 분야의 논문 제목 검색을 통해 반복과 함께 사용된 용어를 조사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정리된 반복의 특성과 용어들을 분류하여 패션에 나타나는 반복의 표현 특성을 도출하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다음으로 이러한 특성들이 어떻게 패션에 구현되고 있는지 실증적인 분석을 하였다. 반복은 특정 시기나 특정 스타일, 특정 브랜드에서 나타나는 차별된 현상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해 패션에 널리 내재된 보편적 표현임으로 자료수집에 있어 시기적 범위의 설정 및 브랜드 선별에 큰 의미가 없어 최근호 잡지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여 도출된 특성을 논증하였다. 보그(Vogue)지 프랑스판의 최근호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각 권별로 자료 수가 많아 최근 1년 간으로 한정하여, 2023년 1월(N. 1033)부터 2024년 1월(N. 1043)까지 11권에 게재된 작품에서 반복의 특성이 나타난 작품 984점을 수집하여 논의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전공자 3인의 검수를 받았다.


Ⅱ. 이론적 배경

반복은 자연과 삶의 다양한 현상과 과정들의 특징을 이루고 있으며 철학과 심리학 이외의 예술 및 미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본 연구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반복의 작동 원리와 반복의 양상 등을 파악하고자 자연과학, 철학ㆍ심리학, 예술 등에 나타나는 반복에 대해 고찰하였다.

1. 자연과학과 반복

자연에서 나타나는 반복 현상을 수학적 구조로 규명한 이론이 프랙탈(Fractal)이다. 프랙탈은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자기유사성 개념을 기하학적으로 푼 구조를 말한다. 프랙탈은 단순한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묘한 전체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연계의 리아스식 해안선, 동물 혈관 분포 형태, 나뭇가지 모양, 창문에 성에가 자라는 모습, 산맥의 모습도 모두 프랙탈이며, 우주의 모든 것이 결국은 프랙탈 구조로 되어 있다 (Fractal, n.d.-a).

이처럼 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프랙탈’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Benoît B. Mandelbrot)가 처음으로 쓴 단어로, 어원은 조각났다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 ‘fractus’이다. 프랙탈 구조는 자연물에서 뿐 만 아니라 수학적 분석, 생태학적 계산, 위상 공간에 나타나는 운동모형 등 곳곳에서도 발견되어 자연이 가지는 기본적인 구조이다. 프랙탈의 생성기법은 다양하여, 초기 값을 반복적으로 변환하지만, 반복할 때 마다 자신의 모습이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 결정론적이지만은 않다. 프랙탈은 자기유사성의 강도에 따라, 높은 강도로 부분과 전체의 모양이 정확하게 같은 완전자기유사적(규칙적) 프랙탈 <Fig. 1>과 낮은 강도로 자연에서 찾은 프랙탈처럼 부분과 전체가 대략적으로 비슷한 준자기유사적(통계학적) 프랙탈 <Fig. 2>로 나눌 수 있다 (Fractal, n.d.-b).

<Fig. 1>

Koch Curve(Fractal shape, n.d.)

<Fig. 2>

Bracken(A lively Hong coach, 2015)

<Fig. 1>은 코흐 곡선(Koch Curve)으로, 삼각형의 각 변에서 자기복제적인 반복 생성을 통해 형성되는 프랙탈 도형이다. <Fig. 2>는 고사리 잎인데 일부분을 확대해 보면 전체와 동일한 모양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부분의 모양이 전체의 모양을 닮는 자기유사성을 가지면서 반복되는 순환성을 보인다. 이와 같이 프랙탈 공간은 연속적으로 변주하면서 스스로 생성되는 공간으로, 자기 조직하는 생태계의 생성 원리이자 작동 원리이며, 스스로 자기 복제를 수행하고 연속된 변주를 통한 비정형적 자기 조직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Sim, 2005).

2. 철학ㆍ심리학과 반복

반복은 키에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의 독창적인 범주이며, 그는 유럽 철학사에서 반복을 윤리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나 실존적 범주로 올려놓았다. 키에르케고르는 과거의 느낌을 되살리려는 시도가 반복이라고 하면서, 과거의 기억이란 우리가 어떤 사건에 대해 연상한 감정의 결과일 뿐, 사실이 아니므로 과거의 사건은 재창조될 수 없으며, 이전의 것과 연관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반복의 창조적이며 초월적 성격을 강조하였다(Jung, 2009).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Nietzsche(2005)에서 말하기를, (너는) 지금 살고 있고, 살아왔던 이 삶을 다시 한번 살아야만 하고, 또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할 것인데, 거기에 새로운 것이란 없으며,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사상과 탄식, (너의) 삶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네게)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과거를 현재 속에서 반복하되 비관적인 운명적 반복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반복을 의지의 대상 자체로 만들면서 모든 속박으로 부터 의지를 해방하고자 했다. 즉, 자신의 ‘영원회귀’ 사상을 여러 가지 형태로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자라투스트라에게 구원을 의미하는 것이다(Jung, 2009).

무의식의 발견자이며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억압된 무의식에서 ‘반복강박’이 생겨난다고 했다. 반복강박은 현실원칙인 쾌락의 가능성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과거의 경험, 그리고 억압된 본능 충동에 조차도 만족을 가져올 수 없었던 과거의 경험을 회상해내서 쾌락 원칙과는 반대되는 상태로 작동하면서 강박의 압력 밑에서 반복된다. 이렇게 같은 것이 영원히 되풀이되는 문제는 그것이 관련자의 능동적인 행위와 연결되어 있거나 그에게 항상 동일한 상태로 남아있어 동일한 경험의 반복 속에 자기표현을 하도록 되어 있는 근본적인 성격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주체가 수동적인 경험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경험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오직 같은 숙명의 반복과 만나고 있다고 하면서 반복강박 개념을 생명 본능과 죽음 본능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했다(Freud, 2020).

들뢰즈(Gilles Deleuze)는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을 통해 반복을 개념의 동일성과 부정적 조건에 의한 반복, 그리고 이념 안의 차이와 과잉에 의한 반복, 이 두 가지로 구별했는데, 두 가지 반복의 특성을 여러 가지 대립적인 특성으로 설명하였다. 예컨대 전자와 후자를 동일성-차이, 물질적이고 헐벗은-옷입고 변장한, 추상적인 총체적 결과에만 관련된-작용 중의 원인에만 관련된, 작업의 결과-몸짓의 진화, 외부적 차이만 존속하는 하나의 똑같은 개념- 개념 밖에 있지만 이념 안에 있는 내적 차이, 평범성-독특성, 정태적-동태적(역동적), 등차적-등비적, 동등성-비동등성, 대칭-비대칭, 통약가능성-통약불가능성, 어떤 고정된 항과 장소-본질적인 전치와 위장을 포괄, 부정적이고 결핍에 의한-실증적이고 과잉에 의한, 습관의 우울한-기억의 심층적인, 수평적-수직적, 외연적-강도적, 개봉되어 있는-봉인되어 있는, 설명되어야하는-해석되어야 하는, 넓이의 차원에서 기계적이고 물질적으로 일어남-깊이 안에서 상징적으로 허상에 의해 일어남, 어떤 부분의-부분들이 의존하는 전체의, 순간-과거, 요소적-총체화 등이다. 그는 두 번째 유형이 첫 번째 유형의 중심부에 있으며, 심장이며 그것의 능동적 기법이며 실증적 절차라고 하면서 반복이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 자체의 반복이며 그러한 차이 자체의 반복이 끊임없이 새로운 차이를 생성해 낸다고 했다. 끝으로 들뢰즈는 두 가지 반복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므로, 세 번째 반복인 ‘존재론적 반복’으로 나갈 것을 강조했다. 존재론적 반복은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의 반복’이며, 이를 ‘궁극의 반복’이라면서 이러한 반복을 예술의 최고의 목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Deleuze, 1968/2004).

3. 예술과 반복

Deleuze(1968/2004)는 예술은 모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예술이 반복하기 때문이고, 게다가 어떤 내면적 역량을 통해 모든 반복들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예술의 특성을 반복으로 특징짓고, 반복을 예술의 목적으로 보고 있다.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반복이란 내적인 동요를 상승시키는 강렬한 수단이며, 동시에 단순한 리듬을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이 리듬은 어떤 예술이든지 일차적인 조화를 꾀하는 수단이 된다고 하였다(Kandinsky, 2000).

반복적 표현은 조형 예술 뿐 만 아니라 문학, 음악 등 모든 예술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조형 예술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술 작품에서의 반복 표현은 작품의 제작 행위와 제작 행위의 결과인 작품,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난다. 후자의 행위의 반복은 반복의 자연적, 철학적 근본 원리 측면에서 접근하여 반복하는 행위, 즉 제작 과정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며, 작품은 반복 행위로 나타나는 시각적 효과인 결과물이 된다(Woo & Kim, 2019). 미술에 있어서 반복 표현은 매우 다양하지만, 20세기 이후 연대기순으로 반복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미술 양식인 미래주의, 옵아트, 미니멀 아트, 그리고 반복 표현의 대표적 예술가인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박서보 등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미래주의는 역동적 움직임, 즉 운동을 나타내기 위해 그 움직임을 동시적으로 다이나믹(dynamic)하게 반복해 표현한 예술 양식이다. 20세기 초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운동으로, 일체의 과거를 청산하고 속도를 표현하며 다이나믹한 힘이 용솟음치는 기계문명 감각을 강하게 표현할 것을 주장했다. 조형적인 관점에서 미래파는 대상의 물질을 파괴하고 큐비즘에서 얻은 동시성의 사상을 화면에 정착시켜 ‘운동’의 표현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점을 인정받고 있다(Futurism, n.d.). 미래주의는 이같은 기계문명의 역동적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같은 형태의 대상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였는데 <Fig. 3>은 계단을 내려가는 누드(사람)의 움직임(운동)을 연속적으로 배열한 장면을 그린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이다. 미래주의는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Fig. 4>는 당시 미래파 예술가들이 착용한 조끼로, 기하학적 추상 패턴이 반복되면서 좌우대칭으로 배치된 포루투나토 데페로(Fortunato Depero)의 작품이다.

<Fig. 3>

Marcel Duchamp(Marcel Duchamp, n.d.)

<Fig. 4>

Fortunato Depero(MODA, 2019)

옵아트는 반복으로 이루어진 지각 감응을 유도하는 추상예술이다(Jung & Chu, 2015). Optical art를 줄여서 부르는 용어로 ‘시지각적인 미술’의 약칭인데 1965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이다. 옵티컬이란 시지각적 착각을 의미하는데 옵아트는 실제로 화면이 움직이는 듯한 환각을 일으킨다. 옵아트는 과도하게 지적이고 조직적이어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예술로, 어떤 의미에서 인문과학적이라기보다는 자연과학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Op art, n.d.). <Fig. 5>는 율동적인 선, 면, 컬러의 반복으로 현대 옵아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옵아트의 독창적 대가, 빅토르 바자레리(Victor Vasarely)의 작품이다.

<Fig. 5>

Victor Vasarely(Rightbrain Lab, 2021)

미니멀 아트는 최소 표현에 의한 단순 형태의 동일 단위 반복의 특징을 갖는 예술 양식으로 1960년대 후반 미국미술에 부각된 경향이다. 미니멀은 ‘최소의’, ‘극소의’라는 뜻인데, 예술상의 자기 표현을 최소한도로 억제하는 것으로 작품의 색채ㆍ형태ㆍ구성을 극히 단순화하여 기본적 요소로까지 환원해 간다. 단순한 형태에 일정 시스템을 채용, 동일 단위의 반복에 의한 연속체로 공간 전체를 구성하거나 극히 모노톤(monotone)적인 외관을 나타내 보인다(Minimal art, n.d.). <Fig. 6>는 미니멀 아트의 대표주자인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작품으로 단순화한 원형과 사각형이 연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Fig. 6>

Frank Stella(Maquota design, 2020)

앤디 워홀(Andy Warhol)은 팝아트의 대가로서 실크스크린(silk screen) 기법을 이용한 반복적 이미지들이 나열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예술개념인 독창성에 의문을 제시하여 다수에게 열린 새로운 예술을 제안하였다. <Fig. 7>은 마릴린 몬로(Marilyn Monroe)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배치한 실크스크린 작품으로, 당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그녀를 기념하기 위한 작품이다. 들뢰즈는 팝아트가 모사, 모사의 모사 등등을 밀고 나가 결국 모상이 전복되고 허상으로 변하게 되는 그 극단의 지점에 이르는 방식이며, 워홀의 반복 표현 예술인 계열발생적 시리즈들에서는 습관, 기억, 죽음 등의 반복이 서로 결합되어 있다면서 들뢰즈가 구분한 첫번째, 두 번째, 세 번재 반복이 서로 결합된 예술로 ‘존재론적 반복’인 ‘궁극의 반복’이 나타나는 예술로 극찬하였다(Deleuze, 1968/2004).

<Fig. 7>

Andy Warhol(Medicom Toy, n.d.)

반복강박적 물방울 작업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는 동일 주제나 동일 유형을 강박적으로 끝없이 반복하는 자기 작품의 제작 과정을 공포와 불안을 치료하는 자기 치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작품<Fig. 8>을 보면 물방울 무늬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의 무한한 생성이 넘쳐나는 동시에 소멸하는 환상적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는 본인의 예술 창조의 주제는 죽음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반복적 작업 과정이 죽음을 향한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녀의 예술이 생명의 생성을 강박적으로 반복해 표현함으로서 죽음의 본능을 끌어안으려는 자기 구원을 향한 길에 다름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Noh, 2012).

<Fig. 8>

Kusama Yayoi(Kusama Yayoi, n.d.)

박서보는 무수한 선 긋기의 반복을 통한 작품으로, 우리나라 단색화의 거장으로 알려진 작가이다. ‘단색화’는 1970년대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한 경향으로 아직까지 그 범주에 대한 논란이 많다. 단색화는 단색조의 미니멀리즘적 경향 및 단위의 반복적 표현에 의한 추상회화의 특징을 나타내는데, 박서보, 이우환, 김창렬 등 여러 작가들이 있다. 박서보는 무한한 선 긋기의 반복되는 행위가 자신을 비워내는 일종의 구도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반복적인 긋기를 통해 정신체계의 명령 전달 과정 없이도 신체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에 몰입하면 비로소 자신의 존재마저도 잃어버리게 되는 정신과 신체의 합일 지점을 찾는 것이 자신의 작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서보는 무목적적인 행위의 반복 과정인 묘법(描法)에 몰입하여 무념무상(無念無想)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였다<Fig. 9> (B. Lee, 2015).

<Fig. 9>

Park Seo Bo(Geunyang, 2021)


Ⅲ. 패션에 나타난 반복의 표현 특성

본 장에서는 패션에 나타난 반복의 형식적 특성 즉, 외적인 표현 특성을 분석하였다. 패션에 나타나는 반복의 표현 특성을 도출하고자, 이론적 배경을 통해 밝힌 반복의 특성 및 관련 용어와 선행연구에서 나타나는 반복 관련 용어를 참조하여 그 근거를 마련하였다. 먼저 이론적 배경인 1. 자연과학과 반복에서 프랙탈, 자기유사성, 순환성, 변형된 형태 반복, 비정형적 등을, 2. 철학ㆍ심리학과 반복에서 창조적 반복, 초월적 반복, 동일성 반복, 진화, 전치와 위장, 독특성, 비동등성, 강도적, 차이의 반복, 존재론적 반복, 궁극의 반복 등을, 3. 예술과 반복에서, 동일 반복, 모사(모방)의 반복, 습관ㆍ기억의 반복, 존재론족 반복, 궁극의 반복 등을 찿았다. 그리고 논문검색 사이트인 NDSL과 RISS를 통해 반복을 키워드로 조형 분야의 논문 제목을 검색하였으며, 반복과 집적 그리고 반복과 중첩이 각각 20여 편 가량으로 다수가 조회되어 집적적 반복과 중첩적 반복의 특성을 추가하였다. 이상의 반복의 특성과 용어들을 통합하여 분류하면서 수집된 자료를 검토하여 반복 표현 특성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Table 1>.

Derivation of expression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프랙탈, 자기유사성, 순환성, 동일성 등을 통해 정례형 반복을, 프랙탈, 자기유사성, 순환성, 변형된 형태 반복, 비정형적, 비동등성, 차이의 반복, 모방(모사) 반복, 습관ㆍ기억의 반복, 연속적 반복을 통해 변화형 반복을, 그리고 창조적 반복, 초월적 반복, 궁극의 반복, 존재론적 반복, 진화, 전치와 위장, 독특성, 차이의 반복 등을 통해 변이형 반복으로 명명하였다. 끝으로 명명한 변이성은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사용한 용어인데, 반복에 있어서 한 차원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n차원 사이의 변화, 차원상의 변화를 의미하며 변이의 단위를 바꾼다는 뜻이다. 따라서 마지막 그룹의 개념들을 포괄하기에 적정하다고 판단되어 변이형으로 명명하였다. 여기에 논문 제목 검색을 통해 얻은 집적형과 중첩형을 추가하여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분류된 5가지 유형과 수집된 자료들 검토하여, 도출된 반복의 형식인 표현 특성은 과거의 전통과 기존의 규칙이 재현되는 정례형 반복, 점진적인 변화형 반복, 양적으로 축적되는 집적형 반복, 상호결합되는 중첩형 반복, 파격적인 배열에 의한 변이형 반복 등이다. 반복의 사례를 분석한 프랑스판 보그지의 각 권호별 자료수와 반복의 표현적 특성별 빈도 분석 결과를 <Table 2>로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The Frequency of Appearance and Type Classification of Expressive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in Fashion by Vogue Fashion Magazines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이상의 표현 특성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테면 의상의 일부분은 정례형 반복의 특성이 있고 거기에 의상 전체의 흐름을 이끄는 변화형 반복의 특성이 혼재하는 식이다. 이러한 경우 반복에 있어 전체 이미지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성을 중심으로 분류하였다. 반복이 나타난 작품 자료의 선정과 특성별 분류는 전공자 3인의 감수를 받아 진행하였으며, 구체적인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과거의 전통과 기존의 규칙이 재현되는 정례(定例)형 반복

과거의 느낌을 되살리려는 시도인 반복은 똑같이 재창조 될 수 없고, 이전의 것과 연관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키에르케고르의 지적처럼 패션에서의 반복 역시 과거의 기억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과거를 재현하되 현재의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하고 반면에 기존에 있어 왔던 구성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답습하기도 한다. 정례형 반복은 가장 보편적이며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분석 사례 중 가장 많으며, 대체로 세 가지 표현 방법이 나타난다. 가장 폐쇄적이고 규칙적이며 균일한 반복이다.

1)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한 색채나 소재, 디테일이나 장식 등이 기존 의상 구성 방식의 정례대로 반복되는 경우

Davis(1980)는 반복을 라인(line), 공간(space), 형(shape)과 형태(form), 재질(texture), 패턴(pattern) 등, ‘디자인의 요소’의 관점에서 의복에 적용된 반복의 기초적인 원리를 설명하였다. 그의 시각은 의복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템(item) 내에서 어떤 일부분이 이러한 디자인 요소를 반복하는 현상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조형에 단위 요소간의 형태나 크기, 색채나 질감이 같으면 반복이라 할 수 있다(Kim & Baeg, 2000).

패션에서는 한 벌 구성으로 상하 혹은 이너(inner)와 아우터(outer)의 색상이나 소재를 반복하는 방식은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스타일인데, 디올(Dior) <Fig. 10>과 샤넬(Chanel) <Fig. 11>은 자켓과 스커트의 색상과 소재가 한 벌로 통일되는 전형적인 소재의 반복 방식이다. 또한 퀼팅(quiting)이나 핀턱(pintuck), 플리츠(pleats) <Fig. 10>같이 규칙적으로 연속되는 방식의 전통적인 디테일도 정례적 반복의 주요 사례로 들 수 있다. 반복은 시각적 통일성을 주기 위해 일반적으로 가장 쉽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구성 방법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단위(유닛, unit) 형태를 서로 연결하거나 반복시켜 표현되는데(Korean Society of Design Science, 2003), 아이템 간에 혹은, 한 아이템 내에서 의상의 일부분의 색상이나 디테일, 장식들을 반복해 통일성을 주는 경우도 많다.

<Fig. 10>

Dior(Vogue France, 2023a, p. 6)

<Fig. 11>

Chanel(Vogue France, 2023e, p. 167)

2) 동일 구조의 디테일이나 장식이 의복의 가장자리 선을 따라 반복되는 경우

의상의 가장 자리나 구조선(절개선) 부분 즉, 칼라(collar), 네크라인, 커프스(cuffs), 포켓, 앞여밈, 헴 라인(hem line), 트임 부분 등에 동일한 소재나 색상을 반복하거나 턱(tuck), 스티치(stitch), 플리츠, 러플(ruffle), 파이핑(piping), 단추 등의 다양한 디테일적 기법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디올 <Fig. 11 >은 앞여밈과 소매 끝의 양 옆에 촘촘한 수평 모양의 실단추 구멍 장식(loop)이 반복되어 있다. 이러한 끈매듭 장식은 유럽에서는 17세기 후반 남성복인 쥐스토코르(justaucorps)의 앞 여밈 부분과 양 옆, 뒤, 커프스의 끝단 등 의복의 가장 자리 선을 따라 반복된 장식으로 널리 유행하였는데 당시 상류층의 지위와 부를 상징하였으며(Jung, 2014),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기법이다.

샤넬 <Fig. 11>은 샤넬의 상징적인 트위드(tweed)소재인데, 자켓의 가장 자리와 주머니 라인에 특유의 브레이드(braid) 장식이 반복되었다. 구찌(Gucci) <Fig. 12> 블라우스는 칼라와 커프스의 가장 자리에 동일한 프릴 장식과 단추가 반복되어 있다. 이와 같이 <Fig. 11~Fig. 12>처럼 의상 구조의 가장 자리를 따라 장식이 반복적으로 부가되는 방식은 고대로 부터 기원한다. 메소포타미아의 튜닉 자장자리에 사용된 술(tassel) 장식이나 크리트 시대의 블라우스 가장 자리를 두른 선 장식처럼, 가장 자리를 따라 동일한 장식이 반복되는 것은 복식 문화에서 고대로 부터 이미 사용되어 현대 패션에 이르기까지 정례화된 방식이라 하겠다.

<Fig. 12>

Gucci(Vogue France, 2023g, p. 8)

3) 연속문양에 의한 규칙적인 반복의 경우

문양에서 연속문양 형식은 대표적인 규칙적 반복인데, 흔히 볼 수 있는 플로랄(floral) 패턴을 비롯해 버버리(Burberry)의 타탄 체크(tartan check),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나 구찌<Fig. 12> 등의 모노그램(monogram) 패턴처럼 자카드(jacquard)나 직조 또는 프린팅(printing) 기법으로 표현된다. 하나의 모티브가 연속적으로 반복하는 방식은 단독 문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양이나 패턴이 있는 소재에서 볼 수 있다.

2. 점진적인 변화형 반복

조형 분야 연구에서 Lee(2008)는 반복의 형태를 획일적인 규칙적 반복, 변화적인 불규칙적 반복, 점층적인 변칙적 반복으로 구분하였다. 패션에 나타나는 점진적인 변화형 반복은 변화적인, 점층적인 특성이 있지만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어 불규칙적이지는 않다. 즉 반복하되 동일반복이 아니라 형이나 형태의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점진적으로 변화되어 새로운 이미지를 획득한다. 정례형 방식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반복의 유형으로 다음의 두 가지 경우가 관찰된다.

1) 어떤 단위(색채, 문양, 소재, 디테일, 장식 등)가 반복이 되지만 동일반복이 아니라 형이나 형태 등에서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크기나 부피, 색상 등이 점차 변형되며 반복되는 경우

루이 비통<Fig. 13>은 기본적으로는 굵은 플리츠의 규칙적 연속이 나타나고, 스커트 헴 라인 가장 자리에 고리에 끼워진 벨트 형태의 장식이 목선 둘레에 크기가 축소되어 반복되면서 시각이 이동되어 연속성이 생긴다. 버버리(Burberry) <Fig. 14>는 코트의 체크와 바지의 체크가 유사한 문양이지만 크기와 색상이 변형되어 시각적 연결성을 가진다. 베르사체(Versace) <Fig. 15>는 의상 전체에 드레이퍼리(drapery)의 방향과 크기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반복했는데, 토르소(torso) 부분에서 소매 부분으로 분화하는 형태가 좌우 극단적 비대칭을 이루며 반복의 역동적 리듬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동일 반복이 아니라 색상이나 형, 형태의 크기가 변화되어 반복됨으로 유사성은 있지만 변화되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반복이다.

<Fig. 13>

Louis Vuitton(Vogue France, 2023d, p. 4)

<Fig. 14>

Burberry(Vogue France, 2023h, p. 161)

<Fig. 15>

Versace(Vogue France, 2023i, p. 145)

2) 단위 요소의 반복 강도가 점진적으로 강해지면서 의미와 느낌이 확장되는 경우

반복되는 단위의 횟수가 많으며 대체로 입체적이며, 반복되는 위치나 방향, 크기 등이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며 예외적이다. 시몬느 로차(Simone Rocha) <Fig. 16>의 웨딩 드레스는 표면의 러플과 불규칙한 풍성한 주름에 시선이 가는데 머리와 스커트 밑단, 그리고 여성성이 강조되는 가슴, 골반 부위에 서로 다른 크기와 방법의 주름 장식이 반복해서 배치되었다. 이 주름 장식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면서 섬세한 우아함이 퍼져나가고 그 형태가 주변으로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발렌티노(Valentino) <Fig. 17> 드레스와 롱 케이프, 가방에는 발렌티노 모노그램이 마치 작은 그물망 문양처럼 전체적으로 반복되어 있는데, 뜻밖에도 팔과 손, 다리와 발까지 그물망으로 변화하여 반복됨으로 엘레강스한 여성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반복을 통해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처럼 디테일이나 장식 모티브가 각도, 위치, 방향 등의 요소를 감안하여 반복 구성되면 시각적으로는 힘의 강약 효과를 표현할 수 있어 이미지에 풍부함을 더해 준다. 또한 형성된 연속성은 동시에 외부 공간으로 무한히 지속될 것 같은 확장 효과를 불러 일으키며, 형태가 가진 메시지를 강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Arnheim, 1974/1995).

<Fig. 16>

Simone Rocha(Vogue France, 2023e, p. 164)

<Fig. 17>

Valentino(Vogue France, 2023c, p. 23)

3. 양적으로 축적되는 집적(集積)형 반복

집적의 사전적 의미는 ‘모아서 쌓음’인데(Accumulation, n.d.), 무작위의 배치로 우연성을 표현하거나 의도적인 나열과 쌓음을 통해 집합을 이루어 전체적으로 미적 조형을 창출한다. 견고한 결합보다는 단위를 하나씩 모아 다양한 변형에 용이한 형식으로 표현된다(Yu, 2005). 패션에서의 집적은 오브제(objet)나 장식 등을 의상의 실루엣을 형성하도록 계획해 양적으로 축적하여 형태를 구성하는 것으로 표현되며, 대부분 표면이 입체적 형태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방식을 ‘양적으로 축적되는 집적형 반복’으로 유추하였다. 집적형 반복 패션은 웨어러블한 의상이라기 보다는 주로 예술성과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 오트꾸튀르(Haute-Couture)의상에 표현되는 방식이다 보니 자료빈도가 낮은 편이다.

샤넬<Fig. 18>은 둥근 케이프의 실루엣을 형성하도록 수많은 꽃 모티브를 반복적으로 연결해 쌓아올려 정교하고 우아한 오벌(oval)라인 형태를 완성하였다. 구찌<Fig. 19>는 소매와 스커트 부분에 작은 러플을 겹겹이 쌓아 올려 제작했다. 보테가베네타(Bottega Veneta) <Fig. 20>은 쉐스(sheath)드레스 형태로 날카롭게 보이는 금속성 깃털 모양의 오브제를 반복적으로 붙여서 표현하였다. <Fig. 18-20>처럼 오브제나 장식 등이 숫적으로 많이 모이면, 단일로 존재할 때보다 강한 의미를 지니며 그것을 집적하는 과정에서 개체성은 상실되고 축적된 전체성이 강조됨으로 강렬한 이미지의 효과를 얻게 된다. 그리고 <Fig. 20>과 같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오브제들을 집적하여 구성하면 흔들림에 의한 시각적 연장감으로 인해 열린 공간이 생성되고 의상의 콘셉트(concept)를 고조시킬 수 있다. 부분과 부분의 반복으로 형성해 나가면서 전체를 조화롭게 표현하거나 차이를 주어 긴장감을 제시하기도 하며, 전체적인 형태에 초점을 맞춰 의도에 따라 본연의 개체성을 강조하거나 전혀 다른 의미를 생성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집적 기법은 오브제가 지닌 정체성을 변질시키거나 전체적인 조형의 요소로 융합하여 역설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전화(轉化)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Woo & Kim, 2019).

<Fig. 18>

Chanel(Vogue France, 2023e, p. 179)

<Fig. 19>

Gucci(Vogue France, 2023a, p. 206)

<Fig. 20>

Bottega Veneta(Vogue France, 2024, p. 165)

4. 상호결합되는 중첩(重疊)형 반복

중첩은 ‘거듭겹치거나 포개어짐’이다. Arnheim(1974/1995)은 중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는데, 이를 패션디자인에 나타나는 중첩적인 표현 방식에 차용해도 훌륭한 통찰이다.

중첩은 통일된 패턴 안에서 집중됨으로써 그 형태관계를 더 강하게 만든다. 중첩에 의한 긴밀한 결합은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데, 관련된 단위 가운데 어떤 것의 (또는 관련된 단위들 전부의) 완전성을 감소시킨다. 여기서 피차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독립된 존재 사이의 힘의 교환을 의미하는 ‘평등 관계’가 아니라 상호 수정과 간섭을 통한 ‘집단성(togetherness)’이 생긴다.....중첩은 대상의 부분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대상을 통합하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물의 물리적인 완전성을 제공한다.....중첩은 나머지 부분을 잘라 내버렸다기 보다는 감추어진 것으로 보이게끔 하며, 필요한 것은 보여지고 불필요한 것은 가려지면서 서로를 커버한다(Arnheim, 1974/1995, p. 117-119).

패션에 나타나는 유사한 단위들이 상호결합되는 중첩형 반복은 어떤 단위가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어 나타나되, 반복된 단위가 동일한 것이 아닌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변화되어 서로 겹쳐지며 반복된다. 일부 충첩형 반복 방식은 레이어드(layered) 스타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레이어드 스타일은 중첩의 묘미를 살리되, 전혀 다른 형태와 소재의 아이템을 겹쳐 입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경우는 중첩은 되지만 반복으로 보기 어려워 반복의 방식에서 제외하였다. 아이템을 겹친다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 반복 행위가 내포된 것이며, 패션에서의 중첩은 동일이나 유사 단위의 중첩보다는 이질적 단위를 반복시키는 중첩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음이다. 수집된 사례가 가장 적은 까닭으로 짐작된다.

디올의 <Fig. 21>은 트렌치 코트(trench coat)를 두 장 겹쳐 입은 모습인데, 두 장의 형태가 유사하지만 톤 온 톤(tone on tone) 배색에 조금 다른 형태의 트렌치 코트가 서로서로 얽히며 중첩되어있다. 페라가모(Ferragamo) <Fig. 22>는 각각 반대 방향을 향하는 사선 무늬 시스루(see through)드레스를 겹쳐 입어 마치 체크 무늬처럼 보인다. 여기에다 이너로 입은 체크 무늬 셔츠로 인해 여러 개의 체크가 중첩된 것처럼 연출되었다. 지방시(Givenchy) <Fig. 23>는 드레스 위에 겹쳐진 비치는 소재의 롱 드레이프가 있고, 한쪽 가슴과 어깨로 옮아가면서 유사한 드레이프 모양이 중첩되며 반복되었다. 발렌시아가(Balenciaga)<Fig. 24>의 플리츠 드레스는 스커트와 앞 뒤판, 연장된 소매, 그리고 레이어드된 어깨 부분 등에 방향을 달리한 플리츠가 드라마틱하게 중첩되있다.

<Fig. 21>

Dior(Vogue France, 2024, p. 168)

<Fig. 22>

Ferragamo(Vogue France, 2023f, p. 58)

<Fig. 23>

Givenchy(Vogue France, 2023i, p. 221)

<Fig. 24>

Balenciaga(Vogue France, 2023j, p. 137)

이러한 <Fig. 21~23> 디자인들은 모두 아른하임의 말처럼 동시에 통합하면서도 각각 다른 것으로 표현되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각 부분의 완전성은 감소하였으나 중첩됨으로서 한 벌로서의 집단성이 생기게 되어 오히려 더욱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Park(2008)에 의하면, 둘 또는 그 이상의 겹쳐진 중첩적 형상은 공간적 차원의 모순을 초래하는데 시각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형상들 서로 간에 시각적 파괴 없이 상호침투하는 투명성(투명성은 단지 시각적인 특성이 아닌, 공간에서 존재하는 어떤 사물이나 형태를 동시에 인식하는 것)을 부여한다고 했다. 패션의 중첩형 반복에 나타나는 시각적 효과에 적용하기에도 적절한 설명이다. 또한 패션에 나타나는 중첩형 반복은 전체성을 가진 정리된 구조로 경험되기 때문에, 게슈탈트 형태심리학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즉, 인간의 정신 현상은 개개의 감각적 부분이나 요소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그 자체로서 전체성으로 구성된 구조나 갖고 있는 특질에 중점을 두고 파악한다는(Gestalt, n.d.) 이론으로, 상호결합하는 중첩형 반복 패션에 대한 시각적 효과로 이해할 수 있다.

5. 파격적인 배열에 의한 변이(變異)형 반복

파격적이고, 규칙이 없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반복되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변이적인 반복 유형이다. 일면 전위적이고 해체(解體)적인 탈정형(脫定形), 탈구조(脫構造)의 특성이 엿보인다. 이러한 표현 방식들을 묶어 ‘파격적인 배열에 의한 변이형 반복’으로 유추하였다.

스포트막스(Sportmax)<Fig. 25>는 저지 드레스의 부분 부분을 매듭처럼 묶어 여기저기 배열한 독창적인 디자인이다. 그리고 루이 비통<Fig. 26>은 탑(top)과 스커트는 잔잔한 주름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반면, 대형 지퍼와 스트링(string) 장식 등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의상 전체가 반복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어깨와 골반 부분에 잔잔한 주름이 잡혀 있는 반원형의 둥근 원통 구조물이 배열되어 있는데, 형태나 위치가 매우 전위적이다. 발망(Balmain)<Fig. 27>은 르네상스를 주제로 한 의상인데 16세기에 유행한 러프(ruff) 칼라, 과장된 어깨와 엉덩이, 의상 표면의 과도한 보석 장식 등을 재해석했다.

<Fig. 25>

Sportmax(Vogue France, 2024, p. 173)

<Fig. 26>

Louis Vuitton(Vogue France, 2023b, p. 121 [left]; Vogue France, 2023c, p. 4 [right])

<Fig. 27>

Balmain(Vogue France, 2023d, p. 126)

비즈(beads)가 있는 가는 루프가 의상 전체에 반복되는데, 점차 다른 성질로 차이가 나는 변이적 반복으로 전위되고 있다. 시선이 집중되는 머리 장식과 안경, 가슴과 어깨를 연결하는 장식, 골반 부분은 빳빳한 구조물 형상이다. 소매와 바디스의 부분 부분들에 방향의 변화를 주고 반복은 연속되다가, 이어 바디스 중심에서 스커트, 트레인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비즈(beads)가 있는 가는 루프가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듯하지만 유연하게 흐르는 부드러운 것으로 변형되어 전혀 다른 성질로 변이 되었다. 극단적으로 확장된 어깨와 머리 장식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의외적이며, 변화의 반복에서 변이의 반복으로 분열되며 엄청난 아우라가 느껴진다.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Fig. 28>의 드레스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가 반복 배열되어 있는데, 인체의 곡선과 의상의 기본 구조를 이탈한 블로킹(blocking)된 면들이 변이적으로 배열된 탈구조적인 스타일이다.

<Fig. 28>

Issey Miyake(Vogue France, 2024, p. 113)

여타의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패션디자인에 있어, 파격적이고 예외적인 어떤 단위가 한 번 출현할 때는 그 이질감이나 부조화감이 두드러져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단위가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이질감이 약화되고, 시각적 연속성이 생기면서 나름의 조화와 균형을 찿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패션디자인에서 반복 배열 방식은 조화를 획득하는 중요한 표현 방법이 될 수 있다.


Ⅵ. 패션에 나타난 반복의 미적 특성

<Table 3>은 패션에 나타나는 반복의 형식인 표현 특성과 그 내용인 미적 특성을 요약 정리한 표이다.

The Case and Expressive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in Fashion

3장에서 도출된 반복의 표현 특성을 토대로 하여 형식에 내제된 미적특성을 도출하였다. 첫째, 과거의 전통과 기존의 규칙이 재현되는 정례형 반복을 통해 질서의 순환성을, 둘째, 점진인 변화형 반복을 통하여 분화적 변화성을, 셋째, 양적으로 축적되는 집적형 반복과 상호 결합되는 중첩형 반복과 결부하여 유기적 관계성을, 넷째, 파격적인 배열에 의한 변이형 반복을 통해 생성의 창조성을 도출하였다.

1. 질서의 순환성

반복을 실존적 범주로 올려놓은 키에르케고르는 반복은 과거의 느낌을 되살리려는 시도 이며, 이전의 것과 연관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고 하였다(Jung, 2009). 반복은 어떤 사건과 사건 사이, 형태와 형태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에 대한 동일한 패턴의 연속이며, 율동적인 회전을 뜻한다(Han, 1991). 자연의 질서인 자기복제적 프랙탈의 순환적 반복에서 보듯이 법칙과 질서는 재현되지만, 그 재현은 동등한 재현이 아니라 변형적인 반복이 순환된다.

<Fig. 10>은 90년대풍 실루엣으로 돌아간 복고풍이며, 바로크와 로코코 시기에 유행한 루프 단추 장식과 여밈이 모방 재현되었다. 스커트의 플리츠는 전통적인 디테일로 이미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출현한 방식이다(Jung, 2014). <Fig. 11>은 50년대 뉴 룩(New look) 실루엣이 응용되었고, 전통적인 트위드 소재에 브레이드 장식으로 꾸며진 샤넬 수트이다. <Fig. 12>는 카라와 커프스의 디자인을 일치시키는 전통적 규칙이 적용되었다. 15세기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를 보면 칼라와 커프스가 일체형으로 반복되는 스타일이 보이기 시작하는데(Sung, 2012), 칼라나 네크라인과 커프스나 소매끝 부분을 통일시키는 디자인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모두 일정 시기의 과거에 유행한 스타일과 형태가 시대를 초월해 이어져 내려오며 순환하고 있다.

질서는 혼란스러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사물의 순서나 차례, 혹은 그것이 지켜지고 있는 상태이며, 하나의 전체를 형성하고 있는 다수의 사물들 사이에 있는 규칙적인 관계를 말한다(Cosmos, n.d.). <Fig. 10~13>은 클래식 스타일로서 복식에 있어 하나의 의식(意識)이나 법식(法式)화된 질서로 자리 잡은 스타일이라 할 수 있으며, 이같은 스타일은 시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재생 반복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흔히 회자되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복고풍은 패션 뿐 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친 주요 트렌드이기도 하다. 복고풍은 서양의 역사 복식에서도 자주 출현되었다. 예컨대 17세기 말의 버슬 스타일이 18세기 말과 19세기 말에 다시 유행하였고, 엠파이어 시기에 고대 그리스풍으로 회귀한 여성 복식(슈미즈 가운)과 르네상스풍의 유행(러프 칼라나 양다리형 소매)을 비롯해 뒤이은 낭만주의 시기에 귀족주의로 다시 회귀한 복식 등, 주지하다시피 역사 복식에 많은 복고풍 패션이 있었다. 현대 패션에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고풍이 재생되며 복고풍은 이제 주류적인 패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고풍 패션은 과거의 특정 시기의 스타일을 모방하지만, 동일하게 반복된다기 보다는 현재의 스타일에 맞게 재해석되어 적용하는 변화적 반복이요, 현재가 풍부하게 확장되는 반복이다. 이와 같은 복고풍은 현대 패션에서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 현재와 과거가 연계되며, 과거의 정신과 그에 파생된 양식과 규칙들을 반복하는 질서의 순환성이 패션을 통해서 투영되어 표현된다.

2. 분화(分化)적 변화성

반복은 동일성을 확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일성을 균열시키고 변환을 생산하며. 반복을 통해 동일성은 사라지고 고정된 정체성도 사라진다. 반복은 규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사건을 생성한다(B. Lee, 2015). 분화는 단순하거나 동질적인 것이 복잡하거나 이질적인 것으로 변함을 뜻하며, 세포가 분열하여 만들어진 세포가 원래 세포와 다른 기능을 얻는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differentiation, n.d.). 분화는 자신들의 체계적 통일성을 가지면서 반복을 점진적으로 고양시키며, 탁월한 진화적 특성을 지니는데, 서로 상관적인 부분들의 관계를 단단한 것(방법)으로 만들고 합성시킨다(Deleuze, 1968/2004). 곧 반복은 분화의 역량이 된다.

들뢰즈는 예술은 먼저 반복하고, 게다가 어떤 내면적 역량을 통해 모든 반복을 반복하기 때문에 예술은 모방하지 않는다면서, 반복을 예술의 특징이요 목적으로 보았다. 현대예술 속의 반복은 흔히 볼 수 있는 표현 방식으로 자리 매김하였다(H. Lee, 2015). 분화하며 변화하는 속성을 지닌 반복은 자연과 예술 뿐 만 아니라 패션에서도 역시 발현된다.

<Fig. 13>의 목둘레와 헴 라인에 연속하면서 확장되는 벨트형 장식, 그리고 <Fig. 14>의 바지와 코트의 변화하며 반복된 타탄 체크, 드레이퍼리의 단위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드라마틱하게 분화되는 원피스<Fig. 15>, <Fig. 16>의 다채롭게 변형한 러플 장식들, <Fig. 17>의상을 비롯해 손, 발까지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그물망 패턴 등, 모두 반복하지만 판에 박힌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반복하면서 이질적인 것으로 변환되면서 시각적으로 조화롭게 합성되어 색다른 이미지로 확장된다.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분화되는 변화성을 가진 반복은 들뢰즈의 제2의 반복인 차이의 반복이기도하다. 변화는 자연의 본성이며, 반복하되 변화하는 반복의 속성은 자연의 변화 원리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어떤 갈라져 나간 단위들이 가속적으로 반복되며 전혀 새로운 것으로 발전하는 반복의 변화적 속성은 패션디자인에 있어 반복에 의해 점차 고양되며 새로운 것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3. 유기(有機)적 관계성

패션에 있어 집적형과 중첩형의 반복이 표현된 작품들은 반복된 단위들 끼리 함께 연계되고, 같이 조합되는 그 관계에 의해 형태와 이미지가 구축된다. 물론 이외의 반복 패션에서도 관계성은 분명히 드러나지만 집적와 중첩은 특히 단위가 결합되는 관계성에 크게 좌우된다. Deleuze(1968/2004)는 이러한 반복의 관계성에 대해 말하기를, 사라진 현재와 현행적 현재라는 두 현재가 잠재적 대상으로 두 계열을 형성하고 그 잠재적 대상은 그 계열들 안에서 또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자리를 바꾸고 있다면, 이 두 계열 중 어느 것도 더 이상 원초적인 것으로나 파생적인 것으로 지칭될 수 없으며, 상호 주관성 안에서 어떤 유희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고 하였다. 두 단위가 서로 관계를 맺음으로서 유희의 관계에 놓인다는 그의 표현은 다소 문학적이지만, 관계 맺음으로 인한 상호 간의 긍정적인 상승 효과를 짐작하게 한다.

집적되거나 중첩된 반복으로 구성된 패션은 아이템끼리 혹은 부분끼리 상호 간에 조합되고, 종합되고, 합체되고, 결합되는 유기적 관계성이 형성된다. 즉, 집적된 단위들이나 중첩된 단위들이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간에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떼어 낼 수 없는 관계가 구축되면서 각각 원래대로 환원될 수 없는 상호통합에 의한 유기체적 관계성이 성립된다. 이러한 관계성으로 인해 온전한 시각적 조화와 통일의 미가 구현된다.

<Fig. 18~20>은 양적인 집적의 표현 특성을 나타낸 작품이다. 단위 모티브가 단일로 존재할 때 보다 집적되면서 낱개의 모티브는 약화되며, 상호결합되는 관계성이 구축되고 단일로 환원될 수 없는 전체성이 형성된다. <Fig. 21~24>는 중첩적인 반복에 의한 작품이다. 중첩된 의상은 상호 조합되는 관계에 의해 부분들이 제거되는(제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숨겨진) 동시에 전체가 통합되기 때문에 시각적인 조화가 극대화된다. 이와 같이 요소와 요소가 결합하는 집적형과 중첩형의 관계성은 개체성이 상실되고 하나의 긴밀하게 구성된 단위로의 변환하는 성질이며, 우리가 속한 세계의 근원적 정체성으로서 문화와 예술의 다양한 영역에서 그리고 복식을 통해서 발현되는 근본원리이기도 하다.

4. 생성의 창조성

이론적 배경에서 밝힌 바와 같이, 들뢰즈는 반복 자체를 새로운 사태로 만들고, 반복을 의지의 대상 자체로 만들면서 모든 속박으로 부터 의지를 해방하는 것이 존재론적 반복이며,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의 반복’이요 ‘궁극의 반복’이라면서 이러한 반복을 예술의 최고의 목적으로 보았다. 예컨대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Fig. 7>들이나 쿠사마 야요이의 물방울 무늬들<Fig. 8>에서 추구된 반복은 다른 반복을 포괄하며 궁극에 도달하려는 존재론적 반복을 실현하는 창조의 장(場)이라 하겠다.

반복을 통한 생성하는 창조의 역량은 패션의 반복에서도 구현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창조는 독창성을 매게로 이루어진다. <Fig. 25~28>은 모두 독창적 반복이 추구된 작품들이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파격적이며 변이적인 배열을 형성하는데, 의상의 기본 형식을 뛰어넘고 고정된 구조의 한계를 극복한 경계 넘기의 반복이 구현되어, 궁극적인 창조에의 의지와 정신이 발현되고 있다.

반복은 유머(humor)와 아이러니(irony)에 속하는 사태이며 본성상 위반이고, 예외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경험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전복해야 할 필연성에 부딪힌다(Deleuze, 1968/2004)는 들뢰즈의 말처럼, 반복이 표현되는 장인 반복 패션은 유머와 아이러니, 위반, 예외의 특성이 유감없이 표출된다. 정형을 이탈하고 초월하는 반복의 생성적 창조 정신과 실행은, 인간의 삶 속에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인간 행위이며, 이것이 복식을 통해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Ⅴ. 요약 및 결론

반복은 자연과 인간의 삶에 나타나는 현상과 과정들의 특징을 이루는 보편적 질서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발휘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본 연구는 그동안 패션의 반복을 복고풍 현상으로 파악하거나, 조화나 통일 같은 디자인 원리 중의 하나로서 다루는 지엽적인 관점의 선행연구와는 달리 자연과학, 심리학, 철학, 예술 분야의 반복 이론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근원적이며 미학적인 관점에서 반복이 나타난 패션의 표현 특성과 미적 특성을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패션에 나타나는 반복의 형식적인 표현 특성은 과거의 전통과 기존의 규칙이 재현되는 정례형 반복, 점진적인 변화형 반복, 양적으로 축적되는 집적형 반복, 상호 결합되는 중첩형 반복, 파격적인 배열에 의한 변이형 반복 등이다.

첫째, 과거의 전통과 기존의 규칙이 재현되는 정례형 반복은 세 가지 표현 방법이 나타난다.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한 색채나 소재, 디테일이나 장식 등이 기존 의상 구성 방식의 정례대로 반복되는 경우, 그리고 동일 구조의 디테일이나 장식이 의복의 가장자리 선을 따라 반복되는 경우, 끝으로 연속문양에 의한 규칙적인 반복의 경우 등이다.

둘째, 점진적인 변화형 반복은 동일 반복이 아닌 변화하는 반복 유형으로 다음의 두 가지 경우가 관찰된다. 어떤 단위(색채, 문양, 소재, 디테일, 장식 등)가 반복 되지만 동일 반복이 아니라 형이나 형태 등에서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크기나 부피 등이 점차 변형되어 반복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단위 요소의 반복 강도가 점진적으로 강해지면서 의미와 느낌이 확장되는 경우이다.

셋째, 양적으로 축적되는 집적형 반복은 오브제나 장식, 디테일 등의 단위를 의상의 실루엣을 형성하도록 계획하여 양적으로 축적해 형태를 구성하는 반복의 유형이다. 대체로 표면이 입체적으로 구성되며, 집적하는 과정에서 단위들이 가진 고유한 개체성은 상실되고 축적되어 전체성이 강조된다.

넷째, 상호 결합되는 중첩형 반복은 어떤 단위가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어 나타나되, 반복된 단위가 동일한 것이 아닌,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변화되어 서로 겹쳐지며 반복되는 방식이다. 동시에 통합하면서도 각각 다른 것으로 표현되어, 각각의 완전성은 감소되고 한 벌로서의 집단성이 생겨 더욱 조화롭다.

다섯째, 파격적인 배열에 의한 변이형 반복은 파격적이고, 규칙이 없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반복되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변이적인 반복 유형이다. 일면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탈정형, 탈구조의 특성을 지닌다. 기존의 틀을 깨는 전위적인 패션디자인에서 반복 배열은 시각적 연속성이 생기면서 나름의 조화와 균형을 찿는 창작방식이 된다.

다음으로, 패션에 나타난 반복의 내용적인 미적특성은 질서의 순환성, 분화적 변화성, 유기적 관계성, 생성의 창조성 등이다.

첫째, 질서의 순환성은 프랙탈의 질서이기도 하다. 독창성과 창의성이 발휘되는 현대 패션에 사회적, 역사적으로 형성된 집단적 감정이나 견해로 의식(意識)화된 클래식 스타일이 끊임없이 재생반복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현재와 과거가 연계되며, 과거의 정신과 그에 파생된 양식과 규칙들을 반복하는 순환, 그 운동은 패션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발현되고 있다.

둘째, 분화적 변화성은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분화되는 변화성을 가진 반복으로 들뢰즈의 제2의 반복인 차이의 반복이기도 한데 이러한 변화의 우주적 원리가 패션의 조성 원리로도 작동된다. 변화하는 반복으로 조성된 패션은 서로 상관적인 부분들의 관계를 단단하게 합성시키면서 디자인의 컨셉과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고양시켜 감흥을 유발한다.

셋째, 유기적 관계성은 집적되거나 중첩된 반복으로 구성된 패션에 있어 반복된 아이템끼리 혹은 부분끼리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각 부분이 밀접하게 관련되는 특성이다. 이러한 유기적 관계성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시각적 조화와 균형, 통일의 미가 발현된다. 요소와 요소가 결합하는 집적형과 중첩형 디자인의 관계성은 개체성이 상실되고 긴밀하게 구성된 하나의 단위로 변환하는 성질이며, 패션디자인에서도 발현되는 근본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넷째, 생성의 창조성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이룩하는 창조의 역량으로 반복의 패션에있서 독창성을 매개로 추구된다. 독창적인 반복은 예상치못한 파격적이며 변이적인 배열을 이루는데, 의상의 기본 구조의 한계를 극복한 경계 넘기의 반복으로 궁극적인 창조에의 정신이 발현되고 있다. 이러한 반복은 창조의 실험 정신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유머와 아이러니, 예외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반복을 통한 생성적인 창조의 추구는 이전의 표준이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초월적 실행이며, 이는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인간 행위라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반복을 활용한 디자인은 클래식 스타일에서 부터 캐주얼, 하이 패션은 물론 오트 쿠튀르와 창의성을 중심으로 하는 전위적인 패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강력한 작동원리이며 끊임없이 지속되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자료수집 과정에서 밝힌 것처럼 패션잡지 보그에 반복이 활용된 자료 수가 너무 많다는 것 역시 패션에 적용된 반복 현상의 보편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본 연구를 통해 그동안 반복이 가진 지루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반복은 인간의 정신과 행위를 기초하는 우주적 근본 개념으로, 모든 영역에서 반복 고유의 역량이 발견되고 있으며 무의식, 언어, 철학, 예술의 힘으로 나타나며, 패션의 영역에서도 활발히 발현되고 있는 보편적 현상이요, 패션 창조를 위한 주요한 매개체이자 원동력임을 확인하였다.

미흡하나마 연구 결과로 얻은 반복의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가치들이 반복을 활용한 패션디자인 창작에 도움이 되고 패션 디자인 교육 및 반복 이론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며, 아울러 복식을 통한 인간 행위 탐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차후 자료 분석 채널을 달리하거나, 역사 복식에 나타나는 반복과의 비교 관련 연구들이 후속되고 축적됨으로 패션에 표현되고 있는 반복이 밝히 조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동명대학교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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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Koch Curve(Fractal shape, n.d.)

<Fig. 2>

<Fig. 2>
Bracken(A lively Hong coach, 2015)

<Fig. 3>

<Fig. 3>
Marcel Duchamp(Marcel Duchamp, n.d.)

<Fig. 4>

<Fig. 4>
Fortunato Depero(MODA, 2019)

<Fig. 5>

<Fig. 5>
Victor Vasarely(Rightbrain Lab, 2021)

<Fig. 6>

<Fig. 6>
Frank Stella(Maquota design, 2020)

<Fig. 7>

<Fig. 7>
Andy Warhol(Medicom Toy, n.d.)

<Fig. 8>

<Fig. 8>
Kusama Yayoi(Kusama Yayoi, n.d.)

<Fig. 9>

<Fig. 9>
Park Seo Bo(Geunyang, 2021)

<Fig. 10>

<Fig. 10>
Dior(Vogue France, 2023a, p. 6)

<Fig. 11>

<Fig. 11>
Chanel(Vogue France, 2023e, p. 167)

<Fig. 12>

<Fig. 12>
Gucci(Vogue France, 2023g, p. 8)

<Fig. 13>

<Fig. 13>
Louis Vuitton(Vogue France, 2023d, p. 4)

<Fig. 14>

<Fig. 14>
Burberry(Vogue France, 2023h, p. 161)

<Fig. 15>

<Fig. 15>
Versace(Vogue France, 2023i, p. 145)

<Fig. 16>

<Fig. 16>
Simone Rocha(Vogue France, 2023e, p. 164)

<Fig. 17>

<Fig. 17>
Valentino(Vogue France, 2023c, p. 23)

<Fig. 18>

<Fig. 18>
Chanel(Vogue France, 2023e, p. 179)

<Fig. 19>

<Fig. 19>
Gucci(Vogue France, 2023a, p. 206)

<Fig. 20>

<Fig. 20>
Bottega Veneta(Vogue France, 2024, p. 165)

<Fig. 21>

<Fig. 21>
Dior(Vogue France, 2024, p. 168)

<Fig. 22>

<Fig. 22>
Ferragamo(Vogue France, 2023f, p. 58)

<Fig. 23>

<Fig. 23>
Givenchy(Vogue France, 2023i, p. 221)

<Fig. 24>

<Fig. 24>
Balenciaga(Vogue France, 2023j, p. 137)

<Fig. 25>

<Fig. 25>
Sportmax(Vogue France, 2024, p. 173)

<Fig. 26>

<Fig. 26>
Louis Vuitton(Vogue France, 2023b, p. 121 [left]; Vogue France, 2023c, p. 4 [right])

<Fig. 27>

<Fig. 27>
Balmain(Vogue France, 2023d, p. 126)

<Fig. 28>

<Fig. 28>
Issey Miyake(Vogue France, 2024, p. 113)

<Table 1>

Derivation of expression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Field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Type of expression characteristics
Theoretical background 1.
Nature science
fractals, self-similarity, circularity regular type
modified form, continuous variation
2.
Philosophy & psychology
repetition of identity
creative repetition, transcendent repetition, evolution, transposition andcamouflage, uniqueness, robbery, ontological repetition, ultimate repetition
changing type
non-equivalence
repetition of differences
3.
Art
sameness variational type
copy and imitation, repetition of habit and memory, continuous repetition
ontological repetition, ultimate repetition
Prior research integration accumulate accumulative type
overlap overlapping type

<Table 2>

The Frequency of Appearance and Type Classification of Expressive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in Fashion by Vogue Fashion Magazines

1.Regular Repetition 2.Changing Repetition 3.Accumulative Repetition 4.Overlapping Repetition 5.Variational Repetition Total
N. 1033 42 34 13 5 3 97
N. 1034 35 29 5 8 3 80
N. 1035 46 48 10 11 7 122
N. 1036 46 24 8 5 11 94
N. 1037 43 22 5 5 7 82
N. 1038 70 33 1 2 3 109
N. 1039 30 34 0 6 2 72
N. 1040 49 21 4 16 11 101
N. 1041 49 23 11 14 3 100
N. 1042 25 17 2 12 4 60
N. 1043 33 13 8 5 11 70
Total(%) 468(47.4%) 298(30.2%) 67(6.8%) 89(9.0%) 65(6.6%) 987

<Table 3>

The Case and Expressive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Repetition in Fashion

Expressive Characteristics Aesthetic Characteristics
Regular Repetition of Past Traditions and Existing Rules When similar or identical colors, materials, details, ornaments are regularly repeated in the arrangement of clothing Circularity of order
When details or decorations of the same structure are repeated along the edge of the garment
In the case of regular repetition through a continuous pattern
Progressive Changing Repetition Variation within the Scope of Maintained Similarity in Form or Shape, rather than Exact Repetition Differentiated Variability
When the repetition intensity of unit elements gradually increases, leading to an expansion of meaning and sensation
Iterative Accumulative Repetition in Quantity Organic Relationality 
Interconnected Overlapping Repetition
Variational Repetition through Radical Arrangements Creativity of Gene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