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에 대한 탐색적 연구: 탈서구중심주의 문화 담론과 아시아 에스닉 패션을 중심으로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development of Asian ethnic fashion in the context of the globalization of cross-cultural phenomena and to explore the implications and future directions of equitable cross-cultural fashion in the 21st century by analyzing de-Westcentric cultural discourse. Thus, literature reviews and content analysis were conducted on fashion design cases cited as positive collaborations between Asian traditional culture and global fashion brands through internet searches. The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equitable cross-cultural fashion is a fashion culture and industry that embraces the concept of inclusive fashion, breaking away from binary perspectives and metaphors such as West and East, dominance, and subjugation. Second, a digital consumer marketplace propels equitable cross-cultural fashion,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cultural inclusion in fashion communication and storytelling. Third, equitable cross-cultural fashion is a dynamic value that seeks cultural variability within the 21st-century sustainable paradigm. This study is significant as a foundational examination to reappraise cultural diversity and recognize the respect for and importance of each culture.
Keywords:
Asia ethnic fashion, cross-culture fashion, De-Westcentrism cultural discourse, equitable cross-cultural fashion키워드:
아시아 에스닉 패션, 크로스컬쳐 패션, 탈서구중심주의 문화담론,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Ⅰ. 서론
크로스컬쳐(cross-culture)란 두 개 이상의 다른 문화가 만나 상호작용과 교류를 강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국가의 상호 문화적 특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는 전통적으로 ‘구별’이라는 의식과 연관되었고, 21세기에 들어 다양성, 복수성, 혼용성, 포용성 등의 개념으로 유행하고 있다(Egleton, 2016/2021). 문화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로컬문화, 고유문화, 전통문화라는 용어들이 있으며, 문화의 변동성과 관련하여서는 문화의 융합, 문화의 동화, 문화의 공존이라는 용어들이 있다(Kim, 2018). 이러한 문화적 변화와 교류는 크로스컬쳐(cross-culture)라는 개념을 탄생시켰으며, 21세기 패션의 주요 트렌드가 되었다. 패션은 하나의 ‘문화적 현상’(Tynan, 2021)이며, '문화적 정체성'의 한 요소인 동시에 다양한 디자인과 스타일이 융합된 역동적인 현상(Pozzo, 2020)이라는 언급처럼 ‘크로스컬쳐 패션’은 서로 다른 문화의 영향과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스타일이나 트렌드를 창출하는 주요한 현상이라 하겠다. Green & Kaiser(2017)는 패션 연구와 문화 연구의 학제 간 연구의 의미와 중요성을 지적하였고, Rovine(2009)은 의복이 '타자'와의 대비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체이므로 크로스컬쳐 패션에 대한 고찰은 학문적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패션은 각 문화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매개체이기에 서유럽 중심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으로 비유럽지역의 민속 복식을 사용해왔다. 특히,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회화, 가구, 직물, 도자기 예술 분야와 복식에 나타난 시누아즈리(Chinoiserie)의 이국적 취향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시아 민속문화의 영향은 이후 20세기 패션에서도 반복적으로 유행하여 디오르, 이브 생 로랑, 구찌, 돌체 앤 가바나, 펜디, 지안프랑코 페레, 드리스 반 노튼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적 담론에 기초하여 아시아 에스닉 패션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컬쳐 연구는 패션 분야의 문화 다양성을 재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확인하는 기초연구로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수행된 문화 다양성, 하이브리드 연구와 아시아 에스닉 패션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들과 트렌드를 중심으로 패션 디자인의 조형미를 분석하거나 예술 경향과 관련지어 논하는 연구(Eun & Park, 2010; Gang & Park, 2010; Kim, 2010; Park, 2015; Seo, 2014; Yi & Yim, 2020; Yu, Kim, Lee & Hong, 2001)가 있었다. 한편 Choi(2014)는 패션이 사회적 담론의 산물이기에 각 사회의 체계와 담론과 관련하여 그 관계를 연구할 필요성을 지적하였고, Lee & Yim(2020)과 Lee(2019)는 패션에서 제기된 문화 전유(appropriation)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며, Park(2022)은 동남아시아 히잡 패션을 단순한 종교적, 전통적 접근이 아닌 글로벌 패션화와 연계한 연구를 하였다. Shukla & Park(2023)은 인도의 전통적 의상과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인도 전통복식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디자인을 통해 크로스컬쳐 패션의 사례를 연구하였다. Ko & Yim(2023)은 구찌(Gucci)를 중심으로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한국 전통문화 활용에 나타난 진정성을 분석하며, 패션산업의 본질이 상업성에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문화적 전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통문화 차용에 대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해외에서도 최근 들어 크로스컬쳐 패션 연구(Chatzopoulou, 2019; Pozzo, 2020; Zou & Joneurairatana, 2020)가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Chatzopoulou (2019)는 에스닉 패션 브랜드와 관련된 패션문화 연구를, Pozzo(2020)는 패션 영감의 원천과 문화 전유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에스닉 패션에 대한 연구는 문화적 접근과 예술적 표현적 접근, 그리고 문화 전유와 문화 사용의 진정성과 관련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문화이론과 아시아 에스닉 패션의 전개를 고찰하고 이를 통해 21세기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크로스컬쳐 패션이 주목되는 현 시점에서 탈서구중심주의(De-Westcentrism) 문화 담론을 살펴보고 대등적 크로스 컬쳐 개념을 정리한다.
둘째, 20세기 이후 세계 패션사에 나타나는 아시아 에스닉 패션의 전개와 그 내용을 살펴본다.
셋째, 21세기 크로스컬쳐 패션의 사례를 통해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이 담고 있는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의 방법은 문헌연구와 내용분석을 수행하였다. 탈서구중심주의 문화이론, 아시아 에스닉 패션, 크로스컬쳐 현상에 대한 문헌을 고찰하였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시아 전통 문화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긍정적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연구는 글로벌 시대에 당면한 크로스컬쳐 패션의 대등성에 대한 시각을 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아시아 에스닉 패션의 범위는 중국, 일본, 한국의 동북아시아 국가와 오랜 기간 서구 문화예술의 영감이 된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한정함을 밝힌다.
Ⅱ. 탈서구중심주의 문화 담론과 대등적 크로스 컬쳐 패션
Jansen(2020)은 패션과 근대성의 환상에 대해 논하면서, 명사로서의 패션과 동사로서의 패션을 구분하여 그 의미를 지적한 바 있다. ‘명사’로서의 패션(fashion)은 근대성 특유의 시간성(동시대성), 시스템(권력), 산업(자본주의)에 따라 정의되며, 그 속에는 ‘서유럽 중심의 식민성’이 내재되어 있는 반면, ‘동사’로서의 패션은 신체를 꾸미는 행위와 태도를 말하며, 모든 시간성과 지역을 포함하는 의미로서 ‘식민지적 차이를 넘어’ 작동한다는 것이다. Gaugele & Titton(2019)은 패션 분야가 서구중심주의 시각(Euro-Western viewpoint)으로 지배되어 온 대표적 분야이며, 전통적인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나 보다 넓고 글로벌하며 탈식민지적시야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유럽의 패션 세계에 아시아 에스닉 룩이 등장하면서 동양문화의 이국적인 신비로움을 제시했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패션이 유럽 중심의 서구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타자(the other)의 개념으로 취급되는 왜곡된 것이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Seo, 2014). 따라서 크로스컬쳐 패션에 대한 문화와 관련된 탐색적 연구를 위해 서구 중심적 사고방식과 그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학문적 시도인 탈서구중심주의(De-Westcentrism, Post-West-centrism, De-Colonialism, Post-Colonialism) 문화 이론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1. 탈서구중심주의(De-Westcentrism) 문화 담론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Palestinian-American, 1935 - 2003)를 필두로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중심적 왜곡된 인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의 ‘뒤틀린 거울’이라고 정의하고 서구 사회전반에 만연한 동양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탈피를 주장하였다(Song, 2022). 14-15세기 대항해의 시대(大航海時代, 포르투갈어: Era dos Grandes Navegações) 유럽인들이 중국의 가구, 도자기, 자수 직물 등을 유럽 전역에 소개하며 미지의 동방 세계를 알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17–18세기에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분야에서 동방의 이국적 소재를 활용하고 표현하는 양식인 시누아즈리(Chinoiserie)가 유행하였다. 19세기에 이르러서도 인상주의 화가들을 비롯한 화가들의 그림에서도 일본과 중국의 전통 의상을 입은 백인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보인다. 대부분 동양풍의 의상을 가운처럼 걸치고 거실이나 침실 등에서 편안한 자세 혹은 에로틱한 포즈가 나타난다<Fig. 1, Fig. 2, and Fig. 3>. 이들 그림에는 획일화된 이국적 에로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일본과 중국 복식이 백인 여성들에게 입혀져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1978년 출판된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서 서구의 시각에서 동양을 일반화하고 왜곡하는 문제를 비판했다<Fig. 4>. 사이드의 주장은 서구 중심의 보편주의가 서구는 우수하고 비서구는 열등하다는 논리를 이데올로기화하여 동양을 열등한 ‘타자’로 바라보는 방식이 바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란 ‘이분법’이야말로 흑백논리이며 차별적인 패권주의와 왜곡된 시각이라 주장하였다. 오리엔탈 문화는 서구 문화에 의한, 서구문화를 위한 일종의 소비재였던 것이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을 ‘타자화’함으로써 서구가 자신의 우월성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이며 문제는 이러한 허구적인 동양에 대한 표상이 실제로는 서양인에 의해 전유되었고 식민지 및 제국주의 논리에 통합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패션에서도 사이드가 비판한 오리엔탈리즘의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타자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윤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진정한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대등한 크로스 컬처 문화를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자메이카 출신의 영국 문화연구가 스튜어트 홀(Stuart Hall, English, 1932-2014)은 대중문화를 중요한 학문적 영역으로 전환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1990년대 들어 사회적 삶에서 문화가 중요하다는 문화 담론이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이론적 기틀을 마련한 홀은 문화 본질에 집중하였다. 홀의 대중문화 담론은 대중문화, 하위문화, 미디어, 정치학, 페미니즘, 인종주의,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패션 연구에서도 Green & Kaiser(2017)는 홀의 이론에 근거하여 주류 문화 속에서도 민족성은 더 높은 수준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홀은 ‘대중문화’가 단순히 지배 이데올로기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저항’이 동시에 일어나는, 그렇기에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한 살아있는 일종의 정치적 공간이라 보았다. 홀은 대중문화 텍스트와 수용자 경험 간 관계는 ‘코드화(encoding)’와 ‘해독(decoding)’으로 설명하며 수용자가 텍스트의 코드를 ‘지배적(dominant) 해독’, ‘교섭적 혹은 협상적(negotiated) 해독’, ‘저항적(oppositional) 해독’으로 분류하여 문화의 수용에는 수용자의 다양한 해독에 따라 많은 노력이 수반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수용은 즐거움과 연결되는 일이기에, 따라서 많은 노력이 수반되더라도 수용자는 대중문화의 텍스트를 해석하거나 거부하거나 재구성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홀의 시각에 근거해 볼 때, 대중문화를 생산자와 수용자 간의 소통 과정에 있어 즐거움과 의미를 얻는 것이 다문화 시대의 대중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패션 문화에 있어서도 주류문화와 타문화 간의 소통과 수용의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과 거부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하며 그 과정에 각 분야의 노력과 즐거움 그리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2. 에스닉 패션과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
패션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원동력 중 하나는 다른 문화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것이다. 패션 업계의 빠른 혁신 속도와 차별성에 대한 욕구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종종 외국 문화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질적인 문화의 독특한 모티프, 직물 또는 전통 공예기법 등을 현대 패션디자인에 통합하여 독특하고 절충적인 스타일을 창작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풍부하고 감성적으로 다양한 패션 트렌드를 형성한다. 전통적인 스타일과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을 지칭하는 용어로 에스닉(ethnic) 패션과 포클로어(folklore) 패션이 있다. 두 용어의 초점과 의미는 다르다. 에스닉 패션의 예를 들면, 인도의 사리, 한국의 한복, 일본의 기모노 등이 반영된 패션이다. 반면 포클로어 패션은 유럽의 전해 내려오는 특정 커뮤니티의 이야기, 신화, 전설, 관습을 반영한다(‘Folklore’, n.d). 포클로어 패션에는 유럽의 페전트 룩, 슬라브족(Slaves)의 비시방카(vyshynanka, 자수 셔츠), 스칸디나비아의 부나드(bunad) 등이 포함된다.
패션은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 존재해 왔지만, 일반적으로 유럽 중심의 패권적 패션이 강조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비서구 디자이너가 자신의 문화유산을 영감의 원천으로 현대적 패션 디자인을 하는 경우 ‘전통적’으로 간주되고, 서양 패션 미학을 통합하면 서구화되었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서양 디자이너가 비서구 문화를 참조하면 패셔너블하게 만든 것으로 인식이 된다. 이는 패션 용어는 항상 서양 패션과 관련이 있으며, 청바지, 티셔츠 등과 같은 서양 패션이 세계화 과정으로 인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식민지 시대와 세계화 과정 속에서 ‘서양 패션 = 현대화’의 이미지로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과거로부터 특정 민족의 역사, 종교, 문화, 가치관 및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에스닉 패션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창작을 위한 인스피레이션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의복을 매개로 한 문화 교류와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에는 퓨전(fusion) 패션, 하이브리드(hybrid) 패션, 크로스컬처(cross-culture) 패션 등이 있다. 그러나 각 개념 간의 명확한 차이에 대한 정의는 다소 모호하다. 문화 혼종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에서 각각의 의미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패션 분야에서 볼 때 퓨전 패션이란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의상과 액세서리 스타일 등 ‘구체적인 요소’들을 결합하는 패션이며, 하이브리드 패션은 다양한 문화, 역사적 시대, 기술 등과 패션이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보다 초점이 있다고 보인다. 문화적 혼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 왔으며 21세기는 보다 가속화되고 다양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문화코드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전이되면서 문화 혼종의 상황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게 되고 이제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Kim(2018)은 혼종 문화에 대해 설명하며 하이브리드가 A + B -> C라면, 크로스컬쳐는 A<--> B / Ab, aB, ab, AB로 문화의 다양성 현상에 주목된다 하였다. 따라서 크로스컬쳐 패션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교차'와 '도약'을 강조하며 여기에는 하나 또는 여러 문화의 전통 의복, 직물, 패턴 또는 상징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패션 디자인으로 통합하는 것이 포함되어 ‘글로벌 문화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Zou & Joneurairatana, 2020). 그리고 크로스컬처 패션은 다양한 문화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열망이 포함되어야 한다(Kopp, 2023). 이제 크로스컬쳐 현상은 해당 문화간의 공동의 이로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Shukla & Park, 2023).
따라서 크로스컬쳐 패션이 형태, 색채, 이미지, 소재와 각 요소들이 내포하는 문화적 기호를 인식하고 이와 상호 작용하여 탄생한 결과를 말하는 것이라면, ‘대등적 크로스컬쳐(equitable cross-culture) 패션’은 이러한 크로스컬쳐 패션이 구현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해당 문화와 그 사회를 고려한 ‘진정성 있는 이해’가 전제되는 개념이라 하겠다. Green & Kaiser(2017)는 대등성의 개념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패션과 문화 연구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패션이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일관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Rocamora & Smelik(2015)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각 문화권의 특성을 존중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전략을 지적하며 대등적 요소를 제안하였다. 이처럼 디자인 요소들이 동일하게 이해되고 수용될 수 있도록 디자인 과정과 마케팅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각각의 문화권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요소를 조정하는 것이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이며 여기에는 각 문화에 대한 개념과 감정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즉,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은 문화적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공정한 크로스컬처 패션’이며, 다양한 문화의 옷과 액세서리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포함하여야 하는 것이기에 문화적 도용(cultural appropriation)이나 착취를 경계하여야 한다<Fig. 5>. 패션 산업에서는 종종 한 문화의 심볼 또는 스타일을 상업적 이익만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해당 문화를 간략화하거나 오해할 수 있으므로, 대등적 크로스컬처 패션을 디자인하거나 소비할 때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Ⅲ. 패션사에서의 아시아 에스닉 패션 전개
1. 오리엔탈리즘, 이국취미: 1890-1910년대
2018년과 2019년 미국의 뉴어크, 샌프란시스코, 신시내티 박물관 순회 전시로 주목받았던 기모노 리패션드 전시회(Kimono Refashioned Exhibition)는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기모노와 서양 패션의 다양한 관계를 살펴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 전시회는 교토 복식 연구소(Kyoto Costume Institute)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이국취미적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에서 벗어나 일본의 기모노가 서양 패션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했다. 서양에서의 동아시아 에스닉 패션은 중국풍을 의미하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에서 시작되었다. 이 용어는 루이 14세의 멘토이자 재상이었던 이탈리아 출신 프랑스 추기경, G. 마자랭(Giulio Mazarini, 1602-61)에서부터 비롯되었다(Geczy, 2013). 17세기 이래 극동아시아적 이국정서인 시누아즈리는 직물, 도자기, 가구 등에서 시작되어 18세기 로코코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서양 패션사에서 아시안 에스닉 룩의 등장 사례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로부터 19세기 말 디자이너 자크 듀세(Jacques Doucet)와 20세기 초의 폴 푸아레(Paul Poiret)의 일본 기모노 스타일 디자인에서 잘 나타난다<Fig. 6 and Fig, 7>. 기모노는 1854년 일본이 서양에 개방되면서 유럽에 알려졌는데, 듀세의 1897년 드레스는 일본화에서 볼 수 있는 꽃 그림을 상하에 비대칭적으로 장식하여 동양적 요소를 표현했다. 20세기 초 패션에서의 아시아 이국주의는 폴 푸아레에 의해 나타났다. 폴 푸아레는 미나레 드레스와 호블 스커트로 패션계를 장악했으며, 천일야화의 페르시아 환타지를 구현한 그의 작품과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일본의 기모노 스타일의 가운과 화려한 푸아레의 장식성으로 무대의상 같은 패션을 구현하여 동양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푸아레의 열풍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사라졌지만, 20세기 초 파리를 중심으로 아시아 에스닉 룩의 판타지를 통해 동양에 대한 이국취미와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저항문화, 대중적 사회 참여의 표현: 1960-1970년대
1950년대 비트족(beatnik generation)은 미국의 경제적 풍요 속에서, 획일화와 동질화의 양상으로 개개인이 거대한 사회 조직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항하는 저항적인 문화를 추구했다. 이들은 민속음악을 즐기며 산업화 이전 시대의 전원생활, 인간 정신에 대한 신뢰, 낙천적인 사고를 중요시했다. 비트에게 패션은 기성 사회에 대한 반항의 표현 매체였다. 베이비붐 세대가 성년이 된 1960년대 후반에는 본격적인 '플라워 파워(flower power)'의 반전 운동과 섹스, 마약, 로큰롤이라는 새로운 젊은 문화가 결합된 히피(hippies) 문화가 탄생하였다. 히피족은 인도, 모로코, 멕시코,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로부터 차용한 반 기성세대적인 에스닉 룩을 입음으로써 그들의 가치관을 표현하였다. 1968년의 '68 학생 혁명’ 이후 10여 년간 예술과 패션은 대중적 사회 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Geczy, 2013). 인도의 독립, 마오쩌둥 시기의 대기근,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해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에서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존재였다.
반전과 반물질주의를 앞세운 히피는 동양의 사상과 종교에 영향을 받은 복식을 전파하여 패션계의 관심을 동양 문화로 옮기는 데 기여를 했다. 자유와 반전의 상징인 꽃은 직물의 프린트, 액세서리에 사용되었고, 전원풍의 집시 의상이나 주름과 술 장식, 끝이 풀어진 청바지, 길이가 긴 동양적 케이프, 자수, 꽃무늬 셔츠 등이 대중적으로 유행하며 도시적 물신주의에 항거하는 일종의 드레스 코드였다<Fig. 8>. 이들은 ‘신비주의’를 추앙하여 인도의 명상, 음악, 춤에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터키, 이란,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민속적인 복식 아이템을 차용하거나 직접 만들어 입으며 아시아 에스닉 패션의 히피풍을 만들어 내었다.
1970년대에는 이러한 히피 패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파리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아시아 에스닉 패션을 하이패션에 도입했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있으며, 그는 1976-1977년 러시아 컬렉션을 중심으로 비유럽적 요소를 도입하고 고대 중국, 페루, 모로코, 몽골, 터키 등 70년대 민속풍 유행을 선도했다<Fig. 9>.
3. 하이패션 영감의 근원:1980-1990년대
1980년대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세계화의 다원화 경향이 진행되면서, 패션 분야에서도 다문화주의가 유행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서구 패션에 아시안 룩이 꾸준히 등장했다(Seo, 2014). 197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다카다 겐조(Takada Kenzo) 등이 1980년대 파리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Fig. 10>. 이들 일본 디자이너들의 활약과 1978년 중국의 개방정책 시작 이후 1980-90년대는 세계의 관심이 중국 대륙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한국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하여, 일본, 중국, 한국 등 동북아시아는 서구인들의 최대 관심지가 되었다.
파리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디자이너 겐조는 일본풍 뿐만 아니라 중국풍, 인도풍의 에스닉 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후 샤넬, 디오르, 에르메스, 지방시 등 하이패션에서 다양한 아시아 직물과 색채를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특히 1973년 처음 인도를 방문하여 현지 전통적 장인정신을 경험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é)는 1989년 크리스챤 디오르의 아트 디렉터로 임명된 후, 1988-89 FW에 인도의 카슈미르(Kashmir) 숄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인도 장인들과 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Fig. 11>. 1990년대에는 안나 수이, 비비안 탐, 미우미우, 돌체 앤 가바나 등 많은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이 아시아 에스닉 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디자인을 연이어 선보였다. 한편 미니멀리즘과 동양의 선(ZEN) 미학으로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은 단순함, 깔끔한 선, 중성적인 색상으로 1990년대 패션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 중 벨기에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은 1985년 첫 컬렉션 이후 기존의 인위적인 과장과 단순함, 그리고 해체주의적인 트렌드와 차별화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레이어드와 유연한 실루엣, 이국적인 디자인을 발표했다(Kim & Ro, 2013). 그의 영감의 원천은 다문화 융합의 에스닉이었고, 전통 의상의 아이템과 함께 텍스타일과 수공예 기법의 재해석을 통한 문화절충주의가 노튼의 디자인에 녹아 있었다. 드리스 반 노튼은 1996 FW 컬렉션에서 인도 영화산업을 지칭하는 볼리우드(Bollywood)를 영감으로 꽃과 인도 전통 문양, 전통 의상인 사리, 사롱 스커트, 랩 스커트를 선보였다<Fig. 12>. 2002 SS 컬렉션에서도 인도 전통적 이미지를 디자인에 반영했으며, 2010 SS컬렉션에서는 파리의 방돔 광장(Place Vendôme)에서 인도, 일본, 아프리카, 파키스탄의 이미지를 디자인에 담아냈다(Park, 2015)<Fig. 13>. 그의 디자인 특징 중 하나는 동서양의 자수 기법, 금속세공 액세서리와 같은 수공예 기법을 사용하여 전통과 현대의 만남, 동양과 서양의 이질적인 결합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이전 시대의 저항 문화와 스트리트 패션의 아시아 에스닉 영향이 하이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쳐 글로벌 럭셔리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세계의 시선이 아시아 에스닉 패션에 집중되는 시기였다.
4. 문화 전유 비판과 대등적 크로스컬쳐 의식: 2000년대 이후
21세기에는 인터넷과 SNS 미디어 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패션 이슈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과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많은 글로벌 패션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아시아 전통의상을 현대적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들이 아시아의 문화적, 종교적 상징을 오용하거나, 지역 민속의 특정 표현을 왜곡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네티즌과 패션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화 전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으며, 패션에서의 문화 전유는 패션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자리잡고있다. 문화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는 서구 팽창주의에 대한 후기식민주의 비판적 논의에서 유래된 용어로, ‘(지배적인) 공동체나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른 사회나 민족 집단의 관행, 관습 또는 미학을 인정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채택하는 것'을 의미한다('Cultural appropriation', n.d.). 이는 한 문화집단이 다른 문화집단의 고유한 예술 형식이나 관습을 도용하거나 착취하는 것을 말하며, 주로 지배적인 문화권(서구)이 그렇지 못한 타 문화나 타 민족(비서구권)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 한다.
아시아 전통 복식에 대한 전유의 사례로는 2018년 구찌(Gucci)의 패션쇼에 등장한 터번(turban) 스타일의 머리 장식을 들 수 있다. 인도 펀자브(Punjab) 지방에서 발전한 시크교(Sikhism) 커뮤니티는 구찌가 신성한 머리 장식을 경솔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하였고, 특히 구찌가 이 제품을 미국의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 온라인 숍에서 개당 $800이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이득을 취했다고 더욱 비난을 받았다<Fig. 14 and Fig, 15>. 또 다른 사례로는 2018년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광고에서 중국의 젓가락 문화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것이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받고사과하게 되었다<Fig. 16 and Fig, 17>. 이러한 문화 전유 비판 사례들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지면서 다양한 타 문화와의 존중과 진정성 있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Ko & Yim(2023)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구찌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패션 산업의 본질이 상업성과 이익 추구에 있으므로, 문화적 전유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차용에 대한 문제의식과 진정성 있는 크로스컬쳐 패션에 대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된다.
그동안 디자인의 영감(inspiration)이라는 차원에서 묵인되었던 문화 전유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의식으로 문제제기되고 비판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와 패션기업은 아시아 에스닉 패션을 전개하면서 윤리적으로 올바른 방식을 활용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긍정적 크로스컬쳐 패션은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옷에 영감을 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며 디자인 과정과 패션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러한 의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글로벌소비자들은 단순히 멋져 보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옷을 구매하고 입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 패션사에 나타난 아시아 에스닉 패션의 전개를 정리하면 <Fig. 18>과 같다.
Ⅳ.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 디자인 사례
1. 드리스 반 노튼: 아시아 에스닉 프린트 혁명
2024년 6월, 25 S/S 파리 패션위크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은 자신만의 컬러 감각을 예술적 표현으로 패션에 녹여 낸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 FIT 박물관 디렉터이며 Fashion Theory 편집장인 발레리 스틸(Valeree Steel)은 ‘다른 문화유산을 착취적인 느낌 없이 존중하여 활용하는 방식의 대표적 사례로 반 노튼의 2012년 FW 중국 용 컬렉션을 꼽았다’(Surface, 2017)<Fig. 19>. 다양한 민속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탁월한 색채감성과 직물 프린트 디자인 등으로 주목받아 온 노튼은 그의 디자인 작업 전체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절충미를 선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10월 4일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는 <세도시 이야기 (A tale of 3 cities)>라는 제목으로 파리, 도쿄, 캘커타에서 영감을 받은 노튼의 컬렉션을 문화적 다양성과 특유의 소재 다루는 능력을 통해 아시아 문화를 매우 적절하게 새로운 감각으로 전달한다고 소개하였다(Menkes, 2009). 2017년 그의 100번째 컬렉션에서도 중국의 전통 모티브에 두 가지 색상의 폴카 도트(Polka dot)를 겹쳐서 아시아와 유럽의 아카이브 프린트를 재해석하고, 기하학적 모양과 함께 콜라주하였다<Fig. 20>. 노튼은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민속적 콘텐츠의 재해석으로 다문화를 융합하였다고 평가 받는다. 인도, 티베트, 일본, 중국,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전통 이미지와 수공예 기법, 문양, 인위적이지 않은 실루엣 등에서 영감을 받아 ‘에스닉 키치’를 만들었다(Park, 2015).
40여년에 걸친 드리스 반 노튼의 패션 디자인 작업은 타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본으로 지속적인 프린트 혁명(prints and the revolution)이라 불리는 크로스컬쳐 디자인을 제시하였다. 그는 아시아 에스닉 패션에 대해 매우 깊이 있고 넓은 시각으로 연구한 디자이너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해당 문화에 대한 존중과 진정성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2. 디오르의 프리폴(pre-fall) 컬렉션: 인도 전통 공예 문화와의 지속적 협력
디오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가 오랜 기간 준비로 선보인 뭄바이 디오르 2023 프리폴 컬렉션은 유럽과 인도 출신 유명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인도의 예술을 담은 컬렉션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W Staff, 2023). 치우리는 프리폴 컬렉션에서 각 룩의 디테일을 통해 뭄바이와 파리 사이의 창의적인 대화와 소통을 이루고자 했다. 컬렉션의 장소 역시 인도의 관문이라 불리는 ‘게이트웨이 오브인디아’(Gateway of India)로 그 의미를 더하였고 인도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컬러, 스타일, 실루엣이 선보였다<Fig. 21>. 본 컬렉션에서 주목받은 것은 뭄바이에 위치한 차나키아(Chanakya) 공예학교와 공예학교 아틀리에의 디렉터인 카리시마스와리(Karishma Swali)와의 긴 협업이었다<Fig. 22>. 인도의 전통 공예인 ‘토란’(Toran, Torana로 불리우는 인도 전통의 장식용 문. 축제나 결혼식 때 전통 힌두교 문화를 대표)은 녹색, 노란색, 빨간색과 같은 색상을 사용하고 금잔화와 망고 잎을 수놓은 인도의 전통적 문(門) 장식이다. 치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인도 공예품을 활용하여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 행사를 통해 럭셔리 브랜드, 패션 문화, 인도의 전통문화, 그리고 공예학교에 대한 후원이 함께 이루어지는 문화 교류의 통합적인 계획이었다.
디오르는 1962년 인도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뭄바이에 있는 타타 연구소(Tata Institute of Fundamental Research)와도 함께 협업을 한 역사가 있었다(Kar, 2024). 이러한 경험과 인식이 지속되어 뭄바이 컬렉션에서 보다 적극적인 크로스컬쳐 패션을 선보인 것이라 하겠다. 자수 이브닝 재킷과 흐르는 듯한 드레스부터 생동감 넘치는 실크 소재의 사리처럼 섬세한 드레스까지, 고전적인 인도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에스닉 분위기의 의상들이 선보였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준비된 협업이 일회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디오르는 오랫동안 최고급 자수로 유명한 차나키아와 협업을 해 왔지만, 2016년 치우리가 디올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더욱 적극적인 관계로 확대하고 예술과 역사, 다문화, 페미니즘적인 의식을 기본으로 문화교류 사업으로 확장하였다는 점이다. 인도에서 여성들은 항상 엄청난 양의 자수를 만들어왔지만, 여성들은 주로 가정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치우리의 멘토링으로 1,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공예학교를 졸업하여 인도 주요 아틀리에에서 자수 전문가로 활약하게 되었다. 드리스 반 노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디오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도 일회적인 비즈니스적 접근만이 아닌 ‘패션과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여 서로 ‘협력’하는 시대정신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3. 펜디의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프로젝트: 중국, 일본 장인들과의 협업 스토리텔링
2020년부터 시작된 펜디의 핸드 인 핸드 프로젝트(Hand in Hand Project)는 이탈리아 장인들과 아시아 전통 장인들을 모아 클래식 바게트 백(Baguette Bag)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Covid-19 이후 국제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면서 펜디는 도쿄를 시작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현지 예술 문화 공간인 템플 이스트 뷰(Temple East View)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도쿄에서의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도치기현 아시카가시(足利市)의 최연소 장인인 아야 니시카와(Aya Nishikawa)와의 협업에 의한 바게트 핸드백을 선보였다. 신세대 일본 전통 장인의 염색 기법과 펜디의 시그니처 제품을 협업으로 선보였다<Fig. 23 and Fig. 24>. 펜디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니시카와 센쇼쿠 코보 아틀리에(Senshoku Kobo Atelier)를 소개하며 4대째 장인이자 후계자인 니시카와에 대한 스토리를 설명하였다. 특히 니시카와의 작업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오픈하고, 손으로 세심하게 염색한 울 소재를 대대로 물려받은 직조 기법으로 색감을 살리는 내용을 보여주며 고객들과 SNS에서 소통하였다. 이는 그 장인과 해당 전통에 대한 존중과 기업의 방향성을 스토리텔링으로 담고 있다.
베이징 프로젝트의 경우, 전시 장소를 명나라 시대부터 6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고가옥 동징원(東京園)으로 하여 이탈리아 장인과 중국 소수민족인 이족(彝族, 夷族, Yí zú) 장인과의 협업을 진행하였다<Fig. 25>. 럭셔리 브랜드는 Covid-19 팬데믹으로 3년간 브랜딩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펜디의 핸드 인 핸드 프로젝트에 대해 보그차이나 편집장인 앤젤리나 청(Angelica Cheung)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진정성이 느껴지는 프로젝트라 평가하였다(Jiang, 2023). 펜디는 중국 남서부 지역의 소수 민족인 이족과 함께 전통 자수와 실버 주얼리를 활용한 특별한 바게트 백을 만들며 헤리티지 정신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알렸다. 특히 이족 문화에서 검은색은 대지를 상징하고 녹색은 무성한 풀과 나무를 의미하여 전통과 자연의 기품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다. 이러한 의미와 색감을 통해 펜디는 이족의 전통을 존중하고, 참여한 예술가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며 디자인을 완성했다<Fig. 26>. 펜디의 핸드 인 핸드 프로젝트는 Covid-19 이후 새로운 화합과 이해 그리고 글로벌 문화 교류를 다시 시작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전시의 기획에서 부터 중국의 미술품 수집가인 카일리 잉(Kylie Ying)과 함께하여 이탈리아와 이족의 무형문화유산이 크로스오버되어 창의성과 비즈니스 성장의 균형을 이룬 의미있는 사례라 볼 수 있다(Jiang, 2023).
이러한 펜디의 크로스컬쳐 디자인 제시는 일본의 가업을 잇고 있는 젊은 세대의 장인과 협업하여 미래를 보여주고, 중국의 소수 민족 문화의 모티브에 펜디의 시그니처 제품의 미학을 접목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었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일본과 중국의 현지 소비자들에게도 그 과정과 의미를 스토리텔링화하였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여 기업의 헤리티지 가치를 높이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4. 구찌 크루즈 컬렉션: 한국 문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공존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역사적 문화유산인 경복궁 근정전에서 개최된 ‘구찌 2024 크루즈 컬렉션’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K-문화와 협업한 긍정적 사례이다<Fig. 27>. 한국의 역사적 문화유산 장소를 패션쇼 장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찬반 여론과, 문화재청의 허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구찌 크루즈 패션쇼로서 의미가 있다는 문화재청의 판단으로 경복궁에서의 구찌 쇼는 진행되었다<Fig. 27>. 패션쇼는 한국의 깊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북소리로 시작하여 펼쳐졌다. 구찌의 2024 서울 크루즈 쇼는 103년의 패션 하우스 구찌의 헤리티지가 한국의 전통 복식문화, 그리고 현재의 K-패션과 소통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였다. 앞서 언급된 드리스 반 노튼,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펜디의 사례가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전통적인 공예 기법과 염색 기법을 활용한 크로스컬쳐 패션 디자인의 협력이라면 이와 달리, 구찌의 한국 컬렉션은 한국의 전통 한복 실루엣과 디테일에 중점을 두며 동시에 현재의 한국, 즉 K-패션 스타일로 융합된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K-패션의 특징인 스트리트 이미지와 오버 핏의 실루엣은 감각적인 구찌의 실험성과 어우러져 전통 한복을 연상시키는 형태<Fig. 28>, 보색의 선명한 대비, 옷 고름의 디테일은 부피감 있는 입체적 리본<Fig. 29>, 보드 룩, 스포트 룩, 스트리트 룩으로 재해석되었다. 구찌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고유한 패션 문화를 융합하고 해체하며 Y2K 스타일과 전통적 헤리티지, 미래적 이미지를 혼합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 역동적인 현재의 한국을 역사적 왕궁을 배경으로 보여주었다.
구찌의 크로스컬쳐 패션에는 또한 국내 아티스트 람 한(Ram Han)의 감각적인 바이오모픽(biomorphic: 생명형태적 아트 개념)의 디지털 몽환적 이미지과 협업을 하여 생동감을 부여했다. 이러한 협업은 크로스컬쳐 패션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사례라 하겠다. 구찌의 경복궁에서 펼쳐진 서울 크루즈 패션쇼는 도시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문화적 패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이탈리아와 한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문화적 관점을 함께 공존시키는 시도였다<Fig. 30>. 구찌의 크루즈 쇼를 통해 글로벌 패션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디자이너와 장인들에 의해 보다 새로운 도약과 미래지향적 감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21세기 크로스컬쳐 패션 현상에서 구찌의 한국 전통 문화와 현재의 K-컬쳐와의 크로스컬쳐 시도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패션이 하나의 ‘문화적 현상’임을 출발점으로 삼아, 21세기 크로스컬쳐 문화의 흐름 속에서 대등한 크로스컬쳐 패션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았다. 탈서구중심주의 문화 담론과 패션사에서 나타난 아시아 에스닉 패션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고,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크로스컬쳐 패션의 사례를 살펴보아 21세기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의 내용과 그 의미를 탐색하였다. 크로스컬쳐의 개념은 단순히 다른 문화의 요소를 ‘교차’ 융합하는 것을 넘어서 ‘함께 도약’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기에 ‘대등한’ 접근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 타문화의 전통과 가치를 ‘인정’하고,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공동의 이로움을 추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크로스컬쳐 문화 현상이 주목되는 시점에서 에드워드 사이드와 스튜어트 홀의 탈서구중심주의 문화 담론은 주목되고 있다. 사이드와 홀은 서구의 이분법적 시각과 대중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비판적으로 제기하였고, 이러한 탈서구중심주의 문화이론은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중요한 근거임을 알 수 있다.
둘째, 패션사에서 아시아 에스닉 패션은 18세기 시누아즈리 중국풍을 시작으로 1890년대-1910년대의 이국적 오리엔탈리즘을 경험하였고,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히피 패션이 아시아 에스닉 룩을 통해 저항과 대중 참여의 상징이 되었다. 1980년대에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다문화주의가 패션 분야에서도 유행하여 일본 디자이너들의 영향력이 파리 패션의 중심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전 세계 패션계에서 ‘아시아의 스타일’이 유명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영감의 근원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아시아 에스닉 패션에 대한 문화 전유 비판이 속속 제기되었고, 타문화와의 진정성 있는 교류와 대등한 협력에 대한 의식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패션의 역사적 흐름을 통해 아시아의 영향력은 지속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21세기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아시아 에스닉 유산을 착취적인 느낌 없이 존중하여 활용하였던 대표적 사례로 아시아 전통 문양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한 드리스 반 노튼의 아시아 에스닉 프린트 혁명, 디오르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가 오랜 기간 인도의 나키아(Chanakya) 공예학교와 페미니즘적, 교육적, 사회적으로 협력한 2023 프리폴 컬렉션, 일본의 젊은 전통 염색 장인, 중국의 이족 장인들과 협력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전 과정을 패션 커뮤니케이션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소통한 펜디의 핸드 인 핸드 프로젝트, 그리고 도시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문화적 패션의 가능성을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제시한 구찌의 2024 서울 크루즈 쇼를 들 수 있었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21세기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의 의미와 방향에 대한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은 서양과 동양, 지배와 피지배 등의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 타문화를 포용하는 인클루시브 패션의 개념을 포함해야 한다. 이는 디자인 영감과 창작 과정에 있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디자이너, 기획자, 기업인, 생산자 간의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진정성과 존중, 상호 이해와 혁신을 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은 디지털 기반 소비 시장을 배경으로 하는 21세기의 환경을 고려할 때, 패션 커뮤니케이션과 스토리텔링에서 문화적 포용성을 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디자인 영감과 창작 과정의 평등성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에서도 문화적 포용성을 담아 문화 변동성을 추구하는 역동적 가치로서의 패션의미를 담아야 한다. 대등적 문화 협업은 비즈니스 목적과 문화 가치의 실현이라는 두 측면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문화 다양성을 재인식하고 각 문화에 대한 존중과 중요성을 인정하는 대등적 크로스컬쳐 패션의 기초적 탐색 연구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창작 과정의 대등한 협력의 사례가 제한적이었고 패션 디자이너나 소비자 대상의 크로스컬쳐 패션에 대한 인식 조사 등 실증적 연구로 확대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앞으로 다양한 시각과 방법을 통한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국립창원대학교 2023-2024 자율연구과제 지원에 의해 수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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