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추얼 아트 관점에서 본 AI 패션 이미지의 특성 : AI 패션 아티스트 Str4ngeThing의 작품을 중심으로

Ⅰ. 서론

현대 기술과 예술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활용한 창작 활동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이미지 생성, 음악 작곡, 글쓰기 등 창작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보완하고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면 창의적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고 증폭되어 인간의 역량이 발휘되는 동시에 디자이너의 예술적 기술과 지식을 유지할 수 있다(BoF Team, McKinsey, & Company, 2023).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런웨이(Runway) 등과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의적인 패션 이미지들이 주목받고 있다. 생성형 AI는 패션 이미지의 제작방식 및 표현, 인식에 대한 변화를 일으키며, 창의성과 미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크리에이터이자 디지털 아티스트인 오예린데(Oyerinde)에 의하면 생성형 AI는 상상력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하였으며, 보그(Vogue) 일본 에디토리얼 콘텐츠 책임자인 고도이(Godoy)에 의하면 생성형 AI는 디지털 디자인에서 확장된 이미지 제작과 세계 구축, 열망적인 요소를 생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Schulz, 2023).

AI 패션 이미지는 기존의 패션 이미지가 표현하지 못했던 패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며,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아이디어를 극대화하고 때로는 영감을 제공한다. AI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며, 패션 이미지가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아이디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예술적 매체로 발전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더욱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패션, 컨셉추얼하고 새로운 예술적 표현방식을 제시한다. 따라서 AI 패션 이미지를 단순히 기술적 혁신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컨셉추얼 아트(conceptual art)의 관점에서 새로운 패션 표현의 확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컨셉추얼 아트 관점에서 AI 패션 이미지를 분석함으로써 AI 기술이 패션 이미지의 창조와 예술적 표현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것이다. 최근 패션과 이미지 생성형 AI에 관련된 선행연구들에서는 패션에서 생성형 AI 도구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나(Jung & Kim, 2019; Park, 2023), 실질적으로 현재 패션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AI 패션 아티스트의 작품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패션 분야의 새로운 시도로 충격을 주고 있는 AI 패션 아티스트의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AI를 활용한 패션 이미지가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패션 이미지의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더불어, AI와 인간 디자이너 간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AI 패션 이미지 사례를 통해 AI가 패션산업과 예술 세계에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기술과 인간의 창의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함으로써 그 의의를 지닌다.

본 연구는 관련 서적 및 논문을 통한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한다. 먼저, 문헌연구를 통해 패션 이미지와 컨셉추얼 아트의 개념에 대해 살펴본 후 그 특성을 고찰한다. 이 과정에서 패션산업에서의 AI 패션 이미지 사례도 함께 살펴보며, AI 기술이 패션 이미지의 진화 및 창의적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AI 패션 아티스트 ‘Str4nge Thing’의 작품을 컨셉추얼 아트 관점에서 AI 패션 이미지를 사례 분석하고 그 특성을 제시한다. 연구의 대상인 AI 패션 아티스트 Str4ngeThing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여 컨셉추얼 패션을 만드는 창조적 사례로 보그 비즈니스(Vogue Business)에서 소개되었으며(Mcdowell, 2023), 보그이탈리아(Vogue Italia), 하입비스트(Hypebest), 디자인붐(Designboom) 등의 패션 및 디자인 매거진에 소개되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자료의 분석은 Str4ngeThing의 공식적인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총 225개(2024년 8월 20일 기준)의 게시물 중 가구 및 자동차 등의 관련 이미지를 제외한 188개의 패션 이미지 관련 게시물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또한 자료의 풍부한 분석을 위해 아티스트의 개념과 철학이 논의된 기사 및 매거진 인터뷰,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연구 자료로 활용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AI 패션 이미지

1) 패션 이미지의 진화

패션 이미지는 패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독창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패션을 이미지로 인식하게 만든다. 현대의 패션 이미지는 다양한 표현방식을 통해 차별화된 시각예술로 평가받기도 한다. 특히 20세기 말부터 최첨단 패션 사진가들과 디자이너, 아트디렉터,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 이미지 제작자들은 패션 사진과 초상화, 상업적 이미지와 현대 미술의 경계를 점점 모호하게 만들었다(De Perthuis, 2020).

패션 이미지는 단순히 소비를 위한 '옷'을 판매하는 산업적 도구를 넘어, 인간의 환상을 자극하고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체로 작용한다(Ko & Joo, 2023). Maynard(2008)는 패션을 이미지로 바라보면서 최신 스타일과 현재의 패션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사진 이미지를 통해 전파됨으로써 패션과 사진이 경제적, 미학적, 사회적 차원에서 공생적인 관계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De Perthuis(2020)는 패션 사진이 패션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설명되지 않는 단편적인 내러티브의 세계를 보여주며, 패션 사진이 패션의 이상적인 자아를 나타내는 이미지라고 하였다. 이처럼 패션 이미지는 주로 사진의 형식을 통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창의적 비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패션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원하는 이미지의 스타일, 주제, 색상 등을 설명하는 텍스트 프롬프트(prompt)를 입력함으로써 패션 이미지 제작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창작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으며, 환상적인 표현이나 이미지의 서사적 허구를 만들어내는 조형적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AI는 일반적으로 캠페인에 필요한 촬영, 재촬영 및 후반 작업에 몇 달이 걸리는 것과 달리 몇 분, 심지어 몇 초 만에 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Cronin, 2024). 물론 AI 패션 이미지의 저작권 및 윤리적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으나, 생성형 AI 도구는 인간의 협력자로서 그 유용성을 부인할 수 없다. 패션계에서는 가치 판단보다 AI 참여를 비가역적 흐름으로 보고 재빨리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Lee, 2023). 따라서 윤리적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는 동시에 뛰어난 AI 기술의 활용이 가져온 패션 이미지의 예술적가치를 탐구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2) 패션산업에서의 AI 패션 이미지

최근 패션산업에서의 AI 패션 이미지 사례들을 살펴보면, 생성형 AI는 제작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며, 디자이너 및 창작자가 기술적 요소를 잘 통제하면 궁극적으로 정체성과 독창적인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다. 생성형 AI를 틴(Teen) 캠페인에 사용한 브랜드 망고(Mango)의 최고 정보 기술 책임자인 호르디 알렉스 모레노(Jordi Álex Moreno)에 의하면 인간과 AI와의 협력은 창의성과 효율성의 시너지 효과라고 하였다.

인간이 직접 만드는 지능과 디지털 지능 간의 팀워크의 훌륭한 예입니다. AI는 직원의 역량과 창의성을 증폭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가속화하여 팀이 부가가치가 있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부조종사(co-pilot) 역할을 해야 합니다(Cronin, 2024).

미래적이고 어둡고 환상적인 미학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패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은 실험적인 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2011년 헤르펜의 3D 프린팅 의류는 타임지에서 선정한 그해의 최고 발명품 50선에 포함되었다. 헤르펜은 2023 F/W 캠페인에서 패션디렉터 니콜라 포미체티(Nicola Formichetti)와 사진작가 롭 러슬링(Rob Rusling)과 함께 AI 패션이미지를 공개하였다. 이 캠페인에서 AI를 활용하여 환경과 건축물을 생성하였고 실감 나는 건축물과 패션을 통해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Fig. 1>. 한 매거진의 인터뷰에서 헤르펜은 AI와 협력하여 자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Fig. 1>

Iris Van Herpen 2023 F/W Campaign(McKnight & Ponce, 2023)

일부 건물은 심해 생물과 성당의 혼합이고, 다른 건물은 사원 구조물과 합쳐진 해파리의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AI와 함께 꿈을 꾸었습니다(McKnight & Ponce, 2023).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사진작가 롭 러슬링은 디자이너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에 AI 기술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고, 콘셉트, 의상 조명 및 각도와 미적으로 어울리는 방대한 AI 배경을 제어하는 것은 전문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AI 작업은 개성적이고 매우 흥미로운 미학적 가치를 지닌다고 하였다.

브랜드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고전적인 방식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 미드저니를 사용하였다. AI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한 패션 및 아트 사진작가인 루크 누전트(Luke Nugent)를 영입하여 ‘Futuro Optimisto’컬렉션을 위한 2023 S/S 캠페인을 AI로 제작하였다<Fig. 2>. 멕시코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보다는 초현실적인 그림처럼 보이도록 스타일을 지정하였다(Bain, 2023). 카사블랑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샤라프 타제르(Charaf Tajer)는 풍부한 색조의 스타일리시한 캠페인을 제작하려면 인간의 재능과 창의성이 필요하나, 생성형 AI의 활용을 통해 대면 사진 촬영의 모든 계획과 비용을 우회함으로써 효율성이 향상되었으며 그 외 다른 이점도 있다고 인정했다(BoF Team, McKinsey, & Company, 2023).

<Fig. 2>

Casablanca 2023 S/S Campaign(Bain, 2023)

2022년 12월 말, 자크무스(Jacquemus)X나이키(Nike) 스키 컬렉션은 신발 디자이너 마르코 시모네티(Marco Simonetti)와 크리에이티브 그룹 RAL7000STUDIO가 디지털 전용 의류와 액세서리를 AI로 제작하였다<Fig. 3>. 부드럽게 쿠션 처리된 질감, 차분한 색조, 만화 같은 실루엣은 전세계의 네티즌을 즉시 사로잡았고, RAL7000STUDIO의 AI 작품이 실제 컬렉션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기술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예고한다(Bargeron, 2023).

<Fig. 3>

Jacquemus X Nike(Bargeron, 2023)

에트로(Etr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드 빈센조(Marco De Vincenzo)는 2024 봄 캠페인을 위해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프롬프트 디자이너인 실비아 바다로티(Silvia Badalotti)와 협력하여 AI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Fig. 4>. 모델과 배경은 생성형 AI를 사용하였고, 옷은 나중에 사진을 찍어 편집하여 패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번 캠페인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장소이자 컬렉션의 영감의 원천이 된 ‘노웨어(Nowhere)’를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Fashion Insight, 2024). 드빈센조는 AI는 창의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이며 제작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Fig. 4>

Etro 2024 Spring Campaign(Fashion Insight, 2024)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제가 배운 가장 좋은 점은 프로세스에서 인간의 터치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AI는 창의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일 뿐입니다. 왜 사용하지 않습니까(Cronin, 2024).

Web3 패션 회사 Brand New Vision의 CEO인 리처드 홉스(Richard Hobbs)에 따르면 결국 AI의 창의성 수준과 결과물의 질은 개인의 기술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큐레이션과 품질 관리가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미지 생성형 도구는 여전히 도구일 뿐이며 취향과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Van Gastel, 2023). 생성형 AI 스튜디오인 메종 메타(Maison Meta)의 창립자 시릴 푸아레(Cyril Foiret)도 AI는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는 도구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사람이 없는 도구일 뿐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였다(Jobe, 2024).

이처럼 최근 패션산업에서 혁신적인 시도로써 AI 패션 이미지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생성형 AI의 창의적 잠재력은 점차 확인되고 있으며, 제작과정의 효율성, 시간 절약, 제작비 절감 등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전문가들의 아이디어, 미학, 전문적 지식, 창의성이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카사블랑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타제르도 AI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므로 진정한 예술적 도구이며 모든 유형의 예술적 매체와 마찬가지로 모든 가능성이 있지만, 예술가의 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하였다(Bain, 2023).

2. 컨셉추얼 아트

1) 컨셉추얼 아트의 개념

컨셉추얼 아트는 미술작품의 물질적 측면보다는 아이디어나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컨셉추얼 아트의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된 시기는 솔 르윗(Sol LeWitt)이 ｢컨셉추얼 아트에 대한 단편｣을 발표한 1967년경으로 알려졌으나(Park, 2020), 주요한 개념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레디메이드(Ready-made)부터 등장한 것으로 본다(Park, 2020). 컨셉추얼 아트는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 되었는데 특히 1차 및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심리적 반응, 과학 및 기술 발전, 그리고 초현실주의, 추상 표현주의, 다다이즘과 같은 현대 예술 운동의 영향을 받았으며(Abdel Basset & Kaddy, 2016), 전통과 제약으로부터의 반항과 자유를 표현한다.

컨셉추얼 아트는 예술 작품을 물체가 아닌 아이디어의 차원에 위치시키기 때문에 전통적인 예술 매체와 방식을 거부한다. 창작과정이 물리적 재료보다 더 중요시되며, 미적 즐거움이나 아름다움보다는 지적 탐구와 성찰에 관한 것이라는 이유로 예술 작품의 정체성은 해당 작품의 핵심 아이디어에 있다고 본다(Schellekens, 2022). 뒤샹의 샘(Fountain)과 같은 레디메이드 작품들이 예술의 대상과 창작과정에 있어서 우리의 전통적인 개념을 전복시키는 것은 Schellekens(2022)의 말처럼 컨셉추얼 아트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컨셉추얼 아트는 예술의 영역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도전하고 탐구하면서 의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실제로,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이 능력은 컨셉추얼 아트가 추구하는 핵심으로, 우리가 무엇이 진정으로 예술로 간주될 수 있는지, 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객으로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을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Schellekens, 2022).

2)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

미술사학자 우드 폴(Wood Paul)은 컨셉추얼 아트를 정확하게 범주화하고 구분 짓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컨셉추얼 아트의] 경계가 어디에서 그어져야 하는지, 어떤 예술가와 어떤 작품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전혀 명확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보면, 컨셉추얼 아트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체셔(Cheshire) 고양이처럼 사라져 결국 미소만 남는 것 같다(Schellekens, 2022).

그러나 오랫동안 다양한 컨셉추얼 아트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독특한 특성들이 논의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의류학에서의 컨셉추얼 아트를 다룬 Cho(2011), Kim, Namkoong, & Hwang(2013), Kwon & Geum(2007), Moon & Yoon(2015)의 연구를 토대로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을 도출하였다. Kwon & Geum(2007)은 컨셉추얼 아트의 조형적 특징이 반영된 현대 패션을 연구하면서 컨셉추얼 아트의 조형적 특징을 반 형태, 개입과 차용, 은유와 우회, 과정과 연속이라고 하였다. Moon & Yoon(2015)과 Kim et al.(2013)은 컨셉추얼 아트의 표현 양식의 특성을 미술비평가인 토니 고드프리(Tony Godfrey)의 이론을 빌려 레디메이드, 개입, 자료형식, 언어라고 하였다. Cho(2011)는 컨셉추얼 아트의 특징을 레디메이드, 개입, 자료형식, 언어, 행위와 과정이라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인 레디메이드, 개입, 언어, 자료형식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Table 1>.

<Table 1>

Characteristics of Conceptual Art through Prior Studies

(1) 레디메이드

컨셉추얼 아트는 미학적인 사상이나 취향을 배제하며, 대량생산 기성품인 레디메이드를 사용하여 당시 순수회화나 조각으로 한정되어있던 미술형식과 비평에 반기를 들었다(Kwon & Geum, 2007). 레디메이드라는 용어는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이 변기, 술병걸이, 자전거 바퀴, 삽 등을 예술 작품으로 선보이면서 처음 사용되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대상의 선택 자체가 창조적인 행위라는 것과 대상의 유용한 기능을 취소함으로써 예술이 된다는 것, 대상을 제시하고 제목을 붙임으로써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이다(Art term readymade, n.d). 뒤샹의 의도는 창작과정에 동반되는 신체적 활동과 손재주에 대한 관심을 지적(知的)인 것으로 돌리고, 어디서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레디메이드를 창의를 가지고 발견하면 창작된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것이다(Ready-made, n.d).

(2) 개입

개입은 작가가 선택한 이미지, 텍스트, 오브제 등이 정보가 다르거나 예기치 않은 문맥 속에 위치하게 되면서 오히려 상황에 따른 의미나 관념, 흥미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표정, 모방, 인용, 차용, 참고, 패러디와 같은 이미지 재현에 따른 개념들이 개입의 요소로 활용되어 컨셉추얼 아트의 특징이 부각된다(Kwon & Geum, 2007).

이러한 맥락으로써 미술 비평사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1979년 포스트모던 담론의 결정적인 텍스트가 된 ‘확장된 장의 조각(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에서 현대 조각은 역사적 장소에 의한 기념비적인 조각에서 ‘놓인 장소와의 관계를 상실하고 자신만의 순수한 오브제로서의 전환’이라고 설명하였다(Swale, 2017). 이러한 조각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장소로서 ‘풍경과 건축을 부정하는 것’으로 초월적인 공간에 놓이게 된다. 반면 ‘풍경과 풍경이 아닌 것(notlandscape)’ ‘건축과 건축이 아닌 것(not-architecture)’과 같이(Krauss, 1979), 실제 물리적인 조작이나 어떠한 개입을 통해 기존의 조각 개념과 연관된 반대의 항을 새로운 상황에 따라 규정함으로써 확장된 조각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개입의 특성으로 우리는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을 바라볼 수 있고, 이미지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므로 작품은 더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Moon & Yoon, 2015).

(3) 언어

컨셉추얼 아트의 작가들은 언어를 매개로 여러 관념과 생각들을 전달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였다(Cho, 2011). 언어의 사용으로 작가들은 공적인 정보를 차용하거나 그들의 작품을 진술하는 방법적 수단으로 사용한다(Lee, 2005). 컨셉이나 작가의 개념들이 언어의 형태로 제시되며, 오브제나 다른 컨텍스트와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거나 그 자체로 시각적 조형 언어를 형성하기도 한다. 정보 및 기록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언어는 자체적으로 지닌 의미성으로 인해 정체성을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Park, 2020).

컨셉추얼 아트에서 무관심적 오브제로 사용된 언어는 언어의 성격을 해체하기 위해 장식화되거나 시각적 특징을 강조한다. 사회, 정치적 이슈와 제도를 비판하는 미술가들은 개념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거나 표출하기 위해 언어를 시각적 은유로 표현한다(Kim et al., 2013). 개념미술의 이론을 정립하고 가장 대표적으로 언어기표를 작품에 사용한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는 사진이나 설치 작업에서 인문ㆍ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추출한 텍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하기도 하고, 이를 일부 삭제하거나 덧쓰는 작업으로 언어의 가시적인 형상성과 함께 그것의 의미를 해석하도록 한다. 즉 컨셉추얼 아트는 언어 자체만으로 관람자에게 재현된 미술의 대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부여된 언어를 통해 개념과 관련된 사물의 부재를 나타내고 사물 자체 그대로의 의미 말고도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관념을 전달한다(Kim et al., 2013).

(4) 자료형식

컨셉추얼 아트에서는 일반적으로 퍼포먼스나 해프닝을 유발하고 이것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서 기록하고 제시하는 것을 작품화하는 경우가 많다(Cho, 2011). 컨셉추얼 아트에서 과정(process)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상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물성이 변화되는 과정과 현상에 주목하는 일회적인 이벤트와 이를 기록하는 자료형식, 변화된 결과를 설명하는 진술 방식이 포함된다(Kwon & Geum, 2007). 이는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형태를 변화 양상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Kwon & Geum(2007)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 주목하는 과정과 순서, 신체를 매개로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움직임에 주목하는 행위와 행동, 관념적인 주제를 구체화하며 재치와 상상력의 일회적 태도로서 작용하는 이벤트와 해프닝으로 분류하였다.

Ⅲ. 컨셉추얼 아트의 관점으로 본 AI 패션 이미지 표현 특성

이상에서 살펴본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이 Str4ngeThing의 AI 패션 이미지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앞서 제시한 네 가지 특성을 기반으로 분석한다.

2. Str4ngeThing의 AI 패션 이미지에 나타난 컨셉추얼 아트 특성

1) 레디메이드

Str4ngeThing의 AI 패션 이미지에서는 전통적인 복식의 소재 사용이나 복식과는 관계없는 다른 영역의 개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컨셉추얼 아트의 레디메이드 특성이 드러난다. 이는 패션아이템에 얽매이지 않는 고유의 본질을 초월하고, 실제로는 구현이 어려운 부분을 AI 기술을 활용하여 아티스트의 개념적 사고를 전달한다.

역사적인 조각 및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AI 패션 이미지는 Str4ngeThing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각각의 작품은 AI 기술을 통해 세심하게 만들어져 르네상스 미학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를 완벽하게 융합하여, 역사가 혁신과 교차하는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Buzzbloq, 2023).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이 제거되고 오브제로서 의미를 갖게 되며, 마치 의상을 조각한 듯한 예술작품으로 보인다<Fig. 5>. Str4ngeThing에 의하면 이 작품은 인간의 몸이 예술 작품이 되는 오브제로서의 의미를 강조하며, 단순한 의복이 아닌 예술과 역사적인 매개체로써 다음과 같이 말한다.

<Fig. 5>

Made in AI: Renaissance Avant-garde Medici Collection(Str4ngeThing, 2023a)

‘르네상스 리바이벌’과 함께 패션이 살아있는 갤러리가 되고, 인간의 몸이 예술 작품이 되는 세계에 몰입해 보세요. 이 작품들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이탈리아 대가들의 유산과 그들의 흔들림 없는 예술적 열정을 담고 있는 역사적인 매개체입니다(Str4ngeThing, 2023a).

르네상스 건축물의 일부와 같은 슈즈는 전통적인 슈즈의 형태를 넘어서 하나의 오브제로서 그 기능은 상실하고 예술로 변모시키는 아티스트의 혁신적 사고가 나타난다<Fig. 6>.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인 스웻셔츠 후드에 장엄한 그리스 건축물을 오브제로 차용하여 고전적인 건축물의 예술성과 현대 패션 아이템의 실용성이 서로 대립하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있다<Fig. 7>. 이러한 작품들은 초현실적인 요소가 부여되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이를 Str4ngeThing은 단순한 패션이 아닌, 과거와 미래 사이의 대화라고 하였다.

<Fig. 6>

Made in AI: Renaissance-Inspired Architectural and Sculptural Avant-garde Footwear(Str4ngeThing, 2023d)

<Fig. 7>

Greek Architecture-Revival Couture(Str4ngeThing, 2024d)

저의 디자인은 고전 예술과 구조물에 대한 찬사로, 역사적인 걸작들의 본질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세심하게 제작되었습니다...이 AI 생성형 컨셉추얼 디자인은 단순한 패션이 아닌, 과거와 미래 사이의 대화입니다(Str4ngeThing, 2024d).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상징적 걸작들에서 영감을 받은 가방 컬렉션 중 하나인 이 작품은 가시관을 쓴 예수의 흉상 조각을 오브제로 사용하면서 상징적인 모티브를 레디메이드로 제시하고 있다<Fig. 8>. 이 컬렉션에서는 정성과 균형을 상징하는 비유적 인물인 정의의 여신, 힘과 지혜를 상징하는 신화적 켄타우로스, 인생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는 메멘토 모리가 새겨진 해골 가방, 종교적 지도력을 기리는 교황의 흉상, 평온한 마리아의 흉상, 고대 군사적 위용을 기리는 로마 병사의 투구 등을 가방에 차용하여 그 최초의 의미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함으로써 오브제 그 자체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 이러한 오브제를 통해 Str4ngeThing은 르네상스의 뛰어난 조각가들과 건축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과거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Fig. 8>

Made in AI: Renaissance-Inspired Sculpted Bags(Str4ngeThing, 2023c)

2) 개입: 역사적 시대와 아이코닉 브랜드의 융합

Str4ngeThing은 나이키를 중심으로 뉴발란스(New balance), 슈프림(Supreme), 스투시(Stussy) 등의 스트리트웨어나 구찌,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럭셔리 패션을 르네상스 시대처럼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시대에 재구성하여 컨셉추얼한 AI 패션 이미지를 제작한다. Cho(2011)는 제복이나 민속적이거나 일상적 의상들이 전혀 다른 환경이나 상황에 개입되는 등 시대성을 갖는 의상의 다양한 아이템들이 개념적으로 사용된 경우를 컨셉추얼의 특성이라고 하였다.

Str4ngeThing의 컬렉션은 ‘WR0ng ER’라고 부르며, 이 작품들은 ‘잘못된 기억’을 의미하며 우리가 일어난 적 없는 일을 사실로 믿게 만드는 '만델라 효과'라는 필터를 통해 패션을 생각하며, 의상이 마치 잘못된 시대에 태어난 것처럼 묘사한다(Di Giamberardino, 2023). 한 남성이 클래식한 배경에 나이키 로고가 있는 트레이닝 세트를 입고 가방과 운동화를 신고 있다<Fig. 9>. 르네상스 시대에는 현존하지 않았던 현대의 전형적인 스트리트웨어 스타일은 공간적ㆍ시간적으로 거리가 있는 예기치 않은 문맥 속에 놓여 있으나, 오히려 패션의 트렌디함이 강조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보그 이탈리아와의 인터뷰에서 Str4ngeThing은 거리가 있는 두 이미지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Fig. 9>

The Bag. Part of the WROng Er4 Collection(Str4ngeThing, 2022b)

겉보기에는 상반된 세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이 둘은 혁신과 발전에 대한 갈망이라는 공통된 실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요소들의 결합은 인간 본성의 복잡성과 풍요로움을 반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Di Giamberardino, 2023).

대표적인 스트리트 브랜드인 슈프림의 로고가 드러난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 남성이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그릴즈(grillz)를 착용하고 있다<Fig. 10>. 그릴즈는 치아에 착용하는 장신구로 80년대 힙합의 등장으로 많은 유명 래퍼들이 주로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용도로 착용하면서 유행하였다. 그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수하고 예기치 않은 상황을 의도하면서 결과적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루이비통 패턴을 연상하게 하는 트레이닝 세트와 모자, 운동화 차림으로 사냥하는 남성은 완벽한 스트리트 패션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에 이러한 패션스타일이 마치 실존한 것처럼 우리를 착각하게 만든다<Fig. 11>. 성스럽고 고상한 르네상스 여성과 무릎을 꿇고 있는 현대 경찰 사이로 샤넬의 로고가 강조된 핸드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Fig. 12>.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으로서 상징적인 아이템인 샤넬백을 르네상스 시대 여성의 아이템으로 표현하면서 작가의 아이디어에 따라 치밀히 계산된 패션은 본래의 의미를 더욱 부각하거나 작가의 정교한 의도에 따른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Cho, 2011).

<Fig. 10>

Drawing Inspiration from the Mandela Effect(Str4ngeThing, 2022a)

<Fig. 11>

Ever Wondered What a Remix of History Would Look Like?(Str4ngeThing, 2024a)

<Fig. 12>

Ever Wondered What a Remix of History Would Look Like?(Str4ngeThing, 2024b)

Str4ngeThing은 르네상스의 웅장함과 오늘날의 아이코닉 브랜드가 교묘하게 어우러지고 트렌디한 패션이 과거의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신비롭고 컨셉추얼한 패션 이미지를 제작한다. 이는 현대적 요소와 고전적 요소가 융합되면서 시간적ㆍ공간적 불일치를 만들어내고, 관찰자로 하여금 시공간에 대한 자신의 개념을 재고하게 만든다. 또한 AI 도구이기에 가능한 디지털 예술의 붓터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관람자를 상상력과 미지의 영역으로 이끈다.

3) 언어: 패션 타이포그래피

Str4ngeThing은 의미가 부여된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컨셉추얼한 패션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 형태를 다루거나 글자를 사용하여 디자인하는 기술과 그 표현을 의미한다(Park, 2020). 전통적으로 미술이 추구한 물질성보다는 의미와 개념을 추구하는 양식으로 텍스트를 중요한 소재이자 주된 시각 재료로 다룬다는 점에서 타이포그래피는 컨셉추얼 아트의 표현적 형식으로 채택된다(Park, 2020).

Str4ngeThing은 디지털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자신의 이름을 타이포그래피로 사용하며, 그의 작품 곳곳에서 ‘Str4nge’ 텍스트가 발견된다<Fig. 13>. 이는 작가 이름의 일부이자 마치 ‘strange’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 텍스트는 본래의 ‘낯설거나 이상한’이라는 의미나 개념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언어를 시각적 은유로 표현하면서 컨셉추얼한 패션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한다.

<Fig. 13>

Made in AI: Renaissance-Inspired Architectural and Sculptural Avant-garde Footwear(Str4ngeThing, 2023e)

또한 오늘날의 패션이 과거에 존재했던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만델라 효과가 특징인AI 패션 이미지 컬렉션을 유희적인 텍스트인 ‘WR0ng ER’이라고 명명하였고, 각 작품에서 브랜드 로고나 심볼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Str4ngeThing는 WR0ng ER 패션 이미지에서 역사적 시대와 대비되는 스투시, 하리보(Haribo)와 같은 오늘날 유명 브랜드의 로고를 함께 배치한다<Fig. 13>. 이는 브랜드 로고의 텍스트 자체가 함께 제시된 클래식한 이미지와 충돌하며 유머와 위트를 자아낸다. 특히 작품에 나이키 로고의 사용이 많은데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과 스포츠웨어의 만남은 의미적인 충돌을 일으킨다<Fig. 15>.

<Fig. 14>

Ever Wondered What a Remix of History Would Look Like?(Str4ngeThing, 2024c)

<Fig. 15>

The PR1NC3 R3GENT(Str4ngeThing, 2022c)

Str4ngeThing은 과거의 개념과 대비되는 텍스트, 브랜드 로고나 심볼 등 타이포그래피를 전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컨텍스트와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4) 자료형식: 동적 이미지 생성

Str4ngeThing은 AI 기술을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시각적 형태를 구현하며 패션 이미지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컨셉추얼 아트는 기존의 미술이 갖는 물질성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실제 작업이나 콘셉트 등을 스케치, 지도, 도표, 사진, 텍스트, 영상 등으로 재현하는 특성이 있다. AI 기술은 정적인 패션 이미지를 동적인 영상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Str4ngeThing은 상징적인 대리석 조각상인 메디치 사자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제시하면서 실제의 사자가 조각상으로 변모하며 조각적인 디테일이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적용되는 과정을 음악과 함께 빠른 속도의 생생한 영상으로 보여준다<Fig. 16>. 또한 르네상스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라운 조각품과 같은 여행용 가방을 제작하였다. 영상에서 첫 등장한 가방의 모습과 다르게 마치 가방의 앞면이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내부에 옷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을 순서대로 보여주며 독특한 시각적 요소를 제공한다<Fig. 17>. 이러한 작품들은 사운드, 움직임, 이미지가 혼합된 표현형식으로 컨셉추얼 아트가 여러 영역이 혼재된 복합예술을 지향했던 의미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패션 이미지는 제작과정이 실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물리적 제약이 존재하나, AI 패션 이미지는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되므로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작품 실험과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Fig. 16>

Made in AI: The Medici Lion Collection Inspired by the Renaissance(Str4ngeThing, 2023f)

<Fig. 17>

Made in AI: The Sculptured Bulletproof Glass LED Luggage Case(Str4ngeThing, 2023b)

이상으로 Str4ngeThing의 AI 패션 이미지에 나타난 컨셉추얼 아트 특성을 정리하면 <Fig. 18>과 같다.

<Fig. 18>

Characteristics of Conceptual Art in Str4ngeThing's AI Fashion Images Ready-made (Str4ngeThing, 2023a), (Str4ngeThing, 2023d), (Str4ngeThing, 2024d), (Str4ngeThing, 2023c)/ Intervention (Str4ngeThing, 2022b), (Str4ngeThing, 2022a), (Str4ngeThing, 2024a),(Str4ngeThing, 2024b)/ Language (Str4ngeThing, 2023e), (Str4ngeThing, 2024c), (Str4ngeThing, 2022c)/ Data Type (Str4ngeThing, 2023f), (Str4ngeThing, 2023b)

Ⅳ. 결론

‘Str4ngeThing’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AI 패션 아티스트는 마치 르네상스와 같은 역사적인 시대에 현대의 상징적이고 트렌디한 패션이 오랜 문화 속에 존재했던 것처럼 재현하며 컨셉추얼한 패션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생성형 AI를 예술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적 역량의 협업이 전례 없는 패션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Str4ngeThing의 AI 패션 이미지를 컨셉추얼 아트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특성을 도출하였고, AI 기술이 패션 이미지의 창조와 예술적 표현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패션 이미지 표현의 확장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첫째, 전통적인 복식의 소재 사용이나 복식과는 관계없는 역사적인 조각 및 건축물을 오브제로 활용함으로써 컨셉추얼 아트의 레디메이드 특성이 드러난다. 각각의 작품은 AI 기술을 통해 실제로는 구현이 어려운 르네상스 미학을 현대의 감각적인 오브제로 표현하며 역사와 혁신에 대한 아티스트의 개념적 사고를 전달한다.

둘째, 현대의 아이코닉한 패션 아이템들이 전혀 다른 환경 및 상황인 역사적 시대에 존재하면서 정보가 다르거나 예기치 않은 문맥 속에 위치하게 되는 컨셉추얼 아트의 개입의 특성이 드러난다. 트렌디한 패션이 과거의 인물이나 르네상스와 같은 역사적인 배경에 자연스럽게 융합되면서 시간적ㆍ공간적 불일치를 만들며 오히려 컨텍스트에 따른 새로운 의미나 관념, 흥미가 발생한다.

셋째, 상징적인 텍스트, 현대의 패션 브랜드 로고나 심볼 등으로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인 타이포그래피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 텍스트가 지닌 원래의 의미나 개념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거나 표출하면서 컨셉추얼한 패션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한다. 이러한 패션 타이포그래피는 언어를 시각적 은유로 전달하며 다른 컨텍스트와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넷째, 생생한 동적 이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시각적 형태를 구현하며 사운드, 움직임, 이미지가 혼합된 표현형식으로써 아이디어 구체화 과정이 드러나는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을 보인다. 생성형 AI를 통한 동적 이미지 제작은 전통적인 이미지 방식이 지닌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되므로, 새로운 시각적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작품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Str4ngeThing은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자신의 아이디어, 개념, 비전 등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며, 그의 작품은 현대 패션과 예술에서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 이미지는 단순한 현실의 재현을 넘어서 창작자의 독창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복잡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창작자가 보다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단순히 기술적인 구현에 그치지 않고 창작자의 창의적 프로세스와 역량을 증폭시키며, 디자이너가 기존의 전통적인 작업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과적으로, 창작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비전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며, 패션 이미지는 새로운 예술적 차원을 획득하게 된다.

AI와 인간 창작자의 협업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창작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이 협업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패션산업 전체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을 제시하는 데 기여한다. 결국, AI는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더욱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연구는 개념과 사고, 아이디어가 중요한 컨셉추얼 아트의 특성이 AI 패션 이미지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AI 패션 아티스트의 작품을 통해 분석하여 패션 이미지의 변화와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더불어, AI 기술과 인간의 창의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져야 하는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제한점으로는 현재 AI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쟁점이 있으므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동시에 그 본질적 가치를 잃지 않도록 윤리적 고려와 예술적 탐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연구에서는 더 다양한 사례연구와 정량적 분석을 통해 AI 패션 이미지의 영향력를 더욱 심층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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