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이 제시하는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the collections of Kunihiko Morinaga’s brand Anrealage from the perspective of posthumanist theory, exploring the potential of fashion to reconstruct the relationships among humans, technology, nature, and nonhuman entities. Moving beyond a technology-centred approach, the research positions fashion as anareafor philosophical practice. Focusing on four key concepts—reconstruction of the humanbody , human–nonhuman hybridization, cyborg aesthetics and sensory expansion, andsustainableandecologicalcoexistence —it investigates how Anrealage embodies a distinct design philosophy aligned with posthumanist thought. In particular, by examining collections spanning approximately two decades (2006–2025) from a diachronic perspective, the study reveals a clear brand trajectory from early craft-based practices to experimental forms, and more recently, to technology-driven interface design. Through this lens, Anrealage is interpreted not merely as a brand that reflects posthumanist discourse, but as one that actively enacts and visualizes it. Ultimately, this study suggests that fashion can function as a new aesthetic that dismantles anthropocentrism and integrates technology, ethics, environment, and the senses, offering a theoretical foundation for envisioning the future direction of sustainable fashion.
Keywords:
Anrealage, cyborg, design philosophy, posthumanism, sustainability키워드:
언리얼에이지, 사이보그, 디자인 철학, 포스트 휴머니즘, 지속가능성Ⅰ. 서론
현대 패션 산업은 기술의 발전과 문화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스마트 텍스타일 등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패션은 더 이상 단순한 의복의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신체의 확장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과 기술,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며, 패션을 통해 신체성과 정체성이 재구성되는 담론을 형성한다. 이는 포스트 휴머니즘(Posthumanism) 철학과도 연결되며, 패션이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의하는지에 대한 철학적·실천적 탐구를 촉진하고 있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술, 환경, 비인간(non-human) 존재들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적 존재론을 탐구한다. 이는 단순히 ‘포스트 휴먼(Posthuman)’이라는 개념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경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과 윤리적·개념적 변화를 모색하는 철학적 패러다임을 제안한다(Wilkinson, 2022). 패션에서는 디지털 기술, AI, 신소재 등이 활용되어 신체와 환경을 연결하며, 신체 보호와 미적 표현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매개체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본 디자이너 모리나가 쿠니히코(Kunihiko Morinaga)가 전개하는 브랜드 Anrealage는 신체, 기술, 환경과의 관계를 실험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Anrealage의 컬렉션은 수공예, 개념적 형태, 기술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제작되며(Anrealage, n.d.-a), 패션을 기술과 결합하여 신체를 확장하고, 환경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킨다. 이는 포스트 휴머니즘 패션이 추구하는 ‘신체의 확장’과 ‘비인간 존재와의 연결’이라는 핵심 개념을 반영하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2020년 펜디(Fendi)와의 콜라보레이션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모리나가를 ‘패션 과학자’라고 표현하며(“Anrealage's photochromic Fendi”, 2021), 그의 디자인이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방식을 높이 평가하였다.
포스트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Anrealage는 디자이너의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인간과 기술, 환경의 경계를 허물며 신체의 확장성과 상호작용 가능성을 실험하는 브랜드로 인식된다. 그러나 일부 연구는 이를 아방가르드 특성에 초점(Kim, 2017)을 맞추어 분석하였으며, 포스트 휴머니즘 시각의 철학적 맥락에서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 포스트 휴머니즘 패션 연구를 살펴보면, 포스트 휴먼적 관점에서 패션 이미지를 분석하여 그 표현 특성을 밝힌 연구(Choi & Ha, 2024), 블랙 컬러 패션을 포스트 휴머니즘의 탈경계성 특성으로 분석한 연구(Choi et al., 2024),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의 3D 프린팅 기술을 포스트 휴먼 개념으로 분석한 연구(Smelik, 2020), 포스트 휴먼 특성을 활용한 3D 패션디자인 연구(Son & Kim, 2024), 웨어러블 컴퓨팅과 스마트 텍스타일과 같은 패션 혁신이 포스트 휴먼 사회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Wilkinson, 2022) 등이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연구는 기술적 요소나 표현 특성 분석에 집중하고 있으며,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에 초점을 두어 포스트 휴머니즘을 탐구한 사례는 드문 실정이다.
본 연구는 디자이너 모리나가 쿠니히코의 Anrealage 컬렉션을 분석 대상으로 하여 포스트 휴머니즘 이론을 실천적으로 제시한 패션디자인 사례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 분석을 넘어 포스트 휴머니즘 개념이 어떻게 시각적 언어로 구현되고, 인간과 비인간, 기술과 환경의 관계를 재구성하는지를 탐색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포스트 휴머니즘 개념과 패션에서의 포스트 휴머니즘 관점을 이론적으로 고찰한 후,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을 제시한다. 이론적 논의를 토대로 포스트 휴머니즘 패션의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분석 틀을 도출하여 컬렉션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이론적 개념이 실제 디자인 사례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해석되는지를 살펴본다.
연구 범위는 Anrealage의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2025년 3월 2일 기준) 2006년부터 2025년까지 해당하는 41건의 컬렉션이며, 중복된 이미지를 제외한 1087개의 룩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사례 분석은 선행연구와 이론적 고찰을 통해 도출된 4가지 포스트 휴머니즘 패션 개념인 ‘신체의 재구성’, ‘인간-비인간 하이브리드’, ‘사이보그와 감각의 확장’,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공존’을 바탕으로 하였다. 연구자는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을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보그(Vogue)의 컬렉션 리뷰(23건)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디자이너 노트 등의 자료(41건)를 내용 분석하여 교차 검토하였다.
본 연구는 Anrealage의 디자인을 포스트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패션이 신체적·기술적·환경적 요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조명하고,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또한 Anrealage의 사례를 통해 개념적 패션 브랜드가 미래 패션 산업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며, 기술과 수공예를 결합한 디자인 방식, 신체와 의복, 환경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실험적 디자인이 지닌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창작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하고, 패션이 단순한 의복을 넘어 인간과 기술, 환경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논의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포스트 휴머니즘의 개념과 이론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술, 환경, 비인간 존재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인간의 존재 방식과 정체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이론적 접근이다(Wilkinson, 2022). 이 개념은 인간의 우월성과 본질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며, 기술 발달과 생태적 위기 속에서 인간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담론으로 자리 잡아 왔다.
포스트 휴머니즘 용어는 1977년 포스트 모더니스트 학자인 이합 하산(Ihab Hassan)이 그의 논문 「프로메테우스의 수행: 포스트 휴머니즘 문화로의 전환?(Prometheus as Performer: Towards a Posthumanist Culture?)」에서 처음 등장했다(Wilkinson, 2022). 그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등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이 종언을 맞이하고 있음을 선언하였다.
우리는 먼저 인간의 형태 즉, 인간의 욕망과 외적 표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500년간 지속된 휴머니즘이 끝나가고 있으며, 그것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포스트 휴머니즘’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Hassan, 1977, p. 843).
Hassan은 과학, 예술, 신화, 기술이 융합되는 현대 문화에서 인간 개념의 전면적 재구성이 요구되며(Hassan, 1977),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미지와 개념을 변화시키면서 인간과 기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고 하였다(Franssen, 2014). 이에 따라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와 주체-객체 이분법도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Franssen, 2014). 특히 그는 인공지능, 유전자 공학 등 기술의 진보가 인간과 비인간, 기계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체/객체, 인간/기계, 자연/문화와 같은 이분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Franssen, 2014).
Wilkinson(2022)은 이러한 Hassan의 관점을 확장하여,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과 기술 간의 점점 가까워지는 관계로 인해 인간 정체성이 변화할 가능성을 논의하는 철학적 운동이며, 더 나아가 과거 인간 중심적이었던 윤리와 존재 개념을 인공적 및 유기적 비인간 존재로 확장하는 논의를 포함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의 고유성을 전제하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윤리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탈중심적 사유로 정의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포스트 휴머니즘을 인간 개념의 재구성과 함께 주체/객체, 인간/기계, 자연/문화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상호연결성과 윤리적 공존을 사유하는 철학적 틀로 간주한다.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은 1970년대 후반의 Hassan으로부터 출발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 페미니즘, 생태철학 등의 다양한 학문적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론의 발전은 시대의 담론적 관심에 따라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포스트 휴머니즘의 전기에서는 인간 정체성의 해체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사이보그 선언문(A Cyborg Manifesto)」(1985)에서 인간/비인간, 남성/여성, 자연/문화의 경계를 해체하고, 기계와 생물체가 결합된 존재로서의 사이보그 개념을 제시하며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의 전기를 마련하였다. Haraway는 인간 주체의 본질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기술과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존재로 이해하였고, 이를 통해 근대적 이원론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제공하였다(Haraway, 2016).
둘째, 정보화 시대의 인간 해체를 상징하는 대표 학자인 N. 캐서린 헤일즈(N. Katherine Hayles)는 「How We Became Posthuman」(1999)에서 포스트 휴머니즘을 사이버네틱스 시대의 인간 재구성 과정으로 설명한다. Hayles(1999)에 따르면, 포스트 휴먼은 이질적 요소들로 구성된 물질-정보 존재이며, 인간은 더 이상 고정된 자아가 아닌,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주체로 이해되어야 한다. Hayles는 포스트 휴머니즘을 통해 인간 정체성, 주체성, 정보, 기술, 신체 간의 새로운 윤리적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는 철학적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이론은 인간을 신체적 조건과 상호작용 안에서 이해하며, 정보기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물질성과 유한성을 존중하는 포스트 휴먼을 제안한다.
셋째, 포스트 구조주의적 전환과 문화 비평의 확대 시기에는 인간 개념의 해체가 다양한 문화 담론 속에서 논의되었다. 닐 배드밍턴(Neil Badmington)은 「Posthumanism」(2000)에서 포스트 휴머니즘을 인간이라는 기표의 불안정성과 구성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비판적 포스트 휴머니즘’으로 정의하며, 단순한 기술 발전의 결과가 아닌 인간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철학적 실천으로 보았다(Castree & Nash, 2004). 일레인 그레이엄(Elaine L. Graham)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술 문화 속에서 인간 정체성의 재구성을 다룬다. 그녀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본질이 본래부터 인위적이며 사회적 구성물임을 강조하며, 이분법적인 구분을 전복하고 특히 대중문화 속 ‘괴물’과 ‘타자’의 형상을 통해 인간 정체성의 경계를 탐구한다(Graham, 2015).
넷째, 탈인간중심주의와 비인간 윤리의 등장은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을 생태윤리, 동물권, AI 존재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한다. 캐리 울프(Cary Wolfe)는 『What is Posthumanism?』(2010)에서 포스트 휴머니즘을 윤리, 미학, 민주주의 이론, 기술 철학의 영역과 연결하여 재정의하는 시도를 하였다. 그는 니클라스 루만의 시스템 이론과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를 통합하여 '인간' 중심적 주체 개념의 해체와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 재구성을 제안한다(Glasson, 2020). 그는 인간 경험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닌, 자율적 주체성과 인간 우월주의를 넘어서려는 윤리적·정치적 사유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는 『The Posthuman』(2013)에서 지난 인문주의 전통이 설정한 인간 주체의 상을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탈식민주의, 인종 연구, 젠더 분석, 환경주의를 포함하는 스펙트럼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코스모폴리탄 신휴머니즘을 제안한다(Braidotti, 2013). Braidotti는 포스트 휴머니즘을 인간과 비인간, 생태, 기술의 상호 얽힘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적 주체성(relational subjectivity)으로 설명하며, 환경적 상호연결성에 기반한 책임의식과 서구 인본주의가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 간주한 점을 비판하며, 생명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의 수용을 핵심으로 하는 비서구적 생태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처럼 주요 이론가들은 각기 다양한 시각을 통해 휴머니즘 이후의 인간 개념을 재구성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다룬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을 둘러싼 광범위한 생태계적·기술적 연결망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윤리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 개념의 재구성과 함께 주체/객체, 인간/기계, 자연/문화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상호연결성과 윤리적 공존을 사유하는 철학적 틀로 작동한다. 이러한 이론적 흐름은 단지 인간 개념의 재정의에 그치지 않고, 기후 위기, 생태계 붕괴, AI 윤리 등의 동시대적 문제와도 깊이 연관된다. 따라서 오늘날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을 다양한 비인간적 존재들과의 상호의존적 존재로 재구성하는 윤리적·존재론적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2. 패션에서의 포스트 휴머니즘
본 연구는 Braidotti(2013), Haraway(2016), Smelik(2021), Wilkinson(2022) 등의 이론적 논의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패션 맥락에서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을 해석하는 네 가지 핵심 개념인 '신체의 재구성', '인간–비인간 하이브리드', '사이보그 미학과 감각의 확장',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공존'을 도출하였다.
패션은 기술적·문화적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을 적극적으로 실험하며, 기존의 인간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장이 되고 있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패션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주제이며(Evans, 2018), Smelik(2021)은 패션이 인간의 신체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므로,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과 상상력이 기존의 인간 중심적 사고를 전복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패션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Wilkinson(2022)은 ‘패션’과 ‘의복’의 개념적 차이를 통해 포스트 휴머니즘과 트랜스 휴머니즘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는 의복은 기능적·미학적 측면에서 인간 착용자를 일시적이고 비물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트랜스 휴머니즘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반면 패션은 기술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문화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므로 포스트 휴머니즘과 개념적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첫째, ‘신체의 재구성’은 인간의 신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기술을 통해 확장되고 재구성하는 유동적 존재로 해석하는 개념이다. Evans(2018)는 포스트 휴머니즘이 패션에서 구현되는 방식이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신체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임을 강조하며, 가레스 퓨(Gareth Pugh)의 A/W18 컬렉션이 기계적 외피를 통해 신체를 확장하거나 재구성한 사례임을 언급하였다. Smelik(2021)은 포스트 휴먼 미학의 핵심은 신체 이미지의 전복으로 이는 포스트 휴머니즘이 신체를 새로운 정체성과 표현 가능성의 장으로 전환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둘째, ‘인간-비인간 하이브리드’는 인간, 기계, 자연, 객체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고 상호 얽힘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Haraway(2016)의 사이보그 이론은 이러한 존재론적 혼종성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이며, Smelik(2021)은 포스트 휴머니즘을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이라는 용어를 통해 사물, 객체, 예술, 패션, 인간이 모두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즉 광물, 식물, 합성 물질의 혼합체라고 설명한다. Wilkinson(2022)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포스트 휴머니즘 패션의 핵심으로 지목하였다. 이 개념은 생태적 상호작용, 소재 실험, 인공물과 유기물의 융합 등을 통해 패션 영역에서 구체화된다. McMillan(2023)은 디자이너 류노스케 오카자키(Ryunosuke Okazaki)의 작품을 분석하며, 포스트 휴머니즘이 제기하는 인간과 타자의 관계를 재고하고, 서구/비서구, 인간/비인간, 남성/여성 간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위계질서와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하는 방식을 조명하였다.
셋째, ‘사이보그 미학과 감각의 확장’은 기술을 통해 인간 감각을 확장하고, 전통적인 신체 및 젠더의 개념을 퀴어링(queering)하며 전통적 규범을 완전히 전복하려는 유토피아적 시도로 나타난다(Evans, 2018). Haraway(2016)의 사이보그 개념은 단순한 기계-인간 융합이 아니라 경계를 흐리는 실천이며, Evans(2018)는 아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의 디자인은 3D 프린팅 및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신체를 재구성하고 퀴어링을 실현함으로써, 전통적인 성별 경계를 해체하고 인간 정체성의 확장을 모색하는 실천적 접근이라고 하였다. 구찌(Gucci)의 A/W18 컬렉션은 젠더 규범을 해체하고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이미 포스트 휴먼적 사이보그로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Evans, 2018). 이러한 감각적 재구성은 포스트 휴먼 정체성의 유동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Smelik(2021)은 사이보그가 인간의 육체와 금속 또는 디지털 물질 간의 혼성, 정신과 물질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포스트 휴먼주의적 개념이라고 언급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을 낯선 타자가 아닌 친숙한 존재로 수용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넷째,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공존’은 인간을 자연과 기술, 비인간 존재들과의 상호 얽힘 속에서 이해하며, 생태적 윤리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접근이다. Braidotti(2013)는 인간 중심성을 해체하고 모든 생명 존재와의 윤리적 연대를 강조하며, 이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단순한 친환경적 시도가 아닌 존재론적 재구성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한다. Haraway는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적 협력을 탐색하는 것이며, 이는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와 모든 종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조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Wilkinson, 2022). 즉, 포스트 휴머니즘적 지속가능성은 인간-비인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통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더 넓은 생태적 책임을 요구한다. 이는 패션 산업의 과잉 생산과 소비, 노동 착취, 환경 오염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 해결의 차원이 아닌, 인간-비인간 간의 관계 재구성이라는 존재론적 과제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패션은 단지 친환경 소재나 재활용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몸, 정체성, 물질, 문화가 얽힌 복합적 실천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포스트 휴머니즘의 관점은 패션을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장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관점들을 바탕으로 연구자는 포스트 휴머니즘 패션의 핵심 개념을 ‘신체의 재구성’, ‘인간-비인간 하이브리드’, ‘사이보그와 감각의 확장’,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공존’으로 도출하였으며, 본 연구의 사례 분석을 위한 이론적 틀로 적용된다<Table 1>.
3.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
디자인 철학은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추구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기준에 대한 신념으로(Uh, 2021), 형태, 수공예, 기술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한 Anrealage의 디자이너 모리나가의 디자인 철학은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사유의 틀이자 디자인 실천의 핵심을 이룬다.
모리나가는 와세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시절에 반탄 디자인 아카데미(Vantan Design Academy)에서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2003년에 'Real, Unreal, Age'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자신의 브랜드 ‘Anrealage’를 론칭했다(Anrealage, n.d.-a). 모리나가는 진보적이고 지적이며, 기술적으로 문해력이 뛰어난 디자인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Kunihiko Morinaga”, n.d.). 그의 디자인은 일상의 미묘한 요소에서 비롯된 쉽게 간과될 수 있는 비현실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데서 출발한다. 모리나가는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작업하며, 그의 디자인은 화려한 컬러 패치워크, 인간의 신체적 형태에서 자유로운 의복 구조, 그리고 기술과 혁신적인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에서 주목받는다(“Avant-garde fashion: Anrealage”, n.d.). 모리나가가 여러 패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컬렉션 주제의 중요성은 시즌마다 특정되어 작품의 정체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디자이너의 패션 사고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이다(Kim, 2017). Anrealage의 컬렉션은 크게 세 개의 시기로 구분된다(“Avant-garde fashion: Anrealage”, n.d.). 첫 번째 시기는 2005-2006 A/W 컬렉션 ‘Suzume no namida’부터 2008-2009 A/W 컬렉션 ‘Mutyu’까지로 수작업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에 집중하였고, 두 번째 시기는 2009 S/S 컬렉션 ‘○△□’부터 2011 S/S 컬렉션 ‘Air’까지로 의류의 형태에 초점을 맞추어 첫 번째 시기와 대조적인 스타일을 탐색하였다. 세 번째 시기는 2011-2012 A/W 컬렉션 ‘Low’부터 2025 S/S 컬렉션 ‘Wind’ 현재까지(2025년 3월 2일 기준)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은 형태에 대한 실험, 수공예적 미학, 기술과의 융합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는 컬렉션을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하는 기준과도 일치한다. 모리나가의 디자인 철학은 신체와 의복, 인간과 비인간,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존재론적 탐구의 과정이다.
첫째, 형태에 대한 실험성은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2009 A/W Collection ‘凹 凸’, 2009 S/S Collection ‘○△□’, 2010 A/W Collection ‘Wideshortslimlong’, 2010 S/S Collection ‘Silhouette’, 2014 S/S Collection ‘Size’ 등의 컬렉션 주제에서도 형태에 대한 조형적 탐구가 드러난다.
모리나가의 디자인은 전통적으로 신체 중심으로 구성되던 의복의 고정관념을 해체하며, 전혀 다른 입체적 구조를 통해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창출한다. 원, 정육면체, 삼각뿔 등 기하학적 형태를 의복의 원형으로 채택하거나, 시점에 따라 실루엣이 변화하는 조형적 구조를 실험하고 알파벳이라는 보편적 기호를 형태적 실험을 통해 의복으로 재해석하는 방식 등은 의복의 기본 전제가 되어온 신체의 존재를 해체하고, 새로운 형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모리나가는 옷이 반드시 신체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다면적이고 유동적인 조형물로 확장시켜 패션의 공간성과 가능성을 실험한다.
둘째, 수공예의 미학은 Anrealage의 디자인이 지닌 깊이와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2007 S/S Collection ‘Inori’, 2019 A/W Collection ‘Detail’ 등의 컬렉션에서 모리나가는 반복적이고 치밀한 손의 움직임을 통해 옷을 제작하는 과정을 단순한 생산의 차원을 넘어선 ‘기도’에 비유하며, 제작 과정 자체에 장인정신과 시간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수천 개의 단추를 달고 다시 그것을 제거하는 행위, 수천 조각의 원단을 손으로 이어 붙이는 패치워크 작업은 시간성과 물질성의 흔적을 의복에 고스란히 남기는 실천이다. 이러한 수공예적 접근은 패션이 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작업에 담긴 시간과 노동이 축적된 조형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Anrealage는 기술을 예술적·존재론적 매개로 삼는 디자인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2015 A/W Collection ‘Light’, 2016 S/S Collection ‘Reflect’, 2018-19 A/W Collection ‘Invisible, 2024 S/S Collection ‘Prism’ 등의 컬렉션에서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패션을 제시한다. 모리나가는 패션을 환경, 기술, 인간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으로 간주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매개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외선에 반응해 색이 변하거나, 빛과 온도, 압력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신소재와 디지털 기술들은 패션이 인간과 환경, 데이터, 감각 사이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모리나가는 디테일에 집착하며 복잡한 레이저 커팅 격자무늬, 단단한 질감, 최첨단 직물 등 고도의 기술을 활용해 노동집약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낸다(Flaccavento, 2014). 모리나가만의 기술과 수공예의 공존은 과거와 미래, 인간의 손과 기계의 논리를 결합하는 독창적인 미학을 보여준다.
이처럼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은 패션을 인간중심주의로부터 해체하고, ‘옷’이라는 존재를 통해 형태, 수공예, 기술이 얽힌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의미를 시각화한다. 이는 패션을 통해 ‘인간-비인간-기술’ 간의 얽힘과 윤리적 공존을 지향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감각과 연결되는 사유의 장을 제공한다.
Ⅲ. Anrealage의 디자인 철학이 제시하는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
1. 신체의 재구성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중심주의 관점을 해체하고, 기술, 상징, 감각, 비인간적 요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동적으로 구성되는 존재로 본다(Braidotti, 2013; Hayles, 1999). 전통적으로 신체 부위의 인식 가능성을 통해 인간을 정의했으나, 포스트 휴먼 시대에서는 인간의 신체가 '선천적 요소'와 '선택된 요소'가 결합된 총합으로 구성되므로 신체 자체가 더 이상 고정된 기준이 될 수 없다(Wilkinson, 2022). 이러한 관점에서 Anrealage는 디자인 철학에서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형태의 실험을 통해 전통적인 의복의 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신체성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디자인을 전개한다.
알파벳 A부터 Z까지 26개의 문자를 각각 의복으로 표현한 컬렉션은 언어와 의복의 상징적 연관성을 탐색한다<Fig. 1>. 이는 단지 26개의 문자일 뿐이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기호로서 그 형태의 가능성을 의복에 담아낸 컬렉션으로(Anrealage, n.d.-d) 인간 중심의 언어 구조를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방식으로 해체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실천이다.
또한 Anrealage는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압축된 마네킹을 통해 신체의 보편성과 균형 개념을 해체한다<Fig. 2>. 이는 ‘절대 기준’으로 여겨지던 신체의 개념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이며, 왜곡된 신체 위에 제작된 의복은 신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조형적 실험의 기반이자 유동적인 존재 형식으로 제시한다.
기하학적 오브젝트인 구체·삼각뿔·정육면체를 착용 주체로 설정한 디자인은 신체 기반의 제작방식을 전복하는 시도로써 의복을 신체에서 분리하여 완전히 다른 형태로 재구성함으로써, 패션의 ‘원형’ 자체를 다시 묻는 실험적 시도이다(Anrealage, n.d.-e)<Fig. 3>.
공기, 압력, 움직임 등의 비가시적인 요소들이 옷을 통해 물리적 실루엣으로 시각화되는 작업은 신체를 하나의 ‘과정’이자 가변적 매개체로 제시한다. 공기의 주입과 배출에 따라 실루엣이 변화하는 실험은 신체성과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감각적 인식을 유도하며, 기술을 통해 인간의 물리적 경계를 재구성하는 시도로 이해된다. 감각과 형태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창출하며, 인간과 비인간, 유기체와 기계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신체를 유동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로 사유하게 만든다(Smelik, 2020).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사이즈’라는 고정된 규범을 해체하는 디자인에서도 드러난다. 다이얼을 통해 크기나 핏을 조절할 수 있는 ‘사이즈가 없는 옷’은(Anrealage, n.d.-f) 착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옷의 형태가 유동적으로 변형되도록 설계되어 신체와 옷이 관계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동 가능한 건축’이라는 개념을 통해 옷을 신체의 외피가 아닌 신체와 공간, 환경의 연결 매개로 제시하며, ‘집 같은 옷, 옷 같은 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의복의 공간적 확장성을 보여준다<Fig. 4>. 이는 신체를 중심으로 세계가 구성된다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전복한다.
이처럼 Anrealage의 ‘신체의 재구성’은 단순한 형태적 실험을 넘어 신체에 대한 존재론적 재사유이자 기술, 감각, 환경, 상징이 얽힌 복합적 네트워크 속에서 신체를 유동적이고 관계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하는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의 구체적 실천이다(Braidotti, 2013).
2. 인간–비인간의 하이브리드
포스트 휴머니즘에서 ‘인간–비인간의 하이브리드’는 인간과 비인간 요소들간의 상호작용과 얽힘을 통해 새로운 존재 형식이 구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Braidotti, 2013; Haraway, 2016). 즉, 비인간을 인간의 타자로 보지 않고, 유기적·무기적 요소를 포함한 존재로 이해하며, 패션의 비인간적 요소는 천연 섬유, 인공 소재, 기술적 직물, 센서, 회로 등으로 확장된다(Smelik, 2021; Wilkinson, 2022).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독립성과 우월성을 해체하고, 인간과 비인간 요소가 상호 연결되는 관계망 속에서 공존과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제안한다.
Anrealage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와는 대조적인 ‘무생물’을 테마로 하여(Anrealage, n.d.-j) 일본 만화 ‘도라에몽’에서 영감을 받아 현실 속 아바타와 같은 오브제를 위한 의상을 선보였다<Fig. 5>. 인간이 아닌 비인간 존재를 의복의 착용 주체로 여기거나, 인간 중심의 사고를 전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조형 실험을 전개한다. 특히 기하학적 구조물(구체, 정육면체, 삼각뿔 등)을 착용 주체로 설정한 디자인은 의복이 더 이상 인간 중심으로만 제작될 필요가 없음을 시사하며, 패션의 주체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한다.
야콥 폰 윅스퀼(Jakob von Uexküll)의 ‘환세계(Umwelt)’ 개념을 기반으로 한 컬렉션은 비인간 생명체가 인식하는 세계를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자외선에 반응하는 포토크로믹(Photochromic) 소재는 인간의 시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감각 정보를 옷의 색상 변화로 구현함으로써, 꿀벌이나 나비의 시각 체계를 의복에 반영한다<Fig. 6>. 이는 패션이 다양한 생명체와의 감각적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또한 인간 중심의 감각 체계를 상대화하고, 감각의 다원성과 존재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실천이다(Hayles, 1999; Smelik, 2021).
우주 환경이라는 비인간적 조건에 대응하는 디자인 역시 주목된다. NASA가 개발한 에어로겔(Aerogel) 소재를 활용한 구조적 디자인은 기존의 ‘옷’을 생존에 필요한 외피로 재해석함으로써 비인간적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광섬유 메쉬가 내장된 드레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패턴과 색상을 실시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패션이라는 영역이 데이터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인간이 수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과 환경이 상호 결합된 맥락 속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재정의하고 확장하는 ‘적응적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Fig. 7>.
이처럼 Anrealage는 인간–비인간의 하이브리드를 통해 의복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매개 장치로 제시하고, 다양한 비인간 존재들과의 윤리적, 감각적 연대를 통해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을 조형 언어로 구현한다(Braidotti, 2013; Wilkinson, 2022).
3. 사이보그와 감각의 확장
Haraway는 인간과 기계, 자연과 인공, 남성과 여성, 물질과 정보 같은 기존의 이분법적 구분을 해체하는 존재론적 모델로서 ‘사이보그’를 제시하였다(Wilkinson, 2022). 그녀에게 사이보그는 고정된 인간 정체성에서 벗어나 기술과 생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탈경계적 주체이며, 패션의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젠더, 인간 중심성, 사회적 범주를 초월하는 존재라는 점이다(Wilkinson, 2022).
Anrealage의 디자인은 기술과 의복의 융합을 통해 사이보그 개념을 제시한다. Anrealage의 패션은 인간의 감각을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감각-기술 복합체로 작동한다. 의복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수동적 외피가 아니라, 외부 조건에 반응하고 조율하는 능동적 시스템으로 기능하며,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매개하는 인터페이스로 재정의된다.
빛, 온도, 압력, 소리 등 인간의 감각이 인지하기 어려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소재의 사용은 사이보그적 패션 실천의 대표적인 사례다. 포토크로믹 소재나 열 반응성(heat-reactive) 소재를 활용하여 빛과 따라 색이 변하는 의상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의복이 더 이상 신체에만 종속되지 않고 기술적으로 감각을 확장하는 존재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온도 반응형 소재(Outlast)와 형상기억 와이어를 사용한 디자인은 기온 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형되며 전통적인 패션의 시즌 개념을 재해석하고, 온도에 의해 제한되던 감각을 해방하는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옷’을 구현한다. 이는 의복이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과 감각 체계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Fig. 8>.
또한 시각적 노이즈와 시각 암호(visual cryptography)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 경험하는 감각의 중첩과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정보 과잉의 ‘노이즈’로 가득한 현대 사회 속에서 패션의 존재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Fig. 9>. 가상세계 U에서의 패션쇼와 NFT 형태의 디지털 의상 판매를 결합한 디지털 패션은 ‘컷 앤 드레이프’가 아닌 ‘컷 앤 페이스트’ 방식으로 디자인된 디지털 토일(digital toiles) 형태로 시작되며, 2D에서 점차 현실 소재를 반영한 형태로 발전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는 2D–3D를 넘나들며 디지털 아바타와 현실 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물리적 신체와 가상 공간 속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는 존재론적 가능성을 제시한다<Fig. 10>.
Haraway에 따르면 사이보그는 단일하고 고정된 자아나 기원을 갖지 않으며, 부분적이고 유동적인 정체성, 모순된 관점의 공존, 탈경계적 정체성을 특징으로 하며 젠더 구분 역시 해체의 대상이 된다(Wilkinson, 2022). Anrealage의 사이즈가 없는 옷, 오브젝트 형태의 디자인들은 고정된 신체 기준과 젠더 구분을 해체하며,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탈경계적 정체성을 실천적으로 구현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의 감각을 생물학적 한계로 고정하지 않고,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감각의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을 모색한다. 이때 감각 확장은 단순히 오감을 보완하는 기능적 차원을 넘어서, 감각이라는 인지 구조 자체를 기술적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Anrealage는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의 작동 방식을 기술적으로 재해석하여 감각 확장의 실험을 시도한다. 일본 미쓰이화학과 협업하여 개발을 시작한 신소재인 포토크로믹 소재를 통해 자외선에 따라 색과 패턴이 변화하는 옷은 감각 정보의 재구성 가능성을 시각화하며, 자외선에 의해 순식간에 투명한 의상의 색이 변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감각의 한계를 재고한다<Fig. 11>.
무형의 감각 이미지인 그림자와 옷의 실제 형태 간의 괴리를 드러낸 작업은 시각 중심의 인식 체계를 비판하며, Rhizomatiks와의 협업을 통한 자외선 레이저 패턴 투사는 인간의 시각이 감지하지 못하는 자극을 가시화함으로써 감각의 재구성 가능성을 제시한다.
재귀반사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은 인간의 육안과 디지털 장비로 인식되는 옷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는 감각 인식을 어떻게 전환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실험한 사례이다<Fig. 12>.
또한 프리즘을 모티프로 한 컬렉션은 색이 빛의 굴절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해되는 원리를 의복에 적용하여 기술 조건과 관찰 위치에 따라 감각 정보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구조를 시각화한다<Fig. 13>. 의복의 삼면체 구조와 여러 개의 가상 이미지를 닮은 다층적 레이어, 프리즘 패치워크와 RGB 분해 패턴, 렌즈 코팅 소재 등은 착용자의 움직임과 시점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AR 기술을 활용한 감각 확장 사례에서는 ‘옷의 목소리’를 증강현실로 시청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며, 이는 감각기관이 아닌 기술 장치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지각 방식을 실험한 것이다<Fig. 14>.
전기나 전원을 사용하지 않고도, 마찰·충격·압축 등의 물리적 힘을 가하면 순간적으로 발광하는 메카노크로믹(Mechanochromic) 기술을 활용하여 압력이나 자극을 빛으로 시각화한 의상은 힘이라는 비가시적 요소를 감각적으로 가시화한다. 이는 서로 다른 감각 체계를 연결하고 감각의 확장성과 변환 가능성을 제시한다<Fig. 15>.
이처럼 Anrealage는 기술과 패션의 융합을 통해 감각의 구조를 재구성하고 정체성을 탈경계적으로 확장하며, '사이보그'라는 존재론적 모델과 '감각의 확장'이라는 인지적 실천을 동시에 시각화한다. 이는 인간–기술–환경의 관계를 유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구조로 이해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세계관을 조형 언어로 구현하는 시도이며, 기존 인간 중심적 인식 체계에 대한 철학적 도전을 제시한다(Hayles, 1999; Smelik, 2021; Wilkinson, 2022).
4.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공존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이 세계와 분리된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비인간적 요소들과 얽혀 있는 관계적 존재임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인간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Smelik, 2021). 이러한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은 환경 보호를 넘어 인간과 자연, 신체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해되며, 이는 곧 인간중심 사고를 해체하고 비인간적 요소들과의 공존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Haraway는 인간이 비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집단적 책임감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 말하며, 이는 패션에서도 소재·생산·소비 방식 전반에 걸쳐 인간-환경 관계를 전환하는 관점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Anrealage의 디자이너 모리나가가 제시하는 지속가능성은 기술적 혁신, 윤리적 선택과 같은 단일한 방식이 아닌, 인간과 비인간 요소가 얽혀 있는 존재로서 패션을 재개념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디자이너 모리나가는 한 컬렉션에서 “Anrealage의 DNA는 하늘에서 땅으로, 우주에서 지구로 순환하며, 항상 ‘대극의 세계’를 탐구하고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세계를 연결하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데드스톡 원단, 빈티지 데님, 앤티크 드레스 등의 재활용 소재 사용, 3D 소프트웨어를 통한 가상 패션 제작, 바람이나 빛과 같은 자연 요소를 의복 구조로 구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합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고 패션에 새로운 감각적·윤리적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정교한 작은 조각들의 패치워크, 5,000개 이상의 단추, 크리스탈, 진주로 장식한 수트, 금색 단추와 방울 20,000개 이상을 사용한 옷, 수백장의 레이스를 이어 붙인 트렌치코트, 패치워크 속에 감춰진 무수한 바느질의 흔적 등의 수작업 과정은 노동과 시간이 축적된 비가시적 가치를 ‘기도’, ‘기억’ ‘시간’ 등의 감성적 의미로 전환함으로써, 소재의 낭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장인정신을 부각한다<Fig. 16><Fig. 17>. 이러한 접근은 패션이 단절된 소비 시스템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미래적인 소재를 사용해 수만 개에 달하는 장식 파츠를 개발하고 손으로 꿰메는 작업, 자카드, 니트, 니들 펀칭 등 전통적 수공예 기법 위에 자외선 반응형 소재 등을 접목해 기술과 수공예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적 지속가능성을 시도한다.
기존 컬렉션에서 수집한 데드스톡 원단을 재구성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패션을 선보이거나, 수천 개의 단추로 가득 채운 옷을 오랜 시간에 걸쳐 제작한 후, 모든 단추의 실을 잘라 제거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 노동과 시간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며, ‘생성-소멸’의 순환적 미학으로서 지속가능성을 새롭게 조망한다. 또한 내용물 없는 ‘껍데기’라는 개념을 통해 형태가 사라진 외형에도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하고 남겨진 잔여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빠르게 사라지는 찰나의 동작, 즉 '1초간'의 움직임을 실루엣에 반영하여 변화가 빠른 패션의 세계 속에서 ‘머무름’의 가치를 강조한다. 블록 형태의 모듈형 옷은 반복가능한 조립과 해체를 통해 순환성, 놀이성, 창조성을 결합한 지속가능성의 실질적 모델을 제시한다<Fig. 18>.
또한 3D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가상 패션 제작을 도입하여 프로토타입 제작과정에서의 자원 낭비를 줄이거나, 친환경 잉크젯 텍스타일 프린터 ‘Forearth’를 사용하며 지속가능성을 실천했으며, 폐어망을 재활용한 원사 ‘Muron’ 등은 하이테크와 생태적 가치가 만나는 ‘새로운 소재 실험’으로 평가된다. 모리나가는 바람, 빛, 흙 등 자연과 공존하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Consciousness of Anrealage”, 2021). 모리나가는 철학적·생물학적 개념인 ‘환경 세계(Umwelt)’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생물 다양성과 자연 보존을 위한 선언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외선 반응형 소재를 통해 변화하는 형태와 색은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을 시각적으로 상기시키며, ‘땅’을 주제로 한 디자인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물리적 감각의 회복을 지향한다. 의복의 디테일, 무늬와 구조가 중력에 거스르며 전도되는 조형 방식은 위계적 이분법과 인간 중심 질서를 해체하며, 인간 존재가 환경과 얽힌 상호의존적 주체임을 시사한다. ‘바람’을 주제로 한 초경량 나일론 섬유와 기술이 융합된 디자인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바람이라는 비가시적 존재를 의복 구조로 구현하였다<Fig. 19>. 이 옷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 조작되며, 내장된 팬이 공기를 순환시켜 드레스가 부풀어 오르고, 공중에 떠오르는 듯한 실루엣을 연출함으로써(Anrealage, n.d-l) 자연-기술-신체 간 순환적 연결을 드러낸다.
이처럼 Anrealage가 보여주는 사례는 패션을 통해 인간-비인간-환경이 얽혀 있는 ‘네트워크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다시 사유하도록 만든다. 이는 포스트 휴머니즘이 제안하는 핵심 개념인 인간 고유성의 해체 및 비인간적 요소와의 공존이라는 문제의식을 감각적이고 실천적인 디자인으로 구체화한 것이며, 나아가 소비·폐기의 반복이라는 기존 패션 산업의 한계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창조의 원천으로 삼고자 하는 통합적 접근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시도들은 인간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패션을 생태·사회·기술이 결합된 복합체로 재인식하게 함으로써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Ⅳ. 결론
본 연구는 디자이너 모리나가 쿠니히코의 Anrealage 컬렉션을 포스트 휴머니즘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인간 신체와 기술·환경·비인간적 요소가 패션을 통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고찰하였다. 기존의 기술 중심·스타일 분석 관점을 넘어 패션디자인을 인간·기술·자연·감각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철학적 실천으로 보고자 했으며, 이를 토대로 Anrealage가 포스트 휴머니즘 핵심 개념들을 어떻게 디자인 철학 차원에서 구현하는지를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신체의 재구성’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의복의 개념과 신체의 규범을 해체함으로써 신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Anrealage는 기하학적 오브젝트나 사이즈 개념이 없는 옷 등의 실험적인 형태를 통해 의복을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관계적이고 개방적인 조형 실천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인간–비인간의 하이브리드’ 분석을 통해 Anrealage는 비인간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인간 중심주의적 패션 개념을 전복하고 있다. 특히 무생물, 우주 환경, 신소재 등의 비인간 존재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존재 방식을 탐색함으로써, 인간이 더 이상 환경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객체가 아닌 기술·자연과 상호 결합된 ‘적응적 주체’로 재정의됨을 보여준다.
또한 ‘사이보그와 감각의 확장’ 관점에서는 Anrealage의 디자인이 단순한 첨단 기술 적용을 넘어 감각 체계 자체를 재구성하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빛·온도·압력·소리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소재나 AR, NFT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간의 신체적·인지적 한계를 넘어서는 ‘사이보그적 감각’을 제안한다. 이는 Haraway가 주장한 탈경계적 정체성과 연결되며, 옷이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기술·환경·신체 사이를 매개하는 인터페이스로서 작동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공존’ 차원에서 Anrealage는 데드스톡 원단, 빈티지 데님 등의 재활용 소재 사용, 수공예적 장인정신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디자인 방식, 자연의 비가시적 요소를 의복에 반영함으로써 패션을 순환성과 생태적 가치를 구현하는 장으로 발전시킨다. 이는 소비 중심의 패션이 지닌 환경적 한계를 넘어 인간·비인간·환경의 복합적 네트워크 속에서 윤리적 책임과 감각적 공존을 실천하고자 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시각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Anrealage는 기술과 수공예, 환경이 통합된 디자인 실천을 통해 인간 정체성과 신체 개념을 재구성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윤리적·존재론적 관계를 재고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미학을 드러낸다. 이는 미래 패션 산업에서 디자이너가 단순히 트렌드를 창출하는 역할을 넘어 기술 혁신과 윤리적 실천을 결합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주체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Anrealage의 컬렉션은 약 20년에 걸쳐 포스트 휴머니즘 미학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확장해왔다. 초기에는 수공예적 실천을 통해 인간 정체성과 물질성에 대한 탐구가 중심이 되었고, 중기에는 형태 실험과 신체 해체를 통해 인간 중심적 의복 구조를 전복하는 시도가 전개되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는 디지털 기술, 신소재, 감각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기술–신체–환경 간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통시적 전개는 Anrealage가 단순히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을 반영하는 차원을 넘어 이를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조형화한 개념적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Anrealage의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패션을 통해 패션이 인간중심 사고를 해체하는 매개체이자 공존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포스트 휴머니즘은 패션에서 기술과 철학, 윤리와 감각을 통합하는 새로운 미학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이 관점을 확장하여 지속가능한 미래 패션의 실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References
- Anrealage (n.d.-a). LVMH Prize. https://www.lvmhprize.com/designer/anrealage/
- Anrealage. (n.d-b). Anrealage spring 2021 ready-to-wear. Vogue Runway. https://www.vogue.com/fashion-shows/spring-2021-ready-to-wear/anrealage/slideshow/collection#13
- Anrealage. (n.d.-c). Anrealage spring 2022 ready-to-wear. Vogue runway. https://www.vogue.com/fashion-shows/spring-2022-ready-to-wear/anrealage/slideshow/collection#17
- Anrealage. (n.d.-d). 2006 S/S Collection ‘Kanon’.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e). 2009 S/S collection ‘ ○△□’.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f). 2010 A/W collection ‘Wideshortslimlong’.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g). 2014 A/W collection ‘Season’.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h). 2016 S/S collection ‘Reflect’.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i). 2022 A/W collection ‘Planet’.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j). 2024 A/W collection ‘Object’.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k). 2024 S/S collection ‘Invisible’.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 (n.d-l). 2025 S/S collection ‘Wind’. https://www.anrealage.com/collection
- Anrealage's photochromic fendi capsule changes colors in light. (2021, January). Hypebeast. https://hypebeast.com/2021/1/fendi-anrealage-fall-winter-2020-collection-collaboration-photochromic
- Avant-garde fashion: Anrealage (n.d.). Google arts & culture. https://artsandculture.google.com/story/avant-garde-fashion-anrealage-japan-fashion-and-lifestyle-foundation/vAWBin8HPLuFJQ?hl=en
- Braidotti, R. (2013). The posthuman. Polity Press. http://faculty.las.illinois.edu/rrushing/395/ewExternalFiles/Braidotti%20Posthuman.pdf
-
Castree, N., & Nash, C. (2004). Mapping posthumanism: An exchange, Introduction: Posthumanism in question. Environment and Planning A, 36(8), 1341–1363.
[https://doi.org/10.1068/a37127]
-
Choi, K., XUE, J., & Suh, S. (2024). Boundaryless characteristics of posthumanist black color fashion. Journal of Fashion Business, 28(4), 113–128.
[https://doi.org/10.12940/JFB.2024.28.4.113]
-
Choi, S., & Ha, J. (2024). Posthuman characteristics expressed in fashion image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lothing and Textiles, 48(5), 866–882.
[https://doi.org/10.5850/jksct.2024.48.5.866]
- Consciousness of Anrealage. (2021, August 3). Fédération de la Haute Couture et de la Mode. https://www.fhcm.paris/en/news/consciousness-of-anrealage
- Evans, G. (2018, June 18). Posthumanism in fashion. Show studio. https://www.showstudio.com/projects/queer/essay_posthumanism_in_fashion
- Fashionsnap.com. (2017, Septenber 28). Anrealage 2018 S/S collection director's ver [Video].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10jWJNgS0jA
- Fior, F.& Gorunway.com. (n.d.). Anrealage Fall 2020 ready-to-wear. Vogue Runway.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20-ready-to-wear/anrealage/slideshow/collection#28
- Flaccavento, A. (2014, September 26). Anrealage Spring 2015 Ready-to-Wear. Vogue Runway. https://www.vogue.com/fashion-shows/spring-2015-ready-to-wear/anrealage
- Franssen, T. (2014). Prometheus: Performer or transformer? prometheus and posthumanism. In R. Ranisch & S. Sorgner (Eds.), Beyond humanism: Trans- and posthumanism. Vol. 1: Post and transhumanism: An introduction (pp. 73–82). Peter Lang. https://www.academia.edu/1789520/Performer_or_Transformer_Prometheus_and_Posthumanism_
-
Glasson, H. (2020). Wolfe, Cary. What is Posthumanism?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0. Paperback: $24.95. SPECTRA, 7(2), 30–33.
[https://doi.org/10.21061/spectra.v7i2.152]
-
Graham, E. (2015). The final frontier? Religion and posthumanism in film and TV. In M. Hauskeller, T. D. Philbeck, & C. Carbonell (Eds.), Palgrave handbook of posthumanism in film and television (pp. 361–370). Palgrave Macmillan. https://chesterrep.openrepository.com/bitstream/handle/10034333493/graham-finalfrontier.pdf;jsessionid=D5947BE46BCC602BB025BA5FB2D288E8?sequence=6
[https://doi.org/10.1057/9781137430328_36]
-
Haraway, D. J. (2016). A cyborg manifesto: Science, technology, and socialist-feminism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 In D. J. Haraway, Manifestly Haraway (pp. 1–88).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https://warwick.ac.uk/fac/arts/english/currentstudents/undergraduates/modules/fictionnownarrativemediaandtheoryinthe21stcentury/manifestly_haraway_----_a_cyborg_manifesto_science_technology_and_socialist-feminism_in_the_....pdf?utm_source=chatgpt.com
[https://doi.org/10.5749/minnesota/9780816650477.003.0001]
- Hassan, I. (1977). Prometheus as performer: Toward a posthumanist culture?. The Georgia Review, 31(4), 830–850. http://www.jstor.org/stable/41397536
-
Hayles, N. K. (1999). 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cybernetics, literature, and informatic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https://monoskop.org/images/5/50/Hayles_N_Katherine_How_We_Became_Posthuman_Virtual_Bodies_in_Cybernetics_Literature_and_Informatics.pdf
[https://doi.org/10.7208/chicago/9780226321394.001.0001]
-
Kim, S. Y. (2017). Characteristics of avant-garde in anrealage fashion collections: Focusing on collections from 2015S/S to 2016F/W. Journal of Korea Design Forum, 55, 49-62.
[https://doi.org/10.21326/ksdt.2017..55.004]
- Kunihiko Morinaga (n.d.). The Business of Fashion. https://www.businessoffashion.com/people/kunihiko-morinaga/
-
McMillan, K. (2023). Ryunosuke Okazaki: Fashion through the prism of posthuman and affect theories. In N. Sabatini, T. Sádaba, A. Tosi, V. Neri, & L. Cantoni (Eds.), Fashion communication in the digital age (pp. 165–175). Springer.
[https://doi.org/10.1007/978-3-031-38541-4_16]
- Rain. (2023, March 4). Anrealage Fall Winter 2023. Rain. https://rain-mag.com/anrealage-fall-winter-2023
-
Smelik, A. (2020). Fractal folds: Fractal folds: The posthuman fashion of Iris van Herpen. Fashion Theory, 26(1), 5–26.
[https://doi.org/10.1080/1362704X.2020.1850035]
-
Smelik, A. (2021). A posthuman turn in fashion. In V. Manlow, E. Paulicelli, & E. Wissinger (Eds.), Routledge companion to fashion studies (pp. 57–64). Routledge.
[https://doi.org/10.4324/9780429264405-6]
-
Son, Y.-K., & Kim, K.-H. (2024). A study on virtual content production of sf 3d fashion design using posthuman characteristics. Journal of Korean Traditional Costume, 27(1), 43-62.
[https://doi.org/10.16885/jktc.2024.03.27.1.43]
- Tombolini, L. & Indigital.tv. (n.d.). Anrealage fall 2018 ready-to-wear. Vogue Runway.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18-ready-to-wear/anrealage/slideshow/collection#24
- Tond, M. & Indigital.tv. (n.d.). Anrealage fall 2016 ready-to-wear. Vogue Runway.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16-ready-to-wear/anrealage
-
Uh, K. J. (2021). Expression of individuality: Characteristics and strategies of korean domestic fashion designers.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71(1), 1-16.
[https://doi.org/10.7233/jksc.2021.71.1.001]
- Vlamos, Y. & Indigital.tv. (n.d.). Anrealage spring 2017 ready-to-wear. Vogue Runway. https://www.vogue.com/fashion-shows/spring-2017-ready-to-wear/anrealage/slideshow/collection#20
- Wilkinson, K. A. (2022). Is fashion effecting posthumanism? A review of innovations and creative patterns that are shaping fashion’s future [Master’s dissertation, University of Huddersfield, West Yorkshire, England]. https://pure.hud.ac.uk/ws/portalfiles/portal/69350412/WILKINSON_K_THESIS.pdf
- Yamaguchi, T. (n.d.). Interview with Kunihiko Morinaga: Anrealage’s kunihiko Morinaga talks about his archives, how A and Z aligns next to each other. Or Not. https://or-not.com/editorials/interview-with-kunihiko-morinaga-anreal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