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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 Vol. 74, No. 3, pp. 1-21 | |
Abbreviation: JKSC | |
ISSN: 1229-6880 (Print) 2287-7827 (Online) | |
Print publication date 30 Jun 2024 | |
Received 14 Sep 2023 Revised 26 Jun 2024 Accepted 27 Jun 2024 | |
DOI: https://doi.org/10.7233/jksc.2024.74.3.001 | |
패션쇼의 공간연출 사례연구: 발렌시아가의 패션쇼 영상을 중심으로 | |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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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패션전공 교수 | |
A Case Study on Spatial Direction in Fashion Shows: Focusing on Videos of Balenciaga's Shows | |
Youngsa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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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Dept. of Fashion, Chung-Ang University | |
Correspondence to : Youngsam Kim, e-mail: proyskim@cau.ac.kr | |
Funding Information ▼ |
This study aims to classify the expressive types of fashion show spatial direction and derive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avant-garde elements, based on an art historical review of avant-garde and an analysis of avant-garde approaches in the fashion field. Forming the subject of this study are the ready-to-wear fashion shows presented by Balenciaga’s design director Demna Gvasalia, who is recognized as a representative figure of the avant-garde spirit in the 21st century. The scope of the study encompasses the shows held during the three years following the onset of the pandemic(Spring/Summer 2021 to Fall/Winter 2023). The research methodology employed both a theoretical review and case study analysis. Based on an analysis of the spatial direction components, the expressive types are categorized as direct and indirect. The direct expressive types include the 'type of emphasizing the artistic and value aspects of dress' and ‘type of media mixing and experimentation', while the indirect expressive types include the 'type of ideological dissemination' and the 'type of emotional empathy enhancement'. The spatial direction of Balenciaga’s fashion show embodies five avant-garde aesthetic characteristics: futurity, exaggeration, deconstruction, complexity, and surreality.
Keywords: avant-garde, Balenciaga, Demna Gvasalia, fashion show directing, fashion show spatial direction 키워드: 아방가르드, 발렌시아가, 뎀나 바잘리아, 패션쇼 연출, 패션쇼 공간연출 |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패션 산업은 패션 브랜드에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선구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에게는 창작의 과정에서 혁신적이고 저항적인 아방가르드(Avantgarde)적 의지가 더욱 필요로 하는데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제품을 전시하고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패션쇼의 혁신은 브랜드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아방가르드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사상이자 전위적인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따라서, 패션은 핵심 정신으로 예술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저항 의식이 있는 아방가르드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Zhang & Kim, 2023). 패션 분야에서는 패션 상품뿐만 아니라 패션쇼 연출이 가져다주는 시각적 효과도 패션 매거진이나 광고 등과 같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화제성을 지닌다. 더불어 패션쇼는 공간연출을 통해 패션 상품을 선보이고 브랜드 가치를 시각화하여 전달함으로써 패션 브랜드의 비즈니스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시즌마다 패션 제품과 어우러진 패션쇼의 공간연출이 가져다주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경험은 마치 아방가르드 정신과도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패션쇼 공간연출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선행 연구가 패션쇼, 무대, 공간연출 등 개념을 연구하고 제시하여 후속 연구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Ahn, 2007; Kim & Ahn, 2019; Lee & Yun, 2001). 이러한 이론적 측면의 연구를 기반으로 패션쇼 공간연출유형 분류에 대한 연구(Kim & Kim, 2013) 또는 예술이론이나 철학 이론의 관점에서 패션쇼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Kim & Ahn, 2019; Lee & Kim, 2022). 또한, 아방가르드와 패션쇼가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뚜렷한 아방가르드 정신을 가진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의 작품에 대한 연구(Ko & Joo, 2021), 레이 카와쿠보(Rei Kawakubo) 컬렉션에 나타난 아방가르드 특성에 대한 연구(Shin & Yum, 2017)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공간연출의 구성요소에 대한 체계적이거나 상세한 분석이 필요한 실정임을 알 수 있었으며 아방가르드 정신에 관한 연구의 측면에서 패션쇼 공간연출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예술사의 관점에서 아방가르드의 역사적 고찰 및 패션 분야에서의 아방가르드에 대한 접근, 패션쇼 공간연출의 디자인 요소 분석을 바탕으로 패션쇼 공간연출의 표현유형을 분류하고 아방가르드적 미적 특성 도출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 패션쇼 공간 분야에 나타난 아방가르드 정신의 새로운 표현유형 및 미적 특성에 대한 논의를 도모하고 패션쇼 연출에 관련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탐색적 연구로써 창의적 발전 방향의 기반 모색에 그 의의가 있다.
연구 대상 및 연구 범위는 21세기 시대 아방가르드 정신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Ko & Joo, 2021)로 알려진 ‘뎀나 바잘리아’가 팬데믹 발효 이후 최근 3년간 발렌시아가 디자인 디렉터로써 참여하여 발표한 레디투웨어(Ready-to-Wear) 패션쇼(2021 S/S~2023 F/W)이다. 연구 방법으로는 이론적 고찰과 사례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연구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행연구와 관련 문헌 고찰을 바탕으로 패션쇼 및 패션쇼 공간연출, 아방가르드에 관한 개념을 파악하고 뎀나 바잘리아에 대한 패션 매거진 인터뷰 자료를 수집・분석하여 이론적 고찰을 수행하였다. 둘째, 이론적 고찰을 기반으로 패션쇼의 공간연출 사례를 분석하기 위한 패션쇼 공간연출의 구성요소 및 세부 항목의 설정을 선행한 후,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유튜브(YouTube)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패션쇼 라이브 영상을 본 연구에서 제시한 패션쇼 공간연출 구성요소에 따라 사례 분석을 진행하였다. 셋째, 패션쇼 영상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발렌시아가 패션쇼에 나타난 전위적 공간연출을 유형화한 후 넷째,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에 관한 전위적 미적 특성을 도출하였다.
패션 상품을 선보이고 콘셉트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패션쇼는 현대 패션 브랜드의 필수적 홍보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패션쇼는 전문적 교육과정을 거친 패션모델을 통해 동적으로 복식을 전시하고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일종의 공연으로(Lee & Yun, 2001),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효과와 동시에 심리적 측면에서 관객과 패션쇼 간의 내적교감을 도모한다(Kim & Kim, 2013). 상업적이자 예술적 활동인 패션쇼는 의도적으로 연출된 찰나를 활용하여 시대적 모드 제시, 제품의 착용 방식과 착용 시나리오 등에 대한 소비자의 상상력을 만족시키고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유도 등으로 긍정적 마케팅 효과를 도모한다. 이를 위해 패션쇼는 디자인 콘셉트에 부합하면서도 다양한 감각적 장치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집합체로 보여질 필요가 있다.
패션 브랜드는 브랜드의 발전과 성장에 따라 소비자 포지셔닝, 제품 사용 시나리오 등을 고려하여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레디투웨어(Ready-to-Wear) 외에도 리조트(Resort), 프리폴(Pre-Fall), 남성복(Menswear) 등 패션쇼를 세분화하여 전개한다. 다양한 종류의 패션쇼에서 공통점은,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선보여 트렌드를 선도해 나가고, 브랜드 인지를 통해 브랜드 가치 형성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며 이는 모두 패션 트렌드의 형성과 영향에 연결된 작용들로 볼 수 있다.
공간연출은 패션쇼에서 시각 디자인, 공간 디자인, 무대 디자인, 인공 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복합적・통합적 작용을 통해 정신적 문화를 전파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 방식의 변화는 다양하게 발전된 의사소통 기술의 보급과 패션 브랜드의 타 분야로의 확장을 자극하여 현대의 패션쇼는 전형적인 패션쇼 공간연출보다 혁신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전환됨으로써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패션쇼의 공간연출은 시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Ann, 2007), 대중과 정서적・심리적 연결을 구축하는 시각적 언어(조형 요소들) 간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Chun, 2009: Kim & Kim, 2013).
패션쇼의 공간연출은 프레임 분석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데(Goffman, 1986; Skov, Skjold, Moeran, Larsen, & Csaba, 2009), 프레임 분석이란 패션쇼 공간을 물리적으로 해체하고 각 구성요소 존재의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패션쇼 공간연출의 구성요소를 살펴보고자 하였으며 수집 및 분석한 선행연구는 크게 두 가지 분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수행된 패션쇼 공간연출의 구성요소이다. Ann(2007)은 의미성이 있는 디자인 언어를 통해 무대 공간 디자인을 분석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는데 후속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된 이 방법론에 따르면, 공간의 디자인 언어는 평면 언어와 입체 언어 및 공간 언어의 세 가지 디자인 언어로 구성된다. 공간의 세 가지 디자인 언어는 패션쇼의 다양한 속성과 결합하여 각 디자인 언어로 나타나는 패션쇼 공간의 구성요소를 정리할 수 있다(Kim & Ahn, 2019; Park & Kim, 2018). 패션쇼 공간 디자인에 관한 Kim & Ahn(2019)의 연구에서는 공간 디자인을 분석하기 위해 공간 언어(조명, 특수효과, 음향 등), 입체 언어(공간의 속성, 오브제, 인물 요소), 평면 언어(런웨이, 벽과 평면 이미지 설치물)로 세분화하였다. 두 번째, 공간 디자인 외 분야로 Lee & Yun(2001)은 패션쇼가 무대, 조명, 음향, 영상, 효과, 모델, 관객의 일곱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하였으며 Skov et al.(2009)의 경우 패션쇼 장소 선정, 모델의 배치 순서와 신체 자세, 런웨이, 관객의 위치와 반응, 포토그래퍼의 촬영 각도, 조명, 무대 배경의 일곱개의 요소에 관한 구조적・역사적 분석을 수행하였다. 한편, Jo & Hong(2023)은 패션쇼를 기호학의 관점에서 논의하여 형태, 색, 블록, 공간성의 네 가지로 범주화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패션쇼 공간연출에 관한 선행연구 고찰을 바탕으로 발렌시아가의 아방가르드적 패션쇼의 공간연출 사례 분석에 적합하도록 분석항목을 설정하여 패션쇼 영상을 분석을 수행하였다.
미술사에서 사회 비판적 의식을 지닌 모더니즘 예술의 발전은 아방가르드 미술이 순수해지는 계기가 된다(Jin, 2013; Yang, 2004). 아방가르드는 군사 작전에서 선두 부대를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였으나 후에 예술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면서 예술가는 마치 군인과 같이 사회와 정치에 대해 비판적 관점으로 창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Bürger, 1998; Jin, 2013; Ko & Joo, 2021; Song & Pak, 2003; Shin & Yum, 2017). 그래서 아방가르드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Bürger, 1998; Jin, 2013).
예술사에서 아방가르드의 기원은 예술이 사회발전을 선도할 수 있다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생 시몽(Henri de Saint-Simon)의 주장에서 시작되었는데(Jin, 2013), 당시 아방가르드는 순수한 예술이라기보다는 공리적인 도구로 여겨진 자본주의와 미분화된 상태의 산물이었다(Jin, 2013; Paden, 2002; Yang, 2004). 때문에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는 아방가르드의 순수성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고 예술은 사회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Jin, 2013), 예술가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판적 창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은 당시 사회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성을 불러일으켜(Ko & Joo, 2021), 아방가르드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예술품은 창작자 의식의 매개체이자 사회적 책임을 지는 예술 언어의 역할을 하였으며 예술품 창작의 바탕이 되는 정신이었던 아방가르드는 사회 정치에 관한 예술 혁명 운동이 되었다.
아방가르드는 사람들의 비판과 저항 의식에 의해 발전・전개되었는데 그 표현 방식에 따라 아방가르드의 의미는 분화되었다. <Fig. 1>의 작가인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대량으로 생산된 변기에 작품명 ‘샘(Fountain)’을 기재하여 일상의 물건들의 반예술적 접근을 통해 예술품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반예술적 창작 방식은 아방가르드의 예술적 관념으로서 체제 비판과 유사하여, 페터 뷔르거(Peter Bürger)는 이를 역사적 아방가르드로 정의한 바 있으며(Bürger, 1984; Jin, 2013) 예술 분야에서 현재까지 유효한 개념으로 작용한다(Jin, 2013). 그 예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1962년 작품 <Fig. 2>를 살펴볼 수 있는데, 작품은 캠벨 수프 캔을 기호화하여 풍자한 비판적 또는 시장의 기호를 반영한 표현으로 보여져 모호한 아방가르드적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모호하고 부드러워진 비판은 예술적 표현의 측면에서 이전과 달리, 절충적인 네오(Neo)-아방가르드가 되어 더 이상 급진적이지 않게 되면서 동시에 아방가르드 담론에 포함됐다(Jin, 2013).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예술 분야에서 언급되는 아방가르드는 대부분 저항적, 실험적이며 혁신적인 예술 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예술사에서 아방가르드가 사회와 체제에 대한 저항 사상의 측면에서 해석되는반면, 패션 분야에서의 아방가르드는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측면이 두드러진다(Ko & Joo, 2021). 현대 패션의 전위적인 표현법은 ‘역사적 아방가르드’ 시기에 나타난 예술 창작 방법을 바탕으로 발전하였다(Eom & Kim, 2000; Ko & Joo, 2021). 또한, Eom & Kim(2000)은 아방가르드적 특성을 보인 의류에서 실용성보다는 전시와 표현에 치중하는 경향을 언급하였다. 이는 예술사에서 조명하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창작적 사고방식과 유사하여, 어떠한 것이 지니는 본질이나 원래의 정의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신 의식인 아방가르드가 외부로 표현 가능한 방법인 기호를 통해 전달되고 구현되는 것이다.
한편, 아방가르드의 미적 특성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Shin & Yum(2017)은 레이 카와쿠보 컬렉션의 아방가르드 표현 특성을 과장성, 역사성, 탈구조성, 초현실성, 혼합성의 다섯 가지로 분류했고,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cQueen),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의 신발 디자인 분석한 Lee(2015)는 로맨틱 아방가르드의 미적 특성으로 역사성, 장식성, 해체성, 혼용성을 제시하였다. Koo(2002)는 1995년도 이후 아방가르드 패션에 대한 연구에서 패션과 기계의 융합을 주장하는 역동주의, 이성을 벗어난 비현실적 세계를 만드는 초현실 취향, 반문화적인 해체 혁신적인 특징의 세 가지 특성을 도출하였고 Yun(2013)는 패션의 아방가르드 특성에 대해 미래성, 초현실성, 적대성, 해체성, 절충성으로 정리하였다. 이처럼, 패션 분야에서 아방가르드 디자인 코드 적용에 대한 논의는 패션디자인의 구성요소를 분석하고 연구함으로써 패션 상품에 표현된 아방가르드의 특성을 탐구하고 있었으며 패션쇼 공간연출과 복식은 모두 패션 창작의 속성을 지님을 전제로 패션 컬렉션을 발표하는 패션쇼 공간에서 연출되는 미적 특성은 해당 컬렉션의 디자인에 상응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패션 매거진 보그(Vogue)에서는 오트 쿠튀르를 핵심으로 하는 하이 패션 브랜드인 발렌시아가가 뎀나 바잘리아의 합류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Ko & Joo, 2021; Menkes, 2016). 디자인 디렉터로서 2015년부터 발렌시아가에서 활동한 뎀나 바잘리아는 처음으로 참여한 2016년 F/W 패션쇼부터 컬렉션 디자인과 패션쇼 공간이 화제가 되어 부진했던 발렌시아가의 판매와 대중적 인지도를 향상시키며(Ko & Joo, 2021), 매년 2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사용하는 영국 패션 쇼핑 플랫폼 Lyst가 만든 20개의 가장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 순위에서 발렌시아가는 지속적으로 순위에 오르게 된다(Lyst, n.d.).
일곱명의 동료와 함께 패션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을 설립한 뎀나 바잘리아는 독특한 반 패션적・심미적 측면의 하위문화를 재구성하여 베트멍의 성공을 이끌었고, 이는 발렌시아가가 뎀나 바잘리아를 영입하는 계기가 되었다(Kering, n.d.; Kim & An, 2021). 뎀나는 발렌시아가의 브랜드 정체성 중 하나인 럭셔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스트리트 웨어에서 나타나는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Kim & An, 2021) 하위문화와 하이 패션을 결합한 혁신적인 실험을 보여주어 젊은 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브랜드로의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였고 이러한 반 패션 의식은 명백하게 저항 의식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뎀나 바잘리아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반영한다. 뎀나 바잘리아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일상에서 나타나는 평범한 요소들을 창작에 적용해 패션 제품을 제시하는 데에 능숙함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Lay’s Potato Chips 패키지에서 영감을 받아 2023년 S/S에 출시한 가방 <Fig. 3>과 이케아(Ikea)가 2017년부터 선보인 프락타 가방(Frakta bag)을 모방한 <Fig. 4>의 가방을 예로 들 수 있는데(Morby, 2017; Morris, 2022) 일상의 사물을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반 패션적 사고와 표현 방식은 뒤샹의 작품(Fig. 1)의 창작적 발상과 맥락을 같이하며 아방가르드 정신과 표현이 뎀나 바잘리아의 패션 세계에서도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본 연구는 뎀나가 참여한 발렌시아가의 최근 3년간 패션쇼 공간연출 사례의 영상을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패션쇼 공간연출을 분석하기 위해 선행연구를 반영하여 패션쇼 공간연출 요소를 무대 연출, 인물 연출, 영상 연출, 조명 연출, 오브제 및 특수효과로 구분하여 각 요소의 분석 기준에 따라 분석하였다.
무대는 패션쇼 공간연출 구성요소의 주체라고 볼 수 있으며 공간연출의 전체적인 무드를 형성하고 콘셉트를 보여준다. 이론적 배경을 토대로 무대 연출의 분석은 런웨이, 런웨이의 배경으로서 공간을 형성하는 평면으로 이루어진 벽과 천장, 영상과 스크린 등을 포함하는 평면적 이미지 설치물로 분석 항목을 세분화하였다. 분석 기준으로 런웨이는 선행연구를 반영하여 물리적 형태에 따라 직선형, 곡선형, 불규칙형으로 나누었으며 불규칙형에는 개방형, 비정형, 혼합형이 포함된다.
2021 S/S의 <Fig. 5>는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발표된 영상으로 파리의 야외에서 진행된 패션쇼는 밤의 파리 거리(Rue de Rivoli)를 무대로 촬영하였으며 영상 속 10개의 장면에 등장한 파리의 야외 거리는 런웨이가 되어 무대로 활용됨으로써 패션쇼 무대의 전체는 현실에 배치되어 일상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다. <Fig. 6>의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2021 F/W 패션쇼는 전형적인 패션쇼 런웨이의 형태와 흡사하게 구성하여 가상 세계의 패션쇼에 현실감을 부여하였으며 평면적 이미지 설치물 없이 간결하게 표현되었고 벽과 런웨이는 높이가 있는 검은색의 직선형 구조를 보인다. 2022 S/S의 <Fig. 7>은 오프라인 시상식의 레드카펫 행사를 차용한 개방형 공간으로 런웨이로 인식될 수 있는 천장과 기둥, 카펫에 붉은 색을 적용하였고 붉은 색의 커튼월(Curtain Wall)은 런웨이 배경인 백드롭으로 활용하였으며 평면적 이미지 설치물의 사용은 없었다. 패션모델들이 컬렉션을 선보이는 직선형 런웨이가 가로 방향으로 연출되어 레드카펫에서 보여지는 유명인들의 동선과 일치하여, 무대 연출을 통해 패션쇼에서 의상을 전시하는 본질적 기능에 충실하면서 시상식 행사의 형식을 융합하여 관객들에게 이중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였다.
<Fig. 8>은 360°로 관람할 수 있는 투명한 거대 돔형 내부에 무대를 구성한 2022 F/W 패션쇼 영상으로, 관객을 돔형 외부를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하여 컬렉션을 관람하게 함으로써 패션쇼 무대의 내・외부를 모두 패션쇼 공간연출의 장(場)으로 사용하였다. 런웨이는 인공 눈이 덮인 원형의 곡선형, 눈보라를 막아주는 투명한 돔을 배경으로 하였다. 2023 S/S에서는 <Fig. 9>와 같이 직선형 런웨이 중앙의 진흙더미와 검은색 벽면으로 암울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조성하여 공간연출의 몰입도를 높였다. 패션모델은 중앙의 진흙 더미 주변을 동선으로 하여 진흙과 물로 덮인 런웨이를 걸으며 의상을 선보였다. 논란이 야기된 발렌시아가의 가학적 광고 이후 공개된 2023 F/W 영상은 직선형 런웨이 설치, 바닥과 벽면 등의 런웨이 배경과 런웨이에 고명도・저채도의 담황색을 적용한 무대 연출을 통해 간결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Fig. 10>.
분석 내용을 종합해 보면, 런웨이는 곡선형, 직선형이 주를 이루었으나 파리의 거리를 런웨이로 활용한 2021 S/S의 경우 불규칙한 형태를 띄었고 2022 F/W, 2023 S/S의 런웨이는 눈과 진흙 등의 오브제와 결합하여 공감각을 이용한 혁신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평면적 이미지 설치물이 유일하게 등장한 2022 F/W에서 투명한 가림막이자 벽으로써 돔을 이용하여 관객석을 돔 외부에 배치하였다. 돔 내부의 열악한 환경과는 격리된 채 360°로 패션쇼를 관람함으로써 재난에 직면한 이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는 사회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내포된 장치로 적용하여 패션쇼의 관람 효과에 영향을 주었고, 일상적 물건이나 구조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오브제의 개념에 의하면 투명한 돔은 대 연출의 구성요소이자 오브제의 역할 또한 될 수 있다. 한편, 런웨이의 배경은 패션쇼 콘셉트에 따라 검정(2021 F/W), 빨강(2022 S/S), 노랑(2023 F/W) 등의 색상으로 연출되었다. 또한 무대의 전체적인 연출에 있어 런웨이를 고정된 공간 내에서의 연출로 국한하지 않아 파리의 길거리는 런웨이로 보여준 2021 S/S의 영상, 2022 S/S의 레드카펫의 런웨이로의 전환 등으로 무대 연출의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무대 연출 요소에서 런웨이의 디자인, 런웨이와 런웨이 배경에 배치된 색 등을 통해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정서적 환기를 유도함을 알 수 있다.
패션쇼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공간연출에 참여하는 참여자로 귀속된다고 할 수 있는데(Skov et al., 2009), 본 연구에서 사례 분석 시 인물 연출의 세부 요소는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패션쇼 영상에 등장한 모든 인물을 대상으로 하여 패션모델, 배우, 관객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패션쇼에서는 패션모델 연출을 통해 복식의 착용효과와 브랜드의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고 패션모델이 아닌 인물 요소로서 배우라고 명명한 패션쇼의 등장인물은 공간연출의 개념을 표현하거나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는 협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관객은 소비자 및 온라인 관람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동일시할 수 있는 투영체라고 볼 수 있다. 인물 분석 시 관객과 배우는 해당 인물이 패션쇼에서 나타나는 공간연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 및 자세의 각 사례 분석에 중점을 두어 분석하였으며 패션모델은 연출된 포즈와 워킹의 종류, 자세의 경우 각 사례의 분석에 대해 분석하였다. 패션모델 연출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패션모델의 자세, 워킹, 모델 포즈(손허리 연출, 포켓 연출, 핸드 포지션 없음)로 세부 요소를 분류하였는데(Heo & Chung, 2014), 패션쇼의 새로운 형식에 대한 패션 브랜드들의 지속적인 탐구에 따라 모델 연출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분화하므로 본 논문의 모델 분석은 앞서 언급한 포즈 유형에 더해 핸드 특수 포즈 유형에 대한 논의를 추가하였다. 핸드 특수 포즈는 앞의 3가지 포즈 외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있는 포즈이다. 워킹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는 1자 워킹과 두 다리가 교차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중성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11자 워킹으로 구분한 선행연구(Heo & Chung, 2014)를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먼저 패션모델의 외적 자세 연출을 살펴보면, 파리의 거리를 런웨이로 사용한 2021 S/S의 <Fig. 11>에서 패션모델은 무표정한 얼굴로 패션쇼 테마곡을 흥얼거리면서 거리를 걸으며 길을 건너기 전 주변을 살펴보거나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에 집중하는 스몸비를 묘사하는 등 일상적 생활을 자연스럽게 연기하였다. 또한, 2021 F/W에는 패션모델을 현실 속의 다양한 인종, 체형, 얼굴을 움직임을 반영한 가상 이미지로 생성하였다<Fig. 6>. 2022 S/S의 영상에서는 패션모델들이 시상식 전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하는 유명인들과 같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사진작가들의 촬영에 응하거나 직접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작가를 촬영하기도 하였으며 패션모델을 임산부, 패션쇼의 스태프나 발렌시아가의 직원, 해당 브랜드의 디자이너와 디자이너의 친구 등 다양한 인물 표상으로서 등장시켜 인종, 나이, 성별에 대한 차별을 허물고 인물 표상간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하였다<Fig. 12>. 또한, 2022 F/W의 <Fig. 13>에 투명한 돔 내부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환경과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힘겹게 걷는 패션모델의 연출은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겪는 패션의 무기력함을 전달하였다. 한편, 2023 S/S의 <Fig. 14>에서는 멍투성이의 메이크업이나 피어싱, 이마의 뿔이 있는 특수분장의 패션 모델들이 상체를 앞으로 숙인 자세로 빠른 워킹을 보여주었으며 흑인 아기를 안고 나오는 백인 남성 모델을 통해 고정관념을 벗어나 인종과 성 역할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2023 F/W 영상의 <Fig. 15>는 가벼운 메이크업의 패션모델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비패션모델들의 일상적인 자세와 속도의 워킹으로 의상을 선보였다.
패션쇼의 인물 연출 분석에서 패션모델의 포즈는 핸드 포지션이 없는 포즈가 가장 많았으며 핸드 특수 포즈에는 휴대전화나 가방을 들거나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포즈. 바람와 추위에 저항하고 또는 아이를 안고 있는 포즈 등 공간연출의 장면과 콘셉트를 반영하여 연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Fig. 11, 15, 16, 17, 18>. 핸드 포지션이 없는 포즈는 일상적이며 패션쇼의 전위적 분위기와 완벽히는 부합되지 않았으나 핸드 포지션이 돋보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패션모델의 워킹은 대부분 11자 워킹을 사용하였는데, 11자로 연출된 워킹은 패션브랜드 발렌시아가 추구하는 패션의 지향점이 포용적이며 성별의 제한을 깨고 중성적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하이힐을 신은 소수의 여성 패션모델이 1자 워킹을 보이며 전형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나타내었다.
인물 연출의 요소 중 관객은 우발적 상태 또는 의도적인 기획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표현하였는데, 2021 S/S의 <Fig. 19>에서 패션모델과 스쳐 지나가는 연출로 등장한 일부 행인들은 브랜드에서 초청한 배우들로 구성되었다. 브랜드에서 초청한 배우인 행인과 패션모델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은 다음 모델이 등장하는 시점임을 알려준다. 또한, 모델들과 스쳐 지나가거나 호숫가에 앉아 있는 행인들,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사람 등을 통해 패션쇼에서 행인들은 일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려는 장치임을 알 수 있다. 객석에 착석한 상태로 패션모델의 이동에 따라 머리를 움직이면서 신체 반응을 보인 2021 F/W의 가상공간 내 관중은 현실감을 부여하여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패션쇼의 몰입감을 더하였다<Fig. 6>. 2022 S/S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는 관객과 함께 배우로써 등장한 패션모델들을 응대하는 스태프들, 촬영 자세가 각기 다른 사진작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다양한 정체성이 존재함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었다 <Fig. 16>. 2022 F/W 패션쇼 영상에서는 관객을 투명한 돔의 외부에 런웨이 보다 높은 위치로 배치하여 돔 내부의 상황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로 연출되어, 관객에게 눈보라가 몰아치는 내부 상황을 전달함에 있어 촉감을 배제하고 시각적으로만 전달하였다<Fig. 8>. 이 외에도 관객들의 자발적인 행동도 있어, 2023 S/S와 2023 F/W에서는 관객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는 등 패션쇼의 공간연출에 대한 즉각적이고 즉흥적인 반응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 대상 사례의 인물 연출 요소에서 배우는 2021 S/S, 2022 S/S 패션쇼에 등장하며 2021 S/S에서 보여지는 행인들은 배우이면서 동시에 관객 역할도 수행하였다<Fig. 19>. 2022 S/S에는 패션 모델이 시상식에 참여하는 유명인을 패러디하여 의상을 선보였는데, 배우들은 레드카펫으로 연출된 공간에서 사진작가들의 촬영, 관객들의 환호, 스태프들이 일하는 모습으로 연출되어 패션모델, 배우, 관객은 패션쇼를 구성하는 인물이자 영상 속 레드카펫 행사를 연기하는 캐릭터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게 됐다. 이를 통해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에서 인물 연출은 역할에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드러냄을 알 수 있다.
인물 연출 요소에 대한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전반적인 분석에 따르면, 발렌시아가의 패션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종이나 계층의 편견이 없는 뎀나 바잘리아의 패션 민주화(Fashion Democratization)에 관한 의식을 보여주어 모두 동등한 ‘인간’이라는 차원에서 패션을 논하려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패션쇼 공간연출의 구성요소인 이미지로서 영상은 패션쇼 공간의 연출과 대중을 연결하는 데에 용이한 촬영 방식으로 설계되어 공식 채널을 통해 동영상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영상 연출분석 시, 패션쇼 영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고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은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실험적 영상으로 제작됨을 반영하여 영상 연출에서의 카메라 앵글, 패션쇼 영상 연출의 표현 형식을 분석하였다. 선행연구(Cui & Kim, 2017)에 따라 카메라 앵글은 피사체를 기준으로 카메라가 높게 위치한 하이 앵글(high angle), 낮게 있는 로우 앵글(low angle), 눈높이에서 촬영한 아이 레벨 앵글(eye-level angle)로 구분하였으며 패션 브랜드가 타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하면서 패션쇼 영상 연출 방식은 다른 분야의 영상 연출과 중복되는 경향을 보이므로 패션쇼 공간연출 영상 연출의 표현 형식은 단일형과 복합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2021 S/S의 <Fig. 20, 21>에서는 패션쇼, 뮤직비디오, 영화에서 보여지는 시각적 형식을 결합한 복합형 표현 형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영상의 공간적 배경으로 보도, 거리, 호숫가, 터널, 골목길 등에서 열 개의 장면을 촬영했다. 뮤직비디오처럼 제작된 초반부 영상은 패션모델이 문을 열고 등장하여 해당 패션쇼와 배경음악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면서 패션쇼를 시작한다. 아이 레벨 앵글을 사용하며 모델의 전체 착장과 특정 아이템이 클로즈업되는 화면을 촬영했으며<Fig. 5>, 영상이 종료될 때까지 등장하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유사한 자막은 패션쇼 촬영을 위한 발렌시아가의 방역 조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관객들에 대한 축복, 배경음악 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Fig. 21>. 메타버스 공간에서 발표한 2021 F/W의 <Fig. 22>는 발렌시아가 유튜브 공식 계정에 게시된 영상으로, 패션 세계를 현실에서 가상 세계로 확장하는 상징적인 패션쇼가 되었다. 카메라의 시점은 객석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패션쇼에 참석한 실제 관객의 시점에서 제작되었고 아이 레벨 앵글에서의 카메라 움직임은 규칙적 리듬으로 패션모델 각각의 전체 착장 모습을 볼 수 있다.
2022 S/S에서는 시상식의 레드카펫 행사와 유사하게 형성된 공간에서 패션모델의 동선을 따라 패션모델의 동선을 따라 입장하는 모습을 일정한 리듬에 맞추어 영상을 보여주는데, 하이 앵글, 로우 앵글, 아이 레벨 앵글을 모두 사용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 개최된 2022 F/W 패션쇼는 발렌시아가 유튜브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상에서 42초 분량의 검은 화면과 함께 디자이너가 우크라이나의 시를 낭독한 후 시작된다<Fig. 25>. 패션모델이 등장하는 부분의 영상은 하이 앵글 <Fig. 26>과 아이 레벨 앵글(Fig. 17>로 촬영하여 각각의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배분하였으나 조명 연출과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의상의 디테일은 시각적으로 흐릿하게 표현되었다. <Fig. 18>과 같이 2023 S/S는 패션쇼의 일반적・전형적 형식으로 진행되어 카메라는 대부분 런웨이에 등장하는 패션모델의 정면 전신을 볼 수 있도록 비춰주면서 때때로 우측 대각선 방향의 하이 앵글으로 뒷모습을 보여주어 아이 레벨 앵글<Fig. 18>과 하이 앵글<Fig. 9>을 사용하였다. <Fig. 24>의 2023 F/W 패션쇼는 무대의 벽면 상단 중앙에 설치된 두 대의 카메라가 전・후로 돌아가며 하이 앵글로 촬영된 영상으로 담겼으며 런웨이 끝에 위치한 카메라는 패션모델의 전신을 정면 또는 클로즈업하여 보여주었다. 영상의 촬영은 아이 레벨 앵글<Fig. 15>과 하이 앵글<Fig. 10>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작품의 프리젠테이션 시에 디자인 전달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패션쇼 공간연출 방식과 일치한다.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의 카메라 앵글 분석에 있어 아이 레벨 앵글은 모든 사례에서 나타났는데 2022 F/W, 2023 S/S, 2023 F/W의 경우 아이 레벨 앵글과 하이 앵글과 함께 사용하였으며 2022 S/S에서는 모든 앵글을 활용하였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패션쇼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의 전달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충족시키면서도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혁신을 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패션쇼 공간연출 영상 연출의 표현 형식을 살펴보면 패션쇼 콘셉트의 효과적 전달을 위한 복합형 이미지 표현 형식이 주를 이루었는데, 패션쇼의 시작 지점에서 뮤직비디오, 패션쇼 종료 영상에서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Fig. 20>를 차용한 2021 S/S,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2021 F/W 패션쇼<Fig. 6>, 2022 S/S에서 레드카펫 행사장의 현장 취재 장면 연출<Fig. 7>, 영상의 우측 하단에 기사를 보도하는 것과 유사한 레이아웃으로 각 의상의 코드를 표시한 화면 디자인<Fig. 23> 등과 같이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을 차용하였고 2022 F/W에서는 영상의 시작에서 독백이 전개되어 연극과 유사한 형식으로 표현하였다. 단일형 표현 형식이 사용된 2023 F/W<Fig. 10>은 다른 예술 분야의 표현 방식을 응용하지 않고 새로운 패션 제품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패션쇼의 본질적 측면을 강조하였다.
패션쇼 사례에 나타난 조명 연출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색상, 방향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조명의 색상은 유채색과 무채색으로 나눌 수 있으며, 조명의 방향은 물체와 조명이 수평으로 놓인 정면광, 무대의 좌・우 측면에서 조명하여 대상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측광, 물체의 정면에서 비추어 디테일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대상을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는 빛인 전광(front light), 머리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두광(top light), 광원이 대상의 뒤에서 앞쪽으로 조명하여 윤곽 인식에 용이하고 런웨이의 배경에서 패션 모델을 시각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후광(back light)으로 나누었다(Kim, 2007). 이와 같이 조명 연출의 분석 항목 및 분석 기준을 설정한 후 수행한 사례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1 S/S의 <Fig. 5>에서 터널을 지나는 모습 외에 진열대의 조명, 거리의 가로등, 자동차의 전조등 등 건물이나 사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공광의 유채색 빛을 패션쇼의 조명 장치로 활용하였고 그 외의 직접적으로 설치한 조명들은 광원이 없는 터널 장면에서 주로 사용하여 패션모델의 정면을 원형의 무채색 광원으로 비추었다<Fig. 27>. 해당 패션쇼 공간연출 전체를 보면 조명의 방향은 주로 전광, 후광 및 주변 환경이 제공하는 측광이다. <Fig. 22>의 2021 F/W에서는 무채색의 흰색 두광이 모델의 동선에 따라 이동하면서 런웨이에 그림자가 형성되지 않는 방식을 보여준다. 2022 S/S의 사례에서 <Fig. 23>은 런웨이 양쪽 상단에 한 줄로 배열된 LED 조명이 각각 런웨이와 패션모델이 자세를 취하는 배경인 빨간색 커튼월을 향해있다. 커튼월은 조명이 집중되는 구역으로 일부 조명 효과는 사진작가의 카메라 플래시를 통해 연출하고 조명 색상은 차가운 무채색, 방향은 전광, 두광을 주요 광원으로 하였다. 2022 F/W를 살펴보면 돔 내부 공간은 차가운 느낌의 무채색 두광을 사용하였는데<Fig. 28>, 연출 계획에 따라 광도에 변화를 주어 첫 모델의 등장 후 ‘페이드인-페이드아웃-페이드인’, 14분 29초에는 어두운 공간 내에서 조명이 반복적으로 깜빡거리도록 하여 번개와 같은 자연 현상을 묘사하여 인공광의 자연 광화를 도모했다<Fig. 29>. 2023 S/S의 <Fig. 14>에서 조명은 노란 유채색으로 조도를 낮추어 사용하였으며 조명 방향은 모델의 그림자가 런웨이 중앙의 진흙을 향해 형성되는 측광으로 설계하여 영상의 14분 23초부터 깜빡이기 시작하였다. 2023 F/W의 <Fig. 15>에서는 천장의 네 모서리에 처리된 간접 조명, 런웨이 상단 두 개의 두광, 유채색의 노란색을 사용하였는데, 천정에서 바닥을 향해 투사되어 모델을 향하여 자연스럽게 비추는 두광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조명 연출의 사례 분석 결과 조명의 색상은 차가운 흰색의 무채색이 주를 이뤘고, 조명 방향은 다양하게 적용하여 공간연출의 시각적 효과를 풍부하게 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2021 S/S의 주요 조명 장치는 생활에서 접하는 인공광을 광원으로 적용하거나 인공광을 자연광처럼 전달되도록 연출하였으며 2022 F/W의 경우 조명은 천장의 위쪽(천장으로 보이는 면의 뒤)에 숨겨진 방식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했다. 이러한 조명 연출 방식은 시각적으로 패션쇼에 대한 관람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집중도를 향상하는 효과를 주었다. 이같이 발렌시아가 패션쇼에서 조명은 다른 구성요소들과 어우러져 현실과 유사한 공간이나 장면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연출하거나 혹은 패션 공간연출 콘셉트를 조화롭게 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어 분위기를 조성하고 촬영 여건과 시각적 인지 환경을 형성하는 기능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공간구성의 가장 대표적인 언어로 재료, 재질감을 관찰할 수 있는 오브제는(Ann, 2007) 공간연출에서 시각적 효과를 자아내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상징적 물체이다(Yang & Lee, 2013). 본 연구에서 오브제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일상적 사물’로 개념을 정의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오브제의 사용은 2022 S/S, 2022 F/W, 2023 S/S 패션쇼에서 이루어졌는데, 2022 S/S의 <Fig. 7>에서는 오브제로써 은색 차단봉과 검은색 차단 벨트를 이용하여 통제선을 마련하여 런웨이 영역 한정, 인물의 역할을 구분하였다. <Fig. 8>에서는 2022 F/W 패션쇼의 오브제이자 무대 연출의 일부로 활용된 투명한 유리 벽을 확인할 수 있는데, 돔 내부의 낮은 런웨이와 돔 외부의 높은 관객석으로 분할된 공간은 사회적 신분이 사회 구성원이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에 놓인 이들을 바라보는 냉담함과 각박한 사회상을 풍자한다. 2023 S/S 패션쇼에서 사용된 진흙은 공간에 현실감을 부여한 장면을 형성하는 데에 주요한 오브제가 되었고 공간연출의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시각적으로 컬렉션의 주제 의식을 전하였다 <Fig. 9.>. 또한, 2022 F/W의 눈과 2023 S/S에서의 진흙 오브제는 인간 외부 환경 즉, 기후 변화 등의 자연재해와 전쟁 등의 재난 의한 디스토피아 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패션을 탐구했으며 <Fig. 13, 14> 런웨이에 쌓인 눈은 공간연출이 보여주는 눈보라의 악천후가 한동안 계속되고 있는 시간의 경과도 함께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특수효과란 자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하여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조형 요소로서(Lee & Yun, 2001), 흔히 볼 수 있는 특수효과로는 인공 눈, 연기(안개), 비누 거품, 바람, 화염, 풍선 폭발 등이 있다(Kim, 2012; Lee & Yun, 2001). 즉, 장치나 화학용품을 통해 실생활에서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각적 효과를 의미한다. 2022 F/W 에서는 기후가 열악한 미래의 생존 환경 묘사를 위해 사용된 눈보라와 번개를 살펴볼 수 있는데 <Fig. 13>, 일반적으로 패션쇼에서 특수효과는 대부분 복식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나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공간연출에서는 복식의 시각적 인지를 도와주는 목적보다 콘셉트 및 무드의 전달을 주목적으로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해당 시즌의 패션쇼에는 또한, 조명을 제어하여 번개를 연출하는 것과 같이 특수효과를 통해 하나의 장면에 완전히 융합되어 현실감을 증폭시켰음을 알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관람자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다가오는 하나의 언어인 패션쇼는 다양한 구성요소가 응축된 결과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의 분석 결과는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에서 사용된 각기 다른 오브제는 패션쇼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패션쇼에 함축된 의미를 시각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고 연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특수효과 사용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특수효과가 사용되는 경우는 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특수 관계나 상황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
뎀나 바잘리아는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에서 다양한 조형 요소를 통해 시대 의식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적극적으로 나타내면서 일반적인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보여주는 패션쇼의 표현과는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본 연구에서는 패션쇼 공간연출의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살펴본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표현 방식’을 기준으로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공간연출 유형을 분류하였다. 표현 방식은 전달 매개체의 상징성 유무에 따라 직접적 표현유형과 간접적 표현유형으로 범주화하였으며, 패션쇼 공간의 구성요소 또는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연출된 장면에서 외적인 부분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표현유형을 직접적 표현유형으로 명명하였고 반면에, 간접적 표현유형은 패션쇼 공간의 구성요소 또는 조합에서 은유적 전달 방식을 사용하여 외적으로 인지된 정보를 통해 내포된 의미의 해석 과정이 필요한 표현유형이다.
먼저 직접적 표현유형을 살펴보면, ‘복식의 예술성 및 가치 강조 유형’과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의 두 가지로 세분화할 수 있다. 복식의 예술성 및 가치 강조 유형은 패션쇼 공간의 구성요소 중 무대 연출, 인물 연출, 조명 연출, 오브제 및 특수효과에서 표현되어 패션쇼에서 보이는 컬렉션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성과 실용성을 약화하는 대신에 디자인 의도와 콘셉트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2023 S/S에서는 문신이 있는 패션모델이 우아한 분위기를 부여하는 발레 슈즈를 착용하고 진흙투성이의 런웨이에서 빠른 워킹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연출은 무대와 발레 슈즈에서 보여지는 시각적 이미지의 간극, 발레 무용수와 문신이라는 조합을 통해 대비를 창출하는 의도를 보여준다<Fig. 14>. 또한, 조명 연출의 경우 패션쇼의 콘셉트에 부합하나 복식의 디테일과 구조 전달력을 약화하기도 하는데 2022 F/W의 눈보라 특수효과에서도 의상의 정확한 인식보다는 패션쇼의 전체적인 콘센트 전달에 비중을 두어 활용하였다<Fig. 13>. 이와는 달리 2023 F/W의 패션쇼에서는 복식 자체의 집중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프리젠테이션 대상이 지닌 본질적 가치에 공감하며 앞선 패션쇼에 대한 외부의 평가에 대응하기도 하였다<Fig. 10>. 종합하여 정리하면 복식의 예술성 및 가치 강조 유형은 복식의 예술성과 공간연출 효과를 결합하여 컬렉션을 구성하는 복식이 지닌 고유의 가치와 디자인의 의도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표현유형이라 할 수 있다.
직접적 표현유형의 두 번째로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은 무대 연출, 영상 연출, 조명 연출, 오브제 및 특수효과 요소를 통해 더욱 직관적으로 표현하려는 방식이다. 영상 연출에서 뮤직비디오, 영화 등 타 분야의 미디어 형식을 차용하여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주거나 2021 F/W의 패션쇼에서처럼 가상 공간에서 진행된 패션쇼가 현실 공간으로 전달되고 패션 제품으로 선보여지는 등의 사례에 해당 된다. 또한, 2021 S/S와 같이 의도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파리의 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조성한 패션쇼 런웨이는 일상의 현실 공간과 패션쇼를 위해 설정된 무대 공간이 혼재하는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이며<Fig. 5> 척박한 환경을 묘사한 무대 연출에서 조명을 제어하여 번개와 같은 특수효과를 내는 것과 같이 패션쇼 공간의 조형 요소 간 표현을 혼합시켜 표현한 경우도 있었다.
간접적 표현유형은 ‘이데올로기 전달 유형’과 ‘정서적 공감의 강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데올로기 전달 유형’은 각 공간연출의 구성요소를 통해 현실과 밀착된 장면을 시뮬레이션하고, 사회적 계급이나 정치와 관련 입장, 환경에 대한 미래상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 등을 전달하는 의미 내포형의 간접적 표현유형이다. 대표적 사례로 2022 F/W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시를 반영하여 40초 분량의 블랙 스크린과 함께 시를 낭독하거나 2023 S/S의 흑인 아기를 안고 있는 백인 남성 모델의 등장 등을 통해 정체성과 성역할 인식에 대한 사고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2022 F/W에서는 열악해진 자연환경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정신세계를 구축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으로 인한 자연의 변화로 말미암아 부정적 환경이 조성된 여건에서 패션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이같이 패션쇼 공간연출의 저변에 자리한 휴머니즘적 태도는 사회, 환경, 정치적 의사 표현과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간접적 표현유형 중 ‘정서적 공감의 강화 유형’은 감각을 최대한 자극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시각적 효과를 증대시켜 관객이나 소비자를 공간연출에 몰입시키는 공간연출 표현유형으로 패션쇼 공간연출의 모든 구성요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특수효과로 눈보라를 이용하여 런웨이에서 패션모델들이 힘겹게 걷는 모습과 의상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야를 흐리게 연출하였는데 이는 현실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여 자연재해로 인한 고난의 시각적 체감 효과 향상을 도모한다<Fig. 13>. 또한, 관객과 컬렉션의 접근성을 높여 2023 S/S에서는 고급스럽게 연출된 의상을 착장한 패션모델이 패션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위적인 무표정이 아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표정을 짓거나 진흙으로 덮힌 런웨이에서 빠른 워킹을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Fig. 14, 18>. 이렇듯 정서적 공감의 강화 유형은 패션쇼를 통해 담아내고자 한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시도의 표현임을 알 수 있다.
패션 분야에서의 아방가르드와 패션쇼 공간연출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개최된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공간연출을 분석하고, 공간연출 표현방식을 유형화한 후, 도출한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에서 나타나는 아방가르드적 미적 특성은 미래성, 과장성, 탈구조성, 혼합성, 초현실성으로 <Table 1>과 같다.
첫째, 미래성은 간접적 표현유형인 ‘이데올로기 전달 유형’에서 나타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 미래 사회의 발전 방향 등이 시각적 기호를 통해 전달되면서 드러나는 미적 특성이다. 미래성은 디자이너들의 미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나 인류의 전반적인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사고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디자이너들이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시대적 배경에서 기하학적인 공간 형태와 작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등의 창작 방식을 통해 과학 기술 시대에 대한 상상력 표현이 주를 이루었고(Koo, 2002; Yun, 2013) 환경 문제나 정치 문제 등이 주요 현안이 된 현재 사회의 상황은 패션의 발전을 위해서 디자이너가 미래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준다. 미래성은 오늘날 세계적 이슈에 대한 위기의식과 비판적 태도에서 엿볼 수 있는 특성으로 자연변화로 인해 인류 생존에 어려운 환경, 전쟁, 세기말의 패션을 전달하는 콘셉트의 패션쇼에서 두드러진다. 휴머니즘에 기반하여 미래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므로 공간연출에서 나타난 아방가르드적 미적 특성으로서의 미래성은 기존 제도에 대한 저항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래성은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공간연출에서 보여주는 이데올로기 중 하나이며 디자이너의 잠재의식 속에서 미래에 대한 비판적 통찰과 상상은 생존이 필요한 열악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컬렉션 공간의 연출에서 전달된다.
둘째, 시각적 경험 창출에 중점을 두는 미적 특성으로서의 과장성은 ‘이데올로기 전달 유형’, ‘정서적 공감의 강화 유형’의 간접적인 표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 패션쇼에서 과장된 아방가르드가 현실감 있게 묘사되는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과장성은 디자인 의도와 미적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이상하고 과도하며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나타나는 아방가르드 특성인데(Lee, 2015; Shin & Yum, 2017), 과장된 시각적 효과는 대중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끌어내고 정서적 연결고리 형성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는 자극적인 시각효과가 패션쇼의 주제와 디자인의 전달력을 높이고 정서 환기에 도움을 준다. 또한, 전통적인 패션쇼와는 대조적으로 발렌시아가의 공간연출은 패션쇼의 강렬한 표현을 위해 각각의 공간 연출 요소에 과장된 장치를 구현하면서도 콘셉트와 디자인 의도를 표현하고 있다.
셋째, 탈구조성은 혁신을 통해 어떠한 것이 지닌 전통적인 개념에서 분리・발전되어 새로운 형식의 공간연출을 지속적으로 새롭게 탐구하여 디자인 의도를 강조하고, 공간연출과 복식의 예술적 가치와 내적 의미를 보여주는 특성이다.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에서 직접적 표현유형의 ‘복식의 예술성과 가치 강조 유형’,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에서 나타난다. 탈구조성은 기존 규칙을 어기거나 대중의 선호에 반대하여 어떤 것을 해체하고, 다시 구축하거나 재정의하는 의식적 행동에서 나타나므로(Koo, 2002; Lee, 2015; Shin & Yum, 2017; Yun, 2013) 적대성, 해체성, 해체주의 등 절대적인 저항 특징을 통틀어 ‘탈구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 사례에서 탈구조성은 패션쇼의 공간연출이 복식을 전시하고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일차원적인 상업적 목적이자 전통적인 역할에서 나아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의식 전달의 기능을 수행함에서 나타나는 미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쇼 공간연출을 통해 패션 상품의 디테일과 기법 등을 전달하려는 목적보다는 상대적으로 복식과 공간연출 간의 내적 의미 전달을 강조한다. 또한, 영화, 뮤직비디오 등 매체의 다양한 전달 방식과의 결합 및 전환을 통해 공간연출에서의 창의적 방향을 끊임없이 탐색함으로써 탈구조성을 실현하는 동력을 제공하며 발렌시아가의 패션쇼 공간연출은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에서 두드러진다.
넷째, 혼합성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혼합하여 나타내는 특성을 의미하는데(Koo, 2002; Shin & Yum, 2017; Yun, 2013), 연구 사례에서 혼합성은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아방가르드적 특성으로 다양한 요소와 매체가 재구성되거나 교차하여 공간연출을 형성하는 영상을 통해 나타난다. 이는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공간연출 시 보여지는 다양한 매체의 형식(뮤직비디오, 영화 등) 및 현실과 가상의 혼합, 현실 공간과 패션쇼 공간의 결합, 패션쇼 공간연출의 구성요소 간 혼합 등을 통해 도출된 미적 특성이다. 구체적인 공간연출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무대 연출에서 예술 분야 간의 협업, 무대 공간의 선택, 의도적인 요소의 계획 및 설정, 영상 연출에서 매체 커뮤니케이션과 표현 형식의 혼합, 그리고 조명 연출과 오브제 및 특수효과의 표현 형태 간 상호 전환 및 혼합은 발렌시아가의 공간연출에서 아방가르드 정신의 혼합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간연출의 각 구성요소는 물리적 측면에서 아방가르드적 특성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혼합성이라는 미적 특성으로 연결된 실험적 공간연출의 시도는 대중과의 감각과 감성의 교류를 도모하여 트렌드를 선도하고자 하였다.
다섯째, 초현실성은 뎀나 바잘리아의 아방가르드 정신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미적 특성으로 직접적 표현유형의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 간접적 표현유형인 ‘이데올로기 전달 유형’ 및 ‘정서적 공감의 강화 유형’에서 확인된다. 초현실성은 추상예술 창작에서 나타난 이성을 초월하고 비현실적인 특성으로 디자이너가 현실에서 존재하는 요소들을 활용하여 비논리적인 상황이나 물체를 구축하거나, 무의미 또는 낯섦의 우연한 시각적 효과를 제시한다(Koo, 2002; Shin & Yum, 2017; Yun, 2013). 발렌시아가 패션쇼에서는 비현실적 상황 또는 사물에 대해서 공간연출 형식을 빌려 현실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거나 이성적인 체계를 뛰어넘는데, 다양한 매체와 시스템을 활용하여 패션쇼의 의도를 현실 속 대중에게 전달했다. 직접적 표현유형인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에서는 공간연출 형식의 혁신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실현될 수 없는 상황, 디자이너의 의식 세계를 조성하여 아방가르드의 초현실성을 구현하였다. 간접적 표현유형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전달과 공감대 강화의 과정에서 초현실성을 보여주며 주로 시각적 효과를 통해 기존의 이성적 논리에 맞지 않는 상황간 충돌을 설계하여 보여주면서 패션쇼 공간에서의 정서적・감정적 경험의 폭을 넓혔다. 고급스러운 컬렉션 의상을 착장한 패션모델과 정돈되지 않은 런웨이의 상황적 대비와 모순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하여 관객에게 패션쇼로의 빠른 몰입감을 선사하였고 몰입된 관객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과의 접근이 용이해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아방가르드는 변화된 패션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와 디자이너에게 필수 불가결의 창작 정신이 되었으며 패션브랜드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가 보여준 하이 패션과 하위문화의 결합 과정에서의 혁신적인 창작은 소비 시장에서 하나의 모델로 인정받으면서 패션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는 패션 제품뿐 아니라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공간연출에도 담겨 전위적인 경향 즉, 아방가르드적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는 패션쇼 공간연출에 나타난 전위적 미적 특성을 도출하여 패션쇼 공간연출의 분석과 유형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으며 연구 내용과 결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발렌시아가의 패션쇼 공간연출을 분석한 결과, 공간연출의 각 구성요소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의미 결합과 전달이 진행되었으며 그 중 무대 연출이 주축이 되어 패션쇼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주도했다. 조명 연출, 오브제 및 특수효과 또한 패션쇼 콘셉트 연출에 도움을 주는 구성요소가 되었으며 특히, 인물 연출은 패션쇼에서의 전형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대하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였다. 영상 연출의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대중과 패션쇼 공간연출의 연결성을 강화하여, 컬렉션의 보여주는 방식으로서의 패션쇼 역할과 함께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적 확장을 보이며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공간연출을 통해 의도한 함의를 분명하게 만들었다.
둘째, 패션쇼 공간연출의 구성요소에 따라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패션쇼 공간연출의 표현 방식을 직접적 표현유형과 간접적 표현유형으로 유형화하였다. 직접적 표현유형은 복식 디자인의 세부적인 전달성보다 의상의 예술성과 공간연출에 중점을 두는 ‘복식의 예술성과 가치 강조 유형’, 새로운 형식의 공간연출을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실험적으로 혼합하는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간접적 표현유형은 외부 세계와 대중에 반응하는 ‘이데올로기 전달 유형’, 시각 체험을 중점적으로 감각을 강화함으로써 실현되는 ‘정서적 공감의 강화 유형’으로 세분화하였다. 간접적 표현유형의 경우 공간연출과 패션쇼의 콘셉트를 신속히 인지・이해할 수 있도록 조력하여 소통 수단으로서의 패션쇼 기능이 활성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셋째, 패션쇼 공간연출의 분석과 표현 방식의 유형화를 바탕으로 발렌시아가 패션쇼에 나타난 전위적 공간연출의 미적 특성을 미래성, 탈구조성, 과장성, 혼합성, 초현실성으로 도출하였다. 미래성은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과 문제 인식을 공간연출에 구현하여 대중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나타났고 탈구조성은 전통적인 패션쇼 공간연출의 형식에 대한 저항을 확인할 수 있는 특성이며 혼합성은 직접적 표현유형인 ‘매체의 혼합・실험 유형’에서 중점적으로 나타났다. 과장성은 디자이너와 대중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공간연출에서 자극적인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 공간에 대한 대중의 감정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나타난 아방가르드의 과장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초현실성은 갈등을 보여주고 현실 논리에 맞지 않은 부조화의 상황을 조화롭게 표현한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공간연출 구현에서 나타나는 특성으로 나타났다.
혁신과 도전, 저항 정신을 바탕으로 전개된 아방가르드적 패션쇼 공간연출은 컬렉션 디자인의 내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 사회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하였는데, 공간연출의 유형화 및 아방가르드적 미적 특성에 관해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방가르드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언급된 역사성이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패션쇼 공간연출에서의 아방가르드적 미적 특성과 부합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 사례의 패션쇼는 공간연출을 통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즉각적 대응 또는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철학적 문제들을 새로운 방식의 도입을 통해 논의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나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장면을 보여주는 공간연출을 통해 패션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아방가르드의 초현실성이 패션쇼 공간연출에서 가장 두드러진 미적 특성으로 나타났다. 둘째, 아방가르드에 대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의 접근 방식은 혁신적・저항적이면서도 은유적이라는 독특한 창작 방식을 통해 인간과 패션의 관계, 패션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여 발렌시아가의 브랜드 가치를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목적과 함께 관련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함으로서 아방가르드 정신에 입각한 의사소통을 도모하고 있었다. 시각적 표현에 있어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는 아방가르드를 현실을 투영하는 서사 방식으로 시각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켜 심리적 접근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발렌시아가의 패션쇼 공간연출은 디자이너가 외부와 소통하는 도구로 작용하되, 정형화된 패션쇼와는 차별화되어 디자이너 개인의 정서를 함께 전달하여 적극적인 디자이너의 태도를 보여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콘셉트에 대한 감성 및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패션 창작의 원동력으로서의 아방가르드 정신이자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 패션쇼의 독특하고 대표적인 스타일을 형성하는데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브랜드 간의 긴밀한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에 나타난 공간연출의 아방가르드적 미적 특성을 도출하여 현대 패션 산업에서 공간연출의 전위적 형식을 탐색하고 이론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하였으므로 추후 시대적 변화에 따른 패션컬렉션을 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과 채널의 다양성을 반영하거나 컬렉션의 범주를 확대하여 패션쇼의 공간연출 표현 및 아방가르드 미학에 관한 후속 연구를 제안하는 바이다.
이 논문은 2022년도 중앙대학교 연구장학기금 지원에 의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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